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9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23화(994/100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23화
39. 여론전(3)
파프리카 마을의 출현 이후, 치즈 마을의 각 세력은 어느 때보다 바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기사단은 적 중 하나가 오렌지라는 걸 밝혀내 역으로 그들을 쳐들어간다는 엄청난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농협은…….
“우리도 이제 군비증강을 해야 할 때입니다.”
도우너츠의 지휘 아래, 무장을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희가 승산이 있습니까?”
“방금 용암술사 보셨죠?”
도우너츠가 피식 웃는다.
“용암은 철 장비 따위 아주 쉽게 녹여 버립니다. 싸워 이길 수가 없어요.”
“……그, 그럼 철광석은 왜 사신 겁니까?”
“그건 기사단 때문이죠.”
그렇다.
그가 군비를 증강하는 이유.
그건 외세의 적이 아닌 내부의 적 때문이다.
“앞으로 저희는 아까 침략자들에게 주기적으로 식량을 바치게 될 텐데. 누가? 얼마큼? 어떻게 분배해서? 바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수립하는 게 중요해질 겁니다. 즉! 누군가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거지요!”
두둥.
세금.
이 두 글자가 입 밖으로 나오니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아니, 미친. 게임에서도 세금을 내라고?”
“어허. 이세계 이야기는 금지되어 있소!”
“하, 하여간! 이건 너무하잖아?”
“와. 세금이라니.”
세금 내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걸 도우너츠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이 여론을 호도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인 것이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세금 내는 거 싫죠? 저희는 심지어 기사단의 비옥토 생산량의 발톱 때만큼도 못 만들어냅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머릿수가 워낙 많아서 기사단 전체 생산량과 큰 차이는 아직 없었다.
적어도 매출로 본다면 비슷하다. 수익성이 낮을 뿐.
하여간 이들은 그렇게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습니다!”
“세금은! 부자들이 내라!”
“비옥토의 무게를 견뎌라!”
기사단이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농협 새끼들ㅋㅋㅋㅋ
-이제야 좀 “협회”답네 ㅎㅎ
-도명보를 감독으로~!
“맞습니다.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죠. 큰 생산력엔 큰 세금이 매겨지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우린 이 슬로건을 의결시키기 위해! 힘이 필요합니다! 맞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아! 힘이 필요합니다아!”
이제 열성 도우너츠 지지자가 된 피클은 따라서 복창하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어우 ㅋㅋㅋ
-현실 그 자체 ㄷㄷ
-캬
-이거지
-거의 세계 1차 대전 직전 독일인뎈ㅋㅋ
“우리는 각자가 농부이자! 한 명 한 명이 기사가 되어! 우리의 권익을 보호할 것입니다! 일어나라 민병대여!!”
“일어나라!!!”
“민병대여!!”
도우너츠가 새로 만들어낸 이 프로파간다는 그간 분열되어 있던 농협을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그야, 아무도 세금을 내긴 싫으니까.
그뿐 아니라 기사단 외 다른 마을 사람들까지도 규합할 수 있었다.
한쪽에 세금을 몰빵한다는데. 그 몰빵당하는 사람 말고는 누가 싫다 하겠는가?
명분도 확실했다.
그들이 가장 많이 번다는 것.
“와아아아아아아!”
“세금은 부자들이 내라!”
뿔라면의 세력, 중년탐정의 세력 너 나 할 것 없이 하나가 된 농협.
그들의 함성 소리가 회의장을 떠들썩하게 흔들었다.
그리고 농협에 대한 호재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 * *
농협이 숫자가 많아서일까?
슬슬 이런 찌라시를 흘리기 시작했는데.
꽤나 효과적이었다.
“예? 농협의 도우너츠가 외세를 몰아냈다구요?”
“외세라니 누구요?”
어떤 세력에도 속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런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우리 마을에 침략자가 왔었다니까요!? 진짜 무서운 놈들이에요. 근데 도우너츠가 나서서 몰아냈다니까?”
모두가 파프리카 마을의 침공을 눈으로 직접 본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로그인하고 있지 않았던 주민들이 거의 3~40%이기 때문에 소문은 더 왜곡되기 쉬웠다.
“도…… 도우너츠가요? 그 양반 싸움도 못 하는데?”
“아니, 글쎄 제갈공명처럼 말빨로 적들을 밀어냈다네요? 무기 하나 없이!”
“이야~!”
“농협이 나서서 우리를 보호해 주다니…….”
“그러게요. 근데 듣기론 기사단은 보호비 받고 보호해 준다던데. 이거 완전 서로 반대 아닙니까?”
“맞습니다…….”
도우너츠가 나서서 파프리카와 딜을 했던 장면이 그들을 몰아낸 것처럼 바뀌었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지만 소문의 뉘앙스는 점점 도우너츠의 영웅적 면모와 기사단의 장사꾼 기질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사단은 대체 뭘 보호한다고 하면서 보호비를 내놓으라는 거야?”
이는 사실 알려진 게 없다.
기사단은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글쎄. 아직 계약은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 보호비를 내면 밭을 막아주는 그런 거 아닐까?”
“근데 막상 위험이 오니까 도우너츠가 몰아내고. 기사단은 한 게 없다며?”
“그치.”
“젠장…… 농협……! 또 당신입니까!?”
이렇게 외치는 이 남자는 농협의 일원이다.
농협은 그 숫자가 너무 많고 널리 퍼져 있어 일일이 구분하기 어려웠다.
-농협새끼들ㅋㅋㅋㅋ
-이야 이게 이렇게 되냐?
-기사단이 한 게 없긴함ㅋㅋㅋㅋㅋ
-농협개웃기넼ㅋㅋ
-도우너츠가 몰아낸게 또 맞긴함
농협 일원들의 힘으로 점점 농협의 입지가 높아졌다.
본래였다면 치즈마을에서 입지나 위상이 높아진다는 건 그리 큰 의미를 갖기 힘들지만, 지금은 달랐다.
“도우너츠를 국회로!”
“그래! 도우너츠를 국회로!”
지금은 마을 전체가 하나가 되어 뭔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
그 결정권자를 도우너츠로 하자는 의견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철이나 칼 따위의 힘보다 훨씬 강한 무언가였다.
그리고 어느 한 옥상,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대머리의 아바타.
[타코야끼]그 역시 세상의 변화가 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민심이 흉흉하고 나라에 황건적이 들끓으니, 영웅이 필요할 때로구나.”
-?
-혼자 머함?
-황건적이라뇨 ㅋㅋㅋ 농민들입니다만?
-아직 그 정돈 아니야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어떻게든 한 컷 나오고 싶은 타코……
* * *
이런 여론의 변화를 눈치챈 건 타코야끼만이 아니었다.
전쟁본부장 단봉이도 마찬가지였다.
드륵.
그는 단무집 2층의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며 고심에 잠겼다.
“서버 채팅창도 그렇고. 지금 광장에서 국회니 뭐니 하는 것도…… 이거 심상치 않네요.”
-ㅇㅇ
-농협이 생각보다 잘하는중
-도우너츠 같은 아재 상대하는게 쉽진 않음ㅋㅋㅋ
-기사단 애들 잘 뽑아야한다……
도우너츠는 큰 흐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났으며 사회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옆에 있는 뿔라면과 중년탐정도 마찬가지다. 잔뼈가 굵은 아재들.
반면 기사단은 그래 봐야 게임이나 잘하는 젊은이들이 모인 집단.
단봉이는 뭔가 다른 액션을 취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실리와 효용성만을 내세워서는 여론의 힘을 받기 쉽지 않았다.
장사꾼에게 물건은 기쁘게 사겠으나, 아무도 진심으로 장사꾼을 좋아하진 않았다.
“에이.”
탕.
창문을 닫으며 단봉이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문이나 고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쟁 본부장이 이런 잡일까지……ㅋㅋㅋ
-빨리 애들 뽑아야한다……
-ㅠㅠㅠㅋㅋㅋ
-노가다본부장 ㅋㅋ
-봉부장이라니까 ㅋㅋ
전쟁본부장이라는 거창한 직함이 붙긴 했으나, 다른 마을과의 대결을 준비하는 건 너무나 긴 이야기.
현재 단봉이는 여전히 단봉이다.
당장 단무집 문을 고쳐야 한다.
또 누군가 습격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단무집인데 단무지가 아니면 누가 고치나~”
아저씨처럼 멜로디를 붙여 대사를 흥얼거리며 단무지가 망치를 집어 들었다.
단무집이 폭파한 수준이 굉장하긴 했지만, 어쨌든 게임이기 때문에 고치는 건 꽤 빠를 것이다.
탕. 탕.
그는 여러 재료를 다시 쌓아 올리면서 한탄했다.
“그나저나 대체 젤로 님은 왜 우리 집을 습격한 거야. 농협도 아니라더니.”
-ㄹㅇㅋㅋㅋ
-그게 미스테리임
-심지어 본인이 죽음ㅋㅋㅋㅋㅋ
-진짜 뭐지?ㅋㅋㅋ
아몬드가 자기가 버튼을 눌러서 폭파시켰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이 사건은 영구미제 사건처럼 보였다.
그냥 폭발물 사고사라기엔 왜 하필 여기 단무집 현관 앞까지 와서 터뜨렸는지가 의문이다.
“심지어 지금 폭발 크기를 보잖아요? 구심점이 저희 현관인데요?”
단봉이는 고치다 말고 바닥을 내려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니, 보다 보니까 진짜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잖아?
“이건 현관 바로 앞에서 터졌다는 건데.”
-?
-엥?
-ㄹㅇ 그렇네?
-실수치곤 너무 가까이 와서……
-현관에 이렇게 올 일이 뭐가 있누?
그때 단봉이가 박수를 짝 친다.
“아. 그때 단무집이 비어 있었잖아요?”
-헉
-ㄷㄷ
-설마……
-ㅁㅊ
-앗
이걸 왜 생각 못 했을까?
단무집이 비어 있었고, 젤로가 현관 바로 앞까지 와서 폭사했다.
이건 누가 봐도 폭발물로 이 현관문을 열려다가 실수로 죽은 것이다.
근데, 왜?
젤로는 뭘 위해 단무집을 턴단 말인가?
뭘 가져가기 위해서?
“없어진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젤로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다.
아니, 훔치지 못한 건가? 설치하다 갑자기 터져서?
그럼 뭘 훔치고 싶었던 걸까?
티링.
그때, 단봉이의 발에 뭔가 걸린다.
터져 나온 나무판자 조각인 줄 알았는데.
“어?”
아니었다.
이거 아이템이다.
팻말이었다.
그것을 뒤집어 확인한다.
“!”
단봉이의 등골에 소름이 쫙 끼쳤다.
[농협은 잊지 않는다. 농협은 용서하지 않는다.]-?
-헉
-허억
-힉!?
-ㄷㄷㄷㄷㄷ
-와 ㅋㅋㅋㅋㅋ 소름ㅋㅋㅋ
-뭐야???
* * *
한편 광산 내부.
“뭐냐. 너. 왜 또 우리에게 접촉하지?”
젤로는 파프리카 마을과 접선했다.
“저희 이해관계가 같은 것 같아서 말입니다.”
“……?”
“제가 광부 2차이고. 이 친구도 곧 2차거든요.”
파프리카 쪽에 갑자기 직업 숙련도를 밝히는 젤로.
“그런데?”
“광부 2차가 되면 옵시디언을 캘 수 있습니다. 나오기만 한다면.”
젤로는 원대한 그림을 그린다.
“하? 그 정도는 우리도 알아. 참내. 우리도 광부거든?”
앞에서 누군가 허세를 부린다.
하지만 젤로는 이미 눈치챘다.
그는 광부 3차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알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옵시디언 광석을 노리는 게 아닌 철광만을 노리고 있다는 거.
아니, 철광만을 노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거.
‘그런데 한 사람은 용암술사였단 말이지?’
그건 광부 4차는 되어야 나오는 분기점이다.
한 사람은 4차인데, 나머지는 철광이나 캐는 신세다?
결론은?
“그거 코인 다 몰빵해 놓고. 뭔 광부입니까 광부는.”
“!”
뜨끔.
모두가 얼어붙었다.
“무직이잖아요.”
“…….”
그렇다.
파프리카는 용암술사를 제외하면 전원 무직.
-캬
-미쳤다
-스꺼어얼한데?
-ㄷㄷㄷㄷ
-와
-이게 젤로!? 이게 젤로!?
-캬
-퍄
“제가 옵시디언 캐는 거 호위나 해주시죠. 그러면 조금 나눠 드리겠습니다.”
옵시디언이 있다고 추측되는 광산은 매우 아래쪽.
더 험한 몬스터들이 튀어나온다.
젤로와 초코송이만으로는 역부족.
그렇다고 다른 치즈마을 어중이떠중이들을 끌고 오면 수익만 낮아진다.
이럴 땐 외세와 협력한다.
“그리고 다음엔 그걸 입고 오시면 됩니다.”
-ㄷㄷㄷㄷㄷㄷ
-미친
-와
-이걸로 더 팔려고?ㅋㅋㅋ
-젤유신 ㄷㄷ
-캬
-이럼 농협은 더 좋은 걸로 무장하려 할 수 밖에 없겠네 ㅋㅋㅋ
-미쳤다
경쟁을 붙여 전쟁 물자 질의 수요를 늘리는 것까지.
젤로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