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9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24화(995/100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24화
40. 불멍(1)
“후아. 다 끝냈다.”
고봉이가 뒤로 뻗듯이 누웠다.
DM으로 온 명단 중 걸러야 할 자들을 전부 거른 것이다.
“나머지 인원만 불러서 면접 보면 될 것 같습니다요.”
“근데 말이야─”
아몬드가 뭔가 말하려 했다.
이제 슬슬 밤이다.
모솔에 대한 작전을 실행해야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쾅!
갑자기 현관 쪽에서 단봉이가 뛰어오면서 소리쳤다.
“대감!! 이거 보십쇼!!!”
그는 팻말을 들고 와서 흔들어 보였다.
“……?”
그 팻말을 본 아몬드는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농협은 잊지 않는다. 농협은 용서하지 않는다.]사뭇 진지한 어투의 말로 이렇게 쓰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폐허 쪽에서 발견됐습니다. 폭파시킨 놈들이 떨군 잡템들 사이에 있었어요! 애초에 이걸 들고 왔던 거라구요!”
“응? 젤로랑 초코송이가……?”
“예! 두 놈 다 농협 아닙니까!?”
-?
-아닐텐데?
-???: 도우너츠님 농협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또협
-뭔 죄다 농협이여 ㅋㅋㅋ
-농첩 새끼들 싹 다 처내!
그들이 농협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너무나 명확한 증거가 있으니 할 말이 없다.
더군다나 아몬드는 한때 도우너츠조차 농협인지 몰랐던 과거가 있던 남자.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둘이 농협이었나?”
농협인 거 같기도 했다.
“그랬던 거 같습니다. 최소한 농협의 사주를 받고 움직이는 거 같습니다.”
“와. 농협 이거 제대로 미친놈들 아니야 이거?! 완전 선 넘은 겁니다요!”
고봉이가 옆에서 발끈한다.
“이 미친놈들이 무슨 중동의 극단주의자 테러도 아니고. 자살 폭탄 테러를 해!?”
단봉이도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지 울분을 터뜨린다.
-헉
-헉ㄷㄷ
-자살 폭탄 테렄ㅋㅋㅋㅋ
-그렇게 보이긴하넼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
-딱 그거긴함ㅋㅋㅋㅋㅋㅋ
둘이 광분하는 데 비해 아몬드는 비교적 침착했다.
사건을 눈앞에서 본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음…… 애매한데.’
그 둘이 정말 농협에서 경고차 보내온 거였다면 뭔가 더 말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확실한 경고를 줬을 거다.
그런데 그들은 몰래 빠져나가려다 걸렸을 뿐이다.
그냥 장비를 훔치는 걸 제외하면 뭔가 악의를 갖고 있었던 것 같지가 않았는데…….
‘잠깐.’
여기서 아몬드는 생각을 바꿔본다.
지금 농협에 대한 분노는 이 기사단이란 단체에 매우 필요한 덕목 아닌가?
「태원상사 놈들보다는 실적이 높아야 되는 거 알지? 어? 정신 똑바로 차려!!」
라이벌 회사에 대한 악의는 곧 아군의 사기가 된다.
아성도 이것을 백분 활용하던 곳이었다.
사뭇 유치해 보여도, 조직 속에 있다 보면 이런 것에 물들게 되는 게 인간이다.
그걸 소속감이라고 한다.
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인간의 본능.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런 게 무너지면 아까 전 판매장에서 봤던 농협처럼 분열될 뿐이다.
아몬드가 끄덕인다.
“맞아. 미친놈들이네. 그걸 보여주려고 자살 폭탄 테러까지 한 거야.”
-?
-ㅋㅋㅋㅋㅋㅋㅋㅁㅊㅋㅋㅋ
-엌ㅋㅋㅋㅋ
-??
-자살…… 맞아요?
-니가 눌렀잖앜ㅋㅋㅋㅋㅋ
-오피셜) 미친놈이 미친놈 선언
-ㅋㅋㅋㅋㅋ개웃기네 ㅋㅋㅋ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뱉듯 담담하게 미친놈들이라 선언하는 아몬드.
어조나 표정이 조금 웃기긴 했지만, 분노로 가득 찬 봉봉이들에겐 그런 디테일은 보이지 않았다.
“이거 뭐라도 해야 됩니다!”
“안 그래도 지금 도우너츠가 자기가 외세를 다 몰아냈니 마니 하면서 여론을 얻고 있고! 저희는 아무것도 못 하는 놈들처럼 됐습니다!”
단봉이가 마침 걱정되던 사안을 말한다.
“저희 지금 상대 마을로 쳐들어갈 때가 아닙니다. 이 마을부터 정리가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단봉이의 충언.
아몬드는 잠시 고민한다.
“일단 우리가 해야 하는 게 있어.”
그는 결정을 미룬다.
대신 확실하게 지금 해야 할 일을 알려준다.
“예?”
“곧 밤이야.”
그 말에 봉봉이들 다 바짝 긴장했다.
‘그렇구나.’
‘이럴 수가.’
오늘 밤.
높은 확률로 모솔의 집으로 몬스터들이 쳐들어온다.
“모솔부터 ‘해결’해야 돼.”
-해결ㅋㅋㅋㅋㅋㅋ
-해결사할 때 그 해결이죠?
-해결ㄷㄷ
-해결이란 말이 이렇게 무서운 말인지 첨 알았습니다……
단봉이의 눈이 흔들린다.
“그…… 그 계획…… 정말 가는 겁니까?”
저번에 비율 얘기할 땐 바로 불타오르더니, 또 흔들리는 단봉이.
아직 마음이 굳어지지 않은 모양이다.
아몬드는 그가 가져온 팻말을 툭 건드린다.
“어차피 우리가 안 하면, 농협이 하게 되어 있어.”
“……!”
꿀꺽.
그 말에 봉봉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농협이 몬스터 퇴치를 먼저 해봐. 기사단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
그랬다.
농협이 몬스터 퇴치를 한다?
심지어 오늘 외세를 몰아내기까지 했다?
기사단의 존재 이유가 희박해진다.
“그…… 그럼 오늘 농협도 모솔 쪽으로 올 거라 보십니까?”
“모르지. 그건.”
사실 농협이 움직일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부추기려고 그렇게 말한 것일 뿐.
“만약 농협과 겹치면 어떡합니까?”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니 당연히 대처도 모른다.
“……?”
-뭐야 ㅋㅋㅋㅋㅋㅋㅋ
-무계획 ㅋㅋㅋㅋ
-단봉아 그건 니가 알아야되……
-???: 호두는 넌데?
“아, 알겠습니다. 흠…….”
단봉이는 잠시 고민하며 팻말을 쳐다본다.
본래 심성이 여린 편이지만, 팻말과 폭발 사건을 돌이켜보면…… 이건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악이 가득 찬 단봉이는 이런 계획을 내놓았다.
“……다 태워 버리죠.”
“!”
-ㄷㄷㄷ
-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부 비료롴ㅋㅋㅋㅋㅋㅋ
-죄는 농협이 짓고 왜 모솔이……ㅠㅠ
-앜ㅋㅋㅋㅋㅋ
-ㅅㅂ돌았낰ㅋㅋㅋㅋ
“계획 짜겠습니다.”
단봉이의 눈빛이 바뀌었다. 마치 워크샵 갔다 온 아성 직원처럼.
그러면 아몬드는 아성 임원들이 하는 말을 해줄 뿐이다.
턱.
단봉이의 어깨에 손을 올려주며.
“자네…… 눈빛이 마음에 드는군. 곧 승진하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
-아몬드를 이사회로! 아몬드를 이사회로! 아몬드를 이사회로!
-ㅋㅋㅋㅋㅋ아성 괜히 다닌게 아니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앗!”
화르륵!
단봉이의 눈에 불이 붙었다.
마치 곧 모솔의 밭에 일어날 불길처럼 거세게.
* * *
아몬드는 농협이 굳이 모솔의 밭으로 들어오는 몬스터를 처리하러 올 거라 예상하진 않았다.
그럴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건 진심이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밤……!”
도우너츠가 마지막 철장비를 만들어내며 말한다.
카앙!
그의 망치에서 불꽃이 튀어 오름과 동시에.
“우린 몬스터를 몰아낸다.”
“!”
완전히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해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다.
“기사단은 아직 사람을 뽑지 못했다. 우리가 장비도 더 많고! 사람도 더 많아! 못 할 이유가 없다!”
“오오오오……!”
농협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무장하고, 빠르게 판단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을 수 없는 게 있었다.
바로 아몬드가 ‘그냥’ 하는 것의 속도.
아몬드는 농협이 모솔을 지키고, 그를 차지하러 올 수도 있다 말했다.
근데 뭔가를 예측해서 말한 게 아니었다.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으면서, 그냥 단봉이가 불타오르게 하기 위해 꺼낸 말일 뿐이었다.
근데 그걸 들은 사람이 그냥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단봉이는 이를 철저히 대비했다.
농협은 이를 전혀 모른다.
“놈들은 분명 모솔을 구하러 오겠지만, 우리가 오는지는 모를 겁니다.”
“그건 전혀 모르겠지.”
“그러니까 후진입해서 싹 쓸어 담는 거죠.”
-ㄹㅇ
-ㅋㅋㅋㅋ상상도 못할듯
-뒤통수 쳐서 같이 조지자
-깜놀할 듯.
-근데 죽이면 레드되는데 ㄱㅊ??
이건 완전한 오판이었다.
* * *
밤이 도래했다.
치즈마을 밖은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아 횃불을 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도 아직 움직이지 않았지만.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치즈마을의 거대한 두 세력이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다.
도우너츠는 다시 되새긴다.
‘무조건 후진입이다.’
상대보다 늦게 들어가는 게 핵심이었다.
상대가 먼저 몬스터와 싸우고, 그걸 뒤에서 덮치면서 몬스터와 함께 다 쓸어버리는 것.
단, 여기서 문제가 있다.
‘상대를 함부로 죽이면 레드 플레이어가 돼서 여론을 잃을 수 있다.’
치즈마을 주민끼리의 살인은 당연히 엄격히 금지된 사항이란 것.
이에 도우너츠는 뒤쪽을 흘끔거리며 물었다.
“젤로한테 받은 거. 잘 챙겼겠지? 소맥?”
소주와 맥주.
모솔과 난트전을 함께했던 바텀듀오다.
그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 물론이죠.”
“할 수 있겠어?”
“이것이 기찬이를 구원할 수 있다면…… 기꺼이 던지겠습니다.”
“보내겠습니다. 솔리아의 곁으로.”
-사명감 거의 독립투사급ㅋㅋㅋ
-얘네 진짜 사이비같애 ㅋㅋㅋㅋ
-뭔 구원ㅋㅋㅋㅋ
-또 폭탄테러야??
-ㅈㄴ기대된다
상대를 죽이면 레드 플레이어가 된다.
이것에 대한 도우너츠의 답은 폭탄이었다.
젤로와 거래한 건 철 장비뿐이 아니었던 것이다.
‘폭탄으로 죽이면 레드가 안 될 줄이야.’
피식.
도우너츠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복수를 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렇게 밤이 무르익고, 아우우울프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아우우우우우~”
몬스터들이 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수색대의 메시지가 온다.
[귓) 그린티: 기사단 쪽 불 꺼져 있습니다. 출발한 것 같습니다.]기사단이 출발했다는 보고다.
“수색대에서 보고가 왔다. 그들이 이미 출발했다.”
“……!”
모두가 긴장한 채 고개를 끄덕인다.
그 숫자만 서른.
농협에서 대체로 나서지 않던 일반 회원들도 전부 나선 대전투였다.
전원이 철갑을 입고 있다.
“가자.”
척.
도우너츠가 가장 선두로 나서며 마을 광장의 어둠을 갈랐다.
농협의 모두가 모솔의 집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사락-
농협 지부 구서의 어둠 속, 수풀에서 누군가 움직인다.
숨어 있던 홍송이다.
그녀가 귓말을 보낸다.
[귓) 홍차: 농협 애들 출발했습니다.]-ㄷㄷㄷ
-긴장감 쩐다 ㅋㅋㅋ
-와 ㅋㅋㅋ
-첩보물이냐고 ㅋㅋㅋ
-ㄷㄱㄷㄱㄷㄱ
-농협 뒤졌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