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9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25화(996/100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25화
40. 불멍(2)
단무지.
아몬드는 이 사람을 옆에서 꽤 오래 지켜봤다.
‘음. 단봉이는 말이지…….’
물론 치즈마을 시간 기준이다.
실제로는 난트전 미드에서 마주친 걸 제외하면 이틀만 본 사이.
‘음. 보니까…….’
여튼, 그럼에도 아몬드는 이제 단무지, 아니, 단봉이를 꽤 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본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애는 참 착해.’
이는 비꼬는 말이 아니다.
살다 보면 그런 사람들이 있다.
처음 태어나길 선하게 태어난 사람들. 그냥 뭔가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폐가 되거나 싫은 소리를 잘 못 하는 그런 사람들.
단무지가 고봉이에게 억지로 윽박지를 때가 있지만, 타고난 성격은 다 드러나는 법이다.
재미를 위해 억지로 텐션을 올리지 않으면, 단무지는 고봉이의 엉덩이를 걷어차지 못한다.
아직 프로에서 스트리머로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단무지가 방송을 살리기 위한 몸부림일 뿐인 것이다.
-ㅋㅋㅋㅋㅋ
-단봉이 방송 흥하누
-와 시청자 뭐임?
-단봉이 이번 이벤트에 사활을 걸었구나;
실제로 사람들 반응이 좋지 않은가?
그러니 그는 슬슬 깨달아야 했다.
이 업계에서 선한 기질은 방해가 될 확률이 높다는 거.
‘기사단은 거친 일을 하는 곳이니까.’
그걸 아몬드가 업계 선배(?)로서 알려주고자 했다.
‘내가 알려줘야지.’
이로써 그는 농협을 걸고넘어졌다.
그들을 더 끓어오르게 만들기 위해서.
“농협이 몬스터 퇴치를 먼저 해봐. 기사단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
“!”
“분명히 그걸 또 정치적으로 이용할 거 아냐. 네 말대로면.”
“그…… 그럴 수가…….”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아무리 악이라고는 없는 순둥이라해도, 자신의 이익과 직결되는 걸 방해하려는 건 참지 못하는 법이다.
‘남의 밥그릇은 함부로 건들면 안 된다고 할머니께서 늘 그러셨지.’
단무지 같은 놈도 밥그릇 앞에선 눈에 불을 켜는 거다.
지금 그의 머릿속 농협은 기사단의 밥그릇을 건드리는 걸 넘어 거의 걷어차다시피 하고 있었으니.
농협은 악마였다.
“그…… 그 자식들이…… 기어코 선을 넘는군요. 힐링 게임이라더니!! 하고 싶은 거 하면 된다더니!!!”
-?
-아직 안넘었는데 ㅋㅋㅋ
-넘을 수도 있다는건데 ㅋㅋ
-다크봉 ㄷ
-농협이 힐링겜이라고했냨ㅋㅋ
-흑홬ㅋㅋㅋㅋ
-단봉이 진화~! [스컬단봉이]
“확실하게 이 기회에 밟아놔야겠습니다.”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단무지는 온갖 경우의 수를 스스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만약 농협과 저희 동선이 겹치면 어떻게 할까요?”
혼자 질문을 던지고 혼자 대답하는 단봉.
“아. 이렇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타다다닥.
칠판에다 동선을 끄적인다.
“그놈들이 눈치 싸움을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저희가 인지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둬야 합니다.”
작전을 수립하기 시작한다.
적을 속이는 방식부터 불을 지르는 과정까지.
“그냥 불을 지르는 걸로는 안 됩니다. 불이 우리가 원하는 모양으로 적들을 감싸야 합니다. 불의 방향을 잡아줄 연료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기름도 없잖아.”
“음…… 제가 생각한 건 이겁니다.”
척.
단봉이가 홍차 집에 있던 초를 들었다.
“이 양초라는 거. 마을 상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NPC들이 팔고 있지만, 사실 이거 엄청 잘 타고 성능 좋은 기름 아니겠습니까?”
“오…….”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될 것 같았다.
마른 장작 같은 거보다 훨씬 효율 좋게 불길을 유지해 줄 것이다.
-무친넘들ㅋㅋㅋㅋㅋㅋ
-이걸 라이브로 듣게 될 줄이야
-ㅋㅋㅋㅋㅋㅋㅋ강도 회의
“그럼 어떤 모양으로?”
“이렇게 해놓으면 적들은 못 빠져나가고…… 저희는…….”
스스슥.
단봉이가 두루마리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몬드는 쳐다보다가 고봉이에게 말한다.
“고봉아. 너랑 레송이랑 같이 가서 먼저 세팅해라. 시간이 없어.”
“옙!”
고봉이가 양초 살 돈을 들고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효과가 좋네.’
단봉이가 불타오르니 일이 척척 진행됐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 * *
“나간 척 불 끄겠습니다.”
단무지의 작전대로 모두가 불을 끄고 단무집 안에서 숨어 대기했다.
닉네임이 멀리서 안 보이도록 닉네임 설정을 끈 건 물론이다.
띠링.
[귓) 홍차: 농협 애들 출발했습니다.]이때 파견된 홍송이에게 귓말이 온다.
불이 꺼진 걸 보고 이쪽이 이미 출발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와 진짜 낚였네?
-ㄷㄷㄷ
-제갈봉명ㄷㄷ
-단봉이 전략 뭔데!
-악을 품은 단봉이는 강하다……
-캬
귓말을 본 단무지가 오더한다.
“출발했다고 합니다. 근처에 저희를 보고 있는 농협 놈들이 있다는 거니까. 조심해서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는 몰래 만들어둔 뒷문을 열면서 덧붙였다.
“상대를 죽일 땐 꼭 불로 태워 죽여야 합니다. 레드 플레이어 되면 곤란하거든요.”
“오케이.”
아몬드는 뒤따라가며 고개를 끄덕였고, 기사단은 천천히 밤이 내려앉은 치즈마을을 가로질렀다.
아우우우우우──
달빛 아래, 몬스터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 * *
농협은 모솔의 거주지 근처에서 대기했다.
“어딨어? 그 자식들.”
도우너츠가 주변을 살펴본다.
기사단의 흔적은 없다.
“몬스터 나오면 나오겠지.”
뿔라면이 심드렁히 대꾸하며 그린티 쪽을 쳐다본다.
“야. 그린티. 너 제대로 봤냐?”
“그럼요. 이미 불 다 꺼져 있었어요. 얘네 미리 가서 대기하는 거라니까요? 홍차 때도 그랬어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했던 그 때를 그린티는 정확히 기억한다.
“흠…… 믿어보자고.”
농협은 일단 기다렸다.
쿠구구구……!
잠시 후 땅울림이 느껴졌다.
몬스터들이 슬슬 다가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모솔이 피해를 좀 입으면 등장할 거예요. 그래야 구해주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홍차 때 썼던 방식을 그대로 쓸 거라고 예측하는 그린티.
이에 대해서 딱히 의문을 품은 사람들은 없었다.
명예회복과 모솔의 구출, 그리고 영입.
그것 외에 기사단이 다른 목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몬스터를 막아주는 것에 무슨 이득이 있다고 달려오겠는가?
“올 거야…….”
그러니 도우너츠도 굳게 믿었다.
그들이 올 거라고.
“아우우우우우우우!”
아우우울프의 울음소리가 이제 코앞이다.
쿠구구구궁!
뚜두더지들이 땅을 파고 들어오며 하나둘 튀어나와 밭을 망가뜨리기 시작한다.
“으아아악! 이 망할 놈들! 왜 우리 집에 왔어!?”
모솔이 튀어나왔다.
그는 어디서 구했는지 나름대로 청동 칼 정도는 들고 있었는데.
촤악! 촥!
실력도 꽤 발군이어서 뚜두더지들이 생각보다 쉽게 쓰러졌다.
그러나 진짜 난관은 뚜두더지들이 아니었다.
홍차 때도 그랬다.
“크르르르!”
“왈! 왈!!”
아우우울프들이 둘러싸기 시작한다.
척.
모솔은 나무 방패까지 든 채로 아우우울프들에 대항한다.
“흐아아아! 흐압!”
퍽!
막고 때리고, 막고 때리고.
마치 기계처럼 정확한 박자로 하나씩 쓰러뜨린다.
-와
-피지컬은 역시 모솔 ㅋㅋㅋ
-어린 놈 실력은 못이겨
-반속 보소 ㅁㅊ
-ㅋㅋㅋㅋ이걸???
-이걸 청동검으로 막는다고??
-나무 방패랑 청동검으로 ㅋㅋㅋ 미쳤네 ㅋㅋㅋ
“악! 뒤, 뒤에서!”
콰득!
그러나 아우우울프들의 무서움은 전방위 공격이다.
“씨, 씨…… 어, 어떡하지? 어? 귓말 보내라고? 누, 누구한테!?”
그는 시청자들과 대화하며 사태를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하는 듯했다.
“그냥 차라리 도망가는 게 좋아 보이는데요?! 물건 좀 챙겨서 도망갈게!”
그는 방패를 들어 올리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 오두막 벽에 등을 대었다.
등 뒤 공격은 더 이상 이뤄지지 못했다.
이쯤 되자 슬슬 농협 쪽에선 불안하다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
“아니, 대체 이놈들 언제 와?”
“이거 맞아?”
“그냥 저희가 구하면 되지 않을까요?”
기사단이 도저히 올 생각을 안 하는데.
이러다 모솔이 죽는 거 아니냐? 라는 의견이다.
“이럴 거면 우리가 구해서 명예를 얻죠? 그다음 기사단은 뭐 했냐고 구박하면 되잖아?”
뿔라면도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지 슬슬 꿈틀거린다.
“잠깐!”
도우너츠는 잠시만 더 고민하기로 했다.
“아직 모솔은 건재하다. 기다려.”
좀 더 극적인 순간에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그 극적인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기사단이 만들어줬다.
화르르르륵!!
갑자기 등 뒤쪽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하늘이 주홍빛으로 밝혀졌다.
“!?”
“뭐, 뭐야!”
“미친 산불이다! 산불!”
모솔의 오두막은 마을의 변두리에 자리하고 있었고, 여기엔 나무가 굉장히 많았다.
불이 붙기만 한다면 탈 것은 넘쳐난다.
그리고 굉장히 빨리 붙는다.
화르르르륵!
모솔 쪽만 보고 있던 농협은 그들을 다 둘러쌀 때까지 반응하지도 못 했을 정도로.
-ㄷㄷ
-뭐야
-불??
-헐
-다 죽게 생겼는데?
-악
농협의 모두가 소란스러워졌지만, 도우너츠는 생각보다 침착했다.
“불을 뿜는 몬스터가 합류했나?”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일어서서 대충 탈출구를 살폈다.
애초에 불 정도는 그냥 잠깐 지나가면 그만이다.
“일단 빠져나가자. 불 때문에 안 되겠다. 기사단도 안 보이고.”
그는 매우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그냥 잠시 후퇴하는 것이다.
불이 사그라들 때까지.
근데 간과한 게 있었다.
이 불은 사그라들 리가 없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륵!!!
“?”
그저 화전민이 흩뿌리는 간단한 불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산불, 화마가 되어 자라나고 있었다.
누가 계속 불을 붙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냥 한 번 뛰어서 건너간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서바이벌 크래프트는 꽤 잘 만들어진 생존 게임.
별의별 상태 이상이 준비되어 있다.
팅!
[호흡 곤란 – 15%] [공기 중 가스 농도가 높습니다!]“컥……!”
“으, 으 어쩌지!?”
가스 농도라는 말 앞에 당황한 농협.
“후퇴하자! 후퇴!”
도우너츠가 아까보다는 다급한 투로 뒤쪽으로 선회하려는데.
“어, 어디로 가요? 이거 불이 얼마나 클 줄 알고!?”
이때 뿔라면이 어딘가 가리킨다.
“……저, 저기! 저쪽! 저쪽이다.”
빈틈을 발견하고 내달린다.
“따라가! 따라가!”
불길은 인간을 다급하게 만든다. 이건 어쩌면 DNA에 새겨진 본능.
설령 게임이라 할지라도, 사방을 휘어 감싸는 불길은 모두를 채찍질했고, 결국 최악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순간 그곳이 탈출구인 줄로 알았겠으나.
화륵……!
불길의 붉은 커튼이 젖혀지며, 이 무대의 진짜 주인공이 등장했다.
뿔라면은 두 눈을 의심했다.
‘뭐야.’
철갑 위로 반사된 불길이 이글거리는 것이 꼭 악마가 웃음 짓는 것 같았다.
그것이 입을 쫘악 벌리며 말했다.
“치키챠!”
퍼억!
발로 뿔라면을 뻥 차버리는 철갑의 기사.
뿔라면은 물론, 일렬로 따라오던 농협일원들이 우르르 무너졌다.
‘뭐야.’
‘응?’
‘대체…….’
털썩.
갑자기 주저앉게 된 그들은 멍하게 기사단을 쳐다봤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
-뭐야???ㅋㅋㅋㅋ
-엥???
-불 얘네가 지른 거야!??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ㅋ
-대반전 ㄷㄷㄷ
-헉ㅋㅋㅋㅋㅋ
-진짜 악마새끼들이냐곸ㅋㅋㅋ
-와 이게 불멍이죠? 힐링되네요! 힐링겜 맞네!
-캠프파이어(장작: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