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9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26화(997/100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26화
40. 불멍(3)
마을로 돌아온 파프리카 사람들.
그들은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마을 한가운데 캠프파이어를 만들고 서로 수다를 떨면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이제 치즈마을한테 음식을 수급받을 테니, 남은 고기로 축제를 벌이는 것이다.
“그놈들 완전 쫄았던데?”
“으하하하. 새우 하나만 용암술사로 만들기 진짜 잘했다니까!?”
“작전 지렸다. 오렌지야~”
이 작전의 총괄은 오렌지였다.
“겁주는 데에는 딱 한 명이면 족하니까요.”
길드 간 경쟁이 큰 RPG 게임 경험이 많은 오렌지.
그렇기에 그는 알고 있었다.
‘굳이 직접 싸울 필요 없지.’
단체와 단체가 붙을 때 꼭 싸움으로 번지지 않아도 이기는 방법.
애초에 인간이란 동물은 극단적인 상황을 치닫는 걸 피하고 싶어 한다.
그게 조직과 조직의 전투인 경우 더욱 그렇다.
결국 싸우지 않고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 하는데.
그랬을 때 대체로 누가 더 강한 아이템을 갖고 있느냐로 협상의 주도권이 정해지곤 했다.
보통 이때 팀의 리더를 보게 된다.
리더의 아이템이 곧 길드의 전투력과 비례하곤 했으니까.
오렌지의 전략은 그런 심리를 노린 일종의 트릭이었다.
냉병기 위주의 싸움에서 용암술사의 등장.
“아마 우리 엄청 무서워 보였을 거야.”
“오줌 지리지~”
“으흐흐흐하하하!”
말 그대로 비대칭 전력.
당연히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공포에 떨어라! 노란 곰팡이 놈들아아!”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공포의 기준선을 너무 낮게 잡은 것일 수도 있었다는 걸.
* * *
뿔라면은 분명 목격했다.
침략자들이 광장에 왔을 때. 용암술사가 순식간에 풍선껌을 녹여 버렸을 때.
분명 공포스러웠다.
그러나─
‘이건 너무하잖아?’
지금에 비하면 어떤가?
“치키챠!”
──퍼억!
불길 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발길질.
뿔라면을 뒤따라오던 농협 일원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진다.
“으억!?”
“뭐야?”
털썩.
주저앉자 보이는 건 한 남자의 인영.
사악하게 웃는-사실 투구 때문에 보이진 않는- 얼굴이 그들을 내려본다.
‘……어?’
‘이게 무슨?’
‘설마.’
얼이 빠졌다.
절대 사람이 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 곳에서 등장했다.
덜덜.
이에 뿔라면은 진정 공포를 느꼈다.
캡슐 너머로 진짜 신체에까지 그 감각이 전달되는 듯했다.
‘이런 미친놈들?’
이들은 기사단이었다.
이 자식들이 일을 벌인 것이다.
농협 하나 잡겠다고 모솔 집 주변을 죄다 태워 버린 것이다.
진짜 광기.
이 말은 이때를 표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ㄷㄷㄷ
-이 또라이 새끼들ㅋㅋㅋ
-와 ㅋㅋㅋ
-기사단 이거 싸패아냐??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추가로 불을 질러 퇴로를 더 막는다.
“화둔! 호화병의 술!”
퉤!
뒤쪽에서 고봉이가 손수 제작한 화염병을 내던지며 침을 뱉는다.
그게 꼭 입에서 불이 튀어나온 것만 같았다.
화르르륵!
불길에 퇴로가 막혔다.
-고봉이 미친ㅋㅋㅋㅋㅋㅋㅋ
-도라이냨ㅋㅋㅋ
-화둔 ㅇㅈㄹㅋㅋㅋㅋㅋ
-???: 불 한 방울 없는 곳에서 이 정도의 화둔을……!?
-캬
-우치하 고봉 ㄷㄷ
‘이…… 이대론 다 죽어.’
뿔라면은 머리를 휙휙 흔들고 정신을 차렸다.
“뭐야, 뚫어! 저놈들 쪽으로 뚫어!!”
놈들이 여기 들어왔으니, 나가는 길도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뛰어라!”
“와아아아!”
터엉……!
기사단은 방패로 그들을 한 번씩 더 밀치기만 했다.
활로는 좁고, 들어가야 하는 사람은 많다.
“화둔! 화둔! 화둔!”
쨍그랑!
화염병은 계속 뒤를 조이고 있다.
퍼어엉!
퍼벙!
“더……! 더 밀어!”
“방패 부숴!”
이에 맞서 아몬드가 외친다.
“방패벼어어억!!”
척!
철 방패로 만들어진 방패벽.
어지간해선 부서질 생각을 안 한다.
터엉!
터덩!
그리고 기사단이 숫자를 센다.
“하나…… 둘…….”
고봉이가 기사단 바로 코앞에 화염병을 내던지며 외친다.
“세엣!”
퍼엉!
힘차게 밀어버림과 동시에, 화염병이 깨진다.
화르르르륵!!
마침내 모든 활로가 불길로 뒤덮이고, 기사단은 뒤돌아서 도망친다.
“제, 젠장?!”
“나갈 곳이 왜 없어!?”
“그냥 이거 불 건너서 가자! 잠깐만 맞으면 되잖아!”
-그래 걍 뛰어
-ㄹㅇ 걍 나가라고
-제발 좀 나가 잠깐 불 붙고 말면되는데??
-왤케 답답하누
농협 중 몇은 빠르게 판단해 불길 하나를 그냥 건너갔다.
그러나 이건 그 무엇보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뭐야?’
화르르륵!
그 불길을 지나치자, 불은 농협 일원들의 몸에 들러붙었고, 그 불은 다시 그들이 밟는 마른 잔디 위에 들러붙었다.
‘어라?’
그들 자신이 화마의 전염병을 퍼뜨리는 보균자가 된 것이다.
불은 더 많이, 크게 번져나갔다.
그것도 순식간에.
화르르르르륵!!!
-ㅁㅊㅋㅋㅋㅋㅋ 이거 망했다 ㅠㅠ
-아마테라스 ㄷㄷ
-앗……
-이렇게 되는구나……ㅠㅠㅠㅋㅋㅋ
-아오 훈수시치!
-누가 나가라함??ㅋㅋㅋ
시뻘건 불길이 하늘까지 뒤덮는다.
“으앗!”
“아아아아아악!”
“미친…….”
이미 그들은 제대로 된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시커먼 연기와 언뜻 보기에 사방을 다 감싼 것 같은 불길.
도우너츠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대…… 대체 어떻게 저렇게 잘 옮겨붙는 건데!?”
이해할 수 없었다.
어두운 와중에 너무 강한 빛이 일렁이니,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러던 중─
파삭.
‘이…… 이건?’
도우너츠는 자신이 밟은 뭔가를 보고 눈을 의심한다.
이 하얗고 딱딱한 건 뭐지.
화이트 초콜릿 같은 느낌.
녹였다가 다시 굳은 촛농이다.
‘서…… 설마.’
그렇다.
불길이 이렇게 빠르게, 저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번진 건 우연이 아니었다.
이건 그냥 불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설계된 불의 미로.
“이런 미친놈들? 촛농을 깔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왘ㅋㅋㅋㅋㅋㅋ
-ㄷㄷㄷㄷ
-헐ㅋㅋㅋㅋ
-개미지옥이었네……
-개미털기 ㄷㄷ
-???: 자 이제 누가 경제학과지?
도우너츠는 지금이라도 모두 멈춰야겠다는 생각으로 손을 휘휘 저으며 사람들을 막아서지만.
“안 돼! 안 돼애! 나가지 마! 발에 촛농이 묻으면 끝…….”
물론 한참 늦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뿔라면 님이 재가 되었습니다.] [백숙 님이 재가 되었습니다.]처음이 어려웠을 뿐이다.
기름진 인간을 연료 삼아 불은 더, 더 거세졌다.
인간들이 뜨겁다고 뛰어다니면, 그곳 모두가 불길이 번졌다.
“제, 젠자아앙!”
나가지 않았던 농협 일원들이 서 있을 자리도 점점 줄어들었다.
“협회장님!? 어떡해요!? 어떡…… 끄아아아아아!”
하나씩 불의 마수에 잡혀 끌려간다.
“……젠장! 제엔자앙!!”
화륵!
도우너츠의 발끝에도 불이 붙었다.
-???: 놀러오세요! 치즈마을!
-사람을 산 채로 태워죽이는게 힐링겜??
-ㅋㅋㅋㅋㅋㅋㅁㅊ
-캠프 파이어: 한 캠프를 태워죽인다는 뜻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불장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망할 기사다아아아아안!!!”
이것이 도우너츠의 유언이었다.
[도우너츠 님이 재가 되었습니다.]농협의 서른이나 되는 일원이 단 다섯 명에게 완전히 당해버렸다.
먼발치에서 불길을 내려보며, 단봉이가 웃어댔다.
몬스터와 농협까지.
기사단의 모든 적을 다 섬멸했다.
“으, 으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
두 팔을 벌리며 보란 듯이 더 크게 웃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
그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메소드 연기 뭔데 ㅋㅋㅋㅋ
-ㅁㅊㅋㅋㅋ
-제갈봉명 ㄷㄷ
-진짜 미친놈같아여……
-타락하는 단봉이 ㄷㄷ
-캬
-다크 히어로의 탄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봉이 컷 많이 나오겠누 ㅋㅋㅋㅋ
잠시 후.
[모솔 님이 재가 되었습니다.]모든 몬스터도 타들어 가고, 진짜 타깃이었던 모솔마저 쓰러지면서 기사단의 작전은 완전하게 성공했다.
* * *
“……파, 파프리카 마을 사람들보다 얘네들이 훨씬 무서운데요?”
박오훈이 화면을 지켜보다가 얼이 빠져 중얼거렸다.
“크흠…… 뭐, 의도대로 안 되는 게 이런 일의 묘미지.”
본래 의도에서 벗어난 지 한참이긴 한데. 파프리카가 쳐들어온 것도 이런 식으로 묻히게 될지는 추호도 몰랐다.
그것만큼은 제작진이 준비한 확정 이벤트였달까?
지금 이 장면을 본 시청자들 중에 파프리카가 쳐들어왔었다는 걸 기억할 시청자가 몇이나 될까?
1위) 파프리카 마을 대격돌 드디어!
2위) 기사단 이 미친놈들ㅋㅋㅋㅋㅋㅋㅋ
3위) 방금자 단봉이의 타락. gif
4위) 위에서 내려다 본 불의 미로 ㄷㄷ
이미 스트리머 가든의 이슈글은 방금의 사건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1위 글이 파프리카 마을에 대한 것이지만, 그마저도 금세 내려갔다.
1위) ???: 용암술사? 그런걸 왜 얻지?
==== ====
(사진)
무직 화염법사입니다만?
==== ====
아몬드가 뿔라면을 발로 차는 사진이 들어간 글이 순식간에 1위가 되었다.
-ㅁㅊㅋㅋㅋㅋㅋㅋ
-취업 왜 함! 그냥 올튜브 켜!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용암술사 진짜 왜함?ㅋㅋㅋㅋㅋ
-이 얼마나 강한 화염법사면 용의 숨결도 쓰시잖아~
└ㄷㄷㄷㄹㅇ이네 ㅋㅋㅋㅋ
└맞넼ㅋㅋㅋㅋ
└날 때부터 화법인 새끼 ㅋㅋㅋㅋ
-우치하 일족 개같이 부활
-누구는 하루 종일 땅 파서 용암술사 하나 만들었는뎈ㅋㅋㅋㅋ 그냥 쥐불놀이로 경쟁자 다 죽이는 새끼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쥐불놀잌ㅋㅋㅋㅋ
용암술사의 임팩트보다 기사단이 보여준 이 화염술(?)의 임팩트가 누가 봐도 더 강했다.
실제로 사람이 죽어 나갔고, 완벽하게 세력 구도를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7위) 이거 팔문금쇄진 아님? ㄷㄷ
==== ====
(사진)
아몬드가 국가대항전에서 배운듯
==== ====
불의 미로를 위에서 찍은 사진을 두고 팔문금쇄진이라 하는 글까지 나왔다.
-단봉이가 설계한건데 뭔ㅋㅋㅋㅋ
-뭐만하면 팔문금쇄진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이겼으니까 팔문금쇄진 맞습니다 ^^
-또문금쇄진 ㅅㅂ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국가대항전 중국전 생각나네 ㅋㅋ 팔문금쇄진 호들갑 다 떨더니 3대떡 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
└순식간에 끝남ㅋㅋㅋㅋ
└ㄹㅇ 일본 해상전이 더 긴장감 있었음
사실 대충 요상한 진법 비스무리한 것만 보면 ‘이거 팔문금쇄진 아니냐?’라고 하는 게 국가 대항전 이후로 유행하던 밈이었다.
당연히 단봉이가 설계한 불의 미로는 팔문금쇄진이 아니었고, 살아 있지도 않은 불길로 그런 진을 짜는 게 의미가 있지도 않았다.
그냥 잘 설계된 미로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제작진 중 누군가 화면을 가리킨다.
“어…… 어? 들어간다!”
“뭐야. 왜 들어가지!?”
팔문금쇄진을 방불케 하는 불의 미로. 그 안으로 기사단이 들어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정확히는 아몬드와 봉봉이들이 들어간다.
송송이들은 적들이 혹시라도 빠져나올 것을 대비해 외곽을 돌며 대기하고 있었다.
“……?”
“뭐하는 거지?”
“이걸 들어가?”
이걸 들어가야 했다.
이들이 불을 지르기로 한 최초의 이유 때문이다.
[비옥한 토양]도처에 깔린 비옥한 토양을 가져가기 위해서.
“얼른! 얼른!”
“으앗 뜨거!”
“방금 나와서 뜨겁습니다요~!”
그들은 불길을 어떻게든 피해 가면서 비옥토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땅의 주인인 모솔이 죽은 이 시간 동안 그들은 마음껏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모솔 땅부터!”
“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