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9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29화(999/100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29화
41. 풍선일보(3)
스르륵.
캡슐이 열리고 상현이 몸을 일으켰다.
연봉 협상으로부터 도망 나온 참이다.
“후아. 길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팔을 쳐다봤는데.
떨림이 심하진 않았다.
치즈마을에선 방송을 길게 해도 별 무리가 없었다.
대체로 움직임에 집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집중이라고 해봐야 빨리 삽질해서 비옥토 캐는 게 전부였다.
그 정도는 평소 상현이 수행해야 했던 게임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거나 마찬가지.
“요즘 방송 너무 길게 하는 거 아니야?”
주혁이 와서 걱정스레 묻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저녁 시간까지 거른 것이다.
“아냐. 그냥 할 만하니까 하지.”
상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기지개를 켠다.
“으으읏……! 저녁은 뭐 먹지?”
점심을 너무 배 터지게 먹어서 저녁은 별생각이 없었는데.
그것도 아까 전 생각이지 이미 8시간 가까이 지나니 배가 고팠다.
“음. 해 먹긴 좀 늦었고.”
주혁도 시계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입맛을 다신다.
“치킨 고?”
“고.”
짝.
둘이 간만에 통했다며 손뼉을 친다.
“나가서 사 오자. 요즘 방송도 흥하는데…… 어때, 맥주도?”
“물론.”
그들이 말하는 치킨은 배달 치킨이 아니다.
동네에 있는 옛날 치킨이었다.
예전부터 상현의 할머니가 사다 주시던 치킨.
“으흐흐.”
주혁은 신이 나서 옷을 갈아입었다.
‘금수저 주제에 이런 거 엄청 좋아하네.’
상현은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신발을 신는다.
이런 건 도통 입에도 안 댈 것 같은 녀석이 사실은 환장하고 먹는 게 웃기달까.
* * *
주혁과 상현이 치맥으로 간만의 신나는 저녁을 보내는 사이.
치즈마을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갔다.
특히 방금 자신의 거처로 돌아온 풍선껌.
“이건 특종이다, 특종이야~”
그는 어느 때보다 흥분한 채로 마을의 한 NPC를 찾아갔다.
“저기요. 벽보용으로 좀 쓰려는데, 종이 좀 사겠습니다.”
그는 유저들이 필요한 잡동사니를 팔아주는 NPC ‘팔이’였다.
“종이요? 저희 문명 수준에 그런 건 없고…… 여기 천 같은 게 있긴 한데.”
“여기에 이미지 삽입되나요?”
“예. 종이랑 똑같아요. 근데 이걸로 뭐 하시게요? 약초꾼 아니세요?”
“저도 이제 제 살길 찾아야죠. 기사단 원서도 넣긴 했는데, 솔직히 안 뽑힐 거 같고…….”
“아. 어떤 살길이요?”
풍선껌과 팔이는 조금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풍선껌이 처음 약초꾼을 시작했을 때 그의 약초를 사들이던 게 바로 이 팔이였기 때문.
그렇기에 그는 풍선껌이 어떤 직업을 택하려는 건지 나름대로 걱정이 됐던 것인데.
“저…… 이 마을 최초의 언론인이 되려고요.”
팔이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언론인이요? 그런 직업은 없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ㅋㅋㅋㅋㅋ
-팔이야 너 T냐?
-창조 직업ㅋㅋㅋ
-ㅠㅠㅠㅠ
-왜 없어 만들면 있는거야! 그게 서크라고!
“그…… 그러니까 제가 만들려는 거죠. 와하하!”
언론인이라는 직업은 없었다.
그냥 자유롭게 역할 놀이를 즐기려는 것뿐.
그런데─
“비슷한 건 있습니다.”
“……예?”
“비슷한 건 있다구요. 한번 들어보실래요?”
그런 게 있었다고?
풍선껌은 눈을 껌벅이며 목록을 쳐다본다.
‘없는데?’
그렇다.
없다.
원래는 없었다.
풍선껌은 새로운 직업을 발견한 것이다.
띠링.
[직업 ‘이야기꾼’을 발견했습니다.]-헉ㅋㅋㅋㅋㅋㅋㅋ
-ㄷㄷㄷㄷ
-히든??
-ㄴㅇㄱ
-ㅁㅊ ㅋㅋㅋㅋㅋ
-될놈될ㅋㅋㅋㅋㅋ
-이게 운빨 미쳤네 ㄹㅇㅋㅋㅋㅋ
-와 ㅋㅋㅋ
마을의 여러 NPC들에게 말을 걸다 보면 숨겨져 있던 직업이나, 새로운 정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빅팜에게 땅을 분양가에 넘겨서 ‘후원자 코인’을 받았던 것과 비슷한 것이다.
“뭐, 뭐야 이거. 진짜야? 와.”
풍선껌은 우연히 그런 요소 중 하나를 찾아낸 것.
띵~!
풍선껌에게 [이야기꾼 코인]이 지급됐다.
“이야기꾼은 한 개만으로 전직 가능합니다. 관심이 있으시면 한번 해보시죠.”
“가…… 감사합니다!”
“무운을 빕니다.”
척.
팔이는 무림인 같은 인사를 건네며 이만 대화를 마쳤다.
풍선껌은 얼른 코인을 소모해 본다.
[풍선껌 님이 ‘이야기꾼’ 1차 전직하였습니다.]서버 채팅창에 새로운 직업의 존재가 알려졌다.
* * *
“……이야기꾼?”
“이게 뭐야.”
“글쎄.”
“이런 게 있었나?”
“히든 아냐?”
히든 직업.
말 그대로 숨겨져 있는 직업을 말한다.
그러니 이야기꾼도 일종의 히든 직업이라 할 수 있겠으나.
“에이, 풍선껌 님이 무슨.”
사람들은 그냥 웃어넘겼다.
“하긴.”
“히든이 뉘 집 개 이름이여?”
-너무하네 사람들ㅋㅋㅋㅋㅋ
-풍선껌이 히든은 좀 웃기긴해 ㅎ
-히든이 아니면 뭔뎈ㅋㅋㅋ 공개 안됐던 직업인데
히든 직업의 소유자가 풍선껌이라는 이유로 이건 히든 직업이 아닌 게 되어버린다.
사실 이들이 이야기꾼을 히든 직업이 아니라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이들이 말하는 히든 직업이란 건, 그냥 ‘굉장히 강한’ 직업이지, 단순히 숨겨져 있던 직업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런 의미에선 히든이 아닌 게 맞다.
이야기꾼은 어떤 물리적 강함을 보장해 주는 직업은 아니었다.
단…… 다른 방면으로 강했다.
마치 펜이 칼보다 강할 때도 있듯이.
* * *
그 시각 단무집.
아몬드가 로그아웃한 후.
봉봉이들 둘만 남아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 이후에 뭔가 벌어진 상황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근데 아까부터 갑자기 면접 취소 요청이 오고 있습니다요.”
“면접 취소?”
“예. 그냥 안 보러 온다네요. 서류 통과했다고 귓 보내주니까.”
“…….”
단봉이의 표정이 굳었다.
인력은 필수인데.
사람들이 기사단 입단을 꺼리고 있다.
“그, 그러면 어디로 간대? 농협?”
“그건 모릅니다요.”
“이 자식들이…….”
“이거 저희 여론이 너무 안 좋아져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요?”
“……음.”
단봉이는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럴 거다. 농협은 여론전을 주력으로 플레이하고 있는 것 같고…… 도우너츠가 침략자를 몰아낼 때 우린 아무것도 못 해서…….”
“점심 먹고 온 것도 죄랍니까!? 이걸 어떻게 하죠?”
“음.”
생산성을 올리는 법, 몬스터를 처치하는 법, 혹은 전쟁에서 이기는 법은 알지만 여론을 얻는 법은 도통 모르는 단봉이.
“……모, 모르겠어. 이걸 어떻게 하지?”
“제가 볼 때 농협 놈들. 이 불도 지들이 껐다고 언플할 것 같습니다요. 딱 꼴을 보니까.”
고봉이가 나름대로 정확하게 짚어냈으나.
“그…… 그래?”
“예. 자기들이 다 불타 죽지 않았습니까요? 그러니까 또 영웅 행세나 하겠지요! 실상은 우리 담그려고 왔었으면서!”
“…….”
단봉이는 고개를 숙였다.
“하, 어떻게 하지?”
여론의 문제만큼은 그의 머리로 해결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면접 취소 요청이 하도 많이 와서 거의 절반은 날아갔습니다요. 요청 안 하고 그냥 노쇼 하는 놈들도 많을 텐데.”
-ㅠㅠㅠ
-아이고
-비옥토를 얻었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어쩌냐
“실상은 우리를 죽이려고 왔지만, 보이는 결과물은 그들이 영웅이라…… 이걸 어떻게 알리지? 하나하나 붙잡고 하소연하면서 설명해 줄 수도 없고.”
“그런다고 퍽이나 듣겠습니까요? 증거물이 없는데!”
“하…….”
“정치는 어렵습니다요…….”
“젠장.”
그런데 그때였다.
띵.
[홍차 귓) 단봉 님. 저희가 이상한 걸 주웠는데요.]홍차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 * *
현실에선 이제 대부분 잠에 들 시간.
치즈마을에 새로운 해가 뜬다.
풍선껌은 이곳을 자신의 데뷔 무대로 정했다.
마을 광장의 정중앙.
용암술사의 영향으로 용암이 아직도 고여있는 이곳.
마을의 역사가 담겨 있는 이곳에서 당당하게 선언하는 것이다.
치즈의 첫 번째 언론.
탕.
[풍선일보]그가 커다란 게시판 같은 곳에 이름을 걸어놓는다.
-풍선일봌ㅋㅋㅋㅋ
-앗……ㅋㅋㅋ
-캬
-조중동 나와! 풍선일보 나가신다!
-크
-스트리머 정론지 ㄷㄷ
“이야기꾼을 무시했던 사람들이 있다던데.”
풍선껌도 소식은 익히 들었다.
애초에 미호와 타코야기부터가 이야기꾼을 발견했다는 말을 듣고 폭소하기 바빴다.
하필 히든을 찾아도 뭘 그런 걸 찾냐면서.
“펜은 칼보다 강하다! 보여 드리겠습니다!”
-와!
-가즈아아!
-혁명이다아아
-대한독립 만세!
-ㅋㅋㅋㅋㅋㅋ
풍선껌은 인을 맺으며 새로운 스킬을 발동시킨다.
[호외]촤라라라라락!!!
순식간에 천 쪼가리가 복사되면서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ㅁㅊㅋㅋㅋㅋㅋㅋ
-카피닌자가 진짜 있누
-껌카시 ㄷㄷ
-캬
-그 유명한 카피닌자가 이거구나ㄷㄷ
-앜ㅋㅋㅋㅋㅋ
-쓸데없이 왤케 멋있어 ㅋㅋㅋㅋ
-???: 종이 한 장 없는 곳에서 이 정도의 복사를……
“호외요오오오오!!”
마치 ‘암행어사 출두요’처럼 비장하게 외치는 이 말에 광장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돌아보는데.
“!?”
“엥?”
“미…… 미친, 뭐야 저건.”
촤라라라라락……!
놀라운 숫자의 인쇄물이 흩뿌려지고 있었다.
인쇄물의 내용은 모두 동일했다.
.
.
.
‘이야기꾼…… 엄청나잖아?’
광기 서린 듯 똑같은 인쇄물이 마을 곳곳에 흩뿌려졌다.
왜 이렇게까지 뿌리고 다닌 걸까?
풍선껌이 언론인으로서 이 사건을 꼭 알리고 싶어서?
그건 20%만 정답이었다.
사실 그에게 있어서 기사 내용은 그냥 보여주기식.
진짜 중요한 건 위에 새겨진 자신의 언론사 이름.
[풍선일보]이런 언론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호외였다.
“풍선일보? 뭐지?”
풍선일보가 뭔지는 그 밑의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었다.
[마을 ‘대화재’ 그 불길로 뛰어든 건 기사단뿐이었다.]“시, 신문이잖아?”
“오…….”
대문짝만하게 실린 치즈마을 최초의 기사.
“……기, 기사단이?”
“뭐야. 농협은?”
“와. 기사단 불길로 뛰어드는 거 봐. 미쳤다.”
“단 셋이서?”
그들은 풍선껌이 순간의 편린만 보고 작성한,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기사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실상 모솔을 기사단이 구한 거잖아?”
“불을 끈 게 기사단이었구나…… 농협인 줄…….”
“기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농협이 침략자를 몰아낼 때 기사단은 한 게 없다는 이유로 여론이 안 좋았으나.
그건 단번에 뒤집어져 버렸다.
수백 마디 말보다, 이런 사진 한 장의 파워가 훨씬 큰 것이다.
시뻘건 불길로 재를 뒤집어쓴 채 당당히 앞으로 걸어가는 세 남자의 뒷모습.
그야말로 영웅 아닌가?
영웅이 되면 과거도 미화되게 마련.
“생각해 보면 기사단이 침략자들이 쳐들어왔을 때 못 왔던 건 점심시간이라서잖아?”
“그래. 얘네들도 점심은 먹어야지.”
“보호비도 억까야. 애초에 보호비 받는다고 한 적도 없대. 아직 어떻게 운영할지도 안 정했다더라고?”
“엥? 그래? 완전 오해했네?”
그간의 오해도 저절로 해소되었으며, 사람들의 마음이 돌아서기 시작한다.
“난 면접 안 가려고 했는데, 오늘 가야겠는데?”
“뭐? 면접?”
“응. 오늘이 면접 날이야.”
“아씨. 그래? 나도 기사단 지원 안 되나?”
“DM으로 문의해 봐.”
새로 지원한다는 사람도 생겼으며.
“난 취소했는데…… 이미…….”
“어? 취소한다고 벌써 말한 거야?”
“하씨…… 응.”
“가서 빌어 봐.”
“현장에서 지원해 볼까?”
“그래. 받아주겠지. 서류 통과했는데.”
취소 요청했지만, 다시 가고 싶은 사람도 생겼다.
그리고─
“이건?”
탁.
도우너츠의 발치에도 떨어진 인쇄물.
그는 농협인들을 이끌고 광장에서 자신들을 홍보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신문을 보고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무슨…….’
실시간으로 얼굴이 벌게진다.
“이…… 이 무슨…… 언론 유착 아니야 이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뭐냐?ㅋㅋㅋㅋ
-풍선일보 ㄷㄷ
-헉ㅋㅋㅋㅋㅋ
-기사단이 영웅 ㅅㅂㅋㅋㅋ
-사람을 산 채로 구웠는데 영웅이라니
-이게 사회지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미쳤다 컨텐츠 ㅋㅋㅋ
그때,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도우너츠 쪽으로 모여든다.
“뭐야. 근데 농협은 불날 때 뭐 했어?”
“불날 때는 뭐 하다가 또 광장에 우르르 몰려왔어?”
“소문을 듣자 하니 감자 주가 폭락도 쟤네가 조작한 거라던데.”
“쟤네 뒤 구린 거 아니야?”
여론이 바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