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00)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내 작업실.
미친 척하고 승급할 생각으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이래서 가챠 게임이 악마의 게임이라고 불리는 건가.”
배달 음식 먹을 때는 배달비 500원, 1,000원도 아까워서 비교하는데.
가챠겜을 할 때는 지름신이 강림에서 11만 원씩 무지성으로 꽂아버리니까.
“근데 세무 관리는 회사에서 해주잖아.”
전속계약할 때 계약서에서 얼핏 본 내용.
30억 어디에 썼냐고 하면 뭐라고 말해야 하지.
“음…. 잘 모르겠다.”
내가 번 돈을 내가 쓰는 건데 뭐 어쩔.
대충 종소세 낼 돈은 남았으니까.
“…. 이제 다음 승급은 진짜 참아야지.”
곧바로, 송금 어플을 켜서 거침없이 시스템에 돈을 때려 박았다.
【※ 플래티넘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30억 원 / 30억 원】
“내 30억….”
어디로 갔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랑했다. 시바려나.
띵동─
【플래티넘 등급으로 승급하셨습니다.】
【시스템이 적용되는 배우의 폭이 증가합니다.】
【세 편 이상 연속으로 집필할 확률이 증가합니다.】
【추가 베네핏을 획득합니다. 】
【베네핏 강화 포인트를 1pt 만큼 획득합니다.】
이제는 배우 등록 범위가 꽤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그래도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궁금한 건.
“이번 베네핏은….!”
【배우 평가(Lv 1) : 현재 등록한 배우의 세부적인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개월)】
“…. 세부적인 잠재력?”
그딴 거 알아서 뭐해.
이거 혹시 가챠 실패냐.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배우 평가(Lv 1)를 사용합니다.】
【배우 ‘여민서’의 역할을 확인합니다. , 】
‘김나연’에서 맡은 민예린 역할과 마법소녀 미미 역할.
그중에서 생각할 필요도 없이 두 번째 배역을 선택했다.
【여민서 】
-호흡 (78/86)
-발성 (91/94)
-표정 (98/98)
-제스쳐 (75/90)
-표현력 (70/102)
-즉흥력 (46/74)
-적합성 (96/100)
어처구니 없는 세세한 평가를 보고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실화냐.”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누군가의 능력을 수치로 표현하다니.
이쯤 되면 시스템의 한계에는 천장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개별 항목에 대한 평가까지….’
【호흡 (78/86) : 깊은 감정을 요구하는 연기를 할 때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특히, 마법소녀로서 부끄러운 감정을 표현할 경우 호흡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동안의 능력들과는 차원이 다른 범용성.
사실상 거의 초능력에 가까운 것 같은데.
‘시스템…. 무섭네.’
누군가가 나를 이런 식으로 평가한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그렇다고 있는 능력을 안 쓰는 건 너무 멍청한 행동이니까.
‘그냥, 작품에 도움이 되는 선에서만 쓰자.’
일은 일이니까.
철저하게 공적으로만.
이런 능력이라면 작가가 아니라 감독에게 훨씬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드르륵─
그때, 효주와 밍쁨이가 작업실에 들었다.
이내, 두 달간에 보는 나에게 반가움을 표했다.
“오빠!!!”
“어, 효주야.”
“제 드라마 보셨죠!?”
“응?”
“로맨스가 너무해….!”
“아, 그, 그거?”
“…. 안 보셨어요?”
“….”
“너무해.”
효주 단막극이 그사이에 방영했는가 보네.
대충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거 보니까 성적도 괜찮은 것 같다.
“나중에 보려고 했지. 시청률 잘 나왔다며.”
대충 맞춰주니까 그새 또 텐션이 올라가서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효주.
“네에!! 1프로나 나왔잖아요!”
“오오, 그러니까. 대박!”
TVM 단막극치고, 1프로면 진짜 선방했다.
이제 꽃길만 걷겠네.
“고생했어.”
“네!”
효주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밍쁨을 슬쩍 쳐다보니.
무언가를 열심히 타이핑하고 있는 모습.
“밍쁘… 은빈아 지금 뭐 해?”
“아, 작가님 대본 새로 쓰는 중이에요.”
“응?”
“요즘 작가 커뮤에서 유행이에요.”
“무슨?”
내가 쓴 대본을 한번 읽고 나서, 혼자서 다시 작성하는 연습.
유명한 작가들 대본으로 공부할 때 그렇게 하기도 한다.
마치 좋은 문학을 읽고 직접 써 보는 소설가 지망생 것처럼
‘근데 이거 꼭….’
시스템으로 본 드라마를 나 혼자 쓰는 연습이랑 비슷하다.
“별걸 다 하네.”
“그만큼 작가님 작품이 유명하니까요.”
“다 쓰면 말해. 봐줄게.”
“정말요?”
“응.”
이런 귀한 콘티 작가를 어디서 또 구해.
나중에 밥이나 한번 사야겠다.
10년 후쯤에.
시간이 남아돌면.
* * *
TVM 방송국, 「따뜻한 첫눈처럼」 촬영장.
이민주 작가에게도 김희정 배우 만큼이나 의미가 남달랐다.
스타작가가 된 이후, 케이블 방송국에서 드라마를 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이번에도 실패하면….’
스타작가 타이틀을 내려놔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로-, 방송국들이 그렇게 판단하겠지.
일단 급이 한 번 떨어지면 다시 올라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주연급 배우가 한 번 조연급으로 떨어지면 다시 주연을 맡기 어려운 것처럼.
그래도 이미 대본이 16부까지 나왔기에 순탄하게 흘러갔다.
보조 작가가 많이 개입한 작품을 그대로 쓰는 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김진우가 쓴 대사는 거의 다 수정했으니까.’
진우도 같은 생각일지는 모르겠으나, 이민주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더 김희정이 독단이 마음에 안 들었다.
하필 도착하자마자 희정이 연기하는 모습을 봤으니.
‘저게 진짜….!’
이번에도 김진우가 작성한 대사를 자기 멋대로 쳤다.
분명히 수정했는데 어떻게 알고 제 마음대로 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신인한테 주연급 자리를 내어줬더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김희….”
당장 멈추려고 했는데, 이민주보다 한기성 감독이 먼저 중단시켰다.
“컷! 희정 씨, 대사 틀렸는데.”
“앗, 죄송합니다!”
한기성 감독은 희정의 말을 듣지도 않고 방금 NG 난 영상을 다시 확인했다.
‘내가 나설 필요도 없겠네.’
한 감독만 아니었으면 자신이 나서서 모두의 앞에서 혼쭐을 냈을지도 모른다.
다시는 자기 마음대로 대사를 치지 못하게 만들었을 텐데.
그런데,
“아니야. 희정 씨, 방금 애드립 좋았어. 그냥 그걸로 한 번만 더 가보자.”
“네? 아, 네!”
쿵─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김희정이 친 대사가 애드립인 건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그 대사가 김진우가 쓴 대사라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왜 하필….!’
이민주는 화나서 부글부글 하지만, 일단은 참았다.
현장에서 스탭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감독과 싸울 순 없지.
‘김희정, 감히….!’
이번 씬만 끝나면 눈물 쏙 빠지게 혼낼 생각이다.
언니라고 부르게 했다고 해서 진짜 동네 언니처럼 생각하는 건가.
곧이어, 장면이 끝나고 김희정에게 다가서려고 했는데.
이민주보다 먼저 희정에게 다가서는 남자가 있었다.
“어? 가, 강준이다!”
“와아!!”
“어쩐지, 오늘 커피차를 누가 보냈나 했는데.”
“둘이 진짜 친하구나.”
여성 스탭들은 두 손을 모으고 그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봤다.
‘강준….?’
일본에서 슈퍼스타급 인기를 구가하는 탑배우.
강준은 터벅터벅 걸어와서 희정이에게 친한 척을 했다.
대표적인 김진우 라인의 배우 중 한 명이었으니.
‘김희정도 결국 템페스트 엔터….’
그녀가 김진우와 같은 작품을 찍은 게 아니니까 상관없을 줄 알았는데.
템페스트 엔터의 모든 배우들이 이미 김진우랑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건 아닐까.
‘후우…. 혼내는 건 보류.’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자고.
김희정이랑 진짜 언니 동생 하려는 것도 아니잖아.
첫 주연작이라는 건 어떤 배우에게든 큰 의미일 테니까.
적당히 친해지는 건 전혀 어렵지 않겠지.
“어머, 강준 씨!”
“아, 안녕하세요. 이민주 작가님.”
“우리 희정이랑 친하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아…. 제 친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는 그들.
친해지기 어려운 사이였으니 당연했다.
“희정아, 우리 언니가 맛있는 거 사줄까?”
“네?”
“언니가 사주고 싶어서 그래.”
“아…. 준이랑 먹을까 해서요.”
“그, 그럼 같이 먹으면 되겠네?”
이민주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희정의 비위를 맞춰주었다.
“오오, 깡준 너 돼지잖아. 비싼 거 먹자.”
“내가 돼지면 넌 멧돼지거든?”
이민주는 유치한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을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왜…. 무시받는 느낌이 들지?’
스타작가를 신인배우가 무시한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기분 탓이라고 애써 넘겼다.
* * *
정새롬 실장은 지난 두 달간 컨택한 투자사를 확인했다.
“변 팀장님, 주상 미디어 측은 확정인가요?”
“네! 오늘 답변받았습니다.”
“잘됐네요.”
최근 ‘마법소녀’를 제외하면 모든 작품에 대해서 투자를 유치했다.
“주상철 대표님은 이제 투자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은 것 같습니다.”
“그쵸. 전속계약인 걸 알고 있을 테니.”
더이상 김진우 작가의 작품을 제작할 수 없을 텐데도 투자를 감행했으니.
“영화 제작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군요.”
“네. 준비를 철저하게 했으니 제작 기간은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보통 블록버스터 영화는 촬영 기간이 길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배우들 개런티.
각종 고가의 소품들.
돈 드는 폭발 장면들까지.
최대한 제작비를 절감해야만 했으니.
사전 제작을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다.
“연말에는 개봉할 수 있도록 하죠.”
“네. 디지니 측에서도 그렇게 합의했습니다.”
“….”
생각보다 빠른 것도 전부 대본 덕분이었다.
디테일한 지시와 묘사, 그림까지 완벽한 시나리오.
띠링─
그때, 새롬은 김진우 작가에게서 온 톡을 확인했다.
“양반은 못 되네.”
“네?”
“아뇨. 수고했어요.”
“네. 실장님!”
[실장님 저 두 달 동안 안 왔는데]
[진짜 이렇게 넘어가시는 거?]
순간, 두 달 만에 와서 주뼛거리던 진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혹시나 혼날까 봐 더듬거리던 말투와 손짓.
사실,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생각해놨음에도 전부 잊어버렸다.
뚜루루루─
정 실장은 슬쩍 미소를 짓고 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새로… 요?
“작가님, 아직 회사예요?”
-네?
“제가 저번에 밥 산다고 했잖아요. 그동안 기회가 없었네요.”
-아, 그러네. 근데 저 지금 퇴근….
“그럼 어쩔 수 없죠.”
-…. 중이었는데, 마침 회사에 다시 갈 일이 생겼네!
“그냥 다음에 보시죠.”
-넵.
두 달 전쯤 어떤 이유로 식사 대접하기로 했었지.
아니, 그냥 자동차 뭐 살지 봐주기로 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작가님, 내일 시간 괜찮으세요?”
-그야 당연히…. 흠, 글쎄요. 시간 한 번 내 볼까요?
“…. 그래요. 시간 한 번 내 주세요.”
-그럼 내일 회사에서 연락할게요.
“네, 작가님.”
내일 스케줄은 좀 미뤄야 될 것 같다.
* * *
띵동─
【내용 : 임진년, 반격의 칼날 13부】
【장르 : 퓨전 사극, 대체역사, 현대인 빙의, 전쟁】
【장소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1층 카페】
【제한 시간 : 2일】
【※ 다이아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150억 원】
집에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발동한 시스템.
내일 정 실장님이랑 데이트할 마음에 싱글벙글했는데.
“150억 뭔데.”
이 쉑, 진짜 너무하네.
그냥 내가 맘에 안 들면 안 든다고 해라.
오늘 얻은 베네핏 가치를 생각하면 돈값을 할 것 같긴 한데.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배우 평가(Lv 1)를 사용합니다.】
【29일 14시간 49분 30초 후에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쿨타임 한 달이면….”
이 스킬을 평소에 막 쓰는 건 좀 아닌 것 같고.
나중에 쓸 일이 있을 때 강화해도 좋을 것 같다.
끼이익─
그때, 희정이 잠에서 깼는지 방에서 나오며 눈을 비볐다.
“배고파아….”
“밥 안 먹었냐?”
“먹었어. 누가 엄청 비싼 밥 사줘서.”
“…. 근데 웬 라면?”
“불편한 자리라서 깨작깨작 먹었지.”
“그런 자리를 왜 가냐?”
“아직은 사이가 멀어지면 안 돼서.”
“흠…. 너 벌써 촬영 중이라며?”
“으응.”
두 달이 길기는 길구나.
그 짧은 사이에 여동생이 주연배우가 되다니.
늠름한 자태로 찬장을 뒤적거리는 동생을 보며 물었다
“드라마 제목이 뭐라고 했지?”
“어?”
“이민주 작가 작품이라며.”
“…. 따뜻한 첫눈처럼.”
“뭐?”
보글보글 라면을 끓이는 여동생을 향해 걸어갔다.
내 작품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이민주 작가와 함께 피땀 흘리며 준비한 대본.
한때는 자식처럼 아꼈던 작품인데.
‘차라리 희정이가 주연이니까 다행이네.’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 자식이니까.
오히려 동생이 주연을 맡아주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오빠, 괜찮아….?”
“희정아.”
“응?”
“라면 한 입만.”
“어?”
“한 입만.”
“…. 그, 그래.”
왠지 모르겠지만 순순히 라면 냄비를 내어준다.
“…. 딱 한 입만이야.”
“오키.”
“진짜 한입만이다.”
“알았다니까.”
손에 쥔 젓가락을 부들거리며 뺏기지 않으려는 희정이.
휘익─
손목 스냅을 이용해 냉큼 젓가락을 낚아챘다.
‘한입이면 절반은 먹지.’
불안한 눈으로 나를 보는 희정이를 향해 씨익 웃어주고는.
“후우, 후우….”
한 번에 너무 많이 집어서 바람을 불어서 식혀야 했다.
“서, 설마 그걸 다 먹게?”
“왜? 한 입도 아까워?”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마지막 라면인데.”
“아깝구나. 그럼 안 먹어야지 뭐….”
“아니, 아니야! 또 사면 되지. 헤헤.”
“그치?”
후르르릅─
‘맛좋은 녀석들’에서 김준혁이 공개한 칼치기.
끊지 않고 먹는 먹방러 최고급 스킬이 펼쳐졌다.
“아, 아아아….”
“꺼어어억─!”
“뿌엥.”
“개꿀맛.”
울상을 짓는 희정이를 뒤로한 채 내 방으로 걸어갔다.
“역시 라면은 동생이 끓인 라면이지.”
다음에는 한 입 컷 도전한다.
이어서, 내일 정 실장님 뵈러 갈 때 뭐 입을지 검색하려고 노트북을 펼쳤는데.
“어?”
생각지도 못한 뉴스 기사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디지니 플레이 ‘김진우’ VS 넥플렉스의 ‘에미코’ 아시아권 대격돌! 에밀리아 작가는 일본 출신 극작가로….》
“에미코?”
3년 전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일본 열도를 씹어먹은 극작가.
어느새 내가 그런 사람이랑 붙는다고 하니까 감회가 새로웠다.
연말쯤 넥플렉스 오리지널로 새 작품을 공개한다고 들었는데.
‘마법소녀랑 비슷한 시기겠구나.’
「모모타로 어드벤쳐 (부제 : 사자왕의 재림)」
개, 꿩, 원숭이와 함께 여행하는 일본 설화를 재구성한 작품.
‘이름만 들으면 개오글거리는….’
아니다, 생각해 보니까 마법소녀보다 나은 거 같아.
급 자기반성을 끝으로 다른 뉴스를 찾았다.
《유니세프에 30억 원을 기부한 의문의 기부자! 오늘 오전….》
“엥? 하필이면 30억?”
그 사람이 기부했다는 시간도 내가 입금한 시각이랑 거의 비슷하구만.
신기하긴 한데, 내 피 같은 30억이 떠올라서 곧장 다른 뉴스로 시선을 돌렸다.
“음, 다른 뉴스는…. 세미 씨?”
오, 봉진호 감독님 「기생벌레」 크랭크업!
그럼 이제 개봉일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
“기대되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뉴스를 확인하다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템페스트 내 작업실.
정 실장님 만날 생각에 한껏 차려입고 출근했는데.
“대박! 오빠오빠!”
“왜.”
효주는 언제나처럼 설레발을 치면서 나를 불렀다.
“어제 누가 30억 기부했대요!”
“그래?”
“네! 그것도 익명으로….!”
“신경 쓰지 말고 대본 수정이나 해라.”
“넵!”
어휴, 돈도 많지.
무슨 기부를 30억이나 해.
나 같으면 그 돈으로 국밥 50만 그릇 사 먹겠다.
“효주야, 나는 대본 쓰러 갈게.”
“어디요?”
“여기 1층 카페.”
“아, 넵!”
띠링─
대본을 쓰러 1층으로 내려가는 길에 정새롬 실장님의 톡을 받았다.
[오늘 약속 안 잊으셨죠?]
당연히 안 잊었죠.
그거 때문에 이렇게 차려입고 왔는데요.
‘네 시간 정도 있으니까….’
빨리 써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