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01)
김진우가 1층 카페에서 네 시간컷을 다짐하던 시각.
템페스트 엔터 사옥의 실장실.
새롬은 외주를 맡긴 세무 법인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았다.
“30억이요?”
-네. 김 작가님은 그냥 필요한 곳에 썼다고 말씀을 하셔서….
“비밀이라는 건가요?”
-그렇죠.
김진우 작가의 금융 정보에 대한 이야기.
바로, 어제 누군가에게 30억을 입금했다는 소식.
“그럼 당연히 지출증빙은 못 하겠네요.”
-네. 아마 세금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올 겁니다.
“….”
어디에 썼는지 증명할 수 있어야 세금도 감면받는다.
막말로, 불법적인 사업에 돈을 쏟아부었을지도 모르니까.
“….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김진우 작가의 일이라면 뭐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전속계약할 때 그의 세무 관리를 템페스트 측에서 하기로 명시했기에.
“부탁 좀 드릴게요.”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네. 아무 때나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뚝.
당연히 어제 12억을 입금받은 것과 연관이 있을 터였다.
‘그 큰돈을 대체 어디에 쓰신 걸까.’
지출증빙도 안 되는 금액을, 그것도 한 번에 30억 원을 입금하다니.
불법이 아닌 이상, 세무 법인에도 밝히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대충 그려지는 견적은 크게 세 가지였다.
그나마 어딘가에 투자를 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도박이라든지, 비트코인 같은 투기 종목이면.
‘내가 사람은 잘못 봤나.’
솔직히 전속계약 작가라고 해도 자신이 간섭할 자격은 없었다.
도박을 해서 날리든, 비트코인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든, 대본만 잘 써주면 그만이니까.
‘내가 무슨 가족도 아니고.’
간섭하는 건 전혀 취향이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만 해도 사적으로 만남을 약속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된 마당에 마냥 공적인 관계라고 할 수만은 없겠지.
“….”
새롬은 의식적으로 목 부근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요즘 습관처럼 진우가 생일 선물로 사 준 목걸이를 자주 착용했다.
딱히 거창한 의미는 없고, 그냥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편했으니까.
하와이에서 희정이가 사준 팔찌에 비하면 훨씬 손이 많이 갔다.
“그냥 오늘 만나서….”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볼 정도의 사이는 되잖아.
밥이라도 먹으면서 슬쩍 물어볼 수 있지 않으려나.
* *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1층 카페.
나에게는 나름대로 뜻깊은 장소였다.
‘김현지도, 여민서도 여기서 처음 만났는데.’
정 실장님도 두 번째로 만났고.
“흠, 뭐…. 아무튼.”
타닥, 타닥─
「임진년, 반격의 칼날 13부」
그동안 바다와 육지를 전전하며 작성한 대본들에 이어지는 내용.
얼추 완성되어가는 13부 대본을 확인했다.
‘전쟁도 슬슬 마무리되고….’
전쟁의 무게추는 이미 조선으로 기울었다.
현대로 돌아가서 실시간으로 바뀌는 조선의 역사를 새롭게 공부하는 김인수.
그런 미래 지식을 가지고 조선으로 돌아가 무한한 치트키를 남발했으니.
김성일을 상대하는 왜나라는 병력의 이점을 활용할 기회조차 없을 뿐이었다.
‘이제 제목값을 하려는 건가.’
13부 초반부, 조선은 반격을 준비한다.
누구보다 일본 침략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인물은 김성일.
전쟁 영웅 이순신 장군과 권율 장군은 그를 강력하게 지지했다.
허나, 판타지적인 요소로 고구마 사건이 발생했으니.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조선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김인수.
애초에 우연히 조선에 떨어졌으니, 다시 돌아갈 방법을 찾을 길은 요원했다.
-역사….! 바뀐 역사를 확인해야 해.
도서관에 찾아가 역사책을 펼쳤을 때, 김인수는 충격을 받았다.
김성일은 일본 침략을 앞두고 왜나라의 자객에게 암살을 당한다.
시간으로 치면 오늘 밤.
오늘 돌아가지 않으면 김성일은 사망한다.
-제발, 제발! 오늘 밤에는 제발….!
번쩍 눈을 떠보니 다시 조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자객이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아, 아니, 취소취소 퉤퉤퉤! 그냥 현대인으로 살게 해주세요.
취소해도 늦었다.
“13부 재밌네.”
일단 여기까지만 쓰고 효주한테 편집을 맡겨볼까.
캐스팅이나 장소 헌팅도 슬슬 마무리 단계였으니까.
‘이제 제작을 생각해도 되려나.’
지이이잉─
그때, 시간에 맞춰 정 실장님의 연락이 도착했다.
“네. 실장님.”
-지금 어디세요?
“주차장으로 가겠습니다.”
-네. 그럼.
드르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집어넣고 노트북을 챙겼다.
곧바로 주차장으로 이동해서 정 실장님을 찾았다.
“작가님, 여기요!”
“아, 실장님.”
정 실장님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빨간색 스포츠카 앞에서 어깨까지 오는 단발을 휘날리는 여인.
“일단 타시죠. 작가님.”
“네? 우리 어디 가요?”
“바로 식사하러 가요. 제가 좋은데 알아놨으니까….”
“아뇨, 영화부터 보고 밥 먹어요.”
“…. 네?”
“예매는 지금 제일 잘 나가는 걸로 했어요.”
“???”
철컥─
붉은색 스포츠카 보조석 문을 열면서 말했다.
“영화 끝나면 바로 차 구경하러 가요.”
“네….?”
“자동차 추천해 주시기로 했잖아요.”
“자, 잠깐만요.”
“네?”
“음, 그건 알겠는데. 갑자기 영화는 왜….?”
“염탐 같은 거죠.”
이럴 때는 밀어붙여야 된다고 배웠다.
스승님의 이름은 미스터 카사노, 너튜버다.
“마법소녀 경쟁작이 뭔지 봐야죠.”
“…. 아직 런칭하려면 멀었고, 디니지 오리지널이라서….”
“앗! 시간 얼마 안 남았다. 빨리요. 빨리!”
“네? 아, 네!”
정 실장님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엑셀을 밟았다.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는 오늘따라 반짝반짝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만─족.’
* * *
넥플렉스 아시아 지부.
한 여성은 거만한 표정으로 직원을 쏘아붙였다.
“김진우? 제가 고작 입봉한 지 1년밖에 안 된 작가를 못 이길 것 같으세요?”
‘자기도 3년차면서….’
고위급 인사가 전부 출장을 나간 상황.
말단 직원은 내심을 숨기고 타이르듯이 말했다.
“그럴 리가 있나요? 우리가 이기는 판인걸요.”
이미 넥플렉스에서 히트작은 두 차례나 터트린 극작가, 에미코.
일단 조회수는 그녀가 압도적으로 유리할 터였다.
영화는 유료로 추가 결제해야 하는 디지니 플레이와 달리.
넥플렉스는 영화를 포함해서 모든 컨텐츠가 요금에 포함되니까.
“적어도 시청자가 20배는 되어야 만족하겠네요.”
“음, 우리 예상으로 10배로 보고 있긴 한데….”
“10배요? 겨우?”
“….”
최근, 에미코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작년만 해도 메가 히트작을 냈으니 당연했다.
넥플렉스 정액제 조회수가 디지니 개별 결제 상품 조회수보다 낮을 리는 없겠지만.
‘지부장님이 마법소녀 반응이 심상치 않다고 하시던데….’
방금도 그렇고, 말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것 같다.
솔직히 에미코와 사이가 틀어질 필요도 없고.
‘조만간 할리우드도 진출하는데, 에미코 급이 있지.’
어차피, 어른이 전용 애니메이션은 일본이 한국을 압살할 테니까.
그중에서도 탑급 작가인 에미코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모모타로 어드벤쳐 (부제 : 사자왕의 재림)」
넥플렉스의 직원은 수도 없이 본 그녀의 시나리오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로 경쟁하게 되었으니.
“아마 김진우 작가와 비슷한 시기에 걸려서 경쟁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네. 지켜보시죠.”
“훗, 디지니는 저를 놓쳐서 피눈물을 흘리겠네요.”
“…. 아마 그러겠죠.”
* * *
영화를 보던 중에 정 실장님이 몸을 기울여 내 귀에 속삭였다.
‘작가님, 저는 아직도 왜 우리가 여기서 같이 영화를 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슬쩍 그녀를 쳐다보고, 마찬가지로 몸을 기울여서 영화관 매너를 알려주었다.
‘영화관에서는 조용히.’
‘음….’
이런, 하필이면 커플석밖에 자리가 없네.
2천 원 더 비싼 대신 조금 더 자리가 넓으니까.
사이좋게 초코 카라멜 팝콘까지 사 들고 와서 영화를 관람했는데.
팝콘을 집으려고 손을 넣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실장님의 손가락이 스쳤다.
‘영화 재밌네.’
대충 1등 찍은 영화라서 그런지, 볼거리도 많고 자동차가 빵빵 터졌으니까.
터벅, 터벅─
상영관을 나오는 중에 실장님이 먼저 말했다.
“참 아쉬운 점이 많았네요.”
“그, 그래요?”
“네. 인물 간의 서사가 뭉개졌잖아요.”
“그야, 블록버스터니까.”
“음, 김진우 작가님 작품이랑 비교하면 천지 차이인걸요?”
진지한 표정으로 칭찬을 하니까 민망했다.
“그래도 왜 흥행했는지는 알겠네요. 경쟁작들을 보면 시기도 좋았고….”
“….”
나는 그냥 편하게 봤는데.
“작가님은 어땠어요?”
“꿀잼이던데요.”
“…. 끝?”
“댕꿀잼이요.”
“….”
이후, 우리는 계획대로 몇몇 자동차 매장을 돌아다녔다.
“일단 첫차니까 국산으로….!”
“그래요. 그럼 여기 소니타 매장에서….”
“아뇨. 매장 몇 군데만 더 돌아다녀요.”
“아, 그럴까요. 그럼?”
“네!”
1시간 뒤.
“흠, 이거 살 바에야 천만 원 보태서 제네시크 사겠네요.”
“…. 우리 매장 다섯 군데 돌았어요.”
“실장님, 첫차 살 때를 떠올려 보세요.”
“후우, 그래요.”
2시간 뒤.
“차는 역시 벤─쓰지!”
“…. 그러면 여기서 사는 거죠?”
“흠.”
“설마…. 또?”
“마지막 한군데만 더 가죠.”
“….”
3시간 뒤.
“역시 첫차는 국산차죠.”
“….”
“소니타!”
“….”
“실장님?”
이제 포기한 표정인데, 여기서 안 살 거라고 확신하는 모양이다.
‘어차피 30억 날려서 돈도 없잖아.’
그리고 면허를 10년쯤 장롱에 묵혀놔서 외제차는 너무 사치야.
일단 싼 거 타다가 돈 더 벌면 나중에 다시 생각하자.
‘이제 나도 뚜벅이 탈출인가.’
그동안 택시나 대중교통만 이용했는데.
“어어….! 진짜 여기서 사시는 거예요?”
“네.”
“…. 의외네요.”
“네? 왜요?”
“국산차는 절대 안 살 줄 알았는데.”
“에이, 절약해야죠.”
나를 보는 실장님의 눈빛이 뭔가 묘했다.
짠돌이를 보는 눈빛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뭔가 수상한 사람을 보는 느낌일까.
“작가님.”
“네?”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어떤….?”
“실례가 안 된다면, 어제 오전에….”
꼬르륵─
그때, 내 뱃가죽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배고프네요.”
“그러게요. 밥 먹으러 나와서 하루종일….”
너무 늦은 저녁 시각.
아마 지금 문을 연 식당은 술집이나 치킨집밖에 없을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중에 정 실장님이 먼저 물었다.
“작가님, 파스타 좋아하세요?”
“네. 좋아하죠. 전 다 잘 먹어요. 몇 개만 빼고.”
“아, 그래요? 못 드시는 건….?”
“피망당근고수파프리카쌩양파쌩마늘쌩고추….”
“…. 그만 해요.”
“넵.”
“파프리카 뺀 파스타 해줄게요.”
오, 파스타 좋지.
“넵. 근데 이 시간에 여는 식당이….”
“저희 집으로 가시죠. 재료는 이미 있으니까.”
“???”
잠깐만, 이거 설마 전설의 라면 먹고 갈래요?
“음, 혹시 싫으시면 다음에….”
“좋아요!”
“네. 그럼….”
이거는 진짜 그린라이트 아니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삼대가 후회한다. 아니, 삼대가 끊긴다.
그런데,
지이이잉─
그때, 실장님의 스마트폰에 진동이 울렸다.
“잠시만요. 전화 좀.”
“네!”
실장님 집에서 파스타 먹고 나서 뭐 할지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던 중.
슬쩍 그녀를 쳐다봤는데,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했다.
‘뭔가 불안한데.’
이내, 전화를 끊은 정 실장님은 어렵게 입을 떼었다.
“죄송해서 어쩌죠? 급한 일정이 생겼네요.”
“네? 이 늦은 시각에….!”
“상대측 투자자가 새벽 비행기로 출장을 가야 한다네요.”
“…. 아하.”
“죄송해요.”
“괘, 괜찮아요. 얼른 가서 일 보세요. 실장님.”
“다음에는 꼭 식사 대접해 드릴게요.”
집에서 해주기만 하면 언제라도.
* * *
한국 연예계에는 대표적인 기부천사들이 존재한다.
특히, 여자 연예인 중에 날개 없는 천사로 불리며 무한 까방권을 누적한 인물이 있었으니.
“설아야, 다음 스케줄 가기 전에 샐러드라도 먹을래?”
“….”
매니저는 기척이 없는 유설아를 돌아보며 물었다.
“설아야, 설아야?”
“으응?”
“뭐야, 뭘 그렇게 집중해서 봐.”
유설아는 스마트폰으로 한 뉴스 기사를 보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30억을 기부하셨대.”
“그래?”
“근데 작년까지 치면 36억 원이래.”
“정말? 진짜 대단하네.”
“정말 천사 같은 분이야.”
“너도 천사잖아.”
“아니, 나보다 이분이 훨씬 대단하시지.”
유설아가 그동안 기부한 횟수는 100번을 넘어가고, 금액은 25억 원을 넘어간다.
그럼에도 상대에게 깊은 감명을 받고 더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으니.
“대단하네. 너도, 그분도.”
“…. 으음.”
“왜 그래?”
“뉴스 기사를 보니까 조금 불안하게 쓰여 있어서.”
-…. 해당 기부자가 지출한 내역을 보면, 36억 원이 기부금이란 사실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에 부과되는 세금은 대략….
벌써 종소세 납부 기간인데.
늦기 전에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SNS에 홍보라도 해줄래. 세무서 찾아가서 신고하시라고.”
“뭐?”
“좋은 의도로 기부했는데 세금 폭탄 맞으면 어떡해.”
“그냥 남의 일 아닐까? 엄청 부자라서 그런 거 신경도 안 쓸지도 몰라.”
“내가 알아버렸잖아. 그럼 남의 일이 아니지. 그리고 부자면 다행인 거고.”
“…. 그래.”
매니저는 슬쩍 그녀의 표정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렇게 굳은 표정을 할 때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었기에.
* * *
다음 날.
새롬은 늦은 스케줄이 있었음에도 정시에 출근했다.
‘어제 여쭤봤어야 했는데.’
30억 자금의 사용처.
급한 일정으로 물어볼 기회를 놓쳤다.
‘그래도…. 어제는 재밌었어.’
차를 고르는 과정도 중간까지는 꽤나 재밌었다.
어머니랑 처음 차를 고르러 다녔던 기억도 떠올랐고.
‘그땐 살아계셨으니까….’
하루종일 영화도 보고 차도 고르러 다녔으니.
하와이 여행 이후로, 오랜만에 하루를 전부 비우고 휴일을 보냈다.
띠리리리─
그때, 새롬의 스마트폰에 세무 법인의 이름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네. 정새롬입니다.”
-그, 어제 연락 달라고 하셔서요.
“네. 혹시 찾으셨나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문을 던졌는데.
상대는 상식을 벗어나는 종류의 대답을 했다.
-그, 유설아 SNS에서 발견했는데….
“네?”
이게 무슨 소리일까.
김진우 작가의 30억 사용 출처를 유설아 SNS에서 발견했다니.
-그게…. 저희도 조금 황당한데. SNS에서 발견한 정보거든요.
“네? 무슨….?”
-유니세프에서 날짜뿐 아니라 시간까지 정확히 공개했습니다.
“그니까 뭐를요?”
-기부금 입금 시각이요. 일단 자료 보내 드립니다.
갑자기 기부금에 유설아 SNS가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혼란스러운 와중에, 법인 측이 톡으로 보낸 자료를 확인했다.
-유니세프에서 사이트에 공식적으로 공개한 자료예요.
“….”
새롬은 법인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면밀하게 확인했다.
30억, 5억, 1억, 천만 원을 입금한 모든 날짜와 시각을 대조해 보니.
-1초 단위까지 정확히 일치합니다. 김진우 작가님의 통장 지출 명세랑.
“그, 그럼 설마….”
-네. 김진우 작가님은 작년부터 36억 천만 원을 기부하셨습니다.
“세상에….”
새롬은 희정과 친하게 지내며 그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아도 희정이 그냥 전부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었으니.
지극히 평범한 가정.
아파트가 안 팔릴까 봐 일부러 아파트 대출도 남겨놓을 정도로.
-저희 측에 가상계좌 자료도 있어서요. 유니세프 쪽에 연락해서 계좌번호를 대조하면 바로 기부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다행히 공제혜택은 받겠네요.”
-네. 실장님.
“그래요. 계속 수고해주세요.”
-네. 그럼.
뚝.
새롬은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대체 왜….?”
아니, 당연히 존중은 하겠지만.
기부했다는 사실조차 밝히지 않는다니.
그럼 명예를 위한 기부도 아니라는 건데.
‘30억을 기부했으면서 3천만 원짜리 차를 살 때는 그렇게 고민했다고?’
인품과 덕을 고루 갖췄다는 재벌 중에서도 이 정도로 됨됨이를 갖춘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명예도 돈도 필요 없는 사람이라.
그럼 그렇게까지 열심히 사는 이유가 뭘까.
“뭐야, 무슨 부처님이야?”
당장이라도 언론에 흘리면 김진우 작가의 인지도는 수직 상승할 터였다.
허나, 본인조차 원치 않는데 자신이 멋대로 선행을 공개할 수도 없으니.
“모르겠어.”
이제는 김진우를 조금은 알게 된 줄 알았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그 분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새롬은 자신도 모르게 목걸이를 매만지면서 한참 동안 그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