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03)
내 마음도 모르고 세미는 해맑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작가님, 예능 출연하셔도 돼요?”
“이미 출연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하.”
카메라 감독님이 찍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세미랑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영화 끝나서 예능도 찍는 거죠?”
“네. 홍보도 한번 하고, 회사에서 잡아줘서.”
“…. 그럼 한동안 드라마 찍을 생각은 없겠네요?”
“음, 좀 쉬고 싶긴 한데.”
“….”
“그래도 좋은 작품 있으면 해야죠!”
“아….”
그 좋은 작품을 제가 드려도 될런지 모르겠네요.
“저기, 세미 씨! 바로 다음 촬영지로 이동하겠습니다!”
예능 촬영진의 소리를 듣고 세미 씨가 아쉬운 이별을 고했다.
“작가님, 시사회 꼭 오세요!”
“아, 네!”
“그날 오시면 잠깐이라도 시간 낼게요!”
“에이, 그날 바쁘실 텐데. 그러실 필요 없어요.”
“에헤헤.”
날짜도 생각보다 별로 안 남았다.
5월 말에 「기생벌레」 시사회 첫 상영.
그로부터 딱 이틀 후에 극장 개봉까지.
“그럼 조만간 봬요. 세미 씨.”
“네에!”
예능 촬영 중인 세미 씨를 뒤로한 채 내 작업실로 움직였다.
“…. 어떡하지?”
나쁜 남자의 사랑법.
아무래도 시스템이 그 드라마 대본을 쓰라는 거 같은데.
그것도 세미라는 여자주인공을 고정한 것 같은데.
“이런 씨, 사극부터 끝내고 나서 이런 거 시키던가….!”
띵동─
【세 편 연속 집필이 발동했습니다.】
“갑자기?”
【내용 : 임진년, 반격의 칼날 14-16부】
【장르 : 퓨전 사극, 대체역사, 현대인 빙의, 전쟁】
【장소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506호】
【제한 시간 : 1일】
【※ 다이아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150억 원】
이렇게 말을 잘 듣는다고?
언제부터 내 말을 들었나.
“506호면…. 여기잖아.”
그 순간, 작업실 한쪽에 안개가 서리는 듯 빛무리가 피어올랐다.
분명히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이상 현상.
“뭔가 엄청난 걸 본 것 같긴 한데.”
감상할 여유도 없네.
고작 하루 주는 건 뭐냐.
“후우….”
곧바로, 책상과 의자 위치를 살짝 옮기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타닥, 타닥─
「임진년, 반격의 칼날 14부」
직전 회차에서 자객의 칼에 맞을 뻔한 김성일…. 의 탈을 쓴 김인수.
주인공이니까 죽을 일은 당연히 없었다.
쉬이익─
자객의 칼을 가까스로 피해낸 김인수는 냅다 소리쳤다.
-핼프 미이이이이─!!!
의미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크게 소리치는 김성일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옆방에서 자고 있던 하인들은 헐레벌떡 뛰쳐나와 주인의 목숨을 살렸다.
불굴의 책사, 김성일은 왜나라의 자객 따위에 굴하지 않고 반격을 준비했다.
이후, 자객의 침입이 있을 때마다 이순신 장군이 보낸 호위무사가 나타나 그를 구해주었으니.
그리고 15부에서 펼쳐지는 대전쟁.
부산포에서 펼쳐지는 조선과 왜나라의 수상전.
-이순신 장군님.
-예. 말씀하시지요.
-기분이 묘합니다.
-허허, 김성일 대감이 그런 말도 할 줄 아시오?
-그런 게 아니라….
김인수는 당장이라도 현대로 돌아가 미래 지식을 훔쳐보고 싶었다.
-그냥 장군께서는 이번 전투에 참여하지 마시지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오.
-그게…. 부탁이오.
-흠, 병사들만 사지로 내몰 수는 없는 법이오.
-…. 장군.
-대감의 말은 못 들은 걸로 하겠소.
도망가는 왜군과 그들을 뒤쫓는 이순신 장군의 함대.
노량해전이 떠오르는 건 한국인이라면 당연한 순리였다.
-그럼 제가 옆에 있을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어떤 책사가 전쟁터에 직접 나서겠소?
-그렇게 하게 해주시지요.
결국, 김성일은 역사에 이렇게 기록되었다.
《이순신 장군을 대신하여 눈먼 조총에 맞은 전설적인 책사, 김성일이 큰 부상을 입었기에 조선의 왜나라 침공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김성일은 병상에 누워서도 국정을 살폈다.
이른 모내기법을 도입해 식량난을 타파하고,
허준과 머리를 싸매어 페니실린을 개발하고,
노비 제도를 한 단계씩 완화하면서 치세를 돌봤으니.
류성룡의 뒤를 이어 좌의정, 재상의 위치에 올랐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회.
이순신 장군, 권율 장군과 함께 대마도를 정벌하러 떠나면서 막을 내린다.
“으으…. 하얗게 불태웠어.”
어느새 밤을 꼴딱 지새우고 해가 중천에 떴다.
“오빠, 고생하셨어요.”
“뭐냐.”
“네?”
“언제부터 있었어?”
“꽤 오래됐어요.”
“음….”
누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집중했네.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사극을 마무리한 것 같아서 기분은 편하다.
“효주야 대본 보낼 테니까 편집해.”
“네?”
“대하드라마 대본 다 썼어.”
“…. 와, 벌써요?”
“힘들었어.”
“고생하셨어요.”
터덜터덜 힘들 발걸음을 옮겨 효주의 컴퓨터 앞에 섰다.
톡으로 보낸 파일을 확인하려고 했던 건데.
“우리 효주….. SNS 하고 있었네?”
“엥? 그런 거 아니에요!”
“뭔데 그럼.”
“이거 오빠 관련된 내용이라 본 거예요.”
“나랑 관련된?”
“혹시 에미코 아세요?”
“…. 일본 극작가?”
“네! 며칠 전에 SNS에 올린 글이 화제예요.”
“뭔데.”
인별그램이 켜진 효주의 노트북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봤다.
《JWK, Respect—!!!》
#Emiko #Drama #Diziney
내용을 보아하니 내 이름을 딴 이니셜 같은데.
“흠, 내 팬이신가?”
“의견이 분분하긴 해요. JWK가 한 명은 아니라서.”
“그래?”
“네. 정원구 감독도 있고, 진왕기 작가도 있고, 권지우 배우도 있고.”
“그러네.”
생각해 보니까 에미코도 나름 경쟁자라면 경쟁자였다.
같은 시기, 다른 OTT에서 블록버스터 대작으로 붙을 테니까.
“잘 모르겠고.”
이제부터는 내 대본이나 써야겠다.
시스템이 준 임무부터 깨야지.
“저기, 오빠!”
“응?”
“희정이 촬영장 한번 찾아가 보시는 거 어떠세요?”
“내가?”
“네. 요즘 힘들어 보여서요. 외로운 거 같기도 하고…. 어제 저랑 3시간 통화했어요.”
“….”
“도저히 끊자고 말을 못 하겠던데.”
“…. 그래?”
이민주 작가가 싫어할 텐데, 괜찮으려나.
괜히 희정이한테 피해가 갈까 봐 걱정인데.
‘밥차라도….’
실장님께 한번 여쭤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다시 노트북에 손을 가져다 대려는 찰나.
지이이잉─
스마트폰에 누군가의 이름이 떠서 확인해 보니.
“오, 정 실장님?”
-네. 작가님.
“어쩐 일로….?”
마침 나도 밥차 물어보려고 했는데.
마음 잘 통하는 거 보면 천생연분이야.
-새 드라마에 선조 역 말이에요.
“네.”
-우리 회사에서도 강하게 원하시는 분이 있어서요.
“누구….?”
-신조훈 배우님.
템페스트에서도 대표적인 ‘김진우 라인’으로 분류되는 아티스트.
수익의 5프로씩 달달하게 입금도 시켜주는 감사한 악역 전문 배우.
“…. 이미지가 맞을런지 모르겠네요.”
-음, 일단 만나보고 판단하시죠.
“그람 미팅 한번 잡아주세요.”
-네. 작가님.
솔직히 괜찮을지 잘 모르겠다.
이번 드라마에서 선조 역이 무지막지한 악역은 아닌데.
‘그렇다고 악역 원툴만 시키는 것도 좀 그렇네.’
일단 베네핏으로 일치율도 볼 수 있고.
새로 생긴 베네핏으로 스탯도 확인할 수 있으니까.
‘보고 판단하지, 뭐.’
용건이 끝난 것 같은데 실장님은 머뭇거리며 전화를 끊지 않았다.
-저기…. 작가님.
“네?”
-식사하셨어요?
“아뇨, 아직이요.”
뭐지, 요즘 왜 이렇게 식사에 집착하시지.
내가 밥도 못 먹고 다닐까 봐 그러시나.
-그럼 4층 휴게실로 오세요. 지금 점심시간이니까.
“???”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되긴 했다.
전화를 끊고, 의아한 표정으로 효주에게 말했다.
“음, 효주야, 밥 알아서 먹어.”
“네? 아, 네!”
* * *
최근, 여민서에게는 특이한 습관이 생겼다.
각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마법소녀와 본인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는 습관.
“아, 또 욕하냐.”
[여민서도 한물갔네 ㅋㅋㅋ 김나연 때까지가 끝물인 듯]
이제는 익숙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대댓글을 달았다.
타닥, 타닥─
[너는 인생에 전성기가 있긴 했니?]
오히려 악플에 악플로 대응하며 스트레스가 풀릴 때도 있었다.
특히, 최근에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인물은 다름 아닌.
“김진우 작가….!”
지난 두 달 동안 촬영장에 얼굴도 안 비추더니.
‘지금까지가 행복한 시간이었구나.’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습니다.
김 작가는 부산에서 대본 쓰러 돌아다녔다더니만, 눈치도 같이 버리고 왔는지.
어제만 해도 그렇다.
촬영장에서 계속 놀리니까 연기할 때도 말을 더듬었는데.
-컷, 그뤠잇! 여민서 씨, 방금처럼만 계속 갈게요!
-아뇨, 감독님. 다시 하는 게….
-네? 이렇게 완벽하게 잘했는걸요?
-…. 그럴 리가 없는데.
송권수 감독님은 자신의 마음은 모르고 칭찬하기에 바빴다.
의문스러운 마음에 영상을 직접 확인했을 때, 결과물이 나쁘지 않아서 할 말이 없었다.
“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딸깍─
여민서는 인터넷을 뒤지다가 너튜브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
이내, 메이킹 필름이 올라온 영상을 확인했다.
템페스트 엔터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채널.
《「마법소녀 미미」 메이킹 필름! 여민서, 임재준 배우 출연!》
“않이, 코드네임 공삼공인데요. 마법소녀 미미 아닌데요.”
분명히 마법소녀 아니고 코드네임 030이라고 말해놨거늘.
영상 속에서 트윈 테일 핑크 머리를 한 자신이 눈에 띄었다.
소녀는 공룡을 딱밤으로 처치하고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이제 괜찮아요. 데헷!
이 모습을 가족, 친지, 조카, 어색한 친구, 경쟁 여배우들이 본다고 생각하니.
“셀프 흑역사를 창조했네.”
그냥 끝날 때까지 NG 없이 연기하는 게 최선인 듯 싶다.
‘촬영 기간이 넉 달이라고 했던가.’
거의 두 달 전부터 촬영하기 시작했으니까.
이제는 한 번씩 자신이 마법소녀가 아닐지 의문이 들었다.
딸깍, 딸깍─
현실에서 마법소녀에 대한 평가는 신랄했다.
사측에서 관리하는 너튜브 영상의 댓글만 해도.
-빌런이나 공룡도 퇴치해주는 마법소녀라니 ㅋㅋㅋㅋ
ㄴ민서 눈나 사랑해!!!!
ㄴ넘모 조아 ㅎㅎ
-현역 마법소녀(군필, 30) ㅋㅋㅋㅋㅋㅋ
ㄴ여민서 몸매도 좋음 ㅎㅎ
ㄴ내가 10년만 젊었어도 ㅋ
ㄴ방구석 여포들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댓글은 예사였다.
몇몇 선 넘는 잼민이 친구들도 있었으니.
“이것들 어떻게 못 하나?”
인생은 실전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은데.
너튜브는 고소 못 한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으음….”
촬영 중에 마법소녀 미미가 자주 하는 말이 떠올랐다.
“돈 주니까 참는다.”
* * *
템페스트 사옥 4층 휴게실.
정 실장님을 보자마자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밥차요?”
“네.”
“흠, 원하는 메뉴랑 코스만 말씀하시면 저희 측에서 출장 업체 부를게요.”
“오, 그래요 돼요?”
“그럼요. 그것도 저희 일인걸요.”
정 실장님 덕분에 편하게 밥차 배달 갈 수 있을 것 같다.
‘희정이 라면 뺏어 먹은 거랑 마싯다 돈까스랑….’
여튼, 대충 이것저것 퉁 칠 수 있지 않을까.
“근데 실장님.”
“네.”
“그 도시락에 자꾸 시선이 가네요?”
“드세요.”
“???”
“그러니까 불렀죠.”
3층 높이의 커다란 도시락.
곧이어, 실장님은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의문을 풀어주셨다.
고운 손으로 하나씩 도시락을 분리하는 모습을 확인하니.
‘소고기 마블링 무엇.’
초밥이나 연어에, 후식으로 과일까지.
동네 도시락 가게에서 살 수 있는 퀄리티가 아닌데.
“갑자기 웬 도시락이에요?”
“아는 데서 사 왔어요.”
“…. 그래요?”
“아, 여기 밥차도 하는데.”
“음….”
희정이한테 비싼 밥 한번 먹여볼까.
차도 싼 거 샀고 세금도 얼마 안 나왔으니까.
“작가님은 검소하셔서 밥차는 최대한 싼 곳으로 알아볼 테니….”
“에이, 그냥 여기로 해요.”
“네? 여기 비쌀 텐데요?”
“이런 거는 안 아껴요. 여동생인데.”
“와아…. 역시, 작가님.”
“???”
이내, 소고기에 연어까지 들어 있는 도시락 가져와서 내게 밥을 먹이는 정 실장님.
‘이거 혹시 그건가.’
돼지 잡아먹기 전에 포식시키는 그런 거.
실장님이 직접 사 온 음식을 맛보았는데.
‘녹아내리네.’
불안감 한 스푼 담긴 얼굴로 내 표정을 살피는 정 실장님.
“맛있어요.”
“다행이네요.”
근데, 다행인 것 치고 실장님 표정은 마치….?
“왜 그렇게 보세요?”
“밥도 못 먹고 다닐까 봐요.”
“…. 뭐지.”
“돈 많이 버셨으면 본인을 위해서도 좀 쓰고 그러세요.”
“???”
그런 말까지 해 준다고?
진짜 나 좋아해?
이거 실화 맞는 거지?
‘그래, 딱 희정이가 불쌍해 보였을 때….’
여동생이 집에서 밥 비벼 먹을 때 내가 지은 표정이 저런 느낌을 거야.
“이거 저번에 밥 사준다고 한 거 퉁이에요?”
“…. 원하면 또 사줄게요.”
엄마야?
* * *
「첫눈처럼 따뜻한」 촬영 현장.
이민주는 오랜만에 촬영장에 가는 길에 결심했다.
‘희정이, 이게 오늘도 애드립치면 진짜 혼낼 거야.’
매번 타이밍을 놓쳤지만, 오늘은 정말 마음 단단히 먹었다.
또각, 또각─
차에서 내려, 점차 촬영장에 가까워졌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분위기가 활기찼다.
“밥차네?”
곧이어, 근처에 있던 스탭이 빠르게 다가와 이민주에게 인사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늘 밥차 수준이 좀 높은데?”
“네! 역대급이에요!”
100여 명 스탭들이 먹는 소고기나 연어에 초밥.
이 정도면 아마 백만 원 단위로는 안 됐을 텐데.
“작가님도 어서 드세요!”
“그럴까, 그럼?”
이민주는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었다.
“근데 이거 누구 밥차야?”
“아, 희정이요!”
“음….”
어쩔 수 없이 오늘도 희정이는 못 혼낼 것 같다.
밥까지 얻어먹고 쓴소리할 만큼 낯이 두껍진 않아서.
“희정이는 인맥도 넓네.”
“그쵸? 어떻게 김진우 작가님을….”
순간, 이민주는 먹고 있던 소고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 뭐라고 했어?”
“네?”
“방금 누구라고?”
“김진우 작가님….”
미친.
고개를 돌려 밥차 옆에 세워놓은 현수막의 응원 문구를 확인했다.
[희정아, 밥은 먹고 일해라! from 김진우 자까]
‘…. 입맛이 뚝 떨어지네.’
생각보다 희정이랑 김진우의 사이가 돈독해 보인다.
아무래도, 지금 혼내고 말고 할 때가 아닌 것 같아.
‘이제 와서 사이가 틀어지면 그동안 노력이 물거품이 될 거 아냐.’
더 많이 잘해줘서 김진우랑 사이를 떨어트려야겠어.
배우에게 첫 주연 작품이 얼마나 큰 의미인데.
그때, 김희정이 멀리서 다가왔다.
“희정아!”
“네! 작가니…. 임, 언니!”
“…. 지금 쉬는 시간?”
“바로 들어가야 해요.”
“그래?”
이민주는 조심스레 궁금한 점을 물었다.
“너 혹시 김진우 작가랑 친하니?”
“거의 남매나 마찬가지예요.”
“그, 그렇게 친해?”
“네. 닮지 않았어요?”
“아니, 네가 훨씬 예쁘지.”
“정말요? 고마워요. 언니!”
“…. 그래, 이녀나.”
“네?”
“아니야.”
대화를 제대로 하기도 전에 조감독이 희정을 불렀다.
“김희정 배우님, 바로 다음 씬 가실게요!”
“네에!”
이민주의 격려 속에 희정은 다음 장면 촬영에 들어갔다.
‘…. 저거 또 김진우가 쓴 대사 치네.’
이제 익숙한 듯, 한기성 감독은 NG를 주지도 않고 그대로 진행했다.
아니, 오히려 흡족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니.
‘으으, 열 받아.’
어쩌다 보니 연신 속으로만 화를 삼키고 있었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포지션을 언니로 가져가는 게 아니었는데.
김진우보다 친해지는 게 그렇게 어렵나.
고작해야 같은 소속사가 뭐라고.
보통 첫 작품을 함께 하는 게 훨씬 의미 있지 않나.
‘대사를 바꿔도 자연스러우니까 도리가 없잖아.’
그동안 원로급 배우에게도 할 말 다 하고, 현장에서 감독이랑도 마구 싸웠는데.
스타작가가 되고 나서 이렇게 바보가 된 기분은 처음이다.
그것도 고작 신인 배우 한 명 때문에.
SBC에서 도망가듯 나오고 시작한 TVM 첫 드라마.
김희정은 반드시 성공하고 싶은 이민주의 마음을 아주 잘 이용했다.
‘요물이야, 저건.’
엉덩이에 꼬리가 9개쯤 달렸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