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04)
신조훈은 최근에 들어온 몇몇 대본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음, 죄다 삼류 양아치 역할….’
순정마초와 회귀자, 두 번 연속으로 커리어를 쌓은 이후.
다른 작품에서도 단역이나 조연으로 출연해서 입지를 다졌다.
그것도 오직 악역으로만.
“저기, 형구야.”
“네, 형님.”
신조훈 조심스러운 어조로 매니저에게 물었다.
“임진년, 복수의 칼날…. 그건 안 되는 건가?”
“아, 실장님이랑 작가님이 검토 중이세요.”
“그래….?”
작년 순정마초를 시작으로 신조훈의 연기 인생은 활짝 폈다.
조만간 다가오는 6월 백상예술대상 남자 신인상 시상까지 하게 됐다.
작년에 남자 신인상의 영광을 신조훈이 거머쥐었기에.
무명시절이 길어, 늦은 나이에 빛을 본 케이스.
그래서 그런지 더욱더 다양한 연기에 도전하고 싶었다.
‘더 늦으면 영영 기회가 안 올 수도 있어.’
악역 연기로 성공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가끔 어르신 팬들이 욕을 해도 기분 좋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만큼 자신의 악역 연기가 현실처럼 리얼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끝없는 연기 욕심을 채우기엔 2% 부족했다.
“음, 내가 선조 역할을 맡기엔 아직 연륜이 부족한 건가.”
“아, 아닙니다. 형님은 충분하세요.”
“…. 고맙다.”
최근에는 사극 연기만 주구장창 훈련했다.
기회도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오는 법이니까.
‘내가 너무 욕심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악역 연기로 밥 빌어먹게 해주신 김진우 작가님께 민폐가 아닌지 걱정이다.
“배우가 연기 욕심부리는 건 당연하지.”
“네?”
“김진우 작가님 번호가 저장됐으려나.”
“아, 저한테 있어요.”
국 감독님, 정 실장님께 허락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혹시 김진우 작가님께 직접 인정을 받으면 어떨까.
‘작가님 안목은 정확하시니까.’
김진우 작가님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면 일언반구도 없이 바로 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연락해 봐야겠어.”
“작가님께요?”
“어.”
신조훈은 진우에게 무슨 말을 할지 신중하게 생각했다.
“저기, 얼마 전에 김진우 작가님이 첫차 사셨다던데요. 소니타.”
“그래?”
“네.”
“흠….”
롤스도 타실 수 있을 텐데, 소니타면 엄청 검소하시네.
“연락하는 김에 선물이라도 해드리는 게 어떠세요?”
“그래. 그럼 네비나 하이패스라도 선물해 드려야겠구만.”
“…. 방향제 말한 건데요.”
그동안 맡은 역할은 오직 현대물, 그중에서도 악역뿐.
“아직 선조 역할 비었다고 했지?”
“네. 며칠 전에 정도석 배우님 나가리 됐다고 들었어요.”
“그럼….”
신조훈은 이번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뚜루루루─
-여보세요? 신 배우님?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네. 작가님!”
-근데 어쩐 일로 연락을 다 주시고….?
신조훈은 속으로 심호흡을 크게 하게 말을 꺼냈다.
“사극 배역 관련해서 꼭 찾아뵙고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아, 음…. 대충 들었는데. 그럼 오늘 시간 괜찮으세요?
“네! 저는 아무 때나 괜찮습니다.”
-그럼 작업실에 들러주세요.
“알겠습니다. 작가님”
* * *
나는 전화를 끊고, 의자에 등을 길게 뉘었다.
“신 배우님이 연기 욕심이 있으시네.”
아니, 배우라면 누구나 그런 건가.
일단 일치율을 보고 나서 판단해야겠어.
드르륵─
그때, 효주가 작업실에 들자마자 기쁜 어조로 말했다.
“오빠오빠, 기생벌레 시사회 VIP 티켓 구하셨다면서요!?”
“응, 맞아.”
“대박쓰! 그거 웬만한 연예인들도 못 구하는 건데!”
“오, 귀인은 귀물을 알아보는구만.”
“그럼요! 봉진호 감독님에 송강우 배우님도 볼 수 있고….!”
“흠….”
“누구랑 가세요? 한 명 동반이잖아요오!”
“글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황효주 씨.
이렇게 장화 신은 야옹이처럼 쳐다보면 내가 어떻게 거절해.
“당연히 너랑은 안 가겠지, 가겠냐?”
“힝.”
실장님한테 한번 여쭤볼까.
톡, 토토독─
톡을 보내면서 힐끔 효주를 쳐다봤다.
“밍쁨이는 오늘도 자택 근무?”
“네. 사극 콘티요.”
“음, 좀 있다 신조훈 배우님 오실 거야.”
“네?”
“내가 불렀어. 놀라지 말라고.”
“아, 넵!”
‘신 배우님 올 때까지 대본이나 점검할까.’
「나쁜 남자의 사랑법」
최근에는 오직 대본 편집에만 집중한 것 같다.
시스템이 임무를 내주었으니 기대에 부응해야지.
【미션, ‘인정받기, 2단계!’ : 당신이 직접 쓴 대본의 주연 배우에게 인정받으세요. (0/2)】
【제한 시간 : 28일 14시간 32분 10초】
‘흠, 근데 남자 주인공은 누구냐.’
시스템 패턴상,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게 아니라면 언제 새로운 사람을 찾으러 돌아다니겠어.
‘지성호, 이진호…. 설마 신조훈 배우님은 아니겠지?’
똑, 똑─
그때, 약속대로 신조훈 배우님이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작가님.”
“아, 오셨어요?”
“네. 하하.”
그러고 보면 신조훈 배우님도 고작 1년 만에 무섭게 성장했다.
3년간 독립영화를 전전하던 배우에서 메이저 상업 영화의 주요 악역 전문 배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으니.
“음, 휴게실 가서 이야기하시죠.”
“아, 네!”
* *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실장실.
정새롬 실장은 변 팀장의 보고를 받으며 질문을 건넸다.
“민서가 요즘 그렇게 잘한다고요?”
“네. 특히 김진우 작가님이 촬영장에 들를 때마다.”
“???”
“연기력도 늘고, 화도 많이 늘었다고….”
“….”
현재 대하드라마 사전제작과 투자사 미팅은 새롬의 몫.
그 외, ‘마법소녀’ 제작팀은 전반적으로 변혁주 팀장이 담당했다.
“영화 촬영도 이제 얼마 안 남았죠?”
“네. 사전에 장소 세팅을 잘해놔서요. 예정보다도 빨리 끝날 것 같습니다.”
“신기하네요. 원래 시간에 쫓기는 게 일상인데.”
“그게, 김진우 작가님 작품은 유독 빨리 끝나는 느낌입니다.”
묘사가 잘 된 대본과 철저한 준비 덕분이다.
직접 대본을 쓰러 돌아다닌 장소들은 죄다 촬영지로 쓰기에 적합했으니.
“…. 그럼 조금만 더 고생해주세요.”
“네. 실장님.”
이내, 새롬은 변 팀장의 다른 보고서를 확인했다.
“강준 배우, 계약 체결했나요?”
“네! 일본 진출이 확정입니다.”
“잘됐네요.”
“일본의 탑급 극작가 대본이니까요.”
“에미코라….”
얼마 전 영화 시나리오를 쓴 에미코의 차기작.
“일본의 김진우라고 불린다던데.”
“아마 본인이 들으면 싫어할 겁니다. 본인은 데뷔 3년차라고….”
“음….”
액션이 가미된 드라마의 원탑 남자 주인공.
“강준에게는 큰 기회겠네요.”
“네. 지금 반응으로 봐서는 임재준 배우 때 이상입니다.”
“액션이 괜찮고, 일본어도 나쁘지 않으니까.”
“맞습니다.”
“좋은 기회겠네요. 일단 미팅 잡아보시죠.”
“네. 실장님.”
새롬은 멀어지는 변 팀장을 뒤로한 채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실장님 5월 28일에 뭐 하세요?]
[기생벌레 시사회 티켓을 주워버렸넹 ㅎㅎ]
[같이 가실래요?]
요즘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귀한 티켓.
아니, 그걸 무슨 수로 주웠대.
“안 그래도 보고 싶었는데.”
요즘 김진우 작가와 자꾸만 사적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작가로서 실력은 국내 탑티어, 돈도 명예도 바라지 않은 인격자.
부모님 재산만 믿고 나대는 재벌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뭐, 이 정도 관계는 괜찮겠지.’
새롬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김진우의 말에 예스맨이 되어버렸다.
토, 토톡─
[그래요 그럼]
* * *
띵동─
김진우는 신조훈과 악수를 하는 순간 유명한 명언을 떠올렸다.
‘’
‘운이 좋군.’
【배역에 91%만큼 어울리는 배우를 발견했습니다.】
【해당 배우를 ‘선조’ 역할에 등록하시겠습니까? (Y/N)】
신 배우가 그토록 원하는 선조 배역의 일치율이 굉장히 높았다.
‘어휴, 그동안 헛고생했네.’
이렇게 코앞에 보석을 내버려 두고 다른 소속사를 돌아다녔으니.
“신 배우님.”
“네. 작가님.”
“선조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하셨죠.”
“네. 오디션도 준비했습니다. 시간 괜찮으시면 한 번 보여드릴….”
“아뇨. 안 봐도 될 것 같아요.”
“아, 아….”
진우의 말을 듣고 신조훈은 속으로 아쉬운 마음을 삼켰다.
사실, 신조훈 본인 역시 알고 있었다.
악역 원툴에 검증도 안 된 배우에게 큰 배역을 줄 수는 없는 법이다.
독립 영화를 전전하던 자신에게 상업 작품의 맛을 보여준 은인.
‘은혜도 모르는 놈이 될 순 없지.’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전부 김진우 작가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님 덕분에 이렇게 컸는데 제가 너무 욕심을 부렸네요.”
“….?”
“사실 이번 작품을 통해 악연 연기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음,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네?”
김진우는 씨익 미소를 짓고 흔쾌히 수락했다.
“하세요. 선조 역할.”
“네?”
“국 감독님이랑 정 실장님께는 따로 인정받으셔야겠지만.”
“아….!”
“저는 신 배우님이 선조 역할에 누구보다 제격이라고 확신합니다.”
“!!!”
대체 뭘 보고 이렇게까지 믿어주는지 모르겠다.
‘내가…. 귀인을 만났구나.’
아무것도 보지 않고 믿어줄 수 있는 작가라니.
그것도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오른 작가에게 인정을 받게 되었으니.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하죠. 골치 아픈 배역을 채웠으니까.”
“이렇게까지 믿어주시고….”
“에이, 뭘요.”
“제가 정말 뼈를 깎는 노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 뼈를 왜 깎아요.”
“….”
은유법이지만.
그냥 코런갑다 해야겠다.
* * *
일본의 한 방송국.
에미코는 연출, 제작진과 함께 차기작 캐스팅 후보를 추렸다.
“그럼 남자 주인공은 강준 배우로 확정인가요?”
“그렇죠.”
김진우 작가의 작품을 모두 시청한 에미코 입장에서는 그만한 패가 없었다.
“일단 일본어를 잘해서 좋은 것 같네요.”
“하하. 작년부터 일본어를 열심히 하셨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스턴트맨 없이도 액션을 잘하는 편이죠?”
“네. 회귀자 때도 부산 조직들과 싸움 씬이 대역도 없이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외국인을 주연급 배우로 쓰면 망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에미코는 언제나 자신의 작품을 성공시킬 자신이 있었다.
‘연기력도 손색이 없어.’
그때, 옆에서 잠자코 구경하던 감독이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르 말했다.
“저는 임재준 배우가 좋았는데 아쉽군요.”
“네?”
“요즘 순정마초 리메이크 덕분에 임재준 배우 인기가 점점 올라가고 있어서요.”
“음, 이미 강준 씨랑 계약했잖아요.”
“네. 뭐….”
에미코는 걱정스러운 표정의 감독에게 천천히 설명했다.
“감독님, 저는 임재준 배우가 액션 씬을 소화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음, 그건 액션 스쿨에서 배우면 되지 않을까요?”
“아뇨. 고난도 액션으로 갈 겁니다. 저는 강준 배우를 믿어요.”
“그렇습니까.”
“네. 확신합니다.”
에미코는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에서 보여준 강준의 연기를 높이 샀다.
‘임재준 배우도 뛰어나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김진우 작가의 수준 높은 대본으로 그 정도 연기를 보여줄 배우는 여럿 있었다.
그 증거로, 일본판 순정마초의 주연 배우도 제법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었으니.
하지만 강준은 좀 더 특별했다.
수많은 회귀를 겪으며 감정이 마모된 최상급의 표현력.
게다가, 거기서 보여준 액션도 초보자치고 뛰어난 수준.
‘재능이 아주 뛰어나.’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을 만큼 탐이 나는 배우였다.
* * *
며칠 뒤.
5월 28일, 「기생벌레」 VIP 시사회 당일.
정 실장님과 톡을 주고받으며 나갈 준비를 했다.
‘세미 씨 드릴 대본도 챙겨야지.’
곧바로 「나쁜 남자의 사랑법」 한 부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캐스팅될지 말지를 떠나서, 일단 ‘인정받기 2단계’ 임무를 깨는 게 먼저니까.
“오빠, 이제 사극도 캐스팅 끝난 거예요?”
“응. 아마 제작까지 순탄하게 흘러갈 거야.”
애초에 캐스팅 외에 장소 헌팅과 밍쁨의 콘티 작업까지 동시에 이루어졌으니.
“대본을 미리 써놓으니까 확실히 좋아.”
“에이, 그건 오빠니까 가능한 거죠.”
“응?”
“보통은 미리 써놔도 장소나 캐스팅 때문에 계속 수정하죠.”
“아, 그건 그러네.”
시스템은 그런 변수까지 고려해서 대본을 준비하는 듯하다.
“일단 나는 데이트…. 아니, 시사회 구경하러 간다.”
“네. 오빠.”
뚜루루루─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실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여보세요?”
-네. 작가님.
“지금 내려가요.”
-아, 천천히 오세요. 저는 지금 강준 배우랑 있어요.
“…. 네?”
-희정이도 같이 있어요.
“….”
저도 멀리서 보고 있어요.
터벅, 터벅─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멀뚱히 서서 나를 꼬라-, 아니, 쳐다보는 희정이를 마주 보았다.
“우리 둘이 가는 거 아니에요?”
-강준도 시사회 초대받았다네요. 같이 가면 될 것 같아요.
“….”
-아, 보이네. 끊을게요.
굳이, 같이….?
요즘 복세편살이 대세인 거 모르시나요.
각자 살기도 바쁜 이 시대에 왜 단체생활을 자처하십니까요.
“오빠 왤케 늦어?”
킹받네.
눈치 없냐?
“희정아, 지금이라도 기회를 줄게. 사라져.”
“뭐래.”
남매 간에 우애를 다지는 모습이 보기 좋은지.
정 실장님이 끼어들어서 화목한 분위기를 다졌다.
“다 같이 가면 좋잖아요.”
“…. 그러네요.”
뒤에서 뻘쭘하게 서 있던 강준은 쓴웃음을 짓고서 깍듯이 인사했다.
“형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 그래. 별로 반갑지는….”
바로, 그때였다.
두근─
“…. 너 뭐냐.”
“네?”
새 작품을 만났을 때 나오는 감각.
「나쁜 남자의 사랑법」의 남자 주인공.
“내 작품…. 남주가 너였어?”
“???”
일본 진출한다고 들었는데.
이건 좀 곤란하네.
“에미코 작가님 작품, 벌써 계약했냐?”
“네? 아, 네! 계약했습니다.”
“…. 취소하면 안 되겠지?”
“네? 갑자기 왜요?”
“아냐. 일단 드라마 찍고 와.”
“네. 형님!”
“언능 와.”
“….”
이거 또 미뤄졌네.
내 대본은 드라마 언제 찍누.
* * *
오늘 시사회가 끝나고, 정확히 이틀 뒤에 개봉하는 영화.
「기생벌레」
수많은 기자와 스타들이 VIP 시사회장을 찾았다.
아무래도 봉진호 감독님의 작품이었으니까 당연했다.
“유명한 배우분들 많이 왔네요.”
“그러게요.”
나는 자연스럽게 정 실장님과 함께 들어갔다.
먼저 간 희정이, 강준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김진우 작가님, 연예가 TV에서 나왔습니다!”
“네.”
“옆에는 혹시 연인….”
“아뇨, 템페스트 엔터 제작사 대표입니다.”
“아.”
포토존에서 가볍게 사진을 찍고 극장에 들었는데.
“작가님, 왜 대표라고 거짓말 하셨어요?”
“매번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 대표 맞잖아요.”
“음….”
안에서 강준과 희정이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렸는데.
그 순간, 객석에서 나를 알아본 여인이 먼저 소리쳤다.
“어, 작가님!!!”
“미령 씨 오셨네요.”
극장 내에 미리 도착한 퍼플걸스 멤버들과 인사를 나눴다.
특히, ‘회귀자’에서 강준과 호흡을 맞춘 미령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작가님, 여기 앉으세요.”
“네? 거기 자리 주인이….”
“저희 회사 사람들 자린데. 바빠서 못 오신대요.”
“아하.”
옆에 다른 멤버들과 눈으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착석했다.
“작가님, 오늘 영화 엄청 기대되지 않아요?”
“당연하죠. 봉 감독님 영화인걸요.”
“우리 막내가 영화 찍으면서 많이 고생했다던데.”
“세미 씨요?”
“네!”
“…. 전화할 때마다 되게 밝아 보였는데.”
“엥? 저한테 전화할 때는 맨날 힘들어서 울 때도 있….”
“….”
나한테 힘든 티를 안 낸 거였구나.
생각보다 내가 무심했던 것 같다.
그냥 열심히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화장실 변기가 막 넘쳐서 그 위에서 쪼그려 앉아서 담배 피우는 연기도 했대요.”
“음…. 말로만 들어도 힘들었겠네요.”
‘세미 씨, 진짜 고생 많이 하셨구나.’
미령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주요 인물들이 시사회장에 들어섰다.
봉진호 감독님과 송강우 배우님을 필두로 주연 배우분들.
세미 씨를 포함해서 차례로 들어와 인사를 올리고 맨 앞자리에 착석했다.
“영화 시작할 것 같네요.”
“그러게요.”
이내, 극장에 어둠이 내려앉고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