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10)
에바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인.
그녀를 보는 순간, 내가 이곳에 온 게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진호 때문에 찜질방에 온 게 아니라….’
시트콤에 출연해 줄 예쁜 외국인이 필요한데.
마침 딱 내 앞에 그런 사람이 나타났으니.
‘이런 게 우연일 수는 없겠지.’
“에바 씨, 저를 아세요?”
“네, 진우킴! 어떻게 여기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 그러게요.”
애초에 나는 이곳에 올 운명이었다.
제한 시간도 딱 하루만 주어졌으니까.
‘시스템이 만든 인위적인 만남이지만…..’
근데 아까부터 거슬리는 인물이 한 명 있었으니.
우리를 멀리서 지켜보며 우리를 지켜보는 한 남자.
“근데 저분은 누구?”
“…. 보험 파는 사람.”
“???”
곧이어, 나는 그녀와 근처 카페에 가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어그로 엄청 끄네.’
에바 로페즈의 미모는 주변의 관심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주변 남정네들의 시기 질투심 가득한 대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릴 만큼.
“와, 미쳤다.”
“존나 예쁘네.”
“근데 남친 꼬라지가….”
“병신아, 남친이겠냐?”
“그치? 너무 오징어라서.”
쒜끼들아, 다 들린다.
“진우킴 작가님.”
“네?”
“듣고 있으세요?”
“아, 네. 그럼요.”
“작가님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 그래요.”
근데 그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음, 에바 씨.”
“네?”
“방금 우리가 나눈 대화로 유추해보건대….”
“유추? 유추….”
“…. 혹시 가출하셨나요?”
“아! 유두가 추워요!?”
“이런 미친, 조용히 말해!”
아니, 그게 아니라.
조용히 말하면 더 이상하지.
“그런 말을 왜 하는 거예요!?”
“작가님, 저 가출한 거 아니에요.”
개념은 가출한 것 같은데?
“…. 하, 그럼 뭔데요.”
“집을 나온 건 맞는데 가출은 아니에요.”
“에반데?”
그게 그거잖아.
어휴, 일단 또라인 건 확정이고.
시트콤 주인공으로 적합한지 먼저 확인해 보자.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사전 조사(Lv 2)를 사용합니다.】
【해당 배우는 ‘교환학생 여신’ 역할과 99% 만큼 일치합니다.】
‘이런, 씨스템 쌕기야’
꼭 그렇게 가출한 외노자를 주인공으로 써야만 속이 후련했냐.
“에바쎄바 씨, 혹시 스파시바 찜질방에서 사는 건 아니죠?”
“맞는데요. 헤헤”
“그렇게 활기차게 얘기하지 마시고.”
“디프레스드.”
“…. 내가 더.”
내게는 이렇게 힘들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존재한다.
웬만한 건 전화 한 통으로 다 해결해 주는 만능 해결사.
뚜루루루─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새롬.
-네. 작가님.
“실장님, 우리 작품을 빛내줄 대단한 인재를 찾았어요.”
-네?
“근데 문제가 하나 있네요.”
-???
“만나서 얘기하실까요?”
정 실장님은 내 말을 듣고서 잠깐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작가님, 혹시 그 말 아세요?
“네? 어떤….?”
-쎄함은 과학이다.
“….”
-지금 내 기분이 그래요. 어이가 없네.
눈치 무엇.
* * *
희정은 벤을 타고 MBS 방송사로 이동하며 강준과 통화했다.
“어, 드디어 내가 오빠 드라마에 출연한다니까? 이게 말이 돼?”
-네가 열심히 했으니까.
“와아…. 꿈만 같다.”
-축하해.
“흠흠, 여튼. 깡준, 너는 일본에서 살만 허냐?”
-…. 아니.
“왜? 액션이 너무 힘들어?”
-음….
“에미코 작가님 까칠하다며. 그래서 그런가?”
-아니.
강준은 살짝 고민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 한국이 그리워서.
“향수병?”
-아니, 그냥…. 친구도 보고 싶고.
“친구? 너 친구 없잖아.”
-…. 니가 친구잖아.
“아, 그러네.”
-흠, 나 촬영 가봐야겠다. 또 연락하자.
“그래. 수고해.”
뚝.
“많이 힘든가벼.”
희정은 짧게 강준의 행복을 기원해 주고, 손에 들린 대본에 눈길을 주었다.
「쉐어 하우스 1부」
희정의 손에 들린 대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김희정 배우님 (김희정 役)》
틀림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대본이 맞으렷다.
“어제 밤새도록 읽으려다가 참았지.”
굳이 표현은 안 했으나, 희정 역시 배우로서 진우의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었다.
솔직히 말해서, 작년까지만 해도 전혀 그런 마음이 없었지만.
「재벌 상속자는 순정마초」 이후, 희정의 생각은 180도 달라졌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을 뿐, 언젠가 때가 되면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촤라락─
대본을 펼치고, 희정은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표정으로 진우의 대본을 읽었다.
다른 배우나 업계 관련자들은 대부분 그의 대본을 보고 ‘재밌다’면서 감탄하지만.
희정은 조금 달랐다.
“대박, 내 분량이 제일 많아!”
과연, 그녀는 마땅히 우주대스타가 될 자질을 갖춘 인재였다.
얼마 후,
MBS 방송국에 도착하고, 약속 시각에 맞춰 길주창 PD가 미팅룸에 도착했다.
“희정 씨, 따뜻한 첫눈처럼 시청률 10프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해요.”
“앞으로도 성공하실 일만 남으셨네요. 하하.”
“에이, 뭘요.”
다큐제작국의 길 PD는 희정과 몇 번의 인사치레를 더 주고받은 뒤.
지난 몇 주 동안 제법 열심히 짠 프로그램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예능국에서 작가랑, 스탭들 지원해 준다고 했거든요.”
“네?”
“예능과 다큐의 콜라보! 국내 최고의 다큐 예능을 도전하고 싶습니다!”
“…. 주제가 뭔가요?”
“인물탐구!”
“음, 누구를 탐구하죠?”
“예전에 TVM에서 했던 금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 아세요?”
“아…. 그 특이한 사람들 나와서 야부리 터는-, 아니, 이빨 터는 거요?”
“….”
야부리나 이빨이나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만.
“그런 식이죠. 근데 저희는 저희가 직접 찾아가는 거예요.”
“오, 좋은데요?”
“그쵸!? 게스트로 연예인이 나와도 되고, 독특한 인물이 나와도 되고.”
“그래서 제목은 뭐예요?”
“그 분이 알고싶다!”
“네?”
“그게 제목이에요. 그 분이 알고싶다!”
“…. 제목 센스가 한결같네요.”
칭찬은 아니었지만, 길주창은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설명했다.
“직접 찾아가서 생활 모습도 찍고, 일하는 모습도 찍고.”
“음, 우리 오빠가 완전 특이한데. 공동묘지에서도 글 써요.”
“…. 실화?”
“그것도 밤에.”
“….”
컨셉이 지독하네.
이전 프로그램 「글 쓰러 어디까지 가봤니!?」 기획 의도와 딱 맞는 사람이다.
여행작가 포멧도 식상해져서, 김진우 작가가 출연하면 시청률이 뻥튀기가 됐으니.
“저기, 희정 씨. 한 번씩 오빠분도 출연해주시면….”
“글쎄요. 저랑 안 친해서요.”
“네?”
“매일 싸워요.”
“남, 남매가 다 그렇죠. 하하.”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싸울 걸요.”
문득, 이전 촬영에서 김진우와 김희정의 모습을 떠올렸다.
겉보기에 굉장히 친해 보였는데, 남매라고 하니까 납득이 됐다.
“그래도 한 번씩 여쭤봐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럴게요.”
“정말요? MC 두 명에, 게스트 한 명 체제로 갔으면 합니다.”
“격주는 무리고 한 달에 한 번쯤은….”
“오오, 그럼 너무 감사하죠!”
길 PD는 촬영 스케줄을 잡으려고 했으나, 희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아직 드라마 스케줄이 안 나와서요. 괜찮으시면 그때 가서 조정할 수 있을까요?”
“드라마 스케줄이요….?”
“120부작 시트콤 들어가게 됐어요. 오빠가 쓴 대본으로.”
“오, 그럼 김진우 작가님 차기작?”
“네.”
길 PD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미 희정은 TVM에서 10프로대 시청률을 찍었는데.
‘김진우 작가님 작품에 120부작 시트콤이면….’
그 화제성이 적어도 1년은 지속하겠지.
그럼 당연히 김희정이 MC를 보는 다큐도 덩달아 주목을 받을 테고.
“희정 씨.”
“네?”
“계약서를 잘 못 가져왔네요.”
“아, 그래요?”
“네. 템페스트에서 직원분 오시기 전에 다시 가져오겠습니다.”
“넹.”
길 PD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국장을 찾아갔다.
‘이런 조건으로 내밀었으면….’
괜히 서로 얼굴만 붉힐 뻔했다.
잠시 후,
변혁주 팀장은 계약서를 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건을 미리 듣고 왔는데, 그 사이에 더 좋아졌군요?”
“아하하. 본부장님이 템페스트 엔터를 참 좋아하십니다.”
“그래요? 감사하네요.”
“저기….”
길 PD는 조심스럽게 변 팀장에게 질문을 건넸다.
“저희가 혹시 괜찮으시면 템페스트의 아티스트분들이 게스트로 한 번씩 나와주시면….”
“한번 검토해 보겠습니다.”
“정말요?”
“네. 김진우 작가님도 MBS 다큐국이랑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세요.”
“오오….”
“앞으로도 장소 섭외 잘 부탁드린다고….”
“그럼요! 저희가 장소 섭외 장인입니다!”
“그, 그런가요.”
“네! 걱정하지 마십쇼! 하하.”
* * *
정새롬 실장은 진우가 데려온 여인을 보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니까, 우리 드라마 주인공이라고요.”
“그쵸.”
“살 곳도 구해줘야 하고?”
“음, 말을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네요.”
혹시 사고 쳤나.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신중히 생각하고 나서 입을 열었는데.
“취향은 존중….”
“아닌데요?”
“뭐가요.”
“지금 생각하는 그거요.”
“…. 다행이네요.”
검소한 인격자지만, 여자 문제는 깨끗하지 않은 줄로 오해했네.
이내, 새롬은 고개를 돌려 다시 천천히 에바의 얼굴을 쳐다봤다.
서양인 버프라는 게 실존하는 건지.
여자가 봐도 아름답다고 느껴질 만큼 미인이다.
‘원룸까지 구해줄 정도로 대단한 배우일까.’
외모만 보면 할리우드 여배우라도 해도 믿을 수 있겠다.
게다가, 개성이 담긴 외모에서 나오는 형언할 수 없는 분위기까지.
“일단 거처를 마련해 드릴 테니까.”
“거처…. 음, 거처?”
“…. 아, 또.”
김진우 작가가 인상을 팍 쓰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둘 사이에 대해 괜한 오해는 안 해도 될 것 같다.
‘…. 잠깐만, 근데 내가 왜 신경 쓰지?’
그건 잘 모르겠고.
“일단 저희집 근처에 오피스텔을 구해줄게요.”
“와우, 어메이징! 킴진우 작가님 소속사는 듣던 데로 친절하세요!”
“…. 어떻게 들었길래.”
“완전 착하고 좋다고 하던데요!”
“그래요?”
새롬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에바를 안내했다.
허나, 김진우 작가와 큰 차이점이 있었으니.
영어를 할 줄 아는 새롬에게 에바는 그냥 예쁜 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홀리, 그동안 말이 안 통해서 답답했는데.”
“당분간 제가 챙겨줄 테니까.”
“고마워요. 으앙.”
새롬은 어쩔 수 없이 에바를 데리고 다니며 많은 부분을 챙겨주었다.
은근히 애교 많은 스타일의 혼혈 미인을 챙기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사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캐스팅에 있어서, 김진우 작가의 선택은 언제나 정답이었으니까.
MDN 방송국에서 제작되는 드라마는 반드시 성공시키고 싶었기에.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언제나 연예계에서 일하는 자신을 못마땅해 하시던 아버지였다.
어쩌면, 당신께 처음으로 인정받을 기회일 지도 모르겠다.
* * *
KBC 방송국, 「임진년, 반격의 칼날」 촬영 현장.
백윤 배우는 오늘치 촬영을 마치고 방송국을 벗어났다.
“후우, 생각보다 내 분량이 더 적네.”
처음 김진우 작가의 작품에 캐스팅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백윤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백윤의 역할은 딱 보조 캐릭터를 벗어나지 않았으니.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잘 쳐줘야 조연.
엄밀하게 평가해 보면 딱 단역 수준에 그쳤다.
이번 드라마 메인 줄기는 어디까지나 조선 시대에서 이루어졌기에.
조용만 배우님이 1인 2역으로 ‘진짜’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었다.
‘뭐, 알고 시작하긴 했지만….’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경복궁에서 촬영하고 있었는데.
‘현대인’인 백윤은 사극 관련된 장소에 들를 껀덕지도 없었다.
곧이어, 백윤은 밴에 타고서 매니저에게 말했다.
“형, 다음 스케줄 있어?”
“아니, 없는데. 집으로 갈까?”
“음…. 뭐. 그래야지.”
“아, 윤아. 그 소식 들었어?”
“무슨….?”
“김진우 작가님, 새 드라마 벌써 들어가실 생각이라고 하더라고.”
“버, 벌써?”
얼마 전에 영화 크랭크업 소식을 들었다.
근데, 사극 첫 촬영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어디서 들었어?”
“오늘 황효주 작가님 오셨거든.”
“아…. 그, 장르가 뭔데?”
“시트콤인데. 캐스팅도 거의 끝났고, 남자 배우 한 명만 더 구하면 된다더라.”
“남자 배우….”
백윤은 최근 김진우 돌풍의 주역들을 떠올렸다.
임재준, 강준, 지성호, 기현수, 이진호.
고작 1년 사이에 급이 최소한 세 단계씩은 오른 그들.
그중 임재준, 이진호는 신인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부럽다.’
김진우 작가에게 원톱 주인공으로 간택 받은 삶이란 어떤 삶일까?
“형, 혹시 남은 배우 자리…. 공개 오디션이래?”
“글쎄.”
“….”
“왜 그래, 하고 싶어서?”
“응.”
김진우 작가는 언제나 자신의 기준을 세우고 정확하게 부합해야만 캐스팅을 진행했다.
“한번 말씀이나 드려주라.”
“음, 그래. 대표님께 말씀드려볼게.”
“고마워.”
* * *
며칠 뒤.
정새롬 실장은 운전대를 잡고 MDN 방송국으로 향했다.
드라마제작국장과의 미팅을 잡고 먼저 방문했다.
띠리리리─
그때, 울리는 전화벨 소리.
“또…. 전화하네.”
새롬은 한숨을 푹 내쉬고 에바의 전화를 받았다.
“응. 에바야.”
-언니, 한국은 변기가 따뜻해요!
“….”
어쩌라고.
“…. 그래, 좋겠네.”
-대박이에요! 미국에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따스함….!
“아주 많이 따뜻한가 봐.”
-네네!!
“그럼 끊을게.”
-네에!
뚝.
“언제든 편하게 연락하라고 했지만.”
이건 편해도 너무 편한 거 같은데?
새롬 역시 미국에 제법 오래 거주했으니.
상대가 느끼는 동질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음, 내가 어쩌다가….’
배우 숙소까지 구해주는 일도 생기고.
김진우 작가 덕분에 별일이 다 있다.
끼이익─
차를 세우고, 스마트폰을 들어 진우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죄송해요 조금 늦을 거 같아요]
[제가 우회전에 좀 약해서 ㅠㅠ]
“…. 다음에 운전도 가르쳐 드려야 하나.”
새롬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 먼저 가서 국장과 인사를 나눴다.
그의 옆에는 본인은 우준서 감독이라고 소개한 인물이 함께였다.
“저기, 정 실장님.”
“네. 국장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네?”
“사장님이 급하게 찾으십니다.”
“저를요? 본부장님도 아니고 왜 사장님이….”
“그냥 30분만 미팅 늦추죠.”
“아, 네. 좋네요.”
차라리 잘 됐다.
어차피 김진우 작가님도 늦는다고 하셨으니.
‘10층인가.’
새롬은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고층으로 직행했다.
비서실에서 마중 나온 비서의 정중한 에스코트와 함께 안에 들었는데.
“어라?”
사장실에는 새롬이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 앉아있었다.
“새롬아, 오랜만이다.”
“오빠, 여긴 어쩐 일이야?”
“어제부로 발령 났다.”
“그럼 MDN 사장이….?”
“그래. 나야.”
그의 자리에는 미리 만들어 놓은 듯한 명패가 세워져 있었다.
《MDN 사장 정조준》
새롬이 자신의 형제들 중에 유일하게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
배다른 남매였음에도, 한 번도 선입견 없이 그녀를 챙겨주었으니.
‘…. 내가 집안 사정에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
좌천된 건지, 아니면 자진해서 온 건지.
“새롬아, 그런 거 아니야. 하하.”
조준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그냥 실적도 쌓을겸 잠깐 있는 거야.”
“아.”
“조만간 떠날 테니까. 그때까지 잘 부탁한다.”
“….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사장님.”
“그래요. 실장님.”
그래도 아는 얼굴이라서 마음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