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12)
지난 며칠간, MDN 방송국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드라마국을 중심으로, 모든 부서에 진행된 전사적인 차원의 자체 검열.
천성 그룹 본사에서 직접 방문한 감사팀 직원들은 MDN의 치부를 속속들이 밝혀내었다.
우준서 감독이 일으킨 작은 날갯짓은 거대한 태풍이 되어 회사 전체에 불어닥쳤다.
“비리가 이렇게 많다고?”
“네. 사장님.”
정조준은 이전 회사에 있을 때 거둔 뒤처리 직원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런 중소기업에서 뭐 먹을 게 있다고?’
방송국 특성상, 어떤 식으로든 콩고물을 주워 먹고 싶은 엔터가 도처에 널려있었다.
이쪽 업계에 발을 담근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그새 정말 많이도 배웠다.
특히, 더러운 면을 전부 확인한 기분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악질은….”
“드라마국 우준서 감독입니다.”
“이 새끼는 접대를 밥 먹듯이 받았네?”
“네. 사장님.”
“이런 미친, 나흘 전에도 갔어? 돌았나.”
그런 주제에 MDN의 미래를 책임질 작가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하소연을 했던 건가.
깨끗한 물도 고이면 썩는다.
당연한 진리는 이렇게 작은 회사에서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했다.
“해고하는 정도로는 만족 못 하겠는데?”
“고발 조치하겠습니다.”
“서 검사한테 말해놓을 테니까 형량은 최대한으로 때려. 다시는 업계에 발붙일 생각도 못 하도록.”
“네. 사장님.”
한편, 우준서 감독은 최근에 벌어지는 일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평범한 사람은 경찰서에 한 번 찾아가는 정도로도 맨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웠으니.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지난 십수 년 동안 자연스럽게 행했던 관례였을 뿐이었으니.
그저 자신의 차례에 재수 없게 걸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 국장님! 국장님은 모른 체 못 하실 거야.’
지난 시간동안 함께했던 정이 있기에, 외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우 감독, 왜 그랬어?”
“네?”
“적당히 해쳐 먹었어야지.”
“국장님, 여태까지는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잖습니까!?”
“무슨! 이 사람,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구만.”
“얼마 전에도 저랑 같이….”
“기억 안 나? 나는 술만 먹고 집으로 간 거.”
“….”
이러다가는 진짜 혼자서 옴팡 뒤집어쓰게 생겼다.
그런데, 오히려 국장은 자신을 힐책하며 쓴소리를 뱉었다.
“자네 때문에 이제부터 성과제로 바뀌었어.”
“…. 고작 그런 걸로요? 저는 지금….”
“고작? 지금 방송국 전체 직원들 밥줄이 걸렸는데 고작이라고 했나?”
“….”
주변을 둘러보니 직원들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아부하던 후배도.
며칠 전에 톡으로 기프티콘을 보낸 선배도.
종종 웃는 얼굴로 인사하던 옆 부서 직원도.
명백한 적의가 담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실적 떨어지면 바로 승진길 막히고, 그게 누적되면 그대로 갈려 나가는 거야. 바로 너 때문에!”
“저는 내일 또 경찰서 간다고요!”
“그건 네 사정이지!!!”
결국, 우 감독과 국장 사이에는 큰 소리가 오갔다.
“됐으니까 나가. 꼴도 보기 싫어.”
“….”
우 감독은 주먹을 꽉 쥐고 방송국을 벗어났다.
회사 내 어디를 가도 차가운 눈초리만 쏟아질 뿐이었기에.
띠링─
그때, 아내에게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긴말 안 해. 도장 찍어.]
[(첨부파일)]
아내가 보낸 첨부 파일에 포함된 이혼 서류와 변호사를 통해 책정한 위자료.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준서가 접대받은 증거들이 전부 포함되어 있었다.
“…. 대체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지?”
우준서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이 뭔지 파악하지 못했다.
그냥, 지독하게 운수가 나빴다고 생각하는 게 그의 한계였다.
“다들 왜 나한테만 지랄이냐고! 나만 잘못했어?”
혼자서 악을 쓰며 소리치는 우준서 감독.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그에게서 멀리 떨어져서 걸었다.
같은 시각, MDN 방송국 내부 사정은 자연스럽게 진우의 귀에도 들어갔다.
물론, 그 모든 일이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 * *
“워매, 뭔 일이래.”
정조준 사장님, 무시무시하구만.
들리는 소문으로는 직원들한테 엄청 친절하다고 하더니.
그래도 재벌이라 그런지, 보통 사람은 아니었구나.
‘역시 재벌이랑 엮이면 피곤할 것 같아.’
시스템 능력이 있는 한 어떻게든 재벌이랑 엮일 수도 있겠지.
고작 1년 만에 탑 작가가 됐으니 이대로만 계속 성장한다면.
어쩌면, 재벌집 사위가 되는 것도 꿈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재벌은 피하는 게 상책이지.’
그냥 예쁘고 능력 있고 단발머리에 빨간색 비키니가 어울리는, 그런 좋은 사람 만나서 평생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흠, 프로포즈는….”
평생 내 드라마만 제작해줘요.
이 정도면 완─벽하지 않을까.
“프로포즈요?”
그때, 언제 오셨는지 천천히 다가오며 말을 거는 정 실장님.
“네? 뭐가요?”
“방금 그렇게 말씀….”
“아닌데요.”
“음….”
실장님은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내게 질문을 건넸다.
“요즘 에바가 저한테 많이 의지하네요.”
“오, 엄마 같은 느낌인가?”
“….”
“여튼. 뭐, 시트콤 제작만 시작하면 본인 밥은 알아서 빌어먹고 살겠죠.”
“그래요, 그 제작 말인데요.”
실장님이 건네는 서류에 스탭들 명단이 작성되었다.
“스탭들은 그대로 써도 될 것 같지만, 주요 감독님들은 외주를 쓰는 걸로 하죠.”
“좋네요. 촬영감독, 조명감독은 특히 중요하니까.”
“나지수 감독님께도 시간이 있으신지 여쭤봤습니다. 미팅 잡아놨어요.”
“오, 그래요?”
“네. 그리고 이거….”
추가로 건네는 서류에는 새 캐릭터에 대한 오디션 후보가 추려졌다.
“제가 생각하는 금사빠 껄떡남 캐릭터에 어울리는 사람 명단이에요.”
“…. 여기 포함되면 완전 불명예스러운 거 아니에요?”
“그냥 본인이 먼저 지원한 배우들도 포함됐어요.”
“아.”
당연히 백윤 역시 그사이에 포함되었다.
그 밖에도, 익숙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오, 저랑 동명이인도 있네요?”
“아, 그건 실수로 넣었다. 뺄게요.”
“???”
동명이인이 아니라 동일인이야?
“음, 하여튼.”
대충 말 돌리려고 하시는 거 같은데.
이건 내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겠….
“1차 오디션은 내일인 거 아시죠?”
“아, 네.”
“그리고 나지수 감독님 미팅은 이틀 뒤로 잡았으니까, 시간 비워주세요.”
“네? 날짜가….”
“이틀 뒤요. 효주 씨한테 스케줄 표 확인하고 잡았는데. 그날 시간 안 되시나요?”
“음, 그날 촬영 있어요. 그 분이 알고싶다.”
“아, 그래요? 그럼 일단 저 혼자 보고, 추가 미팅은 다시 잡을게요.”
“…. 제가 효주한테도 말을 안 한 스케줄이라.”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죠.”
“죄송….”
헌팅포차 가야 된단 말이에요.
“작가님이 왜 죄송해요. 스케줄인데.”
“음….”
“누가 들으면 여자 꼬시러 술집이라도 가는 줄.”
“어휴, 제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쵸? 이제 얼굴도 알려지셨는데.”
“…. 거의 그렇다고 봐야죠.”
* * *
백윤은 김진우가 보낸 장문의 톡을 보는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이게 무슨….”
자기 자신조차 자각도 못 한 세밀한 부분까지 짚어주는 과외 선생이라니.
소속사에서도 의식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부분이 아닌가.
‘김진우 작가님은 차원이 다른 천재셨구나.’
단순히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무지성 비평과는 차원이 달랐다.
정확히 주어진 역할에 필요한 내용을 세세하게 짚어주었으니.
그의 말을 듣고 자신을 뒤돌아보니까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부족한 건 경력이나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많이 반성하게 되네.’
김진우 작가가 보내준 톡 내용 한 줄, 한 줄이 보석처럼 귀했다.
단순한 비평을 넘어서 촌철살인처럼 필요한 지적만 콕콕 짚어주었기에.
-…. 종종 초반에 과하게 감정을 소모하는 경향이 있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크레셴도로 점차 강하게 감정을 조절할 필요가 있으며, 그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김진우 작가의 조언을 토대로 시작한 연기 연습.
신인의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가 바라는 건 배역을 따내는 게 아니었다.
김진우 작가를 실망시키지 않는 것.
그게 목표였다.
.
.
.
예정대로 진행된 1차 오디션.
원래 2차 오디션은 연출진이 확정되면, 그때 감독이랑 함께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무래도, 2차 오디션은 볼 필요도 없을 듯했다.
누군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다른 참가자들을 찍어눌렀으니까.
“초면에 정말 죄송합니다.”
밝고 쾌활한 백윤의 음성이 잔잔하게 퍼졌다.
“제가 번호를 여쭤보고 싶은데, 아니, 아뇨. 이상한 사람 아니고요.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요.”
하루 이틀 연습해서 바꿀 수 있는 톤이 아닐진대.
“백윤 배우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정 실장은 그가 연기를 마치자마자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지난 작품에서 그의 능력이나 특성은 충분히 파악했다고 생각했으니까.
‘말도 안 돼.’
분명히 재능 있는 배우라고는 생각했었지만.
이전 작품에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던 모습이었기에.
“음, 김진우 작가님께 딱 맞는 과외를 받았습니다.”
“과외…. 요?”
“네. 그동안 연기 학원을 열 군데 이상 다녀봤는데, 어디서도 이렇게 세세한 지도는 못 받아봤어요.”
“….”
새롬의 멍- 한 표정을 짓고 진우를 쳐다봤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또 너야?’ 라는 의미를 내포했다.
그런데,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김진우 본인이었다.
‘백윤, 이 사람 뭐야.’
분명히 60프로 초반대의 처참한 일치율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베네핏을 내가 그동안 몰라봤던 것 같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사전 조사(Lv 2)를 사용합니다.】
【해당 배우는 ‘금사빠 껄떡남’ 역할과 91% 만큼 일치합니다.】
어케했누.
* * *
나지수 조감독은 설레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동안 데뷔를 위해 인고의 시간을 견뎌왔는데.
지금 카페에 앉아있는 10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질까.
‘내가…. 입봉을 한다고?’
그것도 존경하는 김진우 작가님의 작품으로.
무려 120부작 시트콤 대작으로 데뷔한다니!
얼마 전 정새롬 실장님이 보내주신 대본을 확인해 봤는데.
‘역시 김진우 작가님! 1부만 봐도 너무 재밌잖아!’
한국의 「프렌즈」가 될 작품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런 작품으로 입봉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힘겹게 입사한 MBS에서 제 발로 뛰쳐나온 보람이 있었다.
문득, 얼마 전에 송권수 감독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템페스트 엔터에서 너한테 시간 있냐고 물어보면 무조건 있다고 대답해.
송 감독님이 배려해주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시간 없다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했을지도.
“나지수 감독님!”
“아, 정 실장님!”
새롬은 미안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했다.
“오늘 김진우 작가님 스케줄이 있다고 하셔서요. 미팅을 한 번 더 잡아야겠네요.”
“아, 저는 상관없습니다!”
“바쁘실 텐데….”
“아뇨! 전혀 안 바빠요! 요즘 일이 너무 없어서 문제예요!”
“마법소녀는….?”
“이제 끝물이잖아요. 게다가 원래 송 감독님이 전부 다 맡아서 하십니다. 워커 홀릭이셔서.”
“아….”
두 여인은 한동안 마법소녀와 시트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시간이 남았네.”
새롬의 예상보다 훨씬 일찍 끝난 스케줄.
오랜만에 여유 시간이 생겨서 뭘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곧이어, 스마트폰을 들고 읽지 않은 메시지들을 체크했다.
[저 지금 한국어 공부하고 있는데 느므 어려워요]
에바의 메시지에 이어, 희정이 보낸 톡을 확인해 보니.
[언니 오늘 같이 식사하실래요?]
[오빠랑 같이 드셔도 되고 ㅎㅎ]
마침 시간도 있겠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그 분이 알고싶다…. 같이 촬영하고 있겠구나.”
컨셉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프로그램.
한번 구경하러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톡, 토토톡─
[희정아, 어디에서 볼까?]
희정에게 톡을 남겨두고 자동차에 타서 시동을 걸었을 때쯤.
띠링─
새롬의 스마트폰에 톡이 도착했다.
[일단 제가 있는 위치 주소 남길게요!]
[(지도 정보)]
편한 마음으로 눌러본 지도 어플에 뜬 주소는.
“….. 마녀의 사냥?”
* * *
타닥, 타다닥─
아침 일찍부터 헌팅포차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세 편 연속이라고는 하지만, 30분 분량의 시트콤이라 부담은 덜했다.
「쉐어 하우스 7부」
드디어, 오늘 집필 마지막 회차 대본.
‘전체적으로 신캐들 위주로 흘러가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에바와 그녀에게 치근덕대는 백윤.
두 명이 만드는 환장의 콜라보는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와씨, 에반데.
백윤은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다른 여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김희정 씨, 나 너 좋아하냐?
-미친 새끼가 돌았나.
-죄송합니다.
-조심해라.
-넵!
역시 미친 여자는 건드리면 안 될 것 같다.
마침, 아이돌 연습생과 한 지붕 아래에서 살게 되었으니.
-미령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태어날 때부터요!
-…. 그, 그쵸?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저 배고파요.
-오오, 제가 사드려야죠!
-한라 호텔 조식 사줘요.
-???
-10만 원밖에 안 하는데.
-음….
아무리 그래도 공주병 걸린 사람은 안 될 것 같다.
결국, 마지막으로 시선을 돌린 인물은.
-김현지.
껄떡남의 순정을 예고하며 이번 화를 마무리했다.
“…. 근데 금사빠랑 순애가 어울릴 수 있나?”
잘 모르겠고, 작업실에서 편집해야겠다.
스윽─
대본을 다 쓰고 주위를 둘러보니, 촬영진이 열심히 장비를 설치하고 있었다.
포차의 주인은 슬슬 손님 받을 준비를 하는 모습.
20년 전에 한국을 들었다 놨다 한 대단한 아이돌.
“작가님, 대본은 다 쓰셨어요?”
“아, 네!”
한때 한국에서 가장 뜨거웠던 그룹 ‘COLD’의 멤버, 윤호혁.
“작가님, 오늘 아예 헌팅을 직접 도전해 보시는 건 어때요?”
“네? 제가요?”
“사실, 오늘 다큐 대본을 봤는데 너무 지루해서요.”
“음….”
원래 다큐는 지루해요.
“이게 그냥 다큐가 아니라 다큐 예능이잖아요! 재밌게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요즘 너튜브 하신다더니 자극적인 소재가 필요하신 듯하다.
“호혁 형님, 저는 그런 거 몬해요.”
“에이 제가 판 다 깔아드릴 테니까 걱정 마시고.”
“…. 저 여동생이랑 같이 출연하는데.”
“작가님, 그냥 방송이에요. 방송.”
그냥 방송이긴 하지.
“그럼, 그냥 재미로 하는 거니까….?”
“그쵸! 여윽시 작가님, 상남자시네!”
호혁 아조시의 제안을 듣고, 길 PD는 반색하며 환영했다.
“방송각 잘 나오겠네요! 재밌겠어요!”
“…. 방송각이라뇨.”
혹시 너튜버세요?
이분, 완전 방송 귀신 다 됐네.
원래 안 그랬는데, 시청률이 대체 뭐라고.
“아예 이런 컨셉은 어떠세요?”
“네?”
“헌팅 술집 왔는데 여동생을 딱, 마주치는 거죠!”
“….”
그건 주작이잖아요.
“농담입니다.”
잠시 후, 희정은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오빠, 일찍 왔네?”
“어. 5시간 정도.”
“음…. 내가 누구 불렀게?”
“친구도 불렀냐? 뭐야, 여기 놀러 왔어?”
“어휴, 꼰대!”
길 PD의 지시와 함께 자연스럽게 방송을 시작했다.
그래도 여배우라고, 희정이는 헌팅과 전혀 상관없이 호혁과 함께 돌아다니며 MC 역할을 수행했다.
놀랍게도, 손님들은 미리 섭외된 이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
오히려 밖에서 촬영 장비를 보고 신기하다며 방문하는 분들도 넘쳐났다.
방송 촬영에 동의하고 하나둘씩 자리를 채우는 손님들.
‘진짜 해야하나. 헌팅.’
불편한 마음에 혼자서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길 PD는 나에게 아무 데나 가서 앉으라고 눈빛 신호를 보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바로 옆자리에 가서 앉았는데.
“…. 실장님?”
정새롬 실장님이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나를 쳐다보았다.
“오예-, 아니, 오해예요.”
혹시 이것도 시스템이 설계한 함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