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13)
정새롬 실장은 희정이 알려준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누군가를 생각했다.
‘김진우 작가님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아끼는 배우에게 과외선생이 되어주기도 하고, 집을 구해주기도 하는 천사표 작가.
첫 공중파 고정 MC가 된 여동생을 위해 기꺼이 다큐에 출연해주는 자상한 오빠.
그리고, 태반의 재산을 아무렇지도 않게 기부하는 성인군자.
그동안 돈 자랑하던 무능한 재벌들이랑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라면….’
아니, 갑자기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곧이어, 새롬은 희정이 톡으로 보낸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자신을 알아본 길 PD와 대화를 나누고 그의 안내에 따라 김진우 작가의 옆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김진우 작가는 20년 전에 탑스타였던 원로 아이돌 멤버와 함께 방송을 시작했다.
노트북을 보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이색적인 장소에서 대본을 집필한 모양이다.
“하여간, 정말 특이해.”
아무래도 약속에 너무 빨리 온 것 같으니까.
새롬 역시 노트북 펼쳐 대표님께 제출한 보고서를 작성하던 와중에.
문득, 앞자리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 실장님?”
표정을 보아하니, 자신이 온 줄도 몰랐던 것 같은데.
“오예-, 아니, 오해예요.”
오예든, 오해든 한 적도 없었지만, 반응을 보아하니.
“여자 꼬시러 오신 거 같네요?”
“…. 설마요.”
“맞는 거 같은데요?”
“제가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김진우 작가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작가님, 여자 엄청 좋아하시네요.”
“아뇨, 저는 한 사람만 좋아합니다.”
“그래요? 그게 누굴까?”
“실장님.”
“!!!”
진우의 말을 듣고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 이게 고백?’
충격적인 고백을 듣고 한동안 멍하게 진우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정 실장님.”
“네?”
“오늘 방송 끝나고 같이 식사나 같이해요.”
“아….”
“희정이랑 같이.”
“….”
그냥 부른 거였어?
대답한 게 아니라고?
‘아니, 그니까 아까 말뜻은 뭐냐고요.’
해명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눈빛을 계속해서 보냈지만.
오히려 씨익 웃더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김진우 작가.
‘뭐야, 뭐냐고.’
왜 말을 하다가 말아?
너무 황당한 상황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국, 헌팅포차에서 촬영분을 모두 채우고 나서 김 씨 남매와 식당에 들렀는데.
새롬은 식사를 하는 내내 말 수를 아끼고 김진우 작가만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
아까의 상황을 곰곰이 생각했다.
마침내, 잠에 들기 직전에서야 드는 생각은.
“나 설렌 거냐.”
그러니까, 고백이 아니라 그냥 한 번 부른 건데.
0고백 1차임 당한 이 기분을 굳이 말로 표현하면.
“어이가 없네. 진짜.”
* * *
집에 돌아오고,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와, 순발력 오졌고.”
회사 옮길 뻔했네.
오늘 하루종일 실장님 표정이 장난 아니었어.
내가 포차에서 헛소리를 지껄인 뒤로 그러시던데.
밥을 먹는 동안에도 나를 계속 쳐다보던 정 실장님.
“앞으론 주댕이 조심해야겠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작업실에 들었을 때 의외의 인물이 얼굴을 비췄다.
“에바?”
“작가님!”
“네.”
아침햇살처럼 싱그러운 미소로 반겨주는 건 고마운데.
‘입만 안 열면 참 좋은데.’
그냥 가만히 있어도 화보처럼 완벽한 미모.
연기를 본 적은 없지만 시스템이 인정했으니까.
“저 요즘 한국말 완전 잘해요!”
“그래요?”
“네! 군대 갔다 오면 아저씨! 작가님은 아저씨예요!”
“…. 한국어 뭐로 공부했어요?”
“한국은 인터넷 빨라서 넘모나 좋은 것!”
역시 에바는 에바였다
“차라리 학원을 끊어줄 테니까….”
“아뇨, 살아있는 한국어를 배우려면 학원은 레알로다가 에바죠!”
“…. 어지럽다.”
본인 이름을 농담으로도 다 쓰고, 이제 한국인 다 됐네.
원래 다른 언어를 배울 때는 슬랭부터 배운다고 하니까.
“저는 오늘 템페스트랑 계약하러 왔어요.”
금발 백인 배우랑 계약도 하고, 이젠 영락없는 글로벌 회사구나.
일본에도 지사 세우고 강준이랑 임재준을 관리한다던데.
“글씨는 읽을 수 있어요? 가족이라도 불러서 신중히….”
“실장 언니가 영어 계약서 준비해주신대요.”
“와우.”
“대본도 영어로 먼저 읽어볼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던데.”
“크으.”
실장님 준비성 무엇.
“그럼 저는 실장실로 올라가 볼게요!”
“네. 그래요.”
멀어지는 에바와 바통 터치하며 효주와 밍쁨이 같이 작업실에 들었다.
“왔어?”
“오빠 일찍 오셨네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싱글벙글 웃으면서 작업실에 들어오는 보조 작가님들.
“둘 다 기분 좋은 일 있었어?”
“저는 변 팀장님 얼굴 봐서.”
“아, 저는….”
밍쁨은 스마트폰을 보여주면서 나에게 말했다.
“최근에 그냥 한 번 올려본 건데요.”
은빈이가 얼마 전부터 연재를 시작한 베도 작품의 반응이 제법이었다.
이대로만 쭉 성장하면 네이바 웹툰으로 승급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 잘됐네.”
“저도 이렇게 잘될 줄 몰랐어요.”
“다 그렇지.”
“근데 좀 걱정인 게….”
표정을 보아하니 무슨 걱정인 줄 알 것 같다.
“여기 출근해서 일해도 되고, 집에서 일해도 되고.”
“어떻게 그래요.”
어차피 효주랑 둘이 있을 때도 한 번도 막힌 적 없이 잘했으니까.
“걱정 마. 시트콤 콘티 정도는 외주만으로도 충분해.”
“정말요?”
“그럼.”
마법소녀나 임진왜란은 CG 구성이 중요해서 콘티 작업에 많이 신경 썼지만.
솔직히, 시트콤은 밍쁨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작품이 아니라서.
“우리 회사랑 계약은 어떤 식으로 했어?”
“아직은 매달 계약서 갱신하기로 했어요!”
“음, 그럼 재계약 미루고 웹툰에 집중해. 그게 본업이잖아.”
“네!”
드라마 작가에다가, 웹툰 작가로도 재능 있는 삶이라.
거기에 학벌도 좋고, 진짜 나중에 뭐라도 하긴 할 것 같다.
“효주야 분발하자.”
“넵.”
곧바로, 드라마 제작까지 남은 스케줄을 정리했다.
시트콤 주연급, 8명의 퍼즐 조각을 전부 구했고.
나지수 감독님도 스케줄 괜찮으신 것 같으니까.
“이제….”
대본만 잘 쓰면 되겠네?
띵동─
곧이어, 시스템은 내 생각에 화답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현재 한국의 드라마 탑 2는 이민주 작가와 내가 번갈아 가면서 차지했다.
먼저 출발한 TVM의 「따뜻한 첫눈처럼」과 엎치락뒤치락하며 선두를 달리는 작품.
KBC의 「임진년, 반격의 칼날」은 30프로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시청자층을 확보했다.
“드디어 내일이구나.”
“시간 빠르네요.”
어느새 다가온 디지니 오리지널, 「코드네임 030 : 마법소녀 Part. 1」 런칭일.
얄궂게도 일본의 탑작가 에미코의 작품과 일주일 차이로 더 늦게 개봉하게 되었다.
“오빠, 그거 아세요?”
“뭐가”
“요즘 에미코 작가님 폼이 장난 아니던데요.”
“나도 알지.”
효주의 말에는 한치의 과장도 없었다.
에미코의 역작, 「모모타로 어드벤쳐 (부제 : 사자왕의 재림)」
넥플렉스에서 저번 주에 입점한 조올라게 유치한 제목의 영화.
해당 작품은 순식간에 섬나라를 집어삼키고 아시아권 국가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으니.
덕분에, 에미코의 차기작 드라마에 들어간 강준도 일본에서 최고의 배우로 평가받는다고 들었다.
“이러다 모모타로가 기생벌레에 비비는 거 아냐?”
“에이, 그 정도까진 아니죠.”
“그런가.”
“네. 기생벌레는 매일 전설을 쓰고 있어요.”
한국의 극장가는 진작에 씹어먹고, 유럽권 국가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작품.
“세미 씨도 날아올랐구나.”
“지금 아카데미 수상까지 거론된다던데. 이미 정상급 배우죠.”
“나랑 친함.”
“….”
그야말로 아시아권 영화의 부흥기였다.
극장에서는 기생벌레, 넥플렉스는 모모타로.
그리고 내일 런칭하는 디지니 플레이의 기대작.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리냐.”
“에이, 시간은 금방가죠.”
“부담돼서 죽을 것 같아.”
기생벌레까지는 아니더라도, 에미코의 작품은 직접적인 경쟁작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같은 OTT 런칭 작품에, 시기가 겹쳤을 뿐만 아니라, 에미코는 나랑 종종 비교되는 작가라서.
“지금 국뽕 너튜브들이 두 작품 비교한다고 난리 났어요.”
“뭐냐, 또 내 이름으로 돈 버냐.”
“네. 조회수 300만짜리도 있어요. 꿀잼쓰.”
“안 되겠다. 나도 영상 하나 올려야지.”
“오오, 드디어!?”
“응. 오늘 올려야 내일까지 조회수 빨아먹지.”
“…. 그거 광고 신청 안 하면 어차피 돈 못 벌어요.”
“그래?”
“네.”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고 내 너튜브 채널에 접속했다.
대충 올린 영상 하나로 50만 따리 너튜브 채널을 갖게 되었으니.
“광고야 받으면 그만이지. 50만 채널인데.”
“그건 맞아요.”
“음, 근데 무슨 영상 찍지?”
“요즘 유행하는 챌린지라도 알려드릴까요?”
띠링─
그때, 정새롬 실장님이 보낸 톡이 스마트폰을 울렸다.
[시트콤 제작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 회식하시죠]
[나지수 감독님은 지금 저랑 같이 계세요]
기자들에게 김진우 사단이라고 불리는 8명의 정예 멤버들.
드디어, 모든 배우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었다.
“효주야.”
“네?”
“네가 대신 생각해. 내 너튜브에 무슨 영상 올릴지.”
“제가요?”
“응. 웹툰 때문에 바쁜 밍쁨한테 시킬 순 없잖아.”
“아하.”
“내일 아침까지 숙제야.”
한쪽에서 마감을 겨우 맞추고, 녹초가 된 채 쪽잠을 자는 은빈.
월급도 안 받고 혼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네웹 승격 시즌이라 최근 며칠간 신경이 예민한 상태였다.
* * *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마법소녀’ 런칭일.
이를 손꼽아 기다리는 인물은 김진우뿐만이 아니었다.
“이거 망하면 무슨 농사 지을까?”
“…. 민서야, 혹시나 쫄딱 망해도 네가 배우 그만둘 급은 아니야.”
“그런 위로는 필요 없어.”
여민서는 매니저를 뒤로한 채 터덜터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오, 택배왔네.”
집 앞에 놓여있는 박스를 주워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취미 생활을 하려고 주문한 조립식 로봇 프라모델.
원래 피규어 모으는 취미가 으뜸이지만, 마법소녀 트라우마로 최애 취미가 차애 취미로 바뀐 지 오래였다.
두어 시간 아무 생각도 없이 조립에만 집중해서 로봇을 완성하자, 다시 현실로 복귀한 기분이었다.
“…. 그새 친척들 사이에 다 퍼질 줄이야.”
어머니의 입을 틀어막지 못한 죄를 지었으니.
다음 명절, 친척집 방문은 강제로 입구컷 당해버렸다.
이제 여민서에게 남은 건 둘 중 하나였다.
대한민국 블록버스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거나.
영원히 남을 흑역사를 간직한 채 마법소녀로 살아가던가.
그동안 예능을 순회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가장했지만.
딸칵─
여전히 영화 관련 커뮤니티에 접속해서 자신에 대한 의견을 들여다보면.
-여민서 처형식 D-1
ㄴㅈㄴ 기대되는데;;;
ㄴ나도 기대됨 얼마나 망했을지 ㅋㅋㅋㅋㅋ
ㄴ예고는 봤냐? 퀼리티 미쳤는데
ㄴ그걸 믿네
ㄴ흑우 어서 오고 ㅋㅋㅋㅋ
-김진우 작품인데 왜 안 믿음?
ㄴㅇㅈ 임진년 전쟁씬 탈조선급임
ㄴ나 원래 사극 안 보는데 개꿀잼이더라 ㄹㅇ
ㄴ완결까지 존버중 ㅋㅋㅋ
ㄴ니가 승리자다 이거 어케 기다림 ㅠㅠ
대부분의 여론은 많이 기대된다는 반응.
하지만, 아직도 두 가지 의견으로 갈리고 있었다.
얼마나 망했을지, 아니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 탄생했을지.
“그래. 김진우 작가님을 믿어야지.”
최근 사극은 여민서 역시 재밌게 시청했다.
마법소녀를 제작하는 동안 이런 대작을 찍을 생각을 다 하고.
그렇게 놀라울 만큼 완성도 있는 대본을 또 언제 구상하셨을까.
“하여튼, 대단해.”
김진우 작가의 폼은 그야말로 국내 최정상급.
게다가 송 감독님의 실력은 충분히 검증되었으니.
마법소녀가 망하면 온전히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하게 될 것만 같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승리 기원 삼창 후, 민서는 자신이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 게 낫겠지.”
이미 열심히 예능을 돌아다니며 홍보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너튜브에 접속해 요즘 유행하는 영상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중, 여민서의 눈에 띈 영상이 있었으니.
“어? 이건….?”
마법소녀 분장을 하고 제로투 댄스를 추는 챌린지.
핑크 머리에 쫄쫄이 복장이 기본 세팅이었다.
“아오 씨, 이거 누가 만들었어.”
어디서부터 출발한 도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인기가 많은 챌린지는 아니었다.
댄스를 추고, 10만 원 기부를 인증한 뒤에 친한 지인 두 명을 지목하는 방식.
당연히 마법소녀 본인이었기에, 여민서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수도 없이 많이 지목받았다.
“마법소녀 분장이야, 누구보다 익숙하지.”
본인이 등판하면 조금이라도 화제가 되지 않을까.
그날 저녁,
여민서의 인별그램 계정에 올라온 영상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예고편의 마법소녀와 똑같은 복장은 입은 여배우.
여민서는 요즘 유행하는 제로투 춤을 추고, 100만 원 기부 금액을 인증했다.
그러고는,
-하아, 하아, 여러분 저는 김진우 작가님이랑 김희정 배우님을 지목할게요!
손으로 하트를 그리면서 마무리하는 1분짜리 클립.
해당 영상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 * *
이거 시트콤 진짜 제대로 찍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작가님….”
“네.”
“시트콤이 아니라 현실이었네요.”
“그러게요.”
배우들 모아다가 술 한 잔씩 멕여서 그런가.
정새롬 실장님이 진심으로 걱정할 만큼 개판이었다.
술 취해서 혼자서 차력쇼하는 이진호랑 옆에서 부추기는 지성호는 둘째치고.
한쪽 구석에서 김현지는 혀 꼬부라지는 소리를 내며 에바랑 대화를 나누었다.
“아니, 에바. 저쪽에 있는 거 달라니까.”
“그러까. 젖쪽?”
“…. 아니, 그게 아니라….”
“아! 알았다.”
“그치? 저 통 좀 가져다 달라고.”
“응? 뭔 통?”
“…. 도랐.”
잘 놀고 있는 두 여자를 무시하고, 근처에 있는 희정의 주변을 살폈다.
“희정 씨, 우리 저번에 봤잖아요.”
“제가요? 백윤 배우님을 언제 봤는지 기억이 잘….”
“제 꿈속에 안 나왔어요?”
“….”
백윤도 또라이였어?
“저기요, 백 배우님?”
“네?”
“제 동생한테 작업 거는 거 아니죠?”
“앗, 저도 모르게 요즘 극 중 역할에 몰입하느라…. 하핫.”
“….”
미친 소리 하지 마세요.
곧바로 백윤 배우랑 희정이 사이에 끼어들어서 앉았는데.
왜 반대편에 앉은 기현수 배우도 희정이랑 친한 척하는 걸까.
“우리는 진짜 친하잖아. 같이 클럽도 갔었잖아. 그치?”
“그건 오빠가….”
“???”
“찐따라서 노는 법 알려준 거잖아요.”
“흐윽.”
기현수 저 분도 많이 취했네.
설마 진짜 우는 건 아니겠지?
‘내가 이 조합으로 한 번만 더 같이 술 먹으면 성을 간다.’
잠시 후, 늦게 도착한 미령은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아, 맞다! 차에 놓고 온 거 생각났다.”
“…. 어디가.”
그대로 매니저가 기다리는 밴으로 후진했다.
“저분도 취했나.”
황당한 상황 속에서, 나지수 감독은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작가님, 진짜 감사해유. 흐헝헝.”
“…. 네.”
이분 술 먹으면 우는 버릇 있는 것 같은데.
“진짜 진짜 열심히 할게요!”
“그래요.”
“크흐흥.”
“코 풀지는 말고.”
“아, 네에….!”
내 팔에 달라붙어서 훌쩍거리는 나지수까지.
“정상인이 없는데?”
정 실장님 언제 도망갔어.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던 중 마지막에 들어온 인물과 눈을 마주쳤다.
“미령 씨.”
“네?”
“아직 안 갔네요.”
“아, 네. 아직. 헤헤.”
“이리 콤.”
“….”
나지수 콧물 받침대를 미령 씨로 대체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터벅, 터벅─
식당을 벗어나, 밖으로 나와 그녀를 확인했다.
웃는 얼굴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 정 실장님.
“응, 오빠. 제작은 그럼….”
오빠? 무슨 오빠?
“너무 무리하실 필요는 없네요. 사장님.”
사장님? 무슨 사장님?
“응. 그럼 끊을게.”
멀뚱히 서서 정 실장님의 통화가 끊어질 때까지 기다렸는데.
“으아, 뭐, 뭐예요?”
“네?”
뒤에서 기다리던 나를 보고 깜짝 놀라는 정새롬 실장님.
사장인 오빠가 누군지 너무 궁금해서 절로 질문이 튀어나왔다.
“…. 그만 들어갈까요?”
“저기, 사장님이 어떤 분을….”
띠링─
“아, 잠시만요.”
누군가 보낸 톡 알림음을 듣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 효주네?”
이렇게 늦은 시각에 효주가 연락하는 일은 흔치 않은데.
[오빠, 다른 사람이 제 숙제 대신해줬어요]
[근데 제로투 춤 연습하셔야겠어요 ㅎㅎ]
“뭔 댕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