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15)
“내 작품이지만….”
이거 왜 봄?
이미 가입한 사람들 중에서도, 8천 원을 지불해야만 볼 수 있는 최신 영화 컨텐츠.
아무리 디지니 플레이 가입비가 넥플렉스보다 싸다고는 하지만.
추가 요금을 두세 번쯤 지불하면 넥플렉스를 훌쩍 뛰어넘는다.
한국은 가성비의 국가가 아니었던가.
“오빠! 초대박이야!”
“신기하네.”
희정의 말처럼 초대박의 반열에 들어섰다.
이미 영화 순위권에도 이름을 올린 지 오래였으니.
-랭크 46 (New) : 《코드네임 030 : 마법소녀 Part. 1》
내 예상보다 디지니 플레이의 저력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플랫폼이 생긴 지 16개월 만에 1억 명 가입자를 모은 글로벌 기업이니까.
“이거 외국인 시청자가 생각보다 엄청 많아.”
“…. 그게 보여?”
“응. 여기 구매수 눌러보면 나이대랑 국가 통계.”
“그러네.”
번역사를 엄청 비싼 돈 주고 구했다고 하던 안젤라가 떠올랐다.
그때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지금 보니까 절로 납득이 된다.
지이이잉─
정 실장님이 기쁜 소식을 나누고자 연락을 하신 듯하다.
“실장님!!”
-이제 받네.
“네?”
-지금 미국에서 안젤라 지부장님이 오신다고 해요.
“오, 오늘이요?”
-미팅은 내일로 잡았습니다. 벌써 비행기 타고 오고 계실 겁니다.
“와우….”
갑자기 뽕이 차오른다.
영화 뜬 지 하루 만에 높으신 분이 직접 찾아오고.
-바로 2차 컨텐츠 논의를 하겠다고 하십니다.
“네? 어떤 컨텐츠요?”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굿즈 판매.
“어, 아…. 벌써….?”
-벌써가 아니에요.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계셨다고 하니까.
“…. 뜰지도 몰랐을 텐데요?”
-지부장님은 확신하셨다네요.
킹룡, 기갑, 소녀.
셋 중에서 뭘 보고 확신하신 거지?
-그리고 시트콤 관련해서 말씀하실 내용도 있다고 하네요.
“음, 제작도 안 들어갔는데.”
-하여튼 오늘은 저 피하지 마시고 회사에서 봬요.
“네? 아, 제가 언제 피했다고 그러십니까.”
-………. 제로투, 안 해요.
오랫동안 뜸을 들이는 간극에서 단호함이 느껴진다.
전화기 너머로 냉기가 뚝뚝 흘러넘쳤다.
“알았어요.”
-500만 찍어도 안 해요.
“???”
그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여튼 존나 안 하고 싶으신가 보다.
희정이가 지목한 강준이랑 이진호도 안 할 것 같으니까.
‘나도 적당한 때 봐서 냉큼 지워버려야지.’
곧이어, 나는 MDN 방송국에 갈 준비를 했다.
어젯밤에 뜬 시트콤 대본을 집필하기 위해서.
띠링─
그때, 정 실장님이 보낸 톡 하나.
[저는 MDN에 볼 일이 있으니까 먼저 회사에 가셔요]
“어? 이심전심?”
* * *
한편, ‘마법소녀’의 흥행이 반가운 사람만 존재하는 건 아니었다.
“하루 만에 80만?”
“네. 그렇긴 한데….”
일본의 극작가, 에미코는 넥플렉스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며 작은 충격에 휩싸였다.
“모모타로 첫날 성적이 얼마였죠?”
“그래도 거의 비슷….”
“76만이랬나?”
“…. 네.”
넥플렉스에는 조회수가 안 나와서 대중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번 꺾여버린 에미코의 자존심이 쉽사리 회복될 리는 없었다.
“그래도 앞으로는 모르는 겁니다. 당장 내일 망할 수도….”
“거긴 추가 요금 컨텐츠잖아요.”
“….”
넥플렉스 가입자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에미코의 작품.
그리고, 8천 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볼 수 있는 진우의 작품.
두 작품 사이에 차이는 명백했다.
상식적으로 넥플렉스의 조회수가 더 높아야만 했으니.
“자, 작가님.”
“됐어요.”
에미코는 넥플렉스 직원과 헤어져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생소한 느낌이 그녀의 전신을 휘감았다.
작가로 데뷔하고 처음으로 느껴보는 ‘패배감’이라는 감정.
일본인 특유의 직업의식은 그러한 감각을 더욱 부채질했다.
“…. 나보다 재밌는 작품을 썼다고?”
자신 역시 김진우 작가의 지난 작품들을 재밌게 보긴 했지만.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생각했던 적은 한순간도 없었으니.
“나도 한번 봐야겠어.”
에미코는 자존심 때문에 등록하지 않은 디지니 플레이에 가입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영화 컨텐츠에 들어가서 진우의 진품을 찾았다.
“허, 그 사이에 100만을 찍었네.”
방송계에서 늘상 천재라고 칭송받았던 자신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자만심에 빠져 살았던 건 아니었을까.
툭─
곧바로 마법소녀를 눌러 작품을 감상했다.
고작해야 유치한 제목의 외국 영화가 재밌으면 얼마나 재밌을까.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젠장.”
정확히 10분 만에 영화에 빠져들었다.
기갑 로봇의 묘사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전혀 밀리지 않았으며.
공룡과의 전투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마법소녀….”
캐릭터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소장 욕구가 불타오른다.
여자인 자신조차 그럴진대, 남덕후들은 얼마나 갖고 싶을까.
‘피규어 안 나오나. 나오면 바로 지른다.’
그 후로는 경쟁작이라는 자각도 없이 끝까지 감상했다.
마지막 쿠키 영상까지 알뜰하게 시청하고 나서야 현실로 복귀했으니.
“….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최고였고, 경쟁 상대는 없었으니까.
난생처음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에미코.
이내, 그녀는 전의를 불태우며 설욕을 다짐했다.
“이제 스코어는 일 대 영일 뿐이야.”
김진우 자신도 모르는 그의 스코어 보드가 만들어졌다.
* * *
MDN 방송국.
정새롬 실장은 드라마국에 들른 뒤에 정조준 사장을 찾았다.
겉보기에는 회사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드라마 미팅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여동생이 직접 친오빠를 찾아와 대화를 나누는 가벼운 만남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어?”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을 거야.”
“음….”
언론에도 나오지 않은 MDN 방송국의 치부.
정조준 사장은 잡음 없이 깔끔하게 내부를 정리했다.
“우 감독, 그분은 잘린 건가?”
“차라리 잘리는 게 낫다고 생각할걸?”
“응?”
“조만간 콩밥 먹을 테니까.”
“아….”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에는 이런 모습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오빠도 많이 달라졌네.”
“이제 나랑도 좀 놀아주고 그래. 김진우 작가님이랑만 놀지 말고.”
“무, 무슨 소리야 그게?
“음, 뭐지? 많이 당황하네?”
“내가? 설마.”
“흠….”
조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새롬을 쳐다봤다.
어제 봤던 충격적인 영상을 언급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 그래.”
“저녁이나 먹고 헤어지자.”
“아, 나 드라마국에 자료 놓고 왔는데.”
“그래? 그럼 같이 가.”
“응.”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MDN 방송국 정 사장과 템페스트를 대표해서 나온 정 실장.
두 선남선녀의 조합은 한 눈에 봐도 그림처럼 완벽했다.
물론, 직원들에게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반가워요.”
여러 직원에게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는 정조준.
“사장님, 제가 캐치볼 장비도 구해놨습니다!”
“오, 근데 취미 바꿨는데. 낚시로.”
“….”
그러던 중, 새롬은 한 미팅룸에 시선을 두고 뚫어지게 쳐다봤다.
흐릿한 형체의 실루엣은 홀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는데.
‘왜 내가 아는 사람 같지?’
이제는 그림자만 보고도 진우를 알아보는 새롬이었다.
“실장님, 오셨습니까?”
그때, 한 직원이 새롬에게 인사하며 아는 체를 했다.
“저기 익숙한 그림자가 보이네요?”
“아, 김진우 작가님입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 대본을 쓰고 계시겠군요.”
“아, 네! 맞습니다.”
왜 남의 사무실에 와서 대본을 쓰는지는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다.
* * *
타닥, 타다닥─
「쉐어 하우스 31부」
이번 작품은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원래 쓰던 작품들의 절반도 안 걸렸다.
‘벌써 다 썼네.’
오늘 분량을 천천히 확인했다.
어느 순간부터 캐릭터들에게 하나의 속성이 부여되기 시작했는데.
무식함과 허언증 속성이 붙은 희정이.
시스템은 무섭게도 현실 고증을 지키며 여동생을 농락했다.
‘시스템 쉑, 우리 동생 놀리지 마라.’
무식한 건 몰라도, 허언증은 옛날에 고쳤다고.
-우리 아버지가 동부지검 판사거든!!!
-…. 동부지검 판사?
-그래! 못 믿겠어?
-아…. 그럼 혹시 기소랑 판결을 동시에 하시나?
-어? 그게 뭔데?
-…. 아버지가 사또셨구나.
-거의 그렇다고 봐야지.
희정이뿐만 아니라, 기현수도 하나의 속성이 추가됐다.
빨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쉐어 하우스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불러모은 교수님.
기현수는 자신이 클럽에 다닌다는 사실을 들킬까 봐 학생들의 군기를 잡으려 했다.
-금일 점호는 본 교수가 직접 실시한다. 전체 뒤로 돌아.
-???
-뒤로 돌아! 이것들이 빠져가지고!!!
-호에에에엥.
-응애애.
이게 진짜 시트콤이 맞긴 맞구나.
“와 대사 보소.”
끼이익─
대본을 확인하던 중, 미팅룸 문이 열리더니 반가운 인물이 들어왔다.
“작가님.”
“어? 실장님!”
“여기 계셨네요.”
마침 작성한 대본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있었으니.
같이 밥도 먹으면서, 어제 연락 안 받은 오해를 풀면 딱 좋을 것 같다.
“잘됐네요.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네?”
“실장님, 식사 안 하셨죠? 제가 살게요.”
“아, 그게….”
그때, 실장님의 뒤에서 누군가 나타나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어…. 사장님?”
“네. 정조준입니다.”
MDN 사장님이 갑자기 왜 나오시나.
뭔가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느껴지네.
정 사장님은 자연스럽게 실장님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내게 말을 걸었다.
“제가 먼저 새롬이랑-, 아니, 정 실장이랑 같이 밥을 먹기로 해서요.”
어깨에 자연스럽게 팔을 올리며 친분을 과시하는 것도 그렇고.
두 사람이 꽤 오랫동안 아는 사이인 것 같은데, 여태까지 몰랐네.
‘…. 새롬이?’
일부러 말실수한 척을 하는 고도의 심리전.
이게 바로 수컷 간의 경쟁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여기가 무슨 클럽이야?’
그동안 가장 친한 남자가 나라고 생각했었는데.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듯한 기분에 잔뜩 긴장했다.
‘상대는 재벌이야.’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호랑이 동굴각이다.
“두 분이 무슨 식사를 하실지 너무 궁금하네요.”
“아, 간만에 우리 정새롬 실장 스테이크 좀 썰어주려고 합니다.”
우리 정새롬 실장….?
이분 정말 끝까지 가시는구나.
“어휴, 저도 스테끼 참 좋아하는데요.”
“그러십니까? 그럼 같이 가셔도 됩니다.”
“오….! 그래요?”
숙명의 경쟁자여.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면서 동석을 제안하면 못 따라갈 줄 알았는가.
“같이 가주시면 저는 감읍할 따름입니다.”
“하하. 그래요. 작가님이 친화력이 좋으시네. 대본도 잘 쓰시고, 춤도 잘 추시고. 다재다능하십니다.”
“네. 사장님. 저는 두루두루 다 잘합니다.”
“좋네요. 같이 가시죠.”
서로 악수를 주고받는 나와 정조준 사장님을 바라보는 실장님.
그 표정을 보아하니, 덩 마려운 강아지처럼 굉장히 불안해 보였다.
* * *
안젤라 로페즈.
디지니 아시아 지부장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잡았다.
예약한 호텔로 짐을 부치고, 자신은 직접 템페스트 엔터로 향했다.
“오이오이, 진우킴 믿고 있었다구!”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확인한 성적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으니.
본사에 꼰대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됐다.
‘나를 진작부터 믿어줬으면 얼마나 좋아.’
그랬으면 조금 더 빨리 후속타를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캐릭터 굿즈.
애니메이션.
게임 산업까지.
동시에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가.
‘아직 늦지 않았어.’
사실 안젤라가 이번 작품의 흥행을 확신하는 근거는 아주 명확했다.
공룡, 로봇, 마법소녀가 나오는 고퀄리티 블록버스터 영화를 누가 안 볼까.
이건 영화 티켓값으로 2만 원을 책정해도 볼 사람은 다 볼 법한 장르였다.
‘궁금해서라도 이번 편은 안 볼 수가 없지.’
제목만 들어봐도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기에.
어차피 재밌는지 아닌지는, 보고 난 뒤에 각자 생각할 문제였다.
끼이이익─
그때, 택시는 템페스트 엔터에 도착했다.
“고마워요.”
싱긋 웃어주고 회사를 찾았을 때, 그녀를 마중 나온 사람은 변혁주 팀장이었다.
“어떡하죠? 지금 실장님은 부재중이셔서요.”
“괜찮아요. 말도 없이 찾아온 제 탓이죠.”
“바로 연락해 보겠습니다.”
“아뇨. 공식 미팅은 내일이니까요.”
“아, 그럼 일단 안으로….”
“잠시만요.”
순간, 안젤라의 눈에 망나니 여동생이 포착되었으니.
날렵하게 지형지물 뒤로 숨는 모습이 마치 표범과도 같았다.
“지, 지부장님….?”
“쉬잇!”
아무것도 모르고 회사 안쪽으로 들어오는 에바.
“변 팀장님 가세요.”
“네?”
“가세요. 빨리!”
“네? 아, 네….”
혁주는 안젤라의 이상한 행동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중요한 손님의 말이라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각, 또각─
한편, 에바는 당당한 걸음으로 회사에 들어서 1층 카페로 향했다.
“흥흥흥.”
제 언니와 비슷한 웃음소리로 기쁜 마음을 표하는 그녀.
‘이제 나도 어엿한 주연배우지.’
그것도 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시나리오 작가.
김진우 작가의 작품에 당당히 캐스팅되었으니.
이제는 언니와 마주쳐도 전혀 무섭지…. 응?
“어, 언니?”
에바는 잠깐 헛것이 보이는 건가 싶어서 눈을 두어번 비볐다.
“으악, 뭐, 뭐야!”
“가출 소녀를 여기서 다 보네?”
“…. 어떻게 알았지?”
“따라와라.”
“으앙. 머, 머리는 잡지마아.”
안젤라는 에바의 뒷덜미를 꽉 쥐고 사라졌다.
새끼를 입에 물고 옮기는 어미 고양이처럼.
* * *
영화도 대박 났고, 시트콤도 제작만을 앞두고 있는 시점.
탄탄대로에 놓인 내 앞에 심각한 걸림돌이 굴러들어왔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 앞에 굴러들어왔을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이 생각보다 더 오랫동안 알던 사이처럼 보였기에.
‘재벌을 무슨 수로 이겨.’
내 눈치를 살피는 정 실장님에게 연신 친한 척을 하는 정조준 사장님.
술집에서도 그러한 모습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잠시만요. 여기는 제가 앉을게용.”
실장님 옆자리에 앉으려는 사장님을 몸으로 막아냈다.
원래 술자리에서는 자리가 절반은 먹고 들어가니까.
‘후우, 선방했쓰.’
피식 웃음을 짓는 정새롬 실장님 모습을 보니까 내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곧이어, 종업원분이 가져온 술병을 쥐고 내게 말을 거는 정조준 사장님.
재벌도 소주를 먹는구나.
“작가님, 술은 좀 하시나?”
“없어서 못 먹습니다.”
“그래요?”
이제부터는 자존심 싸움이다.
단 한 잔이라도 밀리면 얕보이는 거야.
곧바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레이스를 이어갔다.
한 15잔까지는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다음 날 아침.
숙취로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제는….”
정조준 사장님이라 술 먹다가 친해져 버렸다.
중간부터는 필름이 끊겼는데 대충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다.
그래도 소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둘이 남녀 관계는 절대 아닌 걸로 판단되었으니.
지이이잉─
그때, 사장님께 연락이 왔다.
-어이구, 우리 김 동상 일어났어?
“아, 예, 사장님.”
-뭐야, 어제부터 형 동생 하기로 했잖아.
“…. 제가요?”
언제부터 그랬더라.
-흠, 괜히 섭섭하려고 하네.
“아이고, 형님. 섭섭할 것도 많소.”
-아하하. 그래. 오늘 또 방송국에 들르라고.
“…. 이제 술은 좀….”
재벌이랑 어쩌다 호형호제하게 된 거지.
어제 술 주고받았던 기억은 분명히 있지만.
-술 말고 드라마 제작 얘기해야지.
“아, 그쵸.”
-MDN에 뼈를 묻겠다는 그 다짐을 아주 높이 산다고. 동생.
“…. 제가요?”
아무리 봐도 지금 말은 뺑끼 같은데.
-하여튼, 드라마 제작비는 생각하지 말고 까메오도 막 부르라고.
“음…. 까메오?”
얼핏 기억이 날락말락 했다.
“아….”
좆됐다.
이번 시트콤에 유설아, 세미, 임재준처럼 지난 인맥들을 다 부르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기억.
-앞으로 잘 부탁해. 동생.
“…. 예. 형님.”
재벌이랑 형제 됐다.
이러면 내가 옛날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안 할 수가 없잖아.
“형님, 실례지만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응? 무슨….?
“혹시 요플레 뚜껑 핥아 드시나요?”
-…. 끊을게.
“???”
전화를 끊고, 형님께서 곧바로 내게 톡을 보내셨다.
당연히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했건만.
[우리 새롬이 좀 잘 부탁해]
“아니, 이 형님이 진짜.”
왜 자꾸 우리 새롬 씨한테 우리 새롬이라고 하는 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