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16)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실장실.
할짝─
새롬은 요플레 뚜껑을 핥아 먹으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냠, 맛있네.”
어느새, 초코 과자를 졸업하고 요플레까지 섭렵했다.
다음에는 또 무슨 군것질을 하게 될지 본인도 모르겠다.
이런 고상한 취미를 가르쳐 준 김진우 작가를 리스펙트하면서.
어젯밤 그가 술에 잔뜩 취해서 오빠와 나눴던 대화를 회상했다.
두 명이 형 동생 하기로 한 건 그냥 작은 해프닝이라고 쳐도.
-형님, 정새롬 실장님한테 작업 좀 걸지 마쎄요.
-네가 뭔데, 내 여동생한테 일해라 절해라 하는 거야?
-제가 좋아하니까요!
-…. 나두. 헤헤.
-진짜? 헤헤.
바보 둘이서 술 먹고 헛소리 대잔치를 벌였으니.
과연 두 사람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좋아한다는 게….’
당연히 이성적인 남녀관계를 의미하는 거겠지.
“오빠가 나를 여동생이라고 말한 게 살짝 걸리네.”
회사에서 재벌가 신분을 들킬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정조준 사장 역시 그 사실을 분명하게 잘 알고 있을 테고.
띠링─
그런 생각을 하던 중, 김진우 작가에게 톡이 하나 도착했다.
[실장님, 어제 별일 없었죠?]
톡을 보는 순간, 갑자기 싸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까먹었어?”
곧바로 답장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보다 먼저 상대방이 추가로 톡을 보냈다.
[어제 일이 잘 기억이 안 나서…. ㅠㅠ]
“와아…. 그런 말을 했으면서 잊어버렸다고?”
순간, 답답한 마음에 손가락을 급히 움직였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곧바로 톡을 보냈다.
톡, 토톡─
[다음부턴 술 좀 작작 마셔요! 작작!]
톡을 보내고, 너무 강하게 얘기한 것 같아서 잠시 후회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왜 자신이 화가 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화낼 일은 아니지.’
솔직히,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당장 자신의 마음조차 확신할 수 없으니.
그때였다.
똑, 똑─
새롬은 헛기침을 두어 번쯤 하고 나서 변 팀장에게 말했다.
“흠흠, 들어오세요.”
곧이어, 그녀는 변 팀장이 가져온 보고서를 보며 눈을 크게 치켜떴다.
“그러니까…. 이게 마법소녀 한 작품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라는 거죠?”
“네. 예상치보다 살짝 웃돌 수도 있다고 합니다.”
“….”
어제 살짝 다녀간 안젤라 지부장이 변 팀장을 보자마자 건넨 서류.
앞으로 마법소녀를 이용해 2차, 3차로 풀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들이 적혀있었다.
원 소스 멀티 유즈.
애니메이션, 굿즈, 게임은 기본에,
의류, 문구, 액세서리, 도서, 음반, 비디오 판권까지.
안젤라 지부장이 펼쳐놓은 사업은 일개 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벌써 이렇게까지 준비하셨을 줄이야.
지부장님은 대체 얼마나 앞을 내다본 걸까.
‘반성하게 되네.’
오히려 마법소녀의 흥행 가능성을 얕게 본 건 자신일 지도 모르겠다.
“지부장님 어제 들르셨다면서요. 미팅은 차질 없이 진행되는 거죠?”
“네. 시간에 맞춰서 오실 겁니다.”
“바로 준비하시죠.”
“네. 실장님.”
변혁주 팀장은 오늘따라 새롬의 분위기가 날카롭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회사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미팅 자리라서 그런 게 아닐지.
‘나도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
* * *
아침부터 실장님한테 혼났다.
“오늘따라 많이 까칠하시네.”
어젯밤에 사장님이랑 술 먹다가 진상짓 해서 그런 것 같은데.
이제 진짜 술 좀 고만 먹어야지.
“시트콤 대본은 이제 30화 초반….”
이맘때쯤엔 언제나 대본을 완성했거나 완성 직전이었으니.
120부작 시트콤의 완결까지는 아직 멀고도 험한 여정이 남았다.
‘제작 중에도 계속 쓰겠네.’
뭐, 어차피 글은 시스템 덕분에 금방 쓰니까.
문득, 다중 집필 베네핏의 쿨타임이 돌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그거 하나 때문에 마법소녀 제작까지 달렸기에.
‘사극 제작만 끝나면 바로….’
여기서 또 제작을 동시에 진행하는 건 무리였으니.
괜찮은 배우 만나면 영화 대본 하나 더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내 작품이 극장에 걸리는 모습도 보고 싶어.’
사실, 대부분의 영화 시나리오 극작가들은 이렇게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가 없었다.
돈 받고 시나리오 팔면 끝.
그 이상의 권리를 요구할 수도 없고, 할 이유도 없는 깔끔한 판매자 역할.
근데, 그건 흥행할지 망할지 모르는 시나리오 기준이고.
‘시스템은 실패를 모르니까.’
내 대본은 무조건 직접 제작에 관여해서 파이를 뜯어 먹어야지.
이미 영화판에서도 내 대본이 먹힌다는 걸 증명했으니.
딸칵─
이어서, 디지니 채널에 접속해 마법소녀의 스코어를 확인했다.
고작 며칠 만에, 무려 150만 구매수를 찍은 영화.
디지니 영화 순위는 이미 통합 랭크 30위권을 기록했다.
“크으, 계속 오르는구나.”
기분 좋게 댓글창을 열어서 반응을 살피려 했는데.
첫 번째 베스트 댓글을 확인하자마자 기분이 팍 다운됐다.
“아오, 장난하나.”
-김진우 작가 제로투 링크 저장용 (링크)
ㄴ강준, 이진호 제로투도 여기에 박제함 ㅎㅎ (링크)
ㄴ템페스트 엔터 배우들 대부분 지목당한 거 알지?
ㄴ세미 제로투 가즈아
ㄴ유설아 쨔응 ㅋㅋㅋㅋㅋ
ㄴ아 500만 찍으면 정새롬 실장도 한다고 ㅋㅋㅋㅋ
최초 유포자인 여민서가 퍼트린 제로투 바이러스.
김희정이 지목한 남정네들에 의해 회사 내에서 들불처럼 번져버렸다.
강준이랑 이진호는 희정이한테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건지 잘 모르겠지만.
“대체 왜 이딴 게 유행이야.”
덕분에 ‘마법소녀’의 구매수와 화제성은 단연 최선두였다.
이제 한국의 극장가에서는 한풀 기세가 꺾인 「기생벌레」와 맞먹을 만큼.
이제 영화도 흥했으니까 영상은 내려도 될 것 같은데.
곧바로, 내 너튜브 채널에 접속해서 제로투 영상을 내려버렸다.
캡처는 돌아다닐 수 있겠지만, 그 정도는 흥행이랑 맞바꿨다고 생각해야지.
이걸 여민서한테 고마워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느낌상, 시즌 투 제작은 확정일 것 같으니까 그때 두고 보자고.
다음 시즌 촬영 때는 기가 막힌 연기를 뽑아줘야지.
타닥, 타다닥─
이어서, 내 채널에 공지를 올렸다.
양심상 그냥 지우긴 살짝 찔려서.
[조만간 Q&A 영상을 찍어서 올리겠습니다. 여기에 많은 질문 올려주세요! ㅎㅎ]
이렇게 하면 고품격 질문이 막 쏟아지겠지.
한국에선 벌써 작가 지망생들의 귀감이 된다고 효주가 말해줬으니까.
드르륵─
그때, 효주랑 밍쁨이 함께 작업실에 들어왔다.
“오빠! 좋은 소식이 두 개나 있어요!!!”
“응? 마법소녀….?”
“아뇨! 그거 말고요!”
“그럼?”
효주는 슬쩍 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었다.
“시트콤 대본리딩 일정 나왔어용! 얼마 안 남았던데요!”
“음, 그게 왜 좋은 소식이지?”
“아, 아닌가?”
“…. 그냥 일이잖아.”
“오케이! 그럼 다음 내용은 진짜 좋은 소식!”
이제 기대가 안 된다.
“저기….”
그때, 민은빈은 옆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웹툰 승격됐어요.”
“실화….?”
우리 밍쁨 작가님, 한 건 하셨구나.
“그럼 완전 대박 아냐?”
“헤헤.”
“와…. 우리 회식하자.”
“진짜요?”
“응.”
싱글벙글 웃는 밍쁨을 보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보조 작가거 된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정이 들었을까.
다른 쪽으로 잘 나간다니까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하여튼, 일단 효주 너는 오늘 임진년 촬영장 방문하는 거 잊지 말고.”
“예썰!”
“밍쁨이는 여기서 빨리 그림 그려.”
“넵!”
잠시 후,
예정대로 안젤라 지부장님이 도착하고 미팅을 진행했다.
그런데, 지부장님이 내게 건네는 서류의 내용을 보고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이게 다 뭐예요?”
마법소녀 하나로 어디까지 뽑아먹으려는 건가.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가지 상품으로 제작할 준비를 마쳤으니.
“일단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대본을 수정해 주셔야겠습니다.”
“아….”
“어렵나요?”
“아뇨. 해야죠.”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에서 탄생한 영화 시나리오.
남의 손에 맡기는 건 전혀 끌리는 선택지가 아니다.
“마법소녀랑 기갑 로봇, 공룡은 피규어로 제작될 겁니다.”
“…. 와우.”
“디자인은 작가님이 하나하나 직접 그렸으니까….”
“???”
잠시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말을 잇는 안젤라 지부장님.
“수익 배분은 많이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크으…. 취한다.”
돈 벌어서 시스템 승급-, 아니, 부모님께 효도할 생각을 하니까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내, 옆에서 실장님이 활짝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작가님, 좋으시겠네요.”
“그럼요. 좋죠.”
“혹시 돈 벌어서 또 남들 좋은 일에만 쓰시려는 건가요?”
“네?”
남들 좋은 일이면.
“…. 아하, 걱정 마세요. 제가 성공하면 실장님의 공로를 잊지 않을게요.”
“후훗. 그래요. 잊지 말아요.”
미팅을 마치고, 지부장님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그, 에바…. 라는 외국인 말이에요.”
“오, 에바를 아세요?”
“어제 만났어요.”
“음, 같은 미국인이죠?”
“…. 생각보다 착한 아이 같네요.”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하는 안젤라 지부장님.
에바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괜히 뿌듯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제가 감사하죠!”
지부장님이 왜 감사한지는 모르겠지만.
* * *
시트콤 제작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돼지머리 앞에서 고사를 지날 때, 에바가 에바짓을 했다는 것만 빼면 순조롭게 흘러갔다.
조연급 캐스팅 역시 금세 채워졌다.
남은 배역이라고 해봐야, 당장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단역 배우 정도.
그 외엔 딱히 조연이라고 할 것도 없이 8명이 주축이 되는 시트콤이었으니.
‘까메오도 한 명씩 섭외해야 하는데.’
누구한테 먼저 연락을 해야 하나.
일단 미령이 출연하니까 퍼플걸스 먼저.
“안녕하세요! 작가님.”
“네. 백윤 배우님.”
대본리딩 현장.
한 명씩 들어오는 배우들은 확인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느낌으로는 전부 내가 키운 배우들 같아.’
지성호나 기현수 배우처럼 알아서 큰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내 전작에서 급이 한 단계 이상 올라간 건 팩트니까.
그런데,
MDN 관계자들이 다 모여있는 자리에 갑자기 상어가 들어왔다.
회의실에 들자마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곧바로 나를 보고 직진하는.
“어휴, 우리 동상 왔는가?”
“…. 사장님?”
“어허, 동생이 또 호칭을 이상하게 부르네.”
“아, 네. 형님.”
정조준 사장님.
그냥 술 먹고 장난친 건 줄 알았는데.
그 후로도 종종 얼굴을 비추고 인사를 건넸다.
“우리 정새롬 실장은 잘 지내나?”
“…. 잘 지내겠죠.”
“작가 동생이 잘 좀 챙겨줘.”
그걸 왜 자꾸 신경 쓰실까.
실장님꼐는 어떤 사이인지 물어도 그냥 어렸을 때부터 친한 사이라고만 하던데.
“음…. 네.”
정조준 사장님이 사라진 자리.
사람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소곤댔다.
“사장님 동생이면….”
“그럼 재벌 아닌가?”
“어쩐지, 부티가 나더라니.”
“그러니까, 작가는 취미인 건가?”
“다, 당연히 김희정 배우님도….”
조용히 자기들끼리 숙덕거리더니 내 눈치를 살피는 직원분들.
아니에요. 여러분.
이상한 오해하지 마세요.
‘정조준 사장님, 장난기가 많으시네.’
곧이어, 주연급 배우들은 전부 제 자리에 착석했다.
그러고는, 나지수 감독을 시작으로 간단하게 인사를 돌렸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작품에서 메인 연출로 입봉하게 된 나지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감독이 이렇게 신병처럼 각 잡고 인사하는 건 처음 보네.
덕분인지, 가벼울 것만 같았던 시트콤의 대본 현장에 적당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김진우입니다.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다들 열심히 해주시면 좋은 결과 있을 것 같습니다.”
짝짝짝짝─
박수 소리와 함께 출연진들은 각자 인사를 올렸다.
“김희정입니다! 벌써 세 번째 드라마를 찍게 되어 영광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너는 말 좀 짧게 해라.
그래야 멍청한 걸 숨기지.
자기소개가 끝나고, 희정이와 김현지의 대사와 함께 대본 리딩을 시작했다.
“우와, 여기가 우리가 살 쉐어 하우스구나!”
“응. 여기가 제일 저렴해. 이상할 만큼 싸더라고.”
“그래? 문제가 있나?”
“아냐, 사람들도 다 정상이랬어.”
“…. 보통 정상이라는 말을 굳이 하나?”
김현지는 희정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희정아, 너보다 이상한 사람은 없을 거야.”
“…. 글쿤.”
* * *
「기생벌레」 이후, ‘마법소녀’의 인기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더불어, 여민서의 주가는 급속도로 올라가서 탑급 여배우 반열에 올랐다.
수많은 작품으로 쌓은 커리어를 단 한 작품으로 덮어버린 격이었다.
각종 예능에서 그녀를 부르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여민서 씨, 꽤 오랫동안 봉사 활동을 다니셨는데. 특별히 숨긴 이유가 있나요?”
“저는 숨긴 적이 없는데요.”
“네에? 마법소녀로 뜨기 전에도 인지도는 높았잖아요! 왜 안 알려졌지….?”
“그러게요.”
단답형으로 말해도 진행자는 열성적이었다.
“여민서 씨 매력이 장난 아니라고 난리예요!”
“…. 제가요?”
“네! 지금 초통령이 토로로에서 여민서 씨로 바뀐 지 오래라고요!”
“와아. 귀여운 급식이들한테 사랑받다니. 이런 게 행복인가 봐요.”
“이야, 마음씨도 따뜻하시고.”
여민서가 반어법으로 말해도 예외 없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해석하는 진행자.
“이번 영화 제목이 파트 원이잖아요. 다음 시즌은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계시는지….”
“글쎄요. 제가 출연할지도 모르는걸요.”
“아하하, 역시! 작가님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는 뜻이군요!”
찌릿─
여민서는 MC를 바라보며 눈빛을 부라렸다.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아까부터 자꾸 일부러 신경을 건드리는 것 같은데.
그동안 억눌렀던 분노조절장애가 튀어나올 것 같다.
‘후우….’
삼세번은 참아야지, 아깝게 쌓은 평판을 여기서 깎을 순 없으니.
“자, 그럼 여민서 씨 마법소녀 제로투 댄스 영상을 보며 쉬어가겠….”
“아, 하지 말라고!”
결국, 여민서는 폭발해 버렸지만.
촬영 카메라는 그녀를 찍고 있지 않았다.
대형 스크린에 걸린 마법소녀 여민서를 찍고 있었기에.
* * *
시트콤 제작에 들어가기 직전, 마지막 휴식과도 같은 시간.
“드디어 네 드라마도 끝났구나.”
“응. 꽤 길었지.”
템페스트 엔터, 플레이 그라운드.
직원들은 다 같이 모여서 희정이 첫 주연 작품의 마지막 방송을 시청했다.
따뜻한 첫눈처럼.
내게도 상당히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저 대사….”
“맞아. 오빠가 쓴 거.”
옆에서 희정이가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민주가 저걸 그대로 썼다고?”
분명히 나한테 구리다고 욕했는데.
그걸 그대로 쓰다니, 양심도 없네.
삼류 저질 개그를 왜 자꾸 치느냐고 쌍욕까지 했으면서.
“원래 이민주 작가님이 수정하긴 했는데.”
“어?”
“내가 전부 그냥 애드립친 거야. 감독님도 괜찮다고 했고.”
“…. 뭐?”
“왜 이렇게 자신이 없어? 오빠 스타작가야.”
“….”
그래. 지금은 스타작가가 맞지.
근데 저걸 쓸 때는 보조 작가였지.
“기다려 봐.”
내 표정을 살피던 희정이는 스마트폰을 톡톡 두드리더니 내게 보여주었다.
“지금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커뮤니티 반응이야.”
각종 드라마를 취급하는 사이트.
제법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걸로 유명했는데.
-방금 개그 빵터짐 ㅋㅋㅋ
ㄴ김희정 인터뷰 안 봄?
ㄴㅇㅇ 이 드라마 개그 드립은 다 김진우가 썼다더라
ㄴ헐 그럼 당연히 공동 극본 이름으로 떠야 하는 거 아님?
ㄴ김진우가 보살이라서 넘어간 듯
ㄴ이민주가 스승이라 예우해준 거임 ㅋㅋㅋㅋ
희정이가 보여주는 커뮤니티 반응을 천천히 확인했다.
‘내가 바보였네.’
그동안 얼마나 멍청한 시간을 보냈던 걸까.
재능이 없다고 스스로 제약하고 틀에서 벗어날 생각조차 못 했으니.
시스템은 보조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실제로는 시스템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띵동─
작은 깨달음과 함께 찾아온 시스템의 화답.
【‘당신이 아는 사이!’ 임무를 발견했습니다.】
【미션 : 당신이 아는 인물 중에서 신인배우를 발굴하세요.】
【장소 : 인재대학교 인문대학 랜덤지정】
【보상 : 베네핏 조합 이용권】
‘베네핏 조합 이용권?’
베네핏끼리 조합해서 새로 만드는 건가.
그냥 카드깡이잖아, 이거.
‘시스템 이 쉑, 꾼이었냐?’
게다가, 왜 하필 내가 나온 대학교를 장소로 지정했을까.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신인배우를 찾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대학교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