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19)
백중원 선생님과 약속을 잡고 만나러 가는 길.
운전대를 잡고 가면서 새로운 작품에 대해 생각했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드라마.
베네핏 특성상, 웹드라마 수준을 넘어가진 않을 테니까.
이 정도면 그냥 어디 너튜브 채널에 올려도 될 것 같은데.
‘나중에 시연이한테 한번 물어봐야겠다.’
화제성도 없는 단막극을 억지로 방송국에서 찍을 바에야.
그냥 영구적으로 너튜브 채널에 박제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끼이익─
차를 세우고,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여긴가.”
백 선생님이 직접 운영한다고 알려진 소고깃집 직영점.
들어서자마자 한 직원분이 정중한 어조로 말을 걸었다.
“아, 김진우 작가님 오셨습니까?”
“네.”
“안내하겠습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었을 때.
생각보다 조촐한 규모의 룸에서 백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작가님 오셨슴까.”
“안녕하세요, 선생님.”
“와이프가 같이 오겠다는 거 겨우 떼어냈네유.”
“아…. 하하.”
특유의 친근한 말투가 인상적인 예능인이자 기업인.
“그럼 본론부터 꺼내 볼까 하는데.”
성공하는 사람은 뭔가 달랐다.
단 1분도 허투루 쓰지 않는 느낌이랄까.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예능 컨셉인데. 한번 보고 판단하시쥬.”
“네. 일단 바로 읽어보겠습니다.”
백중원 선생님과 소유정 배우님.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에 요리를 배우러 찾아오는 수강생들.
지원자들은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기본으로 하되, 일반인도 가리지 않았다.
누가 요리사였는지 모른 채 요리를 먹은 손님들은 솔직하게 맛 평가를 할 테고.
몰카 형식으로 마지막에 요리사가 손님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선생님, 저는 무슨 역할인가요?”
“당연히 수강생들 중에 한 명을 맡아주시면 되시겄슴다.”
“아하.”
문득, 새 작품과 연결을 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작 여주인공을 출연시킬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으니.
“혹시 신인 여배우도 수강생으로 받아주시나요?”
“흠, 일단 지원 자격은 모두에게 있으니까….”
얼마 전까지 요리했으니까 웬만한 경쟁자들은 다 제치고 주목받지 않을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요리했던 친구라서 고정으로 쓰셔도 될 겁니다!”
“오, 그러면 기대가 되는데!?”
이시연, 이 친구.
500만 너튜브 채널에 얼굴만 비춰도 성공했다.
‘이 정도면 나한테도 소고기 한 번 사야지.’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판이 훨씬 더 커졌다.
다음 날, 나에게 연락을 주신 정조준 사장님에 의해서.
며칠 뒤, MDN 방송국.
나는 백중원 선생님과 함께 MDN의 사장실에 들렀다.
다들 시간을 맞추고 한자리에 모였으니.
“포멧이 아주 좋은데요?”
“음, 원래는 너튜브 채널에 올릴 생각이었슴다만….”
“에이, 이렇게 좋은 소재를 고작 개인 채널에 올리면 아깝죠.”
“….”
500만 채널인데 고작이라뇨.
“마침 MDN 뉴스 너튜브 채널은 종합뉴스 영상만 올리니까.”
“음….?”
“주요 장면 클립은 백 선생님 채널에 올리면 어떨까요?”
“오, 그건 나쁘지 않네유.”
이 정도면 MDN 입장에서는 많이 양보한 셈이었다.
아직 너튜브까지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가려는 느낌.
“그럼 김진우 작가님도 같이 가는 건지….?”
“네, 그럼요. 근데….”
“???”
“얼마 전에 말했던 신인 여배우도 미팅 잡았으면 합니다.”
“오케이, 인정. 얼굴 보고 얘기하시죠.”
그렇게, 우리는 MDN 쿡방 예능팀을 단숨에 결성했다.
물론, 본체이자 심장이자 전두엽은 백중원 선생님이지만.
* * *
경복궁의 한 드라마 촬영장.
대나무 엔터의 마도욱 실장은 「임진년, 반격의 칼날」 촬영 현장에 방문했다.
해당 작품은 김진우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템페스트 엔터의 배우가 적은 편이었다.
유일하게 ‘선조’ 역할을 맡은 신조훈 배우만 템페스트 소속.
그 외에 유동건, 조형구 배우가 주연급으로 등장했으니.
이번 작품의 가장 큰 수혜자는 대나무 엔터 주주들이었다.
“흐음, 신조훈 배우…..”
그의 전작들만 살펴봐도 상당히 안정적인 악역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왕 연기를 기가 막히게 선보였으니.
‘저 사람만 꾀어서 내 실적으로 만들 수 있으면….’
회사에서 입지는 단숨에 올라가지 않을까.
특히나, 최근에 템페스트 엔터의 정 실장과 비교하면서 실적 압박을 받고 있던 터라.
이어서, 다음 장면에서도 신조훈은 세상 혼자 사는 듯한 연기를 선보였다.
오히려 주연 배우인 조용만 배우는 이번 드라마로 상을 받기 어려워 보였다.
쟁쟁한 주연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선,
“이순신은 어명을 받들라.”
신조훈 배우가 뱉은 중후한 음성은 촬영장을 순식간에 장악했다.
“그대는 지금 당장 퇴각하는 왜나라의 군대를 격파하여 다시는 조선 땅을 넘보지 못하도록 하라.”
“신 이순신, 목숨을 바쳐 명을 받들겠나이다!”
유동건 배우의 거친 음성과 함께 감독이 컷 사인을 내렸다.
현실의 역사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을 법한 장면이 탄생했다.
‘유 배우님과 대사를 주고받아도 어색함이 없구나.’
작년에 순정마초에서 단역 수준의 악역 연기를 펼친 인물.
그때와 동일 인물이 맞나 싶을 만큼 급속도로 성장하는 연기자였다.
‘지금이 타이밍이야….!’
마침, 연기를 마치고 쉬고 있는 신조훈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저기….”
“네?”
“대나무 엔터의 마 실장이라고 합니다.”
“아, 유동건 선배님이랑 조용만 선배님 소속사….”
“예! 맞습니다. 하하.”
마 실장은 조심스럽게 명함을 건네며 말을 이어갔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다음 계약 때 저희와 함께 하는 건 어떤지 여쭤볼 수….”
“죄송합니다.”
“…. 네?”
“여기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아서요.”
“그, 그렇죠. 그럼 좋은 자리 한 번 마련해….”
“아뇨.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조건을 들어보고 정중하게 거절하는 게 이 바닥의 상식.
그런데, 싸늘하게 굳은 신 배우는 대화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
“김진우 작가님이 템페스트에 있는 이상 옮길 마음은 없습니다.”
“…. 아.”
그러고 보니 신조훈의 대표작은 전부 그의 작품이었다.
“실례했군요.”
“네. 그럼.”
확실히 보통의 배우들과 달랐다.
어쩌면 템페스트 엔터의 배우들은 전부 같을지도 모르겠다.
“…. 신기하구만.”
이 바닥에서 충성심이라는 게 있다니.
그것도 회사도, 사장도 아닌 작가에게.
한편, 그들의 모습을 곁눈질로 지켜보던 인물이 있었으니.
‘오빠한테 일러야징.’
황효주는 촬영장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템페스트 엔터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 * *
템페스트 엔터 내 작업실.
오늘도 평화로운 분위기 속, 밍쁨의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은빈아, 바쁘냐?”
“아뇨. 시키실 일 있어요?”
“너 이제 보조 작가도 아니잖아.”
“에이, 그래도 작업실 내어주셨잖아요.”
“웹툰은 잘 되고 있어?”
“네, 거의 끝나가요.”
“오늘은 금방 끝냈네.”
“아뇨. 오늘 내용 말고요. 다 끝나가요.”
“응?”
이번 작품을 조만간 완결 내기로 결정했다는 밍쁨이.
그 말을 듣고 네이바 웹툰 시장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왜 그래? 웹툰도 들어갔으면서.”
“오히려 그래서 더 완결 내야죠.”
한번 웹툰 작가가 되면, 그 다음 작품도 웹툰에 들어가는 게 훨씬 쉬워진다.
베스트 도전부터 다시 시작해서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라, 담당자의 심사를 통과하면 가능했기에.
“이게 처음부터 승급만 바라보고 쓴 거라…. 더 쓸 내용이 안 떠올라요.”
“아아, 소재가 떨어졌구나.”
“네에….”
“그래도 다음 작품은 잘 될 거야.”
문득, 얼마 전에 안젤라 지부장한테 들었던 웹툰 관련 소식이 떠올랐다.
“은빈아, 너 혹시 마법소녀 웹툰 그려볼래?”
“네?”
“지금 마법소녀 그림 작가 구하고 있다더라고.”
“제, 제가요? 제가 맡기엔 너무 부담되는데….”
“솔직히, 너 말고 누가해. 그 작품 콘티도 니가 다 그렸잖아.”
“에이, 그거야 작가님 작품이니까 더 열심히 한 거죠.”
“…. 바보냐.”
니 작품이면 훨씬 더 잘 그려야지.
“저한테 맡겨주시면 한 번 열심히 해볼게요!”
“그래.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네, 작가님!”
“웹툰이 잘 돼야 애니메이션으로 연결되겠지만…. 부담은 갖지 마.”
“…. 네.”
“애니메이션이 잘 돼야 마법소녀 시즌 2도 제작되겠지만…. 뭐, 그래도 부담은 갖지 말고.”
“….”
드르륵─
그때, 효주가 들어오며 말을 꺼냈다.
“오빠 오늘 임진년 촬영장 갔다 왔는데요, 글쎄….”
“촬영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아, 지금 퇴각하는 왜나라군을 공격하니까….”
“거의 촬영 끝나가네.”
“네! 아,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숨 돌릴 틈도 없이 신조훈 배우와 대나무 엔터 실장의 대화를 일러바치는 효주.
“우리 효주 몇 살?”
“네? 스물다섯…. 쨜?”
“배우가 계약 기간 끝나면 소속사 옮기는 게 하루 이틀이야?”
“…. 에이, 그래도 상도덕이 있잖아요. 대나무 엔터가 누구 덕분에 컸는데!”
“설마 나 때문에 컸다고?”
“그럼요! 소채담 배우님, 유동건 배우님, 조용만 배우님 전부….!”
“흠…. 그런 건 동반 성장이라고 하는 거지.”
솔직히 신조훈 배우가 계약 기간 끝나고 떠난다고 하면 무슨 수로 붙잡겠어.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시트콤 대본은 편집했어?”
“네. 50화까지 보내 주신 거요.”
“음….”
120화까지는 아직 절반도 채 못 썼지만.
아직 촬영도 안 들어갔으니, 여유로운 편이었다.
“쉐어 하우스 제작발표회가 언제더라?”
“다음 주 수요일이요!”
비인기 케이블에서는 처음 제작한 작품.
이제, 첫 방송도 그리 멀지 않았구나.
* * *
최근 며칠간.
이시연은 동아리와 연극영화과 선후배들에게 수많은 문자 폭탄을 받았다.
[시연아 축하해~]
[선배님, 템페스트 들어갔다면서요?]
[김진우 작가님이랑 원래 아는 사이야?]
[저도 김진우 작가님 소개 좀….]
[인재 사이버대학을 다니고 나의 성공시대 시작됐다~]
특히, 연영과 공식 여신이었던 조아름 선배는.
[너 진우랑 대체 무슨 사이야?]
[분명히 나한테 먼저 관심 있었는데?]
절반쯤은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연락이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부러움과 시기 질투가 섞인 연락들.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저 언제나처럼 동아리 정기 모임에 참석한 게 전부였는데.
김진우 작가에게 픽을 받고, 대형 엔터에서 연락이 오는가 싶더니.
띠링─
[백 선생님이 조리법 간단하게 물어보실 거야. 대답 잘해야 돼. 할 수 있지?]
요식업계에서 정점을 찍은 그분 앞에서 번데기 주름을 잡게 생겼다.
자신 또한 연기자 이전에 요리사이기도 했으니, 이런 영광이 또 있을까.
“뭐야…. 이거 무서워.”
김진우 작가와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기분이다.
노는 세계가 아예 다른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 할 수 있어.”
너튜브 10만 채널은 아무나 만드나.
젊은 나이에 식당 창업은 아무나 하나.
“너튜브 방송 중에도 내가 개그만 쳤다 하면 댓글 반응이 엄청 좋았으니까….!”
잠시 후,
백중원 선생님과 김진우 작가님 앞에서 당당하게 말을 꺼냈다.
“스님이 열 받을 때 먹는 음식은?”
“음….?”
“중화요리….!”
뒷말을 꺼내는 순간,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이미 시작한 이상, 피식할 때까지 계속하는 게 국룰이다.
“세상에서 가장 잘 속는 음식은?”
“시연아….?”
“…. 소금.”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는데.
‘망한…. 건가?’
그런데, 백 선생님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으하하하. 재밌는 분이시네. 오랜 만에 웃었네유.”
“하하…. 그러네. 재밌네요.”
김진우 작가님도 백 선생님의 말에 동조했다.
‘살았다!!!’
곧이어, 백 선생님과 가볍게 대화를 나누었다.
한동안 자신이 요리했던 비법을 장황하게 풀어놓았는데.
“그러니까, 거기서 설탕을 얼마나 넣는다고 했쥬?”
“국자로 열 스쿱이요!”
“오, 잘 배웠네. 시연 씨 인정.”
“감사합니다!”
마침내, 백 주부님의 인정이 떨어지고, 김진우 작가님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너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받은 모든 좋아요를 합친 것보다 기분 좋은 따봉이었다.
* * *
템페스트 엔터, 대표실.
새롬은 정기태 대표에게 현황을 보고했다.
“올해 2분기 실적입니다. 보시다시피….”
“새롬아.”
“네?”
“형님이 시트콤 언제 들어가냐고 묻더라고.”
“…. 곧이요.”
자식보다 동생이 편하셨던 모양이다.
평균 시청률 30프로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사실 약속은 상징적인 의미였다.
중요한 건 MDN 방송국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키우는 것.
‘목표 시청률이 높긴 하지만….’
요즘 김진우 작가의 이름값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하여튼, 나는 그렇게 전달한다.”
“네. 대표님.”
새롬은 대표실을 벗어나 전략기획실로 걸어가며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요즘 바쁘신가.”
백중원 선생님과 예능을 계획 중이라는 소식은 들었다.
최근에 영입한 신인 배우 이시연과 함께.
처음에는 대학교 동아리 후배라는 게 걸렸지만.
전문가의 평가를 들어보면,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라고 말했으니.
이번에도 어김없이 김진우 작가만의 안목이 빛을 발하는 케이스였다.
‘단역으로 출연한 작품은 나도 봤는데….’
평가를 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비중이 없어서.
그런 모습을 보고 어떻게 발굴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띠링─
그때, 김진우 작가에게서 톡이 왔다.
[실장님 바쁘세요?]
“어….?”
새롬은 곧바로 스케줄표를 확인했다.
다행히 외부 미팅은 없고, 각종 서류 작업과 보고서 작성뿐.
‘세 시간…. 아니, 한 시간 만에 끝내자.’
톡, 토톡─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새롬의 입에는 화사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시간 있네요. 한 시간쯤 뒤에.]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진우의 톡을 기다렸다.
이번에도 훼이크면, 이 사람 찾아가서 유단자의 슈퍼파월을 보여줄 의향이….
띠링─
[맛집 골목을 찾으려고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맛집 가자는 거니까….”
누가 봐도 데이트 신청이 맞잖아.
이 핑계 저 핑계 다 대고 밖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데이트 신청을 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한 시간밖에 안 남았네.”
빨리 잔업부터 끝내야겠다.
* * *
“크으, 이렇게 흔쾌히 허락해 주시고.”
역시, 정 실장님은 일을 참 좋아해.
일도 하고, 그 핑계로 데이트도 하면 더 좋지.
곧이어, 시스템이 지정한 장소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상세보기 : 첫 번째 장소는 서울의 음식점 중 한 군데입니다. 맛집 골목을 지정해 주세요.】
골목을 선택하면 그중에서 한 군데를 랜덤 지정할 터.
괜찮은 골목을 잘 찾아서 다큐 영화도 대박 내야지.
말이 어 다르고 아 다르다고.
이왕이면 일 하러 가는 게 아니라 맛집 투어라고 생각하는 게 더 좋지.
“실장님. 표정이 엄청 좋네요.”
“그래요? 평소랑 같은데.”
오늘따라 뭔가 기분이 업되신 것 같은데.
괜히 덩달아서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작가님, 우리 어디로 갈까요?”
“제가 알아놨어요.”
“네?”
“전국에 맛집 골목이 수백 군데가 있더라고요.”
“거, 거길 다 가게요?”
“에이, 다는 못 가죠. 오늘은 제일 유명한 데만 가려구요.”
“…. 좋아요. 어쨌든 맛집 투어니까.”
* * *
오늘은 너튜브 채널 표지 촬영이 있는 날.
희정이는 내 작업실에서 나갈 생각도 없이 하루종일 기웃거렸다.
심지어, 검정색 박스티는 내 방에 굴러다니던 옷을 주워입은 것 같은데.
“야, 좋은 말로 할 때 가라.”
“아, 왜! 나도 표지에 나오고 싶어!”
“내 채널 표지에 니가 왜 나와?”
“가족이잖아!”
“…. 가, 족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드르륵─
작업실 문이 열리고, 실장님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들어왔다.
“네네, 그 작가분 작품은 잠시 계약을 미룰게요. 김진우 작가님이 또 새 작품에 들어갈 것 같아서…. 네. 아, 맞아요. 네.”
마치 나보고 들으라는 듯한 통화 내용.
실장님의 뒤에서 따라 들어온 사진 기사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바로 사진 찍으실 건가요?”
“아뇨. 조금만 있다가 찍을게요. 다들 나가시면.”
“넵. 그럼 시범 촬영만….”
“잠시만요!”
나는 얼마 전에 산 값비싼 안경을 머리 위에 올렸다.
워낙에 사치를 안 부리는지라, 이렇게라도 돈 쓴 티를 내야겠다.
“오빠, 완전 촌스러.”
“…. 너 아직 안 갔냐?”
소파 한쪽에 앉아서 다리를 꼬고 전화를 받는 새롬 님.
정 실장님을 등 뒤에 둔 채, 소파에 등을 기대고 노트북을 펼쳤다.
타닥, 타다닥─
잠시 대본을 점검하며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희정이를 인식하는 순간.
찰칵─
정면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왔다.
희정이는 쪼르르 달려가서 사진을 확인하더니 헛소리를 지껄였다.
“와아…. 우리 사진 엄청 잘 나왔어! 이거 봐!”
“뭐래. 나 혼자 다시 찍을 거야.”
“아, 왜애. 사진 잘 나왔는뎅.”
카메라를 의식한 사람은 희정이뿐이었다.
나는 노트북을 두드리고, 실장님은 전화를 받고 있었으니까.
‘실장님만 예쁘새롬.’
언제 전화를 끊었는지, 정 실장님은 천천히 다가와서 사진을 확인했다.
“사진 정말 잘 나왔네요.”
“그쵸? 새롬 언니! 우리 꼭 가족 같아요!”
“가, 가족은 무슨….”
“흠….”
가족 같은 분위기. 좋네.
다시 생각해 보니까 너튜브 채널 표지로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저기요, 그냥 사진 이거로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