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2)
JTBS 방송국.
방형태 드라마제작국장은 성 감독을 상대로 진땀을 빼고 있었다.
“성 감독…. 진짜 할 거야?”
“네. 해야죠. 하기로 했는데.”
성 감독의 몸값으로 나가는 돈만 해도 매년 수억 원인데.
신인작가에게 붙여주려고 비싼 돈 주고 스카웃한 게 아니었다.
“내가 듣기로 이민주 작업실에서 난동을 부리고 나왔다고 하더라고….”
“흠, 그래요? 더 마음에 드는데….”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성기훈 감독과 이민주 작가의 사이가 나쁘다는 사실을 잠깐 간과했다.
“템페스트 엔터랑 계약 때문에 그래? 그건 내가 알아서….”
“아니요. 이제 그건 둘째 문제예요.”
언제나 냉철하고 이성적인 성 감독이 유독 이번 작품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하필이면 좋은 작품이 곧 들어올 것 같아서 더욱더 속이 쓰렸다.
“성 감독, 얼마 전에 조유연 작가님 작품 끝나신 거 알지? 요즘 우리 쪽에서 컨택하고 있는데….”
“그런데요.”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 허허.”
성 감독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 방 국장에게 물었다.
“국장님, 제가 대충 찍으면서 쉬려고 이 작품 맡은 것 같아요?”
“에이,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하지.”
“이번에 촉이 제대로 섰어요. 저 감 좋은 거 아시죠?”
소위 대박작품을 찍을 때도 드러내지 않은 자신감이었다.
그런 촉이 스타작가와 함께 할 때 왔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정 감독이랑 마 감독 요즘 쉬고 있죠?”
“뭐?”
“오랜만에 저랑 같이해야죠.”
“아니….”
JTBS의 1군 촬영감독과 조명감독.
그들과 함께 작업한 배우들치고 그들의 실력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 둘의 조합이면 평범한 걸그룹 멤버도 비주얼 센터로 탈바꿈한다.
하물며, 셀카만 찍어도 세상 아름다운 여배우들은 얼마나 더 빛이 나겠는가.
정녕 신인작가한테 이렇게까지 투자하는 게 맞는 건가 싶었다.
“에이, 인상 좀 펴세요.”
“성 감독, 이번에 망하면 그동안 쌓은 평판 다 깎아 먹는 거야.”
“흠, 그런가? 그러기엔 제가 JTBS에 돈을 너무 많이 벌어다 준 것 같은데요.”
“아…. 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허허.”
성 감독은 국장의 말을 흘려들으며 말을 이었다.
“편성 때 잘 부탁드리죠.”
“그건 내 소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국장님 입김도 많이 들어가겠죠. 특히 이렇게 잡음 많은 작품은 더 그렇고.”
“그걸 아는 사람이….”
드르륵─
성기훈 감독은 한 번 더 웃음을 짓고 자리를 벗어났다.
이내, 국장은 떠나는 성 감독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남들이 반대해도 언제나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사람.
오랜만에 보는 성 감독의 적극적인 모습에 혹시나 하는 기대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신인작가라는 페널티가 너무나도 무겁게 다가온다.
“어휴, 조만간 MBS에서 블록버스터 발표할 것 같은데.”
사전제작 드라마라서 당장이라도 편성이 될 수 있을 터였다.
언제 죽음의 편성 타임에 끼워 팔릴지 아무도 모르는 핵무기.
타 방송사들은 MBS에서 떨어뜨릴 폭탄을 기다리고만 있는 실정이었다.
혹시라도 편성이 겹치면 성기훈 감독이고 뭐고 무조건 사망이다.
“뭔가 불안하네.”
* * *
나는 5부 집필을 마무리하고 다시 세미와 지성호의 연기를 체크했다.
특히, 내가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과 비교해서 차이점을 짚어주었다.
시스템이 선택한 세미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었고, 지성호의 연기도 대단한 수준이었다
“둘 다 연기 천재잖아….!”
“세미가 원래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
“아니, 그냥 이 배역에 너무 잘 맞아.”
어느새 합류한 유나까지, 네 명의 멤버들은 안무 연습도 잊은 채 구경하느라 바빴다.
“딱 지금처럼만 하면 내일 감독님 앞에서도 문제없겠어.”
“와아…. 드디어 인정받았어!”
지성호는 지친 듯이 연습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단 한 장면을 수십 번쯤 다시 하라고 시켰으니 진이 빠질 만도 했다.
“작가님, 수고하셨습니다.”
“세미 씨도 고생했어요.”
“저기, 작가님.”
“네?”
“아, 아니에요….”
세미의 어깨는 주인 잃은 강아지처럼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입덕짤로 남겨 놓고 싶었다.
“내일 걱정 돼서요?”
“조금….”
“오늘처럼만 해요.”
“네? 아, 네!”
다시 생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
역시 세미 팬 하기 정말 잘한 것 같다.
잠시 후,
지성호의 매니저가 레인보우 엔터에 도착했다.
“작가님, 오늘 실장님과 약속이 있으시다고….”
“네. 들으셨네요.”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아,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템페스트 엔터에 가는 길에 지성호와 대화를 나누었다.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작가님, 16부까지 전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돼요?”
“글쎄요. 저도 일단 5부까지만….”
상식을 벗어나는 답변에 지성호가 어색한 말투도 말을 늘어뜨렸다.
“보, 보통 한 두 편 정도만 구상하시는구나….”
“아니요. 5부까지 다 썼다고요.”
“네에? 벌써 5부가 나왔어요? 고작 며칠 전에 3부 쓰고 계셨는데….”
“생각이 나면 그때그때 씁니다.”
시스템의 기호에 따라.
“근데 그런 퀄리티라니…. 작가님 진짜 천재신 것 같아요.”
“보기에 따라선 그렇게도 보일 수 있겠네요.”
내가 지성호의 입장이었어도 똑같이 생각했을 터다.
거의 하루에 한 편씩 그런 작품을 쏟아내는 작가를 봤다면.
어쩌면 작가로서 재능의 벽을 느끼고 절망에 빠졌을지도.
* * *
“실장님, 제가 왜 까인 거예요?”
“민서야, 여배우가 까였다는 표현을 쓰면 안 되겠지?”
“아, 세미가 누군데 저를 제끼고 집어넣어요? 진짜 어이가 없네.”
“하아…. 작가님이 직접 선택하신 거야.”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정새롬 사무실.
한 여배우가 언성을 높이며 정 실장을 쏘아붙였다.
“뭐, 스폰이라도 한대요?”
“여민서, 말 가려서 안 해?”
“….”
템페스트에서 최근에 키워주는 남배우로 지성호가 있다면, 여배우는 여민서를 꼽을 수 있었다.
“오냐오냐해주니까 끝이 없네. 여기가 니네집 안방이야?”
“…. 죄송합니다.”
“나가.”
정 실장은 평소와 달리 싸늘하게 말을 하며 축객령을 내렸다.
똑, 똑─
그때였다.
“실장님, 김진우 작가님 오셨습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비서의 목소리.
비서는 새롬의 승낙을 얻고 진우를 들여보냈다.
찌릿─
순간, 여민서는 김진우를 강렬하게 째려보았다.
“뭐야.”
“뭐!”
“뭐가.”
“비켜요!”
진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나가는 여민서를 바라봤다.
“저분…. 원래 성격이 저렇게 사나우신가?”
새롬은 한숨을 내쉬며 진우를 맞이했다.
“일단 앉으세요.”
“아, 네.”
“저희 제작사에서 들어가는 차기작 주연은 원래 민서 차례였거든요.”
“아….”
“게다가 작가님 작품 한번 보더니 재밌다고 엄청 기대한 모양이에요.”
“그거참 잘됐네요.”
“네?”
“아, 아니. 오늘 일은 고마웠어요.”
지성호를 빌린 덕분에 일이 잘 해결되었으니.
늘 그렇듯이 그녀에게 신세만 지는 진우였다.
“아니요. 성호도 괜찮다고 해서 보낸 거니까.”
“그래도 도움이 되었어요.”
이내, 새롬은 조심스럽게 진우의 방문 목적을 물었다.
“어차피 내일 감독님과 미팅 때 볼 텐데. 어쩐 일로….”
“그러니까요.”
“네.”
“그 전에 확정 짓고 싶은 게 있어서요.”
“캐스팅 건인가요?”
“비슷해요.”
“비슷….”
김진우 작가와 대화할 때면 이렇게 빙빙 도는 듯한 경험을 했다.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다짐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혹시 세미 씨 건이면 말씀하실 필요 없어요. 어차피 감독님이 결정하실 테니까.”
“그거 아니에요.”
“그럼….?”
“오디션 보시죠.”
“아, 조연급 오디션은 생각해보고 있어요. 특히 어떤 배역을 염두에 두시고….”
“천지호 역할이요.”
“…. 그건 주인공이잖아.”
영화에서는 종종 수천 명의 경쟁자를 뚫고 신인 스타가 탄생하기도 한다.
허나, 메인 남주를 오디션으로 뽑는 드라마가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
“그 어려운 걸 저희가 한 번 해보시죠.”
“아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후우….”
안 그래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드라마 시장에서 가능할 리가 없었다.
정새롬은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고 대답했다.
“당연히 오디션 진행은 제작사인 저희 몫이겠네요?”
“음, 그렇게 되려나?”
“너 이 씨….”
“???”
“아니, 김 씨 작가님. 드라마를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그러는데….”
“압니다. 드라마.”
진우 역시 드라마 시장에서 오디션이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지난 6년간 성격 더러운 작가 밑에서 앞으로 구르고 뒤로도 굴러본 인재가 아닌가.
‘이렇게 해야 뒷말이 안 나와.’
드라마 외적인 요소는 김진우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임재준을 억지로 꽂아봤자 이미지 망가지면 드라마는 망할지도 모른다.
“저도 고심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하아…. 그래요. 제가 승낙한다고 칩시다.”
“그러면요?”
“성기훈 감독님이 오케이하실 것 같아요?”
“아, 그건….”
새롬은 돌파구를 찾은 것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성 감독님이 승낙하시면 그때 다시 논의하시죠.”
* * *
집에 돌아오는 길이 천근만근이었다.
오늘도 부모님은 바쁘셔서 여동생이 나를 반겨주었는데.
“오빠, 늦게 들어왔네.”
“어. 안 자고 있었어?”
털썩─
희정은 소파에 앉는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 맞다. 그때 말한 지성호 영상 편지 오늘 찍었다. 톡으로 보내줄게.”
“…. 오빠, 오늘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
보통 이런 걱정을 해주는 여동생이 아닌데.
오늘따라 내가 특히나 우울해 보였던 모양이다.
“음…. 내가 고른 배우 두 명 캐스팅하려니까 힘드네.”
드라마 제작이 원래 쉬운 일은 아닌 건 알고 있었다.
캐스팅 단계는 고작 시작에 불과하건만.
주연 두 명 꽂으려니까 벌써부터 힘에 부쳤다
그래도 메인 작가쯤 되니까 의견이라도 낼 여유가 있는 거지.
보조 작가 신세였다면 진작에 리타이어했을 것 같다.
희정이는 아무 말 없이 내 등을 토닥였다.
“그쪽은 내 지갑이고.”
“아, 그러네.”
“….”
오늘도 가정은 행복하다.
“어쨌든, 우리 성호 오빠 응원 영상 땡큐!”
“응. 니 오빠 아니야. 유전자를 인정해.”
여동생은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날짜를 너무 타이트하게 잡았어.”
일단은 당장 내일 있을 감독과의 미팅이 먼저였다.
특히, 세미 캐스팅 건과 오디션 확정을 받아낼 생각이니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처음 1부를 시작으로 오늘 집필한 5부 대본까지 전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쓴 작품이지만 나도 분석해야 돼.”
그래도 나 혼자서 한 번씩은 본 드라마라서 하룻밤에도 충분히 정리할 수 있었다.
애초에 작가 머리에서 나와야 하는 대본 숙지가 덜 됐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띵동─
그때, 다시 알림음이 등장하며 새로운 집필 장소를 알렸다.
【내용 : 재벌 상속자는 순정마초 6부】
【장르 : 로맨스, 재벌】
【장소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1층 카페】
【제한 시간 : 24시간】
【※ 브론즈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1,000만 원】
“같은 장소는 처음인데.”
24시간이면 시간은 여유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