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25)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재팬.
바로 어젯밤에 쓴 「월드 클래스 미식가」 시부야 편 대본까지.
나를 보러 일본까지 건너온 심주원 감독님에게 대본을 건넸다.
“심주원 감독님.”
“네. 작가님.”
“벌써 미팅만 세 번째네요.”
“하하. 저도 일본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제작하려다가 여러 번 무산된 작품.
아무래도 시트콤부터 급하게 쓰느라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세 편을 합쳐서, 단편 다큐 영화 대본이에요.”
“제목이…. 월드 클래스 미식가?”
“네.”
각각 30분씩, 총 1시간 30분 분량의 대본.
웹드라마나 단편 드라마 제작도 고려했지만.
완성도를 위해 다큐멘터리 영화 촬영으로 결정했다.
“드디어…. 제가 진짜 김진우 작가님 작품을….!”
“대사가 많지 않아서 걱정이네요.”
“제, 제가 잘 한 번 살려보겠습니다!”
“아뇨. 감독님 때문에 걱정된다는 게 아니라….”
이번 작품의 핵심은 감성적인 연출과 풍부한 표현력이었기에.
드라마를 보고 대본을 썼다고 하더라도, 내 실력의 밑천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괜찮아.’
이참에 내 실력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뭐, 혹시나 이번 작품 쫄딱 망하면 평생 시스템 따까리나 해야지.
시스템은 거의 신적인 존재잖아.
신의 대리인 정도면 직급도 나쁘지 않아.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정 실장님이 미안한 어조로 말했다.
“저기…. 심 감독님.”
“네?”
“죄송하지만, 배급사를 급하게 구하느라 영화관은 몇 군데 못 올라갈 거예요.”
“아, 그렇습니까?”
“그 대신 제가 어제 안젤라 지부장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네.”
“11월 말까지 촬영이랑 편집까지 완료해 주시면, 미국 LA에서 상영관 몇 군데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말씀은….”
“영어 자막을 입힐 거니까 신경 좀 써 주세요.”
한 달이라는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대부분 정적인 장면에, 오랜 촬영 기간을 요구하는 작품이 아닌지라.
“…. 열심히 한 번 해보겠습니다!”
“촬영팀은 템페스트 본사에서 지원해 드릴 겁니다.”
“넵.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심주원 감독은 급한 일정으로 쫓기듯 회사를 벗어났다.
아마 이시연도 예능 촬영에 영화까지 찍으려면 당분간 바빠질 것 같다.
‘아무리 다큐 영화라지만….’
그래도 내 이름값이면 제작비 정도는 건지지 않을까.
요즘 예능 덕분에 시연이 인지도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서.
“또 한 건 하셨네요. 작가님.”
“그러게요.”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웠던 이번 작품.
사실 돈 벌기 위해서라기보단, 시스템이 준 미션 때문에 억지로 잡은 작품이다.
【미션 : 당신이 아는 인물 중에서 신인배우를 발굴하세요.】
【보상 : 베네핏 조합 이용권】
신인배우를 발굴한다는 의미는 뭘까.
당연히 드라마나 영화를 찍으면 보상이 나오겠지.
“…. 작가님?”
“네?”
“무슨 생각 하세요?”
“아, 아니에요.”
“여기요. 이번 작품 계약서 읽어보세요.”
“아….”
다큐 영화 특성상 큰 제작비가 들지 않는다.
기껏해야 촬영 장비에, 스탭들 페이랑 배우 출연료 정도.
그런데, 이시연 출연료는 신인 배우 기준이라서.
제작비의 98%를 내 대본값으로 지출하게 생겼다.
“…. 그런 이유로, 작가님의 러닝 개런티를 50프로로 책정했습니다.”
“탁월한 선택이시네요.”
나도 이번 만큼은 이쪽이 훨씬 편하다.
원고료 때문에 제작이 무산되면 나만 손해잖아.
“작가님.”
“네?”
“이제 새 작품을 보여주세요.”
“???”
뭔 소리지.
“일본에서 차기작 발표하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네?”
“벌써 뉴스도 나갔을 텐데요.”
“…. 아.”
그게 방금 심 감독님이 가져간 그 작품인데요.
“설마, 방금 그 작품이 끝인 건 아니죠?”
“….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사실, 나도 오랜 고민 끝에 다큐 영화를 찍기로 결정했다.
심 감독님이 굳이 일본에서 일본인 스탭들이랑 촬영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 내일도 후지 TV랑 미팅 잡혔는데요.”
“음, 새 작품은 제가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하.”
“그래요. 믿을게요.”
뻥인데, 큰일 났네.
* * *
템페스트 재팬에 마련된 내 작업실.
일본까지 끌려온 효주와 함께 기사를 보며 골똘히 고민했다.
[특종] 일본 도쿄의 후지 TV, 김진우 작가의 차기작 논의 중!》“아오, 왜 이런 기사를 낸 거야.”
“오빠, 저는 왜….”
“말 그대로 논의 중이잖아! 아직 확정도 아닌데!?”
“저는 왜 일본에….”
“게다가 에미코랑 경쟁은 또 뭐야? 기레기들 수준 진짜.”
“저는 왜 일본에 온 건지….”
기사 내용을 천천히 확인해 보니, 기자들이 에미코를 언급한 이유가 존재했다.
“이분, SNS 중독자가 아닐까?”
“그니까 저는 왜….”
에미코는 SNS에 굳이 내 이름을 언급해 가면서 판을 키웠다.
나와 맞대결을 희망한다고 적어놓은 일본어 내용이 술술 읽혔다.
‘나 이제 일본어 좀 하네?’
두 달 동안 실장님 만나려고 일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간단한 대화나 읽고 쓰는 것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니까.
“에미코, 이분 살짝 관종 같아.”
“음, 저랑 동류네요.”
“뭐야, 자아 성찰이냐.”
“…. 저는 그래도 SNS 많이 줄였어요.”
“응. 너무 많이 하면 희정이처럼 된다.”
하여튼, 이제부터 새 작품을 써야 할 것 같은데.
현지에서 찍을 드라마니까 일본 배우를 찾으러 돌아다녀야 하나.
“…. 방송국에 가면 있겠지?”
똑, 똑─
그때, 누군가 작업실에 노크를 두드렸다.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을 바로.
“강준이냐?”
“형님, 바빠서 이제야 인사드립니다!”
“오, 신수가 훤해졌다?”
쫙 빼입은 수트에 롤릭스 시계는 기본에, 올백으로 넘긴 머리까지.
이 모습을 보고 누가 사채업자한테 돈 빌리던 그 강준이라고 생각할까.
“제가 광고 촬영 끝나고 바로 온 거라….”
“아냐, 잘 어울려.”
“음…. 저기.”
“응?”
“희정이 일본 지부에 왔다고 들어서 왔는데, 안 보이네요.”
“걔? 당연히 한국 돌아갔지. 시트콤 아직 촬영 안 끝났어.”
“앗, 아아….”
뭐냐, 지금 딱 걸렸어.
“너 희정이 좋아해?”
“아뇨! 친구요! 친구니까요!”
“….”
반응이 존나 강한 부정인데.
이거 희정이 단속 제대로 해야겠네.
“준아.”
“네?”
“너 일본에 아는 배우 없냐?”
“엄청 많죠.”
이 친구를 통하면 인맥을 좀 넓힐 수 있겠지.
배우를 만나기만 해도 새 작품이 뜰지는 바로 알 수 있으니까.
“아오이 소리랑 두부집 효녀랑….”
“미친놈아. 그분들은 나도 알지.”
“그럼요?”
“나한테 소개해 줄 사람 없냐고.”
“…. 형님, 혹시 여자친구 만들고 싶으세요?”
“….”
뭔 개소리야.
내가 무슨 지 같은 줄 아나.
“저 지금 화보 촬영갈 건데, 그럼 같이 가실래요?”
“누구랑 화보 찍는데?”
“엄청 예쁜 일본 여자 아이돌이요. 연기 경력도 있어요.”
“흠….”
“아예 같이 저녁 약속까지 잡을까요?”
“오케이, 콜!”
드르륵─
그때, 작업실 문이 열리며 문밖에서 정 실장님이 나를 바라봤다.
“같이 밥이나 먹으려고 왔는데, 괜히 왔네요.”
“…. 그런 거 아니에요.”
우아하게 돌아서는 실장님을 따라가려는 강준이.
도망가려는 놈의 수트 목덜미 부근의 옷깃을 붙잡았다.
“깡준, 너 일부러 그랬지. 뒤질래?”
“아, 아닌데욥.”
* * *
일본의 대형 제작사, 제이비젼(J-Vison).
에미코는 본인의 작업실 소파에 누워서 「쉐어 하우스」를 시청했다.
“와씨, 김희정! 지가 덕질했던 사람이 지성호인 거 알면 속 뒤집어지겠네.”
사실, 그녀는 김진우 때문에 오히려 넥플렉스보다도 디지니를 더 많이 이용했다.
극에 완전히 몰입해서 낄낄거리며 다음 편을 계속해서 눌렀댔으니.
“아, 왜 넥플렉스에는 김진우 작품 안 올라오냐!”
귀찮게 둘 다 깔아야 하잖아.
하나에 즐겨찾기 해서 몰아보고 싶은데.
“아니, 에바! 니가 여기서 왜 나와! 이건 에반데?”
이미 한국에서도 유행어가 되어버린 에반데-,를 외치며 다음화를 시청하기를 3시간.
일본어 번역이 수준급이라서, 디지니 플레이도 일을 참 잘 하는구나 싶다.
“앗, 벌써 끝났네.”
대략 두 달 전부터 방영하기 시작한 시트콤.
매주 5편씩 평일에만 올라오니까 종영하려면 앞으로 넉 달은 더 남았다.
“음…. 감질나서 안 되겠어. 이제 한 달씩 모아서 봐야겠다.”
이내, 에미코는 기지개를 켜면서 김진우 관련 기사를 확인했다.
마법소녀에 의해 무너졌던 자존감이 순식간에 채워지는 기분이다.
“흐흐, 역시 김진우 작가도 나를 의식하고 있었어.”
그게 아니라면 일본까지 왜 왔겠어.
아마 SNS에 올린 스코어를 보고 열 받아서 온 거겠지.
지난 두 달간, 에미코는 「무사도」의 흥행에도 절대 안주하지 않았다.
언젠가 김진우를 누르기 위해 절치부심해서 작품을 완성했으니.
‘일본에서 경쟁해 주면 나야 땡큐죠.’
원래는 이번 작품을 아껴뒀다가 나중에 한국에 가서 경쟁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나와주면 조만간 스코어를 뒤집을 수 있을 것 같다.
똑, 똑─
그때, 제이비젼의 대표가 에미코의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대표는 조심스럽게 들어와서 에미코에게 물었다.
“아, 에미코 상 있었네요.”
“네. 무슨 일인가요?”
“지금 미팅룸에서 야마토 군이 대기 중인데…”
“아!!!”
미리 연락을 해야 했는데, 크게 실수했다.
작품을 바꾸면서 캐스팅이 불발됐다고 말해줬어야 했는데.
“…. 제가 만나볼게요.”
미안해서 어떡하지.
뭐라고 말해야 하나.
곧이어, 미팅룸에 들었는데 야마토 상의 모습은 그야말로 히키코모리, 그 자체였다.
“아…. 야마토 상, 제가 말한 대로 준비를 많이 했네요.”
“네. 작가님. 요즘 성격도 우울해지는 것 같습니다.”
“음….”
원래 제작하려던 작품에서는 방에만 처박혀서 인터넷에 빠져 사는 히키코모리 주인공이 필요했다.
잘생긴 오타쿠.
현실에 없으니까 드라마고, 판타지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새로 쓴 작품과는 전혀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었다.
연기력이나 몰입도 같은 문제가 아니라, 필요한 배역이 아닐 뿐.
“야마토 상, 정말 미안해요.”
“…. 네?”
“죄송하지만, 이번에는 저희와 함께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사실, 야마토는 어떻게 먼저 말을 꺼낼지 고민하고 있었다.
벌써 극에 심취해서 집 밖에 나오기를 꺼리는 상황이라.
‘스고이. 다행이네.’
사실상, 엔터에서도 버려지다시피 한 채로 집에만 콕 박혀있었다.
오늘만 해도 매니저 한 명 없이 이렇게 혼자 오지 않았는가.
“저기, 야마토 상. 아니면 제가 좋은 제작사 추천해 드릴 테니까….!”
“아뇨. 괜찮습니다. 작가님.”
야마토는 고개를 떨구고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제이비젼을 벗어나며 생각했다.
‘….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해.’
이미 그는 뼛속까지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렸다.
지이이잉─
그때, 야마토의 스마트폰에 불이 들어왔다.
“에에, 리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엄마 친구 딸.
평소에는 활발하고 착한데, 한 남자에 꽂히면 눈깔 뒤집히는 미친 여자.
맨날 무슨 남자 아이돌 따라다니더니, 이제는 본인이 아이돌이 되었다.
“응. 리코.”
-야, 좋은 말로 할 때 돈 갚아라.
“…. 갚는다고 했잖아.”
커피 자판기 앞에서 빌려준 50엔이 그렇게 아까웠냐.
-갚을 기회를 줄게.
“???”
-일단 일로 와봐. 니가 밥 사.
“….”
이불 밖은 위험한데.
오늘따라 자꾸 돌아다닐 일이 생긴다.
‘어쩔 수 없지.’
얘랑 싸우면 훨씬 귀찮은 일이 생길 테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 *
강준의 화보 촬영 현장.
어쩌다 보니까 남자랑 여자가 헐벗고 얽혀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중 남자는 「무사도」를 찍으면서 탄탄하게 몸을 가꾼 깡준이고.
‘속옷 촬영이면 말을 미리 하던가.’
여자 쪽 모델은…. 이름이 뭐였더라.
까먹었다. 리안드린가. 리온인가. 리아였나.
“오오, 리코 상, 좋아요! 강준상이랑 조금만 더 붙어주세요!”
맞다. 리코.
70인조 아이돌 센터라던데.
그래서 그런가, 얼굴은 누가 봐도 예쁘장했다.
근데, 나한테 중요한 건 작품이 뜨는지 아닌지뿐.
‘에이, 꽝이구만.’
지이이잉─
그때, 송권수 감독님께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슬쩍 강준을 돌아보고,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네. 감독님!”
-김진우 작가님, 바쁘십니까?
“아뇨. 괜찮습니다.”
이내, 송 감독님은 듣기 좋은 소식을 전했다.
“청룡영화제 작품상 후보요?”
11월 말에 열리는 영화인의 축제.
OTT 플랫폼 작품도 인기만 있다면 충분히 수상이 가능했다.
-그래서 같이 가주셨으면 합니다. 여민서 배우님은 지금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거든요.
“음, 좋네요. 저도 갈게요.”
-하하. 잘 됐군요. 각본상 후보는 아직 선정하는 중이라고 들었는데…. 어쩌면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감독님.”
-그럼.
뚝.
영화로는 처음 시상식장에 들르는 거 아닌가.
작품상은 당연히 「기생벌레」가 타겠지만, 다른 상들은 아모른직다.
특히, 여우주연상 같은 경우에는 「기생벌레」의 조여진 배우님이 유력하다고 들었으니.
솔직히, 이왕이면 우리 편이 이겼으면 좋겠다.
그래야 여민서가 마법소녀 파트 2도 찍어줄 거 아냐.
“형님?”
그때, 뒤쪽에서 강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옆에는 속옷 차림의 리코가 부끄러운 듯 말을 걸었다.
“음, 아뇽하세요.”
“…. 일본어 조금 할 줄 압니다.”
“오오, 대단해요! 일본어 완전 잘하시는데요!?”
“뭐, 이 정도 가지고.”
일본인 특유의 과장된 칭찬을 듣고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두 달 동안 노력한 결과를 일본인에게 인정받은 건 처음이라.
“오늘 강준 오빠랑 식사하려고 했는데….!”
“아, 그래요?”
“작가님도 같이 가실래요?”
“…. 음.”
“저는 먼저 옷 갈아입고 올 테니까, 천천히 생각해 주세요!!”
“네.”
우리는 멀어지는 리코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 나는 안 갈래.”
“에이, 왜요. 형님.”
실장님한테 혼날지도 몰라요.
“귀찮아.”
“어…. 어떤 남자 배우분도 온다던데요?”
“그래. 셋이 잘 먹고 와라.”
그대로 촬영장을 뒤로한 채 떠나려고 했는데.
강준이 마지막으로 남긴 한마디가 발목을 붙잡았다.
“그 남자 배우가 에미코 작가님 차기작 주연급이래요.”
“…. 응?”
에미코 작가면 얼마 전에 강준이 히트친 작품의 작가.
일본에서 얼마나 대단한 인지도를 가진 줄은 익히 알고 있다.
“그럼 잘 나가는 배우겠네?”
“네. 근데 요즘 이상한 소문이 돌긴 해요.”
“무슨?”
“그게…. 매일 방에 처박혀서 게임만 한다는….”
“???”
그런 사람이 어떻게 탑작가 작품에 주연으로 나오지?
나 같으면 그냥 상종할 생각도 안 들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템페스트 배우들이 다들 성실해.’
아니지, 부끄러운 내 여동생은 제외.
걔는 요즘도 맨날 웹툰만 보더라고.
“형님, 저녁 같이 드시죠?”
“…. 그래.”
일단 일본 내 인맥을 넓히는 게 우선이라.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 * *
두근─
귀한 작품을 누추한 곳에서 얻을 줄은 몰랐네.
“자, 인사해. 나랑 같이 화보 찍은 슈퍼스타 강준 오빠!”
“아, 안녕하세요. 야마토…. 라고 불러주시면….”
요즘 대화를 안 하나 이상하게 말을 길게 늘어뜨리는 남자.
덥수룩한 머리는 석 달 정도 안 자른 것 같고, 눈 밑에 다크서클이 턱 끝까지 내려왔다.
꼬질꼬질한 옷차림을 보면 일주일 동안 안 빨고 입고 다니는 것 같지만.
‘얼굴이 아깝다.’
이게 요즘 여자들이 좋아하는 잘생긴 찐따 그런 건가?
“야마토 군, 이쪽은 오늘 만난…. 갓작가 김진우 상.”
“소개 뭡니까.”
“에? 별로예요? 아니면 킹갓제너럴….”
“….”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리코를 무시하고, 야마토에게 악수를 건넸다.
“김진우 작가입니다. 재벌 상속자는 순정마초,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 최근에는 코드네잉 030 마법소녀 대본을 집필했습니다.”
거창한 자기소개를 하자마자 야마토라는 남자는 눈을 크게 뜨며 내 손을 마주 잡았다.
띵동─
“저, 저는 야마토라고….. 합니다.”
“음….”
마침내, 내게 새로운 작품이 찾아왔다.
【내용 : 생존 필드 in 도쿄 1부】
【장르 : 현대 판타지, 이능력 아이템, 서바이벌 】
【장소 : 야마토의 자택】
【제한 시간 : 30일】
【※ 다이아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150억 원】
시스템 이 쉑, 계속 선 넘네.
‘…. 왜 자꾸 남의 집에 찾아가라고 하냐?’
차라리 정 실장님 집에 한 번 더 가자.
이번에는 진짜 잘할 자신 있어. 믿어줘.
“…. 저기요. 야마토 씨, 초면에 죄송한데요.”
“네?”
“어디 사세요?”
“….”
대답 없이 물만 홀짝거리는 야마토.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장르의 뒤에 붙어있는 규칙을 확인했다.
【생존 필드 in 도쿄의 5가지 규칙】
1. 도쿄에 사는 8명의 참가자들은 도쿄를 벗어나면 죽는다.
2. 참가자들은 각자 이능력이 담긴 장비를 하나씩 갖게 된다. 귀속된 장비는 잃어버려도 다음 날 자신에게 돌아온다.
3. 각각의 참가자는 1부터 8까지의 번호를 부여받으며, 높은 숫자를 부여받은 참가자는 바로 아래 번호의 참가자를 죽이고 장비를 빼앗을 수 있다. 단, 1번은 8번의 장비를 빼앗을 수 있다.
4. 바로 아래 번호의 참가자가 죽으면, 그 아래 번호의 참가자가 다음번 타깃이 된다.
5. 이능력 장비를 이용한 모든 선택은 본인의 몫이고,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일본 만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게임 형식의 작품.
꼬리 잡기랑 배틀 형식을 적절하게 섞은 초능력 대전.
‘…. 이런 게 일본 갬성인가.’
일본 땅에 국뽕 깃발을 꽂아줄 갓작품.
생존 필드의 도쿄 버젼, 첫 번째 시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