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31)
기자들과 평론가들은 놀라운 형식의 영화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단아한 이시연의 모습과 심 감독이 만들어낸 구도.
두 명의 조합은 시나리오 극작가가 의도한 분위기를 정확히 그려냈으니.
먹방 컨텐츠가 대중적으로 간간이 소비되는 소재였지만.
이렇게 영화 전반적인 내용을 ‘미식’으로 채워내는 경우는 절대 흔치 않았다.
뭐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잔잔한 분위기의 식당에 들어가서 조용히 혼밥을 하고 싶은 갬성.
시끌벅적한 인방에서는 절대 보여줄 수 없는 먹방.
과한 분량의 드라마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여백의 미.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감성 다큐 영화의 탄생이었다.
‘대단하군.’
맥스 음악감독은 영화를 보는 내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막혀있던 활로가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안젤라 지부장의 말이 사실이었어.’
김진우 작가의 작품이 해답이었는가.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비슷하지만 다른, 새로운 영감이 머릿속을 마구잡이로 돌아다녔다.
마약을 하면 작곡이 잘 된다는 뮤지션들의 심정과 비슷했다.
마법소녀 때 작업이 수월했던 이유를 드디어 발견하다니.
‘이거 참,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솔직히, 그동안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건 사실이다.
‘마법소녀’는 디지니 플레이에서 제작했으니 순수 한국 영화라고 볼 순 없었기에.
하나씩 코스 요리가 나올 때마다 위를 자극하는 식도락의 향연.
완벽에 가까운 영어 자막까지 입힌 걸 보면 미리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뜻인데.
‘혹시 어쩌면….’
K-POP 열풍에 그치지 않고 영상 컨텐츠 문화까지.
조만간 한국이 세계적인 문화를 선도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바로 저 사람에 의해서….’
맥스가 보내는 시선의 끝에는 본인의 영화에 집중하지도 않고 허공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사람이 있었다.
잠시 후, 극장에 불이 들어오고 사람들은 여운을 즐겼다.
로맨스 없이도 아름다운 가족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 들었으니.
“어, 어….? 어디서 본….”
“맥스 감독!?”
이제서야, 근처의 기자들은 세계적인 거장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그런데, 맥스는 그들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 곧바로 진우에게 직행했다.
“김진우 작가님.”
그는 진우와 약속을 잡고 시사회장을 빠져나오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한국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 * *
오직 베네핏 때문에 시작한 이번 영화.
‘오늘따라 얻은 게 많네.’
새로운 베네핏에 맥스 음악감독님까지.
그냥 이시연이를 데뷔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서 내가 다 깜짝 놀랄 지경이다.
‘진짜 세상일은 모르는 거야.’
시사회장에서 영화를 본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 세례.
그들의 반응을 보니, 작품이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김진우 작가님, 선라이즈의 이동철 기자입니다!”
“아, 네.”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시는데, 혹시 비결이라도 있나요?”
“아…. 그냥 머릿속에서 영상이 그려지면 그걸 대본으로 옮겨서 쓰는 편입니다.”
“오오, 역시 천재는 다르군요!”
“아뇨. 천재는 아니고 그냥….”
“그냥이요? 그럼 이번 영화도 그냥 떠오르는 대로 쓰셨나요?”
“아니, 뭐, 그렇다기보다는….”
“네! 감사합니다!”
곧이어, 노트북 두들기는 기자들이 어떤 내용의 기사를 쓸지 예상이 된다.
‘그냥 닥치고 있을걸.’
방금 내가 했던 발언은 무르면 안 되나.
대사도 별로 없어서 그저 영상만 보고 집필한 시나리오.
적어도, 이번 작품만큼은 시스템 이상으로 내가 기여한 바가 높았다.
누가 밥 먹는 모습을 대본으로 쓴다고 재밌는 시나리오가 나오진 않으니까.
《세계적인 음악감독 맥스도 극찬한 영화, 월드 클래스 미식가는 어떤 영화….》
시사회가 끝나고, 약속대로 맥스 감독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 기사를 확인했다.
물론, 굉장히 호의적인 기사를 써준 사람도 있는 반면에.
《김진우, 대본은 그냥 쓰면 된다! 대충 쓰면 작품이 나온다! 본인이 직접….》
“어휴,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동철 기자, 이름 기억했다.
다음엔 절대 질문 안 받아줘야지.
약속 장소에 도착했더니, 감독님은 이미 기다리고 계셨다
소속사, ‘헤븐 뮤직’의 통역사와 매니저를 함께 대동한 상태였다.
“김진우 작가님!”
“안녕하세요, 감독님!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괜찮습니다.”
만나자마자 몇 마디 인사를 나누고 본론부터 꺼내는 맥스 감독님.
사실, 한국의 음악 드라마에 이분을 섭외하는 게 맞는 건가 싶어서 걱정했지만.
‘어라….?’
오히려 내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은 맥스 감독님이었다.
“제 작품을 보면서 영감이 떠올랐다고요?”
“맞습니다.”
“…. 그러셨군요.”
이것도 시스템의 숨겨진 기능 같은 건가.
‘생각해 보니까, 이전에도….’
나지수 감독님 또한 MBS 조연출 시절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처음 대본을 보자마자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고.
‘시스템은 천재를 알아본다.’
아니면, 그 반대로 천재가 시스템을 알아보던가.
이런 건 진작에 알아챘어야 했는데, 그걸 인제야 알았다니.
‘이것도 또 하나의 베네핏이구나!’
상식을 초월하는 숨겨진 기능에 어이가 없는 건 내 쪽이었다.
“그런 이유로 김진우 작가님의 차기작에 참여하고 싶은데….”
“저야 물론 환영이죠.”
“아, 그렇습니까?”
“네. 감독님.”
맥스 감독님이 직접 만든 음악은 예외 없이 전부 90% 이상의 일치율을 자랑했다.
안 그래도 작 중 음악 문제로 골치가 아팠는데.
이런 건 사자성어로 뭐라고 하더라…. 쌉개이득?
“잘 부탁드립니다, 감독님!”
“그래요. 그럼 차기작은 내년 하반기쯤….?”
“아뇨, 내년 초에는 대본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지금 쓰고 있거든요.”
“….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필요도 없겠군요.”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일단은 헤어졌다.
이참에 템페스트가 헤븐 뮤직을 품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나중에 정 실장님한테 여쭤봐야겠어.’
잠시 후,
템페스트 엔터 사옥 정문으로 들어가는 길.
쿵─
문 앞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와 세게 부딪혔다.
넘어질 뻔한 상대를 급하게 붙잡아서 일으켜 세워주었다.
“으앗, 아파.”
얼굴은 익숙하지만 이름은 모르는 배우 지망생.
얼마 전에도 리코랑 같이 연기 수업을 받더니만.
띵동─
순간, 머릿속에서 시스템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배역에 88%만큼 어울리는 배우를 발견했습니다.】
【해당 배우를 ‘엄준석’ 역할에 등록하시겠습니까? (Y/N)】
유설아, 세미에 이은 세 번째 캐릭터.
라이벌 사이의 두 여자 캐릭터 사이에서 남자 주인공 포지션이었다.
“괜찮으세요?”
“아프잖….! 어?”
“네?”
“김진우 작가님?”
“아…. 네.”
생각보다 더 많이 놀라는 모습.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을 만나도 같은 회사 사람끼리 놀라진 않는데.
“크으, 저번에도 뵀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생각보다 키가 크시네요.”
“그래요….?”
“네! 저번에 새롬 누나가 말해줬을 때는….”
“…. 새롬 누나?”
“어!? 아빠!!!”
그때, 로비에서 정문으로 천천히 걸어나오는 인물이 있었다.
‘정기태 대표님이…. 아빠?’
쪼르르 달려가서 대표님께 꾸벅 인사하는 사내.
저렇게 같이 있는 모습을 보니까 확실히 닮긴 닮았다.
“허허, 아들! 오늘 수업은 잘 받았어?”
“당연하지.”
곧이어, 옆에 있던 비서가 대표님께 길을 재촉했다.
“…. 대표님, 지금 바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 흠흠. 그러지.”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한참 동안 멀어지는 정 대표님을 바라봤다.
‘음….’
대표님 아들이면 얘도 재벌이란 소리잖아.
정 실장님이랑도 꽤 친하게 지내는 사이인 것 같고.
“아까 들어보니 고3이라고 하시던데….?”
“네! 한 달만 있으면 성인입니다!”
“그래, 어쩐지….”
생긴 게 민짜 같더라고.
“어쩐지? 그건 무슨 뜻이신….?”
“…. 어쩐지 성숙하더라고.”
“아하.”
내가 이 짬에 고딩놈 비위까지 맞춰야 한다니.
열두 살에 결혼했으면 얘만한 아들이 있었을 텐데.
“하여튼, 다음에 또 봐요! 작가 삼촌!”
“…. 억.”
왜 정 실장님은 누나고 나는 삼촌이냐.
그럼 나는 쟤 누나랑 썸 타는 삼촌이잖아.
곧이어, 작업실에 들자마자 효주가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오빠, 시사회는 잘하고 오셨어요? 기사는 봤는데.”
“…. 그래. 고마워. 오빠라고 해줘서.”
“???”
“너는 실장님을 뭐라고 불러?”
“실장님이라고 부르죠.”
“…. 희정이는 언니라고 부르던데?”
“에이, 저는 회사 사람이잖아요.”
“희정이도 회사 사람인데?”
“아, 그러네.”
근데 희정이는 회사 들어오기 전부터 실장님을 언니라고 불러서.
“효주야.”
“네?”
“대표님 아들이 누군지 알아?”
“형식이요?”
“형식? 정형식?”
“네.”
오고 가며 종종 봐서 얼굴은 익숙했지만, 이름은 처음 들었다.
“연기 배운지 한 달밖에 안 됐어요. 수능 끝나고.”
“아, 그래?”
“네. 일본에서 오신 리코 배우님이랑 같이 교육받잖아요.”
“그건 나도 알지.”
“역시 재벌은 재벌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첼로, 펜싱, 승마…. 그런 거 다 배웠대요.”
“흠, 그건 실장님이랑 비슷하네.”
거기에 태권도만 배웠으면 딱 실장님인데.
“그분 완전 엄친아잖아?”
“우리 엄마 친구는 재벌이 아닌데요.”
“…. 우리 엄마 친구도.”
배우 지망생 아버지가 템페스트 엔터 사장이고 삼촌이 천성 그룹 부회장.
‘이건 뭐….’
발연기를 해도 스탭들의 기립 박수를 받겠네.
물론, 내 작품은 절대 안 되지만.
띠리리링─
그때, 등록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받을지 말지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받았는데.
-혹시 김진우 작가님 번호 맞나요?
“네. 누구시죠?”
-정기태 대표님 안사람 되는 사람입니다.
“아…. 어이쿠, 사모님.”
이라고 말하면 되는 건가.
-….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그럼요. 사모님.”
-아뇨. 오늘은 말고….
“네?”
-주말에 잠깐 뵈었으면 합니다.
“아, 넵.”
사모님이 만나자고 하시면 만나야지.
콘크리트 드럼통 타고 수영하기 싫으면.
‘대표님보다 부자라던데.’
대표님 부인분 집안이 어마어마한 땅 부자라고 들은 것 같아.
* * *
사흘 뒤.
모든 일에는 경중이 있는 법이다.
템페스트 재팬, 일본지사를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큰 파이가 눈앞에 보인다면 어찌해야 할까.
그것도 당장 집어삼키기만 해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영양분이라면.
‘이렇게까지 반응이 폭발적일 줄이야….’
전혀 예상치 못한 「월드 클래스 미식가」의 대흥행.
정 실장은 일본지사를 변 팀장에게 맡기고 급하게 한국으로 복귀했다.
밀려드는 배급사들을 전부 일본에서 전화로 상대할 수는 없었기에.
“죄송해요. 오늘은 미팅이 어려울 것 같네요.”
-그럼 내일이라도 제발….
“내일 밤 11시 템페스트 로비…. 괜찮으세요?”
-물론이죠!
“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저희가 감사하죠.”
전화를 끊고, 새롬은 밀려오는 두통에 머리를 꾸욱 눌렀다.
김진우의 영화가 극장에 처음으로 걸리면 이런 기분이구나.
언론 시사회 이후, 딱 열 군데의 영화관에서 개봉한 게 고작 사흘 전이었다.
‘빅 4 배급사들이 이렇게나 저자세로 나오다니….’
워낙 상영관이 적어서, 품귀현상이 발생했다.
새벽 타임의 영화 티켓도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
어떻게 먹방 다큐 영화로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는 걸까?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고 싶어도 고작 두 시간의 여유조차 없었다.
일본에서도 나름 바쁘게 살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지난 사흘 동안 세시간 정도 잤을까.
매일 칼 같이 지켰던 루틴은 깨진 지 오래였다.
똑, 똑─
그때, 실장실에 누군가 노크를 했다.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열아홉 살 사촌 동생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누나!!!”
“…. 형식이 왔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배우가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삼촌의 아들.
한국대만 들어가면 허락하겠다는 제 어머니의 말을 듣고, 얼마 전에 수능을 치렀는데.
“형식아.”
“응?”
“수능 망했다며.”
“…. 아픈 데를 또 찌르네!”
“지금이라도 포기하지 그래? 숙모께서 아시면 가만히 안 계실 텐데.”
“엄마한텐 비밀이지!”
템페스트 엔터에서 연기 레슨을 받고 있다는 사실.
자신의 삼촌, 정기태 대표님께는 허락을 구했지만.
“나는 중립.”
“…. 앗.”
“지금 바쁘니까 다음에 다시….”
“아, 미안.”
“괜찮아.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오케.”
띠리리링─
형식이 나간 뒤에도 새롬의 업무는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책상에 엎드리면 곧바로 잠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 여보세요.”
이제는 상대가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고 기계처럼 전화를 받는 새롬이었다.
-전데요.
“제가 누구…. 김진우 작가님?”
-네. 목소리가 피곤해 보이시네요.
“하아, 누구 때문…. 아니, 누구 덕분이죠.”
-오늘 제가 새로운 작품을 보여드릴….
뚝.
방금 전에 무서운 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 본능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야생에서 피식자가 포식자를 만났을 때 반사적으로 나오는 행동과도 같았다.
‘이거 혹시 꿈인가?’
사흘 동안 세 시간만 자서 그런지.
자고 일어나면 다시 일본에서 깰 것 같다.
그래.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도 하고, 아침도 차려 먹고, 아버지께 오랜만에 연락이라도 드려야….
쿵─
새롬은 그대로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잠에 빠져들었다.
심지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악몽까지 꿨는데, 그 내용이 참 두서가 없었다.
김진우가 실장실에 들어오더니 새 드라마를 제작해 달라고 하는 꿈.
무려 유설아랑 세미를 동시에 캐스팅해서 음악 드라마를 찍고 싶다는데.
‘꿈 맞네.’
자신이 잠결에 알겠다고 말하는 걸 보면 꿈이 확실하다.
* * *
생각보다 쉽게 허락하시는구나.
“여윽시, 우리 실장님.”
어떻게 자면서도 내 생각-, 아니, 일 생각밖에 안 하실까.
이제 템페스트에서 드라마 두 개쯤 동시에 제작하는 건 기본이지.
일본까지 고려하면 그 이상이지만 그쪽은 일본인 스탭들을 따로 고용해서.
“내가 너무 일찍 왔나벼.”
사모님을 기다리면서 스마트폰으로 뉴스 기사를 확인했다.
《월드 클래스 미식가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김진우 작가의 복선과 장치를 전부 파악하려면 최소 두 번은 봐야….》
“음, 숨겨진 의도 그런 거 전혀 없는데….”
보통 영화가 뜨면 감독이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이상하게 시나리오에 대한 칭찬이 줄을 이었다.
심 감독님이 필모가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시사회 때 내가 준 대본대로 찍었다고 말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특이해.”
그때였다.
“김진우 작가님?”
“아,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복장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본 것 같아.’
존나 사모님들이 입을 것 같은 복장.
머리 스타일이나, 장신구, 겉옷까지 완벽하다.
“요즘 많이 바쁘실 텐데, 죄송하네요.”
“아뇨, 아닙니다.”
무슨 연유로 나를 불렀을까.
얼마 전에 회사 정문에서 마주친 정형식.
혹시 그 친구를 배역에 꽂아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으실까 생각했는데.
“…. 네?”
생각보다 훨씬 뜬금없는 말을 들었다.
“촉이 그렇게 좋으시다면서요?”
“???”
“일본에서 마약 브로커를 관상만 보고 알아내셨다던데?”
“음…. 그런 일이 있긴 했죠.”
“제가 용하다는 데는 전부 다녀봤거든요.”
“…. 그러시구나.”
저는 무당이 아닌걸요.
“우리 형식이요. 이번 수능은 망했지만, 원래 공부도 잘하고 똑 부러지거든요.”
“아, 그래요?”
“그럼요.”
“어…. 그러니까….”
“형식이가 어느 대학에 원서를 넣는 게 좋을까요?”
“….”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원래는 경영학과가 좋은데 한국대는 물 건너 갔네요. 대학을 낮추는 것보단 역시 다른 전공을….”
“음…. 연극영화과?”
“네?”
당장 내 차기작 드라마에 등록해서 데뷔해도 될 정도.
얼마 배우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런 실력이면.
“아드님이요. 연기에 재능이 있습니다.”
“…. 관상가 양반.”
“네?”
“우리 아들은 그런 거 몰라요. 공부만 했는데.”
온화한 표정에 균열이 생겼다.
화가 났다기 보단, 진짜로 무속인에게 간청하는 듯한 표정이다.
“음, 재벌 사모님, 이건 확실해요! 아드님은 배우가 될 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