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32)
대화를 마치고, 사모님께서 하얀 봉투를 건네주셨다.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으나,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절대로 아들래미를 배우로 만들지 않겠다는 단호한 표정.
나야 뭐, 아직 등록한 것도 아니라 상관없지만.
“이 봉투는 무슨….?”
“당연히 복채를 드려야죠.”
“네? 에이, 아닙니다. 제가 진짜 무당도 아니고….”
“받아주세요. 안 드리면 저만 손해에요.”
“….”
사모님은 일어나면서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졌다.
“모든 사람이 꼭 관상을 따라가진 않잖아요. 그쵸?”
“아, 그, 그럼요. 사모님.”
사모님이 사라지고, 봉투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는데.
그 안에는 새하얀 수표 용지 한 장이 들어있었다.
“일, 십, 백, 천, 만…. 천만 원.”
무당이 돈을 많이 번다고 하더니, 다 이유가 있었구만.
대화 몇 마디 나누고 시급 천만 원이면 스타작가보다 낫네.
‘적어도 공동묘지는 안 갈 거 아냐.’
아니지, 반대로 무당이 더 죽은 사람이랑 가까워야 하는 거 아닌가.
‘실장님 선물이라도 사 드려야지.’
꽁돈도 생겼겠다, 곧바로 강남의 모 백화점에 방문했다.
어느새 크리스마스 시즌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백화점 내부에는 특대형 트리가 장식되어 있었으니.
“이게 얼마 만에 플렉스냐.”
내 얼굴을 알아본 백화점 직원분이 안내한 명품관.
곧바로 여성용 명품백을 하나 질러서 회사로 이동했다.
잠시 후,
템페스트 엔터에 들자마자 실장실 앞에 섰다.
오전에 실장님이랑 나눴던 대화가 내심 찝찝했다.
‘꼭 잠결에 말한 사람처럼….’
일단 사모님과 약속 때문에 급하게 해어졌다.
대충 알겠다고 말씀하셔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했으니.
“작가님, 오셨어요?”
마치 오늘 처음 보는 듯 인사를 건네는 실장님.
분명히 오전에 드라마 제작 확인까지 받았건만, 쎄한 기운이 엄습했다.
“어쩐 일이세요?”
“…. 바쁘시구나.”
“네. 보시다시피.”
띠리리링─
“잠시만요. 전화 좀.”
“아, 네.”
소파에 앉으니, 아까 내려놓은 대본이 눈에 띄었다.
실장님께서 다음에 읽어보겠다고 말했던 「천상의 멜로디 : 자강음천 1부」
예리한 눈썰미로 판단컨대, 아까 내가 내려놓은 그 각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안 보셨어….?’
그때, 전화를 끊은 실장님이 말을 걸었다.
“영화가 잘 돼서 기분 좋네요.”
“네? 아…. 저기.”
“아마 조만간 디지니 플레이에도 월드 클래스 미식가가 올라갈 것 같네요.”
“음, 혹시 새로운 작품은….”
“네?”
“아까 우리가 얘기했던….”
“무슨 얘기요?”
“…. 아니요. 아닙니다.”
우리 실장님, 너무 힘들어 보이니까 미안하네.
일단은 가방만 선물해 드리고 후퇴해야겠다.
‘차라리….’
연말까진 묵묵히 대본만 쓰고 내년에 천천히 이야기해도 괜찮아.
캐스팅이랑 장소 헌팅 같은 건 내가 많이 도와드릴 수 있으니까.
“실장님, 요즘 많이 바쁘시죠?”
“음, 보름 안에는 일이 좀 풀릴 것 같네요.”
“오, 그럼….!”
“배급사랑 미팅은 계속 진행 중이에요. 아마 조만간 전국의 영화관에 작가님 영화가 걸릴 겁니다.”
“…. 그 다음엔 다시 일본에 가시는 거예요?”
“돌아가야겠죠? 갑자기 한국에서 추가로 드라마를 제작하지 않는 이상.”
“그렇군요.”
그럼 안 가시겠구나.
“아! 그리고 생존 필드 대본리딩 날짜 잡혔습니다.”
“그래요? 언젠데요?”
“일본에 직접 가실 필요는 없으세요. 변 팀장님이 수고해 주실 거예요.”
“네?”
“작가님은 영상 통화로 참여하시면 됩니다.”
“좋네요.”
화상 통화로 대본리딩도 하고, 세상 좋아졌네.
“날짜는 톡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열심히 노력해 준 실장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고 선물을 꺼냈다.
“그게 뭐예요?”
“오늘 꽁돈 생겼거든요.”
“아….”
“실장님 생각나서 샀어요.”
“…. 가방이네요?”
“네! 생일 선물 늦게 드려서 죄송해요.”
“와…. 고마워요. 잘 쓸게요.”
실장님 생일날 미역국으로 퉁친 게 마음에 걸렸었지.
그땐 급하게 서프라이즈를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그럼 실장님, 바쁘실 텐데 일 보세요.”
“네. 작가님.”
“저는 그만….”
일어나기 직전에, 실장님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근데 제가 오늘 꿈을 꿨는데요.”
“네?”
“유설아, 세미 배우님이랑 같이 드라마를 같이 하자는 거예요. 작가님이.”
“아….”
“낮잠을 자다가 꿈을 다 꾸고, 신기해서 말씀드려봤어요.”
그거 꿈 아닌데요.
* * *
이후, 「월드 클래스 미식가」의 상승세는 12월 내내 계속해서 이어졌다.
다큐 영화가 아니라 그냥 영화치고도 소위 ‘대박’이라고 불릴 만큼.
극장의 수가 늘어날수록 관객수는 정확히 비례해서 늘어났다.
현재까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관객수는 200만을 돌파했으며.
기자들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며 기사를 양산했다.
덕분에, 이시연은 최근 신데렐라가 된 듯 한순간에 운명이 뒤집혔다.
백 선생님과 함께 예능을 찍던 예능 새내기는 단숨에 신분이 상승했으니.
“오오, 우리 이 배우님 오셨는가?”
“에이, 선생님까지 왜 이러세요.”
“오늘은 저 혼자만 내려갈 테니께 이시연 씨는 내려오지 마세유. 내가 혼자서 맛볼랑께.”
“으아…. 제발.”
백 선생의 타 제자들도 시연의 반응이 재밌어서 계속해서 놀렸다.
“오, 안 돼! 선생님! 지금 이 배우님께서 불을 켰습니다!”
“으악, 위험한데!”
“그라믄 안 돼. 대배우님께서 위험한 거 만지고 그라믄 안 돼!”
“….”
곧이어, 한 손님은 시연을 확인하고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와, 여기서 시연 님을 만나다니, 운명인가요? 이거 드세요!”
“이게 무슨….?”
“민트 초콜렛.”
“….”
“영화에서 보니까 정말 좋아하시더라구요!”
“아, 네. 그랬죠.”
“민초단 화이팅!”
“화이팅.”
“…. 안 드세요?”
“지금 먹으려고 했어요.”
순수한 마음으로 초콜렛을 선물하는 손님.
영화를 보고 오신 손님인 것 같은데.
그 앞에서 차마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하나 더 드릴까요?”
“놉.”
한편, 정찬수 PD는 온종일 시연에게 포커스를 집중하고 그녀의 모든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결국 우리 프로그램도 빛을 보는구나!’
초창기에 김진우 작가가 잠깐 등장했을 때 10프로를 찍은 이후로 내리막을 걸었다.
같은 방송국의 시트콤, 「쉐어 하우스」가 시청률 20퍼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됐다.
하지만, 이시연이 떡상하면 당연히 시청률이 오를 수밖에.
다른 건 몰라도, 영화의 화제성만큼은 단연 최상위권이었다.
‘오늘 촬영은 무조건 이시연 씨가 메인이야.’
결국, 김진우 작가 덕분에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왔으니.
정 PD는 작가들을 불러서 계속 시연 위주로 흘러가도록 독려했다.
가령, 백 선생님이 시연을 따로 불러서 특별 레시피를 전수해 준다던가.
“미역국은 이렇게 끓여야 되거든.”
“아, 네.”
“이거 봐, 얼마나 맛있어유.”
“네! 맛있습니다!”
굉장히 쉬운 요리지만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백 선생님.
아마 오늘은 대중적인 음식 위주로 알려주시려는 듯했다.
“저번에 김진우 작가님 여동생 게스트로 참여했잖아유.”
“네?”
“그때, 희정 씨가 그러던데. 김진우 작가님이 미역국도 못 끓인다고.”
“아….”
“시연 씨가 다음에 보면 작가님한티 좀 알려줘유.”
“네, 선생님!”
“어디 가서 내 제자라고 말하고 다니지 말라고 해야겄네.”
“하하하.”
스탭들은 스타가 된 이시연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카메라가 켜져 있든 꺼져있든, 성실하고 예의 바른 성격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 * *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새 드라마 대본도 4화까지 완성했다.
최근에 얻은 베네핏 ‘자유 편집’을 써볼까도 해봤지만.
한 작품당 1회, 횟수 제한 때문에 아끼고 있었다.
타닥, 타닥─
「천상의 멜로디 : 자강음천 4부」
오랜만에 내 방에서 대본 작업을 했다.
잠시 후에 영상 통화로 진행한다는 대본리딩을 기다리면서.
‘새로운 대본도 재밌긴 해.’
초반부에 아카데미물 클리셰를 그대로 따르는 작품.
특히, 유설아와 세미의 묘한 경쟁 관계는 극의 흥미를 이끌었다.
평소에는 친구처럼 지내지만 음악 수업에서는 숙명의 라이벌이 되는 두 명.
현실의 음악적 재능은 당연히 유설아가 세미보다 우위에 있겠지만.
대본상으로는 세미도 전혀 밀리지 않고 주인공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
두 여인이 악기를 다루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입덕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유세미 케미보소.’
두 사람의 합주는 학교의 수업 수준이 절대 아니었다.
진짜 콘서트장에서나 볼 법한 완벽한 콜라보레이션.
‘맥스 감독님께 연락 한 번 더 드려야겠다.’
톡, 토톡─
[감독님, 김진우 작갑니다.]
[잘 지내시죠?]
이번 드라마 주인공들을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아서 슬쩍 운을 뗐다.
[혹시 유설아, 세미라는 뮤지션을 아시나요?]
적어도 이번 드라마의 성패는 그분께 달렸다.
메인 연출자보다 더 중요한 게 음악감독님이야.
따르르르르──♬
예정된 시각에 맞춰, 변혁주 팀장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별 생각 없이 전화를 받고, 화면 너머의 배우들을 확인했는데.
‘…. 젠장, 바지 안 입었다.’
다행히 사각팬티라서 얼핏 보면 반바지처럼 보이긴 하지만.
-작가님, 괜찮으세요?
“아…. 네. 잠깐 끊었다가….
-안녕하십니까!
마침, 타이밍 맞춰서 내게 인사를 건네는 료스케 감독님.
“네. 감독님. 잠시만….”
-아직 시작하기 전이라 좀 한산하네요.
“아, 그럼 잠깐 끊었다가….”
어차피 화면에는 상반신만 나가니까 상관없지만.
하필이면 내 방문이 열려있는 게 마음에 걸렸다.
“오빠.”
이내,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돌렸는데.
“김희정….?”
“흠, 대본리딩을 집에서 하네? 신기해라.”
“뭐냐, 누가 들어오래.”
“아직 안 들어갔는데? 나 지금 거실에 있잖아.”
“…. 가라. 좋은 말로 할 때.”
씨익 웃더니 스마트폰을 꺼내는 여동생.
눈빛은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와도 같았다.
“그러지 마. 우리 말로 해결하자.”
“흐흐.”
문득, 희정이가 쌩얼로 돌아다닐 때 내가 했던 과오가 떠올랐다.
언제나 스마트폰을 들어서 소중한 추억을 간직했었는데.
“넌 나에게 목욕값을 줬어.”
“…. 이 쉑.”
찰칵─
결국, 셔터 소리와 함께 평화를 깨트리는 김희정 씨.
“아씨. 저걸 그냥.”
SNS 중독자한테 잘 못 걸렸네.
얼마 전에 킹콩 분장의 앙심을 아직도 품고 있었던가.
저걸 어떻게 설득하지.
이제 용돈 5만 원으로 안 될 것 같은데.
-작가님….?
“네?”
-왜 그러시는지….
“아, 아닙니다.”
결국, 이 상태 그대로 대본리딩을 시작했다.
희정이 때문에 타이밍을 놓쳐버려서.
-안녕하세요. 료스케 감독입니다. 이번에 후지 TV에서는….
야마토와 리코는 물론, 강준과 신조훈 배우까지.
주연급은 전부 내가 컨택한 인물들이었다.
곧이어, 배우들이 차례로 인사를 마치고 대본리딩을 시작했다.
‘리코, 연기가 많이 늘었어.’
일본의 70인조 아이돌 그룹의 센터.
이제는 비주얼뿐만 아니라 실력까지 갖췄으니.
계약 기간만 끝나면 템페스트 재팬에서 데려오는 선택지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일본에서 제작하는 첫 드라마.
「생존 필드 in 도쿄」의 제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날, 김희정의 SNS에는 ‘어느 작가의 흔한 대본리딩 복장’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댓글창에서는 작은 논란이 발생했다.
멀리서 찍어서 애매하게 보였기에.
-반바지라고 ㅡㅡ
ㄴ맞음 누가 일하면서 팬티만 입냐
ㄴㅇㅇ 우리 김진우 작가님 그런 사람 아님
ㄴ재택근무 할 때 남자들은 팬티만 입는데 잼민아
ㄴ김진우 작가님은 다르다니까
ㄴ진우 빠돌이 다 모였누
-딱봐도 팬티아님?
ㄴㄹㅇㅋㅋ
ㄴ남자는 다 RG
ㄴ아 그냥 바지라고 생각해 ㅋㅋ
ㄴ드라마만 재밌으면 된다
ㄴ우리 진우 하고 싶은 거 다 해
반바지 파와 사각팬티 파, 둘로 나뉘어서 격렬하게 논쟁했다.
* * *
유설아와 퍼플걸스 멤버들과 합작.
당연히 티켓은 암표로 수십만 원에 거래되었다.
심지어, VIP석은 백만 원대를 훌쩍 넘기는 게 예사였다.
로템 엔터테인먼트, 유설아의 연습실.
다섯 명의 여자아이들은 대화를 나누었다.
“벌써 크리스마스네.”
“그러게.”
어느새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유설아의 콘서트 일정.
퍼플걸스 멤버들은 함께 연습을 하다가 휴식을 취했다.
“이번에 김진우 작가님도 보러오신다는 소식 들었지?”
“응.”
“열심히 하자.”
“그래야지.”
그녀들은 아직도 김진우 작가를 은인처럼 생각했다.
원래 여자 아이돌 그룹에게 훨씬 가혹한 게 이 바닥 생리.
중박을 친 보이그룹이 대박난 걸그룹이랑 비슷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게 보편적이다.
그만큼, 노력만으로 올라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
작년에 ‘순정마초’와 ‘회귀자’의 성공이 없었으면.
퍼플걸스는 지금 만큼 성공할 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근데 작가님 여동생분 SNS 봤어?”
“봤지, 그럼.”
“그거 반바지 맞지?”
“당연하지.”
“이거 우리가 억울함을 풀어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
“…. 그럼 논란만 더 커질 듯.”
“그런가.”
드르륵─
그때, 유설아가 한 중년의 외국인 남성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어….?”
“맥스 감독님….”
“대박!”
유설아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퍼플걸스 멤버들에게 말했다.
“우리 공연, 일부는 다시 연습해야 할 것 같은데.”
“네?”
“맥스 감독님이 기획해 주신다고 하셔서.”
“와아….”
얼마 전에 김진우 작가가 맥스 감독에게 연락을 보냈다.
특히, 유설아와 퍼플걸스를 소개하며 차기작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기에.
“안녕하세요. 감독님!”
“레이미 씨, 음악 잘 들었습니다.”
“영광입니다! 마법소녀 음악은 다시 들어도 웅장이 가슴해져요!”
“음, 무슨 뜻인지….?”
“좋다는 뜻입니다!”
퍼플걸스 멤버이자, 공식 작곡가 레이미는 유창한 영어로 통역했다.
“마침,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죠.”
“꺄아아악─!”
해외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존경하는 음악감독.
무려, 맥스 감독이 직접 연출해주는 무대라니.
생각지도 못한 행운에, 멤버들은 환호를 질렀는데.
소녀처럼 기뻐하던 멤버들의 표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두워졌다.
“…. 이걸 우리가 하라고요?”
“네. 예전부터 기획한 무대인데, 여러분이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고작 일주일 만에….”
아무리 봐도 라이브로 꾸밀 수 있는 무대가 아닌데.
“제가 도와드리죠.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잖습니까?”
“아….”
퍼플걸스 멤버들은 공연 준비 외에 모든 스케줄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 * *
크리스마스이브, 유설아 콘서트 당일.
영화 배급 문제가 슬슬 해결돼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정 실장님이 일본에 가는 타이밍을 재고 있는 느낌이다.
“이거 진짜 일본 가실 것 같은데.”
슬슬 새 드라마를 오픈해야 할 것 같다.
드르륵─
그때, 효주가 밝은 목소리로 작업실에 들어오며 말했다.
“오빠! 희정이 SNS 보셨어요?”
“어.”
“질문 하나만 해도 돼요?”
“응. 반바지야.”
“아하.”
요즘 사람들이 나만 보면 물어본다.
그 사진 속 복장이 반바지인지, 사각팬티인지.
당연히 팬티는 헌옷수거함에 버려서 증거를 인멸했지만.
‘김희정, 이 쉑.’
내가 유설아 콘서트 티켓까지 구했건만.
이렇게 뒤통수를 맞으니까 데려갈 마음이 싹 달아난다.
‘실장님은 바쁘시려나.’
저번에 연락했을 때는 일본에 계셔서 거절했지만.
요즘 배급 문제도 해결하고 나서는 일이 좀 풀리신 것 같던데.
“오빠, 오늘 콘서트 가신다면서요.”
“응.”
“실장님이랑 가시겠네요?”
“아니, 바쁘신….”
“오늘 집에서 쉬신다던데.”
“…. 뭐?”
“오늘 실장님 오프예요. 크리스마스이브잖아요.”
“너는 인마, 세상에서 제일 좋은 보조 작가야.”
뚜루루루─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실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실장님의 고운 미성이 들려왔다.
“뭐 하세요?”
-집에서 쉬려고….
“제가 데리러 갈게요.”
-네?
여동생에게 안녕이란 톡을 보내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띵동─
그 순간, 시스템 알림음이 머릿속을 두드렸다.
【내용 : 천상의 멜로디 : 자강음천 5부】
【장르 : 노래, 악기, 천재, 아카데미】
【장소 : KS 돔 콘서트장, 아티스트 대기실】
【제한 시간 : 1일】
【※ 다이아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150억 원】
기어이 콘서트장에서도 대본을 쓰게 만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