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33)
시트콤 「쉐어 하우스」 촬영이 없는 크리스마스이브 날.
기현수와 지성호.
두 남자는 솔로 크리스마스를 함께 즐기기 위해 만났다.
“올해도 솔크를 보낼 줄은 몰랐네.”
“저도 그래요.”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배우들이었지만.
겨울에 옆구리가 시린 건 여느 남정네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현수는 계속해서 폰을 붙잡고 있는 성호에게 말했다.
“그냥 공개 너튜브를 하는 건 어때?”
“에이, 안 돼요. 한 번만 더 걸리면 회사에서 쫓겨나요.”
“…. 뭔 짓을 했길래.”
지성호가 ‘호러 스트리머’ 촬영 때부터 키웠던 작고 소중한 채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채널을 관리한 시간이 벌써 1년.
확실히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키우는 맛은 남달랐다.
“이번 여름에 공포 컨텐츠 한 번 찍고 나서 구독자가 많이 늘었어요.”
“그래?”
“네. 지금 2천 명.”
“음, 많이 늘었네”
리액션이 워낙 좋아서 깜짝 놀라는 목소리를 편집했던 영상.
귀신의 집 컨텐츠를 찍어서 올렸더니 반응이 제법 좋았으나.
“아씨, 이 사람 또 악플 달았네.”
그래도 날파리가 꼬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이후로 계속해서 성호를 귀찮게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채담채담 : 컨텐츠 쓰레기네 그냥 흉가체험이나 다녀라 ㅡㅡ
-채담채담 : 노오오오오잼
-채담채담 : 공포 컨텐츠 원툴로 가도 되겠구만 ㅉㅉ
원색적인 비난부터 자존심을 긁는 악플까지.
그렇다고 일정한 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아오, 이 사람! 진짜 개빡치네.”
토톡, 톡─
지성호는 노빠꾸로 자신의 채널의 악플러에게 결투 신청을 보냈다.
-성지호 : 뒤질래?
역시 악플에는 악플로 대응해야 한다.
보아하니 어린 친구인 것 같은데, 한 번만 더 악플 달면 가만 안 두겠어.
“하아…. 성호야, 힘내.”
“어? 댓글을 바로 달아? 웃어? 형님, 이 새끼 웃는데요?”
“….”
기현수는 그런 성호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메신저를 켰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철벽을 두른 소나무 같은 여인의 상태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오빠 미워 ㅠㅠ 유설아 콘서트 데려간다고 해짜나유ㅠㅠㅠ]
‘…. 이런 기회는 다신 안 온다.’
희정의 톡에서 상태 메시지가 바뀐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유설아 콘서트가 가고 싶으시다는 거지.
“성호야, 나 먼저 간다!”
“네? 밥은요? 사주신다면서요.”
“밥은 채담채담이랑 먹어. 원래 싸우면서 정드는 거야.”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나 간다!”
기현수의 소속사는 레인보우 엔터테인먼트.
그는 곧바로 퍼플걸스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매니저 님, 지금 급해요! 유설아 콘서트 티켓 두 장만요!!!”
이번 콘서트의 게스트는 오직 퍼플걸스뿐이었으니.
티켓을 구하는 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뚜루루루─
곧이어, 긴장되는 통화연결음 끝에 희정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희정아, 뭐해?”
-집에 있어요. 저기, 선배님께서 이렇게 막 사적으로 전화하고 그러시면….
“…. 유설아 콘서트 티켓 구했는데.”
-그러시면, 너무 조와요.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
이게 얼마 만에 따뜻한 성탄절인가.
기현수는 마음속으로 숨을 크게 들이켜고 희정에게 말했다.
“같이 갈래?”
-…. 콜!!!
* * *
KS 돔 콘서트장.
실장님과 함께,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서 직원의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인간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으니.
“김희정, 너는 좀비냐?”
왜 죽여도 계속 살아나.
실장님이랑 오붓하게 콘서트 관람하려고 왔거늘.
희정이 옆에서 헤실헤실 웃고 있는 기현수 배우.
그 모습을 보니까 어떻게 왔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왜요, 같이 보면 좋죠.”
정 실장님은 희정이에게 다가가서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말했다.
“오늘 바빠서 못 오는 거 아니었어?”
“제가요?”
“응. 아닌가?”
희정이는 나를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
실장님께 이를까 말까 고민하는 눈치였는데.
“…. 아무리 바빠도 콘서트는 보고 싶어서 왔죠.”
우리 아우님, 칭찬해.
상황판단력이 아주 좋네.
희정이는 나름 얼굴을 가리려고 야구 모자를 쓰고 왔다.
‘근데 저 모자 그거 아냐?’
장그래 극단 단체 모자.
유설아 배우님이랑 「해외영업 3팀 김나연」 찍을 때.
그 당시에 내가 유 배우님께 선물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 딱 봐도 싸구려 모자잖아.’
아직도 기억하는 게 더 신기하지.
벌써 까먹었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우리뿐만이 아니라, 다른 연예인 손님들도 여럿 있었다.
VIP석이라고 하더니, 아예 초대석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무대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대충 20여 명 정도만 따로 모여서 관람하는 공간.
심지어, 촬영 카메라 몇 대는 따로 그곳만을 찍는다고 들었다.
“저기, 김진우 작가님.”
그때, 안면이 익은 유설아의 매니저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아, 안녕하세요.”
“맥스 감독님께서 잠깐 보자고 하십니다.”
“누구요?”
“맥스 감독님이요.”
“음.”
얼마 전에 연락을 드렸던 기억이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한 파트를 기획한다고 하시던데.
고개를 돌려 일행을 쳐다보니, 다녀오라고 손짓하는 모습.
“저희는 여기서 기다릴게요.”
“아, 그러실래요?”
“네.”
차라리 잘됐지.
안 그래도 대본 쓰러 왔다고 말하기 미안했는데.
곧이어, 미리 챙겨온 노트북 가방을 들고 매니저를 따라갔다.
끼이익─
철제의 문이 열리고, 안에서 몇몇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화려한 의상의 유설아 님과 맥스 음악감독님.
동시에, 멀리서 새하얀 빛이 반짝거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설아 씨,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매번 연락만 하고.”
그녀는 웃으면서 질문을 건넸다.
“음악 드라마 쓰신다면서요?”
“네?”
“맥스 감독님께 들었어요.”
“아….”
뒤에서 듣고 있던 맥스 감독님은 내게 가볍게 인사하며.
옆에 있는 통역사를 통해서 짧은 대본을 보여주었다.
“대본이네요….?”
“네.”
뮤지컬 형식으로 콘서트 무대를 꾸몄다는 맥스 감독님.
퍼플걸스 멤버들이 직접 연주하고, 세미와 유설아가 듀엣곡을 부른다.
‘…. 차기작 드라마에서 비슷한 장면이 있었는데.’
뮤지컬처럼 15분 동안 노래를 하거나 대사를 주고받는 내용.
대충 대본을 짜놓긴 했지만 어딘가 엉성했다.
준비 기간이 고작 일주일뿐이라서 그런가.
“마지막까지 고민 중입니다. 대사를 빼고 가야 할지.”
“음….”
“그냥 김진우 작가님께 가벼운 조언이라도 듣고 싶군요.”
“이거….”
띵동─
그때, 시스템 미션이 발동했다.
【‘즉흥 수정!’ 임무를 발견했습니다.】
【미션 : 당신이 편집한 대본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세요.】
【보상 : 베네핏 ‘자유 편집’ 강화 포인트 1pt】
처음으로 얻은 ‘조합’ 베네핏의 강화 포인트.
기존의 강화 포인트로는 강화할 수도 없어서.
고민할 필요도 없이 맥스 감독님께 말했다.
“유설아와 세미, 두 아티스트가 라이벌 구도인 거죠?”
“그렇죠.”
“금방 끝낼게요.”
이미 여러 차례 썼던 내용이라 재료는 충분하다.
게다가, 시스템의 빛을 받아들여서 표현력까지 키운다면.
‘10분도 안 걸리겠네.’
* * *
유설아는 자신이 직접 초대한 연예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대기실로 향했다.
‘음, 장그래 극단 단체 모자였구나.’
그것도 모르고 조금 오바했네.
김진우 작가님한테 괜히 민망했다.
그때 시집까지 선물로 줬던 걸로 기억하는데.
수정된 대본을 익히는 데에 주어진 시간은 20분.
내용은 바뀌었지만 뮤지컬 컨셉은 그대로였다.
과연 김진우 작가가 손을 대서 그런지 분위기가 바뀌었다.
“언니!”
“어, 세미야.”
“대본 덕분에 진짜 라이벌처럼 긴장감이 생겨요!”
“그러게.”
유설아와 세미는 서로 합을 주고받으며 대사를 외웠다.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두 여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사를 읊었다.
“이거, 진짜 드라마 같은데요?”
“맥스 감독님이 말씀해주셨잖아. 김진우 작가님이 음악 드라마 대본을 쓰신다고.”
“그러고 보니, 맥스 감독님께 직접 추천해 주신분도….”
“아마 그럴 거야.”
“김진우 작가님의 새 드라마….?”
두 명은 서로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마 서로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시간이 다가왔다.
KS 돔 콘서트장은 한자리도 빠짐없이 관객들로 전부 채워졌다.
유설아와 퍼플걸스가 함께 꾸민 무대.
티켓팅 시즌부터 엄청난 반응이었으니.
1만 5천을 수용하는 공간은 스탠딩석을 늘려서 2만여 명의 관객으로 가득 찼다.
무대 위, 유설아가 홀로 나와서 오프닝 멘트를 치는 동안.
정새롬 실장은 VIP 객석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았다.
고작 20명의 초청인들만 서 있는 스탠드 석이라 한눈에 훤히 보였다.
혹시 김진우 작가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기대했는데.
‘대체 어디 가신 거야.’
맥스 감독님이 찾는다고 해서 떠난 이후로 계속 보이지 않았다.
문득, 머릿속에서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는데.
먼저 데이트를 신청하고 홀로 구석에 처박혀서 대본을 쓰고 있다던가.
‘에이, 설마….’
결국, 첫 번째 노래가 흘러나올 때까지 진우는 나타나지 않았다.
“언니, 라이브 짱 좋아요!”
“그러게.”
유설아와 퍼플걸스가 번갈아 가면서 부르는 OST 타임.
정새롬은 희정과 함께 노래를 들으며 추억에 잠겼다.
최신곡들은 전부 김진우 드라마의 OST 들이었기에.
곧이어, 유설아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다음 무대를 소개했다.
“하아, 이 다음 무대는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무대거든요.”
설아는 가쁜 숨을 가다듬고, 멘트를 이어갔다.
“무대를 도와주신 맥스 음악감독님! 그리고, 오늘 급하게 대본을 써 주신 김진우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와아아아아─!!!”
거대한 함성 소리가 콘서트장을 집어삼켰다.
곧이어, 퍼플걸스 멤버들의 연주와 함께 시작하는 퍼포먼스.
유설아와 세미는 노래인 듯, 대사인 듯 나직한 음성을 주고받았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무대를 마치고,
“무대 장난 아니네요.”
“어?”
새롬은 뒤쪽에서 진우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작가님! 언제 오셨어요?”
“방금요.”
“이번 무대 대본을 즉흥으로 쓰셨다고요? 몇 시간 만에!?”
“아뇨, 그냥 대본을 살짝 수정만….”
“죄송해요. 오해해서.”
“네?”
“저는 또 어디 가서 혼자 대본 쓰고 계신 줄….”
“아, 음….”
그게 맞는데요.
“작가님, 정말 아름다운 무대였어요.”
“그래요?”
“네. 이게 드라마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 그 아름다운 드라마, 같이 제작해 보실래요?”
“좋아요!”
절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진우였다.
“유설아랑 세미랑 같이 주인공!”
“오….!! 저 그거 얼마 전에 꿈에서 본 거 같아요!”
“이야, 용꿈 꾸셨네!”
“그런가? 근데 왜 데자뷔 같은….”
“일단 우리 콘서트부터 집중해요. 실장님.”
“네? 아, 네!”
본인이 당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미소를 짓는 새롬.
그녀는 공연을 즐기고 있던 와중에.
문득 자신이 진우와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깜짝 놀라서 진우를 쳐다봤지만, 진우는 전혀 시선을 주지 않았다.
‘언제부터 잡고 있었지?’
당연히 먼저 손을 잡은 쪽은 진우였다.
새롬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 * *
유설아와 퍼플걸스의 콘서트 열기는 대단했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남긴 후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강준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 번씩 희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재밌었겠네.”
-깡준, 너도 왔으면 재밌었을 텐데.
“에이, 가족끼리 가는데 내가 어떻게 껴.
-가족끼리? 아닌데?
“응?”
기현수 배우와 함께 갔다고 말하는 희정이.
“…. 셋이서?”
-아니, 새롬 언니까지.
“아, 그렇구나.”
-근데 나 끊어야겠다. 또 전화할게!
“응.”
뚝.
강준은 희정과 전화를 끊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중에서도 맥스 음악감독이 기획하고 진우가 대본을 고친 15분짜리 뮤지컬.
해당 영상은 유설아의 개인 너튜브 채널에 무료로 공개됐는데, 과연 역대급 무대라고 칭할 만 했다.
-연예인들 많이 왔네
ㄴ김진우도 연예인임?
ㄴ준연예인
ㄴ김희정 존예 ㄷㄷ
ㄴ옆에 기현수랑 잘 어울린다 ㅎㅎ
ㄴ둘이 사겨라
ㄴ그건 안 됨
ㄴ차라리 김진우랑 사겨
ㄴ미친놈
-대박 7:04 정새롬 김진우 손 잡고 있다 ㄷㄷ
ㄴ와 이걸 발견하네
ㄴ진짜 사귀나 ㅋㅋㅋ
ㄴ열애설 나겠구만
ㄴㄲㅂ 김진우랑 김희정 밀었는데
ㄴ사실 그게 더 특종이지
ㄴ해외토픽감 ㅋㅋㅋㅋ
익명의 공간에서 유저들이 헛소리를 하는 건 일상이었다.
“기현수 선배님이라….”
강준은 애써 고개를 젓고 대본을 펼쳤다.
계속 생각하면 미운 마음이 자라날 것 같아서.
「생존 필드 in 도쿄」
자신이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하는 드라마.
며칠 뒤면 첫 촬영에 들어가는 작품이었다.
‘생각보다 엄청 중요한 배역이었어.’
죽는 그 순간까지도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 재벌 3세 역할.
이동 능력이 있는 주인공을 건드릴 순 없지만.
참가자의 절반은 강준이 직접 찾아가서 죽여버린다.
심지어 주인공 일행 중 한 명까지 직접 처리하는 정통파 악역.
‘에미코 작가님 차기작도 촬영에 들어가셨다던데….’
전작, 「무적자」를 찍으며 느꼈던 그녀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하필이면 동시간대에 경작 작품으로 촬영에 들어갔다고 들었다.
‘만약 이것마저 성공하면….’
정말 김진우 작가에게 한계는 없는 셈이었다.
올해, KBC에서 사극으로 대박난 지 얼마나 됐다고.
‘호러 스트리머’와 ‘마법소녀’로 디지니를 평정했으며.
비인기 케이블, MDN 방송국에서 20프로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으니.
“아, 얼마 전에 다큐 영화도 터졌구나.”
진짜 일본에서도 조만간 큰일을 치를지도 모르겠다.
* * *
며칠 뒤, 새해 첫날.
연말에 실장님과 따뜻한 겨울을 보낸 것 같아서 여간 만족스러운 게 아니었다.
심지어, KBC 방송국에서 과분한 상까지 안겨주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
《KBC 방송국 연기 대상은 이변의 여지가 없이 「임진년, 반격의 칼날」에게….!》
추가로 나는 극본상을 타고, 신조훈 배우는 남자 우수 연기상까지.
“기대도 안 했건만….”
이렇게 상을 퍼주면 다음에 또 KBC에서 하고 싶어지잖아.
슬슬 대본도 많이 쌓였겠다.
실장님께 보여드리기만 하면 되겠어.
작업실에는 효주 대신 밍쁨이 홀로 나와 웹툰을 그리고 있었다.
“휴일인데도 일해?”
“그쵸. 프리랜서한테 휴일이 어딨어요.”
“…. 효주도 보통 휴일에 여기 나오던데, 오늘은 안 보이네.”
“오늘 일본 갔어요. 변 팀장님이랑 데이트하러.”
“열정 보소.”
띠링─
그때, 실장님으로부터 톡이 도착했다.
[잠깐 보실까요?]
나는 씨익 웃으며 은빈이에게 말했다.
“은빈아, 나도 간다! 데이트.”
“….”
“화이팅!”
은빈이에게 작업실을 맡기고 곧바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똑, 똑─
곧바로 실장실의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작가님, 새 드라마 말인데요.”
“아, 대본 보내드릴까요?”
“….”
콘서트장에서 약속한 드라마.
나중에 제작하는 줄 알았던 실장님의 예상은 빗나갔다.
“콘서트장에서 했던 말이 진짜였을 줄은 몰랐네요.”
“당연히 진짜죠.”
“저는 나중에 제작하자는 말인 줄 알았어요.”
“음, 사실 벌써 맥스 감독님을 섭외했는데.”
“…. 빠르시네요.”
곧이어, 내게 대본을 요청하신 실장님.
한참 동안 대본을 쭉 읽어보시더니.
“유설아, 세미.”
“네.”
“캐스팅만 하면 정말 완벽하겠어요.”
“그쵸.”
사실, 어느 방송국에서 찍을지도 중요했다.
SBC로 가서 지상파 삼사를 다 거치는 것도 괜찮고.
디지니에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면, 한 번 더 MDN 방송국….?’
띠링─
중요한 대화를 나누던 와중에 실장님은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뭐지….?’
표정이 묘하게 굳어지는 실장님.
문자의 내용이 뭔지 물어보려던 찰나.
“작가님, 어떡하죠?”
“네?”
“열애설 났는데요.”
“무슨 열애설….?”
“얼마 전에 유설아 콘서트요.”
어휴,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김희정을 그래서 떼어놓은 건데.
“김희정, 진짜. 내가 집에 가면….”
“아뇨. 희정이 말고.”
“???”
“저희 둘이요.”
《김진우는 핑크빛 열애 중! 상대는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의 정새롬 실장!?》
아따, 사진 좀 괜찮은 걸로 쓰지.
왜 실장님만 예쁘고 나만 오징어처럼 나온 거 쓰냐고.
“…. 작가님, 듣고 계시죠?”
“네? 그럼요.”
“어떡하죠?”
어휴, 이렇게 온 우주가 나서서 사귀라고 하면.
“어떡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