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36)
타닥, 타다닥─
스마트폰을 들고 검색창에 해당 기호를 하나씩 입력했다.
‘뭔가 익숙하다 싶더라니, 위도와 경도였구나.’
좌표 뭐냐.
미사일 발사 가능?
【상세보기 : 26°040’2.2″N 102°15’5.5″E】
‘그새 또 바뀌었어.’
실시간으로 바뀌는 ‘무언가’의 위치 정보.
당연히 사람일 거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중국 쓰촨성.”
“네?”
“실장님, 쓰촨성에서 영화 제작 많이 해요?”
“글쎄요, 중국엔 중소 제작사가 워낙 많아서.”
“음….”
뜬금없이 이런 정보를 알려줄 리는 없으니.
아마 짝퉁 마법소녀를 제작한 주요 인물의 위치인 것 같은데.
시스템도 은근히 치밀한 구석이 있었다.
장소는 버리면 그만이니까, 사람한테 위치 추적기를 달았나.
‘짭법소녀 제작사 대표? 아니면 주연 배우?’
표절한 범인 위치까지 알려주는 걸 보면.
시스템이 애프터 서비스 하나는 끼똥차네.
디지니는 이 바닥에서 저작권 괴물이라고 불리는 회사로 유명했다.
그들의 저작권을 침해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엄격했으니.
‘절대 안 걸릴 자신이 있었나 본데.’
갓스템의 존재를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생각.
판권 그거 얼마나 한다고 베끼냐. 그냥 돈 주고 사가지.
띠리리링─
그때, 실장님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이내, 한동안 안젤라 지부장님과 통화를 받더니 내게 말했다.
“혹시나 했는데 유령회사예요.”
“그래요?”
“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잡는 게 불가능해요.”
“응? 근데 우리 쪽이 조급할 이유가 없….”
“있죠.”
“….”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점이죠.”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1차 투표에 불과했다.
법정 공방을 가든, 저작권 시비를 걸든 반드시 이기는 게임이지만.
“흠, 짝퉁이 한 달 이내에 개봉하면….”
“그 전에 이미지 실추되면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아, 그건 좀.”
“후우, 하필이면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마치 말년 병장의 포지션과도 같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시즌이거늘.
안 좋은 쪽으로 한 번 길을 트기 시작하면 끝없이 추락할 수 있는 동네.
인터넷에 짝퉁이 돌아다니고, 어둠의 경로로 2차 창작물까지 퍼진다면.
“실장님.”
“네?”
“그냥 제작사 대표를 잡으면 그만 아니에요?”
“네. 일단 영화 개봉은 막아야겠죠. 그래서 중국 측에 협조 공문을 보내긴 할 건데….”
“그럼 잡으면 되겠네요.”
“….?”
우리 여친님, 표정이 참 리얼하네.
희정이가 개소리할 때 내가 종종 짓는 표정이랑 똑같아.
“제가 지금 촉이 딱 왔어요.”
“네?”
“쓰촨성 링산 후이리현 108번지.”
“응?”
“느낌상, 거기가 딱 제작사 주소인 것 같은데.”
“….”
아까부터 그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고 계속 머물렀다.
“오빠 믿지?”
“…. 믿겠냐?”
* * *
한 여배우가 사는 집.
방의 한쪽 벽면에는 수녀 복장의 귀신 포스터가 걸려있었으며.
침대 위에는 친애하는 곰 인형의 눈깔 하나가 빠진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끄응차.”
소채담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연스럽게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은 너튜브 바다에 어떤 영상이 올라왔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너튜브 채널에 들어갔다.
이제는 습관처럼 매일 아침마다 의 채널을 확인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지만, 목소리는 배우를 해도 될 만큼 좋은 사람.
“아, 이 사람 또 노잼 컨텐츠만 올리네.”
여름에 올렸던 귀신의 집 컨텐츠.
그때, 그의 리액션이 굉장히 리얼하고 재밌었다.
타닥, 타다닥─
[채담채담 : 그냥 귀신의 집이나 한 번 더 가자 ^^]
이제는 매일 루틴처럼 덕담을 남겨주고 다른 영상을 찾았는데.
“응….?”
오늘따라 국뽕 너튜버들이 기승이었다.
썸네일에 중국을 표절 국가라고 욕부터 박고 시작하는 수많은 영상들.
템페스트 엔터에서 기사 하나를 발표하면서 전국적으로 이슈가 불거졌으니.
《중국의 도 넘은 표절 행각, 김진우 작가도 당했다!》
최근 인기투표에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뽑힌 바 있는 김진우 작가.
심지어, 아카데미 시상식에 두 작품이나 후보로 지명되고 국격을 높이지 않았는가.
“에이, 이건 좀 아니지.”
채담 역시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김진우였다.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시즌 2를 빨리 써주면 더 좋겠는데.
딸깍─
곧바로 가장 조회수가 높은 너튜브 영상에 들어갔다.
-그만 좀 베껴라 ㅡㅡ
ㄴ걔들은 법이 따로 있음 ㅋㅋㅋㅋ
ㄴ중탄 소년단 생각난다 ㅋㅋㅋ
ㄴ얼마 전에 무전여행도 베꼈더라
ㄴ그래도 디지니는 잘못 건드렸지
ㄴ겁머가리가 없나 ㄷㄷ
ㄴ안 들킬 자신이 있나 봄
ㄴ포스터도 나오고 개봉 직전이라던데
-대국이라 하기에는 속이 너무 좁고, 소국이라 하기에는 땅덩이가 너무 크니, 그냥 적당히 중국이라 부른다.
ㄴ지구는 둥그니까 중심에는 중국이 있지
ㄴ니네 나라로 ㄲㅈ
ㄴ우욱 씹
역시 너튜브 댓글은 참 매서웠다.
적당히 김진우 파이팅이라고 댓글을 남기고 있었는데.
띠리리링─
매니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 오빠.”
-채담아 스케줄 잡혔다.
“그래? 무슨 촬영?”
-쉐어 하우스 마지막회에 까메오로 등장해.
“응?”
-꽤 비중 있는 역할이더라고.
“…. 그래?”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싱글벙글했다.
* * *
템페스트 엔터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국제 이슈로 불거질 기미가 보이자, 중국은 해당 제작사를 빠르게 손절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마법소녀’의 인기는 상당했기에.
굳이 삼류 제작사 때문에 국가의 이미지를 깎을 필요는 없었다.
딸칵─
새롬은 중국에 대한 욕설로 가득한 기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댓글들을 보니까.”
생각보다 국내 여론이 김진우 작가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그래도 남자친구라 그런지, 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지이이잉─
그때, 중국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
안젤라 지부장이 현지에서 직접 건 연락이었다.
“네. 지부장님.”
-정새롬 실장님, 감사해요.
“네?”
-얼마 전에 주소 불러주셨잖아요.
“???”
김진우 작가의 설득에 어쩔 수 없이 전달한 주소지.
그런데, 지부장의 말을 듣고 새롬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진짜로 주소를 맞췄다고?’
반신반의한 상태로 새롬이 디지니 측에 전달한 주소.
대체 어떻게 중국 정부보다 더 빨리 제작사 본사를 찾았을까.
-이미 제작을 마치고 배포할 생각까지 하고 있더군요.
“…. 정말로 제가 말씀드린 장소가 맞다는 거죠?”
-네. 정말 다행입니다. 근데 어떻게 아셨나요?
‘…. 남친이 무당이라서?’
디지니가 발견한 표절 제작사는 쓰촨성 후이리현.
김진우 작가가 말했던 장소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마법소녀를 표절한 제작사는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겁니다.
“아, 네에….”
-그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새롬은 전화를 끊고, 한동안 짝퉁 마법소녀 포스트를 들여다봤다.
“이게 가능한가?”
얼마 전에 관상을 본다고 말할 때부터 알아봤다.
어딘가 2% 부족한 마법소녀 배우를 보고 어디 사는지를 알 수 있는 건지.
똑, 똑─
그때, 약속 시각에 맞춰 김진우 작가가 들어왔다.
“실장님, 저번에 부탁하셨던 거 있잖아요.”
“네? 어떤….”
“정형식 배우요. 대표님 아들.”
“아, 네에….”
“지금 배우고 있는 연기는 좀 안 어울려서요. 가볍고 위트 있는 연기 위주로 연습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감초 역할로.”
“그런 것도 보여요?”
“네? 아, 뭐 그렇죠.”
확실히, 지금 형식이가 배우고 있는 방향과 진우의 의견에는 차이가 있었다.
“연기 선생님도 지금 잘하고 있다고 하시던데….”
“네.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감초 역할로 가닥을 잡으면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겁니다.”
“그런가요?”
“음, 이왕이면 이번 드라마에서 주연급 조연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벌써 데뷔를 한다고요….?”
“그만큼 재능이 있으니까요.”
“…. 믿을게요.”
그저 빛진우.
이제 진우의 능력을 평범한 관점에서 재단하는 건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실장님?”
“네.”
“오늘 데이트할래요?”
“좋아요.”
김진우 앞에 걸리적거리는 요소는 전부 사라졌으니.
이제 남은 건 새 드라마 ‘천상의 멜로디’의 제작뿐이었다.
한편, 같은 시각.
중국 쓰촨성의 한 제작 사무실에 중국 공안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제가 먼저 잠깐 이야기를 나누죠.”
“아, 네.”
유창한 중국어로 경찰에게 말을 하는 외국인 여성.
안젤라는 팔짱을 끼고 어떤 동양인 사내의 앞에 섰다.
“저도 이렇게 빨리 찾을 줄은 몰랐는데.”
“하, 한 번만 선처를….”
“죄송해요. 선처는 없어요. 선례를 남길 수는 없어서.”
“….”
“저는 딱 죄지은 만큼만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은데, 저분들이 그 정도로 끝낼지는 모르겠네요.”
그녀는 공안들을 슬쩍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힘내세요. 유감은 없습니다.”
“앗, 아아….”
* * *
마침내 다가온 「쉐어 하우스」의 마지막 촬영 날.
어느새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오른 화제의 시트콤.
현재 MDN 방송국의 견인차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요즘 쉐어 하우스 시청률이….”
비인기 케이블에서 평균 시청률 20프로 유지.
아무리 시스템이 내놓은 작품이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나마 탑스타로 전부 채워 넣고 시작한 작품이라서 가능했다.
끼이익─
곧이어, 나는 촬영장에 도착했다.
마지막 회차의 내용은 김현지와 백윤의 결혼 장면.
소규모 웨딩이라 가볍게 가족과 친구들만 부른 내용이었다.
물론, 시트콤인 이상 무난한 결혼식으로 끝나진 않는다.
‘오늘 쏘블리 캐스팅했다고 하던데.’
친구들이 몰카를 하려고 부른 결혼식 파투 알바생.
현실에서는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겠지만, 시트콤이니까.
“안녕하십니까, 작가님!”
“네. 안녕하세요.”
스탭들의 인사를 받으며 배우들에게 다가갔다.
“소채담 씨?”
“어? 안녕하세요! 작가님.”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하는 쏘블리.
이게 얼마 만에 만나는 건지 모르겠네.
“두 분이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요?”
지성호랑 신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작년에 같이 드라마 찍었던 추억팔이를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튼 그 악플다는 사람 진짜 가만 안 놔둘 거야.”
“맞아요. 오빠, 그런 사람은 혼내줘야 해.”
대충 너튜브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요즘 누가 지성호 채널에서 악플을 달고 있다고.
“매일 댓글로 노잼이라고 욕해서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까지 생길 것 같아!”
“으으, 그런 사람 극혐. 오빠 채널명이 뭔데요? 제가 대신 욕해 줄게요.”
“아니야, 그건 구독자가 많이 늘면 그때 알려줄게.”
“넵. 아아, 근데 저도 최근에 재밌게 보는 채널이 있는데.”
“그래?”
“요즘 매일 댓글로 채널 주인을 길들이고 있어요.”
“길들여?”
“네! 채찍질을 좀 해줘야 컨텐츠도 발전하니까. 서로 윈윈이죠.”
“흠, 그것도 맞지. 고이면 썩잖아. 잘하고 있네.”
“헤헤.”
이렇게 보니까 두 명은 은근히 잘 어울려.
마지막 촬영 날 분위기가 참 좋구만.
‘내가 연애를 해서 그런가.’
요즘 세상이 다 핑크빛으로 보인다.
김현지는 이진호랑 붙어 다니고, 지성호는 소채담이랑 잘 어울리고.
‘김희정은 기현수랑….’
“선배님, 어제 저한테 밤에 연락하셨죠?”
“어? 아, 응!”
“왜 그런 톡을 보내세요?”
“아니, 그냥 궁금해서….”
“…. 자니? 라고 보냈잖아요. 제가 자는지 안 자는지가 왜 궁금해요?”
“아, 그게, 아는 친구가 썸녀한테는 그렇게 보내면 된다고 해서….”
“제가 왜 썸녀예요!”
“응? 썸 아니야!? 콘서트도 같이 갔는데….?”
“…. 그건 그냥 콘서트 관람.”
기현수 씨, 그 친구랑은 절교하는 걸 추천합니다.
턱─
그때, 옆에서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 형님.”
MDN 방송국, 정조준 사장님.
마지막 촬영이라고 방문하신 것 같다.
“형님, 많이 수척해지셨네요.”
“쉐어 하우스 때문에, 요즘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야.”
“무슨 일 있었어요?”
“우리 배우 친구들…. SNS에 글 좀 그만 올렸으면 좋겠어.”
“네?”
“여기 대체 관종이 몇 명이야. 내가 기자들 입 막으려고….!”
“음, 그런 일이….”
“그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네. 하늘에 감사한 일이야.”
“….”
지성호, 김희정, 이진호, 김현지, 에바.
역시, 우리의 템페스트 친구들이 제일 문제였다.
원래 연예인이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살아가지만.
그래도 실장님께 SNS는 금지해야겠다고 말씀드려야겠다.
“형님,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아니야, 그냥 우리 새롬이한테만 잘 해줘.”
“???”
뭐야, 우리 정 실장도 아니고 우리 새롬이?
아무리 재벌이지만, 이제 내가 남친인데 이건 좀.
“형님.”
“응?”
“오늘은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뭐를?”
“회식 때 오세요. 저랑 술 한잔하시죠. 형님.”
“그래. 고생했으니까.”
* * *
「쉐어 하우스」 마지막 촬영 소식.
나는 회식 장면을 찍어서 내 너튜브에 올렸다.
국민 드라마 소리 듣는 시트콤답게, 조회수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제발 끝내지마 ㅠㅠ
ㄴ당연히 연장 방송하겠지
ㄴ이거 그냥 끝내면 MDN 사장이 바보 인증하는 거다
ㄴㅇㅈ
-작가님 제발 더 써줘요 제발
ㄴ시청자들이 돈 모아서 제작하면 안 되나
ㄴ시즌 2라도….
ㄴ근데 지누킴 다른 드라마도 전부 꿀잼이라
-생존 필드 당장 한글 자막 내놔라
ㄴ????
ㄴ낚시임 생존 필드 아직 첫 방 안 함 ㅋㅋㅋㅋ
ㄴ개쫄렸네 나만 시대에 뒤쳐진 줄
ㄴ김진우 드라마 한편 밀리면 다음 날 대화 참여 불가라고 ㅋㅋㅋㅋㅋ
ㄴ여자랑 대화하는 법 = 김진우 드라마 보면 됨
시청자 분들이 이렇게 사랑해주니까 오래 살 것 같다.
적어도 호러 스트리머, 마법소녀는 시즌 2가 나올 텐데.
띠링─
강남의 모 카페에서 실장님이 보낸 톡을 확인했다.
[죄송해요 일이 좀 밀려서 늦을 것 같네요]
[지금 바로 갈게요]
하늘 같은 여친님과 잡은 데이트 약속.
천천히 오라고 답장을 하고, 어제 정조준 사장님과 했던 대화를 회상했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였어?’
우리 새롬이랑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라는 정조준 사장님.
자세한 내용은 정 실장에게 직접 들으라고 해서 더 답답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지이이잉─
얼마 전에 번호를 등록한 예비 배우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템페스트 대표님 아들래미, 재벌 3쉑.
심심할 때마다 종종 작가에게 전화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방년 20쉑
“네, 여보세요.”
-작가 삼촌! 얼마 전에 알려주신 부분 제가 다 고쳤거든요!
“음, 그랬구나.”
베네핏 ‘배우 평가’를 이용해서 찾아준 단점들.
아직 연기를 배우는 초반 단계라 나쁜 습관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베네핏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 같다.
재능이 있기에, 사소한 단점만 고치면 실력이 월등히 늘었으니.
“잘했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해.”
-네! 근데 오늘도 누나랑 만나요?
“무슨 누나?”
-저희 사촌 누나요.
“???”
뭔 소리야.
-새롬 누나 만나는 거 아니에요?
“…. 가 니 사촌 누나라고?”
-아…. 아직 모르셨어요?
형식이가 무슨 말은 하는지 이해하는 데에 한참 걸렸다.
잠깐 뇌 정지가 찾아오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쯤.
딸랑, 딸랑─
카페의 문이 열리고,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걸어오는 정새롬이.
우리 여친님의 미모에 카페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러니까, 저분이…. 네 사촌 누나라고?”
-아니, 저는 당연히 알고 계신 줄….
“…. 몰랐는데?”
-비, 비밀이에요!!!!
뚝.
많이 당황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형식이.
정기태 대표님 아들래미, 정형식의 사촌 누나라는 뜻은.
어제 나랑 술 먹은 정조준 사장님의 친동생이라는 의미와 동시에.
‘천성 그룹, 정대철 부회장님 딸….?’
문득, 지나간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쉐어 하우스」 제작발표회에서 부회장님이 내 어깨를 두드리던 순간.
-혹시 작가님이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분한테 아주 잘해주셨으면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다.
보통 그런 식으로 덕담을 하는 경우는 없잖아.
-안 그러면 그 집 아버지가 많이 화가 날 수도 있잖습니까?
천성 그룹 부회장이 화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진짜 드럼통 태워서 인천 앞바다에 던져지는 거 아냐?
“작가님, 표정이 왜 그래요?”
“뭐, 뭐가요.”
“식은땀을 흘리고….”
내 이마에 따뜻한 손을 올려주는 재벌 여친님.
순간, 샴푸 향기가 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쳤다.
“…. 왜 이렇게 땀을 흘려요?”
“네?”
“어디 안 좋나? 병원이라도….”
“아뇨, 여친님 데이트를 감히 제가 방해할 순 없죠.”
“응….?”
실장님은 이제 익숙한 듯 한숨을 내쉬고 내 손을 잡았다.
“오늘도 남친 헛소리가 참신해서 심심하지 않네요.”
“다행입니다. 여친님.”
“가요. 식당 예약했으니까.”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