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37)
사귀고 나서, 알고 보니까 여친이 재벌이더라.
작가적 표현으로 이런 상황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개꿀….?”
“응? 뭐가?”
“아냐.”
「쉐어 하우스」 마지막 촬영이 끝난 이후, 소파에 붙어사는 여동생.
옆에서 엎드린 채로 스마트폰을 하던 희정이는 우울한 음성으로 말했다.
“시트콤 촬영 끝나고 마음이 헛헛해.”
“너도 사귀든가. 배우는 말고 일반인.”
“…. 그게 더 이상한데?”
“너 회사에서 SNS에 뻘글 쓰지 말라는 말은 들었지?”
“그래서 더 헛헛해.”
“SNS가 뭐길래.”
“내 삶의 안식처.”
“…. 됐고, 너는 내가 재벌집에 장가가면 어떨 것 같냐?”
“뭐야, 새롬 언니 버려!?”
아니, 그 언니가 부자야.
“오빠! 어디 가서 언니 같은 사람 절대 못 만나.”
“아니, 그니까. 가정법이잖아, 이 멍청아.”
“재벌집 딸래미가 오빠한테 시집을 왜 가?”
“…. 그냥 가정해보라고. 가정법 몰라!?”
“오빠 가정이나 좀 잘 지켜. 돈도 많은데 우리 언제 이사가.”
“됐다. 말을 말자.”
안 그래도 다음 시스템 승급 전에 집부터 알아볼 생각이었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한강뷰 아파트에서도 살아봐야지.
‘그러고 보면 실장님도….’
강남의 아파트에 혼자 살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엔터 실장이 무슨 돈으로 서른 전에 아파트를 사냐.
띠링─
그때, 정 실장님께 톡이 왔다.
[작가님 집에 잘 들어가셨어요?]
아, 오늘 실수로 톡을 안 했구나.
바로 답장을 보내고 생각을 이어갔다.
재벌이랑 결혼하려면 얼마나 벌어야 할까.
작가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거기서 거기잖아.
“지금 통장에….”
자잘한 금액 떼고 100억.
배우들 수익 배분에 러닝 개런티까지 들어와서 그런가.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말도 안 되게 많이 벌었다.
그때, 옆에서 스마트폰을 하던 여동생이 내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톱.”
“???”
“또 SNS에 글 쓰러 가냐?”
“아닌데?”
“갖고 와.”
“…. 아니라고.”
“갖고 와라.”
“새롬 언니한테 톡 온 거거든!”
“응?”
희정이는 나를 흘겨보더니 방에 쏟 들어가 버렸다.
‘내가 순정마초를 재작년 초에 제작했으니까….’
벌써 실장님을 알게 된 지 2년 정도.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가까워질 줄 몰랐는데.
“시간 챰 빠르네.”
어느새 1월을 넘어서 2월에 접어들었으니.
작년부터 준비했던 「천상의 멜로디 : 자강음천」
새 작품의 대본은 벌써 10부를 훌쩍 넘겼으며.
아카데미 시상식 날짜는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 * *
템페스트 엔터, 회사에 출근하는 길.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차를 주차하고 생각했다.
“…. 실장님은 나랑 왜 사귈까?”
솔직히 나도 내가 이렇게 속물인 줄 몰랐지만.
당연히 능력이 가장 우선일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외모랑 능력 보고 연애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나야 뭐, 실장님 마음보고 사귀는 거지만!”
하여튼, 앞으로는 절하고 만나야겠다.
주말마다 부처님 공양 메타로 간다.
지이이잉─
그때, 마침 여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네. 새롬 씨.”
-작가님, 저 오늘 출근 못 해요. 갑자기 일본 출장이 잡혀서.
“아. 그래요?”
-가서 투자사 미팅도 하고, 밀린 업무도 처리하고 올게요.
“그래도 매일 연락할게요.”
-당연히 해야죠.
“저기, 실장님.”
-네?
문득, 얼마 전에 물어보지 못한 말을 할까 했는데.
생각해 보면 일부러 숨긴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아니에요.”
-뭐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음, 일단 운전 중이라, 비행기 타기 전에 톡 할게요.
“네. 실장님.”
뚝.
잠시 후, 작업실에 들어서니 나를 반겨주는 밍쁨이.
“작가님, 오셨어요?”
“오늘 표정이 좀 밝네?”
“네! 이제 마법소녀 웹툰 시즌 1 종료라서!”
“오! 그럼 이제 쉬는 거야?”
“원하면 그럴 수도 있긴 한데….”
“응?”
“작가님 새 작품 들어가잖아요. 천상의 멜로디.”
“그치.”
“그거 콘티 제가 그릴게요.”
“안 쉬어도 괜찮겠어?”
“그럼요. 저 아직도 작가님 팬이잖아요.”
마침 회사에서도 콘티 작가를 구한다고는 하던데.
드라마 대본에 웹툰 작가인 밍쁨이랑 비교 대상은 아니었다.
“부탁 좀 할게.”
“네!”
“아, 요즘 효주 소식 들었어?”
“네. 지금 일본에서 엄청 바쁘게 산다고 하던데.”
“그렇겠네.”
일본에 혼자 버리고 온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SNS에 변 팀장님이랑 럽스타그램 매일 올라와요.”
“…. 미안한 거 취소.”
띠링─
누군가의 톡을 받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오늘 오후에 미팅 약속을 잡은 송권수 감독님.
“장소 섭외하고 있다고 하시네.”
“오, 정말요?”
아카데미물이라서 촬영지가 아주 단순했는데.
그래서 더욱더 어떤 학교에서 찍을지가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웬만한 사립대학교는 서로 원할걸요?”
“그런가.”
“당연하죠! 저번에 캠커사 찍고 연지대학교 위상이 달라졌어요!”
“그럴 수도 있겠네.”
지금은 그때보다 내 이름값도 많이 올랐으니까.
대학교를 홍보한다고 갑자기 입결이 오르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우리 대학교도 좋은데.’
「별에서 올 뻔한 그대」 촬영지.
캠퍼스가 굉장히 예쁜 거로 유명했다.
조만간 지도 교수님께 한 번 연락이라도 드려야겠다.
* * *
며칠 뒤,
맥스 음악감독은 템페스트에서 정식으로 건넨 대본을 받았다.
깔끔하게 영어로 번역하는 디테일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벌써 10부작까지 보냈습니다.”
“김진우 작가의 속도는 경이롭군.”
“제작 단계도 순조롭습니다. 방송국, 연출진, 주연급 캐스팅까지 완료했다고 합니다.”
“마법소녀에 이어서, 이번에도 송 감독님이랑 하게 됐군.”
“네. 감독님.”
“흠, 주연급은 당연히 유설아와 세미?”
“네! 두 분 모두 한국에서 유명한 아티스트들입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콘서트 때 그녀들의 실력을 확인했다.
퍼플걸스의 인기는 글로벌 적으로 대단했지만.
유설아라는 가수는 한국에 와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모든 노래가 영어로 되었으면 이미 빌보드 차트에도 올랐겠어.”
“네?”
“유설아 말이야.”
“아, 그렇습니까?”
세미의 재능도 생각보다 뛰어났다.
대기만성형 가수.
단기적으로는 어렵지만, 어느 수준의 벽을 넘으면 반드시 대단한 가수가 될 인재였다.
‘한국에서 보석을 얼마나 발견하는 건지.’
김진우 작가는 말할 것도 없고, 음악인들만 해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남자 배우가….”
“템페스트 엔터의 신인배우 정형식입니다.”
“…. 특이사항에 정기태 대표 아들이라고 쓰여있네?”
“맞습니다. 김진우 작가님이 강력하게 추천했다고 합니다.”
“그분이 빽으로 캐스팅할 사람은 아닐 텐데.”
“네. 본인 여동생 무명 배우 시절에도 엄격했던 걸로 유명합니다.”
“흠….”
두 여인의 라이벌 구도가 메인인 드라마.
연주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남자로 등장했다.
한국에서 멜로향을 첨가하지 않으면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니까.
“연기로 증명하지 못하면 많이 힘들겠군.”
“아직 대표 아들이라는 사실이 대중에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연기력 논란이 생기면 곤란하겠어.”
“네. 아마 그럴 겁니다.”
맥스는 캐스팅에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었다.
캐스팅은 음악 감독의 권한이 아니었으니.
‘내 할 일이나 해야지.’
마침내 손에 들어온 김진우 작가의 마스터피스.
심지어 음악 드라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어찌나 기쁘던지.
맥스는 조심스럽게 대본의 첫 페이지를 펼쳤다.
마법 양피지를 다루는 호구와트의 교수처럼.
그러고는, 한참 동안 물도 마시지 않고 대본을 읽어갔다.
“김진우…. 당신은 도덕책.”
신은 한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재능을 부여했는가
드라마 작가가 아니라 음악의 천재가 아닐까.
섬세한 표현을 읽기만 해도 머릿속에서 음표가 그려지는데.
김진우 작가가 이미 터놓은 길.
자신은 그냥 그의 뒤를 따라가기만 해도 걸작이 탄생할 것만 같았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생소한 경험.
언제나 후배들에게 쫓기는 길을 걸어왔는데, 처음으로 남의 뒤를 쫓고 있었다.
원곡자에게 확인받고 싶은 편곡자의 마음이 이런 걸까.
“한국 땅에서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이 탄생할지도….”
자신과 김진우 작가가 함께 만든 대중음악과 클래식 곡.
음악인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번 작품은 음악 인생 최고의 커리어가 될 거라고
* * *
시간이 흐르고, 주연급 최종 미팅이 있는 날.
「천상의 멜로디 : 자강음천」 제작은 착실하게 진행되었다.
벌써 대본도 거의 다 써서 몇 편 안 남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하필이면 대본리딩 때 시상식 일정이 겹치냐.’
최근에 2차 투표까지 마친 아카데미 수상 후보.
「코드네임 030 : 마법소녀 Part. 1」
「월드 클래스 미식가」
‘영광스러운 자리에 안 갈 수도 없고.’
상업 드라마를 쓰는 작가로서 대중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었다.
국격을 높이는 자리에 안 가는 거 자체가 드라마를 망치는 길이다.
생존 필드 때처럼 영상통화로 참여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나저나….”
작업실에서 지도 교수님과 통화를 마치고, 미팅 자리로 이동했다.
인재대학교 총장님께서는 흔쾌히 장소 섭외를 응해주셨다고 들었다.
“우리 교수님이 다음 총장 후보로 출마하시는구나.”
그 정도면 거의 교내 정치인 아닌가.
은근히 야심이 있으신 분이었구만.
뭐, 은사님이 잘되면 나야 좋지.
나중에 재벌 여친이랑 결혼할 때 주례도 봐주시면 더 좋고.
“…. 결혼까지 가능할까?”
보통 재벌들에게 연애와 결혼은 별개가 아닐지.
아무래도 상대가 상대인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네.
지이이잉─
그때, 저장된 번호로 연락이 왔다.
방방봐 동아리 전 회장, 유재혁 선배.
“여보세요?”
-어, 진우야 통화 괜찮아?
“응. 무슨 일이야?”
지금은 연출을 포기하고 연영과 조교로 있다고 하던데.
꿈이라는 게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연출부 막내라….”
-너무 어려운 부탁이면….
“아니, 어렵진 않은데.”
솔직히 빽 없이도 들어갈 수 있는 자리였다.
연출부 막내는 그냥 알바나 다름없으니까.
“그거 엄청 힘들 거야.”
-힘든 건 각오했지.
“조금 편한 자리도 알아봐 줄 순 있어. 조연출까진 힘들지만….”
-아니, 그런 부탁 하려면 전화 안 했을 거야.
“음, 그래. 한번 알아볼게.”
-고맙다, 진우야!
“아니 고마울 필요는 없고….”
최저시급도 못 받고 일하는 자리.
원래 막내부터 시작하는 게 다들 그런 식이다.
‘일단 막내로 일하다 재능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미팅 현장에 도착했다.
SBC 방송국 근처 유명한 한정식집.
관계자들이 많이 모이는 만큼 비밀 엄수가 기본인 장소였다.
“실장님, 일찍 오셨네요.”
“아, 작가님!”
여친께서 화사한 미모를 뽐내며 자리에 앉아있었다.
“일본 출장은 잘 다녀왔어요?”
“네. 생존 필드 촬영은 한국보다 여유롭네요.”
“그래요?”
“음, 역시 사전 제작이 좋아요.”
“저도 실장님 좋아요.”
“갑자기?”
“갑자기는 아니고.”
똑, 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배우들이 자리에 들어왔다.
“유설아 배우님, 또 뵙네요.”
“작가님.”
“네?”
“깨가 쏟아지네요. 밖에서 다 들려요.”
“….”
순간, 새롬의 표정이 붉게 물들었다.
뭔가 이상한 상상을 한 게 아닐까.
“음, 하여튼 오늘 전부 계약하는 자리입니다.”
이내 표정을 굳히고 말을 이어가는 실장님.
가방에서 서류 한 부를 꺼내 내 앞에 내놓았다.
“회당 1억 원에 러닝 개런티 2프로.”
쉐어 하우스나 미식가 때부터 러닝 개런티로 재미를 봤다.
지금 통장에도 계속해서 돈이 복사되고 있었으니까.
“나중에 디지니에 풀렸을 때 수익도 포함입니다.”
“대표님께서 허락하신 거예요?”
“그럼요.”
돈 많이 모아서 실장님이랑 같이 살 집부터 알아놔야지.
아이는 둘만 낳고 예쁘게 살 거니까, 정원이 딸린 단독 주택 정도면.
“작가님, 표정이 왜 그래요.”
“제 표정이요?”
“네. 방금 무서웠어요.”
“그럴 리가 없는데?”
“맞는데?”
유 배우님도 있는 자리에서 적당히 멈추고 살짝 전달했다.
“실장님, 오늘 끝나고 데이트….”
“아뇨. 희정이랑 약속 있어요.”
“응? 그럼 같이….”
“안 됩니다.”
“…. 소외감 느껴지네.”
“그래도 안 돼요.”
“까비.”
* * *
그날 저녁, 진우의 집 앞.
새롬은 자동차 뒷좌석에 쌓인 진우의 선물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가족 외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
소중한 사람의 첫 번째 생일을 아무렇게나 보낼 수는 없지.
그래서 희정이와 함께 쇼핑을 다녀왔는데.
“어떻게 오빠가 뭘 좋아하는지 아무것도 모를 수가 있지.”
이게 현실 남매인가.
어쩔 수 없이 남자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이것저것 골랐다.
경제적으로 독립했지만, 어머니가 물려주신 재산은 매해 증식했으니.
평생 이자만으로도 돈 걱정은 안 하고 살 수 있을 터였다.
그때, 멀리서 진우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면서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오늘은 꼭 말해야 해.’
나중에 결혼도 생각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속일 수는 없잖아.
그동안 속였다고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는 감내해야겠지.
“와우, 실장님을 우리 아파트에서 보니까 색다르네요.”
“그래요?”
“네. 우리 아파트에서 빨간색 스포츠카는 처음 봐요.”
“작가님, 두 시간만 지나면 생일이잖아요.”
“아, 그러네. 잊고 살았는데.”
자동차 뒷좌석에 놓여있는 케익과 쇼핑백들.
새롬은 전부 선물이라면서 진우의 표정을 살폈다.
“희정이가 오빠 취향을 제대로 알고 있네요?”
“설마요.”
“진짜예요. 전부 희정이가 추천해 줬어요.”
“…. 그러네. 희정이가 내 취향을 저격했네.”
“정말요?”
“네. 실장님이 사준 거라 다 좋아요.”
곧이어, 새롬은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치 무언가를 크게 결심한 듯한 표정이었다.
“작가님, 다음 주에 미국 가시죠?”
“네. 오스카상.”
“잘 다녀오시고. 드라마 제작은 저한테 맡겨주세요.”
“고맙네.”
“저기, 오늘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네?”
“저희 집안에 대해….”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는 김진우 작가.
“천성 그룹 사람인 거요?”
“!!!”
알고 있었단 말인가.
오늘만 해도 희정이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어, 어떻게….?”
“얼마 전에 형식이가 말해주던데요.”
“…. 이런.”
알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그동안 겪었던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전부 변했다.
자신을 대하는 상대의 행동이, 말투가, 성격이 달라졌으니.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구나.’
하긴, 30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기부하는 사람이 아닌가.
돈에 대한 개념이 보통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인물이다.
“고마워요.”
“네?”
“내 남자친구라서.”
“???”
새롬은 아무 말 없이 진우의 품에 쏙 안겼다.
“어, 으음?”
“조용히 해요. 분위기 깨지 말고.”
“예압.”
* * *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아카데미 시상식.
벌써 「기생벌레」 팀은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들었다.
“희정아.”
“왜?”
“태어나길 잘 한 것 같아.”
“뭐래.”
“이런 게 행복이 아닐까.”
스킨십 안 된다고 하더니 거짓말쟁이.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포옹까지 갔으면 결혼해야지.
“언니가 그렇게 좋아?”
“응.”
“좋을 때다.”
“정새롬 실장님이 재벌이야.”
“뭐?”
“천성 그룹 부회장님 딸, 정기태 대표님 조카.”
희정이는 혼자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 내가 언니랑 결혼할래. 오빤 빠져.”
“니가 뭔데?”
“아, 왜! 나도 새롬 언니 좋아해!”
“지랄 노.”
“있어 봐. 내가 먼저 프로포즈 때릴 테니까.”
곧이어 제 방으로 들어가는 희정이.
저 어린 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다.
누가 데려갈지 불쌍하면서도 아무나 만나게 놔둘 수도 없고.
“거참, 오빠 노릇도 피곤해.”
어느새 대본도 14부까지 나왔으니.
아카데미 시상식에 맞춰서 미국만 갔다 와서 대본을 마무리하면….
띵동─
【두 편 연속 집필이 발동했습니다.】
“어라….?”
이러면 그 전에 다 쓸 수 있겠는데?
【내용 : 천상의 멜로디 : 자강음천 15-16부】
【장르 : 노래, 악기, 천재, 아카데미】
【장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동 340-1】
【제한 시간 : 3일】
【※ 다이아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150억 원】
한국의 베벌리 힐스라고 불리는 평창동.
드라마에서 부잣집 사모님이 정원에서 커피 마시는 그 동네.
근데 왜 뜬금없이 남의 집 자택에서 대본을 쓰라고 하냐.
드라마 내용이랑 연관은 없는 것 같으니까.
내가 이번 드라마에서 등록한 배우들 명단을 확인해 보니.
“설마…. 정형식?”
톡, 토톡─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형식이에게 주소를 물어봤다.
곧이어, 톡으로 그 녀석의 집 주소를 확인해 보니.
“이런 씨.”
템페스트 엔터 정기태 대표님 댁.
땅 부자 사모님의 집이자, 신인배우 정형식의 자택.
실장님 친척분이라 방법이 없지는 않을 수도 있어.
“근데 이거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