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38)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정새롬은 맥스 음악감독이 가져온 샘플을 듣고 감탄사를 터트렸다.
“와아….”
정말 천상의 멜로디가 있다면 이런 음악이 아닐까.
누구 남친이 지었는지, 드라마 제목과 OST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아직 샘플이라 완성본은 아닙니다.”
“이렇게 완벽한데요!?”
“아뇨, 김진우 작가님이 원하는 음악은 이 정도 수준이 아닐 겁니다.”
“네?”
“대본에서 느껴지는 감성이라는 게 있잖습니까.”
“….”
맥스 감독은 할리우드에서도 거장으로 불리는 사람이 아닌가.
다른 것도 아니고, 김진우의 음악적인 조예를 인정한다는 뜻일까.
“김진우 작가님은 재능이 있습니다.”
“…. 그럴 리가 없는데.”
“악보에 대한 성찰도 없이 그런 대본을 썼을 리는 없습니다.”
“맥스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맞는 거겠죠.”
분명히 같이 노래방에 갔을 때는 음치였지만.
천재 작곡가 중에서도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은 많으니까.
‘우리 작가님은 못 하는 게 없으시네.’
겉으로는 티 내지 않았지만 슬쩍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똑, 똑─
그때, 새롬의 사무실에 누군가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세미가 직접 작곡한 음악을 가져와서 들려주겠다고 했으니.
“정 실장님,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세미 씨.”
“그, 설아 언니 노래는 엄청 좋던데….”
“세미 씨도 좋은 음악 가져오셨잖아요.”
“앗, 너무 부담 주지 마세요.”
얼마 전, 유설아가 녹음한 음악은 OST로 채택했다.
송 감독과 맥스 감독, 김진우 작가까지.
제작진 모두가 만족할 만큼 좋은 노래였으니.
“세미 씨, USB 주세요.”
“으으, 아직 완성본은 아닌데….”
“괜찮아요.”
새롬은 웃으면서 세미에게 양손을 내밀었다.
마치 초등학교 선생님이 숙제 검사를 하는 모양새였다.
“한 번 들어볼까요?”
보통 이렇게 제작사에서 음악까지 관여하지는 않지만.
이번 드라마가 특이 케이스인 만큼, OST 작업에 특히 열을 올렸다.
곧이어, 세미의 아름다운 미성은 사무실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분명히 밝은 톤으로 불렀는데 이상하게 슬픈 곡이었다.
이런 게 전문가들이 말하는 감정을 담은 노래라고 하는 건가.
‘그 사이에 실력이 더 늘은 것 같아.’
국내에서 오직 세미만 낼 수 있는 유니크한 보이스.
유설아처럼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유하진 않았지만.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잘 표현되었다.
“좋은데요?”
새롬은 조심스럽게 맥스 감독의 눈치를 살폈다.
“흠….”
감독님의 심각한 표정을 보니.
조금은 아쉬움이 있는 듯했다.
“중간에 붕 뜨는 부분을 잡으면 훨씬 좋겠군요.”
“아….”
“그 외엔 다 좋아요.”
“네? 그, 그럼….?”
“우리 드라마 배우들 캐스팅을 정말 잘했군요.”
고퀄리티 음악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한 준비물.
국내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작업한 OST 곡들이 하나씩 쌓여갔다.
“저는 곡 작업하러 가봐야겠습니다.”
“감독님,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아뇨. 세미 씨 음악도 만져야 하고, 지금 갑자기 또 악상이 떠올라서.”
김진우 작가랑 비슷한 류의 예술인.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이어서, 세미도 맥스 감독을 따라 일어섰는데.
순간,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실장님, 김진우 작가님 말인데요.”
“네.”
“정말 복 받은 사람이에요.”
“그게 무슨….?”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잖아요.”
“아….”
새롬은 세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청자들이 열렬히 사랑하는 드라마까지 고려하면.
어쩌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람일 수도.
“두 분 정말 잘 어울려요.”
“고마워요. 세미 씨.”
세미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실장실을 벗어났다.
띠링─
그때, 새롬의 스마트폰에 진우의 톡이 도착했다.
[실장님, 오늘 저녁에 만나요]
[정말 중요하게 할 말이 있습니다]
“…. 불안하게 왜 또 이러실까.”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건지.
그야말로 럭비공 같은 사람이라서.
어떨 때는 까칠한 여배우보다 더 세심한 케어가 필요했다.
“그게 또 우리 진우 씨 매력이지.”
이 정도면 천생연분이 아닐까.
케어 전문 제작 실장과 케어가 필요한 스타작가.
뚜루루루─
새롬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 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형식이 아빠 정기태 대표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일주일 만에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새로미한테 강력하게 어필을 하는 수밖에 없겠지.
‘언제 오시려나….’
실장님을 기다리며 내 너튜브 채널을 확인했다.
“효주가 관리 가끔 한다더니….”
한 번씩 내 영상이 올라오긴 하지만.
구독자 수에 비하면 조회수가 형편없었다.
딱히 재밌게 편집한 것도 아니고 그냥 어쩔 수 없이 올리는 느낌.
최신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대충 확인했다.
-김진우 드라마가 더 재밌음 ㅠㅠ
ㄴ너튜브에 배우들 좀 나오면 안 되나
ㄴ여동생이랑 가족튜브 찍으면 떡상하지 ㅋㅋㅋ
ㄴㄹㅇㅋㅋ
ㄴ정새롬이랑 럽튜브 찍어도 100%
ㄴ너튜브 안 찍어도 돈 많은데 굳이? ㅋㅋㅋㅋ
ㄴ진우 부캐니?
희정이나 실장님 중에 한 명이랑 같이 영상을 찍을 거면.
‘실장님이 100만 배쯤 더 좋지.’
곧바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주제로 영상을 찍는지 살펴보니.
《여친 앞에서 딴 여자랑 톡하기 몰카》
《여친한테 갑자기 스킨십하기 몰카》
《남친 앞에서 담배 피웠더니 반응이….》
몰카가 재밌나.
왜 이런 것만 뜨지.
‘아니면 대본 집필 영상 같은 거 찍어볼까.’
10시간짜리 논스톱 스터디 영상 같은 거 올리는 사람도 많던데.
딸랑, 딸랑─
그때, 카페의 문이 열리며 단아하게 차려입은 실장님이 들어왔다.
요즘은 퇴근하고 만나서 그런지, 조금 더 복장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실장님, 오셨어요?”
“네. 작가님. 근데 할 말이라는 게….”
만나자마자 말을 꺼내는 걸 보면 많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이내,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인간의 도리라는 게 있잖아요.”
“네?”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뭔 소린지 알아듣게….”
“새롬 씨가 대표님 조카라는 중대한 사실을 알았으면 인사를 드리러 가는 게 도리도리 장도리죠.”
“아, 그럼 제가 자리를 한번 마련해 볼게요.”
“아뇨! 정식으로 집에 찾아가는 게 맞는다고 봅니다. 최대한 빨리!”
“…. 되게 진지하시네요.”
“저 지금 완전 진지해요.”
이쯤 되면 거의 넘어온 것 같다.
급하게 만든 변명치고 명분이 나쁘지 않다.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우리 회사 대표님이니까.
“그래요. 그럼 미국에 다녀오시면….”
이 말도 예상했지.
아카데미 시상식 지나면 기한이 끝나 버리니까.
“지금 바로 만나야죠. 늦으면 예의가….”
“아뇨, 작가님이 아니라.”
“…. 네?”
“대표님이 지금 미국 출장 가셨어요.”
“응….?”
“현지 엔터 회사랑 협업을 고려 중입니다.”
“….”
그럼 지금 한국에 대표님이 안 계신 거잖아.
처음부터 잘못된 명분이었던 것 같은데?
“미국 진출도 전부 작가님 덕분이에요.”
“흠, 그럼 일단 사모님께 먼저 인사를 드리는 건….?”
“놉.”
좆됐다.
“…. 대표님은 언제쯤 돌아오세요?”
“사흘 뒤에는 오실 테니까….”
“그때 뵙죠!”
“뭐가 그렇게 급해요?”
“지금 삘이 딱 왔어요. 사흘 안에 상견례 하면 우리 결혼한다.”
“….”
아, 실수.
급한 김에 뇌를 거치지 않고 말했다.
그냥 대표님께 인사드리러 가는 것뿐인데.
“제가 작가님 촉을 믿기로 했거든요?”
“그래요?”
“사흘 뒤에 뵙죠. 삼촌.”
“오….!”
잠깐만, 이거 무슨 뜻이지.
‘나랑 결혼까지 생각했어?’
* * *
현재 템페스트 엔터에서 가장 가쁜 연예인은 누굴까.
한창 일본에서 촬영 중인 강준과 임재준?
연일 주가가 올라가는 쉐어 하우스 멤버들?
아마, 그들도 여민서 만큼 바쁘지는 않을 터다.
드르륵─
밴의 문이 열리고, 민서는 녹초가 된 채로 좌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민서야, 다음 스케줄은….”
“오빠, 나도 사람이야.”
“….”
“하루에 스케줄을 무슨 5개씩 잡아.”
“너, 너무 많긴 하지?”
요즘은 TV만 틀면 여민서가 나오곤 했다.
마법소녀가 오스카상 후보로 거론되면서부터.
‘다음 방송도 뻔하겠지.’
마치 마법소녀라는 이름의 늪에 빠진 기분이다.
이번 생에는 못 벗어나.
그래서 시상식 때 친구라도 만들어달라고 했으니.
‘작가님한테 전화나 한번 해볼까.’
이제는 여자가 있는 몸이라 편하게 연락하기도 민망했다.
그때도 작년 겨울이었나.
한창 마법소녀 촬영 준비한다고 바빴는데.
그때, 템페스트는 두 작품을 동시에 제작했던 걸로 기억한다.
마법소녀 외에,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까지.
지이이잉─
그때, 스마트폰에 누군가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성호?”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요즘 제일 잘나가는 탑배우님께서 어쩐 일이실까.
-누나! 지금쯤 촬영 없을 거라던데.
“응. 맞아 이동 중이야.”
-저기, 누나 친척 중에서 변호사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 있는데 왜?”
-악플러 고소하려고요.
“….”
-그런 말을 왜 나한테 해.
“에이, 우리 친하잖아요.”
언제부터.
-진짜 이건 고소해야 함.
“뭐길래 그래?”
이내, 지성호는 민서에게 캡쳐한 장면을 보내주었다.
“음, 내가 법은 잘 모르지만. 이 정도로는 고소 못 해.”
-엥? 그럴 리가 없는데.
“잘 보면 악플이 아니라 피드백처럼 보이기도 하고.”
-피해자의 탈모가 증거입니다.
“…. 힘내.”
전화를 끊고, 여민서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제 내일인가.’
아카데미 시상식, 미국행 비행기 타는 날.
그래도 오늘만 일하면 한동안은 쉬는 기분일 것 같다.
“오빠, 의상은 준비된 거지?”
“당연하지. 아카데미에서 네가 제일 예쁠 거야.”
“…. 설마.”
미국에 대단한 배우들이 전부 오는 자리.
위축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 * *
시스템이 결정한 이번 드라마의 결말은 유설아의 유학.
자신보다 더 뛰어난 천재를 만난 질투심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실제 유설아라면….’
오히려 친구가 됐을 것 같은데.
임팩트는 없어도 그냥 힐링물로 가자.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자유 편집을 사용합니다.】
베네핏으로 스토리를 내 입맛대로 재편성했다.
덕분에, 내 대본 집필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내용이니까.’
이제는 집에서 혼자 쓸 수 있을 것 같다.
【제한 시간 : 7초】
처음으로 시스템의 시간 동안 전부 쓰지 못했다.
그렇다고 대표님 댁에 무작정 쳐들어올 수도 없으니.
‘두 시간 정도 썼나.’
확실히 남의 집에서 글을 쓰는 건 익숙해지기 어렵다.
이내, 내 옆을 지켜주던 실장님이 입을 열었다.
“다 쓰셨어요?”
“네. 죄송해요.”
“아니에요, 영감이 떠오를 때 바로 써야 예술가죠.”
“…. 여친 잘 만났네.”
“그런 건 속으로만 생각해요.”
“녜.”
어깨를 토닥거리는 실장님의 손에 이끌려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내게 관상을 물어보던 사모님께서 고용인과 함께 만든 요리가 가득했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들어요.”
“아뇨, 이렇게 많은걸요.”
생각보다 훨씬 가벼운 자리였다.
대표님께서 따라주시는 양주를 양손으로 받아 마셨다.
“내일 비행기를 타야 해서….”
“아, 그렇지. 조금만 드시지요.”
술을 너무 많이 먹고 필름이 끊긴 기억이 여럿 있었다.
오늘은 진짜 적당히 먹지 않으면 곤란했다.
“우리 작가님, 고생이 많으시네.”
“네?”
“이제 미국에 가서 템페스트 이름을 드높여 주시려고! 하하.”
“아, 네.”
“지금 미국쪽에 사업 확장을 할까 합니다.”
“아, 들었어요.”
“김 작가님, 이제 할리우드도 진출하셔야지.”
“음….”
그건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긴 하지만.
괜한 말로 분위기 초칠 필요는 없겠지.
“맞습니다. 대표님.”
이런 자리에서 형식이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우리 형식이, 결국 한국대 비인기 학과를 가기로 했어요.”
“그렇습니까?”
그래도 공부를 상당히 잘한 것 같다.
재벌 3세에, 한국대면 노이즈 마케팅 좀 되겠어.
재벌이라고 전부 한국대를 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졸업할 때까진 형식이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 둘 생각이에요.”
“어머니, 소자는 바로 휴학하겠습니다.”
“…. 그냥 군대부터 가자.”
“학교도 다니고 연기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촬영 기간은 약 두세 달 정도.
첫 학기 성적을 내려놓으면 어떻게 될 수도.
‘재벌집도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아니면, 진짜 재벌은 새롬 씨 집안인 걸까.
“작가님, 우리 새롬이 착한 아이입니다.”
“아, 네. 대표님.”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가벼운 상견례를 마치고, 실장님을 댁에 바래다주는 길.
“작가님, 오늘 어땠어요?”
“좋았어요.”
실장님은 살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미국에 가시면 민서 좀 많이 챙겨주세요.”
“여민서 씨?”
“네.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가 봐요”
“아하. 듣기로는 스케줄이 많다던데.”
“맞아요.”
실장님이 집에 들어가기 직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 이대로 헤어지면 미국에 있는 동안 못 볼 텐데.
“라면 먹고 갈래요? 라고 해줄래요?”
“않이요.”
“넵.”
* * *
미국 로스앤젤레스.
세계적인 별들의 축제가 벌어지는 장소.
마침내, 아카데미 시상식의 막이 올랐다.
오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인물 중 한 명.
로버트 다리우스 주니어는 거울을 보며 외모를 점검했다.
“내가 오늘 상 탈 것 같아?”
“솔직히 힘들 것 같습니다.”
“…. 굉장히 솔직하네.”
오히려 블록버스터 영화로는 오스카에서 수상권을 노리기 더 어려웠다.
작품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건.
평생 한 번 출연할까 말까 하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했다.
“마법소녀라던가….”
오늘 수상권에 오른 작품들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작품.
블록버스터 영화로 각본상 후보에 오르는 일은 절대 흔한 케이스가 아니었다.
‘나도 액션에 도전할 때가 됐지.’
수트에 의지하는 액션 영화도 좋지만, 몸으로 부딪히는 연기도 자신이 있었다.
막말로, 야생에 던져놓고 생존하라는 영화를 찍으라고 해도 충분히 잘할 수 있….
‘아 그건 좀….’
갑자기 그런 대본을 어디서 구하겠어.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도 재밌게 봤었는데.”
“아, 지누킴 작가 말씀이시죠?”
“맞아.”
“한국의 천재라고 하던데요?”
“그야….”
마법소녀 뿐만이 아니라, 다큐 영화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월드 클래스 미식가.
처음에는 유명한 작품이 아니었지만.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고 유명세를 떨쳤다.
개봉한 지 석 달이 지난 지금도 LA에 점점 극장 수를 늘리고 있었다고 들었으니.
“오늘 얼굴 한 번 보려나?”
곧이어, 로다주는 시상식장에 도착했다.
창밖에는 기자들을 포함한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그리고 몇몇 기자들 앞에서 어색한 미소로 손을 흔드는 인물.
“지누킴!?”
그것도 옆에 마법소녀까지 함께.
로다주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멈추지 않고 걸어갔다.
그런데, 그의 앞을 가로막는 기자들.
“한 말씀만 해주세요!”
“아니, 가야 되는데.”
“제발요!”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김진우는 극장에 들어가 버렸다.
* * *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돌비 극장.
웅장한 음악이 어울릴 것 같은 거대한 시상식장.
여민서와 함께 내부에 들어섰다.
‘대본을 다 써 놔서 마음이 편하네.’
「천상의 멜로디 : 자강음천」 대본리딩까지 영상 통화로 확인하고 이번 드라마의 성공을 확신했다.
“작가님, 무슨 생각을….?”
“아, 민서 씨.”
마법소녀 하나로 일약 슈퍼스타가 된 탑급 여배우.
송 감독과 함께 진우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빨리 들어가시죠.”
“그래요.”
붉은색 거대한 커튼이 무대 상단부를 장식했다.
계단식으로 펼쳐진 의자들 사이, 기라성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발에 채였다.
한눈에 나를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여민서를 보더니 한 마디씩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미스 매지컬!”
“가라. 마법봉으로 처맞기 싫으면.”
“???”
굳이 한국말로 외국인을 쫓아내는 여민서.
“…. 아는 사람 아니죠?”
“그러니까 더 화나죠.”
“….”
조금 스케줄이 많다더니 성질이 다시 돌아왔네.
그래도 이제 나한테는 화풀이 안 하고 애먼 사람을 건들고 있다.
‘어, 어디서 많이 본….’
그때, 멀리서 근처의 배우와 활짝 웃으며 대화하는 남성을 발견했다.
“로다주 형님….?”
로버트 다리우스 주니어.
어릴 때부터 동경했던 배우를 직접 보게 될 줄이야.
내가 영어를 할 수 없다는 게 천추의 한이었다.
“헬로.”
그런데, 의외로 여민서는 먼저 다가가서 형님께 말을 걸었다.
영알못이라 찐따처럼 두 명의 대화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두근─
로다주 형님과 가까워질수록 심장 소리가 커져만 갔다.
시스템에 의한 작용인지, 진짜 내 심장 박동인지 분간이 안 됐다.
할리우드 배우가 내 손으로 쓰는 대본을 읽고, 연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내가 캐스팅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에 쉽사리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는데.
“작가님, 이리 오세요.”
“네?”
손짓으로 나를 부르는 여민서 씨.
“작가님 팬이시래요.”
“레알?”
“네. 마법소녀랑 호러 스트리머 잘 봤다고….”
“대박쓰.”
그러고 보니, 마블도 디지니가 인수했잖아.
억지로 인연을 만들려면 못 만들 것도 없지.
터벅, 터벅─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분께 천천히 다가갔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착한 로다주 형님께 인사를 드렸는데.
띵동─
시스템은 당연하다는 듯이 새로운 작품을 던져주었다.
말 그대로 아무렇게나 ‘막’ 던져주었다.
그냥 지 꼴리는 대로 사는 게 요즘 삶의 모토인 것 같다.
【내용 : 맨 vs 네이쳐 1부】
【장르 : 생존술, 오지, 야생, 자연재해】
【장소 : 디지니 플레이, 아시아 지부】
【제한 시간 : 15일】
【※ 다이아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150억 원】
‘로다주 형님이 이딴 걸 하겠냐?’
나 같으면 안 한다.
얼마 전에 대표님 집에 가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시스템 쉑, 이 새기는 진짜 적당히 라는 걸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