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39)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은 모두 모여서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을 시청했다.
채널은 MDN.
아카데미 시상식 독점 중계권을 따낸 불굴의 정조준.
‘TV 고구려’와 끝까지 경합을 벌인 끝에 거둔 성과였다.
“새롬 언니.”
“응.”
“상을 탈 수 있을까요?”
“글쎄.”
새롬은 희정이의 손을 꼭 잡고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어, 어! 오빠 나왔다!”
“그러네.”
미국 LA,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 있는 김진우 작가.
남친의 얼굴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했다.
‘수상까진 바라지도 않지.’
이제 김진우 작가가 데뷔한 지 고작 2년.
저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였다.
‘수상 못 해도 너무 실망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때, 진우를 비추는 카메라에 이시연의 모습이 함께 포착되었다.
“…. 시연이 어깨에 손을 올렸네?”
카메라 시점은 순식간에 바뀌어버렸지만.
새롬의 날카로운 시선은 0.1초도 놓치지 않았다.
“으음….”
김진우, 돌아오기만 해봐라.
‘마법소녀’가 후보로 있는 음악상과 시각효과상.
아쉽게도 수상의 영광은 다른 외국의 작품에 돌아갔다.
그런데, 시상자가 미술상 수상자를 호명하는 순간.
-…. 미술상 수상자는 코드네임 030, 마법소녀! 축하드립니다!
직원들은 참았던 숨을 뱉어내고 환호성을 질렀다.
“대박! 우리도 상을 탔어요!”
“그, 그러게.”
「기생벌레」와 달리 무관에 그칠 거라고 예상했다.
그만큼 블록버스터 영화로 오스카상을 거머쥐긴 어려웠으니.
“게다가 미술상이면….!”
“저작권이 오빠한테 있을 텐데!?”
“와아….”
새롬은 남친의 재능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뱉었다.
“어쩐지….”
김진우가 회사 휴게실에서 직접 끄적거린 그림들.
단순히 그림을 잘 묘사했다고 영화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로봇과 공룡의 디테일이 남다르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 덕분에 제작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음을 물론이고.
CG 전문가 구성락에게 극찬을 여러 차례 받기도 했었다.
‘두 명의 합작인가.’
이내, 시상대에 오른 마법소녀 제작진과 통역사.
화면 속에서 김진우와 구성락은 번갈아 가면서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이내, 한국어로 흘러나오는 김진우 작가의 음성.
-이 모든 영광을 제작사인 템페스트 엔터와 정새롬 실장님께 돌립니다! 감사합니다!
옆에서 통역사는 굳이 정새롬이 진우의 여자친구라고 소개하며 대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아휴, 참.”
새롬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을 본 희정이 슬쩍 입을 열었는데.
“언니.”
“응?”
“우리 오빠가 첫 남자친구예요?”
“갑자기 무슨….?”
“그냥요.”
“….”
새롬은 대답 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어쩐지.”
“왜?”
“아직도 호칭이 작가님, 실장님이잖아요.”
“…. 그게 별로야?”
사실 다른 호칭을 시도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오빠라고 부르려니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별로라기보다는….”
“응.”
“벌써 사귄 지 좀 된 것 같아서요.”
“…. 그러네.”
썸을 탔던 기간이 너무 길어서 그런 걸까.
연애하고 나서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이전처럼 익숙했다.
‘돌아오시면 한번 다르게 불러볼까.’
이후로는, 「기생벌레」의 독주였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무려 4관왕을 수상하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메이저 상을 휩쓸어 버리며 한국의 이름을 드높이는 봉진호 감독님.
후보에 오른 모든 감독을 거론하며 트로피를 N등분하고 싶다는 수상소감까지.
함께 참여한 마법소녀를 언급하며, 친분을 과시하는 모습조차 연출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모두를 놀라게 한 작품은 따로 있었으니.
“월드 클래스 미식가가…. 이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의 이변이었다.
* * *
미국 LA의 한 레스토랑.
템페스트 가족들은 함께 모여서 식사를 했다.
‘천상의 멜로디’ 드라마 제작을 위해 새벽 비행기를 타고 가신 송 감독님을 제외하고.
여민서와 이시연.
두 여배우는 가벼운 화장만으로도 주변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몇몇 외국인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봤다며 아는 체를 하기도 했다.
띠링─
곧바로 안젤라 지부장님의 연락을 확인했다.
[지금 가고 있어요]
[차가 좀 막혀서]
첫 대본 집필 장소는 디지니 플레이 아시아 지부.
그래서 어젯밤에 급히 연락했는데, 흔쾌히 나를 픽업해 주시기로 했다.
‘로다주 형님에 대해서도 여쭤봐야겠네.’
대충 인맥으로 섭외할 수 있을 것 같진 않고.
일단 첫 화 대본이라도 써봐야 어떻게 각이라도 잴 수 있을 것 같다.
“식사 나왔네요!”
“아, 일단 다들 드시죠.”
식사를 하는 도중에, 문득 이시연을 봤는데.
아직까지 축하 인사를 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연아, 축하해.”
“네?”
“어제 정신이 없어서 말을 못 해준 것 같아서.”
“아…. 감사해요!”
아침부터 포털 사이트에선 오스카상에 대한 국뽕 기사를 양산했다.
원래 대단한 작품이었던 「기생벌레」는 둘째치고, 감성 미식 다큐 영화는.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상, 「월드 클래스 미식가」》
가벼운 마음으로 썼던 작품이 덜컥 수상해 버렸으니.
옆에 앉아있는 심주원 감독님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작가님, 어제 수상소감을 저한테 맡기셔서….”
“네?”
“너무 죄송하고, 고맙고, 그러네요.”
“당연히 감독님이 수상 소감을 말씀하셔야죠.”
“그래도….”
심 감독님은 이상하게 자신감이 결여된 느낌이다.
“작가님 대본이요.”
“네?”
“원 테이크로 찍으라고 한다던가, 인물의 구도나 각도까지도 대본에 쓰여 있어서요.”
“아, 그건….”
“그래서 제가 숟가락만 얹은 기분입니다.”
“수상소감 때도 저를 제일 많이 언급하셨잖아요.”
원래 내가 대본을 쓰는 습관이 그렇다.
완성된 드라마를 보고 쓰다 보니까 디테일한 부분까지 묘사하는 경향이 있어서.
“음, 하여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님!”
“아뇨,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심 감독은 분명히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겸비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절대로 오스카상을 수상할 수 없었겠지.
아니, 솔직히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이미 종결급 스펙이 아닐까.
송권수, 나지수, 심주원 감독님.
세 분 모두 내 대본을 기깔나게 표현해 주시니,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심 감독님, 생존물 드라마 한 편 찍을 생각 없으세요?”
“네?”
“야생에서 살아남기, 뭐 그런 거….”
“아하.”
어떻게 보면 다큐에 가까운 대본이 아닐까.
아직 대본은 안 봤지만, 장르만 봐도 알 수 있지.
“제 전공입니다!”
“그래요?”
“네! 대학교 때 동물 연구 동아리에서 제가….”
“….”
그런 디테일까진 안 궁금한데요.
띠링─
그때, 약속대로 안젤라 지부장님이 근처에서 톡을 보냈다.
[식당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식사도 대충 마쳤겠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 여기서 찢어지는 걸로 하죠.”
“아, 네.”
“각자 한국에 돌아가서 봅시다.”
“네. 작가님!”
* * *
한편, 김진우의 수상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은 사람도 있었으니.
일본의 대형 제작사, 제이비젼.
에미코는 기사를 통해 진우의 수상 소식을 들으며 패배감에 젖었다.
심지어 그녀는 진우의 모든 작품을 정주행하는 광팬이었음에도.
“이러면 다시 2:1인가….”
사실상, 이미 스코어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카데미에서 수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격차가 월등히 벌어졌기에.
“그, 그래도 각본상을 탄 건 아니니까.”
마치 김진우가 홀로 저만치 높이 올라간 기분.
자신의 작품은 오스카상에 후보로 거론되지도 않았으니까.
그뿐인가.
자신과 달리 김진우는 일본에 다시 방문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드라마 촬영 환경이라는 게 예측할 수는 없는 법일진대.
‘김진우는 무슨 신이야?’
어떤 드라마든 제작비로 인해 제약이 걸릴 텐데.
김진우는 날씨도, 장소도 마음대로 통제한단 말인가.
‘대본도 안 고치고 초고로 제작까지 간다고?’
이 정도면 상식을 벗어나는 정도가 아니지 않나.
“후우….”
에미코의 자존감은 또다시 널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쉐어 하우스는 왜 이렇게 재밌는 건지.
어느새 2월도 저물어가고, 「쉐어 하우스」 마지막회 방영일.
“나도 자존심이 있다고.”
오늘은 절대 본방사수 안 한다.
잠시 후,
“크으, 역시 백윤이랑 김현지랑 이어질 줄 알았다.”
마지막에 누가 누구랑 결혼할지 훼이크를 줘서 혹시나 했었는데.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마지막회를 본방으로 보고 나서 현타가 찾아왔다.
“괜찮아. 그대로 아직 스코어는 2:1이야.”
일본에서 깔끔하게 2:2로 만들고 나중에 한국에 찾아가서 새 작품으로 경쟁하면 그만이다.
지이이잉─
그때, 에미코의 스마트폰에 제작사 대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 느낌이 쎄한데.”
이렇게 늦은 시간대에 전화하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불안한 마음에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예감은 적중했다.
-작가님, 큰일 났습니다!
와일드 에이전시라는 소속사의 배우가 사고를 쳤다.
가까스로 수습은 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았으니.
“그래서 와일드 엔터 내가 받지 말라고 했잖아요!”
-워, 워낙에 투자금이 많아서….
“아오, 안 그래도 스트레스받는데!!!”
-이미 촬영 중이라 교체를 해야 할지….
“그냥 가요. 지금 바꾸면 촬영이든 편성이든 다 틀어지잖아요.”
-네! 그럼 그렇게 알겠습니다.
“….”
뚝.
그녀는 시선을 돌려 자신의 전작 「무적자」의 포스터를 바라봤다.
「생존 필드 in 도쿄」에서는 악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자신의 신작에서는 주연급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으면서.
“강준.”
그렇다고 배신은 아니었다.
원래 템페스트 엔터 소속인 걸 알고 있었으니까.
“으아, 왜 이렇게 답답하지?”
그래도 속이 뒤집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 *
미국 LA, 디지니 플레이 아시아 지부.
나는 안젤라의 안내를 받고 회사에 발을 들였다.
“매번 제가 찾아갔는데, 작가님이 오시니까 신선하네요.”
“그러게요.”
탁 트인 수평적인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적인 룸은 단 하나도 없이 뻥 뚫린 거대한 사무실.
직원들은 회사 내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수다를 떨었다.
‘확실히 보통은 아니구나.’
심지어 안젤라 지부장의 자리도 보통의 사원처럼 똑같은 책상 한 개뿐.
그 위에 명패가 없었다면 수장의 업무 공간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지나치는 직원들은 안젤라에게 가볍게 손으로 인사를 하며 지나쳤다.
“작가님, 여기 앉으세요.”
“아, 네.”
‘시스템, 안젤라 지부장의 자리를 알고 있어?’
하필 딱 이 자리에서 하얀빛이 존재감의 드러내고 있었다.
“회사 분위기가 좀 특이하죠?”
“음, 크리에이티브한 거죠.”
“작가님한테 그 말을 들으니까 이상하네요.”
“네?”
“창조의 신이잖아요.”
“…. 그 정돈 아니고.”
솔직히, 시스템 덕분에 끊임없이 소재가 튀어나오는 게 현실이다.
수준 높은 드라마를 영상으로 끊임없는 제공해주는 건 사실이니까.
“지부장님, 제가 여기 찾아오고 싶었던 이유가 있는데요.”
“네?”
“새 드라마를 써 볼까 합니다.”
“버, 벌써요?”
“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천상의 멜로디’는 이제 막 촬영에 들어갔다고 들었으니.
“디지니 오리지널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럼요. 그러니까 여기까지 왔죠.”
“아! 혹시 어떤 드라마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건….”
나는 시선을 돌려 시스템의 빛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곧이어, 손을 따라 머릿속에 침투하는 새하얀 빛을 받아들이며.
“아….”
첫 화 마지막 장면부터 오지에서 길을 잃고 고생하는 ‘탐험가’ 로다주 형님.
아마존에서 우연히 만난 현지인.
여자 주인공과 함께 위험을 헤쳐나가는 스토리.
‘에바….?’
역시 시스템은 배우 재등록을 좋아하는구나.
이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까지 확정되었다.
“저기요, 작가님?”
“아, 지부장님! 무슨 드라마인지보다 중요한 건 배우입니다.”
“배우…. 요?”
“로버트 다리우스 형님 캐스팅해 주세요.”
“….”
로다주 형님이 한국 드라마에 나오실 것 같진 않고.
디지니 오리지널로 찍으면 딱 좋을 것 같긴 한데.
제작은 당연히 템페스트 엔터와 디지니의 합작.
“죄송해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그쵸? 우리 에바 씨, 이제 주연급 데뷔하면 좋을 것 같긴 하지만….”
“누, 누구요?”
“아, 지부장님도 쉐어 하우스 보셨죠?”
“그럼요.”
“에바라는 친구가 있는데….”
순간, 안젤라 지부장님의 표정이 대변했다.
“…. 그 친구가 여주인공이라고요!?”
“네. 뭐, 로다주 형님이 옆 반 민식이도 아니고, 이번엔 처음으로 작품을 포기해야 하나 싶긴 한데….”
“다리우스 캐스팅,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네?”
“맡겨만 주세요!”
갑자기 왜 이러시지….?
“저도 에바, 그 친구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아, 그래요?”
“네!”
이글거리는 지부장님의 눈빛에 형용할 수 없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뭐야, 무서워. 왜 이래….’
* * *
며칠 뒤,
기생벌레와 마법소녀, 미식가 제작진은 전부 한국에 귀국했다.
그들 모두가 국내에서 국빈대접을 받고, 슬슬 열기가 식어갈 때쯤.
템페스트 엔터 내 작업실.
“아무도 없네. 밍쁨이는 휴가구나.”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 대본을 정리했다.
디지니에서 급하게 타이핑한 새 드라마.
타닥, 타다닥─
「맨 vs 네이쳐 1부」
마지막회 베네핏으로 확인해 본 결과.
호러 스트리머처럼 8부작 드라마였다.
‘에바가 엄청 매력적으로 나오는데?’
시트콤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180도 달라졌다.
현지에서 생존하려는 로다주 형님을 돕는 조력자.
푸른 눈과 오똑한 코는 대표적인 서양 미인상에 부합했으며.
표범 가죽을 수선해서 만든 옷차림은 건강미를 한껏 부각했다.
한 손에 창을 들고 있는 아마존의 여전사.
머리에는 풀과 깃털로 만들어진 장식을 달고 있었으며.
얼굴에 가로로 그려진 두 줄의 페인팅조차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영어를 할 줄 아시는지….?
-음.
에바는 눈을 날카롭게 뜨고 로다주를 째려봤다.
한 손에 들린 쇠 창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생각해 보니까 영어를 못해도 상관이 없겠네요.
-고개 숙여!
쐐애액─!
그 순간, 머리를 숙인 로다주의 머리 너머로 창이 스쳐 지나갔다.
동시에, 그에게 뛰어들던 재규어의 목구멍에는 창이 정확하게 박혀버렸다.
-아…. 오케이! 저는 이만 제 갈 길을….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을 텐데?
-아, 음….
이내, 휙 고개를 돌려 제 갈 길을 가는 에바.
로다주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가 혼자 사는 동굴에 따라 들어가면서 1부는 끝이 났다.
똑, 똑─
대본을 전부 고치고, 너튜브를 보던 와중에 작업실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 롬?”
“진우 씨.”
“???”
처음 듣는 호칭에 눈을 크게 뜨고 실장님을 쳐다봤다.
“…. 작가님.”
“방금 전에 다르게 불렀는데?”
“제가요? 아닌데요.”
“맞는 것 같은데.”
뭔진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얼굴을 보니까 반가웠다.
“하여튼, 수상 축하드려요.”
“전화로 축하하셨잖아요.”
“얼굴 보고는 안 했으니까.”
“하하.”
그래도 일단 중요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정 실장님.
‘천상의 멜로디’의 제작 현황에 대해 세세하게 전달했다.
고사도 치르고, 첫 촬영도 시작했으니.
“그럼 제작발표회는….?”
“한 달 정도 남았어요.”
“좋네요.”
“음, 근데 작가님은 저 오기 전까지 뭐 하고 계셨어요?”
“아, 여기서?”
“네.”
아직까지 대본을 보여줄 단계는 아닌 것 같고.
“너튜브 보고 있었어요. 대본 집필하는 거 브이로그처럼 찍어서 올릴까 하고.”
“오, 괜찮은 것 같아요. 편집자는 회사에서 지원할게요!”
“고마워요.”
“고맙긴요.”
이왕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요즘 커플 너튜버 채널도 엄청 많더라고요.”
“네?”
“실장님이랑 하면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으음, 글쎄요.”
갑자기 얼굴을 붉히는 새롬이.
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띵동─
그때, 달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존재가 있었으니.
‘나도 연애 좀 하자.’
【내용 : 맨 vs 네이쳐 2부】
【장르 : 생존술, 오지, 야생, 자연재해】
【장소 : 아마존 밀림 ‘마제리타’ 부족 거주지】
【제한 시간 : 20일】
【※ 다이아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150억 원】
아니, 이런 시발.
내가 밀림을 왜 가?
거긴 로다주 형님이 가야지!
‘실수했어.’
첫 화부터 자유 편집으로 싹 다 고칠 걸 그랬네.
실장님은 잔뜩 굳어진 내 얼굴을 보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커플 너튜브 얘기도 하고 분위기 좋았는데 말이야.
‘…. 이걸 뭐라고 말하야 하나.’
시스템 양반, 이제 나는 여친도 있는데.
가고 싶어도 허락받고 가야 하는 신세라고.
“실장님, 아마존 가봤어요?”
“네?”
“전 안 가봤는데.”
“…. 에이, 이제 그런 농담 재미없어요.”
저도 농담이면 좋겠는걸요.
“같이 가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