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40)
시대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이미 OTT 시장은 극장을 완벽하게 대체하고 양질의 컨텐츠를 쏟아내고 있으니.
그중에서도 최고의 위치에 오른 두 플랫폼.
넥플렉스와 디지니 플레이.
그들은 수익의 태반을 컨텐츠에 재투자하는 사업 방식으로 유명했다.
점차 커지는 파이를 나눠 먹으며 서로가 배를 불리고 있는 상황.
빠르든, 느리든 언젠가 양쪽이 제대로 부딪힐 거라는 사실은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안젤라 지부장, 테라 에이전시에서 얼마를 불렀는지 알고 계십니까?”
“로다주를 캐스팅하려면 그 정도 금액을 드려야죠.”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알아요.”
심지어 장르도 오지 생존물.
촬영 자체도 꽤나 고생일 수밖에 없을 터였다.
“이번 작품은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흠….”
디지니 플레이 본사.
안젤라는 상급자 앞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템페스트 엔터와 공동제작으로 진행하면 제작비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이미 검증된 작가예요. 뭐를 망설이시나요?”
“신중할 필요가 있죠. 지금 고꾸라지면 넥플렉스엔 호재가 될 테니.”
“김진우 작가님이 추천한 감독이 누군지 아세요?”
“누구길래….?”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신인 감독이죠.”
“아! 그럼 혹시….”
「월드 클래스 미식가」를 연출한 심주원 감독.
신인 감독이 단편 다큐 부문에서 오스카상을 거머쥐었으니.
외신에서 천재적인 감성과 연출력을 자랑한다고 떠들어댔다.
“네. 심 감독님이요.”
“…. 그럼 일단 테라 에이전시에 다시 한번 접촉해 보겠습니다.”
“감사해요. 다음번 미팅은 제가 직접 나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한고비를 넘기고, 안젤라는 본사 건물을 벗어나며 상념에 잠겼다.
얼마 전에 진우가 자신의 자리에서 직접 타이핑하는 모습을 확인했던 당시.
“빠르다고 생각은 했지만….”
진우의 허락 하에 바로 1부 대본을 볼 수 있었는데.
마치 대자연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착각이 들었다.
거대한 스케일의 폭포와 우박이 떨어진다던가.
야생동물과 직접 부딪히며 치열하게 생존하는 인간의 강인함까지.
‘영상으로 바꾸면 정말 볼만하겠어.’
웅장한 대자연을 화면에 담아내는 다큐는 수없이 많지만.
상업 영화에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작가님이 영어를 그렇게 잘하실 줄이야.”
그런 영어 실력을 일부러 숨기고 있었던 건가.
일본에서도 대본을 완벽하게 썼다고 들었는데.
과연, 하늘이 내린 천재작가를 평범한 사람이 재단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지금은 OTT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으시지만….’
이번 작품에서 김진우의 야심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맨 vs 네이쳐」는 그분이 할리우드에 진출할 발판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 선발주자가 될 여주인공은 바로 자신의 여동생, 그녀의 이름은.
* * *
“에반데.”
할리우드. 로다주. 디지니 플레이.
그딴 다 필요 없고 그냥 새롬이랑 결혼하고 싶다. 시봉.
평생 살림살이 잘할 자신도 있는데.
“에바? 저요?”
“아니, 너 말고.”
템페스트 엔터, 4층 휴게실.
머리를 식히려고 왔는데 에바가 들어와서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작가님, 저 요즘 스케줄이 너무 없어요.”
“나보고 어쩌라고. 매니저랑 상의해.”
“저 좀 책임져요. 찜질방에서 데려왔잖아요.”
“…. 별소릴 다 하네.”
에바가 오늘따라 말이 많았다.
요즘 한국에 공부 열심히 하더니 말도 잘해.
“아니, 근데 요즘 인기 많던데 스케줄이 왜 없어?”
“입만 열면 깬다고 화보랑 광고만….”
“…. 인정.”
여민서랑 다르게 얘는 진짜 신비주의가 낫다.
다음 드라마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아마존 여전사니까.
“심심하면 아마존 갈 때 같이 가던가.”
“아마존? 여행? 재밌겠다!”
“…. 레알?”
“네에!!!”
세상에, 이런 사람만 있으면 얼마나 편하겠어.
사기꾼이 등쳐먹어도 당한 줄도 모르는 바보 같은 녀석.
“흠, 나 미팅 있으니까 이따 얘기해.”
“소개팅?”
“…. 미팅.”
“단체 소개팅?”
“아니.”
얘는 한국어를 어디서 배우는 걸까.
다음 작품은 한국말을 잘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야.
“…. SBC 예능국 갔다 온다고.”
“거긴 왜요?”
“그만 좀 물어봐.”
SBC 방송국에는 「정글의 달인」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혹시 갓스템이 안배해놨을지도 몰라.
당장 다음 주에 아마존 촬영을 떠난다던가.
.
.
.
그런 일은 없었다.
“잘 찾아보시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아, 아뇨. 그런 일정은 전혀 없어요.”
“….”
“죄송합니다. 다음번에 아마존 갈 때는 꼭 섭외 전화를….”
“그땐 제가 안 가겠죠.”
현재 ‘천상의 멜로디’는 SBC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그런 만큼 그냥 돌려보내기 미안했는지,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 정글 작가님.
“마제리타 부족이면 저희가 저번에 방문했었는데요.”
“엥? 정말요?”
“네! 아마존에서도 외지인 체험식으로 방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족이라서요.”
“아하.”
갓스템, 믿고 있었다구.
“부족장님이 30대예요. 젊어서 그런지 간단한 영어도 하시고 스마트폰도 쓰세요.”
“…. 자본주의에 물들었네요.”
“네. 하하. 원하시면 제가 현지 가이드를 소개해 드릴 수도 있어요.”
“아이고,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넵! 저기, 다음에 섭외 전화를 드려도….”
“그럼요. 제가 못나가면 우리 회사 배우라도 꽂아드릴게요.”
“오오, 감사합니다!”
이런 게 진짜 윈윈이지.
현지 가이드의 전화번호 뿐만이 아니었다.
직접 방문한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유용한 정보까지.
실전 노하우가 담긴 기록들을 톡으로 전달받았으니.
‘나중에 꼭 갚아야겠네.’
곧이어, 집에 돌아와서 천천히 고민했다.
거길 진짜 혼자 가는 게 맞는 걸까.
정글 작가님이 알려준 내용만 봐도 위험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음식이나 야생 동물, 뱀에 물릴 수도 있고, 독충들까지.
‘그냥 모기 퇴치약만 가져간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
장비도 마찬가지.
침낭에 텐트에 가져갈 장비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차라리 제대로 촬영팀 꾸려서 가는 게 안전할 것 같은데.
“거기 가서 실족사하면 어떡함.”
다시 한번 실장님께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도 나쁘지 않고.
“흐흐흥.”
혼자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는 희정이를 데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야.”
“어?”
“너 김희정 이용권 기억하냐?”
“응?”
“내가 너 한 번쯤 어디 데려간다고 했었거든.”
“???”
그래도 아마존이 공동묘지보단 낫지 않나.
“비행기 티켓 끊는다.”
“아니, 뭔데.”
* *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실장실.
정새롬 실장은 계약서에 사인하는 심주원 감독을 앞에 두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건만, 이렇게 선뜻 전속계약서에 사인할 줄이야.
“잘 선택하셨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하.”
“조건은 괜찮은가요?”
“네! 사실 김진우 작가님 때문에 결정했지만 조건도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오스카상 수상자인걸요. 이 정도는 돼야죠.”
“아, 하하. 전부 작가님 덕분입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김진우를 언급하는 심 감독.
눈빛만 봐도 얼마나 존경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분도 정말 대단한데….’
그런 사람이 존경하는 사람이 자신의 남친이라니.
새롬도 사람인지라,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국인으로서 오스카상을 받은 두 명의 감독 중 일인.
그를 보유한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가 어마어마했다.
이제 정말 배급사 역할까지 겸해서 자체 유통만 가능하면.
한국에서 템페스트는 그야말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지 않을까.
‘남친이 잘 나서 기분이 좋네.’
물론, 이 모든 게 만능 작가 김진우 덕분에 가능한 결과였다.
똑, 똑─
그때, 누군가 실장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 언니!!”
이내, 희정이는 뛰쳐 들어오더니 새롬에게 오빠의 만행을 일러바쳤다.
“브라징행 비행기 티켓?”
“네! 오빠 좀 말려봐요.”
“…. 아마존을 진짜 간다고?”
“그렇다니까요!”
그래, 이래서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 법이다.
누구나 하나쯤은 단점이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심이었을 줄이야.
그때,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심주원 감독이 슬쩍 말을 꺼냈다.
“저기, 작가님이 새 드라마로 오지에서 살아남는 내용을 쓰신다고 하셨습니다.”
“네?”
“제게 연출을 맡기고 싶으시다고….”
“아.”
복잡한 퍼즐이 풀리는 기분이다.
사전 답사를 생각하고 있는 건가.
“심 감독님, 촬영할 수 있으실까요?”
“네. 그럼요.”
김진우의 오지 탐험 드라마 사전제작기.
출연자는 김진우, 김희정, 에바, 정새롬.
솔직히, 제작 스텝들이 따라갈 거라고는 진우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판을 조금만 키워보죠.”
“네?”
“월드 클래스 미식가, 제작진은 우리 템페스트 식구들이잖아요.”
“아, 네!”
진우의 너튜브에 올릴 첫 번째 예능 컨텐츠.
「오지는 Pick」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었으니.
촬영을 준비하고, 비행기 탑승까지 정확히 2주가 걸렸다.
* * *
보름 뒤,
템페스트 엔터와 단기로 재계약한 보조 작가 밍쁨은 캠퍼스를 거닐었다.
스타급 웹툰 작가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누군가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유설아와 세미.
친절한 성격의 두 명의 슈퍼스타들과 친해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직업 만족도는 100%였다.
“은빈이 왔어?”
“네. 언니!”
유설아를 언니라고 부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업계 포상이 아닐까.
곧이어 다가온 세미까지, 세 명은 대화를 나누다가 연출팀 막내의 호출을 받았다.
“은빈 씨, 잠시만요!”
“아, 네!”
다른 스탭들은 모르지만 밍쁨은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인재대학교 연영과 조교 출신, 김진우 작가의 학교 선배라는 걸.
그 사실을 밝히면 남들이 불편할까 봐 일부러 숨기는 것 같은데.
‘눈 밑에 다크 서클이 무슨….’
역시 이 바닥에서 어디를 가나 막내는 고생이었다.
오히려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는 자신과 황효주가 이상한 게 아닐까.
“화이팅하세요.”
“네? 아, 네!”
밍쁨은 막내의 안내에 따라 송권수 감독에게 접근했다.
“안녕하세요!”
“아, 은빈 씨.”
이내, 송 감독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대본을 가리켰다.
이제 김진우 작가 없이 촬영하는 건 너무나도 익숙했다.
“어쩌죠? 오늘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서 야외촬영이 힘들겠군요.”
“아, 정말요?”
“음, 어제 미술실 세팅하면서 시간이 너무 딜레이가 됐나 봅니다.”
“아….”
김진우의 대본으로 촬영하면서 처음 겪어보는 촬영 지연이었다.
‘사실은 원래 이게 정상이지.’
그동안 말도 안 되게 ‘운’이 좋았던 셈이다.
진우가 베네핏, 자유 편집으로 수정하면서 생긴 변수.
물론, 이들이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을 리는 없었다.
“작가님께는 제가 전달해 드릴게요.”
“그래요.”
보름 동안 아마존으로 떠나버린 김진우 작가.
희정이 다큐 촬영까지 연기하고 함께 떠나버렸으니.
톡, 토톡─
[작가님, 오늘 촬영 내용 중에 수정사항 전달해 드립니다. 일단….]
촬영장을 걸어 다니며 톡을 하던 와중에.
누군가 밍쁨을 알아보고 냉큼 인사를 올렸다.
“누나!”
“???”
언제 어디서나 막내 포지션이었는데.
누가 자신을 누나라고 부르는지 뒤를 돌아보니.
“정형식 배우님?”
“에이, 딱딱하게 그게 뭐예요.”
템페스트 엔터 대표 아들.
아직까진 회사 식구들끼리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아마 알려지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화제성은 반드시 뒤따르겠지.
“한국대 선배님이라고 들었습니다!”
“아, 이번에 한국대 입학했나요?”
“네! 말씀 편하게 하십쇼!”
“그럼 학업이랑 병행….?”
“아뇨, 사실 휴학계를 냈는데. 저희 어머니께는 비밀입니다!”
“제가 그쪽 어머니를 어떻게 알아요.”
“아.”
학교마다 다르지만, 한국대는 첫 학기 휴학이 가능했다.
휴학하고 재수나 반수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었는데.
굳이 그렇게 한국대를 자퇴하는 케이스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말이 좋아서 후배지….’
전공이 다르면 그냥 남이잖아.
더군다나 첫 학기에 휴학했으면 아직 학생도 아니지 않나.
“형식 씨!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아, 네!!!”
형식은 밍쁨에게 꾸벅 인사하더니, 곧바로 사라졌다.
“재벌 3세치고는….”
생각보다 훨씬 성격이 부드러운 친구였다.
* * *
브라질 북부, 울창한 밀림.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안전한 지역에 자리를 잡고 야영을 준비했다.
「오지는 Pick」의 제작진들과 함께 나도 직접 밤을 지새울 텐트를 설치했다.
“후우, 다 했네.”
“고생했어요.”
실장님은 내게 다가와서 시원한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내일쯤이면 마제리타 부족에 도착한다고 하네요.”
“음, 실장님. 역시 우리 둘이 올 걸 그랬어요.”
“네? 왜요?”
“그럼 신혼여행 온 기분이었을 텐데.”
“진우 씨, 다 좋은데요.”
“네?”
“카메라 앞에서 그런 말 좀 하지 마.”
심주원 감독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쳐다봤다.
“아주 스윗하고 좋은데요?”
“….”
그런데 그때, 저 멀리서 희정이는 호들갑을 떨면서 내 쪽으로 달려왔다.
“오빠 배, 뱀이야! 배애애앰!!”
“힙합 하냐?”
“진짜 뱀이라고! 뱀 몰라? 뱀!!!”
“희정아, 여기서는 뱀도 친구야. 으악, 시발!”
순간, 내 발 옆에 기어 다니는 뱀을 발견하고 욕을 내뱉었다.
“…. 작가님, 욕설 금지.”
“죄송.”
실장님한테 혼났다.
그러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뱀을 잡아서 수풀에 풀어주는 우리 여친님.
“파충류 그냥 잡으면 살모넬라균 옮아요.”
“소독제 가져왔네요.”
“…. 그거 미리 알려줬으면 내가 먼저 잡았다.”
“그래요.”
시간이 흘러 자정에 가까워진 시각.
해는 진작에 떨어졌으니, 몇몇 스텝들만 모닥불 앞에서 불멍을 때렸다.
“에바, 왜 안 자?”
“엄마 보고 싶어요.”
생각해 보니까 템페스트에 한 명뿐인 외노자를 데려다가 너무 고생시키는 건가 싶다.
‘근데 얘는 지가 오고 싶다고 했잖아.’
이번 드라마 여주인공이 사전답사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게 다 경험이 돼서 좋은 연기로 나오게 되는 건 아닐까.
“에바, 이렇게 노력하면 언젠가 다 보답받는 날이 올 거야.”
“보답? 노답?”
“…. 인터넷은 좀 끊자.”
에바를 뒤로한 채 스마트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안 터지네.”
“저도 안 되더라구요.”
일단 마제리타 부족 마을에 들러서 대본부터 쓰고.
그 다음에 도심으로 가서 확인해야겠다.
터벅, 터벅─
이내 발걸음을 옮겨 텐트로 향했는데, 뒤에서 에바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자까님.”
“응?”
“거긴 실장님 텐트잖아요.”
“아, 그러네. 실수.”
“….”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걸음을 빠르게 옮겨서 마제리타 부족에 방문했다.
양손을 펼쳐서 우리를 환영하는…. 아니, 갑자기 가슴을 두드리는 원주민들.
가이드는 익숙한 듯 어눌한 한국말로 설명했다.
“반가움을 표시하는 거예요.”
“…. 너무 많이 반가운 거 아닌가.”
어떤 형님은 가슴에 붉은 반점이 생길 만큼 세게 두드렸다.
“보통이에요.”
그 와중에 젊은 부족장으로 보이는 덩치 형님은 우리를 다 함께 모아놓고.
찰칵─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방문객들 중에 제일 예쁘대요.”
“뭐지. 보통 미의 기준이 다르지 않나?”
“안졸리나 졸리 팬이래요.”
“….”
“에바 씨 번호 좀 알려줄 수 있냐고 묻는데….”
“네버.”
어렵지 않게 시스템의 빛을 발견하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거 하나 발견하려고 여기까지 왔지만.
그로 인해 얻을 부가 수익을 생각하면 참아야겠지.
“설마 또 이상한데 보내진 않을 거야.”
타닥, 타다닥─
「맨 vs 네이쳐 2부」
다시 한 번 시스템에 믿음을 주면서 대본 집필을 시작했는데.
“…. 로다주 형님이 악어랑 싸우네?”
이제는 이런 장면 하나하나가 전부 의심스럽다.
언제 어디서 쓸지 모르니까, 혹시 악어 출몰 지역에서 쓰라고 할까 봐.
근데 다른 건 둘째치고.
시스템이 보여주는 대자연의 광경은 압도적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불가했다.
탁 트인 전경에 강줄기를 따라 올라가는 초식 동물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약육강식의 포식자들과…. 로다주 형님.
‘고생 좀 하시겠는데?’
시스템 쉑,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슬슬 사파리 떡밥을 뿌리려고 아프리카 대륙을 언급하는데.
‘내가 바본 줄 아냐? 또 당하게.’
차라리 아마존은 독충이나 뱀 정도만 조심하고 가이드 말만 잘 따르면 되겠지만.
사파리에 가면 진짜 사자 놈 한입 식사로 전락한다고.
그 밖에도, 진또배기 최강의 육상 생물들이 널려있잖아.
코끼리, 하이에나, 기린, 하마.
하다못해 뿔 달린 사슴도 인간보단 강하다.
뭐 하나 제대로 걸리면, 썅크스 마냥 팔 하나 내주고도 못 돌아온다.
띠링─
곧바로, 자유 편집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베네핏을 쓰기 전에 스마트폰이 먼저 울렸다.
“아, 여기서는 스마트폰 터지네.”
수많은 톡 중에서 보조 작가들이 보낸 톡을 먼저 확인했는데.
“밍쁨….”
[처음이에요. 작가님 작품을 찍다가 촬영 시간이 지연된 거요!]
[그래도 이틀 정도 밤샘 촬영해서 일정은 원래대로 맞췄어요 ㅎㅎ]
‘처음이라….’
이게 우연일 이는 없겠지.
전부 시스템이 안배한 결과였으니까.
지금처럼 미친 듯이 대본을 찍어내면서도.
그에 맞춰서 촬영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도.
‘날씨까지 고려해?’
그럼 자유 편집은 막 쓰면 안 되겠는데.
잠시 후,
마제리타 부족을 벗어나 제잔진이 준비한 액티비티를 하면서도 고민을 거듭했다.
“아, 사파리는 진짜 가기 싫은데.”
“네? 작가님, 방금 뭐라고….”
함께 노를 젓고 있는 실장님이 말을 걸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앞에서 잘 좀 저어줘요.”
“넵.”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리프팅을 하던 와중에.
전방에 뭔가 까만 형체의 생물을 발견했는데.
초록색 피부에 오돌토돌한 돌기형 대가리.
“아, 악, 악악…. 악!”
“해병대 나오셨어요?”
“악어!!!”
검은 형체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