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42)
대한민국 최고의 대중문화평론가로 인정받는 양두필.
그는 정식으로 템페스트의 초청을 받고 SBC 방송국에 방문했다.
그동안 두필은 일종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 전 오스카상을 거머쥔 「월드 클래스 미식가」의 첫 평론을 본인이 했기에.
원래 지방에 고작 몇 개의 극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영화였지만.
그의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평가 이후, 전국적으로 배급이 늘어났다.
‘김진우 작가님, 정말 팬이었는데.’
그에게 처음으로 실망했다.
템페스트 엔터 대표의 아들을 남자 주인공으로 꽂아 넣다니.
더군다나 유설아와 세미라는 귀한 인재들을 섭외해 놓고서.
‘정형식이라고 했나?’
오늘은 신랄하게 비판할 목적으로 초청에 응했다.
연기판을 재벌가 도련님의 놀이터로 만들 수는 없지.
김진우는 한국에서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인재였으니.
보석 같은 그의 작품을 비판할 순 없고, 배우들의 연기에만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김진우도 사람이니까 한 번쯤은.
실수는 병가지상사가 아니겠는가.
곧이어, 템페스트 엔터에서 새롬이 직접 마중 나와 양두필 평론가를 맞이했다.
전문가가 칭찬하면 더 재밌어 보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각종 언론 매체가 그의 말을 인용해서 기사를 쏟아낼 터였기에.
“오, 정새롬 실장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그러고 보니 올해는 처음 뵙네요.”
“…. 오늘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의미심장한 양두필의 말을 듣고, 새롬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이번 드라마는 김진우 작가님 작품 중에서도 걸작이에요. 기대하셔도 됩니다.”
“김 작가님 작품 중에 걸작이 아닌 게 있나요. 하하.”
“음, 그야….”
그의 여자친구라서 드는 생각이 아니었다.
김진우의 모든 작품은 마스터피스라고 불릴 가치가 있었다.
그나마 일본의 에미코 작가도 굉장한 집필 속도와 대본을 자랑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영화는 김진우 작가가 월등히 앞서지.
드라마 작가로서 김진우가 국뽕의 대명사라면, 에미코는 일본인들에게 일뽕의 대명사로 불렸으니.
조만간 ‘생존 필드’ 역시 방영될 텐데, 일본 내 여론은 당연히 에미코 작품의 우세를 점쳤다.
잠시 후, 대략 10분 동안 이어지는 예고편이 쭉 이어졌다.
보통 5분에서 6분 사이로 끊는 다른 드라마보다 긴 편이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
맥스 음악 감독의 특별출연.
천재들 간의 묘한 경쟁 관계.
양두필은 눈을 부릅뜨고 형식의 배역, ‘엄준석’의 연기를 지켜봤다.
유설아나 세미와의 티키타카를 보면서 흠을 잡으려고 했는데.
‘잘하잖아?’
편집의 힘이라고 하기엔 너무 날 것 그대로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감정이 필요한 연기부터 가볍고 유쾌하게 끼를 부리는 모습까지.
극 중, 정형식의 배역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 어떻게 사람 이름이 엄준석이지?’
이후, MC의 소개에 맞춰 주연급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고.
기자들의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진짜 오랜만이네.’
김진우는 세미를 슬쩍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스럽게 첫 드라마, 제작발표회 날이 떠올랐다.
‘그때는 엄청 긴장했었는데.’
특히, 이번 작품에 화제성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유설아와 세미는 말할 것도 없고.
재벌 3세 정형식이나 할리우드 거장 음악감독 맥스.
그리고, 최근 너튜브에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진우의 채널까지.
“세미 씨, 이번에 기생벌레 이후 영화가 아닌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김진우 작가님께 질문드립니다!”
“정형식 배우님, 신인배우로서 임하는 각오 한 말씀….”
너무 분위기가 과열되자, MC가 중재에 나섰다.
“기자님들, 한 분씩 손을 들고 질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내, 양두필은 손을 번쩍 들고 진우를 응시했다.
“작가님, 정형식 배우를 직접 캐스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네. 맞아요.”
“본편을 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순간, 제작발표회장에서 소음이 사라지고 모두가 그의 입에 집중했다.
“오늘 내용만 봐서는 배역에 딱 맞는 실력을 갖췄군요.”
“아, 감사합니다.”
“김진우 작가님의 안목에 또 한 번 감탄하고 갑니다.”
기자들은 양두필의 말을 듣고 눈빛을 반짝였다.
곧이어, 그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평론가 양두필의 극찬! 김진우 작가의 첫 음악 드라마의 내용은….》
제작발표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실장실에 방문했다.
오늘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나도 빨리 말씀드려야지.’
다음 집필 장소는 킬리만자로스트 사파리라고.
마침 ‘오지는 픽’이 인기몰이하고 있으니까.
더 늦기 전에 지금 당장 밀어붙여야겠어.
똑, 똑─
“들어오세요.”
실장님의 말을 듣고 안에 들어가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는데.
“작가님, 미팅 잡혔어요.”
“네?”
“로다주 배우님, 미팅 잡혔다고요.”
“와우.”
이런 날이 올 줄이야.
3년 전만 해도 드라마 보조 작가 신세를 면치 못했는데.
이제 할리우드 대스타를 내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건가.
아니, 아직은 캐스팅 확정이 아니지만.
“배우님께서 작가님 열성 팬이라고 하시네요.”
“저도 듣긴 했는데….”
“최근에 오지는 픽도 잘 보고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해요.”
“…. 그 정도면 찐팬이네.”
“뭐, 그래서 일단 대본부터 읽어보시고, 직접 찾아뵙고 대화를 나누겠다고 하셨습니다.”
“좋아요.”
“그럼 일단 대본은 2부까지만 보내겠습니다.”
“네. 실장님.”
그럼 질문에 대비해서…. 아니지, 잠깐만.
생각해 보니까 심각한 문제가 남아있다.
‘나 영어 졸라 못하잖아?’
주입식 교육으로 빡집중하면 리스닝을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정도는 돼야 할 텐데.
“음, 실장님?”
“네?”
“…. 아니 새롬 씨.”
“???”
“그쪽 남친 영어 좀 가르쳐주지 않을래요?”
“….”
대본에서는 현지인에게도 생소한 표현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는데.
실제로는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한 실력이면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
“대체 대본은 어떻게 쓰시는 거예요.”
그건 영업 비밀입니다. 여친님.
그렇다고 남이 써줬냐고 의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존 마제리타 부족 거주지에서 5시간 동안 직접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
“대본을 쓸 때면 뭔가 계속해서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제가 원하는 장소에서 쓸 때면 가능해요.”
“아….”
비밀을 반쯤은 털어놓았다.
“맥스 감독님도 그런 식으로 영감이 떠오른다고 하시던데.”
“그래요?”
“작가님은 진짜 천재였네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
“도와줄게요. 영어 공부.”
“바쁘실 텐데, 죄송하네요.”
“그래도 도와야죠. 내 애인인데.”
“…. 야 너두?”
“야 나두.”
그럼 도와주는 김에 하나만 더.
“우리 같이 사파리 가서 영어 공부할래요?”
“그건 또 무슨 헛소리세요.”
“코끼리는 엘리펀트 아닙니까.”
“….”
“사자 새끼는 라이온 베이비.”
“작가님.”
“네?”
“나가세요.”
쫓겨났다.
“이번에도 농담인 줄 아시는 것 같은데.”
일단 심 감독님 먼저 찾아가 봐야겠다.
* * *
며칠 뒤.
일본에서도 「생존 필드 in 도쿄」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되었다.
사파리 가기에도 바쁜 진우를 대신해서 황효주가 참여했다.
일본어 실력도 그렇고, 촬영 중에 일본에 거주한 그녀였기에.
한편, 그 소식을 들은 에미코는.
“이런, 일본 드라마는 신경도 안 쓰는 거야?”
“그,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아니긴 뭐가 아냐.”
일본에서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녀.
에미코의 귀에 물 건너 한국에서 건너온 소식이 전해졌다.
“김진우 작가…. 이번에는 사파리로 떠난다고 뉴스가 떴다던데?”
“아직 떠난 건 아니지만, 아마 조만간….”
“….”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자신은 어떻게든 한번 이겨보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는데.
김진우는 일본에서 제작하는 자신의 드라마에 관심조차 없다.
심지어 한국에서 새 음악 드라마까지 제작하고.
여유가 흘러넘쳐서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니.
“일본에서 쫄딱 망해봐야 정신 차리겠지.”
“그쪽도 템페스트 재팬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작품을 버릴 순 없을 겁니다.”
“그러겠지. 야마토 한 명만 해도 몸값이 얼만데.”
“맞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일본에서 같은 날, 동시간대에 첫 방송이 방영될 테니.
지금 국내 여론은 당연히 자신의 우세를 확신하고 있었다.
심지어 인터넷에선 일부 우익 단체가 후지 TV 불매 운동을 할 조짐이 보였다.
작년 김진우의 작품, 「임진년, 반격의 칼날」이 왜곡과 날조로 만든 드라마라며 선동했다.
솔직히 일본인으로서 거슬리는 장면이 있긴 했지만.
철저하게 상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잘 만든 드라마였다.
CG도 마법소녀 제작진이 참여했다더니, 굉장히 자연스러웠고.
“됐어. 내가 지금 남 걱정할 때는 아니지.”
이제 며칠 뒤에 방영할 드라마.
생존 필드를 꾹꾹 밟아버리고 올라갈 길만 남았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자까니이이임!!!”
“…. 불안한데.”
멀리서 뛰어오는 제이비젼 대표를 보며 생각했다.
항상 저렇게 불쌍한 표정으로 뛰어오면 문제가 터졌다.
그리고, 나쁜 예감은 언제나 틀리는 법이 없었다.
“…. 젠장.”
드라마 첫 방송을 앞두고 에미코의 작품은 공중분해 되었다.
.
.
.
《와일드 에이전시, 또 터졌다! 이번에는 정치인 비리 스캔들! 와일드 측은 모르는 사안이라고 발뺌을….》
“저기는 대체 뭐 하는 회사냐.”
“원래 그쪽 동네에 이상한 회사가 많아요.”
“너무 이상한데?”
김진우는 효주와 함께 뉴스 기사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에미코 작가 작품 주연급이라던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조금 불쌍할 지경이었다.
‘와일드 저기는 이제 재기하기 어렵겠네.’
한때, 생존 필드에서도 그곳 배우를 캐스팅할 뻔했는데.
그때 시스템 덕분에 진짜 잘 걸렀다고 생각했다.
“여튼…. 효주야, 일본에서 제작발표회는 잘하고 왔어?”
“그럼요. 질문도 무난하던데요.”
“류스케 감독님한테 보조 작가 명단에 네 이름 넣겠다고 말해뒀어.”
“네? 저는 아무것도….”
“촬영장에 네가 내내 있었잖아. 일본에서 고생했는데 그렇게라도 해야지.”
“우앙, 감사해요.”
“감사는.”
일본 작품은 솔직히 큰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당시에도 정새롬 씨 때문에 충동적으로 간 거니까.
“진짜 감사해요! 이민주 작가님 보조 작가들이 알면 엄청 부러워할걸요!”
“아, 그러고 보니까 보조 작가들 얼굴 보기로 했잖아.”
“네! 약속 잡았어요!”
“그래?”
오현식도 오는지 궁금하지만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겠지.
“오빠, 근데 저도 진짜 사파리 가는 거예요?”
“당연하지.”
“누구누구 가는데요?”
“실장님, 김희정, 에바, 너.”
“은빈이는요?”
“한 명은 촬영장에 남아야지.”
뭔가 출연자만 보면 나 빼고 전부 여자들이지만.
스탭들은 절반 이상이 남자라서 이상해 보이진 않았다.
“아, 근데 효주야.”
“너튜브 라이브 방송은 어떻게 켜?”
“네?”
“방법을 모르겠네.”
“한번 찾아볼게요.”
* * *
킬리만자로 국제공항.
오는 내내 실장님이랑 붙어서 영어 공부도 하면서 꽁냥거렸더니.
이제 효주랑 희정이는 썩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결국 진짜 여기까지 왔구나.”
“벌써 왔잖아요.”
“진짜 올 줄 몰랐죠.”
지금도 「오지는 Pick」은 국내에서 최고의 이슈 몰이로 손꼽혔다.
악어 몰카라던가, 에바의 어눌한 한국어 말투.
희정이랑 내가 가볍게 나눈 대화들조차 각종 패러디를 양산했으니.
“가이드분들을 3명 고용했어요.”
“한국어도 잘하시는?”
“네. 그렇죠.”
“크으, 준비성 무엇.”
이번에는 정말 작정하고 대본을 먼저 쓸 생각이었다.
특히 드라마 때문에 시간을 많이 빼앗겨서 어쩔 수 없었다.
‘푸른색 빛.’
스마트폰 로밍을 하고 인터넷 데이터도 충분히 채워 넣었으니.
“가이드 한 분은 제가 데려갈게요.”
“네? 숙소도 안 들르고….?”
“잠깐 어디 좀 다녀오겠습니다.”
“어디요.”
“대본 쓰러.”
“….”
실장님은 심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제가 같이 갈까요?”
“음, 아뇨. 금방 돌아올게요.”
“…. 걱정되는데.”
누가 들으면 꼭 죽으러 가는 줄 알겠네.
“괜찮아요.”
“음….”
사실, 내가 오늘은 따로 준비한 컨텐츠도 있었다.
킬리만자로에서 대본 스터디 방송을 하면 어떨까.
가는데 서너 시간, 대본 쓰는데 다섯 시간 정도 잡고.
“가이드님, 바로 가시죠.”
“네? 어디로….”
“방향은 제가 잡을게요.”
일행들을 뒤로하고 가이드가 운전하는 차에 탑승했다.
초원에서도 끄떡없이 쌩쌩 달리는 랜드로드 지프차.
이 정도면 안전하게 대본만 쓰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여기 인터넷 되죠?”
“그럼요. 데이터만 충분하면.”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어서 너튜브 채널에 접속했다.
이내,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화면에 내 모습이 잡혔는데.
-어? ㄹㅇ?
-김진우 라방 ㅎㅇ
-근데 여기 어디임?
약간의 딜레이가 있긴 하지만, 무리 없이 방송이 송출됐다.
“여러분 오늘 대본 집필 방송합니다.”
벌써 200만 너튜버가 됐으니, 시청자들은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그것도 아프리카 사파리, 초원에서 방송을 켰으니.
-대박 ㅋㅋㅋㅋ
-이거 오지는 픽 촬영이구나 ㅋㅋㅋ
-이걸 진짜 갔네 ㅋㅋ
시청자들은 각종 채팅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가이드님, 저쪽으로….”
“아, 근데 저쪽은 좀 위험할 수도….”
“네?”
“맹수들이 출몰할 수도 있어요.”
“….”
낮이지만 선명하게 보이는 푸른빛.
경험에 의하면 이제 머지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찐우찐우’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가즈아 ㅋㅋㅋㅋ
뭐냐, 후원 기능도 있었구나.
근데 어차피 갈 생각이었으니까.
-10만 원을 누구 코에 붙여 ㅋㅋㅋ
-김진우 재산이 얼만데
-생명 보험을 들었음? ㅋㅋㅋㅋㅋㅋ
어차피 지프차는 안전하니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여러분, 10만 원이 땅을 파면 나오나요?”
“아니, 작가님….”
“가이드님, 후원금 N빵 가즈아!!!”
“가즈아!!!”
조금 고민하던 가이드는 금융치료와 함께 걱정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 * *
한편, 새롬은 숙소에 짐을 풀고 희정이와 대화를 나눴다.
“언니, 오빠 라이브 방송 켰는데요?”
“응? 무슨 말이야.”
“너튜브 채널이요.”
“….”
희정이가 건네는 스마트폰을 보고, 진우의 모습을 확인했다.
수많은 채팅이 올라왔는데, 진우가 목숨을 걸었다며 놀려댔다.
“이게 진짜 위험하다는 건지.”
“에이, 장난이겠죠.”
“…. 아무래도 안 되겠어.”
새롬은 급하게 숙소를 벗어나 다른 가이드들을 찾았다.
“지금 진우 씨랑 같이 간 가이드분이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
“아…. 킬리만자로 사파리.”
“…. 지금 바로 뒤따를 수 있을까요?”
“여기 위험한데.”
“네?”
새롬은 곧바로 진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
“설마 세컨 폰이야?”
새롬은 당장 가이드를 통해 합법 사냥꾼을 동원했다.
그런 준비를 하는 데에만 몇 시간이 소요되었으니.
“준비 다 됐습니다.”
“빨리 가시죠.”
가면서도 내내 김진우의 방송을 틀고 확인했다.
실시간 방송이었기에 방송을 통해 어디로 갔는지 루트가 훤히 드러났다.
‘대체 저기서 뭐 하는 거야.’
한곳에 머물러서 노트북을 두들기는 김진우 작가.
역시 이곳도 대본을 쓰러 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 남친, 선 넘네.’
진우는 세상모르고 시청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 제 보조 작가로 들어오는 법이요? 그건 템페스트 엔터에 지원해보세요.
[‘작가지망생이’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지원해 봤는데 보조 작가는 안 뽑는다고 ㅠㅠㅠ
후원금을 내면 방송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왔으니.
진우는 눈길도 주지 않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제 생각에 우리 효주가 정식 작가로 데뷔하면 그때 템체스트에서 더 채용하지 않을까요? 우리 효주 새 작품 봤는데 생각보다….
쓸데없이 말이 많았지만, 시청자들을 좋다고 호응했다.
-그때 TVM에서 단편 드라마 봤음
-그거 개꿀잼이었는데 ㅋㅋㅋ
-자까님, 효주 언니 예뻐요?
-작가님이 더 예쁘다고 함
-에반데ㅋㅋㅋㅋㅋ
그때, 채팅창에 수상한 내용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방금 무슨 소리 안 들렸냐?
-사자 울음소리 아님?
-그런 장난 ㄴㄴ
새롬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부디 장난이길 바라면서 방송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미친 화면에 보이네 사자 ;;;;
-10만 원에 목숨 걸었다 ㄷㄷ
-이거 위험한 거 아님?
정새롬 실장의 동공에 비치는 진우의 개인 스트리밍 방송 화면.
그 너머에 수십 마리의 사자가 어슬렁어슬렁 멀리서 접근하고 있었다.
진우는 방송에 관심이 없는지 흥얼거리며 노트북만 두들겼다.
아니, 화면은 쳐다보지도 않고 한 번씩 한다는 말이 고작.
-어휴, 여러분 공부는 열심히 하고 계시나요? 저는 지금 대본 열심히 쓰는데. 헤헷.
정신이 나갔나 봄.
“…. 죽일까?”
일단 살아 있어야 죽일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