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45)
길고양이에게 츄르를 주는 더벅머리의 남자.
야옹이 쪽은 그 사람한테 별로 관심도 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밥을 주는 남자만 일방적으로 고양이를 짝사랑했다.
특히, 연어 카레맛 츄르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으니.
‘우리 로미오 최애 간식이잖아!’
실장님도 선물 받았다며 내게 몇 개 물려주셨는데.
다 먹이고 나서부터는 더이상 구할 길이 없었다.
수컷 고양이 쉑, 쓸데없이 입맛도 까다로워서 킹받을 때가 종종 있다.
‘김희정, 이 자식이 고작 며칠 만에 냥이 버릇 다 버려놨어.’
그래도 실장님이 키우라고 주셨으니까 내가 참는다.
빨리 집에 가서 고양이 배떼지나 쓰다듬어야지.
“…. 저기요. 그 츄르, 어디서 샀어요?”
“흠, 이 앞에 마트에서요.”
“네? 아,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상당히 무뚝뚝한 남성이었다.
이내, 고개를 꾸벅 숙이고 사라져 버렸다
“음…. 낯이 익은데.”
머리가 눈을 가릴 만큼 길어서 식별이 어려웠다.
코 아래 하관만 봐서는 굉장히 잘생긴 편이었으니.
“…. 연예인인가?”
타운힐 아파트만큼이나 유명한 아파트 단지.
재벌 2세나 유명 연예인들도 근처에 제법 많이 살고 있었다.
다음 날, 뜻밖의 장소에서 그 남자를 다시 만났다.
내게 광고 대본을 맡긴 회사에서 미팅 자리를 가졌는데.
‘최원준….?’
대한민국에서 잘생김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아저씨.
전설이 된 액션 영화를 남기고, 10년째 활동을 쉬고 있는 영화배우.
지금도 여전히 탑스타지만 현재로선 거의 은퇴하다시피 한 배우였다.
광고주는 활짝 웃으며 우리를 최원준을 환영했다.
“최 배우님, 오셨습니까?”
“아, 네.”
무슨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인사하는 배우님.
“자, 여기요. 두 분 다 계약서 확인해 보시고….”
“흠.”
광고 대본 한 번 쓰는데 5억이라.
나도 확실히 몸값이 많이 올랐다
이내, 주님은 상기된 표정으로 광고 컨셉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최 배우님이 아끼는 고양이를 납치당해서….”
“네. 멋지게 드리프트로 등장해서 악당들을 쓰러뜨리는 장면이에요.”
“뭔가 좀 난해한데.”
결론만 놓고 보면, 대본이 있는 자동차 광고였다.
악당들이 왜 고양이를 납치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 배우님이 옛날에 찍은 영화 때문인가.’
한국판 테이큰이었나.
과거, 사랑하는 딸이 납치당해서 복수하는 영화를 찍으셨으니까.
광고에서 어린아이를 납치할 순 없어서 고양이로 대체한 느낌이다.
‘고양이 납치당하면 나 같아도 못 참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로미오가 음식 투정 부리고 와서 빡치긴 하지만.
그래도 김희정 대신이라고 생각하면 새끼 고양이가 그나마 양반이다.
“여기 광고 컨셉 보시고 천천히 작성해 주세요.”
“천천히 라면 언제까지….”
“빠르면 빠를수록 좋죠.”
방금 천천히 하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일주일이면 될까요?”
“네. 그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 알겠습니다.”
그냥 던져본 말인데, 진짜 일주일만 주네.
대본 빨리 쓴다는 소문이 여기까지 났나 보다.
난생처음으로 시스템의 도움 없이 광고 대본을 써야만 할 것 같다.
뭐, 어쩌면 베네핏으로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른 건 몰라도, 아카데미에서 각본상 후보에 오른 건 진짜니까.
대사도 몇 줄 없는 영화를 영상으로 보여준다고, 누구나 그걸 근사한 대본으로 만들 순 없을 테지.
곧이어, 미팅을 파하고 최 배우님께 개인적으로 인사를 건넸다.
“저기, 얼마 전에 아파트 단지에서 만났죠?”
“네. 그랬죠.”
“…. 이웃사촌이네요. 하하.”
“아, 네.”
성격이 너무 무뚝뚝한 편이라 친해지긴 어려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로미오 사진을 딱 한 번 보여주니까 상대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역시, 내가 길고양이한테 츄르 줄 때부터 알아봤지.
“야옹이 좋아하시는구나?”
“와이프 때문에 못 키웁니다.”
“아, 그럴 수 있죠.”
조금 친해지니까 입이 탁 트이는 최 배우님.
내게 손가락을 내밀어 길고양이에 물린 상처를 보여주셨다.
“저는 정말 좋아하는데, 고양이들은 저를 싫어하네요.”
“…. 로미오는 사람 안 가리니까, 가끔 집에 놀러 오세요.”
“그래도 됩니까?”
“그럼요. 편하게 오세요.”
같은 업계 사람끼리 친해지면 좋지.
하물며 이 정도 탑스타는 템페스트에도 몇 명 없다.
* * *
일주일 뒤, 템페스트 엔터 내 작업실.
“이제 그냥 내 집에서 사네.”
고작 며칠 만에 이웃사촌끼리 절친이 되었다.
게다가, 나랑 친해지는 데에 목적이 다분해 보인다는 점.
오늘만 해도 나는 회사로 출근했지만, 최 배우님은 우리 집에 출근했다.
보통 나한테 접근하는 배우들은 배역을 따내려고 하는데.
그 정도 탑스타면 인생을 사는데 관점이 많이 다른 걸까.
“무슨 고양이 때문에 친해지냐.”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효주는 본인이 쓴 대본을 점검하다가 슬쩍 질문을 건넸다.
“최원준 배우님 말이야. 요즘 친하게 지내거든.”
“와우, 오빠 인맥 대박!”
“…. 로다주 형님도 캐스팅했는데, 뭘.”
“에이, 그건 엄밀히 말하면 인위적인 인맥이죠. 디지니 측에서 섭외해 준 거니까.”
“그렇긴 하지.”
곧이어, 효주는 인터넷에 무언가를 검색하더니 말을 걸었다.
“오빠, 최원준 배우님 전 소속사랑 최근에 계약 만료됐네요.”
“그래?”
“네. 지금 오라는 데는 넘쳐나는데 관심도 없나 봐요.”
“이전 소속사는 배 좀 아프겠네.”
“어쩔 수 없죠.”
버스 끊겼는데 아쉬워하면 뭐 하나.
그러게, 배우하고 미리미리 말 좀 맞춰놓으시지.
10년 전에 대박이 났던 영화에 러닝 개런티가 걸려있었다고 들었다.
그 수익이 지금까지도 나오고 있어서 굳이 일할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이래서 사람은 헝그리 정신이 중요해.”
“…. 그 말을 하기엔 오빠가 너무 부잔데요?”
“….”
“오빠 아파트 샀다는 뉴스 떴던데, 기사 보셨죠?”
“어, 봤지.”
비밀이 없는 대한민국 연예계가 아닌가.
부모님께 수십 억대 아파트를 선물했다고 작은 논란이 생겼는데.
“근데 이게 논란거리가 되나?”
“유설아 님도 현찰로 100억 넘는 아파트 샀다고 논란 생겼잖아요.”
“그때도 황당했는데.”
“그냥 다들 부러워서 그런 거죠.”
논란이라.
이제 곧 150억짜리 시스템 승급을 생각할 때가 됐는데.
저번에 받은 30프로 할인권을 쓰면 105억 원 정도.
‘갑자기 그런 돈이 사라지면 진짜 논란거리가 생길지도.’
당장 실장님이 전화해서 어디에 썼냐고 물어보시겠지.
매년 갱신하는 전속계약.
그 후로 세무 관리를 템페스트 엔터 측에서 해주니까.
‘다음 시스템 승급이 105억의 가치가 있을까?’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효주에게 슬쩍 시선을 돌렸는데.
아까부터 연신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16부작 드라마 대본?”
“네? 아, 맞아요.”
“얼마큼 썼어.”
“4부까진 써 봤는데. 한 번 봐주세요.”
“그래.”
액션이 가미된 멜로 드라마.
“음, 여기 이 캐릭터 삭제하던가 좀 더 부각하던가. 지금 존재감이 너무 없네.”
“네. 오빠.”
“그리고 이 장면 대사를 이렇게 바꿔보면….”
이제 효주도 진짜 데뷔할 때가 된 것 같긴 하다.
내가 이민주도 아니고, 3년쯤 굴렸으면 얘도 입봉할 때 됐지.
‘방송국부터 알아볼까.’
문득, 얼마 전에 오현식이 TVM에서 데뷔한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JTBS 성 감독님은 잘 지내고 계시려나.’
요즘 작품 활동 뜸하시던데.
오랜만에 안부차 연락이라도 드려야겠다.
“나 퇴근한다.”
“벌써요?”
“응. 집에 가서 냥이 밥 줘야 함.”
“…. 나만 없어, 고양이.”
이 정도면 거의 무적 치트키네.
너무 좋은 퇴근 핑계가 생겨버렸어.
야옹이 굶기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잖아.
* * *
디지니 플레이 아시아지부.
안젤라는 촬영지를 알아보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아마존부터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촬영지가 워낙 광범위해서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아마존, 사파리, 문명사회를 오가며 촬영에 임해야 했으니.
촬영할 때마다 계속 왔다 갔다 할 수는 없고, 일정을 잘 조율해야 할 것 같다.
장소 헌팅은 안젤라, 모자란 제작비 충당은 정새롬.
두 명은 업무를 분담해서 각자의 업무를 수행했다.
“제작비도 한두 푼 드는 게 아니겠어.”
그나마 템페스트 엔터가 함께 제작해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촬영 시작 단계부터 턱 막혔을지도 모른다.
“실장님께 연락 한 번 드려야겠네.”
제작을 시작할 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투자금 확보.
템페스트 엔터가 제작사로서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사실상 정새롬 실장은 혼자서 거의 모든 투자사와의 계약을 따낸다.
가끔은 놀라운 수완을 발휘해서 말도 안 되는 투자금을 확보하기도 했으니.
“하여튼, 어메이징한 커플이야.”
작가와 제작사라니, 이렇게 궁합이 잘 맞을 수가 있나.
“아, 피규어 나왔다는 말씀도 드려야겠네.”
‘마법소녀’ 피규어와 애니메이션 제작 미팅이 잡혔다는 것까지.
디지니 플레이 아시아 지부에서 김진우에게 들이는 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만큼 돈을 벌어다 주시니까….”
딸칵─
안젤라는 진우의 너튜브 채널에 접속해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사자 무리와 놀고 있는 김진우와 그를 걱정하며 따라가는 정새롬 실장.
그리고 그들을 절묘하게 번갈아 가면서 편집해 긴장감을 살린 연출까지.
“…. 심주원 감독님.”
자신의 여동생인 에바를 천상계로 이끌어줄 오스카상 수상자.
신인 감독이 수상한 기록은 아카데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작가님은 인복도 많으시네.”
마치,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뒤에서 ‘계시’라도 내리는 것처럼.
한편, 로다주를 포함한 촬영진을 진두지휘할 차세대 거장 감독.
심주원은 템페스트 엔터에서 정새롬 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 *
“저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하셔야죠.”
“제가 감히 어떻게 로다주 배우님을….”
“….”
그럴 만도 했다.
이제 고작 다큐멘터리 영화 한 작품이 필모의 전부인 감독이 아닌가.
할리우드 대스타를 모셔 온다고 아무나 연출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솔직히, ‘고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수상 경력이 너무 화려하지만.
“본인을 믿으세요. 오스카상 수상자잖아요.”
“그건 김진우 작가님 대본 덕분에….”
“이번 작품도 김진우 작가님 대본이죠.”
“아!”
이상한 포인트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눈빛을 빛냈다.
“….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래요. 조만간 로다주 배우님이랑 미팅 잡아놨습니다.”
“저, 저 혼자요?”
“아우, 또 그러시네.”
“…. 죄송합니다.”
“힘내세요.”
“넵.”
다행히 「오지는 Pick」도 편집을 마쳤으니, 이제 촬영만 생각하면 되는 시점이다.
이내, 새롬은 실장실을 벗어나는 심 감독을 배웅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제 남아있는 투자사 미팅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번 주말에는 스케줄이 없었다.
“아, 한 군데 더 연락해 봐야겠구나.”
최근에 FA 시장에 풀린 대배우, 최원준.
소속사가 늦기 전에 팔려고 했지만.
본인이 강력하게 거절해서 사실상 은퇴한 상태였다.
지금 수많은 엔터 회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현재로서는 그다지 연기를 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쉽진 않겠네.”
업무가 끝나고, 몸이 나른해지는 게 남친 생각이 났다.
완연한 봄.
어느새 벚꽃이 활짝 만개했다.
뚜루루루─
당연히 작업실에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 벌써 퇴근하셨다고요?”
-네. 로미오가 배고프다고 해서.
“아, 고양이가 그런 말을 했어요?”
-그럼요. 가끔 전화도 하는데요? 올 때 츄르 사 오라고.
“….”
뭐라고 대답할지 고민하다가 말을 돌렸다.
“이제 집도 가까우니까 아침마다 운동하시죠.”
-음, 운동….
“건강 챙기셔야죠.”
딱 봐도 하기 싫어하는 눈치였다.
새롬이 아침마다 다니는 프라이빗 수영장.
매일 1시간 동안 전세 내고 이용하는 시설이었다.
“싫으시면 어쩔 수 없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한 번씩은 꼭 연락드릴게요.
“기대도 안 하네요.”
역시, 새롬은 아직 진우를 잘 몰랐다.
수영이라는 걸 알았다면 당장이라도 아침형 인간이 되었을 텐데.
“저기, 이번 주말에 혹시 벚….”
-아, 형님! 로미오한테 츄르 좀 그만 줘요. 애기 식습관도 생각하셔야지.
그때 수화기 너머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번 사는 묘생인데, 원하는 대로 먹게 좀 내버려 두자고.
-아니, 저도 한번 사는 인생인데요.
누구 목소린지 슬쩍 물어보니, 이웃 주민이라고 소개하는 진우.
‘그새 이웃 친구를 만드셨네.’
그때, 진우는 이웃과 대화를 마치고 새롬에게 말을 꺼냈다.
-저기, 실장님.
“네?”
-주말에 벚꽃 보러 갈래요?
“아…. 네, 좋아요.”
-제가 운전할게요.
남친이랑 마음이 통한 건가.
이렇게 잘 통하니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하기가 힘들다.
-아, 그리고….
“네.”
-효주 작품 한 번만 봐주실래요? 저는 괜찮은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오늘 찾아오기로 했네요.”
-그래요?
엄밀히 말하면 효주는 진우가 아니라 템페스트 소속이었다.
월급도 진우가 아니라 회사에서 주고, 몇몇 일도 시키니까.
자기 사람을 확실하게 챙기는 사람.
‘남친 잘 만났네.’
새롬은 주말에 데이트할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원래 외적인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그녀였는데.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진우에게 빠져들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 * *
주말에 있을 실장님과의 데이트를 생각하며 일을 마무리했다.
최원준 주연의 자동차 광고 대본.
고양이가 납치당하는 내용부터 시작이었다.
곧바로 수트를 휘날리며 차에 탑승하는 존잘남.
머리에 가려진 눈빛이 한 번씩 번뜩이며 자동차를 주행했다.
변속 기어를 바꾸고 핸들을 돌리며 드리프트 하는 장면은 기본.
악당들 앞에 나타나서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거나.
고양이를 태워서 다시 운전해서 도주하는 장면까지 완─벽.
“옛날에 배고플 때 생각 해서 더 열심히 썼지.”
고작 일주일 만에 5억 원을 번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시스템의 도움 없이, 한 글자 한 글자 장인 정신으로 타이핑했다.
잠시 후, 광고 촬영 현장.
스탭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현장을 점검했다.
사실상 이 광고 촬영이 내 데뷔작이 아닐까.
시스템의 도움 일절 없이, 얼마만에 이렇게 집중했는지.
“세트장 괜찮네.”
시스템 때문에 배경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습관이 들었으니.
당연히 세트장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업계에서 유명한 광고 감독에게 인사를 건네고, 촬영을 지켜봤다.
‘역시는 역시인가.’
전혀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액션 연기를 펼치는 우리 동네 형님.
멋지게 악당들을 물리친 뒤, 고양이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는데.
“아앗!”
고양이는 귀한 배우님의 손가락을 냉큼 깨물어버렸다.
“죄, 죄송합니다!”
“뭐지? 아까까진 괜찮았다며.”
“네.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그냥 갑자기 야옹이 모델분께서 기분이 좀 별로인 것 같은데.
묘주가 급하게 달려와서 고양이를 챙겼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이후로도 최원준 배우를 보면 하악질을 해댔으니.
“하아, 갑자기 왜 저러냐. 일정도 빡빡한데.”
“다음 촬영지, 도로 통제 약속받은 시간까지 1시간 정도 남았는데….”
“젠장, 여유 있는 줄 알았더니만.”
즉, 1시간 이내에 이번 촬영을 마쳐야 한다는 뜻.
그게 아니면, 촬영이 적당히 꼬이는 정도가 아니었다.
“차라리 다른 고양이를 섭외해 볼까요?”
“아니, 갑자기 고양이 모델을 어디서 구하냐.”
“길 고양이라도….”
“그게 말이 돼!?”
촬영 감독과 연출팀이 설전을 벌이고 있는 그때.
최 배우님은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남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작가님, 우리 아파트 여기서 차로 5분이잖아요.”
“네? 아, 그렇죠.”
“로미오, 지금 집에 있나요?”
“???”
순간, 촬영장 내에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봤다.
특히, 광고주님께서 잰걸음으로 달려오시더니.
“오오! 작가님, 고양이 키우시는구나?”
“그렇긴 한데….”
로미오 출연료까지 챙겨주신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최 배우님이랑은 벌써 친해졌으니까 물지는 않겠지.’
* * *
잠시 후.
도도하고 우아한 발걸음으로 촬영장에 입장하는….
“쟤가 로미오예요? 엄청 예쁘게 생겼다!”
“와아…. 미묘네, 미묘.”
“이름 잘 지었다. 엄청 잘생겼어요!”
애옹─
로미오는 날 한 번 쳐다보더니 피식거리는 듯이 웃었다.
주인님이 하찮은 집사를 쳐다보는 듯한 고양이 특유의 표정.
뭐지, 왜 웃는 거지.
“로미오 수컷 고양이 쉑, 지금 출세했다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