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46)
우리 집 고양이가 연기 천재였단 말인가.
악당들에게 잡혀있을 때는 불편하다는 듯이 냥펀치를 날리던 로미오.
곧이어 최원준 배우가 감싸 쥐는 순간, 그의 다친 손가락을 그루밍해 주었다.
배우님의 품에서 벗어나 차에 올라탈 때도 우아하게 폴짝-,
“이야…. 어떻게 저러지?”
“훈련받은 고양이도 저렇게는 자연스럽지는 않은데.”
“역시, 김진우 작가님이 키우는 고양이라서 그런가?”
그게 무슨 논리인가요.
이후, 차량 추격 씬에서도 마찬가지로 스탭들의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
오히려 고양이 모델이 바뀌고 훨씬 자연스럽다며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으니.
촬영을 마치고, 광고주님은 흡족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출연료를 제시했다.
“…. 로미오 출연료가 2천만 원이나 돼요?”
“그럼요. 원래 고양이 모델료에서 조금 더 보탰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아, 네.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하하.”
곧이어, 광고주님은 내게 특이한 제안을 했다.
메이킹 필름을 내 너튜브에 올릴 생각이 없냐고 질문하셨는데.
“아…. 제 너튜브 채널에요?”
“네. 일단 작가님 댁 고양이가 직접 출연했으니까요.”
“그렇긴 한데….”
“사실, 광고 효과를 위해 말씀드리는 겁니다. 광고비는 당연히 지불하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처음으로 너튜브에 유료 광고 포함 딱지가 붙을 것 같다.
그것도 무려 현신 자동차 신차 광고 메이킹 필름으로.
애옹─
로미오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츄르를 달라고 보챘다.
광고 한번 찍더니 진짜 나를 집사 취급하는 모양이다
“그래, 니가 번 돈이니까.”
츄르를 꺼내서 먹여주니까 좋다고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고양이.
태어난 지 3개월 된 야옹이 새끼가 3년 전의 나보다 훨씬 낫잖아?
“갑자기 개빡치네.”
지이이잉─
그때, 마침 누군가가 전화를 걸었다.
[존귀하고 고결한 여신님]
스마트폰에 저장된 익숙한 이름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네. 실장님.”
-작가님, 효주 씨 드라마 미팅 잡혔어요.
“오, 당연히 JTBS겠죠?”
-네. 맞아요
얼마 전에 성기훈 감독님께 연락드렸더니 흔쾌히 미팅을 잡아주신 모양이다.
‘효주도 이제 데뷔각이 날카롭게 섰구나.’
대본을 보니까 초반 파트만 잘 닦아놓으면 후반은 쭉쭉 나갈 것 같더라고.
-작가님?
“네?”
-주말에 벚꽃놀이 구경하러 가는 거 잊지 않으셨죠?
“그럼요.”
-저기…..
아까부터 말을 빙빙 돌리는 걸 보면 할 말이 있는 듯했다.
-제가 얼핏 듣기로 최원준 배우님이랑 광고 찍으셨다던데.
“아, 네.”
-혹시 연락처 있으신가요?
“…. 음, 그러고 보니 연락처도 없네.”
-아….
요즘 매일 보는 사인데, 전화번호도 없구나.
이따 집에 들른다던데 번호부터 저장해야겠다.
-제가 괜한 소릴 했네요.
“네?”
-아니에요.
우리 준이 형님, 거의 반백수 비슷한 느낌인데.
나중에 작품 같이할 생각 없냐고 여쭤봐야겠다.
애옹─
아니, 전화 받고 있는데 또 이러네.
얘는 방금 처먹고 또 먹고 싶다고 난리야.
사료는 쥐뿔도 안 먹으면서 츄르만 좋아해.
-로미오는 요즘 어때요?
“뭐, 쌩쌩하죠.”
-다행이네요. 빨리 중성화 수술하셔야죠.
“저요?”
-…. 아뇨, 로미오요.
“아이, 깜짝이야.”
생각해 보니까 중성화 수술도 해야겠구나.
“음, 그렇네. 당연히 해야죠. 그거 안 하면 큰일 나지.”
-큰일까진 아니지만….
“에이, 큰일 나죠. 막 손님한테 부비부비하면 어떡해요.”.
-…. 표현이 뭔가 이상한데.
내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문화시민으로서 이런 건 또 못 참지.
층간 소음으로 옆집, 윗집, 아랫집이랑 얼굴 붉힐 수는 없잖아.
“실장님, 그럼 우리 데이트 하는 날에 동물병원도 들를까요?”
-그것도 좋겠네요.
“흐흐흐.”
-???
야옹아, 서열 정리 한번 하고 가자고.
애옹─?
* * *
JTBS 방송국.
성기훈 감독은 템페스트의 직원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변 팀장님, 오랜만이군요.”
“네.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변혁주와 황효주 커플을 함께 방송국에 들렀다.
그것도 16부작 메인 작가로서 미팅을 잡았으니.
“아, 안녕하세요!”
“효주 씨, 자주 뵙는군요.”
“네! 감독님. 말씀 편하게 하셔도….”
“저는 이게 편합니다.”
“아, 아…. 넵.”
효주는 긴장되는 표정으로 가방에서 대본을 주섬주섬 꺼냈다.
오늘 두 편의 대본으로 미래가 결정된다.
물론 미팅 한 번에 편성까진 바라지도 않았지만.
“일단 국장실로 가시죠.”
“네.”
변 팀장은 격려 차원에서 효주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바빠서 얼굴도 자주 못 보는 여자친구가 그저 잘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이내, 성기훈 감독은 심각한 표정으로 대본을 읽었다.
“국장님 어떠십니까?”
“익숙한 맛인데 나쁘지 않군.”
“그쵸.”
액션이 가미된 16부작 멜로 드라마.
뻔해 보이는 대본에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으니.
“남자 주연급이 세 명이군요.”
“아, 네!”
“그리고 여주인공이….”
3남 1녀의 특이한 구성이었다.
까칠한 재벌, 차도남 검사, 자상한 의사에…. 평범녀.
사차원적이고 톡톡 튀는 성격의 여주인공은 세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여성 시청자들의 로맨스 판타지를 저격하기 위한 목적이 뻔히 보였다.
‘어차피 주요 시청자층은 여성이니까.’
이후, 다양한 관계와 오해들이 다음 화로 이어지면서 극의 기대감을 살렸다.
누가 김진우의 제자가 아니랄까 봐, 각자의 캐릭터성을 굉장히 잘 살려냈다.
“일단 여주는 알바생으로 잡았군요.”
“네! 프랜차이즈 가게를 PPL로 쓰려고….”
“좋네요.”
모든 작품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받을 수는 없는 법.
차라리 여성 시청자층을 노리는 게 보통의 작가들에게는 최선이었다.
“…. 아주 좋은데요?”
“저, 정말요?”
솔직히 템페스트 엔터의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미팅을 가졌지만.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작품을 건진 기분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 김진우 작가 때문에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졌으니.
그 와중에, 이 정도 작품이면 충분히 선방하는 카드라고 판단했다.
‘역시 김진우 작가님의 보조 작가인가.’
스승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정말 제대로 배웠다.
곧이어, 성 감독은 변혁주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배우는 누구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아, 일단 임재준 배우님은 확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흠….”
JTBS에서 ‘순정마초’로 데뷔한 임재준.
지금은 일본에서 강준과 함께 한류를 이끄는 투탑 배우로 불리고 있었으니.
“그리고 여주인공으로는….”
쉐어 하우스 이후 탑스타로 급부상한 여배우.
“김희정 배우님인가요?”
“네. 톡톡 튀는 여주인공으로 제격이죠.”
“미팅 잡아주시죠.”
* * *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벚나무.
분홍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 수많은 인파가 몰려서 나를 구경했다.
“와, 김진우!!!”
“대박이다.”
“오빠, 팬이에요!”
찰칵, 찰칵─
허락도 없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부기지수였다.
일단 옷으로 새롬이를 가리고 다시 내 차로 돌아왔다.
“…. 죄송해요.”
“아니에요.”
모자와 선글라스 정도면 충분히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30분 만에 들통나고 모처럼 벚꽃 데이트가 엉망이 되어버렸다.
“음…. 사실은 우리 집 앞에도 벚꽃이 많이 폈어요.”
“그래요? 그럼 그냥 진우 씨 집으로 가요.”
“그, 그래도 될까요?”
“당연하죠. 벚꽃은 어디서 구경하든 다 똑같이 생겼잖아요.”
“….”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웃으면서 말하는 실장님.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구나.
어떻게 이리 착한 사람이 내 옆에 있는 걸까.
“새롬 씨, 고마워요.”
“네? 뭐가….”
“그냥 다 고마워요.”
의외로 볼거리가 많은 우리 집 근처에서 벚꽃을 구경하고, 실장님과 함께 집에 들어왔다.
“진우 씨 집에 오는 건 처음이네요.”
“아, 그러네.”
이제 자연스럽게 진우 씨라고 불러서 기분이 좋아졌는데.
애옹─
오랜만에 나타난 전 주인에게 냉큼 달려가서 안기는 로미오.
실장님은 자연스럽게 고양이를 가슴에 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런 씨, 나도 아직 못 만져봤는데.’
저 고양이 새끼, 혹시 고양이 아닐지도 몰라.
이러니, 역시 야옹이한테 중성화는 필수가 아닐까.
“진우 씨, 집에 누가 왔었어요?”
“네?”
살짝 어질러진 모습을 보고 질문을 건네는 실장님.
“아, 동네 친구예요. 아니, 동네 형님.”
“…. 그때 전화로 들었던 목소리 남성분?”
“네. 로미오 보러 매일 출근하세요.”
“아하.”
원준이 형님이 남자라서 다행이다.
남자가 봐도 반할 만큼 잘생겼지만.
“실장님, 그럼 바로 동물병원부터 갈까요?”
“좋네요.”
애옹─
이내, 실장님은 천사 같은 미소로 로미오를 품에 안고 현관을 나섰다.
동물병원에 들어설 때까지도 본인의 미래를 모르고 해맑게 따라나서는 로미오.
‘아디오스.’
잠시 후,
나는 실장님과 함께 안쓰러운 눈빛으로 우리 집 새끼 고양이를 바라봤다.
냐아아아아─
“이렇게 서럽게 우는 거 처음 봐요.”
“…. 성장하는 과정이죠.”
우리 집 야옹이가 너무 서럽게 우니까 괜히 나까지 슬퍼졌다.
왠지 모르게 내 사타구니 쪽에서도 오소소 소름이 돋는 듯한 기분.
“우리 로미오, 진정한 남자가 됐구나.”
아니, 여자가 된 건가.
하여튼, 땅콩 제거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대가리에 깔때기를 쓰고, 망연자실하게 나를 바라보는 야옹이.
땅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사람과도 같았다.
“운명이야, 받아들여.”
아파트에 사는데 언제까지 소음공해를 일으킬 순 없지.
그때부터였어요.
우리 로미오가 사나워진 게.
* * *
최근, 일본 열도에서 그 어떤 작품보다 핫한 드라마.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은 바로 김진우의 것이었다.
「생존 필드 in 도쿄」
초반에 우익 단체에 찍혀서 후지 TV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었지만.
어느새 중반부를 넘어 후반부에 접어들더니, 꾹꾹 눌러 담은 포텐이 터졌다.
“야마토 군, 이 정도면 전성기 때보다 인기가 더 많은 것 같지?”
“응, 아마도.”
“나도 요즘 인기를 실감해.”
“응? 리코, 너는 원래 그룹에서도 센터잖아. 이전에도 잘 나갔는데….?”
“배우랑은 다르지.”
일본에서 아이돌은 진짜 가수로 취급받지도 못한다.
그냥 예쁘게 춤추고 노래하는 인형 정도면 다행일까.
어느새 리코의 연기도 완숙의 경지에 다다랐다.
이대로 성장하면 배우로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엔 우리 드라마 망할 줄 알았는데.”
“그러게.”
결국, 드라마의 성적은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로 판가름이 났으니.
“야마토, 지금 네 전 사장님은 난리 났더라.”
“응?”
“우리 드라마로 뜬 스타를 4명이나 빼앗겼잖아.”
“아….”
현재 템페스트 재팬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네 명의 일본인 배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전부 스페이스 엔터에 묶여 있었는데.
야마토를 제외한 세 명의 인재들을 전부 다 헐값에 팔아버렸으니.
해당 소속사는 일본 연예계 역사상 최악의 바보짓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나 같이 연기를 가르치는 족족 그대로 흡수하는 연기파 배우들.
벌써 각각 차기작에 주연이나 주조연급 배역을 계약했다고 들었다.
‘김진우 작가님은….’
어떻게 그들의 재능을 알아봤을까.
그것도 연기 한 번 보지도 않고.
“리코, 너는 이제 어떡할 거야?”
“계약 기간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지. 얼마 안 남았어.”
“그 다음엔? 그럼 계속 연기자로….”
“아니, 한국. 템페스트 재팬 말고 본사랑 계약할 거야.”
“응?”
리코는 또다시 일본에서 여타 작품으로 성공할 자신이 없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김진우 작가의 작품 외에는 어떤 작품으로도.
“받아준다는 보장도 없잖아.”
“흥, 네가 뭘 알아!”
“….”
리코는 야마토를 무시하고 스마트폰을 들어 어떤 영상을 찾아봤다.
작년에 여민서가 청룡영화제에서 수상소감으로 발표한 내용.
‘마법소녀 친구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지.’
벌써 해외 직구로 마법소녀 피규어도 예약 신청한 상태였으며.
언젠가 다가올 그 날을 위해 한국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혹시 외국인 친구도 가능한가요?’
김진우 작가님, 일본에는 다시 언제쯤 오시려나.
* * *
찰랑거리는 물소리를 헤치고 여인이 앞으로 나아갔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팔과 다리의 밸런스.
레인을 따라 물결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그녀의 접영 실력은 누가 봐도 수준급이었다.
“하아, 하아….”
강남의 한 프라이빗 수영장.
새롬은 열심히 가꾼 몸매가 전부 드러나는 전신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한 시간 동안 전세를 냈으니 누가 들어올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곧바로 젖은 손을 수건으로 닦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남친이 생기고 나서 폰을 훨씬 자주 보게 되는 것 같다.
“최원준 배우님은….”
아직 답장이 없었다.
수소문해서 알아낸 메일로 연락을 보냈지만.
‘하긴, 요즘 누가 메일을 쓰나.’
이내, 습관처럼 진우의 너튜브 채널에 접속했다.
《현신 자동차 광고 메이킹 필름, 최원준 ver. (with 김진우’s 로미오)》
얼마 전에 업로드된 영상이 세간에 화제였다.
아니, 이제 길거리만 지나쳐도 화제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진우가 키우는 고양이까지 함께 인기가 급상승했다.
“어….? 라이브 방송?”
새롬은 다시 수영할 생각도 잊고, 진우의 라이브 방송에 접속했다.
‘으휴,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배우들처럼 SNS를 금지할 수도 없고.
모니터링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여러분! 우리 로미오가 드디어 깔때기를 벗었답니다! 많이 축하해 주세요!
진우의 깐족대는 말투에 시청자들은 좋다고 채팅을 쳤다.
-고양이 표정이 뭔가 ㅋㅋㅋ
-나라를 잃은 표정이 아닐까
-이제 유전자를 평생 남길 수 없다니 ㅠㅠ
-불쌍한데 귀여움 ㅋㅋㅋ
-팩트) 광고비로 수천만 원 버는 고양이다 ㄷㄷ
오늘은 가볍게 함께 공부하려는 스터디 윗 미 방송.
대본을 집필하면서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송이었다.
똑, 똑─
그때, 스피커를 통해 진우의 방문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헐? 혹시 여친?
-정새롬인가 ㅋㅋㅋ
-집에 부르는 사이 ㄷㄷ
-김진우 부럽다
-얼마 전에 벚꽃 축제에서 사진 찍힘 ㅋㅋ
-빨리 들어오라고 해
새롬은 채팅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나 아닌데….?”
곧이어, 진우의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최원준 배우님!?”
처음에는 더벅머리의 최 배우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한번 머리칼을 스윽 쓸어 넘기자,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형이 거기서 왜 나와 ㅋㅋㅋㅋㅋ
-광고 찍다가 친해졌나봄
-로미오가 인질이라면 어쩔 수 없지
-현실에선 김진우가 납치범 악당이네 ㅋㅋㅋ
-오빠, 다음 영화는 대체 언제 찍어요 ㅠㅠ
탑스타의 출연에 시청자들인 신이 나서 떠들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요즘 언론에도 잘 비치지 않았으니까.
“…. 번호도 모른다면서 왜 집에 있는 거죠.”
* * *
다음 날, 템페스트 엔터 내 작업실.
오전에 적당히 효주의 대본을 봐주고, 오늘은 온종일 소파에서 뒹굴거렸다.
오늘은 적당히 회사에서 시간을 떼우다가 촬영장만 찍고 퇴근할 생각이었다.
“효주야.”
“네?”
“요즘 천상의 멜로디 촬영장에선 별일 없대?”
“별 일은 없고, 은빈이가 촬영 거의 다 끝나간대요.”
“음, 잘됐네.”
현재 국내 음원 사이트 최상위권은 전부 천상의 멜로디 OST로 도배되었다.
유설아, 세미, 퍼플걸스 외에 여러 아티스트의 곡들.
심지어, 맥스 음악 감독님이 직접 작곡한 음악까지.
‘이제 인간 대 자연만 끝내고….’
당분간 대본 집필은 조금 쉬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제작이 진행되고 있는 차기작 드라마.
안젤라 지부장님도 장소 헌팅을 절반 이상 끝마쳤다고 하셨으니.
스윽─
슬쩍 고개를 돌려 스케줄표가 적힌 화이트보드를 응시했다.
–
[4월 15일] 맨 vs 네이쳐 대본리딩“진짜 로다주 형님이랑 드라마를 찍게 됐구나.”
“맞아요, 오빠. 저는 아직도 신기해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할리우드 배우 중 한 명인 로다주.
현재 각종 커뮤니티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조만간 출연하는 드라마의 작가와 감독이 모두 한국인이었으니.
국뽕의 민족답게, 내 인기는 자연스레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재벌 사위까지 되는 거 아냐?’
이거 참 곤란해.
띠리리링─
그때, 마침 실장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네. 여보.”
-음….?
“새롬이.”
-음, 패턴이 바꼈네.
“인간은 진화하는 생물 아닙니까.”
-…. 어쨌든, 최원준 배우님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아, 우리 이웃사촌이요?”
실장님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내게 형님에 대해 물었다.
“…. 혹시 계약하시게요?”
-가능하면 해야죠. 지금 배우 엔터치고 안 끼어드는 소속사가 없을걸요.
“아하.”
소속사 입장에선 대형 물고기긴 하지.
계약금도 없이 최원준을 잡을 수 있다면.
“근데 당분간 일 욕심 없다고 하시던데요.”
-그래요?
“제가 한번 설득해 볼까요?”
-글쎄요. 그럼 저야 좋긴 한데….
“그냥 형님께 말씀이라도 드려볼게요.”
-아…. 고마워요. 작가님.
크으, 이렇게 또 여친한테 점수를 땄네.
전화를 끊고, 대본을 쓰고 있는 효주에게 말했다.
“나는 오늘 열심히 일했으니까 퇴근한다.”
“오빠, 또 고양이 밥 주러 가시는….”
“에이, 오늘은 촬영장 들렀다가 갈 거야.”
얘는 나를 뭐로 보냐.
“아, 오빠! 아까부터 지성호 배우님이 찾으시던데요?”
“음, 나를?”
“네, 톡 못 받으셨어요?”
최근에 톡이 하도 많이 와서 정 실장님 말고는 전부 무음으로 바꿔놨다.
특히, 얼마 전에 준이 형님이 방송에 나오고 나서는 연락이 미어터졌다.
“어딨는데?”
“지금 휴게실에 계실 거예요.”
시트콤 「쉐어 하우스」의 가장 큰 공로자 중 한 명.
여자들 중에 원탑이 희정이라면, 남자 배우 원탑은 지성호였다.
곧바로 휴게실에 들러 지성호와 대화를 몇 마디 나눴는데.
“악플러 때문에 고생하는구나.”
“네. 작가님, 요즘 너무 힘들어요.”
“…. 그렇구나.”
“악플러 닉네임이 채담채담이거든요.”
“응?”
“그래서 채담이가 기분 나빴나 봐요. 크게 싸웠어요.”
“…. 다 알겠는데.”
대체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지를 잘 모르겠네.
“요즘 악플이 수위가 약해지긴 했지만….”
“그럼 된 거 아니에요?”
“에이, 트라우마가 원래 제일 무서운 법이죠. 요즘은 악플이 공포 영화보다 무섭다니까요?”
“거, 무슨 악플 가지고….”
두근─
어라, 뭔가 익숙한 감각인데.
“이럴 거면 차라리 공포 드라마나 한 번 더 찍고 말지.”
“뭐? 그, 그딴 재수 없는 말 하지 마!”
두근─
계속해서 심장이 두근삼근거렸다.
“에휴, 진짜 그냥 공동묘지를 가는 게 악플보다는 낫다니까요?”
“야, 이 자식아!”
곧바로 지성호의 멱살을 잡고 주둥이를 틀어막으려고 했지만.
띵동─
‘…. 아니야, 제발 이러지 마.’
【내용 :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시즌2 1부】
【장르 : 공포, 스릴러, 인터넷 방송, 에피소드】
【장소 : 일본 자살의 숲, 아오키가하라 랜덤지정】
【제한 시간 :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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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자살의 숲 같은 소리 하네.
“야 이 개새끼야!!!”
시스템에 욕을 퍼부었는데, 대답은 지성호가 대신했다.
“혀, 형님, 왜 그러세요.”
“닥쳐. 너 때문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