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48)
진우가 일본에서 라이브 방송을 켠 저녁 시간.
그의 방송을 손꼽아 기다리던 인물이 있었다.
‘공지를 미리 올리긴 했지만…. 진짜였을 줄이야.’
소채담은 진우의 방송을 보며 전율했다.
그가 비춰주는 살벌한 배경은 그야말로 취향 저격이었으니.
“크으….!”
자살의 숲, 아오키가하라에서 방송을 하는 김진우.
언젠가 가봐야겠다고 다짐했던 곳이었는데.
‘이왕이면 나 좀 데리고 가시지. 힝.’
두 명의 열애 소식을 들었을 때는 진심으로 그들을 축하했었지만.
오늘만큼은, 함께 저곳에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새롬이 부러웠다.
터벅, 터벅─
어느새 도로의 끝에 다다르고, 결국 숲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그중, 김진우 작가는 스마트폰으로 새롬을 찍고 있었다.
찌르르르─
벌레 울음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풍경.
얕은 늪처럼 푹푹 빠지는 눅눅한 바닥.
기이하게 꼬여있는 나무들 사이에는 음침한 이끼가 듬성듬성 자라났다.
-으악!
-왜, 왜요!
겁이 없는 정새롬 실장조차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김진우가 손을 들어 가리키는 곳에는 놓여있는 두 쌍의 신발.
다른 곳이었다면 아무렇지도 않았겠지만, 이곳은 자살의 숲이 아닌가.
“오아…. 유품이야?”
순간, 양팔에 소름이 돋았다.
두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손을 꼭 잡고 앞으로 나아갔는데.
곧이어, 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근처의 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진짜 여기서 글을 쓰시게요?
-네. 스터디 윗 미 인 포레스트.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청자들 중에는 지독한 컨셉충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그의 모습을 보는 채담은 슬쩍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진우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 줄 알고 있었기에.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시즌 투!!!”
김진우 작가와 함께 전국의 공포 스팟을 순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오싹한 기운은 아직까지 짜릿한 감각으로 남아있었다.
“지누킴, 믿고 있었다구!”
이제는 해외로 영향력을 뻗어 나가는구나.
열심히 대본을 집필하는 걸 보니, 조만간 자신을 부르지 않을까 기대했다.
이미 언론에서 김진우의 할리우드 진출을 조심스럽게 예측하던데.
아마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해외에서 대본을 쓰고 계시는 건 아닐까.
“오늘부터 성호 오빠는 그만 괴롭혀야지.”
최근 댓글은 순하디순한 맛으로 달고 있는데도 신경질을 부렸다.
채담은 즐거운 마음으로 진우의 방송을 지켜봤다.
일본에서도 악명 높은 자살의 숲이었지만.
그렇다고 일반인이 시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일본의 자위대가 주변을 순찰하며 1년에 수십 구 정도를 찾는 게 전부였으니.
‘휴우, 다행이야.’
사실, 채담은 노딱 먹고 방송이 짤리면 어쩌나 내심 조마조마했었다.
사파리에 이어, 이색 장소에서 선보이는 ‘스터디 윗 미’ 방송.
그런데, 언제부턴가 시청자들은 하나씩 이상한 채팅을 달기 시작했다.
-방금 사람 목소리 안 들림?
-무슨 소리 들은 거 같은데
-ㅈㄴ 무섭네 ㄷㄷ
-얘들아 그러지 마 제발 ㅠㅠ
-나는 안 들리는데;;;
-이게 뭐가 무서워 ㅋㅋㅋ 오늘 엄마랑 자야지
정새롬 실장은 채팅창을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작가님…. 작가님?
대답도 없이 노트북에 집중하는 김진우.
너무 집중하면 주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제가 잠깐 둘러보고 올게요.
시청자들은 말렸지만, 새롬은 정말 겁도 없이 혼자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잠깐만, 이거….”
사망 플래그잖아!?
* * *
울창한 나무들이 달빛조차 가린 나무의 바다, 주카이 숲.
인위적으로 만든 캠핑 흔적이 있는 어느 공터.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오직 내 타자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타닥, 타다닥─
대략 서너 시간 동안 이어지는 대본 집필 활동.
타국의 땅에서, 그것도 으스스한 숲에서 쓰려니 현타가 찾아오지만.
‘그래도 거의 다 썼네.’
타닥, 타다닥─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S2 1부」
시즌 2에서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되긴 했지만 주연급은 그대로였다.
개인 방송을 하는 지성호.
귀신을 보는 소녀 소채담.
악귀에 씌인 곽무당까지.
극 중, 개인 방송의 성장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 지성호 쉑.
이거, 아무래도 첫 촬영지는 아오키가하라 숲으로 잡아야 할 것 같다.
원귀를 달래주는 신당에 찾아가서 라디오로 귀신의 주파수를 맞추는 내용.
그 과정에서 소채담은 곽무당이 빙의한 악귀의 말소리를 해석하는데.
‘첫 방송부터 전작이랑 이어지는구나.’
이후 떡밥은 세계 각지를 돌며 공포 스팟을 찾는다.
얘들이 찾으면 될 걸, 왜 내가 직접 찾아다니는지는 모르겠다.
‘제작비….’
일단 첫 작이 잘 됐으니까, 어떻게든 디지니랑 실장님을 믿는 수밖에.
난생처음으로 시즌제 작품을 쓰게 된 셈이었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이 주카이 숲만 아니었으면 감흥에 젖었을 텐데.
“응? 새롬 씨 어디 가셨지….?”
분명히 아까까진 내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스마트폰을 들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지누야 여친 좀 챙겨 제발
-새롬이 어디 갔냐고 ㅠㅠ
-주변에 소리가 들려서 확인하러 갔어
-왔던 길로 돌아갔음 ㅋㅋㅋㅋ
-그냥 스터디 윗 미 접고 연애튜브 ㄱㄱ
대본에 집중할 때 주변 소리를 못 들을 때가 종종 있었다.
무슨 소리가 들려서 혼자서 갔다고 하는데.
‘어휴, 그걸 왜 혼자 가.’
진짜 겁이 없는 건가.
귀신까진 아니더라도, 개인 방송 보고 찾아온 시청자면 어쩌려고.
‘웬만하면 새롬 씨가 더 세겠지만.’
하여튼, 시청자들이 가리키는 장소로 급하게 움직였는데.
왔던 길로 돌아가던 와중에, 저 멀리서 새롬 씨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왔다
“꺄아아아아악!!!”
“뭐, 뭐야.”
“자까니이이임!!!”
“????”
그동안 언제나 여유와 기품을 잃지 않았던 우리 여친.
저렇게 급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귀, 귀싱! 귀신!!!!”
“…. 세상에나.”
우리 새롬이가 달라졌어요.
귀신은커녕 사이코패스도 무섭지 않다던 우리 여친님이.
“몰카치고는 너무 단순한….”
“몰카 아니라고!!!”
휙─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 실장님의 연기력은 수준급이었다.
이거 혹시 나한테 배역 하나 달라고 떡밥 뿌리는 건가.
“행님들, 이런 게 살신성인이 아닐까요.”
그녀 덕분에, 스마트폰에 올라오는 채팅창은 폭주했다.
그저 새롬이 여유롭게 미소만 지어줘도 자지러지던 그들이 아닌가.
-졸귀탱ㅋㅋㅋㅋㅋ
-나 기싱 꿍꼬또 무서워또 ㅠㅠ
-남친 너튜브 키워주는 여친 클라스
-진짜 사랑스럽네
-그냥 닥치고 몰카 속아주라고 김진우 ㅡㅡ
-눈치 챙겨
이걸 진짜로 속아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 빨리요! 작가님 도망가야 해요!”
“….”
“빨리!!!”
“우쭈쭈, 알겠어요.”
“야 이런.”
맞을 뻔 했다.
졸지에, 우리는 한밤중에 런닝으로 왔던 길을 돌아가야만 했다.
우리 실장님, 무슨 운동을 얼마나 오래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허억, 허억….. 실장님, 제발 좀만 쉬었다가 가요.”
“지금 쉴 시간이 어딨어요! 빨간 옷 입은 미친 여자가 따라올지도 모른다구요!”
“…. 새롬 씨도 빨간 옷 입었잖아요.”
“아니, 그 여자는 머리가 막 이렇게, 이케!”
“어우야.”
양손으로 미친 여자를 표현하는 우리 실장님.
이렇게 흥분한 모습을 처음 보니까 신선하면서도.
“너무 귀여운데?”
“…. 아잇,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에요!”
“하하.”
상당히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하는 여친님.
누가 보면 진짜 귀신이라도 만난 줄 알겠어.
“음, 그럼 우리 저기 코너만 돌고 쉬어요.”
“으으, 일단 따라와요.”
내 손목을 붙잡고 다시 뛰기 시작하는 우리의 러너 정새로이.
그런데, 우리 여친님이 앞장서서 코너를 도는 그 순간.
두 여인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는 아름다룬 하모니를 만들었다.
“꺄아아아악!”
“끼야아아악!!”
당연히 나도 깜짝 놀라긴 했지만.
쉬이익─
바로 그때, 전방에 회심의 돌려차기를 날리는 의지의 정 실장님.
우리 여친님, 말보다 몸이 먼저 나가는 타입인 줄 처음 알았네.
“커어억!”
이내, 배낭에 발차기를 얻어맞고 땅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확인하니.
“…. 야마토 상?”
옆에서 소리를 빽빽 지르더니, 어느새 혼절한 리코까지.
사태를 파악하기까지 우리에게 30초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미친 ㅋㅋㅋㅋㅋㅋㅋ
-혼파망이네 ㅋㅋㅋ
-새롬 몰카가 아니라 찐이었어?
-빨간색 옷이랑 산발 머리? 이왜진 ㄷㄷ
-저분 진짜 기절한 것 같은데 ㅋㅋㅋ
-김진우 방송은 매일이 레전드임 ㅋㅋㅋㅋ
-개꿀잼 몰카 맞자너 ㅋㅋㅋㅋ
-스터디 윗 미 지루하다고 떨어져 나간 얘들 억울하겠네 ㅋㅋㅋㅋ
실장님은 이제서야 다시 평온한 표정을 짓고 눈을 감았다.
“실장님, 괜찮아요?”
“…. 안 괜찮아요.”
“역시 귀신을 본 충격이 아직….”
“아니, 그거 말고요.”
나는 대화를 멈추고, 조용히 개인방송을 꺼 버렸다.
“…. 쪽팔려서 죽을 것 같아요.”
물론, 다음 날 양국에 기사가 터지는 걸 막을 순 없었다.
* * *
며칠 뒤, 템페스트 엔터 내 작업실.
오늘도 어김없이 다양한 뉴스들이 쏟아졌다.
촬영을 위해 브라질로 떠난 로다주나 에바와 관련된 기사라든지.
라이브 방송 중에 기절한 일본의 유명 여자 연예인이라든지.
“오빠, 벌써 구독자 300만 찍었어요.”
회사에 출근한 효주와 함께 무편집 라이브 방송을 확인했다.
“귀신 방송이 크긴 컸나 봐.”
“그것도 있고, 지금 현신 자동차 광고도 너튜브에 올라왔잖아요.”
“오, 빠르네.”
드라마 형식의 5분짜리 풀버젼 영상.
TV 광고에서는 30초로 줄어들 것이다.
‘로미오, 진짜 데뷔했구나.’
너튜브 알고리즘이란 뭘까.
관련 영상으로는 얼마 전에 찍은 내 라이브 영상이 이어졌다.
“영어랑 일본어 댓글이 엄청 많아요!”
“요즘 해외 팬이 많이 붙어서 그래.”
사파리 때 이후 꾸준히 늘어나던 외국인 구독자들.
그들의 관심에 힘입어 순식간에 구독자가 폭증했다.
‘일본어도 많은 걸 보면….’
최근에 일본에서 인지도가 많이 오르긴 했나 보네.
한국에서는 거의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너튜브를 통해 체감하는구나.
“오빠, 리코 배우님은 좀 괜찮으시대요?”
“응. 바로 깨어났어.”
사실 리코보다 실장님이 훨씬 걱정이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모습을 보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다음부터는 안 데려가야겠다.”
“누구요?”
“여친님.”
“아….”
개인적으로 살짝 망가진 모습도 귀여웠지만.
본인이 너무 싫어하니까 어쩔 수 없지.
띠링─
그때, 효주의 스마트폰에 알림이 울렸다.
“대박, 오늘 편성 확정 난다고 했는데.”
“편성? 희정이 드라마?”
“네!”
이내, 성기훈 감독님의 톡을 확인한 효주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어, 어쩌죠?”
“응? 왜 그래.”
“저 오현식 선배랑 방송 시간 겹쳐요. 그것도 절반 이상이나.”
“…. 쫄았니?”
“아뇨, 그게 아니라…. 김태성 배우님을 어떻게 이겨요.”
“흠.”
‘태간지’라고 불리는 1티어급 배우.
저번에 오현식이 술자리에서 부르니 마니 하면서 깝죽거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명실상부 탑급 배우긴 하지만, 효주의 캐스팅도 나쁘지 않았다.
“임재준이랑 김희정이면 충분히 해볼 만해.”
“…. 저기, 오빠.”
“응?”
“그냥 오빠랑 공동 집필한 거로 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럼 시청자들도 많이 기대할 텐데….”
“뭐?”
“저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요. 어차피 오빠가 많이 편집해 주셨으니까….”
“….”
효주가 이렇게 자신감이 결여됐을 줄은 몰랐네.
“너 바보냐?”
“네?”
이민주 밑에 있을 때 내 이름 빠지는 게 얼마나 서러웠는데.
얘는 바보처럼 지가 쓴 것도 못 지키고 내 이름을 빌리려 한다.
“임재준은 내 첫 드라마 주연이야. 지금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탑배우고.”
김희정도 인정하기 싫지만 누가 봐도 탑스타가 맞다.
무려 시청률 20프로대를 쭉 유지한 120부작 시트콤의 여주인공이니까.
“효주야, 걔들은 니 작품을 선택한 거야. 성 감독님도 그렇고.”
“네?”
“템페스트 소속이라서, 친하다고 같이 해주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아, 음….”
“너는 아직도 정 실장님을 몰라? 안 될 작품에 잘나가는 배우들을 꽂아주실 것 같아?”
“…. 아뇨.”
효주는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오빠, 죄송해요. 제가 한번 열심히 해볼게요.”
“당연히 그래야지. 아, 너 근데 보조 작가는 안 필요해?”
“회사에서 자료 조사나 편집 도와주기로 했어요.”
“그래?”
“네! 의사나 법률 관련된 내용은 어려워서.”
“잘됐네.”
보조 작가의 주 업무는 원래 자료 조사.
내가 편집만 조금 도와주면 충분히 홀로서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부 오빠 덕분이에요. 정말 감사해요.”
“내 덕분은, 무슨.”
“역시 오빠는 변 팀장님 다음으로 세상에서 제일 멋있어요!”
“응. 됐고, 오현식한테 개발리면 작업실에서 방 빼라.”
“…. 방금 한 말 취소.”
띠리리링─
그때,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름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쏘블리?”
소채담 배우님이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아니지, 왜 전화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네.
“여보세요.”
-작가님, 우리 만나요. 만나서 얘기해요.
“…. 왜요.”
저 여친한테 혼나요.
-비지니스 해야죠.
“비지니스?”
* * *
최종적으로 촬영지를 점검하는 심주원 감독.
그는 현장을 돌아보면서 기이한 경험을 했다.
대본을 읽고 어떤 촬영 기법으로 찍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어.’
촬영장에 서는 순간, 어떻게 연출할지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그려졌다.
정적인 촬영이 요구되는 이전 작품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와우.”
함께 주변을 둘러보던 로버트 다리우스 주니어도 감탄사를 터트렸다.
“하하하. 역시 디지니 플레이로군.”
“네?”
“이렇게 완벽한 촬영지를 찾는 건 제작사의 중요한 덕목이죠.”
“…. 동의합니다.”
“안젤라 지부장님이 촬영지 헌팅을 담당했다죠?”
“네. 저도 참여하긴 했지만, 거의 지부장님이….”
사실, 그녀의 실력이 뛰어난 건 분명했다.
하지만, 이미 웹예능 촬영차 아마존에 들렀던 심주원은 알고 있었다.
‘여기, 김진우 작가님이랑 왔던 곳이잖아.’
서둘러 디지니 측에서 헌팅한 사파리의 초원 사진을 살펴봤더니.
이번에도 역시나 마찬가지로 진우의 너튜브에 오른 웹예능에서 본 듯한 풍경.
‘…. 우연일까?’
김진우 작가와 작업했던 다른 감독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전한다.
퍼즐 조각이 잘 맞춰지는 듯이 대본과 촬영이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하늘이 내린 천재….”
아카데미에서 단편 다큐상을 거머쥔 감독의 눈에도.
김진우 작가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천재로 보였다.
헌팅지에서 대본만 봐도 촬영 구성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게 우연일 수는 없었기에.
남들은 오스카상을 타고 템페스트에 전속 계약한다고 바보라고 욕했지만.
글쎄, 오히려 템페스트에 남은 감독 자리가 다 차기 전에 들어온 게 큰 행운이 아닐까.
‘김진우 작가님이 남아있는 이상은….’
* *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4층 휴게실.
회사까지 찾아온 소채담이랑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쏘블리 입 좀 어떻게 못 꿰매나?’
아까부터 해외에 가고 싶은 공포 스팟을 줄줄 읊고 있었다.
이거, 시스템이 어딘가에서 귀담아듣고 있을 게 틀림없는데.
“스코틀랜드 오버톤 다리는 아시죠!? 개들이 산책하다가 무조건 뛰어들어 자살한다는 다리요!”
“그딴 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에이, 같은 선수끼리 왜 이러실까.”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이러다 진짜 무슨 일 날 것 같다.
띵동─
아오, 진짜. 이럴 줄 알았어.
알면서도 매번 당하네.
【내용 :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시즌2 2부】
【장르 : 공포, 스릴러, 인터넷 방송, 에피소드】
【장소 : 멕시코 소치밀코, 인형의 섬】
【제한 시간 : 10일 】
【※ 다이아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150억 원】
“인형의 섬….?”
“오, 거기도 좋죠! 눈알 빠진 인형, 너무 좋아!”
“…. 어휴. 나한테 왜 그래요, 진짜.”
“왜요. 이거 공적인 일이잖아요!”
“공적인 일?”
“같이 드라마도 찍고, 너튜브도 찍고, 윈윈!”
상대방의 얼굴을 보니까, 세상 진지한 표정이었다.
진심으로 이게 공적인 대화라고 생각하고 있어.
‘이 사람은 제정신이 아닌 거야. 많이 아픈 사람이야.’
다음에 얘기하자고 하고 일어서려고 했는데.
필사적으로 내 팔을 붙잡고 애원을 하는 소채담.
“제발 저도 다음에는 데려가 줘요.”
“아, 왜 이래. 놔요!”
“안 놔요!”
“놓으라니까.”
“저를 버리지 마세요! 제발!”
“아 쫌, 미친 소리 하지 마시고.”
드르륵─
바로 그때, 휴게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김희정?”
“뭐야, 오빠! 이런 사람이었어?”
“뭐래.”
“그래, 갑자기 분가할 때부터 이럴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5년 동안 더 같이 살자고 했잖아!”
“개소리 집어치우고, 이분 좀 떼어내 봐.”
“실망이야!”
…. 나는 너한테 실망할 기대감도 없어요.
“잘됐다. 너도 우리랑 같이 가자.“
“응?“
내 말을 듣고, 채담은 기쁜 듯이 소리 지르며 희정에게 다가갔다.
“우리랑….! 그 말은 저도 당연히 간다는 뜻이죠!?”
“?????”
새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냉큼 갔다 오면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