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50)
한국의 너튜버들 사이에서는 뜬금없이 제로투 댄스 챌린지 열풍이 다시 불었다.
그 인기의 주역은 연예인도 아니고 셀럽도 아니었다.
잘 나가는 제작사의 실장이자, 지금은 김진우 여자친구로 널리 알려진 인물.
“오우야, 우리 실장님 다시 봤어. 춤도 잘 추시네.”
여민서는 손뼉을 치며 새롬의 제로투 댄스를 구경했다.
누군가의 요청에 있었는지, 진우 TV의 멕시코 라이브 방송은 곧바로 내려갔지만.
“이미 박제되셨구나.”
이 얼마나 이타적인 너튜브 시장인가.
온갖 채널에서 새롬의 댄스 영상이 돌아다녔으니.
혹시 못 본 사람이 있을까 봐 많이들 걱정했던 모양이다.
《정새롬 제로투 댄스 외국인 리액션 모음 ㅎㅎ》
《새우 커플 제로투 콜라보를 합성해 봤어요!》
《정 실장님 댄스를 보고 제로투를 배워보자 ㅋㅋㅋ》
하나 같이 수십만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무려 300만 너튜브 구독자들의 화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저 관련된 영상을 올렸다 하면 무지성으로 쫓아가서 댓글을 다는 ‘진우단’이 존재했기에.
김진우와 엮이면 화제의 중심이 되는 게 일상이 아닌가.
뒤늦게 마법소녀 분장을 하고 제로투 댄스를 추는 너튜버와 셀럽들도 존재했다
여민서는 알고 있을까?
이러한 사회 현상을 최초로 발생시킨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어휴, 실장님 지금 남친이 언제 돌아오나 오매불망 기다리시던데.”
건너 듣기로, 오늘 귀국하는 김진우 작가가 회사에 들른다고 들었다.
아무쪼록 목숨만은 부지할 수 있기를.
그래야 마법소녀 시즌 2도 써주실 거 아냐.
“하여튼, 국보급 손가락은 다치면 안 됨.”
이제 여민서는 마법소녀 분장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매일 코스프레 하는 사람은 코스프레가 일상이 되듯이.
띠링─
그때, 매니저에게 다음 스케줄을 전달받았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일정이 있다면.
“전국사랑봉사협회.”
얼마 전에 오랜만에 들른 봉사 단체에서 추천받은 홍보대사.
웬만하면 거절하려고 했지만, 원장님이 너무 간절히 부탁하셔서.
그 외에 다른 스케줄은.
“…. 오늘 들어온 작품도 죄다 허접하네.”
이미 탑스타가 됐음에도 만족할 만한 작품이 안 들어왔다.
김진우 작가의 작품만 하다 보니 눈이 높아진 탓일 지도 모르겠다.
“마법소녀 수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이왕 마법소녀가 되어버린 몸.
인기라도 얻어야 덜 억울하지 않을까.
최근에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시즌 2 대본을 쓰고 있다고 전 세계적으로 광고하시던데.
조만간 마법소녀 Part 2도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었다.
돈보다 중요한 건 명예.
솔직히, 이제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을 많이 벌었지만.
그래도 배우로서 커리어를 더 많이 쌓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작가님께 여쭤봐야겠다.”
워낙 대본을 빨리, 그리고 잘 쓰시니까.
현재 다른 대본을 쓰고 있음에도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었다.
언젠가 진우와 불편했던 사이였던 적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제는 그의 대본이 없으면 작품을 고르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물론, 그녀는 스스로 그런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강남의 한 카페, 두 명의 여자들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새롬아, 괜찮은 거지?”
“당연하지. 안 괜찮을 건 뭐야?“
“다행이네.“
새롬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내심을 숨기고 평온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라이브 방송이잖아. 방송은 방송일 뿐이야.”
“오오, 그럼 미리 짜고 연기한 거였어?”
“응. 당연하지. 우리 남친이 그렇게 생각이 없을 리가 있겠어?”
“아, 그러네. 니 남친 천재 작가잖아.”
“그야, 뭐…. 보통이야.”
대화를 나누는 상대는 오랜 친구였다.
현신 자동차에서 유일하게 여자의 몸으로 상무에 오른 인물, 주영지.
새롬과 미국 유학 시절부터 가장 친했던 친구이자, 현신 그룹 오너의 딸.
“하여튼, 요즘 인터넷에서 네 얘기밖에 안 들려.”
“…. 남친 덕분에 유명해지고, 아주 기분 좋네.”
친구랑 대화하다가 갑자기 또 열 받았다.
전화로 사과를 받았을 때 화가 다 풀린 줄 알았는데.
그때, 조영지는 새롬에게 넌지시 말을 꺼냈다.
“새롬아, 우리 모임에도 나오고 그래.”
“무슨 모임?”
“하아, 너무 안 나오니까 이름도 잊었구나?”
“…. 포트릭 클럽.”
“응. 맞아.”
미국 유학 때, 아이비리그 출신 한국인들이 만든 사조직이었다.
절반쯤은 재벌로 구성되었고, 나머지 멤버들도 상류층에 속하는 인재들.
이제는 시간도 제법 흐르고,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겠지.
“포트릭 클럽 회장은 아직 그대로야?”
“응. 동작 유업 아들.”
“…. 그 사람 허세가 너무 심해서 싫은데.”
“그건 나도 인정.”
그래도 주영지는 포기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까 다음 모임이 커플 동석이거든. 그때 남친이랑 같이 나오지 그래?”
“아니, 됐어.”
“김진우 작가님 팬들도 많을걸? 다들 얼굴 한번 보고 싶어 해.”
“글쎄, 진짜 팬이 맞을까?”
겉으로는 사람 좋은 척 위선 떨면서, 실제로는 인성이 파탄 난 재벌 2세가 한두 명이 아니라서.
“에이, 김진우 작가님 상업광고 잘 안 찍기로 유명하잖아. 내 생각엔 진짜 인기 많을 거야.”
“…. 결국 목적이 있다는 거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생각이나 해보라고.”
“그래, 다음에 봐서.”
띠링─
그때, 한국에 도착한 진우에게서 톡을 받았다.
[공항이에요. 회사로 갈게요 ㅎㅎ]
미운짓만 골라서 하는 남친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볼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만 일어날게.”
“아, 그래. 다음 모임 때 오는 거로 알고 있는다!”
“일단 진우 씨한테 한번 여쭤보고.”
* *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멕시코에서 돌아오자마자 희정이랑 같이 실장실에 불려갔다.
급식 먹을 때 학주 쌤한테 불려갈 때보다 더 긴장되는 건 착각일까.
똑, 똑─
“들어오세요.”
의외로, 평온한 어조로 우리를 맞이하는 실장님.
“두 분, 여행은 잘 다녀오셨나요?”
“…. 여행이라기보단 일이었죠. 신성한 노동.”
“일을 만들러 간 건 아니고?”
“….”
아직 제로투 앙금이 안 풀리셨나.
솔직히 나는 조금 억울한 측면도 있었다.
당연히 나 때문이 아니고 김희정 때문이지.
“야 김희정, 이게 다 니 탓이잖아.”
“내가 뭘?”
“그게 무슨 영상인지 미리 말을 했어야지! 이 좌식아.”
그래야 나 혼자서 고이 간직하지.
“와아, 이걸 내 탓을 한다고?”
“응. 니 탓이야.”
“그러게, 오빤 왜 그걸 시청자들 앞에서 봐!?”
“좋은 건 같이 봐야…. 아니, 미리 말했으면 혼자 봤겠지, 인마!”
“내가 언니한테 세 번 화나면 보라고 분명히….”
“…. 둘 다 조용.”
실장님은 나직한 어조로 두 명의 행정 처분을 내렸다.
김희정은 SNS 1년 금지.
나는 스킨십 1년 금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내가 너무 손해인 것 같다.
SNS, 고딴 게 뭐라고 스킨십이랑 동급이란 말인가.
“어, 언니 제발 자비를….”
“안 돼. 돌아가.”
울상을 짓는 희정이 표정을 보면 SNS 금지가 작은 처벌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SNS는 제 삶의 일부예요!”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 힝.”
희정이가 사라지고, 나는 혼자 남아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실장님, 저 오늘 안 차이는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는 만나자마자 차일 줄 알았는데….”
“이런 걸로 헤어질 거면 만나지도 않았네요.”
“…. 아니, 그게 아니라.”
빛의 속도로 걷어차이는 줄 알았는데요.
물리적으로 존나 아프게.
“하여튼, 다들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됐어요.”
“저기, 실장님.”
“네.”
“멕시코 다녀오는 사이에 벌써 촬영도 끝났죠? 천상의 멜로디.”
“맞아요. 지금까지 중에 시청률이 최고 수준이네요.”
솔직히, 이번 드라마의 성공은 예견되어 있었다.
유설아와 세미.
맥스 음악감독.
재벌 3세 정형식.
게다가, 작품 외적으로도 나와 관련된 이슈들이 다양하게 터졌으니.
“실장님, 이제 형식이도 단번에 탑스타가 됐네요.”
“그럼요. 초대박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인걸요.”
“그럼 앞으로 배우로서 탄탄대로의 길만….”
“군대 가요.”
“네?”
“제 사촌 동생 형식이, 군대 가요.”
“갑자기?”
“숙모께서 형식이가 휴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아….”
“촬영 끝나자마자 머리 빡빡 밀었어요.”
“….”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아까운 배우를 잃은 기분이다.
“…. 재벌은 군대 안 가는 줄 알았는데.”
“요즘 그러면 큰일 나죠.”
“그런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국가의 부름을 받았으면 가야지.
“그럼 저는 대본 정리하러….”
“저기, 작가님.”
“네?”
이내, 실장님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가끔 다니던 모임이 있거든요.”
“???”
* * *
새롬 씨가 같이 가는 게 어떤지 물어본 재벌가 사교 클럽.
뭔가 엄청 불편한 자리가 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가야지.’
남정네들이 득실거릴 텐데, 그런 자리에 혼자 보낼 순 없지.
솔직히, 재벌만 아니면 나도 어디서 꿀리는 위치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인지도나 대중성은 재벌보다 윗줄일 수도.
“옷 한 벌 사야겠네.”
괜히 새롬 씨한테 폐 끼치면 안 되지.
나 때문에 제로투밍아웃까지 당했는데.
드르륵─
그때, 작업실 문이 열리고 효주와 밍쁨이 함께 들어왔다.
“오빠! 오랜만이에요.”
“어, 그래.”
“오늘 실장님한테 안 맞았어요?”
“…. 다행히 안 맞았네.”
“와우, 어제 오셨으면 뼈도 못 추렸을 텐데.”
“응?”
“어제까지만 해도 화가 많이 나셨거든요.”
“….”
“역시 오빠는 행운의 사나이!”
“고맙다, 야.”
이내, 우리의 대화는 천상의 멜로디에 대한 주제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내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반응이 뜨거운 작품이었으니.
“이제 마지막화밖에 안 남았어요.”
“그러게.”
결국 마지막회 직전까지 30프로 후반대의 시청률을 유지한 드라마.
오늘만 해도 과연 시청률 40프로를 찍을 수 있을지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그건 나도 좀 떨린다.”
“4층에서 다 같이 볼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새롬 씨랑….”
“아뇨, 그날 실장님은 변 팀장님이랑 같이 미팅 잡혔대요.”
“까비.”
확실히, 너튜브와 OTT 시장의 성장으로 시청률을 올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결국 시스템이 보여주는 영상을 대본으로 옮기는 건 내 손가락이니까.
딱 올라가는 시청률만큼, 내 표현력이 올랐다는 증거로 봐도 되지 않을까.
“아, 효주야.”
“네?”
“드라마 마지막회까지 방영하면 곧바로 정 배우님 군입대 발표 나갈 거야.”
“정 배우님이면….?”
“정형식 배우님.”
“….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순간, 밍쁨이 평소와 달리 큰 소리로 내게 물었다.
“군대 가기로 했어.”
“앗, 아….”
“뭐지, 이 반응은?”
“…. 우울하네요.”
찐이야, 뭐야.
표정이랑 말투랑 뭔데.
“둘이 사귀어?”
“아뇨, 그냥 썸이에요.”
“혹시 너 혼자만 썸 타는 건 아니지?”
“형식이가 먼저 들이댔어요.”
“…. 그새 말도 놨어?”
“네.”
우리 회사는 대체 정체가 뭐냐.
여기만 오면 다 같이 대가리에 꽃밭이 들어서는 건가.
‘아니, 나부터가 일단….’
이러다 진짜 김희정도 누구 만난다고 하는 거 아니겠지?
“으으, 군대를 기다려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니, 뭐야. 진짜 사귀어?”
“아뇨, 그냥 썸이에요.”
“….”
그만 신경 쓰자.
* * *
며칠 뒤, 「천상의 멜로디」 마지막회 방송 날.
템페스트 엔터 4층, 플레이 그라운드에 회사 사람들이 모였다.
특히, 희정은 오랜만에 한국에서 만난 친구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깡쭌! 이게 얼마 만이야!?”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크으, 금의환향했네.”
“무슨.”
“어휴 눈부셔. 우리 깡준이 많이 컸어. 이제는 빛이 난다, 빛이 나.”
“…. 고만해라.”
일본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에 도전한 강준.
때때로 주인공 야마토를 압도하는 연기를 보여주며 활약을 펼쳤으니.
‘희정이는 항상 똑같네.’
슬쩍 미소를 짓는 강준을 보고, 희정이는 대화를 이어갔다.
“요즘 일본에서 인기 장난 아니더라? 깡사마.”
“에이, 너만 하겠냐.”
“응? 아, 한국에서도 쉐어 하우스 인기가 나쁘지 않았지.”
“아니, 작가님 너튜브 채널 말이야. 오지는 픽이랑 인형의 섬, 너밖에 안 보였어.”
“…. 거기선 깜짝 놀라는 모습밖에 안 보여줬을 텐데?”
“그게 좋았어.”
“음….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아니, 진심이야. 나는 그렇게라도 네 얼굴 봐서 좋았는데?”
“으, 응?”
오랜만에 만났더니, 그새 약을 처먹었나.
어디서 이렇게 느끼한 말을 배운 건지.
“깡 씨, 오빠한테는 연락했어?”
“그럼, 연락드렸지.”
“요즘 오빠가 대본 쓴다고 미쳐 날뛰고 있어, 네가 잘 좀….”
그때, 그들의 대화에 개입하는 여인이 있었다.
“저기, 지금 김진우 작가님이 어디 계신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 여민서 선배님!”
“네. 희정 씨.”
원래도 다가가기 힘든 타입이었는데.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고 나서부터는 왠지 모르게 더 어려웠다.
지금도 꾸준히 잘 팔리는 블록버스터 대작의 원탑 주연 배우였으니까.
“어….? 작가님!”
순간, 여민서는 희정의 뒤에서 나타난 진우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아, 네. 그렇긴 한데….”
“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친했더라? …. 요.”
“….”
여전히 뇌를 거치지 않고 말을 뱉는 진우였다.
“요즘 작가님 너튜브 매일 챙겨보고 있어요.”
“아하, 시청자님이셨구나. 그럼 친한 거 맞습니다.”
“…. 그래요. 어쨌든,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더라.”
여민서는 진우의 의도치 않은 공격을 받고 잠깐 당황했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앞에서는 정상적인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으니.
“아, 그렇지. 마법소녀 파트 투….”
“오, 시작한다! 드라마부터 보시죠.”
“네?”
“오늘 천상의 멜로디, 같이 보려고 오신 거 아니에요?”
“아뇨, 저는 그냥 여쭤볼 게 있어서….”
“일단 드라마나 같이 봐요.”
“….”
잠시 후,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오늘 세미의 자작곡이 처음 공개되는 날이었다.
보통 음악 차트에 먼저 깔리는 게 보통이지만, 드라마를 위해 일부러 아껴놓은 곡.
극 중, 세미는 라이벌 관계의 유설아와 처음으로 합동 무대를 꾸몄다.
“와, 다시 들어도 노래 좋네. 미씽유.”
“작가님, 세미 씨가 노래를 저렇게 잘했어요?”
옆에서 여민서가 놀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원래 잘하셨죠.”
“메인 보컬은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도 엄청난 가창력을 뽐내는 건 아니었다.
깊은 감정과 호소력으로 모든 단점을 덮어버렸을 뿐.
“누구를 생각하면서 부르는 노래일까요.”
“글쎄요.”
“좋아하는 사람?”
“그럴 수도.”
진우는 아름다운 장면을 보면서 내심 걱정이 들었다.
‘내 마음대로 바꾼 결말.’
원래는 유설아와 세미의 관계가 틀어지고 유학으로 끝나는 엔딩이었지만.
정기태 대표의 집에서 집필할 때, ‘자유 편집’을 써서 해피 엔딩으로 바꿔버렸다.
‘나 때문에 40프로 못 찍으면 어떡하지.’
지금도 충분히 성공한 작품이지만, 그래도 걱정이었다.
괜히 결말을 바꿔서 배우들 커리어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닐지.
“작가님.”
“…. 네?”
“표정이 왜 그렇게 안 좋아요?”
“아뇨, 그냥 혼자….”
“지금 40프로 찍었다고요!”
“네?”
여민서 배우의 말대로, 직원들은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축제 분위기였다.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는, 아니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3년에 한 번쯤 나올 법한 기록을 세웠기에.
띵동─
【‘통곡의 벽을 깨다’ 임무를 달성했습니다.】
【히든 미션을 완료하여, 특전이 주어집니다.】
【장소 선택권(4지선다)을 획득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업적 달성과 보상.
시스템이 장소에 관련해서는 상당히 엄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베네핏으로 장소도 고를 수 있으려나.’
마침 대본 편집도 마쳤으니, 편하게 보상을 사용했다.
띵동─
【다음 중, 대본 집필 장소를 선택해 주세요. 】
【1. 프랑스, 카타콤 공동묘지】
【2. 일본, 이누나키 터널】
【3. 미국, 더 스탠리 호텔 217호】
【4.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캐슬】
그러니까, 이렇게 네 개가 각각 어떻게 다른 건지 설명 좀.
‘에라이, 십장생아.’
시스템 쉑,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지?
“저기, 작가님.”
“네.”
“아까 하려던 말을 계속하자면….”
“음….”
여민서 배우님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말이 많았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싶으시면, 따로 시간을 마련해 드려야겠네.
“그래요. 민서 씨, 어쩔 수 없죠.”
“네?”
“그렇게 원하신다면.”
“???”
“저랑 같이 대본 쓰러 가고 싶다는 거죠?”
“…. 제가요?”
“뭐, 어쩔 수 없네요. 같이 가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