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51)
MBS 다큐국, 「그 분이 알고싶다」 제작팀.
길주창 PD는 국장과 함께 마지막 촬영에 대해 의논했다.
“이번 시즌 마무리는 특별한 사람과 함께 했으면 하는데.”
“누구….?”
“그, 있잖아. 요즘 SBC에서 잘 나가는 분.”
눈치를 보아하니 무슨 말을 할지는 뻔했다.
“유설아 배우님이나 세미 배우님?”
“어휴, 주창아! 그 분들을 우리가 어떻게 섭외하냐?”
“…. 작가님이요?”
“그래, 인마.”
이미 김희정에 이어 다른 사람으로 MC가 교체된 지 오래였다.
그 후로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바쁘다는데 어쩌겠는가.
“하아, 일단 김희정 배우님께 부탁드려 보겠습니다.”
“그래, 소고기도 좀 선물해 드리고! 적극적으로!”
“…. 네.”
무려 40프로를 찍은 드라마의 작가, 이 얼마나 위대한 인재인가.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와 영화를 합치면 손가락으로 다 셀 수도 없었다.
“근데 솔직히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
“네 이놈! 무인이 칼을 뽑았으면 끝을 봐야 하지 않겠느냐!”
‘또 지랄이네.’
국장의 나쁜 버릇이 또 튀어나왔다.
이럴 때 안 받아주면 한 해가 괴로워진다.
“대인 어른, 고견을 말씀해 주시지요.”
“쯧쯧, 요즘 김진우 협객께서 집필을 쓰기 시작한 걸 모르느냐?”
“네?”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시즌 투! 왜 너만 몰라?”
“아, 저도 소식은 얼추 들었는데….”
“PD라는 양반이 떠오르는 아이디어도 없나?”
“….”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았다.
요즘 김진우 너튜브 채널을 안 보면 대화가 안 될 지경이라.
“오지는 픽이요?”
“옳거니!”
신인이면서 한국인 최고의 다큐 감독으로 꼽히는 심주원.
다큐 제작 PD로서 부럽기도 하고 존중하는 마음도 들었다.
“작가님, 다음 집필 장소가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
“오지는 픽에 버금가는 최고의 다큐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크으, 과연 내 제자로다! 이제 그만 하산하거라.”
“예, 스승님.”
「그 분이 알고싶다」의 마지막화.
사필귀정이라고, 시작을 김진우 작가와 함께했으니.
그 끝도 그와 함께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겠는가.
“잘 마무리하면 시즌제로 가는 거야.”
“오오.”
“망하면 국물도 없고.”
“네, 국장님!”
길 PD는 국장실을 벗어나는 동시에 호기롭게 스마트폰을 들었다.
뚜루루루─
-여보세요? PD님?
“희정 씨, 잘 지내셨죠?”
-그럼요!
“다름이 아니라….”
* * *
집에서 팔자에도 없는 공포 스팟을 검색했다.
당연하게도 내게 주어진 장소가 전부 그런 장소였다.
“에라이.”
삐, 삐삐삐─
그때,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와 함께 희정이가 들어왔다.
“너 내 비번 어떻게 알았냐.”
“엄마가 알려줬는데?”
“…. 나는 사생활도 없냐?”
근데, 혼자 들어오는 게 아니었다.
“아저씨, 매트릭스는 저 방에 두시면 돼요!”
“네. 두고 가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너 지금 뭐하냐?”
“뭐하긴? 여기 누울 데가 없어서 불편하잖아.”
“….”
“아주 우리집에 살림을 차리는구나?”
“우리집이니까.”
“…. 아니, 내 집이야.”
방이 쓸데없이 세 개나 되니까 하나가 남았다.
고양이 방으로 쓰고 있는데, 가끔 희정이가 그 방에서 잘 때도 있었다.
“가끔 자고 일어나면 내가 아침밥도 해주잖아.”
“우유랑 씨리얼?”
“응. 원하면 토핑도 가능. 몸에 좋은 비타민 음료 같은 거 넣어줄게.”
“…. 어, 고마워.”
“소고기 선물 받아서 사 왔어! 일단 잡숴!”
“그래.”
소고기를 굽는 와중에, 희정이는 MBS 다큐에 대해 언급했다.
한동안 연락이 없어서 좋았는데, 어쩐 일인가 싶더라니.
“흠, 글쎄.”
“라이브 방송보다 낫지 않겠어?”
“…. 그런가.”
확실히, 장소를 대신 섭외해 주는 게 편하긴 했다.
‘나쁘지 않은데.’
따로 연락을 드려봐야겠네.
아니, 그 전에 장소부터 골라야지.
야옹─
곧이어, 로미오 뒤통수를 만지면서 다음 집필 장소를 확인했다.
시스템이 제시한 선택지 중에서 그나마 나은 장소는 어디일까.
‘다 별로아.’
하나씩 검색을 해보니, 예외 없이 죄다 유명한 심령 스팟 뿐이었다.
프랑스 카타콤 공동묘지?
존나 게임에도 많이 나오는 이름이잖아. 안 가.
‘일본에 터널은….’
이름만 들어도 소름 돋는 장소.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거길 선택할 순 없지.
그렇게 제외하면 남는 곳은 사실상 두 군데였다.
미국의 스탠리 호텔 217호랑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캐슬.
근데 예약이든 장소 섭외든 알아서 해주는 MBS를 고려하면.
“미국 호텔이 제일 낫겠네.”
“응? 호텔?”
“왜, 같이 갈래?”
“…. 아니야, 갑자기 뭔가 쎄한 기분이 들었어. 안 갈래.”
눈치 무엇.
이제 쫌 치네.
애옹─
마침 야옹이도 호텔이 좋다고 호응했다.
뒤통수를 살살 긁어주니까 기분이 좋은지.
“…. 으악! 물었냐?”
아, 밥 달라는 뜻이었구나.
근데 왜 물어, 야옹이 색기.
“그래서, 뭐 먹을래? 영양제?”
냐아아─
반응을 보니 알아들은 모양이다.
“에이, 영양제는 간식에 잘 좀 섞어주라고.”
“…. 꼭 먹어야 해?”
“당연하지!”
옛날부터 느꼈는데 생각보다 말을 잘 알아들어.
아무래도 우리집 야옹이는 천재가 맞는 듯하다.
“그래, 참치나 먹자.”
애옹─
입맛도 더럽게 고급이라 비싼 거만 먹여야 한다.
새롬 씨가 진짜 길고양이 데려온 게 맞는 건지.
지이이잉─
그때, 마침 새롬 씨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새롬 씨, 로미오….”
-작가님, 이걸 어떡하죠?
“네?”
-조셉 리 감독님이 다른 작품에 들어간다고 하네요.
“아, 그래요?”
-이번 작품은 다른 연출자를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할 수 없죠.”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이전 시즌이 꽤나 만족스러워서 기대했는데.
이전 시즌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지는 않은데.
“이번 작품, 돈 정말 많이 필요한 거 아시죠?”
그런 만큼 감독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했다.
촬영장이나 제작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했으니.
-솔직히 해외 로케를 몇 군데를 돌아야 할지 아직도 감이 안 잡히네요.
“음, 그건 제가 대본 쓰면서 정리해 볼게요.”
-그래요.
인형의 섬은 몰라도 자살의 숲은 한국에서 비슷한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밖에도 터널이나 납골당은 소품으로 대체 할 수 있….
‘아니지, 나 터널이랑 공동묘지는 안 갈 건데.’
순간, 새롬의 말이 내 상념을 깨트렸다.
-저기, 일단 안젤라 지부장님이 추천하는 감독이 있긴 한데….
“네? 누군데요?”
-나지수 감독님.
“…. 코앞에 두고도 멀리서 찾았네요.”
조셉 리 감독이랑 비교하면 커리어가 많이 딸리지만.
‘내 대본을 가장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
‘김나연’ 때 이미 그림으로 표현해서 실력을 증명했었지.
지금은 송권수 감독님보다 부족하지만.
나이를 고려하면 언젠가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조연출 말인데요.
“네.”
-송 감독님이 최근에 촬영하면서 재능 있는 연출자를 찾은 것 같다고 하시네요.
“오, 잘됐네. 누군데요?”
-천상의 멜로디 연출진 막내였대요. 알바로 일하던….
“…. 유재혁?”
-어? 아는 분이세요?
학교 다닐 때 동아리 회장이었던 선배.
내가 세 다리쯤 건너서 슬쩍 막내로 집어넣었는데.
“송 감독님 눈에 띌 만큼 재능이 뛰어나대요?”
-이번 드라마에서도 두어 장면 정도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만큼 기발했다네요.
“음, 그래요?”
-네. 대신 기본기는 많이 부족해서 배워야 할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나 감독님 미팅 잡아주세요.”
-그래요. 작가님.
재능 있는 감독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몇몇 분들만 전속 계약으로 묶어놔도 메인 연출 구하려고 찾아다닐 일은 없을 것 같다.
각 방송국에서는 외주 감독 쓰는 게 불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 다른 작가 알아보라고 해야지.’
대본이 아무리 좋아도 연출이 쓰레기면 바로 쓰레기통으로 가는 거니까.
-진우 씨, 그럼 다음에 또 연락….
“아, 새롬 씨.”
-네?
“여민서 배우님이요. 스케줄 관련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민서요?
“넵.”
민서 씨가 나랑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시더라고.
내가 또 마음이 약해서 쉽게 거절하는 성격은 아니잖아.
* * *
미국 콜로라도주, 더 스탠리 호텔.
유명한 소설에 등장했던 이 호텔은 유령이 자주 출몰하는 장소로 유명했다.
특히, 객실 217호에 투숙하는 손님들은 하나 같이 귀신 목격담을 폭로했다.
잘 때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건 물론이고, 217호에서는 감전사고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도 자주 발생했으니.
“창문에 분홍 드레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나오고….”
“민서야, 괜찮겠어?”
“뭐가.”
매니저의 물음에, 여민서가 고개를 들었다.
“으으, 나는 생각만 해도 싫은데. 거기서 하룻밤을 어떻게 묵어?”
“그건 오빠가 겁쟁이라서 그렇겠지.”
여민서는 최근 들어온 스케줄을 확인했다.
김진우 작가와 함께 촬영하는 MBS 다큐 방송.
‘작가님이랑 가면…. 재밌겠네.’
이제 김진우 작가는 개인적으로도 호감이었다.
물론, 이성적인 끌림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뭐, 기껏해야 호텔인데 무서우면 얼마나 무섭겠어?’
딱히 공포 영화를 즐겨보지는 않지만 못 보는 건 아니었다.
두려움 따위는 나약한 사람들의 감정이라고 생각해 왔으니.
“민서야.”
“응?”
매니저는 민서의 눈치를 살피더니 호기롭게 입을 열었다.
“이건 진짜 안 되겠어. 내가 실장님께 강력하게 어필해볼게.”
“뭐를.”
“너는 이제 톱톱톱스타야. 오늘은 내가 못 참아. 내가 당장이라도 말해서….”
“오빠. 나는 괜찮아.”
“그, 그래?”
“응.”
민서는 어깨를 으쓱이며 나직하게 혼잣말을 뱉어냈다.
“하아…. 뭐 어쩌겠어. 작가님이 나 아니면 촬영을 못 하신다는데.”
“아, 그치.”
“어휴, 피곤하다, 피곤해. 탑스타의 삶이란.”
“그래? 피곤하면 말해. 내가 당장 소속사에 스케줄 좀 줄여달라고….”
“응. 아니야.”
겁쟁이 매니저 오빠도 함께 가야 할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나야 뭐, 겁이 하나도 없으니까….’
지이이잉─
그때, 매니저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정황상 MBS 다큐멘터리 제작국의 길주창 PD인 것 같은데.
“그게 말이 됩니까? 민서가 얼마나 겁이 많은데요!”
“….”
“하여튼, 절대 안 됩니다!”
누구를 겁쟁이로 몰고 가는 건지, 속으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오빠, 잠깐만.”
“응?”
“내가 겁이 뭐가 많아. 그냥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말씀드려.”
“그, 그래도….”
“괜찮아.”
“…. 알겠어.”
이내, 매니저는 전화를 끊고 길 PD에게 들은 정보를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나 혼자서 217호에 묵으라고?”
“응. 그래서 절대 안 된다고 말했는데….”
“…. 와아.”
그럼 끝까지 안 된다고 했어야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되긴? 네 말대로 잘 말씀드렸지. 하하.”
“…. 나 혼자 217호에서 자라고?”
“응!”
칭찬해 달라는 듯이 뿌듯해하는 매니저 오빠.
아무리 자신이 괜찮다고 했다지만 이걸 순순히 받아들이다니.
“…. 잘했네. 아주 잘했어.”
“그치? 내가 네 말은 진짜 잘 듣잖아.”
“어휴, 고마워라.”
“고맙긴 뭘.”
여민서는 속으로 화를 삭이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
“저기, 오빠. 내가 저번에 선물해준 명품 슈트 있잖아.”
“어?”
“그거 돌려줘야겠어.”
“가, 갑자기?”
“응. 우리 오라버니가 꼭 입고 싶다고 하시네.”
“…. 너 오빠 없잖아.”
“생겼어.”
“아…. 오빠가 없었는데 생겼다고?”
“응. 우리 부모님 두 분이 아직 건강하시다는 증거지. 좋은 일이야.”
“…. 그럼 남동생이 아닐까?”
“비슷해.”
그래, 세상에 유령이 어딨어.
갈 때, 정의의 마법봉이라도 챙겨가야겠다.
한편, MBS 방송국에서 컴퓨터 화면을 확인하던 길주창 PD.
그는 ‘더 스탠디 호텔’의 객실을 예약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건 무조건 뜬다!’
거실 하나에 방 2개인 구조.
카메라 위치만 잘 잡고 설치하면 좋은 그림을 많이 뽑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김진우 작가님이랑 여민서 배우님께 한 방씩 나눠주고….’
거실이나 반대편 방에서는 유령이 나오니까 조심하라고 경고하면.
그럼 자신의 방에서 공포에 덜덜 떨면서 홀로 밤을 지새우지 않을까.
남녀가 유별한데, 팬티만 입고 돌아다닌다든지.
‘카메라 설치했는데 그럴 리는 없겠지.’
게다가, 밤새도록 계속 모니터링할 테니 별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길 PD의 목표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심주원 감독의 「오지는 Pick」을 뛰어넘는 다큐를 제작하는 것.
뚜루루루─
이내, 김진우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작가님, 어쩌죠?”
-네?
“217호에 혼자서 묵으셔야 할 것 같아서요.”
-오, 저는 환영입니다. 안 그래도 거기 오래 머무를 생각이었으니까.
“하하하. 정말 다행입니다.”
* * *
시간이 흘러,
우리는 미국 콜로라도주에 무사히 도착했다.
특히, 길 PD님은 어째서인지 내 옆에 밀착 감시하며 따라다녔는데.
“PD님, 왜 자꾸 따라다녀요.”
“아, 작가님. 혹시 저 화장실 다녀오는 동안 여민서 배우님이랑 연락 안 하셨죠?”
“…. 안 했어요.”
“넵. 하하하하하!”
이분 진짜 왜 이래.
반드시 명작을 만들어내겠다며 다짐을 할 때부터 알아봤다.
눈에 불을 켜고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데.
‘다음부터 같이 일 안 해야지.’
잠시 후, 제작진은 예정대로 더 스탠디 호텔에 도착했다.
확실히, 길 PD님 장소 섭외 능력 하나 만큼은 전국에서 1티어였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호텔의 지배인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217호는 우리 호텔에서도 특별한 방입니다.”
“네?”
“불미스러운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
이렇게 밑밥을 까는구나.
공포 마케팅이란 이런 걸까.
“그래도 이미 저희가 예약한 방이잖아요.”
“예. 손님께서 원하시면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정말로 숙박하시겠습니까?”
“안내 부탁드릴게요.”
“…. 알겠습니다.”
호텔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특히 217호가 유명해서 그런가.
내부는 굉장히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깨끗하네. 리모델링 했나 보네요.”
“네, 모쪼록 좋은 밤 되시기를….”
여전히 음울한 분위기로 말을 건네고 사라지는 지배인.
“저분 컨셉 확실하네요.”
“그러게요.”
호텔 내부, 어떤 방에서 익숙한 시스템의 빛이 발산하고 있었다.
“PD님, 저는 저 방으로 할게요.”
방에 화장실도 있고 침구류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역시 호텔을 선택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던 찰나, 길 PD가 입을 열었다.
“후우, 작가님. 다행입니다.”
“네? 다행이라뇨?”
“호텔 지배인 분이 말씀해주셨거든요. 반대쪽 방에서만 유령이 나온다고.”
“…. 저는 그런 거 안 믿어요.”
저번에 인형의 섬에서 새롬 씨한테 공포를 느낀 뒤로.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귀신 따위에 겁을 먹지 않는다.
원래 공포 영화도 잘 못 봤었는데.
이런 것도 각성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작가님! 거실에서도 유령이 출몰하니까 나올 때 조심하세요!”
“아, 뭐. 네.”
어차피 대본을 쓰려면 밖에 돌아다닐 여유가 없었다.
이번 하필이면 연속 집필이라, 밤새도록 글만 써야 할 것 같다.
이내, 카메라를 여기저기에 설치하더니 밖으로 나가는 길 PD와 제작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리고 노트북을 꺼냈다.
어느새 중반을 바라보는 새 시즌.
타닥, 타다닥─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S2 3부」
얼마 동안이나 대본을 썼을까.
문득 방송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너무 나 혼자서 대본만 쓰고 있는 건 아닐지.
여민서 씨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분량 좀 뽑아야 하는데.”
톡, 토톡─
길 PD에게 톡으로 질문을 건넸다.
[개인 방송 켜서 분량 좀 뽑아볼까요?]
긍정의 메시지를 받고, 곧바로 스트리밍 방송을 켰다.
이내, 채팅창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진우ㅎㅇ
-이번에는 어디야?
-호텔이네
-오늘은 공포 스팟 아닌 듯
-뭐야 호러 스트리머 시즌 2 아니었음?
-무슨 호텔임? 외국 같은데
더 스탠디 호텔, 상호명을 보고 시청자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미친 ㅋㅋㅋㅋ
-역시 진우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저기 유령 나오는데
-혼자서 ㄷㄷ 겁이 없네
그때, 방문밖에서 뭔가 이상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분명히 나 혼자서 객실을 쓴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끼이익─
그대로 문을 열고, 거실을 확인했는데.
꺼져있던 전등과 텔레비젼이 어느새 켜져있었다.
“…. 원래 불이 켜져 있었나?”
오늘 거실에 돌아다닐 생각이 없어서 불은 확실히 꺼놨었다.
그냥 별생각 없이 불이랑 TV를 끄고 내 방에 돌아왔는데.
당연히 시청자들은 나를 놀리기 바빴다.
-귀신이 켰다고 ㅋㅋㅋㅋ
-진우야 불 켜고 자자
-저기서 자면 ㄹㅇ 악몽각
-그냥 대본이나 써 ㅋㅋㅋ
-스터디 윗 미도 좋음 ㅎㅎ
시청자들의 반응을 슬쩍 확인하고, 다시 노트북에 손을 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대본을 쓰고 있었을까.
언제부턴가, 한 시청자가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진우야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
잠시 귀를 기울였더니 정말 ‘뾰로롱’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 TV랑 전등이 또 켜졌어?”
솔직히 잠깐 등골이 서늘했지만, 이내 이성을 되찾았다.
‘대충 견적을 보니까….’
길 PD님, 방송각 날카롭게 잡으시는구나.
근데 스타일이 조금 올드하시네, 좀 더 배우셔야겠어.
이번에는 TV와 전등이 켜진 채로 내버려 두고 방문을 닫았다.
* * *
한편, 같은 시각.
길 PD는 예상대로 흘러가는 상황에 쾌재를 불렀다.
여민서의 사전 설문조사에서, 밤에 불이나 TV를 켜놓는 습관이 있다고 들었으니.
“흐흐흐. 계획대로 되고 있어.”
“PD님, 식사라고 하시죠.”
“응? 모니터링 해야….”
“그럼 저희가 메뉴는 알아서 고르겠습니다.”
“아니! 같이 가.”
길 PD는 슬쩍 CCTV를 보고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그때였다.
팟─
순간,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TV와 전등이 일시에 꺼져버렸다.
이내, 방문을 빼꼼 열고 그 모습을 확인한 여배우.
여민서는 입을 떡 벌리고, 손에 들린 마법봉을 움켜 쥐었다.
-뾰로롱
그때, 실수로 누른 마법봉에서 소음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