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53)
MBS 간판 다큐멘터리 방송, 「그 분이 알고싶다」
김희정이 하차하고 하락세를 걷던 방송은 얼마 전에 종영했다.
지성호는 템페스트 엔터 사옥에서 매니저와 함께 TV를 시청했다.
길주창 PD가 몇 날 며칠 동안 밤을 새워가면서 편집한 마지막회.
“편집의 상태가….?”
이건 아무리 봐도 다큐에서 나올 법한 연출이 아니었다.
“원래 이 방송이 공포 컨셉이었나?”
“그건 아닐 텐데….”
“분위기가 갑자기 너무 바뀌었잖아.”
“혹시 재방송으로 봐서 그런가.”
“그게 무슨 상관이야.”
“원본을 바꿔치기했나 싶어서.”
“….”
미국의 호텔방에 머무르는 김진우와 여민서의 교차 편집.
두 사람이 각자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스스스스─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TV와 전등이 꺼지는 순간, 음산한 사운드가 청각을 자극했다.
동시에, 김진우 작가의 개인방송 채팅창을 활용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으니.
“이건 뭐랄까…. 병맛 공포….?”
최고급 재료를 라면에 넣은 느낌이 아닐까.
두 사람 출연료만으로도 MBS 다큐국 기둥뿌리를 뽑았을 텐데.
-정의구현!!!
CG를 덧입힌 마법소녀가 김진우 작가를 유령이라고 착각하고 타격하는 장면까지.
“근데 시청률은 잘 나왔어.”
“그래?”
“응. 30프로.”
다큐 시청률이 30프로를 가뿐히 넘어섰다.
김진우와 여민서 캐스팅만으로도 홍보는 충분했던 모양이다.
“역시 김진우 효과….!”
“여민서 배우님도 S급 캐스팅이지.”
“그러네.”
그나저나, 다큐의 촬영장소가 미국에서 유명한 심령 스팟이라고 들었는데.
“저기 더 스탠리 호텔이잖아. 대본에 나오는 장소.”
“맞아. 우리 제작비만 충분했으면 저기 호텔도 직접 갈 뻔했다고 하더라고.”
“…. 제작비가 부족해서 다행이야.”
“성호 너는 그냥 낼모레 있을 대본리딩만 신경 쓰면 돼.”
“음, 나도 알지.”
이어서, 지성호는 테이블에 올려둔 대본을 집어 들었다.
‘저번 시즌보다 더 무서운 것 같아.’
그저 글을 읽기만 했을 뿐인데, 눈을 감으면 귀신의 형제가 흐릿하게 그려졌다.
머리 한쪽에 나사가 꽂힌 채 피를 흘리는 남자.
아이를 잃은 슬픔에 자살의 숲으로 향하는 여자.
대체 이런 묘사를 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한 걸까.
마치 귀신을 직접 본 사람처럼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표현했다.
확실히, 해외까지 직접 가서 대본을 쓰는 이유가 있었다.
“혹시 해외 로케 일정은 잡혔어?”
“응. 아마 일본이랑 멕시코는 가야 할 거야.”
“으으, 위험하잖아!”
“걱정 마, 안전 문제는 충분히 대비하고 갈 테니까.”
“그래?”
사실, 전부 국내에서 촬영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저번 시즌처럼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으니까.
‘소채담….’
언제부턴가 그녀와의 연락이 뜸해졌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이는 건 덤이었다.
“하여튼, 일본 갈 때 지역 홍보도 좀 해줘야 해. 그게 계약 조건이라서.”
“잠깐만! 일본이면…. 설마 진짜로 자살의 숲에 가서 촬영하는 건 아니지?”
“걱정 마, 거긴 안 가. 시체 나오면 어쩌려고.”
“다행이네.”
“대신 유명한 터널에는 갈 것 같아. 일본 지자체에서 특별히 허가해줬어.”
“…. 이누나키 터널?”
“응. 템페스트 재팬 덕분에 우리 회사 위상이 일본에서도 많이 올랐어.”
“거긴 더 가기 싫은데.”
마음 같아서는 하기 싫다고 말하고 싶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민서의 대표작이 마법소녀인 것처럼, 지성호의 대표작은 호러 스트리머였으니.
“성호야, 너만 기다리는 소중한 팬분들만 생각하자.”
“…. 그래야지.”
문득, 너튜브에서 대화를 주고받았던 친구가 떠올랐다.
‘채담채담.’
어떤 의미로는 극성팬이 아닐까.
무슨 일인지, 요즘 댓글을 전혀 달지 않는 키보드 워리어.
소식이 궁금한 걸 보면 그새 미운 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내 채널이라고 공개하면 무슨 반응일까.’
* * *
이번까지 몇 번째 작품인지 모르겠다.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의 작품만 대충 정리해 보자면.
“생존 필드, 천상의 멜로디, 맨 대 네이쳐, 호러 스트리머 시즌 투.”
그리고 새 영화까지 쓰면 총 다섯 작품인가.
덕분에, 시간 하나는 정말 빠르게 흐르는 기분이다.
‘다른 건 몰라도….’
시스템으로 대본 쓰는 속도는 전 세계 최고일 것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게 양질의 대본을 쓰는 거겠지만.
‘시스템은 퀄리티도 보장하니까.’
스윽─
고개를 돌려 내 방 한쪽에 빛을 발하는 공간을 응시했다.
‘일단 집에서 쓰는 건 편해서 좋은데….’
이내, 시스템의 빛을 받아들여 영상을 확인했다.
천재 고양이와 대화가 통하는 한 사내의 복수극.
베네핏으로 만든 작품답게,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였다.
‘근데 아무리 봐도….’
내가 옛날에 이민주 밑에 있을 때 썼던 작품이랑 너무 비슷해.
혹시 시스템이 내 작품을 그대로 베낀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경찰 신분의 와이프를 혼수상태로 만든 범죄자를 찾아서 복수하는 내용.
그 과정에서 범인이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액션도 어느 정도 가미되어 있고, 추리를 통해 범인을 찾는 내용도 똑같잖아.’
그나마 내가 썼던 작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애옹─
원래 내 작품에는 고양이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그에 비해 이번 작품은 아예 고양이가 원탑 주연이었다.
“왜 그래, 배고파?”
애옹─
“기다려 봐.”
차기작 주연, 야옹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면서 영상을 계속 시청했다.
범인에게 둔기로 뒤통수를 가격당한 주인공이 고양이랑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설정.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가 알고 보니 천재라서 범인을 밝혀낸다는 독특한 전개였다.
“말하는 고양이가 주인공이라니….”
확실히 마법소녀 때부터 느꼈던 건데.
시스템이 은근히 병맛을 좋아하는 것 같아.
베네핏 ‘자유 편집’을 제대로 쓸 때가 온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고양이 원탑은 좀 그렇지.
어떤 배우가 미쳤다고 고양이한테 주인공 자리를 양보하겠냐고.
안 그래도 캐스팅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솔직히, 내 작품에 나와주실 자는 의문이었다.
“그래도 로미오랑 투탑 주연은 나쁘지 않지.”
띠링─
그때, 마침 내가 캐스팅하고 싶었던 동네 이웃에게 톡을 받았다.
[진우야, 저녁때 밥이나 같이 먹을까?]
[오랜만에 로미오 줄 장난감도 하나 샀는데]
가끔씩 우리집에 고양이를 보러 오시는 최원준 형님.
감정 연기부터 액션 연기까지 다재다능한 한국의 대표 미남 배우.
“형님께 보여드리기 전에 대본을 좀 고쳐야겠어.”
액션 연기가 되는 남자 주인공.
경찰이자,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
범인을 함께 잡는 천재 고양이.
“혼수상태와 고양이라….”
뭔가 그림이 그려질 것도 같았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자유 편집을 사용합니다.】
만약에 범인에게 뒤통수를 맞는 순간 남자 주인공이 죽는다면?
주인공이 알고 보니 한참 전에 죽었다는 결말을 반전요소로 넣으면.
“괜찮은데?”
그래서 혼수상태인 와이프나 고양이랑 대화할 수 있는 거지.
나중에 깨어난 아내가 남편의 추리를 토대로 범인을 잡으면 될 테고.
“…. 이거다.”
타닥, 타다닥─
한동안, 나는 시간 개념도 잊고 미친 듯이 노트북을 두드렸다.
시스템의 작품을 기반으로 썼지만 처음으로 기존의 작품을 전부 갈아 엎어버렸으니.
‘하루 만에 다 쓰긴 어렵겠어.’
아마 며칠은 집에만 콕 박혀있어야 할 것 같다.
띵동─
순간, 시스템은 오랜만에 새로운 임무를 던져주었다.
【‘시스템, 그 이상!’ 임무를 발견했습니다.】
【미션 : 원작을 뛰어넘는 대본을 완성하세요.】
【제한 시간 : 5일】
【수락하시겠습니까? (Y/N)】
“음, 원작을 뛰어넘으라고?”
지가 임무를 줬으면서 심사까지 같이 보는 건가.
“시스템, 적폐잖아?”
* * *
매년, 드라마나 영화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 대중의 선택을 받는 작품은 극소수였지만.
“김진우 작가님 작품은 실패를 모르는 것 같아.”
안젤라는 현재 제작 중인 두 작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맨 vs 네이쳐」와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시즌 2」
공교롭게도 둘 다 김진우 작가의 대본으로 제작한 드라마였다.
“호러 스트리머, 대본리딩은 오늘인가요?”
“맞습니다.”
“아, 지금 시각이면 한창 진행 중이겠네요.”
“네. 지부장님.”
아무래도 전작이 성공한 작품이라 나지수 감독에게는 부담이 될 터였다.
게다가, 조감독도 신인 감독을 데려다가 템페스트 엔터에서 키우고 있다고 들었으니.
‘나 감독님이면 믿을 수 있겠지.’
입봉작으로 무려 120부작 시트콤을 통해 데뷔한 감독.
현재 디지니 플레이에서도 반응이 상당히 좋은 작품이었다.
“맨 대 네이쳐는 대중에 정보를 아주 조금만 흘리는 게 좋겠어요.”
“아, 네. 알겠습니다.”
“몇몇 기자들만 불러서 조촐하게 예고편을 소개하는 걸로 하죠.”
“네. 지부장님.”
얼마 전, 안젤라는 심 감독으로부터 건네받은 영상을 확인했다.
‘이건 신비주의로 가야 해.’
매편 위기와 절정을 넘나들며 야생과 사투를 벌이는 로다주 배우.
짐승이나 자연재해를 극복하는 모습은 인간 승리의 표본을 보여준다.
대자연을 품은 아마존과 사파리에서의 생존기.
말로 읊으면 단순하지만, 직접 영상으로 보면 누구라도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지구를 관측하는 BBC의 전설적인 다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영상미.
과연, 심주원 감독이 아카데미에서 단편 다큐상을 우연히 탔던 게 아니었다.
“어쩌면 내년쯤에는….”
한국에서 넥플렉스의 입지를 무너뜨릴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김진우라는 작가, 단 한 명이 쓴 작품만으로.
한편, 같은 시각.
한국에서는 대본리딩이 한창 이어지고 있었다.
“으악! 바, 방금 못 봤어?”
“뭐를요.”
“곽무당!!!”
“그 사람이 멕시코까지 왜 와요!?”
“진짜 내가 봤다니까?”
“아, 빨리 인형에 붙은 원귀나 찾아요!”
“…. 진짠데.”
진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봤다.
긴장한 듯한 나지수 감독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역시 지성호, 겁쟁이 연기는 전국에서 제일이네.’
미세하게 떨리는 듯한 목소리에 감정이 실려있다.
원래 겁이 많은 건지, 그냥 연기를 잘하는 건지.
“이거야, 악귀에 씌인 인형!”
“허업. 사, 살려주어.”
“아, 빨리 성수랑 십자가 꺼내 봐요!”
“그걸로 되겠나고.”
“된다니까!”
끼기기기─
음향 감독은 배우들의 몰입을 위해 소름 끼치는 사운드를 틀어주었다.
겁에 질린 지성호와 굳은 표정의 소채담.
두 사람의 연기 궁합은 시간이 지날수록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크으, 배우 잘 뽑았어.’
확실히 두 번째 시즌이라 배우들의 노련함도 이전의 두 배였다.
잠시 후, 대본리딩을 마치고.
소채담 배우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진우에게 다가왔다.
“작가님, 정말 너무하세요!”
“네?”
“어떻게 저를 버리고 대본을 전부 다 쓰실 수가 있어요!?”
“…. 방송도 아닌데 같이 돌아다니면 남들이 오해하죠.”
인형의 섬에 분명히 같이 가지 않았던가.
“으으, 카타콤이랑 이누나키 터널은 꼭 가보고 싶었는데….”
“아, 그 터널은 가실 일이 있겠네요. 촬영 장소라서.”
“오, 정말요!?”
아직은 템페스트 엔터 제작사 직원들만 아는 내부정보였다.
“그럼 깊숙히 들어가 봐도 되겠네요!?”
“…. 그러시던가.”
“흐흐흐.”
“아니, 근데 혼자서는 위험할 텐데요.”
“음….”
그때, 옆에서 필사적으로 모른 척 하고 지나치는 지성호를 발견했다.
“지성호 배우님이 같이 가주시죠.”
“제, 제가요?”
“아니, 뭐, 싫으시면 어쩔 수 없죠.”
표정을 보면 끔찍하게 가기 싫은 모양인데.
의외로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 뭐, 그렇게 할게요.”
“오우야, 남자다잉.”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는데, 순순히 대답하는 지성호.
“대신에, 그날 일본 촬영할 때 작가님도 오시지요.”
“…. 아니, 제가 왜요.”
“우리 드라마 작가님이잖아요.”
“….”
물귀신이야, 뭐야.
‘그래도 내가 지성호보다는 겁이 없겠지.’
진우가 대답하지 않고 머뭇거리는 사이.
지성호는 씨익 웃으면서 광역 도발을 시전했다.
“쫄?”
“놉!”
“고고.”
“콜!”
* * *
정새롬은 오늘도 투자사와 미팅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왔다.
해외 로케까지 잡아서 투자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했다.
“실장님, 주말에 광고 계약 건은 미룰까요?”
“네. 그날 저랑 작가님은 약속이 있어요.”
“아, 미국 대학교 때 친구분들을 만나신다는….”
“맞아요.”
이어서, 새롬은 변 팀장에게 질문을 건넸다.
“지금 효주 씨 작품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얼마 전부터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요?”
“넵.”
확실히, 이젠 직원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회사에서 신경 쓰는 작품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
‘대표님께 말씀드려봐야겠네.’
얼마 전에 진우가 말했던 고양이 나오는 작품까지 고려하면.
“제 방에 인사팀장님 호출 좀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변 팀장이 사라지고, 새롬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톡을…. 안 보셨네.’
요 며칠 동안 남친과 전화는커녕 톡도 주고받지 못했다.
올해 초부터 사귀었으니까 벌써 연애한 지 반년도 넘었다.
“요즘 많이 바쁘신가. 집에서 대본만 쓰시는가 보네.”
고양이 주연 작품을 쓴다면서 한동안 집에 콕 박혀있는 진우.
언제나 하루 이틀이면 끝나서, 이렇게 고뇌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는데.
스킨십을 하지 말라고 하면 진짜로 안 하는 사람.
“하여튼,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몰라.”
데이트를 해도 고작해야 손을 잡는 게 전부였다.
물론, 순수한 모습도 설렘 포인트 중의 하나지만.
뚜루루루─
새롬은 상념을 털어내고 정기태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오히려 자신보다도 먼저 용건을 꺼내는 쪽은 삼촌이었다.
-새롬아, 큰일 났다.
“네?”
-아버지께서 네 소식을 들은 것 같아.
“…. 저희 아버지가 아니라.”
-응. 회장님, 네 할아버지.
제주도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는 천성 그룹의 창업주.
거의 모든 권한을 부회장에게 이양하고, 가족이나 회삿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그래도 아버지께서 네 생각은 가끔 하시거든. 막내 손녀딸이잖냐.
“할아버지께서 제 어떤 소식을 들으셨는데요?”
-제로투.
“…. 이런.”
갑자기 왜 두통이 밀려올까.
너무 쉽게 남친을 용서한 것 같아.
-아직은 별말씀 안 하셨어.
“그게 더 무섭네요.”
-내 생각에 조만간 가족 모임 한번 하실 수도 있어.
“….”
한때, 천성 일가의 명예를 목숨처럼 소중하게 생각하셨으니.
‘오늘은 남친한테 한마디 해야겠어.’
아무리 일이 중요하다지만 며칠 동안 톡을 보지도 않은 건 심했지.
이어서, 삼촌과 전화를 끊자마자 곧바로 남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새롬?
“진우 씨, 요즘 대본 쓰느라 바쁘신 건 알겠는데….”
-오늘 최 배우님이랑 미팅 있어요.
“…. 네?”
-최원준 배우님이요. 제 작품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고 하시네요.
“….”
-근데 아까 무슨 말씀하시려고….?
“우리 남친, 화이팅!”
-???
그래, 그 무엇보다도 일이 제일 중요하지.
할아버지한테는 나중에 애교라도 부려야겠다.
* * *
대망의 D-day.
최원준 배우님께 내가 쓴 대본을 보여주기로 약속한 날.
시스템 이상으로 내 지분이 많은 작품이라 심장이 콩닥거렸다.
타닥, 타다닥─
원준 형님을 집으로 초대하고, 홀로 대본을 정리했다.
“으으, 마음에 드시려나.”
내 작품이라 객관화가 어려웠다.
원작에선 혼수상태에 빠진 와이프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반전 요소의 극대화를 위해 사망한 주인공과의 대화 내용을 추가했다.
“고양이 비중은 지금이 딱 좋고….”
사이코패스 악역이나 아내의 비중도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결말부에서 범인을 잡는 건 경찰인 와이프의 역할이 되었으니까.
“누가 좋을까.”
대충 생각나는 인물은 신조훈, 이시연.
이렇게 두 명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은데.
마지막으로, 시스템이 정해준 제목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이왕이면 짧은 단어에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서.
탁, 타닥─
「미련」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제목이었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서 곧바로 문을 열었다.
당연히 최원준 형님이 오셨을 줄 알았는데.
“김희정, 니가 왜 왔냐?”
“놀러 왔지롱.”
“…. 가라. 오늘 손님 오시기로 했어.”
“손님 누구? 내가 아는 사람?”
“응. 최원준 배우님.”
“뭐래. 농담도 잘하네.”
“….”
내가 너랑 농담을 왜 하냐.
“나 요즘 드라마 촬영하잖아. 너무 피곤해.”
“아, 효주 데뷔 작품 맞지?”
“응. 경쟁작 주연배우 팬들이 커뮤니티에서 맨날 내 욕만 해.”
“인터넷을 끊을 생각은 없니?”
“그건 안 되지. SNS도 못 하는데.”
“네가 선택한 작품이잖아.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 그래. 고마워.”
JTBS 성기훈 감독님의 새 드라마.
최근에 제작발표회까지 있었다고 들었다.
“첫 방송은 언제야?”
“얼마 안 남았어.”
“고생해라.”
그때, 다시 한번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진짜 최원준 배우님.
대충 츄리링을 입어도 존잘이었다.
“뭐, 뭐지. 꿈인가?”
희정이는 진짜 최원준 실물을 영접하고 눈을 크게 치켜떴다.
“형님, 오셨어요?”
“응. 로미오는?”
“방에 있어요.”
“흠.”
냐옹이 덕분에 인맥도 생기고, 영화도 찍겠네.
“저기, 형님. 여기 대본….”
“이거구나? 로미오가 출연한다는 영화.”
“넵. 천천히 읽어주세요.”
소파에 사뿐히 앉아서 자연스럽게 다리를 꼬는 최원준.
마치 화보와도 같은 모습을 보고, 희정이가 다가와서 소곤거렸다.
“어떻게 된 거야?”
“동네 이웃이야.”
“…. 나도 여기 살래.”
“너는 임재준 팬이라며.”
“아니야, 그냥 최원준 오빠 팬 할래.”
“어휴, 그것도 병이다.”
얘는 진짜, 이 정도면 중증이야.
덕질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철새라고 표현하지 않나.
그때, 최씨 가문의 형님께서 내 이름을 불렀다.
“이 작품, 너무 하고 싶잖아?”
“오! 정말요?”
“사실 중반까지는 그냥 무난한 정도였는데.”
“아, 네.”
“결말이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라 뒤통수가 얼얼하네. 복선도 치밀하고.”
“…. 감사합니다!”
형언할 수 없는 묘한 감각이 밀려왔다.
탑스타에게 인정받는 기분이 이런 건가.
“오랜만이야. 영화 찍고 싶은 기분.”
“크으.”
“그동안 좋은 대본을 못 찾았거든. 내가 10년 동안 왜 놀았겠어?”
“근데 지금 소속사 없지 않으세요?”
“음, 그렇지.”
“혹시 다음 소속사는 어디로 생각하고 계시는지….”
“글쎄. 템페스트도 괜찮고.”
브라보.
여친님, 계약서만 들고 냉큼 오셔요.
띵동─
배우님의 인정을 받는 순간, 머릿속에서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시스템, 그 이상!’ 임무를 달성했습니다.】
【히든 미션을 완료하여, 특전이 주어집니다.】
【다이아 등급에 오를 경우, 보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뭐야, 다이아 승급 안 하면 보상도 못 받아?
시스템 이 쉑, 이렇게 현질 유도를 한다고?
‘…. 양아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