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54)
최원준 배우님이 돌아가고, 시스템이 준 정보를 재차 확인했다.
아무래도 다이아 승급을 바라는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조만간 돈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이제 할인권을 쓸 때가 됐구나.’
다이아 승급 비용은 150억 원.
그리고, 30% 할인권을 고려하면 대략 105억 원.
‘통장 잔고는 충분하고….’
얼마 전에 집을 두 채나 샀는데도 돈이 넘쳐났다.
다이아 이후로 승급 비용이 얼마인 줄은 모르겠으나.
‘대략 6, 700억쯤 하려나.’
원래 값비싼 물건은 고민이 많을수록 지르기 어려운 법.
곧바로 인터넷 뱅킹에 접속해 입금을 하려고 했는데.
“아니지, 잠깐만.”
아직 딱 하나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연인 사이에 말도 없이 거금을 날리면 서운할 수도.
‘새롬 씨가 아실 텐데….’
갑자기 100억을 한 번에 써 버리면 무슨 생각을 하실까.
전속 계약 이후로 세무 관리도 회사 측에서 하고 있잖아.
“후우, 어떡하지.”
“그러게. 오빠, 진짜 어떡하냐.”
“응?”
집에 갈 생각이 없는 건지, 소파에서 내 대본을 읽고 있는 여동생.
우리 최 배우님이 읽던 자리에 가지런히 놓아놓은 대본을 혼자서 읽더니.
“너무 이상해.”
“왜, 그렇게 별로야?”
“응! 완전 별로야.”
“음….”
이렇게 신랄한 평가는 오랜만이다.
자유 편집으로 수정해서 그런 건가.
“제목이 심각하잖아!”
“응?”
“이렇게 좋은 작품 제목을 왜 이렇게 미련하게 지었어?”
“…. 아.”
제목이 별로라는 거였구나.
난 또 대본이 별로라는 줄.
“연애 고자인 줄 알았는데 제목도 고자였네!?”
“…. 희정아, 뒤질래?”
“하여튼! 제목은 다시 생각해 보자.”
나름 센스 있게 잘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시스템이 지은 원래 제목이 뭐였더라.
“고양이 탐정 메로로….?”
“오오, 올 때 메로나!”
“…. 취향 확고한 거 보소.”
“아냐. 진짜 방금 제목이 훨씬 좋았어!”
“….”
의문의 1패.
“잘 지으면서 왜 그렇게 지었어?”
“생각 좀 해보고.”
“아냐. 이건 무조건이야. 이걸로 가자.”
“네 의견이 뭐가 중요하냐.”
“진짜라니까.”
응. 꺼져.
* * *
다음 날,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오랜만에 출근해서 그런지, 회사 분위기가 묘하게 들떠있었다.
지나치면서 내게 축하한다는 한마디를 던지는 템페스트 직원들.
‘최원준 배우님 소식을 들었나 본데? 아직은 대외비 아니었나.’
오래 지나지 않아 회사 분위기가 좋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작업실에 들자마자 효주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는데.
“오빠, 축하드려요!”
“뭐가.”
“후지 TV 2분기 연기대상!!!”
“응?”
“그것도 무려 3관왕이래요!”
요즘 집에만 처박혀서 뉴스 기사도 잘 안 봤다.
혼자서 영화 대본을 쓰는 것만으로도 바빠서.
《「생존 필드 in 도쿄」 후지 TV에서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2분기 대상 수상! 그 외에 남우주연상과 기술상을 수상하며….》
한국과 달리 분기별로 시상하는 일본.
그래서 별다른 경쟁작도 없이 가뿐하게 대상을 거머쥐었다.
“야마토가 탔구나?”
“네! 수상 소감 때 오빠도 언급했어요.”
“음, 착한 친구네. 나는 저번에 주거 침입까지 했는데.”
국격이 올랐다는 후속 기사와 댓글들이 뒤를 이었다.
하여튼, 인터넷 하는 사람들은 죄다 국뽕에 진심이라니까.
“이제 오빠는 일본에서도 완전 탑급이네요.”
“글쎄. 일본에는 후지 TV 같은 방송국이 5개는 더 있거든.”
“그래도 공중파잖아요!”
분기마다 있는 일본의 시상식에 큰 의미를 둘 필요까진 못 느꼈다.
솔직히, 그보다는 시스템 승급이나 입금 금액이 훨씬 더 큰 관심사였다.
“근데 올해는 백상 안 열리나 봐요. 소식이 없어서….”
“안 그래도 초대장 날아왔더라. 이번에는 조금 늦게 열렸네.”
“오, 그럼….?”
“천상의 멜로디, 대상 수상각이 날카롭지.”
“와아,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 후보….!”
올해는 한두 달쯤 늦게 열리는 백상예술대상.
작년에는 타이밍이 나빠서 근처에도 못 가봤지만.
‘기대해 봐도 되겠는데?’
사실, 공중파 3사의 연말 시상식의 대상과는 느낌이 달랐다.
전국의 모든 드라마와 예능을 통틀어 한 작품이나 한 명이 탈 수 있으니까.
그러고 보면, 드라마 작가 개인이 대상을 탈 수도 있지 않나.
“어쨌든, 효주 너는 요즘 드라마 잘 되고 있어?”
“그럼요. 오늘도 촬영장 가봐야 해요.”
“내가 듣기로는 희정이가 요즘 악플을 많이 받는다던데.”
“아…. 사실 오현식 드라마 쪽에서 언플을 좀 심하게 하는 편이에요.”
“그래?”
“네. 김태성 배우님 팬들이 좀 극성이잖아요.”
“음….”
원래 오현식한테도 꼭 존댓말을 쓰는 효주였는데.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조금 쌓인 게 있는 모양이다.
“내가 좀 도와줄까?”
“아뇨, 괜찮아요.”
“…. 그래. 힘들면 말하고.”
“넵. 근데 오빠, 오늘 회사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어요.”
“무슨 소문?”
“최원준 배우님이 계약할지도 모른다는….”
“저번에 얘기했잖아. 나 최 배우님이랑 친해.”
“그, 그렇다고 계약까지는….”
“쌉가능이지.”
“헐, 대박! 존경합니다. 오빠 작가님.”
그건 무슨 호칭이냐.
“오오, 조만간 템페스트 쌍준이 아니라 삼준이라고 불리겠네요.”
“응?”
“제 드라마 주연 배우님들. 강준, 임재준 배우님을 합쳐서 쌍준이라고 부르잖아요.”
“음, 작명 센스가….”
이름을 지으려면 잘 좀 짓던가.
쌍준, 삼준이 뭐야. 유치하게.
똑, 똑─
그때, 작업실 문이 열리고 새롬 씨가 들어왔다.
뭐가 그리 급한지 들어오자마자 내 이름을 불렀는데.
“진우 씨!”
“새롬 씨. 좋은 아침!”
“제가 꼭 할 말이 있어서 왔는데요.”
“네? 아, 그 주말에 약속한 모임이요?”
“아뇨, 그거 말고….”
곧바로 내가 보내준 「미련」 시나리오를 건네는 그녀.
의아한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거 제목을 누가 지은 거예요?”
“왜, 왜요. 혹시 별로예요?”
“네, 최원준 배우님은 괜찮으시대요?”
“…. 별말씀 안 하시던데.”
희정이도 그러더니, 확실히 제목이 아쉽긴 아쉬운 모양이다.
혹시나 해서 조심스럽게 원작의 제목을 꺼내었는데.
“음, 혹시 고양이 탐정 메로로는….”
“어!? 그건 좋은데요?”
“생각도 안 해보고!”
“생각…. 해보니까 더 좋은데요?”
“….”
의문의 2패.
“정말 좋네요. 고양이에 관객 시선을 집중시켜서 반전 결말을 더 부각할 수도 있고….”
“알겠으니까 그만 해요. 나도 아프다고.”
“앗, 혹시 고양이 탐정 메로로는 직접 지은 제목이 아니에요?”
“네. 아니에요.”
“아, 그게, 다시 생각해 보니까 미련도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
벌써 상처받았어요.
“저기, 새롬 씨.”
“네?”
“제가 큰돈 쓸 일이 생겼는데요.”
“그래요?”
“네. 그래도 연인 사이에 미리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에이, 참. 저는 결혼해도 각자 통장은 알아서 관리할 생각인걸요.”
“오, 그럼 허락하신 걸로….”
아니, 잠깐만.
“방금 뭐라고 말씀을….?”
“저, 저는 투자사 미팅이 있어서 그만….”
“아뇨, 방금 결혼 뭐라고 말씀하셨는데.”
얼굴을 붉히고 급하게 작업실을 빠져나가는 정새롬 실장님.
곧바로 따라가서 놀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애써 참아냈다.
‘100억 쓰라고 여친님 허락도 받았겠다.’
더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겠지.
곧바로, 할인권 30프로를 사용한 뒤에 거액을 투자했다.
나를 이 자리까지 올려다 준 시스템의 다이아 승급을 위해서.
【※ 다이아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105억 원 / 105억 원】
* * *
시간이 흘러, 주말이 성큼 다가왔다.
JTBS 방송국의 새 드라마 「세 남자」의 촬영 현장.
효주는 멀리서 세 남자를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강준, 임재준, 기현수.
‘김진우 라인’ 배우들 중에서도 대표격에 속하는 세 명.
“와아,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보기만 하면 어떻게 배부름?”
“아, 희정이 왔어?”
“응.”
효주는 조심스럽게 희정이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기 배우에게 부탁받은 내용이 있었기에.
“희정아, 아까 기현수 배우님이 저녁에 시간 되느나고 여쭤보시던데….”
“헐, 너 남친 있잖아! 기 선배님, 그런 사람이었어!?”
“…. 나 말고 너 시간 되냐고.”
“나? 글쎄. 근데 그걸 왜 너한테 물어보셨대.”
“몰라.”
사실, 효주도 희정이와 세 남자의 사각관계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상당히 궁금했다.
겉보기에 연애 박사인 척하고 있지만, 자신의 생각에 희정이는 연애 경험이 전혀 없었다.
“희정아, 너 최근에 남자랑 장난쳐 본 게 언제야?”
“갑자기 왜?”
“그냥 궁금해서.”
“음…. 초등학교 6학년 때 뒷자리에 남자애가 내 머리 띵동! 하면서 잡아당겼어. 그때 장난치는 거 다 받아줬었는데.”
“…. 그게 끝이야?”
“응. 그게 마지막 기억인데, 걔는 지금 뭐하면서 살고 있으려나.”
“소중한 기억이구나.”
“응. 그렇지.”
알고 보니 남매가 세트로 연애 고자였다.
‘…. 남자들만 불쌍하네.’
이어서, 두 여자는 자연스럽게 최근 근황을 공유했다.
특히, 희정이는 언제나처럼 무용담을 자랑스레 늘어놓았다.
“최원준 배우님 실물을 영접했다고?”
“크으, 후광이 다르더라고.”
“진짜…. 네 오빠는 클래스가 다른 것 같아.”
“응?”
“인맥이든 돈이든 명예든. 전부 완벽하잖아.”
“완벽은 무슨…. 엄청 짠돌이야.”
“집도 사줬으면서?”
“그건 부모님 집이고. 나한테 용돈 10만 원도 아까워함.”
“…. 그건 좀.”
“재산이 100억도 넘는다던데 그게 실존하는 건지도 의문이야.”
“이젠 너도 잘 벌잖아.”
“에이, 나랑은 비교도 안 되지.”
황효주, 자신 또한 김진우 작가와 매일 작업실을 공유하며 대화를 나누는 사이였지만.
‘솔직히…. 나랑은 다른 세계의 사람이지.’
사실상 로다주를 캐스팅한 그 순간, 한국에서 작가로서 커리어는 절정을 찍었다.
가진바 재산이나, 대중의 인기, 대본 쓰는 실력까지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니까.
무엇보다, 최근에 변혁주 팀장에게 들은 소식에 의하면.
“희정아, 너는 30억 기부 소식 알고 있었지?”
“응? 무슨 말이야?”
“뭐야, 설마 가족한테도 숨기셨어?”
“???”
작년까지 총 36억 원을 기부했다는 김진우 작가의 이야기.
지금이야 통장에 쌓인 돈이 100억을 가뿐히 넘기시겠지만.
‘그때는 그렇게까지 부자는 아니셨을 텐데….’
누구보다 훌륭한 인품까지 갖췄으니.
빈틈없는 정새롬 실장님이 넘어간 것도 우연은 아니겠지.
지이이잉─
그때, 모르는 번호로 효주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메인 작가로 데뷔하고 중요한 전화도 종종 걸려왔기에.
“네. 여보세요. 황효주입니다.”
-김진우 작가님 보조 작가분 맞으신가요?
“네? 아, 네. 맞는데요.”
-썬데이 매일의 조동욱 기자입니다.
“…. 그런데요?”
갑자기 기자가 전화를 거는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딱 필요한 만큼 서로 공생하는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
-최근에 김진우 작가님 관련해서 특이한 정보를 입수해서요.
“어떤….?”
-기부 관련해서요.
“그게 무슨….”
회사 내부에서 빠져나간 정보는 절대 아니라고 확신했다.
-제가 유니세프 측에서 직접 입수한 정보입니다.
“30억을 말씀하시는 거면….”
-아뇨. 30억이 아니라….
효주는 이어지는 기자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김진우 작가님이라지만 100억을 어떻게 기부해.
“105억이요? 뭔가 잘 못 알고 계시네요.”
-음, 제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분명히….
“죄송한데, 제가 좀 바빠서요. 그만 끊겠습니다.”
-저기….
뚝.
혹시나 해서 방금 전의 통화 내용을 가족에게 전달했는데.
희정은 자신의 말을 듣더니, 피식 웃음을 흘리고 대답했다.
“뭐래, 100억 기부는 무슨! 집문서 계약할 때 손 벌벌 떠는 것도 내가 옆에서 다 봤는데.”
“그치?”
“10만 원도 아까워한다니까. 나도 벤쓰 타고 다니는데 오빠는 아직도 소니타 몰고 다닌다고.”
“아, 그건….”
소니타를 몰고 출근하는 김진우.
회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가십거리였다.
“아, 촬영 시작한다.”
“오늘도 열심히 일해야지.”
* * *
어느새 다가온 주말.
나는 약속 장소인 하이트 호텔에서 새롬 씨를 기다렸다.
복장은 얼마 전에 내 생일 날 새롬 씨가 사준 턱시도.
평생 입을 일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입게 됐다.
친구들 앞에서 가오 안 상하려면 이 정돈 입어 줘야….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소니타 끌고 온 것도 조금 걸린다.
그게 내 차라는 건 아무도 모르겠지만.
“음…. 상관없겠지?”
곧이어, 다이아로 승급하고 얻은 시스템의 보상을 확인했다.
일단, 미션 보상으로 얻은 베네핏 강화 포인트 3 pt.
현질 유도에 제대로 당한 것치고 뭔가 허무한 감은 있었지만.
다이아 승급으로 얻은 새 베네핏을 확인하면 오히려 감사할 지경이다.
“포인트를 화폐로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그동안 아껴 써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100억 원이 가치가 있을까 의심했었는데.
시스템의 진짜 활용은 다이아부터가 아닐까 싶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시스템 상점을 오픈합니다.】
이번 승급으로 새로 얻은 베네핏, ‘시스템 상점’.
머릿속에 펼쳐진 물품 목록들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장소 선택권(4지선다) 】
【근원의 빛 전환 】
【승급 비용 30% 할인권 】
【베네핏 조합 이용권 】
이전에 미션을 깨고 획득한 보상들 외에도 처음 보는 물건들이 즐비했다.
그 밖에, 포인트로 살 수 있는 베네핏들도 눈에 들어왔는데.
─────────────
【구입 가능한 베네핏 목록 : 다이아 등급】
【절대음감 】
【배우 변경 】
【장르 변경 】
.
.
.
【탐색 범위 Max 】
【배우 성향 개조 】
【이하 베네핏은 레전드리 등급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
“흐음…. 포인트가 총 9개.”
앞으로 미션을 좀 더 적극적으로 유도해야겠다.
얼마 전에 조합권으로 잃어버린 배우 변경.
그 외에도 상식을 벗어나는 베네핏까지 존재했다.
“진짜 초능력이네.”
“진우 씨?”
“아, 새롬 씨 오셨어요?”
그때, 템페스트 엔터 주차장에 나타난 존귀하고 고결한 여신님.
곧바로 호텔 내 미팅 장소로 함께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초능력? 혹시 초능력물 작품을 또 쓰시는 건 아니죠?”
“에이, 그런 거 아니에요.”
“다행이네. 지금도 제작이 벅찬데.”
“음, 아마도?”
“….”
지이이잉─
그때, 새롬 씨의 스마트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함께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부르는 그녀.
“진우 씨…. 아니, 작가님.”
“네?”
“혹시 105억 기부하셨어요?”
“???”
제가 기부를 왜 해요.
먹고 죽을 돈도 없는걸요.
* * *
새롬의 친구, 주영지는 일찌감치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친구를 기다렸다.
현신 자동차 광고 대본을 맡아줄 때 볼 수 있을 줄 알았건만.
타이밍이 어긋나서 아쉽게 김진우 작가를 만나볼 수 없었다.
‘확실히 멋진 사람이긴 한데….’
천성 그룹의 사위가 될 수 있을지는 크게 의문이었다.
물론, 새롬이가 자신의 집안과 척을 질 생각까지 한다면 모르겠지만.
“영지야,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어, 선배.”
오늘의 파티를 주최한 포트릭 클럽의 회장.
동작 유업의 차남, 서필환은 서글서글하게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오늘 새롬이도 온다며? 그것도 남친이랑.”
“설마 아직도 껄떡대는 거야?”
“에이, 내가 무슨 쓰레긴 줄 아냐? 남친 있는 거 뻔히 아는데.”
“쓰레긴 줄 알았네.”
“…. 입에 필터 좀.”
처음에는 미국 유학생들이 만든 모임이었지만, 이제는 많이 변질되어 전혀 무관한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재벌은 아니더라도, 잘 나가는 전문직이나 증권맨들 역시 출입자 명부에 본인의 이름을 작성했으니.
“근데, 너 요즘 투자하냐?”
“아니.”
특히, 이런 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주식이나 투자와 관련된 정보는 당연히 가장 핫한 키워드였다.
“영지야, 너 케트리타 제약 알지?”
“알지, 왜?”
“거기 10억만 투자해.”
“….”
10억이 뉘 집 개 이름인가.
회사 단위로는 주사위 굴리듯 쉽게 운용할 수 있는 금액이었지만.
자신처럼 후계 서열에서 밀린 재벌에게는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다.
“이거 진짜 확실한 정보야.”
“됐고, 미국에서 빌린 돈이나 갚아.”
“…. 안 까먹었냐?”
“죽을래?”
하나둘씩 모임의 참가자들이 자리에 모여들었다.
특히, 오늘 있을 자선경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었다.
“오늘 경매 최고액은 내 물건일걸?”
“뭔데 그래.”
“호널두 사인 축구화랑 축구공.”
“그 코인 떡락했잖아.”
“뭐? 누가 그래!?”
“…. 너 빼고 다 알아.”
그때, 한 쌍의 남녀가 티격태격하며 실내에 입장했다.
워낙 유명한 인사들이라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들이 들어오는 동시에, 장내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특히, 기존 포트릭 멤버들은 새롬이 재벌이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 저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105억을 기부해요!!”
“저는 아직도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어요.”
“아니, 계속 이렇게 시치미만 떼실 거예요!?”
“…. 당신이 무조건 옳습니다.”
“무슨 말이야, 그게!”
“이거 아냐?”
그들의 대화를 듣고, 몇몇 회원들은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105억 원을 기부했다는….”
“나 아침에 그 기사 본 것 같아!”
“기부자가 김진우 작가였다고?”
개인 자신으로 100억을 기부하다니.
기업 차원에서도 정부에 책을 잡혔을 때나 나올 법한 단위였다.
“와, 진짜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정새롬이 만나는 걸 보면…..”
“혹시 숨겨진 재벌은 아니겠지?”
포트릭 클럽의 멤버들을 중심으로 진우에 대한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그들과 연이 닿은 기자들은 1초라도 먼저 기사를 쓰기 위해 노트북을 두드렸다.
《김진우 작가의 숨겨진 선행! 105억 원 기부 사실이 밝혀져 대화제! 이전의 36억 기부도 재조명되어….》
진우조차 몰랐던 기부 사실은 순식간에 전국 방방곡곡에 퍼지기 시작했다.
“105억은 너무 하잖아요! 노후 대책도 하셔야지!”
“…. 아, 그니까 뭔 기부요. 알아듣게 설명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