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55)
썬데이 매일의 조동욱이라는 기자가 가장 먼저 공개한 100억 원대 기부 소식.
솔직히, 기사를 읽어보기 전에는 대체 새롬 씨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3년간 141억 원을 사회에 환원한 기부 천사가 되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승급 비용이 전부 기부금이었다니.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내 알 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기분이 묘하네.’
기사를 천천히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제가 기부한 게 맞아요.”
“드디어 인정하시는 거예요?”
“음, 그쵸.”
새롬 씨 앞에서도 기부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승급에 사용한 금액과 날짜와 시간이 정확히 일치했기에.
‘시스템, 은근히 착한 자식.’
거액의 승급 비용이 조금 아깝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기부금으로 처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까, 아쉬운 마음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동안 기부하고 싶어도 시스템 승급하느라 못 했는데.
오히려 묘한 안도감이 들면서 슬쩍 미소가 새어 나왔다.
“일부러 기부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
“그럼 누가 대신해줬어요?”
“…. 비슷해요. 꼭 필요한 지출이었으니까요.”
“당신 정말….”
나를 보는 새롬 씨의 눈빛이 묘하게 따스했다.
말로는 왜 그랬냐고 타박하면서도, 표정은 꽤나 편안해 보였다.
“후우, 그래도 회사 입장에서 착한 이미지는 챙길 수 있게 허락해줘요.”
“그야….”
내 쪽에서 환영이죠.
사파리에서 사자한테 먹이 주는 거보다 좋은 마케팅 아닌가.
“그래요.”
“에휴, 남친이 너무 천사라서 걱정이네. 이렇게 거친 세상에서 어떻게 사시려고.”
“…. 그 정도까진 아닌데.”
“안 되겠어요. 내가 옆에 있어 줘야겠네.”
“호올리.”
시스템 고마워.
평생 가자, 이 자식아.
“그래도 다음에 기부할 때는 저한테 미리 말이라도 좀 해줘요.”
“그럴게요.”
이어서, 새롬 씨 친구라는 사람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얼마 전 최원준 배우님과 함께 광고 찍은 기업의 이사급 인물.
“주영지라고 해요.”
“김진우입니다.”
“저번에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이렇게 인사드리네요.”
“아, 그러십니까.”
생각지도 못한 인맥까지 생겼다.
현신차의 상무이자 여친의 재벌 친구.
“덕분에, 이번 광고 효과가 두 배는 오르겠네요.”
“아, 다행입니다.”
“두 분 연애, 응원할게요.”
또한, 각계각층의 인맥들을 만나고 번호를 저장했다.
그중에서는 흔치 않게 익숙한 인물도 존재했으니.
“주상 미디어 주상철 대표입니다.”
“안녕하세요!”
“최근에 새 드라마 들어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네? 어떤….”
새로 들어가는 드라마가 한두 개가 아니라서.
“최원준 배우님이랑 계약했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아, 고양이 탐정 메로로.”
“오, 제목만 들어도 흥미가 생기네요.”
“감사합니다.”
갑자기 만난 투자사.
옆에서 듣고 있던 새롬은 눈빛을 빛내고 대화에 참여했다.
“주 대표님, 혹시 이번 영화에 관심 있으세요?”
“왜 없겠습니까? 김진우 작가님 작품인데.”
“조만간 정식으로 미팅 한 번 잡을까요?”
“좋습니다. 하하.”
한창 중요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포트릭 클럽 회장이라는 인물이 다가왔다.
“작가님, 현신차 광고 효과가 엄청나던데.”
“아, 네.”
“혹시 동작 유업 광고는 관심이 없으신지….”
“글쎄요.”
갑자기 친한 척을 하니까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이 모임에서 회장이라고 하니까 마냥 밀어내긴 어려웠다.
“아, 작가님! 그거 아세요?”
“네?”
“제가 방금 주차장에서 너무 웃겨서 사진을 찍었네요.”
“???”
갑자기 내게 어떤 자동차 사진을 보여주며 친한 척하는 상대.
‘뭐야, 이거 내 차잖아?’
내 생각과 무관하게, 그는 혼자 실실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오늘 손님 주차장에 누가 소니타를 주차해놨더라고요. 하하하.”
“음….”
“호텔 직원이 손님용 주차장을 헷갈렸나 봐요.”
“…. 그게 왜 웃기죠.”
“아, 저, 저는 웃기던데….”
동작 유업의 삼남이라고 했었나.
말투에 허세가 가득하고 남을 깎아내리기 좋아하는 사람.
몇몇 이들이 불편해하는 분위기 속에서 내가 살며시 입을 열었다.
“…. 그거 제 차예요.”
“네?”
“연비도 좋고, 잘 굴러갑니다.”
“그, 그렇군요.”
소니타를 타고 와서 괜히 새롬 씨한테 폐가 될까 걱정했는데.
다른 포트릭 회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와, 기부는 그렇게 하셨으면서 국산차를….”
“진짜 검소하시구나.”
“김진우 작가님은 인성부터가 다르시군.”
“재벌보다 나은데?”
다들 한국에서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는 이들이라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검소함 프레임까지 씌워서 기사가 양산되었다.
* * *
며칠 뒤, 「맨 vs 네이쳐」 제작발표회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진짜 마케팅 효과 하나는 제대로잖아?’
심주원 감독님께 편집하느라 수고했다고 전화를 드렸는데.
기부를 언급하면서 민망할 정도로 내 얼굴에 금칠을 하셨다.
이내, 시선을 돌려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희정이를 바라봤다.
“희정아, 너는 그냥 내 집에서 살기로 했니?”
“가끔 오는 거지. 매트릭스도 깔았잖아.”
낙수효과란 이런 걸까.
김희정은 갑자기 클린해진 드라마 게시판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상한 억측으로 각종 악플이 쏟아졌었는데.
“내가 오빠 빽으로 배역 꽂혔다고 욕하던 사람이 있었거든?”
“그래?”
“응. 지금은 오빠랑 같이 묶어서 나까지 칭찬해주네.”
“흠.”
최근 인터넷 연예계 뉴스난에는 거의 나에 대한 소식으로만 가득 채워졌다.
《수많은 장르를 넘나드는 천재 작가 김진우! 그 신드롬은 어디까지 이어지는가!?》
《김진우 작가의 대작, 「천상의 멜로디 : 자강음천」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 수상 가능성은?》
《유설아와 김진우, 연예계 대표 기부 천사들의 기부 내역을 낱낱이 공개합니다!》
국내 기부천사 명단의 최상단에 당당하게 이름을 걸었다.
일견으로는 ‘맨 대 네이쳐’와 ‘호러 스트리머’의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액수가 말도 안 되게 컸고, 재작년부터 꾸준히 이어온 기부 활동이었으니.
그런데, 문득 희정의 드라마에 대한 소식이 궁금해졌다.
“근데 너 첫 방송 나갔다며, 어떻게 됐냐?”
“동시간대 1위!”
“오, 그래?”
희정의 말을 듣고 곧바로 오현식의 TVM 드라마와 시청률을 비교했는데.
“…. 거의 두 배 차이네.”
“대박은 아니지만, 공중파랑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어.”
“축하해.”
배우진이 워낙 탄탄해서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제 효주도 성공적으로 입봉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그래서 오늘은 촬영이 없는 거야?”
“있는데?”
“…. 근데 왜 여기서 야옹이랑 놀고 있냐.”
“좀 있다 나갈 거야.”
원래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
김희정도 연예인이니까 신경 꺼야겠다.
그보다, 내 새로운 작품을 신경 쓰는 게 낫겠지.
애옹─
슬쩍 시선을 돌려 우리집 고양이를 쳐다봤다.
시스템이 정해준 배역이 기대를 저버린 경우는 없었지만.
그래도 말이 통하는 사람도 아니고, 고양이까지 믿어야 할지.
어느새 로미오는 아끼는 인형을 물어서 내게 가져왔다.
“오빠, 그거 로미오가 진짜 믿는 사람한테만 맡기는 거야.”
“어, 그래.”
“나는 어제 모기도 한 마리 선물 받았는데. 헤헤.”
“그거 참 부럽다.”
“오빠도 노력하면 할 수 있어!”
“안 해.”
문득, 베네핏을 로미오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세부적인 스탯을 확인하기 위해 ‘배우 평가’를 사용해 봤는데.
【대상에게 적용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 상점을 이용해 주세요.】
‘…. 뭐를 구매하라는 건가.’
슬쩍 확인해 보니 동물 전용 베네핏은 따로 있었다.
상점 하나 열고 나서 그새 배짱 장사를 하고 있네.
그나마 먹히는 베네핏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사전 조사(Lv 2)를 사용합니다.】
【해당 배우는 ‘고양이 탐정 메로로’ 역할과 96% 만큼 일치합니다.】
미리 등록하고 시작하는 배역이라서 당연히 일치율은 최상위권.
‘그래. 그냥 믿어야지.’
지이이잉─
그때, 여친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새 영화 제작과 관련해서 말해줄 내용이 있다고 들었는데.
“네. 새롬 씨.”
-작가님, 송 감독님이 시간이 되실 것 같네요.
“네? 아….”
「고양이 탐정 메로로」
조만간 템페스트 엔터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할 것 같다.
-말씀하신 대로, 이시연 배우님이랑 신조훈 배우님은 출연 확정했어요.
“이번엔 진짜 템페스트 엔터 배우들로 다 채웠네요.”
-네. 덕분이네요.
최원준 형님까지 세 명 모두 내가 찾은 배우님들.
애옹─
그리고 우리집 고양이 로미오까지.
-일단 맨 대 네이쳐 제작발표회만 끝나고 대화를 나누시죠.
“좋아요.”
* * *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촬영장.
어두운 밤, 스산한 분위기의 참나무 숲.
화려한 조명 기구들이 배우들을 비췄다.
“여기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야 해”
“진짜 원귀가 나오는 게 맞아?”
“당연하지. 나 못 믿어?”
채담은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성호를 째려봤다.
일본 자살의 숲을 대신해서 한국에 비슷한 환경에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나지수 감독은 어느새 성장한 두 배우들의 합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컷!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장면을 위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배우들을 확인한 나 감독.
나지수는 방금 촬영한 장면을 확인하면서 재혁과 대화를 나눴다.
“스타급 배우분들이라 그런지 정말 자연스럽네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게 딱딱하게 말씀 안 하셔도 되는데.”
“아…. 넵!”
송권수 감독님이 직접 가르치는 수제자, 유재혁.
현재 나지수의 밑에서 조연출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다음 장면은 직접 연출하셔야 하니까 분위기 그대로 유지해 주세요.”
“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이왕이면, 곽무당 배우님의 광기가 제대로 드러나야 하니까….”
급박하게 돌아가는 촬영 특성상, A팀과 B팀으로 나눠서 연출을 맡았다.
보통 서브 장면이나 조연들로 이루어진 장면을 B팀이 맡아서 촬영했다.
‘드디어….!’
유재혁은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조연출이라고는 하지만, 디지니 플레이의 대작을 직접 연출하다니.
“아, 그리고 소채담 배우님 좀 살짝 불러주세요.”
“네! 감독님.”
“지금이요.”
“아, 넵!”
한편, 같은 시각.
두 주연 배우는 잠깐 쉬는 시간을 보냈는데.
보통 지성호가 먼저 소채담에게 대화를 거는 식이었다.
“와, 여긴 그냥 평범한 숲인데도 무섭네.”
“그러게요.”
채담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진우의 너튜브 채널을 둘러봤다.
“오늘도 새 영상은 안 올리셨네.”
“응? 김진우 작가님?”
“네. 요즘 여기 채널 보는 게 삶의 낙이었는데.”
“…. 그런 거 좋아하는구나.”
“그렇긴 한데….”
그때, 채담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성호에게 말을 꺼냈다.
“저기, 선배.”
“응?”
“제가 사과드릴 일이 있어요.”
“무슨….?”
“닉네임 채담채담이요. 그거 제 아이디예요.”
“???”
“그동안 속여서 죄송해요.”
그때, 유재혁 조감독이 급하게 채담을 불렀다.
오늘 촬영 관련해서 의논할 내용이 있는 모양이다.
“잠깐 다녀올게요.”
“아, 어…. 응!”
조연출과 함께 저만치 멀어져 가는 소채담.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채담채담이…. 진짜 소채담이었어!?”
문득, 그녀와 나눴던 대화들이 떠올랐다.
지성호 자신이 채널을 밝히고 나서 변했던 태도까지.
요즘은 댓글을 달아주지도 않아서 묘한 아쉬움까지 느끼고 있었는데.
-제발 공포 컨텐츠 좀 더 찍어주세요 ㅠㅠ
사실, 팬이 너튜버에게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저 악플러라고 치부하고 무시하기 일쑤였으니.
“…. 내가 너무 심했나.”
그저 공포 컨텐츠를 좋아하는 어린 소녀가 아닌가.
“그게 뭐라고….”
겁쟁이 지성호는 큰 결심을 했다.
앞으로 너튜브 채널의 방향을 바꾸겠다고.
누군가를 위해 너튜브 채널을 키우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 * *
제작발표회장은 기자들만으로도 북새통을 이루었다.
한국의 기자들뿐만이 아니라 외신들도 줄을 지었다.
영화배우로 알려진 로다주의 드라마 출연은 해외 팬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었으니.
“김진우 작가님! 매번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시는데, 비결이 뭔가요?”
“음, 원하는 장소에 가면 드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져요.”
“오오, 그래서 그렇게 대본을 쓰러 다니시는군요!”
“그런 셈이죠.”
진우는 그냥 솔직하게 말한 것뿐인데.
기자들은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진우의 말을 왜곡했다.
-환경에 따라 머릿속에서 드라마가 떠오르는 천재 작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연예계가 아닌가.
그런 환경에서 진우의 존재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지난바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100억대 기부로 검증된 인성까지!
다들 기부한 경위나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괜히 작품 외적인 질문을 먼저 해서 욕먹고 역풍을 맞을까 두려워서.
그 와중에, MC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먼저 총대를 멨다.
“작가님, 기부 소식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어떤….?”
“일단 왜 숨기셨는지 다들 궁금해 하실 겁니다.”
“….”
숨긴 게 아니라 몰랐던 건데.
시스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
“제 작품이 다른 쪽으로 주목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 그럼 그동안 기부를 계속 하신 이유는….”
“저 자신을 위해서 했습니다.”
“크으….”
본인을 위해 기부했다니, 뭐 이런 성인군자가 다 있나.
개인이 할 수 있는 기부금이라는 게 분명히 한계가 있을 터인데.
“작가님,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
“…. 솔직히 저도 좀 민망합니다.”
제작발표회를 마치고, 며칠 뒤.
디지니 플레이에 올라온 「맨 vs 네이쳐」 1부.
첫 방송의 반응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폭발적이었다.
로다주와 김진우, 심주원 감독이 만들어낸 콜라보.
거기에 에바의 미모까지 더해져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이끌었다.
“와, 어떻게 자연경관을 이렇게 잘 표현했는지….”
“멋있네요.”
평소에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새롬도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진짜 다큐 보는 것 같아요.”
“진우 씨! 이건 그냥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수준이에요!”
“이게 드라마는 조회수가 안 뜨는데….”
순식간에 순위권에 진입하는 걸 보니, 조회수는 안 봐도 될 것 같다.
슬쩍 댓글창에 손을 가져가서, 1부에 달린 댓글을 확인해 봤는데.
-로다주 형님 연기는 ㄹㅇㅋㅋ
-와 개꿈잼 ㄷㄷ
-에바가 이렇게 예쁘다고? 에반데
-김진우랑 같은 시대에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작감배 무엇. 진짜 거를 타선이 없네
-기부천사 김진우 작가님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시청자분들의 따뜻한 성원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때, 옆에서 나를 쳐다보던 여친이 넌지시 말을 꺼내었다.
“진우 씨, 며칠 뒤에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있잖아요.”
“아, 네.”
“제가 옷 골라드릴게요.”
“새롬 씨가 직접요?”
“네. 싫으시면 스타일리스트를….”
“아뇨! 여친님이 골라주시면 비닐이라도 입고 가죠.”
“뭐예요, 그게.”
“진짠데.”
“비닐옷은 너무 시대를 앞서갔고, 예쁜 옷 골라드릴게요.”
“좋아요!”
나는 여친의 손을 잡고 하루종일 데이트를 즐겼다.
솔직히 무슨 옷을 입고 가는지는 전혀 상관없었다.
그냥 정새롬이라는 사람과 함께하는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을 뿐.
* * *
시간이 흘러,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당일.
오늘 천상의 멜로디가 대상을 탈 수 있을지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공중파 3사 시상식은 연말에 따로 있어서 그런지, 보통 백상에서 대상을 타기는 어려울 텐데.
“설아 씨, 잘 지내셨어요?”
“그럼요. 작가님은요?”
“저도….”
“얼마 전에 기부 소식은 들었어요.”
“아….”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그에 대해 한 마디씩 던졌다.
“존경합니다, 작가님.”
“설아 씨가 훨씬 더 대단하시죠.”
“저기, 혹시 제가 드린 시집은 요즘도 보시나요?”
“그럼요. 좋은 영감이 되고 있어요.”
“저도 여동생분 극단 모자 잘 쓰고 있답니다.”
“???”
‘알고 있었어….?’
유설아 배우님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내 팔에 손을 얹었다.
“얼른 들어가요.”
두근─
그런데, 시상식장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감각이 심장을 자극했다.
‘올해만 몇 번째냐고.’
설아 씨는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내가 어떤 여인에서 시선을 두고 있어서 그런지.
“아는 분이에요?”
“아뇨.”
“요즘 유명해요. 신인 배우, 채은 씨.”
“….”
선정적인 옷차림에 매력적인 눈웃음.
과연, 한국의 마릴린 먼로라고 부를 만한 인재가 아닐까.
두근─
굳이 피할 이유를 느끼지 못해서 천천히 다가갔는데.
【내용 : 김 프로의 성 상담소 1부】
【장르 : 성인, 시트콤, 코미디, 19금, 교육】
【장소 : JKS 엔터테인먼트 로비】
【제한 시간 : 20일】
【※ 레전드리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600억 원】
뭐냐, 야동을 VR로 보여주려는 건가.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