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56)
JTBS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장.
참가자들은 물론, 시청자들은 숨을 죽이고 시상자의 입을 지켜봤다.
이내, 짧은 침묵을 깨고 중순일보의 사장이 대상의 주인공을 발표했다.
-SBC 방송국 천상의 멜로디, 자강음천! 축하드립니다!
발표와 함꼐 일어서는 송권수 감독과 김진우 작가.
지난 1년 동안 방영된 모든 드라마와 예능을 합쳐서 한 작품, 혹은 한 명이 받는 상.
대상작을 발표하는 순간, 유설아와 세미를 포함한 출연 배우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들 사이에 섞여서 쓰고 있던 가발을 벗는 인물이 있었다.
“으앙, 우리 형식이….”
템페스트 엔터에서 방송을 지켜보던 직원들.
그중에서도 밍쁨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효주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서 입을 열었는데.
“대상 타서 기쁘구나!?”
“아니…. 군대애애….”
“…. 힘내.”
형식이 삭발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시청자들은 아마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저 소속사에서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해서 방송에 얼굴이 비추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텐데.
-…. 저 군대갑니다.
자강음천 팀은 배우들 중 가장 먼저 정형식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한국대 입학과 재벌 3세라는 타이틀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신인배우.
이제는 톡톡 튀는 매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아 탄탄대로를 걷게 될 배우였지만.
밍쁨의 주변 직원들은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한 마디씩 꺼내었다.
“해병대 간다던데.”
“남자다잉!”
“정 배우님은 잘 하실 거야.”
“그럼, 그럼.”
재벌이나 탑스타도 피할 수 없는 군대.
작정하고 피하려면 피할 수야 있었겠지만.
“그래도 여론은 엄청 호의적이야.”
“그치. 재벌이잖아.”
“군대 갔다오면 금방 스타가 되겠네.”
“나도 정형식 배우님처럼 살고 싶다!”
고작 몇 달 연애하고나서 헤어지는 운명.
주변 동료들은 밍쁨을 위로하기 바빴다.
“은빈아, 앞으로 18개월만 기다리면….”
“네? 무슨 소리예요?”
“???”
“우리 헤어졌어요. 형식이가 찼어요.”
“!!!”
“기다리게 하는 거 싫다고 하던데요.”
“….”
세상은 넓게 연애관은 다양하다.
모든 사랑과 사랑법은 존중받아 마땅했다.
가령, 대중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정형식처럼.
-누나, 군대 갔다오면 제가 프로포즈할게요!
노빠꾸 상남자 정형식의 사랑법이었다.
물론, 소속사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은 소신 발언이었으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새롬 실장은 멍한 눈빛으로 TV를 쳐다봤다.
“…. 쟤가 오늘 뭘 잘 못 먹었나?”
얼마 후, 형식이는 그렇게 나라의 부름을 받고 떠나갔다.
남겨진 소속사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 * *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화제를 낳은 백상예술대상.
형식이 만큼이나 대중들의 관심을 끈 사람은 다름 아닌 나.
“나도 이제 인기 많네.”
그동안 너튜브로 관종짓을 하도 많이 해서 그런가.
이제 대중의 관심도 어느정도 익숙한 편이었다.
《최고 시청률 40프로의 벽은 깬 천상의 멜로디! 결국 백상에서 대상을 거머쥐어….》
이렇게 상을 받다보면 언젠가 역사에 남는 대작가가 되는걸까.
아니, 이미 연예계나 한국 드라마 역사에는 한 획을 그었지만.
“그 이상을 노리면….”
할리우드? 아니면 노벨문학상?
미국에서 팝 가수가 노벨상을 탄 경우가 있긴 했지만.
‘디지니 플랫폼에서도 많이 컸어.’
국내외 인기에 힘 입어, 「맨 vs 네이쳐」의 랭킹 또한 수직 상승했다.
현재 한국에서 넥플렉스의 아성은 독보적이었지만.
단 한 작품으로 디지니가 턱 밑까지 따라잡았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벌써 두 플랫폼 간의 격차는 그야말로 미세한 차이에 불과했으니.
세계적인 인지도와 인기는 디지니가 우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디지니 압승이지.’
호러 스트리머 시즌 2까지 런칭하면 정말 동등해지거나.
어쩌면 한국에서 넥플렉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지도 모르겠다.
“음….”
사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지금 나한테 가장 중요한 건.
“야동…. 아니, 성인용 교육 드라마.”
일단 새롬 씨한테 JKS 관계자 번호를 물어봐야겠어.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장에서 만난 신인 배우 김채은.
내 생각에, 이번 드라마 캐스팅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 분이 기본적으로 섹시 컨셉이긴 하지만….’
아무래 그래도 인지도가 꽤 괜찮은 신인 배우잖아.
19금 딱지 붙인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될 이유가 있을까.
잘 되면 다행이지만, 망하면 이미지가 끝도 없이 추락할 터.
“…. 근데 이유는 만들면 그만이지.”
그래도 나 정도 이름값이면 찔러볼만 하지 않나.
장르를 떠나서, 실패를 모르고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지이이잉─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인물에게 국제 전화가 걸려왔다.
“지성호?”
가끔 톡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전화는 처음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는데.
‘아씨, 괜히 받았네.’
저번에 했던 약속을 언급하는 지 배우님.
-우리 약속은 기억하시죠?
“…. 뭐였더라.”
시치미를 떼도 소용이 없었다.
-일본 이누나키 터널, 같이 가기로 하셨잖아요.
“그랬나.”
원래 일반인에게 출입을 금지해 놓은 장소였으나.
지자체 홍보를 조건으로 촬영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작가님, 일본 촬영 내일모레에 있거든요.
“음…. 그래서요?”
-촬영 장비 들고 안쪽까지 가는 걸로 해요.
“….”
이 사람, 겁쟁이 주제에 갑자기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다.
“그럼 내기하시죠. 마법소녀 복장으로 제로투 빵.”
-네?
“한 발자국이라도 더 안쪽까지 들어가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콜!
친구, 내가 마법소녀 복장을 입혀주겠어.
-근데 작가님은 이미 제로투 찍었잖아요.
“…. 어차피 내가 질 일은 없을 텐데?”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제가 이기면 작가님 너튜브 채널에 제 채널 홍보해 주세요!
“오케이, 콜.”
나도 제로투 또 안 추면 이득이지.
어차피 내가 이기겠지만.
‘솔직히 새 대본 쓸 시간은 충분하니까….’
당장 일본부터 갔다와서 야동-, 아니, 새 드라마 대본을 쓰던지 해야겠다.
어차피 호러 스트리머 촬영 현장에 한 번쯤 들를 때도 됐잖아.
톡, 토토톡─
곧바로 새롬 씨에게 조심스럽게 허락을 구했는데.
“와우, 쿨하시네.”
이제는 해외 어디를 가도 허락해 주는 우리 새롬 씨.
여윽시, 우리 실장님은 재벌답게 배포도 태평양이다.
며칠 뒤.
여친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일본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 *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새롬은 또다시 일본으로 떠난 진우를 보내주며 열반의 경지에 올랐다.
없던 종교라도 만들지 않으면 남친에게 자비를 베풀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음…. 실장님, 괜찮으세요?”
변혁주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네. 괜찮습니다.”
“안 괜찮아 보이시는데….”
“괜찮아요.”
“아, 넵!”
진우가 분명히 허락을 구하기는 했었다.
다만, 눈치가 더럽게 없어서 톡을 잘못 해석했을 뿐.
[다녀오고 싶으면 다녀오세요 ^^]
이 말을 듣고 진짜 가는 게 말이나 되는 건가.
그것도 세상 서윗한 달콤한 말을 남기고 떠났다.
[새롬 씨, 매번 응원해 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ㅠㅠ]
[앞으로도 지금처럼 내가 정말 잘 할 게요! ㅎㅎㅎ]
‘음, 안 되겠어.’
친한 사람에게 반어법을 즐겨쓰는 언어 습관부터 고쳐야겠다.
이거 때문에 얼마나 손해를 보는 건지 손으로 꼽을 수도 없었다.
“저기…. 실장님.”
“네. 팀장님.”
“미팅룸에 배우분들이랑 송 감독님이 도착하셨다고….”
“…. 가시죠.”
이제는 템페스트 전속 계약이나 다름 없는 거장 감독.
천상의 멜로디가 종영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오히려 빠른 복귀를 원한 건 송권수, 본인이었다.
‘이번에는 미리미리 배급을 확보해야겠어.’
지금까지 진우의 영화는 두 작품, ‘마법소녀’와 ‘미식가’ 뿐.
전자는 디지니 오리지널 작품이라 배급이 필요 없었으며.
후자는 초기에 배급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았다.
즉, 극장에 정식으로 걸어서 최다 관객수를 노리는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뜻.
‘최원준 배우님 복귀 작품이면 기대감은 충분하겠지.’
물론, 김진우 작가의 작품이라서 큰 걱정이 없었다.
영화든, 드라마든,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니.
잠시 후,
새롬은 미팅룸에서 배우들과 인사를 나눴다.
‘라인업이…. 굉장히 좋네.’
10여 년의 공백을 깨고 화려하게 복귀하는 액션 스타, 최원준.
일본에서 강렬한 악역 연기를 펼치며 한류 스타의 대열에 오른 신조훈.
데뷔작 「월드 클래스 미식가」에서 원탑 주연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이시연.
애옹─
게다가, 일본에 간 진우가 자신에게 맡기고 간 로미오까지.
너튜브 출연이나 광고 촬영으로 이미 스타 고양이 취급을 받고 있었다.
놀랍게도 전부 템페스트 엔터 소속 배우들.
고작 몇 년 사이에 자사에서 탑스타를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었다.
심지어 그 흔한 스캔들 하나 터지지 않는 착한 배우들로 구성됐으니.
‘아, 형식이는 제외.’
어쨌든, 이 또한 김진우를 만났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서운했던 감정도 잊고, 다시 한번 남친이 자랑스러운 새롬이었다.
“송 감독님, 백상예술대상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덕분이지요.”
감독과 제작사 간의 가벼운 덕담 이후.
주연급 미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아, 그런데….”
송 감독은 온화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언급했다.
기자들이 ‘영혼의 동반자’라고 칭하는 작가에 대해.
“작가님께서 일본 가셨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아…. 직접 연락하셨나요?”
“네. 나지수 감독이 고생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렇죠.”
확실히,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촬영은 녹녹치 않았다.
8부작에 불과했지만 촬영지는 하나 같이 특이한 심령 스팟들.
그와 비슷하게 세트장을 구성하려니까 골치가 아플 수밖에.
“그래도 나지수 조감독님은 잘하실 거라고 믿어요.”
“흠, 맞습니다. 김진우 작가님 작품은 마법 같은 힘이 있거든요.”
“네?”
“마치 누군가 설계한 것처럼 촬영이 순조로워요. 단순이 운이 좋은 정도가 아니예요.”
“아….”
송 감독은 눈을 동그랗게 뜬 새롬을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세상에 수많은 천재들이 있지만….”
“….”
“하늘이 돌보는 천재가 있다면, 저는 주저없이 김진우 작가님을 꼽을 겁니다.”
“음….”
너무나도 노골적인 칭찬 세례.
대단한 감독 앞에서 남친의 칭찬을 들으니 괜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공개연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으니.
아니, 사실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가님은 지금쯤 촬영장에 계시려나….’
한편, 같은 시각.
일본에서는 두 남자의 자존심 싸움이 한창 이어졌다.
* * *
이누나키 터널.
일본에서 영화로 다뤄졌을 만큼 유명한 심령 스팟이었다.
근처에서 워낙 많은 사망 사건이 보고되어 도로 전체를 폐쇄했다.
“성호 씨, 쫄리면 여기서 포기하시죠.”
“에이 제가요?”
두 명의 쫄보들은 눈치를 보며 서로 포기를 종용했다.
왠지 모르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주변 환경.
콘크리트로 막힌 터널의 입구, 위쪽에는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존재했다.
“그냥 마법소녀는 없던 걸로 해줄게요. 대신 제가 이긴 거로….”
“어휴, 작가님 채널에 제 채널을 홍보해주실 생각부터 하시지요.”
“후우…. 꼭 피를 보셔야겠습니까?”
“저는 피가 안 나는 사람이에요.”
“저는 인형의 섬에 다녀오고 간뗑이가 부어버렸는데요? 겁이 없어요.”
“그럼 저는….”
“둘 다 제발 그만!”
소채담은 입으로만 떠드는 두 사람을 뒤로한 채 먼저 사다리에 올랐다.
촬영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제작진에서 준비한 소품이었다.
“채, 채담아, 같이 가!”
“…. 어휴.”
두 남자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각자 소소하게 조명기구와 셀프 캠을 하나씩 들고서.
곧이어, 터널 내부에 진입한 세 사람.
내부의 공기는 바깥과 차원이 달랐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조명기구가 유일한 구원이었다.
들어올 때는 몰랐지만, 일단 들어오고나자 실감이 났다.
숨이 턱하고 막힐 듯한 침묵 속에 지성호가 작은 단말마를 뱉었는데.
“아….”
그의 목소리는 터널 안쪽에 파고 들더니,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꼭 내기를 할 필요는 없었네.”
“그, 그쵸? 저도 그 생각했어요. 작가님.”
“그럼 돌아갈까?”
“흠, 그것도 좋은 방법….”
“저기, 그런데 말입니다.”
김진우는 슬쩍 지성호보다 한 발자국 안쪽에 들어섰다.
“이기긴 제가 이겼네요.”
“???”
“제가 더 안쪽에 있잖아요.”
“어이쿠, 그럼 저는 두 걸음만 더 치겠습니다.”
“…. 묻고 더블로 가.”
배우와 작가는 자신의 드라마 따라간다고 했던가.
‘자강두천….’
경쟁하듯 한 발씩 안쪽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소채담은 언제 촬영 장비를 건네 받았는지 흥미로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캠에 담았다.
‘이건 찍어야 해.’
겁쟁이 두 명이 치열하게 두뇌 싸움을 하는 현장.
게다가, 둘 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너튜버들이 아닌가.
‘으으, 근데 진짜 무섭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침묵의 무게가 가중되었다.
언제부턴가 두 남자 역시 할 말을 잃고 분위기에 압도되었으니.
뚝.
이내, 진우는 정신을 차리고 걸음을 멈췄다.
“이보다 더 들어가면 위험해.”
“마, 맞아요! 저도 그 생각함.”
“그럼 이제 그만….”
“어? 근데 제가 반 걸음 더 안쪽에 있네요?”
“…. 하지만 이렇게 하면?”
장난스럽게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은 굉장히 진지했다.
‘그만해, 제발.’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은 끝이 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다.
근방에서 수많은 박쥐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
찌르르르─
“으아아아─!”
“아아아아악─!”
두 남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친듯이 왔던 길로 돌아갔다.
소채담은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그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나 버려….?”
곧바로 그들을 따라가려고 하다가, 아쉬운 마음에 슬쩍 뒤를 돌아봤는데.
“어라….?”
카메라에 얼핏 찍힌 검은색 형체.
그 모습을 보고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으, 으아아….”
채담은 두려운 감각을 즐기지만, 공포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녀 역시 엄청난 공포감을 못 이겨 못난이 두 남자를 뒤쫓았다.
“같이 가, 멍청이들아!!!!”
* * *
“분하다. 내가 지다니….!”
소채담이 찍은 영상 속, 지성호보다 반 걸음 뒤에서부터 도망치는 모습.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지성호 마법소녀 분장을 봐서 뭐하겠어.
내 채널에 업로드 된 두 쫄보 영상은 삽시간에 인기 영상 1위에 등극했다.
“…. 뭔가 내가 더 쫄보로 나온 것 같아서 억울하네.”
“억울할 것 없네요.”
“아, 오셨어요. 새롬 씨?”
천천히 다가오며 내게 커피를 건네는 여자친구.
새롬은 쓴웃음을 지으며 내게 따뜻한 말을 건넸다.
“지금 딱 귀엽게 잘 나왔어요. 덕분에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관심도 많이 올랐고.”
“음…. 그래요? 근데 검은 형체는 대체 뭘까요?”
“그림자겠죠.”
“무슨 그림자….?”
정새롬이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을 돌렸다.
“여기, 저번에 부탁하신 번호 드릴게요.”
“네?”
“일본 가기 전에 부탁하셨잖아요. JKS 실장급 매니저분 연락처예요.”
“아, 고마워요.”
“근데 거긴 왜….?”
“…. 괜찮은 배우를 찾을 것 같아서.”
“오, 그래요?”
“넵.”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지.
일본 갔다와서, 대본 집필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저 그럼 곧바로 JKS에 다녀올게요.”
“같이 가실래요?”
“음….”
사실, 대본 쓰러 가는 거지만 솔직하게 아직 말하긴 좀 그렇지.
지금 ‘고양이 탐정’도 사전제작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니까.
“혼자 다녀올게요.”
“네, 그래요.”
웃으면서 나를 배웅하는 실장님을 뒤로한 채 JKS 엔터로 향했다.
뚜루루루─
가는 길에 내가 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안녕하세요. 김진우라고합니다.”
-네? 누구시라고요?
“김진우 작가입니다.”
-자, 잠시만요!
잠시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전화를 건네받았다.
-안녕하십니까. JKS 엔터 사장 진종명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무슨 사장님이 바로 받는 거야. 부담스럽게.
-혹시 어떤 용무로….?
“제가 잠깐 방문했으면 하는데, 시간 괜찮으실까요?”
-그럼요, 작가님! 언제든지!
허락도 구했겠다.
곧바로 새 작품을 쓰기 위해 JKS 엔터 로비로 향했다.
* * *
잠시 후, 머지않아서 시스템의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가볼까.’
사장님과 미팅을 하기 전에 작품을 확인하러 걸음을 옮겼는데.
“오우야….”
순식간에 주입되는 기억은 발기찬 아침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노골적인 단어와 선정적인 옷차림.
속옷차림 이상의 노출은 없었지만 대화 수위는 지붕을 뚫고 올라갔다.
‘성에 관심이 많은 모태솔로 대학생, 김진…. 김진우?’
이런 씨, 왜 나랑 이름 똑같냐.
시스템 선생, 혹시 미치셨어요?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자유 편집을 사용합니다.】
작 중, 모솔 대학생 가 당당하게 말했다.
-아, 쎾쓰 하고 싶다~!!!!
-큰 소리로 말하지 마. 등신아.
-닥쳐! 니가 모쏠의 마음을 알아!?
-차라리 김 프로한테 상담 받아볼래?
-김 프로….?
자연스럽게 김 프로, 김채은 배우의 상당소에 들르는 남자 주인공.
“백윤….”
쉐어 하우스에서도 국민 껄떡남으로 굳어졌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도 그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는구나.
“음….”
성 상담소를 운영하는 김 프로 역시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부부 클리닉, 트라우마, 특이 성향 등 다양한 손님들을 다루는 만능 상담사.
‘장르가 시트콤인 이유가 있었구나.’
그때, 멀리서 두 사람이 헐레벌떡 뛰어오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한 명은 JKS 엔터 사장님이고, 나머지 한 명은 새 작품의 주연 배우님.
“김채은 배우님, 안녕하세요?”
“아, 네! 작가님!!”
언제 어디서나 눈웃음을 치는 여우상.
그냥 태생부터 몸에 배인 습관처럼 보였다.
“저기, 채은 씨.”
“네?”
나는 크게 숨을 들이키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
“혹시 고품격 어른들을 위한 작품 같이 하실 생각 있으세요….?”
“어른이….? 대박!!! 혹시 마법소녀!?”
아뇨, 어른이 말고 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