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59)
새롬 씨랑 같이 회장님 뵈러 가는 날.
“그날이 벌써 내일이구나.”
뜬금 없긴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모든 게 참 황당할 따름이다.
일개 보조 작가였던 내가 3년 만에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가 됐다.
어쩌다 새롬 씨를 만났는데 점점 마음이 커지다가 사귀었고.
여자친구가 알고 보니까 재벌이었다는 만화 같은 스토리.
‘회장님께서 왜 부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천성 그룹 회장님께서 공식적으로 나를 초대했다는 게 중요하지.
이 모든 일을 단순한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비현실적이니까.
“시스템…. 너냐.”
그야말로, 비현실을 현실로 바꿔주는 신의 능력이 아닐까.
다이아 등급에 오르고, 까지 손에 얻었기에.
근데 일단 미션을 깨야 포인트를 얻을 텐데.
띵동─
변덕이 심한 편이지만, 그래도 심성은 착한 시스템.
【‘대한민국 0.1%’ 임무를 발견했습니다.】
【미션 : 천성 그룹 회장에게 인정받으세요.】
【제한 시간 : 3일】
【수락하시겠습니까? (Y/N)】
대신 언제나처럼 친절한 성격은 아니었다.
손녀사위? 드라마 작가?
어떤 인정을 받으라는 건지.
드르륵─
그때, 문이 열리고 효주가 작업실에 들었다.
“오빠, 고양이 탐정 대본리딩 현장 촬영본 나왔어요!”
“오, 그래?”
“아, 그리고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예고편도 나왔네요.”
“좋네, 너도 아직 안 봤지?”
“네. 지금 같이 봐요.”
내친김에 곧바로 확인하려고 스마트폰을 들었다.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시즌2 | 공식 예고편 | 디지니 플레이》
디지니 플레이 플랫폼 공식 너튜브 채널.
가장 최근에 업로드 한 예고편 영상 하나를 틀었는데.
어두운 화면 속에서 채담의 스산한 목소리가 나직하게 깔렸다.
-이번에는 해외 고스트 헌팅이야.
나 감독과 절친인 음향 감독이 신경 써서 만든 효과음.
기괴하면서도 묘한 몰입감을 불러일으키는 음향에 이어서.
-스스스슥─!
“허업!”
갑툭튀하는 귀신 대가리 때문에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다.
예고편에서도 겁을 잔뜩 주는 걸 보니, 컨셉은 확실하네.
“예고편 잘 나왔네요.”
“그러게. 본편보다도 잘 뽑았네. 너무 힘 많이 준 거 아냐?”
“에이, 넥플렉스는 더 심해요.”
“그런가, 요즘 그쪽이랑 경쟁이 빡세다고 듣긴 했는데.”
“맞아요.”
최근에 OTT 시장에서 넥플렉스와의 경쟁이 상당히 치열했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에서는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는 듯했으니.
‘왜 하필이면 한국에서….’
이러니까 나만 손해 보는 기분이네.
“지금 넥플렉스에 예고편 나온 드라마들 보셨어요?”
“응. 당연히 봤지. 경쟁작이잖아.”
군대 이야기, 사후세계, 좀비 시리즈.
다양하고 참신한 시나리오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었다.
“한두 개면 몰라도 물량이 너무 많아.”
그것들을 어떻게 다 이기겠어.
웹툰 원작도 많아서 스토리도 좋던데.
“그래도 단일 작품으로는 맨 대 네이쳐가 압도적이에요.”
“그거야….”
로다주 형님을 캐스팅했는데 당연히 그래야지.
CG 작업도 그렇고, 캐스팅에 돈을 얼마나 많이 썼는데.
‘나도 조만간 돈 좀 벌겠어.’
언제부턴가 러닝 개런티 n%는 기본으로 깔고 시작했다.
「고양이 탐정 메로로」와 「김 프로의 성 상담소」
두 작품 모두 3프로쯤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고양이 탐정 메로로는 촬영 시작했지?”
“네. 오빠.”
영화 촬영은 좀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결말을 포함해서 절반 이상은 베네핏 ‘자유 편집’으로 갈아엎은 영화.
촬영 시간이나 장소까지 고려한 시스템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났기에.
‘사실 이게 정상이지.’
원래 촬영장에 변수가 있는 게 당연하다.
갑자기 비가 올 수도 있고, 동네 주민이 민원 신고를 할 수도 있고.
물론, 영화의 완성도 측면에서 내 선택이 틀린 것 같지는 않았다.
저번에 ‘시스템 그 이상’이라면서 미션까지 줬으니까.
“오빠, 저 내일은 메로로 촬영장에 갈 수 있어요.”
“그래?”
“네!”
본인 드라마나 신경 쓰라고 하고 싶지만.
이제 그런 말을 해도 잔소리로밖에 안 들릴 수도.
“효주, 네 드라마 시청률은 잘 나와? 세 남자.”
“지금 10프로대에서 왔다 갔다 해요!”
케이블 JTBS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효주의 메인 작가 데뷔작.
그런 조건에서 10프로대 시청률이면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근데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기는 해요.”
“원래 드라마가 다 그렇지.”
“네….?”
“4화까지 눈길을 사로잡아야 계속 봐주시니까.”
제작 여부도 초반 네 편의 대본을 보고 나서 결정하는 일반적이다.
그러니까, 후반부에 어느 정도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는 뜻.
“근데 16부 완결까지 재밌는 드라마도 많아요.”
“에이, 많기는…. 그런 건 수작으로….”
“오빠 드라마는 전부 다 그래요.”
“응?”
“순정마초부터 지금까지 전부 다! 지루할 틈이 없어요.”
“그, 그런가.”
“네! 사건이나 캐릭터 만드는 능력은 천부적이에요.”
“….”
“결국, 드라마는 재밌어야 팔리잖아요.”
매 편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흥미롭고,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야 하는데.
당연하게도, 조형을 열심히 할수록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게 인지상정.
“근데 오빠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쓰시는 건지…. 진짜 신기해요.”
“그러게. 나도 신기하다.”
어쩌다 시스템이라는 황당한 힘을 얻게 되었는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쓰는 건 불가능했을 터.
‘…. 그래서 시스템 선생이 까라면 까야지.’
어떻게 하면 회장님께 인정받을 수 있으려나.
* * *
MDN 방송국.
정조준은 비서가 가져온 보고서를 읽으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제작진 세팅은 완료했나?”
“네. 사장님!”
“벌써 우리 방송국만 김 작가님 두 번째 작품이니까, 더욱 신경 쓰도록.”
“네!”
「김 프로의 성 상담소」
김진우가 처음으로 19금 딱지를 붙이는 성인용 작품.
노출은 속옷까지가 한계였으나, 대화 수위가 상당했다.
보통 흥행을 위해 15세 이용가로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럴 경우, 이번 작품의 맛깔나는 티키타카를 살릴 수 없겠지.
‘그럼 이 작품은 재미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
초반부 대본을 읽어본 조준은 확신했다.
이번 작품은 한국 성인용 시트콤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라고.
“흠, 야간에 진행하는 새 예능도 비슷하게 런칭하는 건가?”
“네. 사장님.”
“둘 다 신경 쓰도록 해.”
“넵!”
이내, 비서는 고개를 숙이고 사장실을 벗어났다.
“후우….”
케이블 방송국이라서 또다시 진우에게 간택 받았다.
만약 19금 작품이 아니었다면 어림도 없었겠지.
아니, 개인적인 친분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수도.
“…. 내일인가.”
현재 한국에 머무르는 천성 일가의 손자 손녀들을 불러모으신 할아버지.
형제들 간에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있으리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내일 1시간이라도 먼저 도착해야겠네.”
같은 어머니 배 속에서 태어났어도 후계 구도에 따라 견제하는 지저분한 형제 관계.
몇몇 이들은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새롬을 못마땅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게다가 갑자기 부르시는 이유도….’
김진우 작가를 초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런 것처럼 보였으니.
다른 형제들이 강한 질투심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대충 영준이 형이랑 민주 누나 정도….’
마크해야 할 주요 인물들을 떠올리며 천천히 생각했다.
부디, 그들이 김진우 작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를 바랐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셀럽이 아닌가.
이쪽 업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진우의 존재감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새롬에게 과분할 정도가 아닐지.
‘하지만, 문제는….’
다른 형제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의문이라는 점이었다.
* * *
다음 날.
파란 하늘 아래, 우리는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약속대로 새롬 씨와 함께 5시간 먼저 별장에 도착했는데.
“후우…. 떨린다.”
“긴장하지 마세요. 상견례 같은 건 아니에요.”
“…. 어떻게 긴장을 안 해요.”
새롬 씨의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무려 정덕수 회장님을 눈앞에서 보게 되는 건데.
그냥 제주도에 온 김에 데이트부터 할 걸 그랬나.
“진우 씨, 혹시 불편해요?”
“아뇨, 전혀.”
“…. 어? 아저씨!”
그때, 머리가 새하얀 집사분이 나와서 우리를 마중했다.
“아가씨, 들어가시죠.”
“네.”
아가씨라니, 오늘따라 새롬 씨가 정말 딴 세상 사람 같네.
“지금 회장님께서는 출타 중이십니다.”
“아, 그래요?”
차라리 잘 됐다.
안 그래도 대본 쓸 시간이 필요했는데.
집사님의 꽁무니를 따라 들어가는 길.
저 멀리 어마어마한 크기의 야외 테라스가 눈에 들어왔다.
고기를 구워 먹을 만한 불판과 테이블 위에 세팅된 식기들.
그 앞에 고용인들이 식자재를 준비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마당 한쪽에 보이는 시스템의 빛.
“저기, 새롬 씨.”
“네?”
“죄송한데 여기서 글을 좀 쓰고 싶은데….”
“그렇게 해요.”
생각보다 쉽게 허락받았다.
“저는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요리를 만들고 있을게요.”
“직접이요?”
“네. 종종 제가 해주시는 계란 요리를 즐겨 드세요.”
“와아…. 얼마나 요리를 잘하시는 거예요!?”
천성 그룹 회장님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전문 요리사들을 전부 젖히고 살아남는 거잖아.
“그 정돈 아니에요.”
미소를 지으며 사라지는 새롬 씨.
여친 잘 만난 것 같아서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두 편 연속이라 부지런하게 써야 해.’
예전처럼 한 편당 5시간씩 쓸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두 시간 정도는 요약본을 정리해야 나중에 혼자 쓸 때 편했다.
곧바로, 자리를 옮겨 빛을 머릿속에 받아들였다.
타닥, 타닥─
「김 프로의 성 상담소 3부」
“호우야….”
이거, 진짜 VR 야동이잖아.
조연 캐릭터들의 베드씬도 나오고.
게다가, 김채은 씨는 최근에 자주 보면서 벌써 지인이 다 됐는데.
노골적으로 몸매를 드러내는 속옷 차림을 보니까 괜히 민망했다.
“어라?”
나도 신체 건강한 성인 남자가 아닌가.
갑자기 엉덩이를 뒤로 빼게 되는 건 우연이 아니었다.
그때, 나를 부르는 여친님의 목소리.
“진우 씨?”
“뭐가요.”
“???”
“아, 뭐가요.”
“….”
이거 좀 위험한데.
들키면 무조건 병신이다.
“한 입 드셔보라고 가져왔는데….”
“두고 가세요. 하하.”
타닥, 타닥─
의도적으로 새롬의 눈을 피하고 노트북을 두드렸다.
“근데 왜 허리를 그렇게 쭉 빼시고…. 지금 자세가 좀 이상해요.”
“저는 원래 대본을 이렇게 씁니다.”
“…. 그럴 리가요. 엄청 불편해 보이는데요.”
“세상에서 제일 편한데요?”
“….”
그냥 제발 가라.
“음…. 여튼, 두고 갈게요.”
“예압!”
잠시 후, 힐끔 그쪽을 쳐다보니 다시 멀어졌다.
‘와아…. 진짜 큰일 날 뻔.’
한숨을 돌리고 다시 대본 집필을 이어갔다.
타닥, 타다닥─
오늘 내용 중에 웬 변태 할아버지가 나와서 야동을 시청하는데.
딱 봐도 비중 있는 캐릭터는 아닌 것 같지만 조금 뜬금없어서.
-김 프로, 나 좀 도와주게.
-어르신, 야동 중독은 병이 아닙니다.
-그러면….
그때, 뒤쪽에서 의문의 말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느껴졌다.
“흠, 열심히 하는구만.”
“음….?”
뒤를 돌아, 부티나는 할아버지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정덕수 회장님….!’
뉴스에서 보던 인물을 현실에서 보게 됐다니.
난생처음 탑스타를 봤던 순간이랑은 또 다른 느낌이다.
“아, 안녕하섹, 켁켁!”
“….”
“죄송합니다. 갑자기 사레가….”
갑자기 사레가 들려서 목이 메였다.
이내, 정덕수 회장님의 눈썹이 꿈틀하는 걸 보고는 주변 사람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김진우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똑똑히 봤다.
‘안녕하섹’ 할 때 회장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모습을.
생각보다 풍채가 좋으셔서 압도되는 느낌.
한국 경제의 한 축을 일궈낸 거인을 눈앞에서 볼 줄이야.
긴장해서 헛소리가 다 튀어나올 것만 같아.
“요즘 성인 드라마를 쓴다면서….?”
“아, 네. 회장님!”
“내가 투자를 한번 할까 하는데….”
“네? 그, 그러면 저는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투자사가 대본을 안 볼 순 없겠지?”
“아…. 넵,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갑자기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
‘회장님이 왜 내 대본을 읽고 계시지….?’
놀라운 광경에 현실 감각이 무뎌졌다.
실제로 정덕수 회장님을 뵌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이렇게, 내 대본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읽으실 줄이야.
‘아니, 근데요….’
할아버지, 엉덩이는 왜 뒤로 빼시는 건가요.
* * *
서울의 한 세트장.
효주는 주변을 둘러보며 변혁주 팀장을 찾았다.
“흠, 우리 남친이 어디 갔지.”
한때, 오스카 팀이라고 불렸던 「월드 클래스 미식가」 제작진.
템페스트 엔터의 직원들은 영화 촬영을 위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효주 씨, 반가워요.”
“아, 조감독님! 안녕하세요!”
“저기, 로미오는 어디쯤….”
“지금 사육사 님이 데려오고 계세요!”
“알겠습니다.”
잠이 많고 통제가 어려운 만큼, 모든 촬영 일정을 고양이에게 맞췄다.
그래서 최대한 여유롭게 일정을 맞췄는데,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야옹─
리허설 중, 정말로 대화하는 듯이 최원준 배우와 합을 주고받는 로미오.
이런식이면 촬영 시간이 그리 길어질 것 같지도 않았다.
그동안 둘 사이에 오고 간 츄르와 참치가 얼마나 많았는가.
오히려 둘 사이에 케미가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어맛, 이건 찍어야 해!’
현신차 광고 이후, 최미오 커플을 응원하는 팬들도 생겼으니.
효주는 무음 카메라로 둘의 케미 돋는 모습을 촬영하기 바빴다.
특히 비촬영 중에 꽁냥거리는 모습을 SNS에 올릴 생각이었다.
“저기, 최 배우님!”
“네. 효주 씨.”
“괜찮으시면 이 영상을 진우 오빠 너튜브 채널에 올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잠시 후, 송권수 감독은 예정대로 촬영을 시작했다.
메가폰을 통해 촬영 현장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
“인공 비는 준비 됐습니까?”
“네, 감독님!”
“자, 레디…. 액션!”
송권수 감독의 지시와 함께, 갑자기 하늘에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거리, 우산을 쓰고 길을 걸어가는 단역 배우.
그녀의 뒤로, 우의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천천히 접근했다.
순간,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 신조훈 배우의 날카로운 눈빛이 빛을 발했다.
‘와아, 진짜 사이코패스 같아.’
둔기로 여인의 뒤통수를 내려치는데 어떠한 거리낌도 없었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무심하게 확인 사살까지 하고서 자리를 벗어났다.
정확히 CCTV를 의식해서 동선에 따라 움직였으니.
‘진우 오빠는 진짜 천재야.’
배우들의 동선이나 손짓 하나까지 대본에 적혀 있었다.
정말 사이코패스의 습성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가.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신조훈 배우, 본연의 모습처럼 보일 지경이다.
“컷! 수고하셨습니다!”
일련의 촬영을 마치고, 송권수 감독은 효주를 불렀다.
“저기, 효주 씨.”
“네?”
“김진우 작가님께서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네? 무슨….”
“이번 시나리오는 촬영 중에 각색이 제법 있을 수도 있다고요.”
“아, 저도 들은 것 같아요.”
“어쨌든, 이번 영화는 좀 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네! 오빠한테 말씀드릴게요.”
그러고 보니, 오늘 제주도에 가셨는데.
그 이유를 여쭤보지 못한 것 같다.
‘실장님이랑 같이 가셨으니까…. 여행이겠지.’
* * *
세상에서 제일 불편한 제주도 여행이다.
새롬 씨와 나를 둘러싼 천성 그룹 형제자매들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그나마 얼굴을 알고 있는 정조준 사장님이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했는데.
“왜 다들 그렇게 봐?”
“그냥 신기해서.”
“나도 신기하네.”
재벌쯤 되면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다들 눈빛에 담긴 감정을 숨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질투, 호기심, 무시, 호감, 비호감.
다양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 할아버지!”
그때, 별장 내부에서 정덕수 회장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꽤나 만족스러운 표정에, 여유로운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왜 다들 그러고 서 있어? 앉아.”
“네, 할아버지.”
장남 정영준이 대표로 대답하면서 모두 자리에 앉았다.
“다들 알다시피 새롬이가 연애를 시작했잖냐.”
“….”
“일단 연애는 허락할 참이야.”
거리낌 없이 본인 생각을 말하는 정덕수 회장님.
감히 아무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칠 수 없었다.
그런데, 회장님은 아직 할 말이 더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김 작가, 대본이 좋던데?”
“네? 아, 감사합니다!”
띵동─
【‘대한민국 0.1%’ 임무를 달성했습니다.】
【히든 미션을 완료하여, 특전이 주어집니다.】
【베네핏 강화 포인트를 1pt 만큼 획득합니다.】
‘오, 생각보다 쉽게….’
띵동─
그런데, 시스템은 말도 안 되는 미션을 던져주었다.
【‘대한민국 0.1%’ 연계 임무를 발견했습니다.】
【미션 : 천성 그룹 회장을 캐스팅하세요.】
【제한 시간 : 30일】
【수락하시겠습니까? (Y/N)】
‘미쳤냐.’
시스템, 정신 차려.
천성 그룹 회장님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