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61)
템페스트 엔터에서 공식으로 발표한 충격적인 뉴스.
《천성 그룹 창업주, 정덕수 회장의 취미!? 과거, 연기자가 꿈이었다는 발언이 다시 화제가 되며….》
현실감이 뚝뚝 떨어지는 소식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그럴 만도 한 게, IMF를 딛고 최전방에서 한국 경제 부흥기를 이끈 주역이 아닌가.
“후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
“네. 수고하셨습니다, 회장님!”
“그려.”
정 회장은 깍듯하게 인사하는 연기 강사에게 대충 손짓으로 화답했다.
‘쉽지 않구만.’
나이 들어서 연기에 도전한다는 건, 사업이나 경영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띠리리링─
그때, 스마트폰에 불이 켜졌다.
상대는 현신 그룹의 주 회장.
오랜 친우이자 라이벌 관계였으니, 이런 상황에서 전화하는 의도는 뻔했다.
“주 회장, 자네도 정치한다고 나대다가 쫄딱 망했잖아.”
-….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냥 한번 말해봤어.”
-흠, 이제 내가 하고 싶은 말 해도 되지?
“해봐.”
주 회장은 선수를 빼앗겨 분한 마음으로 준비한 말을 뱉어냈다.
-자네, 노망났나?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어허, 무슨 섭한 소리를.”
-체면 좀 차리게. 자네나 나나 그냥 여가 생활이나 즐기면서….
“됐고, 이 나이에 꿈을 키워도 될놈될이라는 걸 알려주지.”
-될놈되… 뭔 말인가?
“모르면 공부를 좀 해. 자네는 야쓰가 뭔지도 모르지?”
-음….?
“야구장에서 쓰레기나 버리고 그러지 말라고.”
-그건 그냥 섹….
뚝.
왠지 모르게 후련한 마음이 생겨났다.
최근에 젊은 친구들과 함께 연기 공부를 해서 그런가.
야쓰도 뭔지 모르는 늙다리와는 결이 달라진 기분이다.
“이런 걸 두고, 보통 클라스가 다르다고 하던데. 허허.”
똑, 똑─
그때, 연기 연습실에 노크 소리에 이어서 한 여인이 들어왔다.
“누구….?”
“아, 안녕하세요! 배우 김채은이라고 합니다!”
“허허….”
삼십 대로 보이는 여인을 보자마자 불현듯 누군가가 떠올랐다.
가진 것 하나 없던 자신과 동고동락하며 고생한 여인.
‘어찌 우리 할멈의 젊은 적 모습과 이리도 똑같을꼬.’
남자 대 여자로 느끼는 호감은 아니었다.
그저, 지나간 세월에 대한 슬픈 감정일 뿐.
“여기는 어쩐 일로….?”
“아,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백치미가 엿보이는 모습까지도 그녀와 닮았다.
그때, 또다시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으니.
정새롬은 나타나자마자 자신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이쪽은 이번 드라마의 주연배우, 김 프로 역할을 맡아주실 김채은 배우님이에요.”
“아아, 우리 주연 배우분이셨군.”
“저희가 제작사잖아요. 계약 때문에 오셨어요.”
“그려, 그럼 가봐야지.”
“네. 할아버지! 그럼…. 김채은 배우님, 이쪽으로….”
“아, 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일까.
왠지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허허, 연기 선생이 그랬었지.’
김진우 작가가 쪽집게 과외를 그렇게 잘한다고 하던데.
단기적인 성과만 보면, 오히려 전문가인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흠, 내가 우리 손녀사위 번호를 저장했던가….?”
배역도 그렇고, 벌써 두 번이나 신세를 졌으니.
그냥 손녀사위로 대충 퉁치고 받을 건 받자고.
* * *
띠링─
[고맙구만]
새롬 씨 할아버지께 인정받았다.
“시스템, 고마워.”
그 대단한 분께 내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회장님 캐스팅 덕분에 떡상각 제대로 잡혔네.’
이슈에 관심이 많은 젊은 시청자들은 물론.
‘정덕수 신화’를 꿰고 있는 중장년층까지.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시즌 2의 국내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공포물에 관심이 없는 시청자들도 궁금해서 내 작품을 볼 정도였다.
덕분에, 디지니 플레이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으니.
‘진짜 넥플렉스도 조만간 따라잡겠네.’
특히나, 시청자들은 더이상 작품 하나로 나를 평가하려고 하지 않았다.
라던지, 라고 부르며 내 작품 전부를 사랑했다.
이어서, 나는 내 너튜브 채널에 접속해서 댓글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댓글만 봐도 반응이 뜨겁구나.”
-기사에 회장님 캐스팅이라는데, 투자가 아니라 캐스팅 맞지?
ㄴ와씨 정덕수 회장이라니 ㄷㄷ
ㄴ그냥 거의 국가 원수급 아닌가
ㄴ왠만한 나라 대통령보다 격이 높음
-할리우드화 되고 있는 건가
ㄴ아놀드슈왈 : ㅋㅋㅋ
ㄴ김진우니까 가능했다
ㄴ로다주 캐스팅할 때부터 알아봤다고
-빨리 할리우드 진출해서 국뽕 채워줘 ㅠㅠ
ㄴ할리우드 진출 가즈아!!!
ㄴ이 정도면 방탕 소년단 수준?
ㄴ아직 그 정도는 아님
ㄴ오스카상이 죠스로 보임?
ㄴ팩트 : 봉진호 감독님은 최고 작품상 탔다
ㄴ로다주 캐스팅은 못 했지
오늘도 댓글창은 참 바람 잘 날이 없다.
대충 할리우드 진출을 바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할리우드는 내가 가고 싶다고 가냐.”
시스템이 시켜줘야 가지.
솔직히 말해서, 마음만 먹으면 자력으로 진출할 수도 있었지만.
그 사이에 시스템이 다른 작품이라도 던져주면 너무 손해잖아.
다른 그 무엇보다, 시스템 덕분에 얻는 시간적 이득이 너무 컸다.
캐스팅, 헌소 헌팅, 촬영 기간까지 고려해주는 시스템이 아닌가.
《진우 TV》
《구독자 420.4만 명》
이제는 숨만 쉬어도 구독자가 늘어났다.
규모에 비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특히, 로다주 캐스팅 이후로는 해외 반응도 무시할 수 없었으니.
“이제는 내 회사를 차릴 때가 온 건가.”
엔터나 제작사는 템페스트 엔터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서.
너튜브 채널을 기반으로, 컨텐츠 회사를 차리는 정도면 될 것 같다.
“상호명은 랜덤 스튜디오.”
너튜브, 웹드라마, 웹툰, 각종 시나리오, OSMU 등.
하다못해, 내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비하인드 스토리라도 찍어서 올리면 돈이 된다.
제대로 회사 차려서 기반을 잘 닦아 놓으면 평생 새롬 씨 굶길 일은 없을 테니까.
언제까지 템페스트 옆에 기생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
똑, 똑─
마침, 업무를 마치고 내 작업실에 찾아온 여자친구가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진우 씨, 드디어 김채은 배우님까지 사인했어요.”
“수고하셨어요. 실장님.”
시트콤 형식의 드라마답게, 단역의 역할이 꽤나 중요했다.
한 장면 반짝하고 사라지는 까메오가 아니라 한 편 내내 등장했기에.
“단역들도 꽤 비중이 높아요.”
“네. 그럼 우리 할아버지께서도….”
“맞아요. 그러니까 연기 연습도 하시죠.”
“좋네요.”
정 회장님 외에도 근육남 이진호나 마법소녀 여민서도 캐스팅 후보였다.
“저기…. 새롬 씨.”
캐스팅 후보도 대충 추렸으니, 내가 생각했던 계획을 풀어놓았다.
솔직히, 템페스트 엔터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언제까지고 품 안에서 황금알을 낳아주기를 바랄지도.
“랜덤 스튜디오요?”
“네. 그냥 제 생각이긴 한데….”
“좋네요.”
“정말요?”
“네. 진우 씨.”
그동안 내가 벌어다 준 돈이 얼마나 많을까.
모르긴 몰라도, 돈으로 탑을 쌓아도 되지 않으려나.
부회장님이 MDN 방송국이나 템페스트 엔터에 관심을 두는 것도 당연했다.
“진우 씨, 컨텐츠 산업도 좋지만 이런 건 어때요?”
“네?”
“진우 씨 안목으로 배우들도 선별해서 키우면 좋을 것 같아요. 후배 작가를 양성해도 좋고.”
“음,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내 작품에 출연하지 않는 이들 중에 재능 있는 신인 배우들.
시스템 상점을 이용하면 괜찮은 베네핏을 찾아볼 수 있겠지.
“템페스트에서 투자할게요. 랜덤 스튜디오.”
“오, 그렇게까지?”
“그럼요. 가족인걸요.”
“고마워요.”
나는 감격에 찬 눈빛으로 새롬이를 바라보며 주둥이를 내밀었다.
“진우 씨, 뭐 하시는….?”
“???”
“???”
키스 타임인 줄 알았는데.
“뭐야, 지금 딱 타이밍 아니야?”
“응. 아니야.”
까비.
* * *
시간이 흘러, 11월의 어느 날.
최원준은 촬영을 마치고 로미오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
이제는 진우와 거의 공동으로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
삐, 삐삐삑─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진우의 집에 들어섰다.
“아, 형님 오셨습니까?”
“집에 있었네?”
“오늘은 일찍 퇴근했어요.”
원준은 무심하게 머리를 쓸어넘기고 로미오를 내려놓았다.
애옹─
“오늘 촬영은 어떠셨어요?”
“좋았어. NG도 거의 없었고.”
“오래 쉬었는데도 실력은 여전하시네요.”
“흠, 그런가.”
상당히 무뚝뚝한 성격이었지만, 진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송 감독님은 어떠세요?”
“대단하시지. 이미 거장이시니까.”
“인정.”
송권수 감독의 실력은 이미 수많은 작품으로 검증됐다.
주조연 배우들도 다들 실력이 출중해서, 고양이만 문제없으면 촬영은 완벽했다.
“여튼 수고하셨어요, 형님.”
“근데….”
진우는 노트북 앞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검색하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세운다는 그 회사? 랜덤 스튜디오였나.”
“네?”
“지금 일하고 있는 거 아냐?”
“아뇨, 여친 생일 선물 고르고 있는데요.”
“…. 그건 뭐야? 말하는 화분?”
“네. 말하는 화분에 제 목소리 녹음해서 주면 좋아하지 않을까요?”
“그걸 누가 좋아해. 니가 성발라도 아니고.”
“….”
“그러면 이런 건 어….”
“갖다 버려.”
“넵.”
“인마, 여친 선물은 자고로 깔끔한 게 좋아. 아포칼립스를 대비한 완전식품 선물세트 같은 거.”
“….”
형님. 결혼 어떻게 하신 거예요.
“아, 참. 그리고 내 선물도 있는데.”
“네?”
자고로, 상대방이 가장 갖고 싶은 걸 주는 게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너도 알다시피, 실장님께서 돈 욕심은 없어도 인재 욕심이 있으시거든.”
“네, 그건 맞죠.”
원준은 스마트폰을 검색해 누군가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 와이프분이시네요?”
최원준 배우의 부인 역시 탑티어급 여배우.
최근에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이라고 들었으니.
“설마….?”
“원래 부부는 한 몸이잖아.”
“형님, 사랑합니다!”
“사랑이고 나발이고….”
창업하는데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얼마 전부터 회사 차린다고 하더니 천하태평이었다.
“회사, 괜찮겠어?”
“아, 효주가 일단 제 회사에 들어온다고 해서요. 걔가 일당백이라.”
“흠, 그런가.”
“디자인이나 그래픽은 밍쁨이 다 하고, 사업이나 운영은 여친님이 도와주셔서….”
“그래?”
뭐 이런 날로 먹는 회사 대표가 다 있나.
이러니까 이 바쁜 시기에 한가하게 여친 선물이나 고를 수 있겠지.
‘천재의 삶이라는 건가.’
혼자 가만히 있어도 옆에서 알아서 다 해주는 인생.
그런데, 그 모습이 미워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필요한 부분에만 열정을 쏟는 전략가 타입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까.
솔직히, 그냥 숨만 쉬어도 러닝 개런티로 평생 먹고살 수 있을 텐데.
굳이 컨텐츠 회사를 차리고, 그 안에서 후배들을 양성한다고 들었으니.
‘내가 정말 좋은 동생을 뒀네.’
원준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 * *
정새롬은 한동안 바쁜 시간을 보냈다.
MDN 방송국과 조율하여 제작 일정을 맞추는 나날들.
특히, 시트콤 장르답게 다양한 게스트들은 섭외하는 데 공을 들였다.
마침내 다가온 「김 프로의 성 상담소」 대본리딩 날.
“새롬 씨, 생일날 기대해요.”
“네?”
“엄청 대단한 선물일걸요?”
“어떤 선물이길래….?”
“미리 말하면 재미없잖아요.”
남친의 너스레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회사는 걱정하지 마세요.”
“네?”
“랜덤 스튜디오, 당장 설립할 수 있겠네요.”
“오…. 내년 초쯤 제대로 활동하려고요.”
“그래도 드라마나 영화 대본은 지금처럼 계속 쓰시는 거죠?”
“그럼요. 그게 근본인걸요.”
언제 이렇게 커서 개인 회사를 차릴 생각까지 했는지.
‘대견하네.’
마치 장성한 아들을 챙겨주는 어머니의 마음과도 같았다.
이제는 김진우가 없는 미래를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잠시 후,
두 사람은 함께 MDN 방송국에 도착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직원들이 두 줄로 나열했다.
그 모습은 마치 왕을 접견하는 신하들의 모습과도 같았으니.
“조준 오빠?”
“오, 새롬이 왔니?”
“다들 일은 안 하고 왜….”
“어, 오신다!”
정조준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호화 승용차, 롤스트로이스 팬텀.
곧이어, 정 회장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비서의 보필을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진우는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진짜 회장님이라는 자각이 들었다.
솔직히, 드라마에 캐스팅하고 연기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편해졌지만.
“…. 장난 아니네.”
주군을 받드는 이열종대의 신하들을 보고 그런 생각은 저만치 달아났다.
‘군대 PTSD 올 뻔.’
정녕 이게 드라마 대본리딩 현장이 맞는 건가.
편안한 자세로 미팅룸까지 이동하는 회장님의 뒤로 새끼 오리들이 따라붙었다.
MDN 전 직원이 두 줄로 서서 따라 들어갔으니.
“음…. 요즘 회사에 잘 안 나타나셔서 그래요.”
“그래요?”
“네. 이상한 갑질 문화는 아니에요.”
“….”
애써 변명하는 여친과 함께 회의실에 들어갔다.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배우들.
그리고, 이번 드라마의 지휘를 맡을 선장.
“심 감독님, 일찍 오셨네요.”
“오우, 작가님!”
심주원은 반가운 표정으로 진우를 맞으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대본을 벌써 이리 많이 쓰신 겁니까!?”
“아, 그렇게 됐습니다. 하하.”
“진짜 작가님은 천재예요!”
“에이, 왜 그러세요.”
“아뇨, 대본 한편 한편이 한국 성 문화의 트렌드를 바꿀 발자취가 될 겁니다!”
“…. 말씀이 좀 거시기한데.”
“네! 한국 남성들의 거시기를 전부 바꿔버릴….!”
“그만.”
“넵.”
대본리딩 현장의 분위기는 전례 없이 상기되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한 할아버지의 존재만으로도 무게감이 달랐기에.
“흠, 바로 시작하지.”
대본리딩의 시작을 알리는 사람은 감독도, 작가도, 조연출도 아니었다.
“네, 회장님!”
“네, 회장님!”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신인 배우의 말을 따랐다.
그 누구도 불평 한마디, 불만 섞인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다.
* * *
벌써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어느새 「김 프로의 성 상담소」 사전 제작도 마무리 단계.
대본리딩까지 마치고, 첫 촬영만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이제 대본은 두 편쯤 남은 건가.’
이번 드라마의 대본을 쓰면서 뭔가 확실히 많이 배운 것 같다.
연애와 결혼, 성에 대한 개념을 어른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시간.
‘새롬 씨랑도 정신적으로 더 가까워진 기분이고….’
여친과 데이트 약속을 잡고 기다리는 시간.
슬쩍 스마트폰을 들어서 뉴스 기사를 확인했다.
《최원준 & 장세연 부부. 나란히 템페스트 엔터와 계약 체결!》
어쩌면, 최원준 형님을 캐스팅하는 순간부터 예견됐을까.
여배우, 장세연 님과 계약을 가뿐하게 체결하고 나를 보러오는 정새로미.
“진우 씨!”
“아, 실장님 오셨어요?”
“네.”
이미 템페스트 엔터의 입지는 업계 최고 수준인데.
여배우 한 명 계약한 게 뭐가 그렇게 기쁜 걸까.
“남친이 대단해서 생일 선물 스케일이 보통은 아니네요.”
“크으, 역시 말하는 화분….! 내 목소리가 성발라 만큼 좋았구나!?”
“아뇨, 그건 아니고. 장세연 배우님 계약서.”
“…. 굉장히 단호하네. 단호박인 줄.“
“네. 저 지금 완전 진지해요.“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다시 한번 말을 꺼냈다.
“저기…. 새롬 씨는 목표가 뭐예요?”
“갑자기?”
“네. 그냥 우리 여친님 미래가 알고 싶어서요.”
“…. 그야.”
순간, 새롬은 나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가족이랑 평생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아, 그렇구나.”
커리어나 일에 대해 여쭤본 건데.
“당장 일도 중요하니까 열심히 하는 거죠.”
“아하, 넵.”
벌써 올해 마지막 작품을 마무리할 시간.
내년부터는 내 회사, 를 키우는 데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열심히 해요. 우리.”
“좋아요.”
우리 관계의 끝이 고작 결혼은 아니니까.
더 멀리, 더 오래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일단 식사부터 하러 갈까요?”
“좋아요.”
우리는 오랜만에 함께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방문했다.
“새롬 씨, 오늘 생일이니까 제가 다 사줄게요.”
“그래요.”
“오늘 늦게까지 저랑 있는 거죠?”
“앗, 오늘 조준 오빠가 연락주기로 했는데….”
“엥?”
“할 말이 있다고 해서요.”
“음…. 그래요.”
그냥 지금 이 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가격을 보지 않고 고른 붉은 와인.
최고급 한우로 만들었다는 스테이크.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는 식사 자리.
딱 하나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불청객이 있다면.
띵동─
【두 편 연속 집필이 발동했습니다.】
그래, 시스템이 시스템 한 거지 뭐.
【내용 : 김 프로의 성 상담소 15-16부】
【장르 : 성인, 시트콤, 코미디, 19금, 교육】
【장소 : 타운힐 아파트 102동 1102호】
【제한 시간 : 3일】
【※ 레전드리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600억 원】
‘이 분위기에 새롬 씨 집이면….!’
이건 못 참지.
좋은 건 바로 써야 해요.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마지막회 정보열람(Lv 2)을 사용합니다.】
그렇게 엿본 16부 내용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지, 진우 씨. 왜 그래요, 갑자기.”
“새롬 씨. 지금 당장 집으로 가요.”
“네?”
“급해요.”
“지금은 좀….!”
우리 관계 발전을 위해서 시스템이 참 열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