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62)
정새롬은 자신의 손목을 이끄는 남친을 보며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대체 뭐가 급하다는 거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게 이상한 건가.
보통 이렇게 말하면 오해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지금 바로 새롬 씨 집에 가야겠어요.”
“뭐, 뭐를 하려고….”
진우는 대답도 없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봤다.
“…. 알겠어요.”
“하하. 고마워요!”
“우리 사이에 고마울 것까지야….”
“아뇨, 정말 고마워요. 새롬 씨!”
뚫어지게 응시하는 눈빛이 오늘따라 뜨겁게 불타올랐다.
‘오늘을 놓치면 결혼할 때까지 손만 잡겠네.’
그래. 아무리 남친이 눈치가 없다지만 오늘은 다르겠지.
말로만 스킨십을 외치던 남친이 큰 결심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문득 조준 오빠와 잡았던 약속이 떠올랐다.
“자, 잠깐만요!”
“네?”
“전화 한 통만….”
“아, 네!”
벌써 소니타에 태워서 시동을 거는 남자친구를 뒤로 한 채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최근에 드라마 때문에 전화를 자주 하는 이복 남매.
MDN 방송국 사장, 정조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응, 새롬아. 나 지금 너네집 가려고 준비 중인데?
“뭐? 안 돼!”
-왜 안 돼. 보기로 했잖아. 네 생일선물도 준비했….
“음, 아니야, 오늘은 안 될 것 같아.”
새롬은 고개를 슬쩍 돌려서 남자친구와 눈을 마주쳤다.
자신의 심정은 모르고 씨익 미소를 짓는 그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나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을 것 같아.”
-중요한 일?
“응.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
-…. 뭐길래.
눈치껏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해 보건대.
마침내 남친이 크고 거대한 칼을 뽑아들 것 같았으니.
-조금 수상한데?
“뭐, 뭐가!?”
-지금 혹시 차에 있나? 누구랑 같이 있는 건 아니지?
“오빠, 내가 몇 살인데 그런 말을 해?”
-음…. 그래. 그럼 다음에 보자.
“응!”
방해꾼을 말 한마디로 가뿐하게 물리친 정새롬.
상기된 표정으로 운전하는 남친을 바라보니.
팔뚝의 잔잔한 근육이 오늘따라 매력적이었다.
‘요즘 운동하나.’
올해 초부터 사귀었는데, 벌써 11월 겨울이 다 되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논스킨십을 유지하는 부처같은 남친이었으니.
“진우 씨.”
“네?”
“랜덤 스튜디오 준비는 잘 되고 있어요?”
“그럼요. 효주가 거의 다 해요. 원래 너튜브도 걔가 관리했지만.”
“그래요?”
“음, 컨텐츠 관리해 줄 직원이나 편집자도 모집하고 있어요.”
“잘하고 있네. 우리 남친.”
그들은 서로 웃으면서 타운힐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럼, 제가 먼저 씻을게요….!”
크게 용기를 내어 말했건만.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쿨하게 말하는 상대.
“네, 그래요.”
새롬은 남자친구의 배려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시는구나.’
어색한 티를 내면 자신이 부끄러울까 봐 그러는 거겠지.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애인인가.
‘내가 복 받았네.’
잠시 후, 샤워를 마치고 나온 새롬은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천재적인 영감을 뽐내며 상상의 바다에 빠져있는 남친의 모습을 보고.
타닥, 타닥─
노트북을 두드리며 대사를 입 밖으로 내뱉는 남자친구.
“아니, 왜 대사가 죄다 쎅쓰냐?”
“…. 품격 무엇.”
초인 같은 인내심으로 화를 참아내며 남친에게 말을 꺼냈다.
“진우야.”
“넹?”
“급하다며.”
아직 12시도 안 지났으니까 생일이거든.
말하는 화분 말고 다른 선물을 줘도 된다는 말이지.
“음, 그러니까….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서….”
“그게 그렇게 급한 거야?”
“…. 하하.”
“안 되겠다. 너 이리 와봐.”
“???”
한편, 여동생과 전화를 끊은 정조준 사장은 찝찝한 마음을 떨쳐낼 수 없었다.
오빠로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촉이 뒤통수에 제대로 꽂힌 기분이었으니.
‘이거 한번 가봐야 하나….?’
갑자기 집에 강도라도 들었으면 어떡해.
근데, 혹시 그 강도 이름이 김진우일지도 몰라.
* * *
밤늦은 시각,
한창 연애 사업에 집중하는 이들은 진우 커플뿐만이 아니었다.
총 네 명의 두 커플이 함께 모여서 술잔을 기울였다.
황효주, 변혁주 커플의 꽁냥거리는 모습을 보고, 강준은 입을 열었다.
“희정아, 그래도 마지막회는 너랑 같이 봐서 좋네.”
“그러게. 매번 미루다가.”
단둘이 보는 건 아니지만, 강준은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늘 방영하는 「세 남자」의 마지막회.
드라마 메인 작가와 두 명의 주연 배우가 함께 시청하는 방송이었다.
“당연히 재준 오빠랑 이어지는 건 시청자분들도 예상하고 있을걸?”
“…. 나는 별로야?”
“뭐야, 원래 이런 드라마에서 재벌이 메인 주인공이잖아.”
“음, 그렇지.”
과연 마지막화에서 누가 희정과 이어질지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초유의 관심사였다.
세 남자의 비중이 다들 높은 편이라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유지할 수 있었다.
“희정이 너도 많이 컸다. 쉐어 하우스까진 개그캐였는데.”
“깡준, 죽을래?”
“….”
이제 희정이 역시 명실상부 여배우 대접을 받았다.
“결국 우리 드라마도 끝나긴 끝났네.”
“그러게, 진우 오빠가 많이 손 봐줘서 그런가. 많이 성공했어.”
“효주야.”
김희정은 효주의 얼굴을 지긋이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계속 우리 오빠 밑에 있을 거야?”
“응. 솔직히 보조 작가 때가 훨씬 편했어. 몸도 마음도.”
“그래도 메인 작가가….”
“너 그거 알아? 지금 랜덤 스튜디오 편집자 지원자가 수천 명이야.”
“와, 그렇게 많아?”
“솔직히 진우 오빠는 벌써 국제적으로 놀잖아.”
이제 황효주 역시 더이상 이 바닥에서 무시당할 위치는 아니었다.
같은 시간대 TVM에서 방영했던 오현식 작가의 작품과 크게 비교됐다.
“그래도….”
이내, 효주는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신생 기업이긴 하지만, 랜덤 스튜디오에서 내가 오빠 다음으로 이인자니까.”
“아….”
“오히려 좋아.”
곧이어, 드라마 마지막 방송이 브라운관에 실렸다.
네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대화를 멈추고 드라마를 시청했다.
‘진짜 이제 나도 메인 작가구나.’
효주는 새삼스레 감흥에 젖었다.
첫 드라마 메인 작가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으니.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저는 잠시 화장실 좀….”
“아, 저도 같이.”
그때, 두 남자는 함께 자리를 비웠다.
남아있는 효주는 오징어를 뜯으며 희정이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요즘 강준이랑 잘 돼?”
“응? 갑자기 뭔 소리야.”
“아직 대시 못 받았어?”
“…. 전혀.”
그럴 수가 있나.
이건 뜸을 들이다 못해 죽이 되겠는데.
“…. 너도 어지간하다, 진짜.”
누가 김진우 작가님 친동생 아니랄까 봐.
“너는 마음이 없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인지….”
“니 마음이 제일 중요해. 혼자 있을 때 잘 생각해 봐.”
“….”
“그리고 천천히 강준 배우님 태도를 살펴봐. 너한테 어떻게 대하는지.”
효주는 진지하게 조언을 주고 맥주를 들이켰다.
그래도 연애 감정이 제로는 아닌 모양이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희정의 모습을 보면.
“둘이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
“당연히 남친 뒷담이죠.”
“저, 저요?”
효주는 여우처럼 변 팀장을 쥐락펴락하며 대화를 주도했다.
“요즘 나한테 너무 서운하게 해.”
“…. 죄송.”
* * *
뭐지, 첫 키스가 뭔가 이상하다.
이거보단 훨씬 로맨틱할 줄 알았는데.
“새롬 띠, 자깐만녀. 입술 깨물었더여.”
“씁, 가만히 있어.”
말랑말랑한 새롬이 입술의 감촉은 황홀하면서도 묘한 기분이었다.
‘그동안 손만 잡다가….’
하루 만에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냐?
뭐, 반쯤은 이런 목적으로 온 거지만.
“단깐만여.”
“???”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그저 대본을 쓰고 있었을 뿐이거늘.
“대본만 마무리하고 다시 키스하면….”
“…. 혹시 유단자한테 맞아본 적 있어요?”
“아직이요.”
“아마 엄청 아플 텐데?”
왤케 폭력적이예여.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여.
‘새롬 씨가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나오니까….’
너무 좋아….!
역시, 그동안 내가 밀당을 정말 잘한 것 같다.
그렇다고 일부러 의도하고 그랬던 건 아니지만.
올해 1월부터 벌써 1년 다 되어 가니까 그럴 만도 하지.
“그럼 새롬 씨, 저도 씻고 올 테니까….”
“네. 진우 씨.”
삐리리리링─
바로 그때, 멸망의 초인종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졌다.
“뭐, 뭐지….?”
그냥 택배였으면 좋았겠으나.
그랬으면 두 번 세 번 초인종을 누르지 않겠지.
곧바로 인터폰으로 상대방을 확인했더니.
“정조준 사장님?”
“이상하다. 아까 분명히….”
“우리 그냥 없는 척할까요?”
“…. 비상키 있을 텐데.”
“에이, 설마 우리 고매하신 정 사장님이…. 말도 안 돼.”
철컥─
문을 여네요.
이건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고, 십칠.
“어이쿠, 처남도 함께 있었구나?”
“…. 공교롭게도.”
“어휴, 내가 타이밍을 너무 잘못 잡았나 보네. 하핫.”
“….”
말투 뭐야.
‘그럼 그냥 가셔도 됩니다.’
당장이라도 축객령을 내리고 싶었지만.
능청스럽게 맥주를 꺼내는 모습을 보니.
‘일부러 그러시는구나.’
아직도 촉촉한 새롬이 입술이 뇌리에서 잊혀지지가 않았다.
“진우 씨, 죄송해요.”
나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이는 여친의 보드라운 목소리.
어쩔 수 없이, 새롬 씨에게 귓속말로 살며시 의사를 물었다.
“저기, 우리 잠깐 으쓱한 화장실이라도 같이 갈래요?”
“장난해요?”
“너무 급해서 그래요.”
“…. 뭐가 자꾸 급하다는 거야.”
대충 대본 좀 쓰다가 새롬 씨랑 이거랑 저거랑 다 해보고 싶었는데.
오면서 세웠던 원대한 계획을 정좆준-, 아니, 정조준 형님 때문에 망쳐 버렸다.
“왜 다들 그렇게 서 있나? 이리 와서 한잔하지.”
“…. 그래용.”
하여튼, 분위기 깨는데 뭐가 있다니까.
* * *
다음 날,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타닥, 타다닥─
어젯밤 두어 시간 만에 요약한 대본을 정리했다.
「김 프로의 성 상담소 16부」
그동안 상담해준 이들이 문제를 해결하며 끝나는 해피엔딩.
야동은 너무 좋아하는 변태 할아버지, 정 회장님.
커리어우먼이지만 연애를 못 해서 고민인 여민서.
몸은 근육질인데 ‘그게’ 너무 작아서 걱정인 이진호.
‘단역이긴 해도 이 정도면 호화 캐스팅이지.’
특히 정덕수 회장님은 한국 역사에서 보기 힘든 캐스팅.
‘그리고, 마지막회에는….’
이번 드라마에서는 내 작품들 중 처음으로 베드씬이 등장했다.
김채은과 백윤이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VR로 봤으니.
“존나 부럽다.”
어찌 하늘은 나를 낳고 정조준을 낳았는가.
어제와 같은 분위기를 또 한 번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확 말해버릴까. 다시 하자고.”
“으으음, 뭐를요?”
“뭐야, 너 언제부터 있었냐?”
작업실 한쪽에 담요를 치우더니 벌떡 일어나는 효주.
두 눈이 퉁퉁 부은 모습에, 어제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여기서 잤어?”
“네에, 어제 회사 식구들이랑 같이 마지막회 보고….”
“희정이도 설마 회사에서 잤어?”
“넹. 아마 지금 휴게실에….”
이노무 쉑, 집에 안 들어가고 외박을 해?
“강준 배우님이랑….”
“뭐?”
나도 못 했는데 여동생이 남자랑 한 공간에서 잤다니까 뒷골이 땡겨온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인데,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벌써부터.
“김희정, 넌 뒤졌다.”
성 상담소 쓰면서 나름 개방적으로 바뀌었지만.
그건 남의 집 자식한테나 해당하는 말이고.
바쁜 부모님 대신 오빠가 유교 질서를 가르쳐 주는 게 마땅하지.
드르륵─
곧바로, 4층 휴게실로 가서 문을 열었다.
“형님?”
“강준, 희정이는?”
“어젯밤에 먼저 들어갔습니다!”
“…. 그래?”
“넵!”
뭔가 강준한테 화를 내긴 애매한데.
“형님, 어제 소문 다 들었습니다.”
“…. 뭐!? 무슨 소문!”
미친, 새롬이 집에 갔다는 소문까지 냈어?
우리 정조준 사장님, 선 넘네.
“랜덤 스튜디오요! 지금 직원들 뽑고 있으시다고….”
“아…. 그거?”
“넵. 혹시 저도 뽑아주시면 안 됩니까?”
“너를?”
“네! 가난할 때 편집 알바도 많이 해서 자신 있습니다!”
“….”
무슨 탑배우가 그런 걸 하냐.
“너도 바쁠 텐데, 정식으로 뽑긴 좀 그렇고….”
“그냥 그냥 시간 날 때 불러주십쇼. 무급으로 쓰셔도 됩니다.”
“그래, 뭐….”
강준 정도면 편집자가 아니라 배우로 써먹어야지.
당장 웹드라마를 찍어서 돈 벌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흠, 김희정은….’
지가 알아서 하겠지.
걔도 성인인데.
* * *
MDN 방송국, 「김 프로의 성 상담소」 촬영 현장.
심주원 감독은 대본을 보면서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젊은 적 생각이 나는구만.”
어떻게 자신과 이렇게 성에 대한 가치관이 똑같을까.
절제된 섹드립이나 은근히 야한 분위기를 기가 막히게 잘 표현했다.
“김진우 작가님, 이쪽에 재능이 있는데?”
다른 재능이 워낙 많고 대단해서 그렇지.
그냥 성인 쪽으로 방향을 틀어도 충분히 커리어를 쌓았을 텐데.
“하아, 재능이 너무 많아도 탈이야.”
올해는 거의 김진우의 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면서 모든 드라마를 흥행시켰으니.
‘내년에 영화판까지 쓸어 담으면….’
한국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고작 삼십 대 초반의 나이에.
‘그러게, 진작에 템페스트 엔터에 들어오기 잘했다니까.’
고작 1년 만에 위상이 달라지지 않았는가.
김진우 작가가 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하겠지.
아마 내년 초쯤, 두 작품이 동시에 개봉할 터였다.
영화 「고양이 탐정 메로로」와 드라마 「김 프로의 성 상담소」
장르는 다르지만, 두 작품이 비교되리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곧이어, 심주원은 전의를 불태우며 스탭들을 독려했다.
“김채은 배우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네!”
곧이어, 파격적인 복장의 김채은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몸매의 소유자.
김진우의 선택을 받은 한국의 마릴린 먼로.
“한번 가볼게요.”
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미성이 스탭들의 귀를 홀렸다.
그녀의 촬영이 끝날 때쯤이면 매번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곤 했다.
남자 스탭들이 하나 같이 엉거주춤하게 엉덩이를 뒤로 빼고 걸었으니.
‘요오오오물….!’
과연, 김진우의 선택을 받을 여우상이로다.
* * *
한 달 뒤,
나는 새롬 씨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진우 씨, 벌써 새 대본을 쓰시는 거예요?”
“네. 이건 좀 소중한 작품이라….”
“소중한….?”
근 한 달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김 프로의 성 상담소」 제작발표회장에 천성 그룹 임원진이 전부 모였다던가.
얼마 전에 설립한 에서 제작하기로 결정한 새 작품도 있었고.
“세미 배우님이 하시겠다고 하네요.”
“웹드라마를요?”
“네. 감사하게도.”
강준과 세미 주연의 새 작품.
「나쁜 남자의 사랑법」
결국, 이 작품을 내 회사 첫 웹드라마로 선택했다.
방송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웹드라마치고는 규모가 컸다.
“이쪽으로 감독님이 오기로 했어요.”
“감독님이라면….”
“아, 저기 오네요.”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1층 카페에 모습을 드러낸 인물.
“재혁 선배, 왔어?”
“어. 진우야.”
얼마 전에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시즌 2」에서 조연출을 맡아준 연출부 새내기.
“새롬 씨, 이쪽은 유재혁 감독님. 제 동아리 선배였어요.”
“안녕하세요. 얼굴은 익숙하네요.”
“네? 네, 네!”
“표정이 너무 굳으셨는데….”
“열심히 하겠습니다!”
“….”
템페스트 소속 연출부, 유재혁 선배는 갓 입대한 신병처럼 군기가 바짝 섰다.
회사 직원으로서, 새롬 씨는 실세를 뛰어넘어 오너에 준하는 위치에 있었기에.
‘유 선배도 필모 좀 쌓이면 나아지려나….’
컨텐츠 사업을 위해 세운 랜덤 스튜디오.
템페스트 자본이 많이 투입된 회사였으니, 거의 자회사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온전하게 내 소유의 회사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든든했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사업을 하려면 돈을 써야 하는 법.
기본적인 웹드라마 제작진 세팅은 전부 마련했다.
괜찮은 카메라 감독과 조명 감독님만 섭외해도 돈이 얼마나 깨졌는지.
거기에, 효주에 밍쁨이랑 편집자분들 월급만 챙겨줘도 그게 전부 다 돈이었으니.
“진우 씨, 광고는 잡을 수 있겠어요?”
“그냥 일단은 첫 드라마니까 돈을 부어서라도 만들려고 했는데….”
“세미 씨랑 강준 씨 출연료를 어떻게 감당하려고요!”
“….”
진구에게 만능 또라에몽이 있다면 진우에겐 새로미가 있지.
이번에도 여친께서는 전화 한 통으로 가뿐하게 돈 문제를 해결했다.
“응, 영미야. 고마워.”
-고맙긴, 윈윈이지.
“다음에 밥 한번 살게.”
-어, 그래.
일전에 포트릭 클럽에서 만난 현신차 상무 친구에게 전화를 때리더니.
“웹드라마에 차량 씬 들어가죠?”
“네? 그야 당연히….”
“가능하면 운전하는 장면을 많이 넣어요. 많을수록 협찬비가 오르니까요.”
“와아, 나 새롬이 없었으면 어떻게 작가했냐.”
“…. 그러게요.”
“그럼 이만 일어날….”
그때, 멀리서 변 팀장님이 사색이 된 얼굴로 뛰어왔다.
“실장님!!”
“???”
“지, 지금 바로 확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응….?”
“스캔들이 터졌는데….”
“누구요?”
소속 배우들 중에 관리 안 되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텐데.
특히 탑스타급 배우들은 전부 매니저들이 집중 케어를 하니까.
이내, 변 팀장은 한껏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말했다.
“제 탓입니다. 죄송합니다!”
“???”
“김희정 배우님이 강준 배우님이랑….”
아니, 결국 사고 쳤네. 이 자식들.
“실제로 사귀는지가 중요한 거 아니에요?”
“네?”
잠시 후,
주저 없이 두 사람을 불러모아 진상을 밝혔다.
그런데, 왜 두 명은 각자 다른 대답을 하는 것일까.
“저희 사귑니다.”
“저희 안 사귀는데요?”
“….”
“….”
사귄다는 강준과 안 사귄다는 희정이.
“안 되겠다. 너네 둘이 말 맞추고 다시 와라.”
“맞추긴 뭘 맞춰. 안 사귄다니까.”
“…. 그럼 우리 썸이야?”
“뭔 개소리야.”
얘네 둘을 보는 게 왜 작년에 나랑 새롬 씨의 모습을 보는 것 같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