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64)
누가 그러던가
광야로 나아가야 할 때를 아는 남자는 졸라 멋있다고.
역사 속, 몽골의 칭기즈칸처럼 웅대한 마음이 가슴속에 자리했다.
시스템이라는 초월적인 힘과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지.
할리우드라는 드넓은 땅을 점령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애옹─
“에구, 배포파쪄요? 우리 미오 맘마 먹자.”
우는 소리만 듣고 고양이가 배고픈지 바로 아는 참된 집사.
확실히, 이런 걸 보면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다니까.
“너도 그동안 연기 생활하느라 힘들었지?”
애옹─
「고양이 탐정 메로로」도 조만간 극장에 걸리겠네.
지금 송 감독님이 템페스트 편집부랑 작업 중이니까.
얼마 후에 있을 영화 언론 시사회만 마치고 나면.
아마 조만간 냥스타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했다.
“벌써 CF도 찍고, 영화도 찍고…. 얘가 나보다 낫네.”
미국에서 내 너튜브 채널에 고양이 영상도 자주 올려야겠다.
우리 로미, 할리우드에서 파파라치한테 사진도 찍히는 거 아냐?
“로미야, 이제부터 아빠랑 엄마랑 미국에서 같이 사는 거야. 좋지?”
냐아옹─?
“새롬이 엄마가 미국에서 밥도 주고, 츄르도 줄 거예요. 알겠어요?”
이 자식 비웃는데?
밥이나 주고 꺼지라는 건가.
“됐다, 네가 뭘 알겠냐.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것이….”
애옹─!?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 현관문을 열었는데.
“김희정? 뭐냐?”
“뭐긴 뭐야. 성 상담소 첫 방송하는 날이잖아. 독거 총각이랑 같이 보려고 왔지.”
“아, 오늘이구나.”
“본인 드라마에 왜 이렇게 무심해?”
“…. 너도 1년 만에 다섯 작품쯤 찍어봐.”
이내, 희정이는 손에 들린 엄마 반찬을 내려놓고 내게 말했다.
“오빠, 새롬 언니랑 동거하기로 했다며?”
“벌써 소문 다 났냐?”
“나만 알지롱. 언니가 말해줌.”
“….”
실장님은 벌써 얘를 가족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
제로투 때 한번 당했으면서 뭘 믿고 얘한테 다 말해.
“엄마한테는 말 안 했지?”
“아직.”
“아직? 뒤질래?”
“아, 언젠가 아실 거 아냐!?”
“응. 니가 말 안 하면 모르셔.”
“….”
연애 고자 녀석.
부러워서 이러는 거 내가 모를 줄 아나.
“희정아, 이제 오빠는 어른이 되려고 한단다.”
“…. 그게 목적이지?”
“그거라니!!! 오빠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그거…. 성공. 할리우드에서 성공이 목적이냐고.”
“…. 놀리지 마라.”
찔린 거 절대 아니야.
얘가 말을 개떡같이 했어.
“그럼 언니 가족분들은 알아? 동거하는 거.”
“가족? 누구?”
“정기태 대표님, 정조준 사장님, 회장님, 부회장님….”
아니, 뭐가 이렇게 많아.
그분들이 전부 나와 새롬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뜻이 아니더냐.
“나는 역경에 굴하지 않는다!”
“…. 역경씩이나?”
“그렇지.”
“동거를 못 하게 하는 걸림돌이라는 건가?”
“아니, 너 이 씨. 너 그냥 집에 가.”
“싫어, 로미랑 놀 거야.”
하여튼, 김희정 더럽게 눈치는 빨라.
“너는 인마, 남자의 포부를 너무 지저분하게 보는 거 아니냐?”
“오늘따라 오빠 표정이 너무…. 여튼 좀 그래.”
“그야, 얼마 전까지 성 상담소 대본 써서 그렇지. 그게 내 일이잖아.”
“…. 오케, 인정.”
“굿.”
희정이를 말로 가뿐하게 제압하고, 미국에서 잘 살 궁리를 했다.
대본이라든지, 공적인 부분만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생활적인 부분은 새롬 씨가 알아서 신경 써준다고 하니까.
“할리우드라….”
근데 그쪽 인종 차별도 있잖아. 총도 빵빵 쏴대고.
그냥 할리우드 가지 말고 한국에서 동거하면 안 되나.
‘안 되겠지….?’
다른 걸 떠나서, 현지인 영어 발음을 내가 알아들을 수 있을까.
안젤라 지부장님이나 로다주 배우님도 못 알아들을까 봐 일부러 천천히 말해주는데.
“일단 쇼핑부터 해야겠어.”
“쇼핑? 뭐 사게?”
“있어, 너는 모르는 그런 거.”
희정이를 뒤로한 채 머릿속으로 베네핏을 활성화했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시스템 상점을 오픈합니다.】
처음엔 뇌 속에서 수많은 물품이 돌아다녀서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내 몸처럼 자유자재로 목록을 깔끔하게 나열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미국에서 적응하기 위한 항목을 정리했더니.
【영어 학습 】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영어를 습득합니다.】
무려 영어 만렙 패시브 베네핏.
가격은 비싸지만, 그 값을 제대로 했다.
‘진짜 미쳤네.’
시스템 상점의 가치는 이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되었다.
시원한 스쿨에 가지 않아도 영어 실력을 현지인처럼 만들어 준다면.
“100억이 아깝지 않다. 진짜.”
“기부한 거?”
“응.”
“오빠, 언제부터 그렇게 기부 천사였냐.”
“돈 벌고 나서부터.”
【베네핏 포인트를 5 pt 만큼 소모하여 ‘영어 학습’을 획득합니다.】
【잔여 베네핏 포인트 : 6 pt】
순간, 짜릿한 두통이 밀려들었다.
잠깐 어지러운 감각을 느끼고, 머릿속에 알파벳이 떠다니기 시작했다.
“와우, 브라보. 어메이징!”
“오빠, 왜 그래? 괜찮아?”
“아임 파인 땡큐, 엔유?”
“…. 발음이 왜 쓸데없이 미국식이냐.”
정말 말도 안 되는 능력.
이제 베네핏 포인트는 무조건 돈보다 귀한 가치다.
‘일단, 할리우드는 잠시 보류하고….’
대본은 어차피 미국 가서 생각하면 그만이니까.
당장 한국에서 진행 중인 작품부터 마무리하야지.
‘그다음에 미국으로 떠나는 거야.’
드디어, 새롬이와 한 지붕 아래에 사는 것인가.
기분 좋은 상상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첫 번째 작품은 내가 정해야지.’
만약 마법소녀가 아예 영어로 연기를 펼친다면.
그럼 미국에서도 충분히 먹힐 수 있지 않을까.
할리우드에서 중국인 히어로 영화도 나오는 판국에 못 할 게 뭐야.
「코드네임 030 : 마법소녀 Part. 2」
전작이 충분히 성공해서 환경도 나쁘지 않았다.
이미 아카데미에서 미술상을 받기도 했으니까.
‘아마 시스템은 한국어 대사를 보여주겠지만….’
베네핏 덕분에 혼자 번역까지 처리할 자신이 있었다.
“오빠! MDN 채널 틀어봐! 드라마 시작한다.”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네.”
* * *
다음 날,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효주는 커뮤니티에 접속해 어젯밤에 방영한 드라마의 반응을 살폈다.
“오, 김 프로 인기 보소.”
-김채은이 누군데 이렇게 섹시함?
ㄴ눈나 나주거
ㄴ거의 무명배우였는데
ㄴ김진우 버스 안락하네 ㅋㅋㅋㅋㅋ
ㄴ섹시 컨셉 1티어인 듯 ㅎㅎ
ㄴ음악이 너무 좋아서 안경을 쓰고 봤읍니다.
ㄴ오늘은 이걸로….
ㄴ????
-천성 그룹 회장님은 언제 나옴? ㅋㅋㅋ
ㄴ다다다음화쯤 나올 듯
ㄴ히든카드라고 ㅋㅋㅋㅋ
ㄴMDN에 촬영할 때마다 직원들 이열종대 ㅋㅋㅋㅋㅋㅋ
ㄴ개웃기네 ㅋㅋㅋㅋ
-MDN 첫 방 시청률이 15% ㄷㄷ
ㄴ김진우는 전설이다
ㄴ할리우드 간다는 소문이 있음
ㄴㄹㅇ?
ㄴ솔직히 한국에서는 다 씹어먹어서
-김진우 국내 시장만 독식하는 거 별로임
ㄴ니가 더 별로임
ㄴ마법소녀, 호러 스트리머 : ?????
ㄴ오스카상을 탔는데? ㅂㅅ
ㄴ방구석 워리어 ㅋㅋㅋ
-지누킴 재입대 시키고 군면제 줘야함 ㄹㅇ
ㄴㅋㅋㅋㅋㅋㅋㅋㅋ
ㄴㄹㅇㅋㅋ
올해 첫 번째 드라마는 성공적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었다.
성공의 지표인 시청률은 기본에, 화제성을 말할 것도 없었다.
MDN 방송국 역사상, 「쉐어 하우스」 이후 최고의 아웃풋.
아마 공중파 방송국들은 다들 똥줄이 타들어 가겠지.
올해 연말 대상 작품이 비인기 케이블 작품보다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때, 은빈이 슬쩍 입을 열었다.
“효주 언니, 김진우 작가님 찾는 연락이 엄청 늘었어요.”
“그냥 대충 둘러대고 끊어.”
“KBC 국장님을 제가 어떻게 끊어내요.”
“….”
김진우 작가의 대본 뽑아내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으나.
그래도 인간인 이상, 물리적으로 서너 달에 한 작품이 한계였다.
“벌써 대본 다 썼다는 소문 돌았나 봐요.”
“그냥 나한테 넘겨. 내가 다들 안면은 있으니까.”
“네. 언니.”
공중파 3사에 케이블 방송사들까지 러브콜이 쏟아졌다.
이 판에서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작가였으니.
“향후 100년 동안 이런 천재는 안 나올 거야.”
“네. 드라마 분당 시청률도 무조건 우상향 곡선이에요.”
“….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김진우 표 드라마의 가장 좋은 장점이었다.
드라마 중간에 시청률이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배우를 보려고 들어왔다가 시나리오에 빠져버리는 작품.
대사의 몰입도나 캐릭터의 매력은 여느 드라마와 차별화되었다.
“어떻게 모든 작품을 그렇게 쓸까요? 10년쯤 준비한 작품처럼….”
“천재니까.”
“저기, 근데…. 효주 언니.”
“응?”
“진짜 할리우드 가는 거예요?”
“아마 그럴 것 같아.”
국내 드라마는 평정했고, 이미 해외로 눈을 돌렸다.
저번처럼 일본으로 가려는 게 아니라 미국 시장으로.
“그럼 우리 랜덤 스튜디오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음….”
설립한 지 얼마나 됐다고 사장이 자리를 비우는가.
“그냥 지금처럼 가는 거야. 실무는 강철중 팀장님이 해주실 거고.”
“저는 계속 디자인만 하면 되는 거죠?”
“응. 미국에서.”
“미국이요?”
템페스트 엔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할리우드에 번듯한 제작사를 설립하는 것.
즉, 촬영진을 포함한 보조 작가들은 다 함께 미국행이 결정됐다.
또한, 템페스트 소속의 몇몇 배우들 역시 미국 진출이 확정되었으니.
“대표님이 그쪽에 제작사 하나를 합병하셨다고 하더라고.”
“와, 진짜 도전 정신이 장난 아니네요.”
“템페스트 정도면 할리우드에 진출할 만도 하지.”
그동안 템페스트가 쌓은 자본은 어마어마했다.
3년 동안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승승장구했으니.
“우리도 같이 가는 거야. 랜덤 스튜디오는 그쪽에서도 운영할 수 있잖아.”
“우리 둘이서?”
“아니, 편집자 뽑았잖아. 제시까지.”
“음….”
며칠 뒤에 개봉할 영화의 언론 시사회.
그날을 기점으로, 꽤나 큰 변화가 있을 터였다.
* * *
「고양이 탐정 메로로」 시사회장.
대중문화평론가, 양두필은 정식으로 초대를 받고 현장에 방문했다.
그의 위치 덕분에, 템페스트 직원의 안내를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
“변 팀장님, 요즘 연애하신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네? 아, 하하.”
솔직히 이번 영화도 기대되지만.
그보다 훨씬 궁금한 점이 있었다.
“저기, 김진우 작가님이 미국에 가신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 그게…. 대외비라서 함부로 말씀드리기가….”
“아, 그렇습니까?”
“하지만 오늘 시사회 중간에 가볍게 입장을 발표할 시간이 있을 겁니다.”
“오오, 그래요? 기대되는군요.”
“네. 하하.”
잠시 후, 예정대로 영화 관계자들이 차례로 입장했다.
송권수 감독 외, 주연배우 최원준, 이시연, 심조훈.
세 배우 모두 템페스트 소속이라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다들 어디 가서 원탑 주연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으니.
마지막으로, 김진우 작가는 로미오를 안고 시사회장에 들어섰다.
‘고양이 탐정 메로로….’
제목만 보면 병맛 영화가 아닌가 싶으면서도.
연출진이나 캐스팅 수준을 보면 그럴 수가 있나 싶었다.
‘고급 재료로 모래성을 쌓을 수는 없겠지.’
곧이어, 극장에 암전이 드리워지고 스크린에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감각적인 음악.’
맥스 음악감독이 있는 헤븐 뮤직과 제휴를 맺어서 그런가.
서정적이면서도 직관적인 멜로디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두둥, 두둥─
밤길을 걷는 여인의 두근거리는 심경과 긴박한 음향이 섞이고.
-후우, 난 또. 아무것도 아니었….!
순간, 마스크를 쓴 심조훈은 싸늘한 눈으로 이시연을 바라봤다.
퍼억─!
강렬한 사운드와 카메라 워킹.
둔기와 함께 흔들리는 초점의 변환에 감탄을 토해냈다.
‘연출도 훌륭하군.’
아내의 복수를 위해 범인을 찾는 최원준.
그 역시 기절을 하고 나서부터 고양이와 대화를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진짜 고양이라고? CG가 아니라?’
근데 연기를 왜 이렇게 잘 해?
고양이의 시점에서 사건을 풀어가는 내용.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디테일에 신경 썼네.’
과연, 서스펜스 미스터리 추리극이라더니.
사건의 짜임새는 쉴 틈이 없고, 지루함을 느낄 여지가 없었다.
‘잠깐만…. 설마.’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고 나서야 반전을 풀어냈다.
“허허….”
뒤늦게, 조금씩 흘려놨던 복선들이 이해가 됐다.
과연 김진우 작가의 각본인가.
단 한 씬도 쓸데없는 장면을 만들지 않았구나.
중간에, 물을 안 마신 게 아니라 못 마신 거였어.
물컵을 내려놓는 장면까지도 의도하고 짰던 거야.
‘반전 영화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스포겠구만.’
짝짝짝짝─
스크린이 내려가고 기자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박수갈채를 보냈다.
객석을 슬쩍 둘러보니 기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템페스트 엔터 소속 배우들이 잔뜩 모였는데.
‘여민서 배우님도 오셨군.’
이어서, MC의 진행과 함께 질문 타임이 이어졌다.
감독과 배우들을 거쳐, 마지막으로 김진우 작가의 차례.
마침내, 그렇게 기다리던 소문의 진상이 밝혀질 시간이었다.
“할리우드 진출이요?”
“네. 기자분들이 다들 그 대답을 원하시는 것 같네요.”
“음….”
객석을 천천히 둘러보는 김진우 작가.
시사회장은 쥐 죽은 듯 적막에 휩싸였다.
이내, 진우는 어느 한 지점에 시선을 고정하더니 씨익 미소를 지었다.
“여민서 배우님, 영어 잘하시죠?”
“???”
할리우드 진출을 논하는 시점에 왜 그런 질문을 하는가.
“다음 작품은 마법소녀 시즌 2로 확정이네요.”
“….”
“제 첫 할리우드 진출작입니다. 영어로 쓸 거예요.”
“!!!”
사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폭탄 발언인 듯했다.
템페스트 직원들도 당황한 모습을 숨기지 못했으니.
* * *
안젤라는 오늘 방문하기로 약속한 김진우 작가를 기다리며 기사를 확인했다.
《평론가 양두필이 인정한 영화 고양이 탐정 메로로, 그 내용은….?》
《일주일만에 200만 관객 동원! 김진우의 흥행 신화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역시는 역시인가.
김 작가는 영화판에서도 능력을 제대로 증명했다.
한국의 극장에 제대로 걸리는 상업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법소녀’는 디지니 플레이 오리지널 작품이고, ‘미식가’는 다큐 영화였기에.
“이번 영화도 재밌네.”
현재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고양이 품귀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로미오와 똑같은 품종은 펫샵에서도 씨가 말라버렸다.
“뭐, 그건 그렇고. 마법소녀 파트 2라….”
진우의 발언은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마법소녀를 영어 버전으로 내놓겠다니.
해외 팬들은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디지니 플레이를 할리우드 진출의 교두보로 쓰려는 거겠지.
“바라던 바야.”
오늘 찾아오겠다고 하는 걸 보면, 그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왔겠지.
마법소녀 파트 1 이상으로, 팬들은 파트 2를 기대하고 있었다.
잠시 후, 제이든이 다가와 안젤라에게 말을 건넸다.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오, 그래요?”
“네.”
안젤라는 곧바로 응접실로 움직여 김진우와 정새롬을 맞이했다.
“작가님, 오랜만이네요.”
“아, 지부장님.”
“웰컴 투 할리우드.”
가볍게 인사하는 안젤라의 말을 듣고, 진우는 유창한 영어로 대답했다.
“언젠가 미국에 와야만 했죠.”
“어….?”
“제가 할리우드에서 보여줄 게 있었으면 좋겠네요.”
“!!!”
그렇게 어려운 말은 아니었지만, 발음이나 억양이 문제였다.
미국 현지인과 비교해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러웠기에.
“여, 영어를 이렇게 잘 하셨나요?”
“공부했어요.”
“….”
깜짝 놀란 정새롬 실장의 모습을 보니, 그녀도 전혀 몰랐던 모양이다.
“…. 작가님은 정말 끝도 없이 사람을 놀라게 하는군요.”
하긴, 대본에서 보여준 영어 실력을 보면.
이미 상당한 실력에 스피킹과 발음 연습만 했겠지.
‘대본 쓰느라 바쁘셨을 텐데, 언제….’
이내, 진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안젤라에게 부탁했다.
“제가 여기서 글을 쓰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아, 물론입니다.”
“마법소녀를 여기서 쓰고 싶거든요.”
“아, 어…. 영광이네요.”
진우가 사라진 응접실.
안젤라는 새롬과 함께 사업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부장님, 죄송해요. 멋대로 정해서요.”
“아뇨, 저도 마법소녀를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진우 작가의 대본 집필 속도는 그 어떤 작가보다 빠르고 뛰어났다.
그 영어 실력을 확인해 보니.
앞으로 그의 작품들이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너무 기대됐다.
‘일단 템페스트를 밀어줘야겠어. 감독이든, 배우든.’
미국에서 함께 공동 제작까지 하는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 * *
베네핏, ‘다중 집필’을 이용해서 발동시킨 작품.
타닥, 타다닥─
「코드네임 032 : 마법소녀 Part. 2」
하필이면 디지니 플레이 아시아지부에서 대본을 쓰라고 하다니.
“현실 패치야?”
시스템이 미국 오라고 등을 떠미는 건가.
얼마 전에 파업 선언 한번 했다고 이러는 건가.
근데 진짜 제목이 030에서 032로 바뀌었네.
작 중, 기계팔을 업그레이드했다는 설정이긴 한데.
설마, 여민서 씨 나이가 저 숫자랑 연관 있는 건 아니겠지.
‘시스템도 은근히 악마야.’
영화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등장인물을 천천히 둘러봤다.
총 4인조 마법소녀를 보니 어렸을 때 만화가 떠오른다.
교복 입고 달빛 아래에서 변신하던 어린이 만화, 「문라이트 핑크소녀」
“여민서, 리코, 에바, 김…. 김희정….? 잠깐만.”
그럼 이 사람들이 전부 미국에서 생활해야 된다는 거잖아.
에이, 설마 김희정이랑 같은 집에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내 완벽한 동거 생-, 아니, 미국 생활에 차질이 생기는데.
‘그냥 얘만 삭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