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65)
타닥, 타다닥─
「코드네임 030 : 마법소녀 Part. 2」
안젤라 지부장님과 새롬 씨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대본 집필을 이어갔다.
“아, 근데 김희정은 왜 자꾸 나오는 거야?”
그동안 내 작품에 엄청 나오지 않았나.
이제 그만 나올 때도 된 것 같….?
“음, 쉐어 하우스랑….”
쉐어 하우스랑, 또 뭐가 있었더라.
아, 끝이구나. 하나밖에 없었네.
하여튼, 그 정도면 충분하지.
거기서 원탑 여주인공 포지션이었잖아.
타닥, 타다닥─
대본을 쓰면서 슬쩍 주위를 둘러봤는데.
휴게 공간에 휴식을 취하는 직원들이 여럿 보였다.
업무 시간에도 꽤나 자유분방한 분위기.
‘한동안 여기 자주 와야 할 텐데….’
백색 소음이 있는 휴게실에서 마음 편히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오늘은 간단히 쓰고 작업실에 가서 대본부터 정리해야지.
“…. 용갑합체.”
새로운 기종의 기갑 로봇이랑 킹룡은 직접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다.
특히, 기갑을 장착한 공룡들이 악당의 하수인으로 등장했기에.
네 가지 속성을 갖고 공룡과 싸우는 마법소녀들.
한국의 미미.
일본의 리코.
미국의 에바.
그리고 독도에 사는…. 김복만 씨?
아니, 무슨 마법소녀 이름이 김복만이야.
‘시스템, 혹시 국뽕에 뇌가 절여졌냐?’
아니지, 시스템이 뇌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이 정도면 정치적인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겠어.
어쩌면 평생 일본 활동은 포기해야 하는 거 아닐까.
‘됐고, 어차피 김희정은 삭제할 거니까.’
마법소녀는 3인조로 간다.
한반도 최악의 던젼을 깨부순 마법소녀 미미는 세계로 뻗어 나가며 세계관을 확장했다.
이제 유럽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는 던젼의 킹룡들과 싸워야 했으니.
그 와중에 악역으로 등장하는 여성 간부.
까만색 쫄쫄이의 섹시한 의상을 입고, 채찍을 휘둘러 공룡을 조종하는 여인.
검은색 고양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색기를 더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뭐야, 이거 성 상담소 시즌 2야?’
저 여자는 또 누구를 캐스팅해야 하나.
아니, 근데 까만 쫄쫄이 복장 에반데.
문득, 마법소녀에 나오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한 여인이 떠올랐다.
‘김채은 씨, 성 상담소 촬영은 한 달쯤 남았으려나….’
과연, 마법소녀 파트 2는 블록버스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말 그대로 엄청난 스케일의 전투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터지고, 싸우고, 폭파하는 장면의 연속.
그 와중에 대사는 최소한으로 압축해서 전개를 쭉쭉 뽑아내었다.
“스토리도 나쁘지 않은데?”
시스템이 이번에는 제대로 작정하고 마스터피스를 만들었다.
양자역학을 다루는 마법소녀 미미를 중심으로.
불과 바람과 얼음을 다루는 각각의 마법소녀들.
“진우 씨.”
한창 집필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실장님은 미팅을 마친 뒤 내게 다가왔다.
“대본 쓰고 계셨네요.”
“네. 지부장님은….?”
“업무 복귀하셨어요.”
“아하.”
“저는 여기서 남친 일하는 모습 좀 지켜볼래요.”
“네. 그래요.”
기다려 준다는 말을 어쩜 이렇게 예쁘게 하실까.
곧이어, 여친이 주는 음료를 받아 마시면서 마법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본은 전부 영어로 쓰셨네요.”
“할리우드잖아요.”
“마법소녀들을 제외하고 전부….?”
“네. 현지에서 캐스팅해야 할 것 같아요.”
“음, 저는 진우 씨가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 줄 처음 알았어요.”
“….”
내 영어 선생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황당할 수도 있겠네.
갑자기 학생이 미국 현지인처럼 유창하게 말하면 이상하겠지.
“새롬 씨를 생각하면서 영어 공부를 엄청 열심히 했죠.”
“근데 발음까지…. 진짜 노력 많이 하셨겠어요.”
“아, 뭐, 그쵸. 하하.”
“우리 남친, 정말 기특하네.”
조금 다른 의미였지만, 노력을 열심히 한 건 사실이다.
베네핏 포인트 5개면 솔직히 싼 값은 아니잖아.
승급하거나 미션 한 번 깰 때마다 1개에서 2개밖에 안 주니까.
곧이어, 여친은 시선을 돌려 노트북을 쳐다봤다.
“마법소녀는 3인조로 가시는 거예요?”
“네. 원래 4인조로 구상했는데 바꾸려고요.”
“…. 독도에 사는 마법소녀 김복만?”
“….”
새롬 씨는 잠시 고민하다니, 말을 천천히 이어갔다.
“진우 씨, 그냥 본인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해도 좋아요.”
“네?”
“정치적인 이유로 창작에 제한을 받는 건 제가 원치 않아요.”
“….”
그 이유 때문이 아닐 수도 있어요.
김희정이 우리 사이를 방해할지도 모른다고.
“새롬 씨, 3인조도 나쁘지 않아요.”
“그래요?”
“그럼요. 네 번째 멤버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무한한 가능성, 아시나요?”
“…. 뭔 소리예요.”
“이게 바로 양자역학이죠. 마법소녀의 근본.”
“….”
멍한 표정을 짓는 여친의 눈치를 살피고, 급하게 말을 돌렸다.
“마법소녀 파트 1은 한국 배경이었잖아요. 한반도 최악의 던젼.”
“아, 네 기억해요.”
“근데 아마 파트 2에서 스케일이 커지는 만큼 돈이 많이 들 것 같아서….”
“돈 걱정은 말아요.”
배시시 웃으면서 돈 걱정 말라는 우리 재벌 여친님.
정 실장의 든든하고 믿음직한 자본주의 미소를 보고 있노라니.
당장 동거하는 집에 가서 맛있는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주고 싶다.
“오늘 제가 베이컨 김치볶음밥 해줄게요.”
“진우 씨가요?”
“네. 저 요리 할 줄 알아요. 백 선생님 제자잖아요.”
“음, 근데 미역국도 못 하시던데.”
“…. 저는 먹을만 했는데요.”
내 말을 듣고, 새롬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졌다.
“그러네, 미역국 맛있었죠. 근데 오늘 김치볶음밥은 그냥 제가 할래요.”
“아, 왜요.”
“제발.”
제발씩이나?
* * *
어느새 촬영 막바지에 다다른 ‘성 상담소’ 촬영장.
MDN 방송국에서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늘도 회장님께서 직접 연기하시는 날이었기에.
“회장님, 안녕하세요!”
“채은 양, 반갑구만.”
어느새 연기에 자신감을 찾은 천성 그룹 회장.
천박하지 않고, 매력적으로 몸매를 드러낸 김 프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채은 양, 오늘도 잘 부탁하네.”
“네! 회장님!”
“자, 홍삼 음료 한잔 마시고 하게. 건강에 좋다던데.”
“앗, 감사합니다!”
김채은은 밝게 웃으면서 회장이 건네는 음료를 받았다.
눈 밑에 조그맣게 나 있는 눈물점까지도 매력적인 여인.
‘사내를 울리게 만들려고 태어났구나.’
꿀꺽꿀꺽 목울대를 따라 넘어가는 음료슴.
조그마한 입술을 타고 내려오는 한줄기 액체는 그대로 그녀의 슴….
“워매.”
두 사람은 함께 대화를 나누며 까메오로 출연한 배우를 언급했다.
“여민서 배우는 미국으로 갔다던데.”
“아, 저도 들었어요. 마법소녀 촬영 때문에….”
“자네도 원하지 않았나? 마법소녀.”
“네? 아….”
채은 역시 간절하게 바랬다.
마법소녀의 동료가 되어 악당을 물리치는 꿈을 꿨을 만큼.
“저한테도 오디션 기회가 있지 않을까요?”
“음…. 일단 이번 촬영부터 끝나야겠구만.”
“네! 한 달 안에 끝나니까요. 그 다음에 바로 연락해 보려구요!”
“젊은 친구,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네.”
“감사합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심주원 감독의 지시에 따라 세트장에 들어섰다.
커튼 안 쪽에서 백윤과 함께 야시시한 복장으로 들어간 그녀.
“레디, 액션!”
감독의 사인이 떨어지고, 채은은 끈적한 목소리로 입술을 열었다.
“아응, 그쪽이 아니라 이쪽.”
“여기?”
“아니이, 조금 더 아래에….”
“그럼 여기?”
“흐응.”
커튼으로 한쪽 벽이 가려진 작은 사무실에 입장한 변태 할아버지.
정덕수 회장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커튼 너머의 실루엣을 지켜봤다.
“호오우. 허허.”
적절한 타이밍에 감탄을 흘리고 두 사람을 지켜봤다.
“사내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뿐만이 아니네요.”
“그, 그럼….?”
“후훗.”
정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메소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천천히 커튼을 향해 접근하는 정덕수.
커튼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떠는 디테일은 예술의 경지에 다다랐다.
“컷! 한 번 더 촬영하겠습니다!”
심 감독의 사인을 듣고도, 회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커튼을 꼭 움켜쥔 손을 그대로 두고서, 심 감독에게 나직하게 물었다.
“이거 커튼 한 번만 치면 안 되나?”
“네?”
“아니야.”
* * *
템페스트 엔터에서 미국 LA에 마련한 작업실.
내부에 들기 전, 바깥에 매달린 간판이 특히 눈에 띄었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템페스트 사옥에 세 들어 사는 기분이었는데.
미국에선 정기태 대표님이 새롬 씨와 함께 내 작업실부터 마련해 주셨다.
“오빠, 오빠! 여기 너무 좋아요!”
“우왕, 저도 이렇게 좋을 줄은….!”
효주랑 밍쁨은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작업실을 돌아다녔다.
그 뒤로 따라 들어오는 ‘자칭’ 마법소녀 전문가, 제시까지.
‘이제 미국에서 직원을 더 채워야지.’
한국에 있는 직원을 포함하면 총 10명 남짓의 규모였지만.
솔직히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아까울 단계는 진작에 지났기에.
“작가님!”
“네, 제시 씨.”
어느새 조금은 편해진 제시가 다가와서 대화를 나누었다.
“이번에 마법소녀는 한 명이 아닌 거지요!?”
“네, 4인조예요.”
“엥?”
기억에서 지워버린 김희정을 제외하면 3명.
걔가 미국에 오면 동거 생활 브레이커가 될 게 뻔하잖아.
그리고 사실, 원래 마법소녀는 홀수가 국룰이라고.
“여민서 씨, 일본의 리코랑 미국의 에바까지.”
“앗, 아아….”
조금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제시.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
“저는 당연히 여동생 분께서 나오실 줄 알았사와요.”
“김희정이요?”
“네!”
사극 보고 한국말을 배웠다더니.
이상한 드라마를 많이 본 것 같다.
“마법소녀 제로투도 봤는데! 희정 씨 복장이 너무 잘 어울렸어요!”
“…. 그거 저도 나오는 영상인데요.”
“네! 작가님도 너무 예쁘게 나오셨어요오!”
“….”
그 금지된 영상을 보셨군요.
당신은 이제 암살 대상입니다.
“작가님, 마법소녀 전문가의 고견으로 보건대.”
“음….”
“이번 작품은 4인조가 딱 맞다고 생각했지라.”
어케 알았누.
효주도 모르는걸.
“게다가 섹시 다이너마이트 몸매의 여자 악당까지 등장하면 완─벽!”
“…. 뭐여.”
그건 또 어케 알았어.
설마 내 대본 본 거 아냐?
‘이 사람…. 찐이잖아!?’
자칭 마법소녀 전문가라더니, 쪽집게가 아닌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 부담스럽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파트 1에서 복선을 엄청 깔고 가셨잖지요!”
“제가요….?”
“네! 47분 24초 구간에서 팀원의 구성은 네 명이 적당하다고 말했었지라! 여악당을 암시하는 부분은 대략 59분 29초에서….”
“아니, 무슨….”
“1시간 21분 10초 구간에서는 네 가지 속성을 암시하는 컬러들을 메인 기갑 로봇에 배치하면서….”
“어, 음….”
뭐야, 무서워 이 사람.
“게다가 애니메이션 버전 대본도 작가님이 직접 수정하신 거 맞죠?”
“뭐, 그렇긴 한데….”
“역시! 거기서 보면 7화에 이런 내용이 나오잖아요. 네 개의 구슬을 합쳐서 소망을 이룰 수 있다는….!”
“그랬었나.”
“네! 지금 마법소녀 전문가 단체에서는 방금 작가님이 말씀하신 3명이 딱 들어맞아요!”
“전문가 단체가 있다고?”
“그럼요! 네 번째 멤버는 김희정 배우님이라고 예상했는데….!”
됐고, 그래도 김희정은 안 돼.
그냥 4인조 그대로 가고, 캐스팅만 다른 사람으로 구해야 하나.
‘김희정 빼기도 쉽지 않다고.’
저번에 조합권으로 배우 변경권을 꼬라박았잖아.
소중한 베네핏 포인트를 그딴 이유로 쓰는 것도 아깝고.
그런데, 그때 얻은 자유 편집은 또다시 내 발목을 붙잡았다.
“오빠!”
옆에서 듣고 있던 효주가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제가 저번에 말씀드리지 못한 게 있어서요.”
“???”
「고양이 탐정 메로로」 촬영 비하인드.
효주는 얼마 전에 변 팀장에게 들었다면서 썰을 풀었다.
“액션 연기 중에 대형 사고가 날 뻔했대요.”
“사고?”
“뭐, 사고는 안 났으니까 그냥 잘 넘어갔어요.”
“…. 자세히 얘기해봐.”
차량 액션 중에 통제되지 않는 민간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어 크게 다칠뻔했다는 이야기.
물론,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시스템의 완벽한 통제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였기에.
“그걸 왜 이제 얘기해?”
“오빠 대본 쓰느라 엄청 바빴잖아요. 송 감독님이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다고….”
“음….”
“그렇다고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단순한 해프닝이라서요.”
일주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고양이 탐정 메로로」
베네핏 ‘자유편집’으로 중간부터 결말까지 싹 다 갈아엎은 작품.
“액션 영화 촬영 중에 그 정도는 흔하죠.”
촬영 중에 충분히 있을법한 사건.
실제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사고가 날 뻔한 정도는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시스템의 대본을 그대로 따랐으면, 우연히 사고가 날 확률은 없겠지.
그게 바로 시스템이니까.
‘젠장.’
블록버스터 영화 촬영 중에,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100% 내 욕심 때문일 테니까.
‘시스템, 너는 진짜 악질이야.’
깊은 한숨을 내쉬고, 김희정에게 톡을 보냈다.
톡, 토토톡─
[너 마법소녀 할래?]
* * *
한편, 한국에서는 진우의 또 다른 작품 활동이 진행 중이었다.
가볍게 주연 배우들끼리 모여 대본리딩을 진행한 드라마 촬영진.
랜덤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첫 번째 웹드라마.
「나쁜 남자의 사랑법」 촬영장.
강철중은 템페스트 엔터를 대표하여 세트장을 방문했다.
“준비가 잘 되고 있구만.”
웹드라마긴 해도 420만 너튜브 채널에 올라갈 작품.
세트장이나 캐스팅 등을 보면, 절대 작은 규모가 아니었다.
특히, 현신 자동차에서 거액의 투자금을 투입했으니.
“준아, 로고가 잘 보이게 하려면 이쪽으로 운전해야지.”
“아, 그러네. 고마워 삼촌.”
이상하게 김진우 작가가 애정하는 작품이었다.
옛날에 써놓고 방치하다가 최근에 다시 손 보더니.
‘일단, 대본이 너무 좋잖아.’
강준과 세미 배우의 조합.
망하고 싶어도 망하기 어려웠다.
“깡준!”
그때, 한 여인이 멀리서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어? 철중 삼촌, 안녕하세요.”
“하하, 네. 김희정 배우님.”
희정은 철중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강준을 보고 말했다.
“어, 웬일이야?”
“그냥 친구한테 인사하러 왔지.”
“응? 인사라니?”
“내가 한동안 꽤 멀리 가게 됐거든.”
“???”
강준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희정의 말에 당황했다.
고백비스무리한 그 사건 이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조만간 깊은 사이가 되거나 썸을 탈 줄 알았는데.
“최소 반년…. 어쩌면 그 이상은 떠날 거야.”
“어디로!?”
“팍스 아메리카!”
“….”
“내가 수학은 몰라도 영어 공부는 열심히 했거든. 참 다행이야.”
“영어도 못 하는 거 같은데?”
“아니거든?”
무려, 김진우 작가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
전작이 크게 성공해서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도 대단했으니.
“좋은 기회네.”
“그치?”
“응.”
희정은 씨익 웃더니 강준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이내, 저 멀리 사라져 버리는 희정을 뒤로한 채 강철중이 물었다.
“방금 뭐라고 하신 거야?”
“응?”
“귓속말로 뭐라고 했길래….?”
“있어. 그런 거.”
강준은 여전히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촬영 준비에 들어갔다.
‘…. 나도 연기 열심히 하면서 기다릴게.’
* * *
며칠 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여친과 실내 데이트를 즐겼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데이트할 수 있다니, 이게 무릉도원인가.
“진우 씨, 일어났어요?”
“네. 오늘은 진짜 제가 맛있는 김치볶음밥 해줄게요.”
“저는 차라리 죽음을 택할래요.”
“…. 그 정도야?”
사랑하면 닮는다고 했던가.
요즘 새롬이가 내가 하는 말투를 종종 쓰고 있다.
‘이러다 욕도 하는 거 아닌지 몰라.’
갓난아기 앞에서는 말조심하라는데.
나도 이제 여친 앞에서 말조심해야겠어.
어느새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여친의 뒤태를 바라봤다.
‘크으, 동거란 좋은 것.’
앞치마를 두르고 흥얼거리면서 요리해주는 새롬이.
아침에 씻기 전에 부스스한 얼굴도 여신처럼 아름답다.
스윽─
나는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새롬의 뒤에 다가갔다.
“뭐, 뭐 하세요….?”
연인 간의 백허그는 사나이의 로망이 아닐까.
오늘은 섹킷-, 아니, 버킷리스트를 채우는 날이었다.
“새롬 씨, 우리 오늘 밤에….”
그런데, 아쉽게도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얼레리, 꼴레리.”
김희정, 개노무 쉑.
아침잠도 많으면서 왜 하필 오늘은 일찍 일어났냐고.
“야, 김희정! 너는 어제 왔으면서 시차 적응도 안 하냐?”
“시차 적응이 안 되니까 일찍 일어났지!”
“….”
애옹─
품에 로미오를 안고 있는 희정이가 혼자서 낄낄거렸다.
“흐흐흐. 오빠는 백허그할 때 왜 엉덩이를 뒤로 빼?”
“뭔 개소리야.”
“아닌가? 아님 말고.”
저 쉑 저거, 넌 뒤졌다.
마법소녀 서열 꼴찌는 무조건 김희정이다.
쫄쫄이 맛을 봐라.
애옹─
열 받으니까 로미오 울음소리까지 킹받네.
“새롬 씨, 안 되겠어요.”
“네?”
“그냥 희정이 집은 따로 구해줄게요. 돈이 얼마가 들든 저는 상관 없어요.”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가족이잖아요.”
“…. 아오, 진짜 가, 족같네.”
“???”
희정은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멀리서 내게 말을 걸었다.
“오빠! 내가 대본을 읽어봤는데….”
“뭐, 인마.”
“이름을 꼭 김복만으로 해야 할까? 그냥 바꿔주면 안 돼?”
“응. 꺼져.”
복만아, 이름이 아니라 너를 바꾸고 싶다고.
‘조만간 집 하나 구해서 쫓아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