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67)
정새롬 실장은 미국에서도 여지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아직 감독도 정해지지 않은 「코드네임 032 : 마법소녀 Part. 2」
사실, 미국에서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을 종종 느꼈다.
거액을 투자하는 투자사를 구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
“미안하지만,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소.”
“디지니 플레이 오리지널 작품입니다. 미리 선점하시는 게 유리할 겁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누가 시나리오 때문에 보겠소? 배우나 감독도 아니고.”
“…. 아카데미에서 미술상을 수상한 작품의 후속작인 건 아시죠?”
“흠, 그건 잘 알고 있지만….”
“….”
“여긴 미국이오.”
한마디 안에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의 말마따나, 여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오늘 미팅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다시 보는 걸로.”
“네. 부디 다음에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시죠.”
결국, 오늘 협상은 결렬되었다.
변 팀장과 함께 돌아가는 새롬의 어깨가 많이 처져 있었다.
“실장님, 괜찮으십니까?”
“예상했던 결과예요.”
“….”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이 땅에선 템페스트 엔터도, 김진우 작가도, 천성 그룹의 이름도 전혀 먹히지 않았다.
“오늘은 그만 퇴근할게요.”
“네. 실장님.”
한국보다 미국에서는 빨리 해가 지는 느낌이었다.
늦은 시각에 유흥을 즐길 만한 시설도 마땅치 않았으니.
‘그나저나….’
집에 돌아가는 중에도 작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에바가 지부장님 친동생일 줄이야.’
현재 캐스팅한 배우들 중 미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배우는 여민서가 아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김진우 작가가 한국의 찜질방에서 캐스팅한 배우.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에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
‘작가님은 어떻게 그런 배우를 마법처럼 찾는 걸까.’
그나마 투자사들과 미팅을 잡을 수 있는 것도 전부 에바 덕분이었다.
로다주 배우와 함께 투톱으로 「맨 vs 네이쳐」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기에.
몽환적인 분위기에, 서구적인 마스크.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굉장히 아름다운 외모였다.
잠시 후, 새롬은 거주 중인 아파트로 돌아왔다.
삐빅, 삐비빅─
“진우 씨, 희정아!”
두 사람을 부르며 부엌으로 갔는데.
언제나 그렇듯,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매였다.
“안 간다니까?”
“벌써 예약했는데?”
“아, 싫어어.”
“은근 스릴 있을 수도 있어.”
“그럼 오빠 혼자서 두 번 해.”
“….”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번에도 대본을 쓰러 이상한 장소에 가려는 것 같다.
“마법소녀 대본은 완성한 게 아니었어요?”
“오, 새롬 씨. 마침 잘 오셨네.”
“…. 다시 갈래.”
이상한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들었다.
“언니! 오빠가 저보고 번지점프하러 가재요!”
“그걸 바로 이르냐?”
이번엔 번지점프 하면서 대본을 쓰려고 하시나.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을 초월하는 위치 선정인데.
“새롬 씨, 이게 다 작품을 위해서예요.”
“작품을 위해서?”
“기갑 로봇 위에 올라탄 마법소녀가 어떤 심정이겠어요?”
“???”
아, 높은 곳에 올라탄 마법소녀의 심정을 느끼기 위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희정이도 마법소녀니까 가야죠.”
“…. 그럼 민서랑 에바랑 리코 배우님도 가야겠네요?”
“오! 그것도 좋은데? 세 명 더 예약하러 간다.”
“….”
아니, 뭔 물귀신처럼 혼자 안 가고 꼭 누구를 데려가나.
“진우 씨, 잠깐 앉아봐요.”
“네?”
새롬은 진지한 어조로 진우에게 말했다.
“우리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첫 작품이에요.”
“….”
“이번에 실패하면, 국내에서도 깎아내리는 여론이 생길지도 몰라요.”
그러기엔 너무 많이 성공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그만큼 김진우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아니면, 차라리 송권수 감독님을 데려올 생각도 있어요.”
“네? 새 작품 들어가셨다고 들었는데요.”
“위약금이라도 물어줄 의향이 있습니다.”
“….”
새롬의 눈빛에는 단호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번 작품을 반드시 성공시키고야 말겠다는.
“저는 진우 씨 명성에 누가 되는 작품을 제작할 마음이 전혀….”
“새롬 씨.”
“네?”
“저 믿죠?”
“그야 당연하죠.”
“번지점프, 놀러 가는 거 아니에요.”
“아….!”
진우의 선택은 언제나 옳았다.
사파리에서 사자와 노는 영상을 찍은 것도 ‘맨 vs 네이쳐’에 도움이 되었고.
해외 공포 스팟을 돌아다니는 것도 결국 ‘호러 스트리머’의 홍보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럼 이번 작품도….?”
“그쵸, 괜찮은 조명….”
“마법소녀의 홍보 때문에 하시는 거군요!”
“네? 아, 네. 뭐. 그렇죠.”
“제가 도와드릴게요.”
“???”
꼭 김희정이 아니라도 상관없겠지.
“홍보 열심히 해서, 우리 투자금 확보해요!”
“그, 그래요.”
새롬의 눈빛은 형언할 수 없는 열정으로 불타올랐다.
* * *
「맨 vs 네이쳐」로 북미에서도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한 에바.
아마존 여전사의 신비로운 분위기는 아직도 시청자들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벌써 미국의 유명 감독들에게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김진우 작가님 작품이 우선이지.’
문득, 얼마 전에 언니와 만나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어떻게든 김진우 작가의 차기작에 한 숟가락을 걸치라는.
띠리리링─
그때, 스마트폰에 실장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국에서부터 친언니처럼 친절하게 대해준 감사한 사람.
새롬은 전화를 받자마자 급하게 말했다.
-에바야, 약속은 안 잊었지? 비행기 탈거니까, 준비물은 톡으로 보내줄게!
“아, 오늘이구나. 바로 나갈게요, 언니!”
어쩐 일로 부르는 걸까.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 가족과 함께 푹 쉬라고 했으면서.
엄청 대단한 선물이라도 주시려나.
그것도 공항까지 부르는 걸 보면.
“일본에서 스시 먹기! 뉴욕에서 뉴욕 스테이크 먹기!?”
부르주아들이 자주 하는 럭셔리 플렉스!
삶을 즐기는 탑스타들의 취미 생활 같은 건가.
“나도 진짜 많이 컸구나. 헤헤.”
원래 김희정이랑 가려고 했는데, 자신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남친의 친동생보다도 오히려 더 챙기려는 모습을 보면.
정 실장님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희정 씨, 미안. 내가 미국에서는 더 유명한걸. 헤헤헿”
나중에 한국 가면 치킨 사 먹으라고 기프티콘이라도 보내야겠다.
잠시 후, 공항에 도착했는데.
동행자가 제법 많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실장님?”
“에바, 왔니?”
“네에…. 김진우 작가님도 오셨네요.”
“응.”
그 밖에도 템페스트 직원들, 촬영진이 함께였다.
“촬영…. 하면서 놀러 가는 거예요?”
“아니, 우리 홍보가 필요할 것 같아서. 너는 그냥 자유낙하운동을 즐기면 돼..”
“자유낙…. 어려워요.”
“그니까 번지….”
“콜로라도주!?”
“응. 오늘 거기 갈 거야.”
미국에서도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어서 유명한 주.
로키 산맥이나, 고지대, 스키장이나 리조트도 있는 곳이니까.
‘오케이, 알았다!’
콜로라도에서 양고기 먹으려는구나!
함께 따라가는 촬영 직원들 표정이 묘하게 비장했지만.
에바는 자신의 미래도 모르고, 웃으면서 비행기에 탑승했다.
* * *
「나쁜 남자의 사랑법」 촬영 현장.
오늘 촬영장 분위기가 상당히 밝았다.
제작진은 전부 랜덤 스튜디오의 직원들.
하나 같이 사장님, 김진우에 대한 팬심으로 가득한 이들이었다.
“강준 오빠, 오셨어요?”
“응. 세미야.”
두 사람은 묘하게 들뜬 촬영장 분위기를 살피며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김진우 작가님 라이브 방송이 있다고 해서 그런가 보네.”
“그래요?”
“응. 마법소녀 후보 중에 한 명을 발표한다고 하시네.”
“와아, 저도 기대돼요!”
미국에서는 몰라도, 한국에서 김진우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을 몰랐다.
당장 500만을 돌파한 영화와 시청률 35%를 넘나드는 드라마가 방영 중이었기에.
그중에서도 ‘마법소녀’는 김진우의 대표작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대작.
아주 작은 소식도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우리 웹드라마도 첫 방송이 금방 업로드될 걸.”
“네. 벌써 작가님 너튜브 채널에 공지가….”
어느새, 채널명은 에서 로 바뀌어 있었다.
“작가님이 공지로 올린 라이브 방송 시간, 거의 다 됐어요.”
“그럼 같이 볼까?”
“네!”
화면 조정 중인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검은색 화면.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5만여 명의 시청자들이 접속했다.
성질이 급한 시청자들은 당장 새로운 마법소녀의 정체를 밝히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선배님은 마법소녀가 전부 누군지 아세요?”
“음, 여민서 배우님을 제외하면….”
같은 소속사인 강준은 이미 알고 있었다.
김희정과 여민서, 에바의 출연 소식을.
“한 명만 빼고 다 알고 있어.”
팟─
그때, 방송을 켜자마자 김진우의 얼굴이 근접샷으로 등장했다.
머리에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저기가 어디야.”
“…. 뭔가 고지대 같기도 하고.”
깎아지를 듯한 돌산 너머에 드문드문 보이는 현수교 다리.
그리고 울상을 짓고 있는 에바 역시 머리에 헬멧을 쓰고 있었다.
-엄마아….
마치, 한국 사람처럼 울고 싶을 때마다 엄마를 찾는 에바.
시청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그녀의 모습을 지켜봤다.
-맨 대 네이쳐에서는 여전사였는데 ㅋㅋㅋㅋ
ㄴ갭모에 ㅋㅋㅋㅋ
ㄴ파란 눈 진짜 예쁘다
ㄴㄹㅇ 빠져들 것 같음
-번지점프대 같은데?
ㄴ헐 방금 높이 봤는데 ㄷㄷ
ㄴ우리 에바한테 왜 그러는 거야 ㅠㅠ
ㄴ지누킴이 또….
ㄴ이거 분명히 김진우가 데려온 거임
ㄴㄹㅇ 손모가지 걸 수 있음 ㅋㅋㅋ
ㄴ마법소녀 한 명 소개할 때마다 번지점프 시키는 건가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눈에 봐도 엄청난 높이의 현수교.
까마득한 절벽 아래,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지만.
“…. 물에 떨어져도 죽겠는데?”
“에이, 안전요원이 알아서 잘하겠죠.”
그런데, 에바와 직원이 영어로 대화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직원분, 성함이 샤인이라고 했죠?
-네? 아, 네! 정말 에바 배우님!?
-저기요, 제가 방금 올라온 번지점프 후기를 읽어봤는데요.
-???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누가 그래요! 절대! 네버! 에버! 에바!
-안전고리를 역으로 매서 죽을 뻔했다던데….?
-에이, 절대 아니에요. 모함입니다!
-그럼 먼저 뛰어 내려보세요.
-자, 레디…. 꼬!
-으앙, 밀지 마아아!!!
* * *
“꺄아아아악─!”
아마존 여전사의 우렁찬 비명 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300m의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자유 낙하는 어떤 기분일까.
“역시 안 되겠어요. 저는 고소공포증이….”
“작가님, 고소공포증이 아니라 고소 공포예요.”
“…. 누구세요.”
“고소공포증은 병이라서, 여기 올라오시지도 못했을 거예요. 원래 누구나 높은 곳에 오르면 두려운 감각이….”
“직원분.”
“샤인이라고 합니다.”
“아니, 그니까….”
왜 자꾸 제 몸에 이상한 장치를 매달고 계시냐고요.
멍한 눈으로 기계처럼 내 몸에 안정 장치를 매달아 주는 상대.
그런데 뭔가 숙련된 실력이라고 하기에는 살짝 엉성해 보였다.
말하는 거에 비해, 눈동자는 뭔가 흐리멍텅해 보이는데.
‘이분, 설마 초보야?’
그때, 함께 따라 올라온 여친님이 시청자 반응을 보여주었다.
-김진우! 설마 에바만 시키는 거 아니지?
ㄴ에반데?
ㄴ에반데?
ㄴ에반데?
ㄴ작가님 그런 사람 아니거든? ㅡㅡ
ㄴ지누 사랑에서 나오셨나요
ㄴㅋㅋㅋㅋ
ㄴ작가님 원래 공포 스팟도 못 돌아다녔는데 이제 잘 돌아다님
ㄴ김진우는 진화한다
ㄴ대본도 진화한다고 ㅋㅋㅋ
씨익 웃는 새롬의 표정이 오늘따라 무서웠다.
“진우 씨, 하셔야 해요.”
“….”
어느새, 내 몸에 칭칭 감겨있는 안전장비.
쓸데없이 힘이 좋은 직원에 의해 질질 끌려갔다.
‘내가 조명감독 구하려고….’
시스템 쉑 때문에 내가 별짓을 다 해본다.
“작가님, 제가 열혈팬입니다.”
“샤인 씨, 제발 놓고 말해요.”
“자꾸 도망가려고 하잖아요.”
“저 여기 손님이에요.”
“저도 작가님 손님입니다.”
“???”
“작가님 때문에 디지니 플레이 구독했으니까요.”
“….”
아니, 졸린 눈으로 말은 왜 이렇게 잘해.
“레디….”
“아, 아직….!”
“꼬!”
“아직이라고 했잖아아아아!!!”
샤인이 등을 밀치는 동시에, 지난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행복한 삶이었다.’
어찌나 높은지 끝도 없이 떨어지며 지난 삶을 회상했다.
재벌집 딸래미랑 손도 잡고, 포옹도 하고, 키스도 해보고.
드라마도 성공시켜보고, 영화 시나리오 극본가로 성공해 봤지만.
“아직 할리우드에서는 성공을 못…. 컥.”
어느 순간, 심장이 덜컥 내리 앉으며 번지 줄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띵동─
이내, 시스템이 미션 성공을 알렸다.
【‘익사이팅팅팅팅 탱탱탱탱(1)’ 임무를 달성했습니다.】
【히든 미션을 완료하여, 특전이 주어집니다.】
【베네핏 강화 포인트를 1pt 만큼 획득합니다.】
【작품과 가장 적합한 조명감독을 탐색합니다.】
‘꼴랑 1 포인트 주냐?’
띵동─
【조명팀 직원 ‘샤인’을 찾으세요. 현재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로얄 고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이런.”
방금 나 밀어버린 그 사람이잖아.
* * *
얼마 후.
나는 새롬 씨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새 직원을 기다렸다.
“샤인, 유니버스 스튜디오에서 일했던 사람이네요.”
“그래요?”
“꽤 재능이 있었는데, 촬영 감독한테 찍혀서 쫓겨났어요.”
“할리우드도 정치판이에요? 재능이 먼저 아닌가?”
“미국에선 조명팀 직원의 힘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요.”
“음.”
“한국과 달리 조명감독이 따로 없거든요.”
배우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조명감독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특히, 마법소녀들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능력 있는 조명팀 직원은 필수였다.
“K-제작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겠네요.”
“….”
잠시 후, 번지점프대에서 일하던 직원이 주뼛거리며 랜덤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샤인 씨.”
“네? 네!”
시스템이 검증한 사람이니까, 능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테고.
“오늘 계약까지 하러 오신 거죠?”
“네. 작가님!”
“계약서부터 확인해 주세요.”
“그게….”
“여기 사인하시면, 오늘부터 샤인 씨는 랜덤 스튜디오 직원입니다.”
“어, 음….”
샤인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렸다.
“왜요, 혹시 계약 조건이 별로인가요?”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이내, 샤인은 무언가 결심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를 채용하면 유니버스 스튜디오와 원수가 될지도 몰라요.”
“유니버스?”
할리우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제작사.
그들의 힘과 자본력을 고려하면, 입김만으로도 랜덤 스튜디오가 날아갈 판이었다.
‘시스템이 추천하는 인재를 버릴 순 없지.’
무엇보다, 연계 퀘스트라서 샤인과 계약하기 전에 다음 임무가 안 떨어질 것 같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정말요?”
“네. 저는 저만의 길을 걸을 거예요.”
내 말을 듣고, 샤인은 홀린 듯이 펜을 들었다.
그냥 바로 사인할 기세에, 오히려 내가 먼저 만류했다.
“저기, 계약서도 안 읽어보시고….”
“조건은 상관없어요. 계속 이 바닥에서 일할 수만 있다면.”
“….”
번지점프대에서 봤던 샤인이 맞는 건가.
그의 똘망똥망한 눈빛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천직이라는 건가.’
띵동─
샤인과 계약하는 동시에, 시스템이 다음 미션을 던져주었다.
‘아니, 무슨….’
* * *
며칠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 위치한 랜덤 스튜디오.
제시는 진우에게 받은 영상을 편집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재밌구만!”
에바의 표정이 워낙 다채로워서 편집할 맛이 났다.
더군다나, 이제는 마법소녀의 일원이 되지 않았는가.
“크으, 한국까지 날아가길 잘했어.”
제시의 마법소녀에 대한 애정은 그 누구보다도 대단했다.
랜덤 스튜디오의 채용공고를 보자마자 LA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갈 만큼.
그런 정성이 아니었다면, 아마 진우의 눈에 띄지도 않았을 터였다.
“이것도 마법소녀 사전제작의 일부잖아.”
즉, 자신이 마법소녀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기회인가.
이런 걸 보고 성덕이라고 한다지.
띠리리링─
이내, 제시의 스마트폰에 가족의 전화가 걸려왔다.
“응, 엄마.”
-네 오빠 오늘도 집에 안 들어왔다.
“…. 취미생활 같은 거 하겠지. 암벽등반.”
-네가 뭐라고 좀 하면 안 되겠니?
“오빠가 내 말을 듣는 거 봤어?”
한때는 할리우드에서도 촉망받는 인재였지만.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꿈을 포기한 제시의 친오빠.
여동생은 방송국 예능 피디, 오빠는 할리우드에서 유망한 촬영감독.
업계에서 꽤나 유명한 남매였지만, 오빠쪽은 한동안 방황하고 있었다.
-저기, 네가 이번에 랜덤 스튜디오에 취업했잖아.
“응?”
-혹시 거기 촬영감독은 더 안 필요하다고 하니?
“뭐야, 지금 취업 청탁하는 거야?”
-아, 아니…. 오빠를 저대로 내버려 둘 순 없잖니.
“됐고, 나 지금 일하고 있어.”
-그래. 주말엔 꼭 집에 들르고.
“응. 일 없으면 갈게.”
드르륵─
그때, 문이 열리고 김진우가 스튜디오에 들어왔다.
“작가님, 오셨어요?”
“예압.”
번지 점프대에 정신을 놓고 왔는지, 며칠째 멍한 상태였다.
“으으, 그냥 좀 알려주면 어디가 덧나냐고.”
“작가님, 왜 그러세요?”
“아니요, 그냥. 사는 게 힘드네요.”
저렇게 성공한 사람이 뭐가 그렇게 힘들까.
‘번지점프도 원해서 하신 거 아니었나?’
제시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저 마법소녀 창조주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사람이지만.
한편, 김진우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법도 했다.
또다시 던져준 시스템의 미션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으니.
【‘익사이팅팅팅팅 탱탱탱탱(2)’ 임무를 발견했습니다.】
【미션 :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암벽등반 중에 파스타를 먹으세요.】
【보상 : 현재 작품과 어울리는 최적의 촬영감독을 찾아드립니다.】
【제한 시간 : 20일】
【수락하시겠습니까? (Y/N)】
‘나를 그냥 죽여라.’
이번엔 국립공원 관련 인물이 아닐까 예상했다.
샤인 때 당한 게 있으니까 나름 머리를 굴렸는데.
‘대체 뭘까?’
그쪽 직원 중 방송이나 촬영 관련 경험자는 전혀 없다고 했다.
“아, 진짜 죽겠네.”
“왜요?”
“암벽 등반하러 가게 생겼어요.”
“오, 저도 그거 취미로 하는 사람 한명 아는데.”
“그래요?”
“네. 추천해 드릴까요?”
“…. 그럼.”
띵동─
【부정행위가 감지되었습니다. 부정행위 시, 보상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 너 나한테 진짜 왜 그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