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68)
마침내, 각색까지 완성한 마법소녀 파트 2 영화 시나리오.
나는 정새롬과 함께 대본을 읽으며 광고 협찬을 점검했다.
“자동차 광고는 현신차라도 넣을 수 있겠어요.”
“오, 다행이네.”
“대신 식품 광고는 빼는 게 좋겠어요.”
“그래요.”
갑자기 마법소녀들이 전투하다 말고 샌드위치나 햄버거를 먹으면 좀 깨긴 하지.
“새롬 씨, 저는 그만 운동하러 가볼게요.”
“또 클라이밍이에요?”
“네. 앞으로 2주 안에 마스터해야 해요.”
“….”
미국 암벽등반의 성지라고 불리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맨손으로 등반하다가 사망하는 사람도 종종 나오는 난코스였다.
“진우 씨는 초심자잖아요.”
“그쵸.”
“거기를 어떻게 맨손으로 올라가요.”
“….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네?”
“당연히 풀템으로 세팅하고 가야죠. 제가 왜 맨손으로 가요.”
“….”
로프 한 가닥만 믿고 올라가기에는 내 몸뚱아리가 너무 소중하다고.
“벌써 전문가도 고용했어요.”
“???”
제시의 지인은 안 되는데, 다른 사람은 또 되더라고.
시스템이 워낙에 변덕이 죽 끓듯이 심해서.
“도전하는 거 아니었어요?”
“아뇨, 전혀 아닌데요.”
“그럼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남친이 건강은 잘 챙겨서 좋네.”
“그 위에서 먹는 파스타가 그렇게 맛있대요.”
“관종이 또….?”
“네?”
“아, 아니에요.”
어쨌든, 최소한의 클라이밍 실력은 필수였다.
장비빨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는지라.
“아, 조만간 제 채널에 드라마 올라올 것 같네요.”
“나쁜 남자의 사랑법?”
“맞아요.”
랜덤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첫 번째 웹드라마.
조폭과 여배우의 흔한 로맨스였지만.
공중파에서 방영해도 괜찮을 작품이라고 확신했다.
“번지점프 영상도 곧 올라올 텐데, 랜덤 스튜디오는 호재네요.”
“제시가 열심히 편집 중이에요.”
“언제 업로드돼요?”
“일주일 안에요.”
마법소녀 홍보 영상으로 만들 생각이라서.
새롬 씨도 내 채널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
“저기, 암벽등반하러 갈 때는 혼자 가실 건가요?”
“…. 희정이를 데려갈 생각이긴 한데.”
“가겠어요?”
“안 가려나.”
솔직히, 걔가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 그냥 혼자 가지, 뭐.’
실장실을 벗어나 클라이밍 연습실에 가는 길.
문득, 일본에 있는 마법소녀 후보가 떠올랐다.
‘리코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여민서와 에바, 김희정은 미국에 잘 머무르고 있으니까.
뚜루루루─
곧바로 일본에 있는 아이돌 출신 배우님께 전화를 걸었다.
“리코 씨, 잘 지내죠?”
-작가니이이임!”
“네. 리코 씨.”
-마법소녀 파트 2 쓰고 계신다면서요! 뉴스로 봤어요!
“그렇긴 한데….”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키는 리코.
그녀의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리코 씨도 관심 있으세요?”
-당연하죠!
“…. 혹시 영어는 좀 하시나?”
-네! 저 중학교까지 영국에서 살았어요!
“오…. 은근히 엘리트였구나?”
-중졸이에요.
“….”
그럼 일본은 그냥 아이돌 하러 돌아간 거냐.
* * *
김희정은 로미오를 품에 안고 대본을 읽었다.
“와아, 짜임새가 장난 아니야.”
아무도 없는 집에서 홀로 마법소녀 대본을 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크으….!”
이 짧은 시간 동안 세계관 확정을 시도한 건 둘째치고.
그것도 무려 세 명의 주인공을 추가하면서 판을 키웠다.
실로 오랜만에 오빠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
마법소녀 개개인의 개성을 생생하게 살려냈으니.
“김복만, 이 캐릭터는 보면 볼수록 매력 있네. 볼매야.”
영어로 대화하는 마법소녀 사이에서 국뽕을 담당하는 캐릭터.
대사의 절반 이상은 한국어로 말하는 게 우연은 아니겠지.
‘혹시 내가 영어가 짧아서 배려해 준 건가.’
띵동─
그때, 집에 초인종 소리가 울리며 택배 상자 하나가 도착했다.
그것도 수취인이 ‘김희정’이라고 적혀 있으니 의아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응? 이게 뭐지?”
시킨 적이 없는데 왜 자신의 앞으로 택배가 왔을까.
커터칼을 꺼내 묵직한 상자 윗면을 스윽 잘라내었다.
“어, 음…. 쫄쫄이네?”
곱게 개어놓은 복장을 집어 들자마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이걸 입으라고?”
신축성은 쓸데없이 좋아서 쭉쭉 늘어났지만.
어깨뽕이 잔뜩 들어간 모습이 너무나도 유치했다.
옆구리나 어깨라인이 시원하게 드러냈는데, 왜 전혀 섹시한 느낌이 안 들까.
스르륵─
그때, 복장 사이에 껴있던 종이 한 장이 펄럭이며 떨어졌다.
[샘플입니다! 언제든지 수선 가능합니다 ^^]
“…. 실화냐?”
오빠가 대본에서 표현한 묘사와 살짝 괴리감이 들었다.
‘이거 입으면….’
대학 동기들이나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이 얼마나 자신을 놀릴지 뻔했다.
문득, 이진호에게 헬스장 트레이닝복이 촌스럽다고 놀렸던 지날 날이 떠올랐다.
‘강준은….?’
이제 썸 비스므리한 거 탈까 말까 했는데.
이 정도면 사귀는 사이에도 헤어질 판이잖아.
삐빅 삐비빅─
그때, 트레이닝복 차림의 김진우는 운동을 마치자마자 집에 들어왔다.
“아직 새롬 씨 안 왔냐?”
“오빠!!!! 이 복장 대체 뭐야?”
“너는 왜 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리를 치냐.”
“진짜 이게 뭐냐구우.”
“오, 예쁘게 잘 나왔네.”
“이게? 이게!? 이게 예뻐!?”
“네 복장이 제일 비싸. 감사하게 입어.”
“….”
제로투를 출 때 입었던 복장과는 차원이 달랐다.
시원한 통풍과 비례한 만큼 시원한 쪽팔림을 감수해야 할 터.
‘이거 입고 천만 관객이라도 찍으면….?’
천만 명 앞에서 당하는 공개 수치.
이건 반드시 막아야 해.
“오빠, 살려주세요.”
“안 죽어.”
“…. 제바류.”
“흠….”
진우는 고심 끝에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 나랑 클라이밍 연습이나 같이할래?”
“???”
“내기라도 하던가. 나보다 높이 올라가면 생각해 봄.”
“지금 나랑 장난….”
상식적으로 남자보다 어떻게 높이 올라가.
꾸준히 요가와 헬스로 몸매를 유지하긴 했지만, 그래도 상대는 남잔데.
‘…. 아냐, 혹시 될지도 몰라.’
최근에 오빠가 운동하는 걸 본 적이 한 번도 없잖아.
“가능?”
“쌉가능.”
* * *
며칠 뒤,
제시가 편집한 영상은 예정대로 랜덤 스튜디오에 올라왔다.
이전까지는 주로 진우의 개인방송처럼 활용했는데.
이제는 거의 드라마나 영화 홍보 목적으로 올리는 용도였다.
아마존을 시작으로, 사파리나 공포 스팟에 이어, 마법소녀까지.
올리는 족족 화제성을 몰고 다니며 구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450만에 달하는 구독자 수를 자랑했으니.
“그래서, 내가 그 친구랑….”
“잠깐만.”
딸칵─
황효주는 샤인과 대화를 하면서 영상의 반응을 확인했다.
“에바 배우님 예쁘다고 난리 났네.”
“여신님이지. 얼마 전에 번지점프에서 뛰어내릴 때 눈앞에서 봤는데.”
“샤인, 그때 네가 밀쳤다면서.”
“…. 아, 그건 직업병이라.”
“에바 배우님이 너 엄청 싫어해.”
“….”
“내가 니 얘기 꺼낼 때마다 에반데? 에반데? 이러더라.”
“그게 무슨 뜻이야?”
“있어 그런 거.”
하여튼, 구독자 반응을 보니 대부분의 팬들은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는 듯했다.
이번에는 도전하는 장르는 번지점프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
에바에 이어, 다음 마법소녀 후보는 누가 될지 기대하고 있었다.
‘당연히 희정이겠지.’
요즘 김진우 작가와 함께 둘이서 클라이밍 연습한다고 출근도 거르고 있었다.
“작가님, 이제 450만 찍었네. 엄청나구나.”
“아마 한국에서는 더이상 구독자 모으기 어렵겠어.”
“응. 500만 넘어가면 무조건 해외팬 유입으로 모아야지.”
어느새 랜덤 스튜디오에서 절친이 된 효주와 샤인.
한두 살의 나이차가 있었지만, 아메리카 마인드로 친구가 되었다.
“샤인, 근데 유니버스 스튜디오에서 일했다면서?”
“응? 아, 그렇긴 한데….”
“거기 할리우드 5대 제작사잖아. 그 정도면 경력만으로도 재취업하는 건 쉬웠을 텐데?”
“…. 안 좋게 나와서 불가능해.”
“응?”
“갑질하는 선배한테 개겼는데, 그 선배 아버지가 회사 주주였더라고. 하하.”
“그, 그렇구나. 미안.”
“아냐, 이미 다 지난 일인데.”
좁디좁은 바닥에서 대형 제작사에 찍히면 어떻게 되겠는가.
한때 천재적인 재능이라고 띄어주던 회사에서도 단숨에 팽 당했으니.
그때, 옆에서 제시가 은근슬쩍 대화에 참여했다.
“유니버스 스튜디오? 거기 우리 오빠도 다녔었는데.”
“오….? 진짜로?”
“응. 촬영팀 직원이었어. 촬영 중에 사고로 어깨 부상을 입었는데. 그 바로 다음 날에도 출근해서 일 시키더라고.”
“와, 진짜 악덕이네.”
“그래서 그냥 홧김에 때려치우고 놀러 다녀. 알바나 하면서.”
“…. 욜로구나.”
사실, 제시는 진우에게 오빠를 소개해주고 싶었는데.
절대 지인을 소개해주지 말라는 말을 듣고 포기했었다.
‘아니, 근데…. 요즘 클라이밍을 우리 오빠한테 배우시잖아.’
클라이밍 연습실만 소개해 달라고 하시길래.
자연스레 오빠가 강사로 알바를 뛰는 센터를 알려주었다.
‘오빠 말로는 벌써 꽤 친해졌다던데.’
* * *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미션을 깨기 위해 목표 장소로 향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랜덤 스튜디오 촬영진과 실장님이 동행했다.
그리고, 거의 3주 동안 클라이밍을 가르쳐준 강사님.
“클쌤.”
“네?”
원래 이름이 제이라고 했었나.
희정이랑 나는 클라이밍 쌤을 줄여서 클쌤이라고 불렀다.
미국인이라 한국말을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어차피 제 목표는 딱 10m예요.”
“…. 그 정도면 초등학생도 하겠네요.”
“저는 초심자잖아요.”
클쌤은 어깨를 다친 상태로 올라도 100m는 거뜬하다던데.
“여기서 정상까지 900m가 넘는데, 거긴 너무 위험해요. 딱 이 코스가 적당합니다.”
“흠, 저는 희정이보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됩니다.”
“저는 오빠보다 1cm만 더 올라갈래요.”
옆에서 희정이가 자꾸 기어올랐다.
아무리 둘 다 초보라고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기겠지.
‘장비도 내가 낫다고.’
위로 끝도 없이 높이 쭉 뻗은 수직 암벽.
클쌤은 어느새 먼저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빠, 내기는 잊지 않았겠지?”
“아, 당연하지.”
어쩌다 보니, 익사이팅팅팅팅을 마법소녀 소개 컨텐츠로 쓰고 있다.
먼저 올라가서 안전장비를 내려주는 클쌤의 모습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여러분, 저 이제 올라갑니다.”
3주 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새롬이 앞에서 보여주….
주루룩─
“응? 손이 미끄럽나?”
옆에서 희정이가 쭉쭉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괜히 찔리는 마음에 스마트폰으로 시청자 채팅을 확인했는데.
-지누킴 개못허네 ㅋㅋㅋㅋ
-대본만 잘쓰면 된다
-3주 연습했다며 ㅋㅋㅋㅋㅋㅋㅋ
-희정이는 잘 올라가는 게 킬포임
-근데 마법소녀 라인업 개쩌네
-4인조라고 하던데
-여민서 확정이니까 한 명 남았나?
“행님들, 저 지금 올라갑니다.”
[‘찐우찐우’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 빨리 좀 올라가자
도네이션까지 나와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나마 초심자 코스라 어느 정도 경사가 있었지만.
텁─
“오, 됐다.”
한 걸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수월했다.
이럴 줄 알고 장비템을 빵빵하게 가져왔지.
조금씩 오르며 희정이와의 격차를 줄여나갔다.
계속 오르다보니 어느새 비슷한 높이까지 오를 수 있었으니.
“후우….”
이제는 정신력 싸움이다.
내가 여동생한테 지면 밤에 잠을 못 자요.
“오빠야, 그만 포기하시지?”
“그냥 쫄쫄이 입자.”
“그건 안 돼!!!”
“….”
괜히 말했다.
내 말을 듣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쭉쭉 올라가는 걸 보니.
‘나는 더이상 못 올라가는데.’
그래, 중요한 건 희정이랑 내기가 아니라 미션이지.
당장 파스타를 처먹고 미션을 깨는 게 더 중요하다.
“행님덜, 저는 여유가 있으니까 여기서 한입 할게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지만, 시청자들 눈에는 한심해 보였던가.
-이제 10m 올라왔나
-파스타는 더 올라가서 먹자고 ㅋㅋㅋㅋ
-이게 한계다
-여유 있는 척 ㅋㅋㅋㅋㅋ
-그래서 나쁜 남자의 사랑법 언제 올라와 ㅠㅠ
-김희정 win
시청자들의 반응보다 중요한 건 시스템의 알림음이 아니겠는가.
띵동─
【‘익사이팅팅팅팅 탱탱탱탱(2)’ 임무를 달성했습니다.】
【히든 미션을 완료하여, 특전이 주어집니다.】
【베네핏 강화 포인트를 2pt 만큼 획득합니다.】
【작품과 가장 적합한 촬영감독을 탐색합니다.】
‘오, 그럼 혹시 다음에는 3 포인트?’
영어 학습에 탕진한 포인트를 연계 미션으로 전부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띵동─
【촬영팀 직원 ‘제이’를 찾으세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파이널 클라이밍 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또 속았네.”
이번에도 아는 사람이잖아.
* * *
일본 도쿄.
리코는 드디어 진우의 부름을 받고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야마토, 갔다 올게.”
“태워줄까?”
“오, 네가?”
“응.”
“그럼 땡큐지.”
리코는 절친과 함께 공항으로 가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템페스트 재팬은 어때?”
“예전만 못해.”
“응?”
“김진우 작가님 작품이 최고 피크였고, 그 후로는 그냥저냥 먹고살 만한 정도야.”
“아….”
역시, 템페스트 재팬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나는 반드시 한국 본사로 갈 거야.’
이제 계약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깔끔하게 아이돌 생활은 청산하고 배우로 살아갈 생각이었다.
“리코, 너 연기할 때마다 다 망했잖아.”
“죽을래?”
“사, 사실이니까….”
생존 필드 이후, 야마토는 적당한 작품을 종종 찍고 있었지만.
리코에게 들어오는 배역은 딱 로봇 연기 아이돌이나 할 법한 역할이었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요구하는 연기.
템페스트에서 배운 이후, 꾸준히 연기 연습을 해서 자신감도 붙었건만.
“이번에 마법소녀 버스에 제대로 탑승해서 반드시 날아오르겠어!”
리코의 눈빛은 야망으로 이글거렸다.
“진짜 걱정된다.”
“내가?”
“응.”
야마토는 어린아이를 물가에 내놓는 심정으로 리코를 보내주었다.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하고.”
“엄마한테 전화해야지. 내가 왜 니한테 전화를 해.”
“…. 전화해.”
“그러지 뭐.”
다음 날 저녁, 리코는 야마토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김진우 작가님이 자신을 데리고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간다고 말했다며.
“엄마아아….”
-리코, 그냥 하기 싫으면 하기 싫다고 말해.
“어떻게 말해. 바보야아아….”
-작가님 앞에서는 당당하게 하겠다고 말했다며.
“그럼 마법소녀 소개 컨텐츠라는데 못한다고 어떻게 말하냐고오오. 빠가!”
-나보다 어쩌라고.
“니가 전화하라며!”
-…. 내가 잘못했네.
놀이기구도 못 타는데 무슨 스카이다이빙이야.
야마토와 전화를 끊고, 리코는 다시 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작가님!”
-네. 리코 씨, 미국 숙소는 마음에 들어요?
“아, 네. 렌탈 비용도 싸고…. 아니, 그게 아니라!
-네?
“스카이다이빙 말인데요.”
-네. 리코 씨, 정말 재밌겠죠?
“그, 제가 무서운 걸 잘….”
-아, 그러시구나. 그럼 어쩔 수 없죠.
어쩔 수 없다니!
마법소녀를 바꾸겠다는 뜻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시키시는 건 뭐든 잘합니다, 작가님!”
-오, 그래요?
“넵!”
-하하, 그럼 날짜 보내드릴게요.
뚝.
“에라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 * *
“말하는 게 참 귀엽단 말야.”
“네? 누가요?”
“아니에요.”
리코와 전화를 끊고, 다시 촬영감독과 계약을 이어갔다.
“그럼 연봉 협상은 이 정도면 될까요?”
“저는 워라밸이 최우선입니다.”
“아, 그, 그쵸 하하.”
한국 촬영팀만큼 노동 강도가 강한 나라도 없으니까.
“근데, 제시를 만나고 가도 될까요?”
“제시? 우리 편집자를 아세요?”
“네. 제 친동생입니다.”
“….”
시스템이 못 만나게 하려고 막은 이유가 있었구나.
샤인과 달리, 제이는 생각보다 훨씬 무뚝뚝한 성격이었다.
클라이밍을 가르칠 때도 ‘안전’을 외치면서 FM으로 가르치더니.
제이가 자리를 비우고, 새롬 씨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샤인과 제이, 두 분의 실력이 그 정도로 대단할까요?”
“네?”
“유니버스에서 한때 잘나가는 직원들이긴 해도 일개 직원이에요. 아직 감독을 맡기엔….”
“충분하다고 봅니다.”
“…. 그래요. 믿을게요.”
실장님은 언제나처럼 말 한마디에 나를 믿어주셨다.
“고마워요.”
그럼 이제 마지막 남은 메인 연출자.
“우리 감독님만 구하면 되겠네요.”
“감독까지 직접 찾으시게요?”
“당연하죠.”
그거 하나 믿고 앞에 두 퀘스트를 억지로 깼는데요.
‘스카이다이빙이라….’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시스템도 진짜 치밀한 구석이 있었다.
마법소녀 파트 2에서 새로 등장하는 마법소녀들의 원샷 장면들이 떠올랐으니.
에바는 기갑 로봇의 거체에서 떨어지고, 희정이는 공룡의 몸을 타고 오르는 장면이 있었지.
‘전부 연습시킨 거였냐?’
그리고, 리코는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점프하는 씬이 있을 텐데.
【‘익사이팅팅팅팅 탱탱탱탱(3)’ 임무를 발견했습니다.】
【미션 : 미국 ‘스카이다이빙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유 낙하를 하세요.】
【보상 : 현재 작품과 어울리는 최적의 메인 감독을 찾아드립니다.】
【제한 시간 : 20일】
【수락하시겠습니까? (Y/N)】
‘이제 고소 공포도 극복했다고.’
귀신도, 높은 곳도 더이상 안 무섭다.
꼬우면 이제 우주라도 보내보시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