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69)
대략 15년 전, 「스틸 파이터」라는 전설적인 영화를 남기고 은퇴한 거물급 감독.
잭 니콜슨.
현재 미국 LA의 자연사 박물관에서 관장직을 수행하는 중년의 신사였는데,
한때 그가 동료와 함께 창업했던 는 할리웃 최고의 제작사 중 하나가 되었다.
“관장님, 회의 준비 됐습니다.”
“음,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잭은 은발 머리카락을 말끔하게 넘기고 중절모를 썼다.
“바로 가지.”
거대 기갑 로봇 영화를 찍은 영화감독이 캘리포니아 최대 규모의 자연사 박물관장이 될 줄이야.
심지어, 그가 먼저 영화에 대해 언급하기 전까진 박물관 직원들도 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캐나다에서 발견한 노도사우루스 화석은 조만간 옮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했군.”
“그럼 이번 주 매출 실적에 대해….”
“잠깐만.”
“네?”
잭은 직원을 말을 끊고, 먼저 하고 싶은 말을 뱉었다.
“이제 그만 후임 관장을 뽑을 생각이야.”
“어, 어째서….”
“10년 했으면 많이 했지.”
이제 제2의 삶도 은퇴하고 노년을 즐길 생각이었다.
아직도 영화판에서 러브콜이 종종 들어오고 있었지만.
‘글쎄….’
심지어 이전에 소속되었던 제작사에서도 손을 내밀었는데.
‘유니버스 스튜디오는 썩었어.’
아직도 업계 돌아가는 꼴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었다.
함께 창업했던 멤버들은 줄줄이 은퇴하거나 경영 일선에 물러났으니.
현재 유니버스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멤버들은 돈만 밝히는 속물들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돈이라도 잘 벌기 위해 물갈이를 하면 다행이지만.
‘톰 스미스, 그 친구 덕분에 아직은 잘 굴러가는군.’
거장급 감독이 제작사 대표 옆에서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기에.
‘하지만…. 이제 곧 떨어질 별이야.’
언제까지 주먹구구식의 운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때 워낙 대단한 작품들을 많이 쏟아냈으니 아직도 버틸만 하겠지.
“차라리….”
얼마 전에 설립했다는 작은 제작사가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름이 랜덤 스튜디오랬나.’
며칠 전에 친한 지인이 자식 두 명을 전부 그 회사에 입사시켰다고 해서 알고 있었다.
그 집 딸은 예능 PD 출신이고, 아들은 유니버스 스튜디오의 촬영팀 직원이었으니까.
‘마법소녀 파트 2라….’
다음에 인사차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기갑 로봇이나 공룡, 전부 관심 분야가 아니겠는가.
그 회사 사장과는 말이 제법 잘 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 *
벌써 미국에 온 지도 꽤 오래 됐는데.
생각보다 마법소녀 사전 제작 진행이 느렸다.
다른 건 몰라도, 아직 감독조차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리코, 빨리 가야 해요.”
“네에….”
우리 일본 아이돌 출신 엘리트 배우님.
저번에 배우 평가를 통해 확인했을 때보다 실력이 월등히 늘었다.
‘연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구나.’
그런데, 어깨가 축 처진 모습을 보니까 더 놀리고 싶어졌다.
“리코 씨, 스카이다이빙 하기 싫으면 그냥 다른 배우랑….”
“아뇨!!! 저는 스카이다이빙 하는 게 꿈이었어요!”
“정말요?”
“그럼요! 원래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걸요!”
“잘됐다. 안 그래도 마법소녀 촬영 중에 그런 장면이 많은데.”
“네?”
불편한 마법소녀 복장을 입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무려, 바람을 다루는 마법소녀로 등장하니까 그 정도쯤이야.
“앗, 아아….”
사실 한두 번이 끝이지만, 일부러 장난을 쳤다.
“원하면 더 늘려줄 수도 있어요.”
“제발….”
“네?”
“제발 늘려주세요오….”
졸라 하기 싫은 표정으로 말은 참 잘해.
‘대체 마법소녀란 뭘까.’
자존심 강한 여민서나, 도도한 에바나, 싸가지 없는 여동생도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라.
‘이게 시스템의 힘인가.’
잠시 후, 랜덤 스튜디오 촬영진은 목적지로 이동했다.
상호명을 확인하고, 계속 차를 타고 활주로에 도착했다.
‘벌써 마지막…. 세 번째 익사이팅 미션을 깨러 왔구나.’
예정대로 안전장비를 착용하며, 방송 준비를 시작했다.
어차피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리코겠지.
“여러분, 마지막 마법소녀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원래 멤버인 여민서까지 총 네 명의 마법소녀들.
그중, 리코의 존재는 템페스트 직원들도 몰랐던 히든카드였다.
-헐 리코다 ㄷㄷ
-생존 필드 존잼쓰
-나는 처음 보는데? 누구셈?
-존예다 ㄹㅇ
-일본 아이돌 1티어 ㅋㅋㅋ
-최신작 망했는데 연기력은 물 올랐더라
-김진우 섭외력 보소 ㅋㅋㅋㅋ
이제는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쓰는 것도 제법 익숙했다.
머지않아, 리코와 함께 경비행기에 탑승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자, 출발!”
“으으으….”
덜덜덜─
귀에서 계속해서 진동하는 비행기의 엔진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어느새 구름과 맞닿을 만큼 높이, 더 높이 날아올랐다.
“지금 뛰어내릴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내 등 뒤에 딱 달라붙은 직원이 말을 걸었는데.
아마, 리코도 같은 말을 들었는지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핸드폰은 두고 가시죠.”
“아, 그럴까요.”
비행기 문이 열리고, 엄청난 강풍이 불어와 눈을 뜨기 어려웠다.
-진우야, 죽지마 ㅠㅠ
-리코 좀 챙겨줘라 울겠네
-나도 에바나 리코 같은 사람이랑 대화하고 싶다
-인생은 지누킴처럼 ㄷㄷ
-김희정 같은 동생 있으면 잘해줄 텐데
-오 리코 뛰어내린다
스마트폰을 비행기 내부에 머무르는 직원에게 맡기고, 리코가 뛰어내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사요나라.”
“끼야아아아악─!”
“마법소녀가 아니라, 킹룡을 캐스팅했네.”
아니, 익룡인가.
고소 공포도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뛰어내릴 때가 되니 두려운 마음이 엄습했다.
“지금, 가시죠.”
“아니, 잠깐만요. 신께 기도 좀 하고….”
“네? 아, 네!”
시스템 신이시여, 부디 내게 힘을.
가끔은 재수 없는 신도겠지만, 그래도 제가 당신을 많이 믿어요.
휘이이이잉─
떨어져 내리는 동시에, 엄청난 풍압이 온몸을 압박했다.
‘이제 슬슬 시스템이….’
띵동─
【‘익사이팅팅팅팅 탱탱탱탱(3)’ 임무를 달성했습니다.】
【히든 미션을 완료하여, 특전이 주어집니다.】
【베네핏 강화 포인트를 3pt 만큼 획득합니다.】
【작품과 가장 적합한 메인 감독을 탐색합니다.】
‘대박, 진짜로 3 포인트!’
영어 학습에 탕진한 포인트를 연계 미션으로 전부 채웠다.
띵동─
【자연사 박물관장 ‘잭’을 찾으세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 자연사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뭐냐, 너무 뜬금없는 거 아냐?’
* * *
일주일 뒤.
김진우표 익사이팅 시리즈 영상은 전부 너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에바, 김희정, 리코로 이어지는 쓰리 콤보.
특히, 마지막 스카이다이빙은 맥스 음악감독이 직접 작곡한 멜로디까지 삽입했으니.
“이건 무슨 청춘 드라마 같냐.”
“편집 잘했죠?”
제시는 어서 빨리 칭찬해달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편집 잘하시네요.”
“지금 반응이 엄청나요!”
《웹예능 : 익사이팅 with 김진우, 세 번째 이야기. 스카이다이빙 편.》
가슴이 웅장해지는 조회수와 댓글을 보고 있노라니.
이제는 진짜 대형 너튜버가 됐다는 실감이 들었다.
‘시기를 잘 골랐네.’
아마 내일이면 한국에서 웹드라마가 올라올 예정이라.
마법소녀 덕분에 내가 직접 쓴 드라마까지 낙수효과를 받을 수도.
“지금 한국에선 번지점프랑, 암벽등반, 스카이다이빙 하는 사람들이 엄청 늘었어요.”
“나 때문에?”
“당연하죠. 지금 3대 기행이라고 챌린지처럼 유행이에요.”
“음….”
“연예인들이나 일반인까지 안 가리고 다들 챌린지를 찍어서 올려요.”
아이돌 공항 패션도 아니고.
무슨 그런 걸 따라 할까 싶은데.
“벌써 한국에선 작가님이 할리웃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그냥 신앙 같은 거죠.”
한국에선 실패한 적이 없었으니까, 미국에서도 당연히 성공할 거라는 믿음.
어찌 보면 당연한 예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망하면 못 돌아가겠네.’
내수 시장에서 골수까지 파먹고, 미국에서 돈만 쓰다 돌아온 사람 취급받으려나.
100억을 기부했어도 몇 달 정도만 뜨겁게 반짝하고 반응이 사라지는구나.
‘꼭 성공해야지.’
이제 시스템은 내게 종교나 마찬가지였으니.
추천받은 감독과 미팅을 잡는 게 우선이겠지.
“잭 니콜슨이라….”
꽤 커다란 박물관이라, 검색만으로도 찾는 게 어렵지 않았다.
15년 전, 아카데미를 포함한 3대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싹쓸이한 「스틸 파이터」의 감독.
솔직히, 이미 전설로 남아있는 감독을 무슨 수로 캐스팅해야 하나 싶었다.
“일단 만나봐야지.”
시스템이 추천했으면, 추천한 이유가 있을 터.
그 증거로, 샤인과 제이를 고용하는 게 그렇게 어렵진 않았으니까.
* * *
다음 날,
한국에서는 진우의 새 드라마의 소식으로 들썩거렸다.
채널 내에 공지를 올린 것 외에는 별다른 홍보도 없었는데.
《웹드라마 : 나쁜 남자의 사람법. Ep. 01》
-8시간 전
-조회수 2,504,756회
-좋아요 17.3만, 싫어요 2천
-댓글 56,941
업로드 8시간 만에 250만 조회수.
게다가, 아직도 실시간으로 조회수가 오르고 있었다.
“와, 무슨 웹드라마로….”
MDN 정조준 사장은 진우의 채널에 접속해 댓글창을 확인했다.
-강세미 케미 무엇 ㅋㅋㅋ
ㄴ일주일 어떻게 기다리냐
ㄴ왜 1시간 아니고 20분 ㅡㅡ
ㄴ웹드잖아 ㅋㅋㅋㅋ
-강준 오빠 사랑해 ㅠㅠ
ㄴ인생 드라마를 웹드로 찍다니
ㄴ김희정이랑 열애설 구라 맞지?
ㄴ오피셜 뜬지 언젠데
ㄴ인생은 지누킴처럼 ㅋㅋㅋㅋ
강준과 세미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김진우 작가의 대본이었기에.
한국의 너튜브 시장을 흔들 만큼 엄청난 화제성을 낳았다.
“익사이팅에 이어, 나쁜 남자의 사랑법까지….”
단 하나의 채널에서 웹예능과 웹드라마를 연달아 히트시켰다.
벌써 구독자 500만을 달성하며 한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성 상담소도 이제 마지막회만 남겨두고 있고….”
정조준은 이제 슬슬 방송국을 떠날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이미 미국에 간 김진우 작가 덕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도 있잖아.”
MDN 방송국의 위치도 상당히 많이 올랐다.
작년까지만 해도 백상예술대상에 얼굴을 내밀기도 어려운 위치였는데.
이젠 케이블 방송국에서 40%의 시청률을 찍는 위업을 달성했으니.
‘게다가, 우리 할아버지 덕분에….’
천성 그룹의 이미지도 많이 친근해졌다.
스마트폰이나 증권 쪽은 평범한 대중들도 이용하지 않는가.
아버지께 한 소리 듣기는 했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의 편이니까.
‘천성 전자.’
천성 그룹의 핵심이자 꽃.
이제 임원진들도 슬슬 라인을 서고 있던데.
‘사내로 태어났으면 후계 자리도 도전해 봐야지.’
정조준은 천성 전자의 부사장직을 노리고 있었다.
정덕수 회장님이 뒷배라면,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도 않았다.
“할아버지께 톡 하나 보내야겠다.”
* * *
잭 니콜슨 박물관장은 김진우를 기다리며 대본을 읽었다.
“허, 참….”
생생한 묘사는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듯 자연스러웠다.
무엇보다, 로봇과 공룡의 움직임을 이렇게 상세하게 묘사할 줄은.
‘그나저나….’
다른 감독이 봤으면 기분 나빴을 수도 있겠어.
시점 변환 타이밍이나 등장인물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장면.
카메라 무빙이나 연출 기법까지 적어 넣은 건 명백한 월권이었다.
똑, 똑─
그때, 김진우와 정새롬은 약속 시간에 맞춰 잭을 찾아왔다.
“안녕하십니까!”
“김진우 작가님, 만나고 싶었어요.”
“저를요?”
“네. 제시랑 제이라는 친구가 지인의 자제분들이라서요.”
“아, 그러시구나! 정말 아끼는 직원분들입니다!”
“하하, 그러십니까.”
두 사람은 가벼운 인사를 마치고, 중요한 대화를 이어갔다.
“저를 섭외하시겠다고요.”
“네! 랜덤 스튜디오에서 모시겠습니다!”
“글쎄요….”
한때 거장 소리 듣던 감독을 스타트업 스튜디오에서 모셔가겠다니.
보통의 패기로는 절대 그렇게 말할 수 없었을 텐데.
‘눈동자가 살아있어.’
할리우드에 첫 진출한 새내기치고 일말의 불안감도 보이지 않았다.
“하나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네? 어떤….”
“대본에 적은 부분 중에서….”
연출 기법에 관한 대화를 이어갈수록 잭의 눈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의도치 않고, 그냥 숨 쉬듯 자연스럽게 표현했다는 뜻.
일생에 단 한번, 그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시나리오 작가를 본 적이 있었다.
「스틸 파이터」의 제작에 참여한 각본가이자, 현재 할리우드 거장 감독으로 불리는 인물.
‘톰 스미스.’
악마의 재능을 가진 영화감독.
한때는 끔찍하게 아끼는 제자였지만, 지금은 인간말종으로 성장한 괴물.
유니버스 스튜디오를 단숨에 집어삼키고, 본인만의 카르텔을 세운 제작사의 실세였다.
‘그 친구와 같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
그냥 본인만의 대본을 쓰면 알아서 자연스럽게 연출을 떠올리는 재능.
자신과 같은 평범하게 성공한 사람들은 그런 이들을 보고 천재라고 부른다.
“재밌군요.”
“네? 아, 대본이요!?”
“대본도 재밌고.”
“그럼….”
김진우 작가와 함께 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작가님, 조건이 있습니다.”
“네? 어떤….?”
“작가님이 이번 작품에서 조연출을 맡아주시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 제가요? 제가 어떻게….”
“재능이 있습니다. 제가 옆에서 도와드리죠.”
“….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래, 톰 스미스가 데뷔하기 전에 자신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왠지 모르게, 한 번쯤은 더 믿어보고 싶었다.
* * *
안젤라 지부장은 잭 니콜슨 감독을 보자마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감독님, 반가워요!”
“처음 보는군요.”
“네! 살아있는 전설을 눈앞에서 보다니…. 영광입니다!”
“제가 더 영광이군요.,”
나를 힐끔 쳐다보는 안젤라의 눈빛에 마치 글자가 쓰여있는 듯했다.
‘어케했누. 야발련아.’
아무튼, 마지막 퍼즐 조각까지 모았으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사전제작에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콘티는 이미 예전부터 밍쁨 작가가 그리고 있었습니다.”
“오, 그렇습니까?”
“네. 이전 작품 CG 디렉터가 프리 비주얼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고요.”
“허, 감독을 뽑기도 전에 준비를 하고 있었군요.”
“어차피 제작할 예정이었으니까요.”
특히, 연출팀과 제작진 사이에 ‘돈’ 드는 장면에 대한 논의는 필수였다.
“작가님,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아니, 다시 부르죠. 조감독님. 이 장면을 분석해 주세요.”
아니, 저한테 왜 그러세요.
디지니와 템페스트 직원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어쩔 수 없이 한숨을 푹 내쉬고 감독의 지시를 따르는 수밖에.
‘비행기 폭발씬이네.’
진짜 비행기를 터트릴 순 없으니까, 당연히 CG로 떡칠해야지.
“CG로 가시죠.”
“흠.”
“이건 구성락 디렉터가 전문….”
“아뇨, 진짜 폭발시킬 겁니다.”
“네….?”
돈 많으세요?
“세 번째와 네 번째 기체. 두 대는 폭발해야만 그럴듯한 장면이 나올 것 같군요.”
“음….”
알아서 정하실 거면 왜 물어보셨어요.
“지부장님, 미국 국방성 측에 협조 공문은 보내셨습니까?”
“네. 감독님.”
“감사합니다.”
확실히, 마법소녀호를 이끄는 선장이 정해지니까 모든 일이 척척 진행되었다.
“조감독님, 여기 이 장면 좀 확인해 주시죠.”
“네?”
“어서요!”
“넵.”
근데 왜 자꾸 나한테 뭐를 물어봐.
나는 조연출이 아니라 각본가라고.
‘몰라서 물어보는 게 아니었구나.’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 시험하는 거야.
마치, 제자에게 스스로 배우라고 말하는 스승처럼.
“…. 그 장면에서는 틸트를 이용해 찍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절반만 정답이군요.”
“그럼….?”
“고층 빌딩 끝자락에서 틸트에서 핸드핼드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아, 그러네. 그럼 생동감이 살겠어요.”
“흠.”
마치 학생을 가르치는 것처럼 흡족한 미소를 짓는 잭 감독님.
‘이건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 * *
집에 돌아와서 야옹이랑 놀면서 내일을 걱정했다.
이제 나도 사회적인 위치라는 게 있는데.
기본적인 연출 기법도 모르면 이 무슨 개쪽이냐고.
“아니면, 그냥 지금이라도 그냥 못 한다고….”
최소한의 연출 지식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연출이 가당키나 한가.
근데 또 그게 잭 감독님을 채용하는 조건이라서, 이제 와서 안 한다고 하기도 그렇고.
‘씨스템, 잘살고 있냐?’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시스템 상점을 오픈합니다.】
연계 미션을 깨고, 현재 모인 베네핏 포인트는 12 pt.
당장이라도 연출에 도움이 되는 스킬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카메라 워크 】
【머릿속으로 수만 번의 카메라 테스트를 거쳐, 작품당 ‘3회’ 최적의 움직임을 기억합니다.】
“이건 좀….”
내가 촬영감독도 아니고.
【근원의 빛 】
【현재 진행중인 작품에 한해서, 즉시 머릿속에서 다시 영상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일).】
두바이 사막에서 처음 발견한 근원의 빛.
일단 머릿속에 저장되면 기억이 머무르는 놀라운 힘.
“이거다.”
이런 베네핏이 있으면 진작 말씀하셨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