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70)
강준은 홀로 집에서 자신이 출연한 웹드라마를 모니터링했다.
“달달하다, 달달해.”
가슴 먹먹해지는 사랑 이야기, 「나쁜 남자의 사랑법」
어릴 때 인연을 시작으로, 손도 잡고 데이트도 즐기는 남녀.
조폭과 여배우의 사랑이라는 동화 같은 내용이었지만.
“연출이 정말 좋네.”
후두두둑─
비가 오는 배경에서 소란스러운 음향이 점차 줄어들더니.
이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는 남녀 주인공.
곧이어 남녀 간의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재 우리 언제 만날 수 있는 거야?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엔, 그땐 내가….
타다다닥─!
그때, 강준을 발견한 경찰이 멀리서 뛰어오기 시작했다.
가련한 여주인공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떨어져 내리더니.
곧이어, 빗소리가 후드득 사위를 잠식하면서 해당 화수가 마무리되었다.
“크으, 너무 재밌잖아.”
매력적인 캐릭터를 쓴 김진우 작가의 작품이 돋보였지만.
유재혁 감독 역시 나이에 맞지 않는 감각적인 실력을 보유했다.
솔직히, 이미 탑스타로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이미 계약한 광고를 전부 소화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이 모든 성공이 전부 김진우 작가님 덕분이지 않겠는가.
“역시 우리 김진우 작가 형님!”
「김 프로의 성 상담소」의 성공 이후, 계속해서 ‘김진우 신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처음 스크린에 걸린 영화, 「고양이 탐정 메로로」의 성적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700만 관객….!”
이제 상승곡선의 기울기는 많이 꺾였지만, 여전히 쭉쭉 오르고 있었다.
최원준 배우의 대표작으로 꼽혔던 액션 영화는 단숨에 바뀌었다.
이전 흥행작, 딸을 구하러 간 액션 영화의 관객수가 600만이었으니까.
이젠 전 국민이 김진우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할리우드에 가서 성공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으니.
“근데, 감독이 슬슬 정해졌을 텐데.”
템페스트 엔터에서조차 극비로 취급하고 감독의 존재를 숨겼다.
지이이잉─
그때, 미국에서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김희정!?”
-깡준, 잘 지냈어?
“당연하지! 미국에서 밥은 어때? 아픈덴 없고? 다른 남자는….?”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라 두서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강준.
김희정은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점잖게 상대를 타일렀다.
-준아, 하나씩 물어봐.
“아, 음…. 불편한 건 없어?”
-마법소녀 복장이 너무 불편해.
“….”
-근데 내가 얼마 전에 암벽등반 내기를 이겼거든.
“아, 그건 나도 웹예능 봤는데!”
-그래서 진짜 아주 조금 바꼈어.
“그래?”
-그나마 좀 낫다.
“다행이네.”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었다.
-깡준,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뭔데?”
-이번 영화 감독님이 정해졌거든. 조만간 뉴스 기사도 뜰 거야.
“누구시길래?”
-그게 누구냐면….
“응!”
-비밀이야.
“…. 너 싸움 잘하냐?”
-너는 이기지.
며칠 뒤, 강준은 뉴스 기사를 통해 마법소녀 파트 2의 감독을 확인할 수 있었다.
* * *
한국에서 다시 한번 국뽕의 바람이 불었다.
《김진우의 첫 할리우드 작품, 마법소녀를 연출할 감독은!?》
《스틸 파이터의 명장 잭 니콜슨, 랜덤 스튜디오와 계약하다!》
15년 전, 오락 영화로 3대 영화제 작품상을 쓸어 담은 작품.
거대 로봇 영화의 시초로 불리는 엄청난 영화의 감독이니까.
“이야, 조회수가 갑자기 더 늘고 있어요.”
“그래?”
“네!! 웹예능, 웹드라마 둘 다요!”
“잘됐네.”
미국에서도 알 수 있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효주는 기분 좋은 콧소리를 흥얼거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 이제 너튜브 수익만으로도 먹고살 만하겠네요.”
“영상이 너무 적지 않나?”
“아뇨, 저랑 제시랑 같이 영상을 이틀에 한 번 업로드하고 있죠.”
“…. 몰랐네.”
“그냥 소소하게 오빠랑 희정이 대화하는 것만 올려도 300만은 거뜬해요.”
“그걸 왜 봄?”
웹예능과 웹드라마를 중심으로 메이킹 필름이나 일상 비디오를 올리고 있었다.
구독자가 500만이니까, 그런 가벼운 영상의 조회수도 수백 만쯤은 가볍게 찍었다.
“패러디 영상 좀 보실래요?”
“패러디?”
한국의 대형 너튜브들은 물론, 해외 유명 너튜브들까지.
웹예능이나 웹드라마의 화제성에 탑승해 조회수를 빨아먹으려고 혈안이었다.
“스카이다이빙….? 뭐 이딴 걸 따라해?”
“그게 제일 조회수가 잘 나와요.”
“….”
꽤 유명한 연예인들도 챌린지라면서 영상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괜히 부담만 커졌다.
이게 전부 내가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니까.
“오늘도 대본 분석하러 가시죠?”
“응.”
“블록버스터 영화 조연출이면 진짜 감독 데뷔하는 지름길이겠네요.”
“원치는 않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다른 연출팀 직원들이 나보다 훨씬 뛰어났다.
아직도 왜 잭 감독님이 나를 조감독으로 임명했는지 의문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예요.”
“나를?”
“네! 오빠가 낙하산 조연출이라고 불만 갖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아니, 그거야….”
전부 디지니랑 템페스트 직원들이니까 당연하지.
내가 쓴 작품으로 벌어다 준 돈이 얼만데.
문득, 어젯밤에 거금 주고 구매한 베네핏을 떠올렸다.
재사용 대기시간 1일이라는 걸 보면 하루에 한 번은 쓸 수 있겠지.
더군다나, 베네핏 강화 포인트로 강화하면 쿨타임 주기는 짧아질 테니까.
‘근원의 빛.’
어느 정도의 효율성을 가지고 있을지 오늘 확인할 수 있으려나.
* * *
잭 니콜슨 감독은 연출팀 멤버들을 한 명씩 확인했다.
‘놀랍군.’
그중에서도 두 명의 인재들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반사판 하나 들고 영상의 분위기를 180도 반전시키는 조명팀 샤인.
필요한 영상을 찍기 위해 본능적으로 위치를 선정하는 촬영팀 제이.
연차를 생각해서 일단 그들을 일개 팀원으로 넣었지만.
철저하게 실력으로 직책을 부여한다면, 감독직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특히, 샤인에게는 조명감독의 직책을 부여할 생각이었는데.
템페스트 촬영진이 많았기에, 한국의 제작 환경을 고려한 인사였다.
‘한국은 정말 제작 환경이 열악하구만.’
템페스트 소속의 한국인 제작진과 면담을 진행하며 어느 정도 그들의 문화를 이해했다.
철저하게 제작진의 피와 땀을 갈아 넣어서 영상으로 만드는 시스템이었으니.
‘바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때, 랜덤 스튜디오에 직원이 찾아와 ‘씬 바이 씬’ 대본 분석 시간이 되었음을 알렸다.
“바로 가지.”
“네. 감독님.”
오늘은 진우 제자에게 또 어떤 연출 기법을 알려주는 게 좋을까.
본인이 쓴 대본에 전부 적어놨지만, 이론적으로는 거의 무지에 가까웠다.
‘가르치는 맛이 있어.’
유니버스에서 자신이 키운 ‘톰 스미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화 한 편을 찍는 동안 미친듯한 속도로 자신의 노하우를 흡수했으니.
드르륵─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조감독님, 먼저 와계셨군요.”
김진우를 비롯한 다른 연출팀과 대화를 나누고, 곧바로 대본 분석에 돌입했다.
“그래요, 작가님 56씬을 한번 확인해 보시죠.”
“네!”
오늘따라 진우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피식 웃으며 씬 바이 씬을 이어갔는데.
오늘의 김진우는 어제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감독님, 제 생각에 이 장면은 얼리는 게 좋겠어요.”
“프리즈 프레임?”
“네. 악역의 폭력성을 관객들에게 오랫동안 노출하고 싶어서요.”
“눈살이 찌푸려질 수도 있을 텐데?”
“그 대신 여운이 남겠죠. 그리고 그 다음 장면에서 바로 분위기를 풀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흠….”
“57번 씬을 보시면, 카메라를 그대로 고정한 상태로….”
마치, 머릿속에서 영상을 틀어놓은 듯 장황하게 풀어놓는 김진우.
‘이 친구도 괴물이구나.’
물론, 영화감독이라면 대본을 영상으로 바꿀 수 있을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모든 감독에게 시나리오 분석과 각색 능력은 반드시 요구되는데.
하지만, 이 정도로 자신의 시나리오를 100% 영상으로 구상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톰 스미스, 그 녀석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그런 재능을 다시는 못 찾을 줄 알았는데, 지나친 오판이었다.
그 친구를 포함해, 그 누구도 이렇게 단기간에 성장하지는 못할 테니까.
“…. 감독님?”
“아, 잠깐 생각을 하느라.”
“혹시 별로인가요?”
“아뇨, 제 생각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오, 근원의 빛 개꿀.”
“???”
가끔 이상한 말을 하긴 하지만.
원래 천재와 바보는 한 끗 차이라고 하니까.
‘이렇게만 진행하면….’
사전제작 기간을 빠르게 단축할 수 있을 것 같다.
* * *
일단, 체계가 잡혀서 그런지 시간을 금세 흘러갔다.
어느새 캐스팅과 장소 헌팅까지 마치고, 대본리딩을 앞두고 있었으니.
“요즘 왜 이렇게 바쁘냐.”
“조금만 참아요, 진우 씨.”
“으음….”
랜덤 스튜디오 작업실.
나를 위로해주는 여찬과 함께 잭 감독님이 주신 숙제를 풀어야 했다.
“잭 형님이 저를 너무 괴롭혀요.”
“…. 귀한 가르침이죠.”
“아직도 저는 감독이 될 생각이 없는데요.”
“….”
확실히, 대본만 쓰는 게 몸도 마음도 훨씬 편했다.
근원의 빛이라는 베네핏이 있어도, 결국 영상을 보여주는 게 끝이라서.
그 장면을 찍기 위해 어떤 방식의 연출이나 도구를 써야 하는지 전부 공부해야만 했다.
“근데 제 생각에는 정말 진우 씨한테 재능이 있어요.”
“네?”
“순정마초 때부터 모든 작품을 다 봤잖아요.”
“그쵸.”
“작품마다 공간이나 구도에 대해 전부 고려하고 대본을 쓰시잖아요.”
“그야….”
“완성된 영화를 보고 대본을 쓰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
우리 여친, 은근히 예리하네.
‘아니, 그나저나….’
영화를 찍는 동안 시스템이 새 대본을 던져주면 어떡하지?
대본 쓰는 시간 자체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서 상관없겠지만.
혹시 미국 동부에 가서 글을 쓰라고 한다던가, 갑자기 한국에 갈 일이 생기면.
조연출이 대본을 쓰겠다고 해외까지 돌아다닐 수는 없잖아.
‘일단, 새 작품은 쓰지 말고….’
드르륵─
그때, 효주와 밍쁨이 들어오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실장님!”
“너희는 요즘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녀?”
“요 앞에 크라페 맛집 생겼어요! 여기 오빠 것도 포장해 왔어요!”
“…. 어, 그래. 고맙다.”
랜덤 스튜디오에 취업하더니, 이제 너튜브 채널 관리가 메인이 됐다.
밍쁨이도 콘티를 다 그리고 나서는 할 일이 없는 것 같고.
‘그래, 너튜브 관리라도 하자.’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이틀에 영상 하나씩이라도 올리는 게 낫지.
“근데, 오빠!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뭔데?”
“랜덤 스튜디오는 무슨 뜻이에요?”
“갑자기 그게 왜 궁금해?”
“너튜브 댓글에 계속 달려서요.”
“음….”
그냥 시스템이 던져주는 장소가 랜덤이라서 그렇게 지었는데.
“당연히 엄청 큰 의미가 있겠죠?”
“응? 뭐, 그야….”
“무작위…. 혹시 무슨 장르든 다 잘 쓴다는 의미인가!”
그런 거 아니야.
‘꿈보다 해몽이네.’
* * *
한국의 높은 빌딩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꽤나 아름다웠다.
그것도, 무려 천성 전자 부사장실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라면.
“부사장님, 임원 회의 시간입니다.”
“아, 그래?”
“네!”
정조준은 넥타이를 정리하고 비서의 안내에 따라 회의실로 이동했다.
스윽─
슬쩍 임원들의 위치를 스캔했는데.
천성 그룹 핵심 계열사답게, 그룹 내 주요 인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확하게 셋으로 나뉘었다.
이미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
절대 자신의 편이 될 수 없는 사람.
그리고, 반드시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할 중립.
“안녕하십니까, 부사장으로 취임한 정조준입니다.”
“흠….”
싸늘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낙하산이라는 거.”
“!!!”
옆에서 듣고 있던 비서는 크게 당황했다.
미리 준비한 멘트에서 벗어나도 너무 벗어나지 않았는가.
“제가 처음 MDN 방송국에 들어갔을 때, 그냥 그저 그런 언론사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TVM, JTBS와 함께 3대 케이블이라고 손에 꼽는 사람도 생겼죠.”
“허허, 그런 구멍가게와 비교를….”
아까부터 삐딱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장 전무.
장남인 정영준 라인으로, 절대 자신과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장 전무님, 제가 지금 말하고 있잖습니까?”
“….”
조준은 일부러 나사 하나 빠진 사람처럼 눈빛을 사납게 치켜떴다.
그 누구도 자신을 만만하게 보지 못하도록.
‘정영준에게 뺏길 순 없어.’
그 인간은 절대 형제들에게 먹이를 나눠줄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그 정도면 차라리 다행이지.
형제들을 전부 벗겨 먹고 거리로 나앉게 만들지도.
‘특히, 새롬이는….’
어렸을 때부터 배다른 자식이라고 놀리던 인성이 어디 가겠는가.
아버지가 총애했던 새롬이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차라리 내가 차지하겠어.’
정조준의 눈빛은 들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건드리면 당장 물어서 찢어발길 것만 같았으니.
* * *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
네 명의 마법소녀들은 당당하게 대본리딩 현장에 입장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의 복장은 쫄쫄이 수트 차림이었다.
“민서 언니, 진짜로 이게 맞아?”
“희정아, 당당해지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니?”
“내 복장이 제일 통풍이 잘되는데?”
“시원하고 좋네.”
“….”
에바와 리코는 그래도 부끄러움을 아는 모양이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다 쪽팔리네.’
잭 니콜슨 감독님은 랜덤 스튜디오 홍보 효과를 보더니 내게 이런 제안을 했다.
-아예 메이킹 필름 단계에서 임팩트를 주시죠.
-네?
-촬영 내내 마법소녀 복장으로 다니는 거죠.
-…. 악마.
그게 대본리딩 때 마법소녀 쫄쫄이를 입고 오는 거랑 무슨 상관이지.
“안녕하세요. 감독님!”
보무도 당당한 여 리더!
여민서는 숙련된 솜씨로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미국 LA, 현지에서 캐스팅한 조연급 배우들은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었다.
‘외국인이 보기에도 웃긴 거야?’
영화로 볼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까.
왤케 없어 보이냐.
그냥 빠워 레인져 같잖아.
곧이어, 잭 감독님의 눈빛을 받고 나는 배우들을 불러모았다.
“자자, 다들 자리에 앉아주세요!”
영화에서 조연출이 할 일은 은근히 많았다.
촬영 전반적인 진행 계획을 짜고, 자잘하게 배우들한테 불려 다닌다던가.
그런데, 각본가쯤 되는 사람이 조연출을 맡아서 배우들도 말을 참 잘 들었다.
잭 니콜슨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좌중을 둘러봤다.
“15년 만에 찍는 영화라 실력이 많이 녹슬었겠지만…. 부디 좋은 촬영이 되었으면 합니다.”
심하게 겸손한 발언에 이어,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가가 아닌 연출자로서 대본리딩에서 인사를 하는 자리.
“각본과 각색, 조연출을 맡은 김진우입니다. 일단, 이렇게 중요한 자리를 맡겨주신 잭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정중한 어조로 말하고, 배우들을 둘러봤다.
이전 영화에서 등장했던 임재준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세 명의 마법소녀들이 자리했다.
“여민서 배우님!”
“네. 작…. 아니, 조감독님.”
“씬 1부터 가겠습니다.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영화 촬영으로 가는 마지막 다리를 건넜다.
할리우드에서 도전장을 내민 첫 번째 영화.
당연히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잭 니콜스페로우가 선장으로 있는 배의 조타수 역할을 맡았으니.
* * *
디지니 플레이 아시아지부.
안젤라는 심각한 표정으로 상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 그렇습니까?”
-일단 넥플렉스와 경쟁은 피할 수 없겠어.
“네. 알겠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또다시 넥플렉스와 경쟁 구도가 잡혔다.
그것도 상대 작품은 무려 SF 장르의 블록버스터 전쟁 영화.
“경쟁작이 하필이면 유니버스 스튜디오라니.”
할리우드 5대 제작사.
일본의 극작가, 에미코가 할리우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진우한테 물 먹을 때 빼고는 항상 완벽한 작품을 뽑아낸 작가.
특히, 일본에서 국민 영웅 소리를 들으며 할리우드에 진출했으니.
언론에서는 두 작가가 다시 맞붙게 되었다며 난리를 피웠지만.
“글쎄….”
솔직히, 이미 김진우 작가의 상대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오히려, 에미코의 사나리오를 연출하는 감독이 더 신경쓰였다.
“해럴드 감독이라….”
유니버스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
비슷한 시기에 제작이 들어가는 게 우연을 아닐 터였다.
“SF는 하필이면 해럴드 감독의 장기잖아.”
그것도 하필이면 상대 작품도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은 블록버스터 영화.
외계인이 침공하고, 지구인들은 각종 현대 화기와 두뇌를 이용해 이겨내는 작품.
“시작부터 너무 강한 적이 달라붙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