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78)
나는 스페이스 EX 연구소에 방문한 사실을 상기했다.
‘일단 대본부터 쓰자.’
1부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우주 배경이 펼쳐질 텐데.
어떤 내용인지 알아야 스탭들이랑 상의라도 하겠지.
잭 니콜슨 감독님의 SF 영화 촬영 경력이 상당해서 큰 걱정은 안 하지만.
“김진우 작가님.”
“아, 네. 회장님.”
“무료는 어렵겠지만, 다른 방법을 제안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네?”
“김진우 작가님과 스페이스 EX 이름으로 티켓값을 유니세프에 기부하는 거죠.”
“….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요. 천천히 생각해 보시죠.”
나는 대화를 마쳤지만, 새롬이는 아직 할 말이 남은 듯 보였다.
“진우 씨, 저는 투자 관련해서 말씀을 나누고 있을게요.”
“아, 그래요.”
회장님을 상대로 얼마나 많은 투자금을 뽑아낼 수 있을까.
마법소녀 때도 CG 값으로 들어가는 인력 비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번 SF 드라마 같은 경우도 거의 전부 우주 배경이라 돈이 엄청 깨질 텐데.
“그럼 저는 이만.”
멜론 머스크 회장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견학하듯 시스템의 빛을 찾아다녔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어서, 이제 시스템 빛을 찾는 것도 전문가 수준이다
“…. 여깄네.”
딱 시스템이 좋아하는 위치 선정.
이제 니 패턴은 내가 다 파악했지.
곧이어, 주변 연구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타닥, 타다닥─
「맨 vs 스페이스 2부」
대본을 쓰기 전에 드라마를 가볍게 감상했다.
마법소녀 때 조감독이자 잭 감독님의 제자로서 연출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가.
어디서 어떻게 촬영할지, 어디까지 CG로 처리하고 어떤 구도를 표현할지 한눈에 다 들어왔다.
원래도 감독에게 편의적인 대본을 쓰는 스타일인데.
이젠 진짜 대본을 읽기만 해도 될 만큼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주를 보기만 해도 뭔가 묘하네.”
「맨 vs 네이쳐」에서는 아마존과 사파리 같은 대자연을 표현했다면.
이번엔 광활한 우주 공간에 수놓은 아름들은 항성들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이걸 전부 CG로 구현해야 하는데.
웬만한 실력으로는 엄두도 나지 않을 것 같다.
스윽, 스윽─
대본을 가볍게 정리하고, 스케치를 시작했다.
적어도 내가 본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으로.
‘6명의 주인공은….’
전작의 주인공인 로다주 배우님과 에바는 필수.
그 외 중년 남성 한 명, 여자아이 한 명, 잘생긴 남자 한 명.
‘마지막으로….’
유명 할리우드 영화에 꼭 한 명씩 등장하는 캐릭터였다.
근육질 마초남 빡빡이.
그냥 단순한 헬창이 아니라, 그냥 헬스가 인생 그 자체인 사람을 찾아야만 한다.
‘안젤라 지부장님을 찾아가 봐야겠어.’
머릿속에서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돌아다녔다.
* *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대표실.
정조준 부사장은 세력을 키우기 위해 삼촌을 찾았다.
그는 후계 서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겠지.’
정기태 대표.
다른 형제들은 아버지께 밀려 엔터 사업이나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만.
MDN에서 일해본 조준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송 업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삼촌!”
“오, 조준이 왔냐?”
“네!”
최근 3년 사이에 템페스트 엔터의 규모는 10배 이상 커졌다.
이제 한국의 엔터판에서 그보다 목소리가 큰 인물을 찾기 어렵지 않을까.
국내에서 가장 많은 탑스타를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당장 템페스트가 없으면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될 방송국은 한둘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 새롬이 상견례 때 같이 갔었다며.”
“아, 네. 삼촌.”
“후우, 그때 바빠서 같이 못 갔네.”
“괜찮아요. 잘 마무리했습니다.”
“그래?”
정기태 대표는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김진우와 정새롬의 러브 스토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사람이 아닌가.
“연예계에선 세기의 커플이 되겠어.”
“당연하죠.”
탑스타 배우나 연예인도 아니었지만.
두 사람의 연애는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두 사람이 결혼하면….”
살아있는 전설이 된 할리우드 스타 작가와 천성 그룹의 막내딸.
랜덤 스튜디오와 템페스트 엔터를 하나로 잇는 연예계 재벌의 탄생.
최원준, 장세연 부부 이후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커플이 되지 않을까.
“근데 이제 제작사는 랜덤 스튜디오로 이전하는 거예요?”
“맞아. 이미 제작팀 직원들은 전부 옮겼어.”
“아쉽지 않으세요?”
“글쎄. 아쉽다기보단…. 후련하지.”
“그럼 이제 배우 관리만 하시고?”
“음….”
솔직히, 정새롬이 없는 현재로서는 엔터와 제작사를 동시에 굴리기 버거웠다.
“그게 좋아. 할리우드에서 랜덤 스튜디오가 깃발을 꽂으려면.”
정기태의 목표는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일 뿐.
그 모든 일은 본인이 전부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정새롬이 원하면 언제든지 템페스트 엔터를 물려줄 마음도 있지 않은가.
“어차피 템페스트 엔터에서 투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갔으니까.”
“큰 결심 하셨네요.”
“이미 반응이 오고 있더라고.”
마법소녀 열풍은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디지니 플레이 미국에서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했으니.
사실, 벌써 소소한 목표를 이뤘다고 볼 수도 있었다.
“김진우 작가님은 멈출 생각이 없더군.”
“….”
“할리우드에서 성공이 아니라….”
“그럼.”
“랜덤 스튜디오를 최고의 제작사로 만들고 싶은 듯해.”
“우리 처남이 배포가 남다르네요.”
이 기세를 타고 계속 성장하면.
정말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도.
“삼촌, 이제 별로 안 바쁘시겠네요.”
“뭐, 그렇지.”
배우들 관리는 원래 밑에서 전부 했으니까.
정새롬이 만든 시스템하에, 톱니바퀴처럼 굴러가고 있었다.
“그럼 저 좀 도와주세요.”
“뭐?”
“딱 1년만요.”
후계 경쟁을 말하는 거겠지.
이미 천성 그룹 임원진들은 어디서 줄을 서야 할지 눈치만 보고 있었다.
“…. 나는 아무런 힘도 없을 텐데?”
“아뇨, 삼촌의 영향력은 천성 그룹 바깥에 있죠.”
“흠….”
정기태는 조준의 눈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너 하는 거 봐서.”
* * *
2부 대본을 다 쓰고, 랜덤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새롬 씨, 투자 이야기는 어떻게 됐어요?”
“당연히 최고로 많이 받아냈죠.”
“여윽시, 우리 여친!”
우주여행은 확실히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조금 미뤘다.
스페이스 EX와 김진우 이름으로 기부하면 인정해준다고는 했지만.
‘600억이 뉘 집 고양이 이름이냐고.’
이제 법인도 세워서 돈 쓸어 담을 일만 남았지만.
그래도 개인 사비로 600억은 엄청난 금액이다.
“진우 씨, 근데 저 오늘 회사 들러야 해요.”
“잘됐네. 저도 랜덤 스튜디오 갈 일 있는데.”
같은 건물 위 아래층에 있어서 편했다.
여친이랑 집도 회사도 같으니까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끼이이익─
차를 세우고, 여친과 포옹을 한 뒤에 사무실로 이동했다.
“오빠, 오셨어요?”
“어, 이인자 왔냐?”
“네?”
“강철중 형님이 그러던데. 황효주, 네가 랜덤 스튜디오 이인자라고.”
“에이, 그냥 농담이죠. 잭 감독님도 계시는데.”
“아냐, 너가 이인자 해. 그래야 일도 편하게 마음껏 맡기지.”
“…. 어휴.”
곧이어, 심주원 감독을 포함한 랜덤 스튜디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괜히 미국에서 템페스트 제작팀을 보니 색다른 기분이다.
작년에 함께 작업할 때까지만 해도 할리우드는 꿈이었는데.
“작가님, 디지니 플레이 1등 축하드립니다.”
“에이, 뭘요.”
“지금 27개국에서 1위를 찍었다던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음….”
여러 연출팀원들 앞에서 금칠을 해주니 괜히 민망했다.
어디까지나, 블록버스터 영화의 완성도는 연출과 CG에서 나오니까.
“조감독님이 잭 감독님 다음으로 고생하셨죠!”
“아, 구성락 디렉터님도 수고하셨어요.”
“저야 뭐…. 돈 받고 하는걸요.”
외주업체긴 하지만, 이미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였다.
디렉팅뿐만 아니라, CG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 역할도 겸해주었으니.
“심 감독님, 이번에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네요.”
“당연히 해야죠! 우주는 제가 전문입니다!”
“…. 대체 전문이 몇 개예요.”
다큐에, 자연에, 19금도 전문이라고 했으면서.
“다큐의 근본은 우주가 아니겠습니까?”
그 정도면 그냥 이 분의 인생이 다큐가 아닐까.
“일단 다들 모였으니 차기작 캐스팅부터 논의해 볼까요?”
할리우드에서 물망에 오른 배우들은 수없이 많았지만.
내가 원하는 배우들은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선호했다.
“로다주, 에바 배우님은….”
“바로 소속사 측에 연락을 넣었습니다.”
그 외에 주연배우는 총 네 명.
현지에서 전부 구하려면, 그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일단 잘생긴 캐릭터는 최 배우님 어떠세요?”
“최원준 배우님?”
“네.”
“확실히 좋은 선택이네요.”
“네. 잘생긴 얼굴은 전 세계 공통이니까요.”
“…. 부럽.”
느낌상, 중년 남성이랑 여자아이는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근육질 캐릭터는….”
“역시 드레인 존슨이 최고죠.”
“그렇지.”
프로레슬링 선수 출신 배우.
근육질의 경찰이나 특수요원 캐릭터로는 독보적이었다.
“일단 전화라도 남겨볼게요.”
“네? 어디에….”
“안젤라 지부장님이요.”
어차피 「맨 vs 네이쳐」의 후속작이니까.
조만간 들러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뚜루루루─
잠시 동안의 통화 연결음 끝에,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지부장님, 잘 지내시죠?”
-마법소녀 2차 컨텐츠 제작으로 요즘 정신이 없네요.
“아…. 그래요?”
-네. 지금 어린이, 어른 구분할 것도 없이 캐릭터 팔아먹으려면….
“바쁘시면 새 작품은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전혀 안 바빠요.
바쁘다면서요.
-저 정도 위치에 있으면 밑에서 다 해주거든요.
“그 성격에 안 바쁠 리가 없겠죠.”
-혹시 어떤 작품을….”
“맨 대 네이쳐 후속작, SF 장르입니다.”
-오오, 드디어!!!
한껏 흥분한 목소리로 음성을 높였다.
-안 그래도 로다주 배우님 소속사에 들를 일이 있거든요!
“그래요?”
-네!
“저기, 그럼 다른 배우분도 한 명만 캐스팅을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누구….
말을 늘어뜨리는 안젤라 지부장님.
나는 천천히 그분의 이름을 불렀다.
“드레인 존슨 배우님이요.”
* * *
런님 메이트 촬영 현장.
개편 후 2명의 고정 멤버가 들어가는 첫 방송 날이었다.
“오늘 마법소녀 특집이니까, 희정 씨가 잘 좀 부탁드려요.”
“아, 네.”
“오늘은 야외 활동 없이, 토크랑 게임 위주로 진행할 거예요. 새 멤버 소개도 할 겸.”
“네. 대본 봤어요.”
“강준 씨는 중간에 들어갈 테니까, 커플 신청을 마지못해 받아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희정은 스탭에게 분장을 받으며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바 언니.”
“응?”
“오늘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이는데?”
“아하, 연락받았어. 미국 가려고.”
“응?”
“김진우 작가님 차기작!”
“벌써?”
마법소녀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아니, 아직 피크를 찍은 것 같지도 않은데.
“오빠도 진짜….”
“사실 아직은 안 가도 되지만 그냥 미리 가려고.”
“아, 어차피 언니는 집도 미국이니까.”
“응!”
사실 지금도 마법소녀 배우들에게 수많은 작품들이 들어왔다.
당장 김희정 본인만 해도 엄청난 기회가 들어오지 않았는가.
‘봉진호 감독님 차기작….’
「기생벌레」 이후, 전작을 뛰어넘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하시던데.
과연 어떤 작품일지 너무나도 기대가 되어 밤잠을 설칠 지경이었다.
‘근데 시간은 좀 걸리겠네.’
아직 각색을 맡아줄 각본가를 못 구하셨다던데.
워낙 완벽주의 성격으로 유명해서, 아무나 쓰지는 않을 터였다.
잠시 후, 런닝 메이트 세트장.
희정은 에바와 손을 잡고 나란히 입장했다.
이미 도착한 리코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와, 오늘 마법소녀 완전체!”
“대박!!!”
대부분은 유치하고 화려한 마법소녀 복장에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단 한 명, 리코만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당당하게 어깨를 펼쳤다.
“안녕하세요! 저는 바람의 여신! 리코리코니!”
“…. 억.”
‘나도 저거 해야 하는 거 아니겠지?’
마법소녀 촬영 때부터 느꼈는데.
그냥 당당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오, 리코 씨 리액션이 상당하네요?”
“아리가또!”
“일본에서 인기는 어떠신가요?”
“하핫. 얼마 전에 야마토 상이랑 전화했는데….”
“…. 했는데?”
“제가 여배우 대중투표 인기 순위 1등 찍었데요!”
“어이쿠, 축하드립니다!”
이상하게 텐션이 높은 리코에 이어서, 여민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여민서입니다.”
원래 다혈질이었지만, 마법소녀를 찍고 온화해진 여민서.
최근까지도 봉사 활동을 열심히 해서 유설아 다음으로 착한 이미지가 굳어졌다.
사뿐하게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국민 MC는 웃으면서 여민서 소개 영상을 틀었다.
“…. 굳이?”
마법소녀 파트 1에서 파트 2로 이어지는 활약상.
부끄럽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영상을 시청했다.
“자, 그럼 여민서 배우님이랑 김희정 배우님의….”
“???”
“마법소녀 복장 제로투 영상을 시청하겠습니다.”
곧이어, 여민서와 김희정은 동시에 소리쳤다.
“하지 말라고!”
* * *
“진우 씨, 오셨어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여친이 끓여주는 김치찌개라.
객관적으로 우리 엄마보다 조금 더 맛있는 음식 솜씨.
“새롬 씨, 여기 앉아봐요.”
“네?”
“오랫동안 하고 싶었는데 못 한 말이 있어서.”
“무슨….?”
이제 호칭이랑 존댓말을 정리할 때가 온 것 같다.
왜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지 못하는 건가.
“오빠라고 해줄래?”
“….”
조심스럽게 손을 올려서 내 머리에 체온을 재는 그녀.
“정상인데.”
“아니, 그게 아니라….”
“오늘 많이 더웠어요?
“….”
아무런 말도 없이, 새롬의 손을 부드럽게 붙잡았다.
“나 식사 말고 다른 거 하고 싶은데.”
“응?”
이글거리는 눈으로 새롬을 그윽하게 쳐다봤다.
곧바로 키갈…. 키스를 갈길 생각으로 얼굴을 가져다 댔는데.
띠리리링─
그 순간,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할리우드에서 쓰기 위해 만든 번호라 아는 사람만 알잖아.
“누구지?”
“미국 번호네요?”
받을지 말지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들었는데.
상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에 뱀이 기어가는 듯 소름이 돋았다.
-톰 스미스 감독이오. 우리 할 이야기가 많지 않소?
“뭐 하자는 겁니까.”
-그쪽이 너튜브에 올린 영상 때문에 내가 괜한 오해를 사고 있더군.
“….”
-해명하고 공식으로 사과하도록 해.
“…. 못하겠다면?”
-그럼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겠지.
독사 같은 목소리의 주인공.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확신했다.
‘진짜 당신이었구나.’
시스템이 경고한 위험 요소가 놈이라는 것을.
톰 스미스.
할리우드에서 손에 꼽히는 시나리오 각본가이자 감독.
톰 스미스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들은 하나 같이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이거 걸림돌이 너무 크잖아.’
대체 왜 나한테 악의를 품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니버스 스튜디오의 미움을 받으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건 확실했다.
근데, 나한테는 시스템이 있으니까.
그동안 사놓은 베네핏을 합치면 영화 한 편은 뚝딱이다.
“괜찮은 거 맞아요? 힘들면 말하고.”
“오빠라고 해주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래요, 오빠.”
“응?”
이렇게 쉽게 해준다고?
“그럼요, 저는 당연히 오빠 편이죠.”
“저기, 그럼 오늘 밤….”
“조준 오빠, 다음에 한국 가면 천성 전자에 들러서….”
아씨, 전화 중이었네.
“진우 씨, 방금 뭐라고….?”
“아니에요.”
“네. 전화만 받고 이야기해요.”
“예압.”
* * *
며칠 뒤, 랜덤 스튜디오.
효주는 2부 대본을 확인하고 전에 없던 감탄사를 터트렸다.
“진짜 오빠는 신이에요.”
“갑자기?”
“조연출 경험 덕분인가, 그냥 이대로 찍으면 될 것 같은데요?”
“그래?
“네. 영화 감독하셔도 되겠어요.”
좋은 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무엇보다, 내가 고생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근데 오빠.”
“어, 왜.”
“톰 스미스 감독 인터뷰 보셨죠?”
“….”
랜덤 스튜디오를 대놓고 저격한 톰 스미스.
동양인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는 인간이었다.
“그 발언은 오히려 톰이 욕먹던데?”
“근데 동조하는 미국인들도 있어요. 화끈하다면서.”
“알아서 하라지.”
에일리언 인베이젼은 벌써 하락세던데.
그에 비해 디지니 플레이 27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기록은 영원히 남겠지.
“저기…. 근데 댓글이 자꾸 달려서 그러는데요.”
“무슨 댓글?”
“오빠 우주는 진짜 가는 거예요?”
“안 가. 내가 미쳤냐.”
“에이, 그러면서 또 가실 거죠?”
“너 이상한 소리 할 거면….”
띵동─
【두 편 연속 집필이 발동했습니다.】
“어….?”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귀를 의심할 때쯤.
효주는 쓸데없는 주둥이를 또다시 놀렸다.
“시청자들이 다들 기대해요. 우주는 언제 가는지.”
“제발 좀 닥쳐줄래?”
“네?”
물론, 이미 늦어버렸다.
언젠가 이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내용 : 맨 vs 스페이스 3-4부】
【장르 : 생존술, SF, 야생, 우주, 탐사】
【장소 : 지표면 1000km】
【제한 시간 : 50일】
【※ 레전드리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600억 원】
“…. 가면 너랑 같이 갈 건데.”
“우리 그냥 가지 말아요.”
“아냐, 갈 거야.”
벌써 늦었어.
그때, 갑자기 창밖에서 새하얀 빛이 새어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봤는데.
“미친, 스케일이 무슨….”
푸른 하늘은 사라지고, 온통 시스템의 빛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