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79)
하늘을 덮어버리는 능력이라니.
시스템은 정말 신적인 존재였구나.
‘이러면 진짜 우주로 가긴 해야겠는데….?’
후반부였으면 대충 알아서 마무리 짓겠지만
이제 고작 3, 4부를 쓰는 차례라 대안이 없었다.
‘이제 와서 작품을 엎기에는….’
각종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너무 멀리 왔지.
디지니, 템페스트, 랜덤 스튜디오, 각종 투자사들까지.
“효주야, 너는 나랑 같이 우주 가는 거야.”
“지, 진짜로 가시게요?”
“응. 얼핏 들어보니까 전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다고 하더라.”
“….”
멜론 머스크 회장님께는 양해를 구하고, 편집 과정에서 기술 유출만 제거하면.
“우리도 카메라 따로 가져갈 거야.”
“네?”
“작품 홍보도 하고 너튜브도 더 키워야지. 네가 심 감독님 대신해서 찍고 편집할 생각해.”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할리우드의 제작 체계를 이용한 두 번째 작품.
아직 시스템을 버리고 내가 직접 쓰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적어도 이번 작품까지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해.’
특히, SF 장르의 특성상 막대한 자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으니.
‘진짜 우주에 가는 건가.’
늦기 전에 멜론 머스크 회장님께 전화를 해야겠어.
아니, 그전에 내 통장에 찍힌 돈을 확인하는 게 먼저겠지.
스윽─
곧바로 인터넷 뱅킹을 접속해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통장 저축예금 : 93,821,975,821 원]
무려, 938억 원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흠….”
이미 돈을 초월하면서 살고 있지만, 새삼스럽게 가슴이 웅장해진다.
일단, 내가 추천한 템페스트 배우들 수입 중 일부가 내 통장에 찍히고.
그 밖에도, 드라마와 영화의 판권을 계약할 때 책정한 러닝 개런티.
마지막으로, 너튜브 채널을 포함한 랜덤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수익까지.
‘돈이 많을 만도 하네.’
심지어, 마법소녀는 아직도 기록을 갱신 중이었으니.
당장 600억이 사라진다고 주머니가 가벼워질 일은 없을 터다.
“그래, 차라리 잘 됐어.”
이제 결혼까지 생각하는 여친도 있는데.
갑자기 남친이 600억을 기부한다고 말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차라리 이번 기회에 시스템 승급도 하면 일석이조가 아닌가.
‘미래 생각도 해야지.’
이게 다 작품을 위한 선택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한 총 4명의 우주인들.
티켓값 600억 원은 네 명 전원의 비용을 포함한다.
뚜루루루─
곧바로, 멜론 머스크 회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여보시오.
“회장님, 전화 기다린다고 말씀해 주셔서 연락드렸습니다.”
-오, 생각은 좀 해봤습니까?
“….”
마음의 결정을 내린 뒤에서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흠, 이제 이쪽도 슬슬 참가자를 결정하지 않으면 곤란한….
“하겠습니다.”
-오오, 정말로?
“네. 대신 기부금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는데….”
-음?
우주 왕복선 네 명의 티켓값으로 600억.
그렇게 저렴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겐 절대 찾아오지 않을 기회이기도 했다.
“제가 알아서 기부하면, 다음에 스페이스 EX 이름으로 기부했다고 언론에 공개했으면 합니다.”
-그거야, 뭐…. 근데 동행자들은 정했습니까?
“그냥 일단은 여친한테 물어보려고 합니다.”
-역시 사랑꾼! 하하. 언론에는 제가 발표해도 되겠습니까?
“아, 네. 회장님, 편하실 대로 하세요.”
-하하. 그럼 또 연락하지요.
회장님과의 짧은 통화를 마치고, 현자 타임이 찾아왔다.
“…. 저질러버렸네.”
나도 참 인생 스펙타클하게 산다.
시스템 덕분에 우주여행도 가보고.
* * *
전작, 파트 1을 뛰어넘어 초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마법소녀.
디지니 플레이 아시아지부는 본사에서도 최고의 지부로 대우를 받았다.
“아직도 예산을 책정하지 못했다는 건가요?”
안젤라 지부장은 언짢은 듯 본사의 상사에게 불평을 털어놓았다.
“마법소녀는 지금 한국에서만 800만이에요.”
-저기…. 안젤라 지부장, 아무리 그래도 8부작 드라마에 회당 500억은….
“그것도 부족해서 투자금 모으고 있어요.”
-응?
“매 편을 영화처럼 구성을 짜고 완벽하게 찍을 거니까요.”
-후우….. 일단 상부에 보고하겠네.
“네. 부탁드릴게요.”
-또 연락함세.
뚝.
덕분에, 평소에는 절대 불가능한 예산도 영혼까지 끌어다 쓸 수 있었다.
“마법소녀, 후속작으로 전작을 뛰어넘다니.”
오히려 파트 2를 보고 나서 파트 1을 보는 사람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럴 만도 한 게, 전 세계적으로는 전작의 존재조차 모르던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역시 김진우 작가님이라는 건가.”
고작 한 달 만에 얻은 성과치고는 상당히 달콤했다.
디지니 플레이를 운영하는 국가들 중 32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기에.
터벅, 터벅─
순간, 안젤라는 주변을 지나가는 직원을 보고 말을 걸었다.
“제이든, 드레인 존슨 배우님 소속사 측에 연락했나요?”
“아, 네! 지금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잘됐네요.”
보름 만에 고꾸라져서 벌써 사양길에 접어든 「에일리언 인베이젼」과 크게 비교됐다.
몇몇 언론에서는 유니버스 스튜디오가 너무 고였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올 지경이었으니.
‘그런데 하필이면 차기작이 SF 드라마라….’
공교롭게도 시기가 참 묘하게 겹쳤다.
영화와 드라마가 사로 다른 분야긴 하지만.
장르가 같다 보니 대놓고 비교하는 너튜버들이 있을 수밖에.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날지도 모른다.
혹시 8부작 드라마 매 편의 퀄리티가 영화보다 뛰어나다면.
“지부장님, 오늘 여동생분이 오신다고 들었는데….”
“그런데요?”
“기분 좋아서요. 하핫!”
안젤라는 상대방을 빤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에바, 결혼했어요.”
“네? 거짓말!”
“벌써 애가 둘이에요.”
“…. 에반데.”
“그니까 신경 끄시라고요.”
“네에….”
여동생 남친 후보를 가볍게 커트하고, 스마트폰을 들었다.
곧바로, 얼마 전에 김진우 작가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지부장님, 여동생분이랑 같이 우주에 갔다 와도 되나요?]
‘이때는 은유적인 표현인 줄 알았지. 작가니까.’
당연히 SF 드라마에 출연시켜도 되느냐는 질문인 줄 알았다.
김진우가 ‘진짜’ 우주로 떠난다는 소식을 접하기 전까지는.
[물론이죠! 그럼 우주를 에바가 가지, 누가 가겠어요?]
“…. 내가 왜 이렇게 대답했을까.”
본의 아니게 여동생을 우주로 보내버릴 줄이야.
근데 직접 가보면 메소드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
그때, 디지니 플레이 사무실 저편에서 아름다운 소녀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모든 직원은 눈을 크게 뜨고 에바를 쳐다봤다.
사뿐사뿐 걸어오는 모습은 모델을 연상케 했다.
쉐어 하우스와 맨 대 네이쳐를 거쳐, 마법소녀에서 포텐이 터진 여배우.
“음….”
웬만한 여배우를 봐도 감탄하지 않는 직원들도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언니!”
“에바, 왔구나?”
“응! 한국에선 이런 경우를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뭐라고 하는데?”
“금이 화냥!”
“???”
“금이 엄청 좋은 거잖아! 근데 화냥은 화가 난 고양이를 뜻하는 거거든? 귀엽잖아!”
“예쁜 얼굴로 얼빠진 소리 좀 그만해.”
한 명의 여배우로서 당당하게 이름을 드높인 에바.
물론, 친언니로서 귀찮을 때도 종종 있지만.
한국말만 안 하면 진짜 완벽한 배우가 아닐까.
“에바, 우주로 갈 준비는 됐지?”
“당연하지! 설레서 잠도 못 잤다구!”
“음, 그렇게 가고 싶었어?”
“그럼! 화성 갈끄니까!”
“…. 다행이야. 거부감은 없어서.”
근데 화성까지는 안 가고, 지구 몇 바퀴만 돌고 오면 될 것 같아.
“드레인 존슨 배우님도 캐스팅한다며! 너무 설레.”
“또 하나의 대작이 탄생할 거야.”
“응!”
“그니까 우주는 잘 갔다 오고.”
“헤헤. 너무 좋아.”
“네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
안젤라는 씨익 웃으면서 김진우 작가의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 언니 미쳤어? 나보고 우주를 가라고!?”
* * *
정새롬은 퇴근 후에 진우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요즘 진우 씨 기분이 많이 다운된 것 같아.”
줄곧 함께하던 로미오를 한국에 두고 와서 허전한 건지.
아니면, 톰 스미스 감독이 나쁜 의도로 인터뷰를 해서 그런가.
요즘 제작에도 참여하면서 바쁜 일정을 보내는 남친.
대본은 물론, 랜덤 스튜디오 경영에, 연출팀 업무까지.
“재능이 뛰어나도 문제야.”
못 하는 게 없어서 오히려 너무 바쁘게 살아야 했다.
그렇다고 대본 집필을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나랑은 언제 시간을 보내주시려나.”
급한 대로 랜덤 스튜디오 관련 업무는 깊이 신경 쓰고 있지만.
진우가 워낙 바빠서 주말에 한 번씩 데이트를 하는 게 고작이었다.
띠링─
그때, 누군가의 톡으로 스마트폰에 불이 들어왔다.
[새롬아, 괜찮니?]
전 MDN 사장이자 현 천성 전자 부사장, 정조준.
무슨 이런 내용의 톡을 보내나 싶어서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진우한테 너무 뭐라고 그러지는 말고]
“응?”
오빠에 이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새롬에게 위로의 문자를 보냈다.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의 연락이 날아왔으니.
“지누킴, 또 사고 쳤어!?”
굳이 남친에게 전화를 걸 필요도 없었다.
당장 포탈 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하기만 해도 충분했으니.
《우주로 가는 김진우 작가, 민간인들로 구성된 스페이스 EX의 멤버 4인 중 한 명은 정새롬?》
기사를 보는 순간,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꿈인가?”
아니, 근데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잖아.
그렇다고 현실이라고 하기엔 너무 비현실적이고.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다른 뉴스 기사를 확인해 봐도 비슷한 내용이었다.
오히려 반신반의하는 마음을 확신으로 바꿔줄 뿐이었으니.
삐, 삐삐삑─
새롬은 부글부글 끊는 속을 가라앉히고 집에 들어오는 철없는 남친을 바라봤다.
“새롬 씨! 제가 오늘 뭐를 사 왔는지 알아요?”
“…. 뭐를 사 왔는데요.”
“우리 새로미가 좋아하는 연어!”
“….”
연어 싸대기라도 맞고 싶은 건가.
아침 드라마에 맞는 김치 싸대기 장면처럼.
“오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눈치를 우유에 말아 먹은 김진우도 드디어 눈치라는 게 생겼다.
“후우….”
“왜, 왜 그래요.”
“여기 앉아봐요.”
“???”
새롬은 뉴스 기사를 보여주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거 사실이에요?”
“음, 그게….”
“사실이에요?”
“하핫.”
“위험하잖아요! 그런 건 저랑 상의를 했어야….!”
“새롬 씨.”
진우는 평소에 절대 보여주지 않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뭐, 뭐야. 갑자기 진지한 척은.”
“우리가 지금 할리우드에 온 이유가 뭘까요?”
“네?”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
국민들의 기대감을 채우기 위해서?
“당연히 작품과 회사의 성공을 위해서죠. 아니에요?”
“그, 그렇죠.”
“성공하기 위해 성공할 대본을 써야만 해요. 그건 제 의무이자 사명이니까요.”
“….”
정말 진지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말을 하니까 할 말을 잃었다.
“그래서, 진우 씨.”
왜 우주에서 대본을 써야 하냐고.
당장이라도 물어보고 싶지만, 큰 의미는 없어 보였다.
공포물을 쓰기 위해 흉가에 가고, 생존물을 쓰러 아마존에 가는 사람이니까.
‘내가 선택한 남친이구나.’
처음부터 대본 잘 쓰는 작가와 제작실장으로 만났으니까.
이제 와서 글 잘 쓰는 남친한테 절필하라고 할 수도 없고.
“진우 씨.”
“네.”
“다음부턴 상의 좀 하라구요!”
“알겠어요.”
물론, 미리 상의했으면 무조건 반대했겠지만.
* * *
한 달 뒤,
꽤나 긴 시간이 총알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그동안 랜덤 스튜디오에서는 작품 준비가 한창이었으며.
김진우와 아이들은 우주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아무리 우리 오빠가 특이하다지만….”
희정은 런닝 메이트 촬영을 마치고 오빠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
《한 달간 무중력 훈련을 마친 김진우, 정새롬, 황효주, 에바! 이제는 실전만을 남겨뒀을 뿐!》
비행기 추락도 사망인데, 우주선 추락은 빼박 사망.
나라 안팎으로 김진우에 대한 소식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번지점프, 암벽등반, 스카이다이빙에 이은 우주여행.
사람들은 김진우의 네 번째 도전이라고 추켜세웠다.
유니버스 스튜디오의 톰 스미스 등 일간에서는 SF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흠을 잡았지만.
‘어떤 미친놈이 드라마 홍보하려고 우주를 가겠냐.’
로다주와 에바, 드레인 존슨이라는 탑급 할리우드 스타들을 캐스팅한 작품.
굳이 작가와 주연배우가 작품 홍보를 위해 우주여행을 다녀올 이유는 없었다.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홍보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으니.
“희정아, 뭐해?”
“그냥 있어.”
강준은 인터뷰 촬영을 마치고 희정을 찾았다.
“봉진호 감독님 작품은 확정된 거야?”
“엎어질 것 같아. 좋은 각색가를 구할 때까지는.”
“그래?”
“응.”
“흠, 그러면 오늘 너네 집에 가서 로미오랑 놀아도 돼?”
“???”
대화의 흐름이 뭔가 이상한데.
“집에 엄마랑 아빠 있어.”
“까비.”
“….”
이 쉑, 죽일까.
“깡준아, 미쳤어?”
“미안해. 진우 형님 스타일을 한번 따라 해 봤어.”
“뒤진다. 진짜.”
“잘못했어.”
그건 오빠가 해도 밉상이라고.
“그래서 진우 형님은 이제 곧 우주로 가시는 건가.”
“그렇지.”
전 국민이 김진우와 멤버들의 안위를 걱정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우주 비행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올 만큼.
“멜론 머스크 회장님이 괜찮다고 호언장담을 했다더라고.”
“스페이스 EX는 성공한 기업이니까 괜찮을 거야.”
“그래도 걱정이 되긴 하네.”
“그치, 진우 형님이….”
“우리 새롬 언니 불쌍해서 어떡해.”
“응?”
강준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희정을 쳐다봤다.
“우리 언니, 남자 잘못 만나서 무슨 고생이냐구우.”
“…. 니 친오빠를 먼저 걱정하는 게 어떨까?”
“그건 본인이 원해서 가는 거잖아!”
“그야, 그렇긴 한데….”
덕분에, 김진우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호기심에 그의 작품을 보고 입덕한 팬들이 수억 명은 되겠지.
“진짜, 진우 형님은 마케팅의 천재야.”
우주에서 무사히 돌아오면, 스페이스 EX와 김진우 이름으로 600억을 기부하겠다는 공약까지 걸었으니.
멜론 머스크와 김진우.
두 또라이의 조합은 그야말로 글로벌하게 이름을 떨쳤다.
“부디 안전하게 돌아오시길….”
* * *
우주인 사전 테스트와 무중력 훈련.
그밖에 우주에서 주의할 점을 숙지하는 시간도 상당했다.
“드라마 준비랑 같이하려니까 진짜 바쁘네요.”
“템페스트 제작진들 전부 흡수해서 다행이에요.”
“그러게요.”
우주 용사들과 함께 스페이스 EX 연구실에서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
뒷좌석에서 뻗어버린 에바와 효주를 힐끔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죽은 거 아니겠죠?”
“죽으면 우주에 못 가잖아요.”
“….”
다른 건 몰라도 홍보 효과 하나는 엄청났다.
차기작 SF 드라마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당장 디지니 플레이에 올라온 작품들을 찾는 이들까지.
“홍보 효과만으로도 600억은 그냥 벌겠네요.”
“드라마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멜론 머스크랑 두더지 코인은 알잖아요.”
“그렇죠.”
이제 우주로 떠나는 날까지 고작 며칠.
그동안 고생한 보상을 받을 시간이었다.
“아, 근데 새롬 씨. 천성 전자 주가가 엄청 올랐던데요.”
“…. 당연하죠.”
천성 그룹은 글로벌 복합기업이 아닌가.
그런 집안의 딸래미가 우주로 떠난다고 하면.
“테솔라 코인 타고 떡상했네요. 하핫.”
“…. 웃어?”
“흠흠, 집안에서는 뭐래요?”
“상견례까지 해서 그런가, 출가외인 취급받나 봐요.”
“….”
“그냥 집안에서도 그러려니 해요.”
이미 김진우만큼이나 정새롬도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에바랑 황효주도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
“살아 돌아와야죠.”
“그럼요.”
마침내, 정신없이 바쁘게 지낸 시간들의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 다가왔다.
‘이 작품을 처음 쓸 때부터 예감했지.’
지난 한 달 동안 바깥에 돌아다닐 때마다 얼마나 눈이 부시던가.
밤남 구분 없이, 하늘은 온통 시스템의 빛으로 뒤덮여 버렸으니까.
며칠 뒤, 미국 플로리다주.
우주 전사들은 당당한 걸음으로 케네디 우주센터로 향했다.
그중에서도 유일한 미국인, 에바는 인세를 초월한 표정을 지었다.
“자자, 여러분! 우리 약속대로 사흘간 응가는 참는 겁니다.”
“…. 카메라 앞에서 그런 거 말하지 말아요.”
멜론 머스크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인류 최초로 민간인으로만 구성한 우주선.
피플 크루 드래곤(People Crew Dragon).
에바는 우리를 우주로 배달해 줄 비행체를 바라보며 고운 입술을 열었다.
“작가님, 제가 감히 한마디만 해도 될까요?”
“뭔데요.”
“작가님은 저보다 더 에반 거 같아요.”
“….”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
“저 말고 시스템을 탓해요.”
“시스템?”
“제 종교예요.”
“…. 사이비 도랐.”
곧이어, 우리는 우주복으로 갈아입고 피플 크루 드래곤에 당당하게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