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83)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황효주는 면접을 보러 온 보조 작가들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대체 이런 급의 작가들이 왜 보조 작가로 들어오려고 하는 건지.
“송 감독님, 면접 같이해 주셔서 감사해요.”
“감사는요.”
효주의 감사 인사는 진심이었다.
‘나보다 선배님들인데 나 혼자서 어떻게 면접을 봐.’
분명히 황효주, 자신의 보조 작가 채용 공고를 냈을 뿐인데.
수많은 인기 작가와 경력직 메인 작가들이 취업문을 두드렸다.
“흠, 랜덤 스튜디오 정직원 자리가 탐날 만도 하죠.”
“그, 그런가요.”
“네. 그것도 작가 자리라면.”
원래 작가 TO가 없기로 소문난 랜덤 스튜디오가 아닌가.
이렇게 보조 작가 채용에도 고급 인력이 몰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아무리 그래도….”
히트작 두세 개씩 있는 작가들을 어떻게 부릴까.
자신의 작품은 고작해야 한두 개가 전부인데.
“효주 씨도 김 작가님 밑에서 배운 게 많을 겁니다. 현장에선 항상 본인이 머무르면서 관리하지 않습니까.”
“그거야, 오빠는 대본 쓰느라 바쁘시니까….”
“이분들도 계약서에 스스로 사인하고 오시는 분들입니다.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으음….”
송 감독의 지시를 듣고, 첫 번째 면접자가 자리에 들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탁지윤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대선배의 90도 인사가 어찌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대기실에서 밍쁨 작가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네?”
“랜덤 스튜디오의 이인자! 숨은 실세라고 들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한 거야.
“저기, 선배님.”
“선배님 말고 지윤이라고 불러주십쇼!”
“….”
“저도 언젠가는 꼭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그걸 왜 저한테 말씀하셔요.
본인이 알아서 열심히 잘하셔야죠.
“그럼 바로 면접 시작하겠습니다.”
“아, 네!”
지원자들 수준은 상향 평준화되어 전부 뛰어난 실력과 커리어를 보유했다.
워낙 쟁쟁한 작가들이 많이 지원해서, 오히려 너무 과한 스펙의 지원자는 덜어내야 했다.
“음, 저는 말 완전 잘 들을 자신이 있는데요!”
“하지만 구지은 작가님은 오히려 김진우 작가님보다 선배시지 않습니까.”
“저는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죄송합니다. 다음에 꼭 작품으로 함께 일하시죠.”
“으으…. 그럼 꼭 불러주세요.”
“네. 작가님.”
“각서 가능?”
“….”
사실, 랜덤 스튜디오에서 김진우 작품 외에 다른 대본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나마 진우가 미국으로 떠난 이후, 송 감독과 나 감독이 몇몇 작품을 찍는 정도였으니.
“일단 돌아가시면, 직원들이 작품을 검토할 겁니다.”
“네에….”
연달아 지원자들의 면접을 진행하면서, 독특힌 면접자를 확인했다.
“오현식? 이 사람도 지원했어요?”
“아, 그렇군요.”
“…. 뻔뻔한 거 보소.”
현재는 거의 은퇴 수순을 밟은 이민주 작가와 그 보조 작가들.
그나마 오현식은 입봉 이후로 간간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최근 작품도 다 말아먹으셨네.”
오늘 지원자들 중에서도 스펙이 그닥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들어오세요!”
곧이어, 오현식이 주뼛거리며 면접실로 들어왔다.
“효주야, 안녕?”
“….”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 하하하.”
효주는 표정을 굳히고 싸늘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오현식 씨.”
“응?”
“면접관에게 반말을 하시네요.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우, 우리 사이에….”
아직도 자신과 친하다고 착각하는구나.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연기를 하는 건지.
“오현식 씨,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죠?”
“…. 죄송합니다.”
“면접 시작하겠습니다.”
“네.”
송 감독은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효주를 바라봤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민주 작가님의 밑에서….”
따분하면서 참신하지도 않은 레퍼토리.
벌써 비슷한 자기소개만 30번쯤 들었겠다.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하더라도, 오현식을 뽑을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 *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1층 카페.
지체 없이 시스템의 빛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찾았네.”
내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 한 작품.
커스텀이라고 해봤자 별다를 건 없었다.
‘내 머릿속에서 정리한 설정이 전부 잘 적용됐겠지?’
이왕이면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김진우 월드를 만들고 싶다.
마블이나 호구와트 같은 시리즈 대작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
‘마법소녀’처럼 파트 1, 파트 2로 이어지는 속편을 제작할 수 있기를.
타닥, 타다닥─
곧바로, 봉 감독님께 보여드릴 시나리오를 타이핑했다.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 전설의 시작」
부제인 을 보고 예상했었지만.
“역시, 3부작이었구나! 이게 그중에 1편이고.”
여기까진 내가 설정한 그대로였다.
다섯 부족의 전쟁 이야기를 영화 한 편에 담을 순 없겠지.
각 종족을 소개하고 빌드업을 쌓는 것만으로 1편은 끝나버리니까.
‘검기와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관이라….’
이계의 대륙, 판게아에서 펼쳐지는 판타지 대서사시.
왕국을 건설하려는 인간과 그를 저지하려는 언데드의 전쟁.
기본적으로 두 종족의 경쟁 구도에 추가적인 세 종족이 얽히는 스토리였다.
‘특수분장팀이랑 엑스트라를 많이 구해야겠어.’
몬스터나 분장의 생생함이 해외 블록버스터 판타지 영화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언데드 그림 그릴 때 밍쁨이도 불러야겠네.’
한국엔 은근히 좀비 연기자들이 많은 편이니까.
언데드족의 단역 배우들을 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겠지.
“그런데 말이야….”
오크랑 엘프는 알겠는데, 북쪽의 ‘바이킹’이라는 일족은 왜 있는 걸까.
‘북쪽이라 그러니까….’
이거 갑자기 졸라 수상하잖아.
갑자기 나를 북쪽으로 보낸다던가.
“에이, 설마.”
북극은 북극곰도 있어서 위험하지 않냐.
송강우 배우님 외 사절단은 인간 종족을 대표해서 엘프족에게 지원군을 요청했는데.
단칼에 거절당하고, 바이킹 전사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북쪽으로 향하면서 1편이 끝났다.
타닥, 타다닥─
애써 무시하고 1편 내용을 계속해서 작성했다.
‘김채은 배우님은 이번에도 섹시 컨셉이네.’
전쟁 직전에 언데드족에 합류한 의문스러운 마녀, 김채은.
말할 때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게 상당히 수상했다.
‘전투 능력도 혼자 너무 튀는데.’
굳이 인간이 아니라 네크로멘서의 편을 드는 이유는 뭘까.
게다가 채찍을 휘두르는 것도 그렇고, 고양이 가면을 쓰는….
“…. 마법소녀 재탕 무엇.”
판타지 대작에 마법소녀 끼얹기 실화냐.
이거 그냥 삭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설정 잡을 때 나도 모르게 마법소녀를 떠올렸나 본데.”
요즘 마법소녀가 워낙에 잘 나가서 그랬나.
김채은 배우를 제외한 마법소녀 출연진은 이번 영화에 등장하지 않았다.
원래 김희정, 여민서나 리코를 각 종족의 여전사로 활용할 생각이었는데.
“아니, 잠깐만.”
문득, 머릿속에서 마법소녀 파트 2의 쿠키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그냥 의미 없이 악역이 도망치게 내버려 뒀다고 생각했던 장면.
마지막 순간에 김채은이 이름 모를 던젼의 포탈을 통해 도망가는 씬.
그럼, 설마….
“이런, 복장이 똑같잖아!?”
소리를 지르는 순간, 템페스트 1층 카페에 있던 직원들이 나를 주목했다.
마침, 나를 멀리서 카메라로 찍고 있던 신입 사원들은 깜짝 놀라 시선을 돌렸다.
“흐음….”
마법소녀와 연결되는 세계관이라니.
어쩌면, 애초에 영화 3부작 시리즈를 전부 상상만으로 완벽하게 구상하는 건 불가능했을지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머릿속에서 잡념이나 잡다한 생각이 끼어있겠지, 그게 정상이잖아.
‘어떡하지….?’
베네핏 자유편집이 있긴 한데,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모르겠다.
내 머릿속에 있던 세부 장르를 토대로 만든 작품.
시스템은 내가 잡은 설정을 크게 오해한 것 같다.
“뭐지, 이거 버근가.”
“버그가 아니라 스끼린데.”
“응?”
옆에서 들려오는 남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지성호 배우님?”
이번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줄 배우 중 한 명.
“요즘 연락이 자주 없어서 서운하네요.”
“웬일로….?”
“제가 요즘 소채담 배우님이랑 되게 잘 되고 있거든요.”
“….”
어휴, 왜 또 연애 상담이야.
“근데 채담이가 저 말고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대요.”
“???”
“저 어떡해요?”
“…. 그럼 당신이랑 잘되고 있는 게 아니잖아!”
“지금, 여친 있는 남자를 짝사랑한대요.”
“짝사랑?”
“네! 생명의 은인이라나 뭐라나.”
나도 트럭 사고 날 뻔한 걸 구해줬는데.
그런 거에 심쿵하는 스타일인가.
‘뭐, 나는 아니겠지.’
새롬이랑 공개 연애하는 거 뻔히 알 테니.
“저는 여친 보러 갈게요. 대본 보여주러 가야 해서.”
“아, 네. 작가님.”
* * *
「맨 vs 스페이스」 촬영 당일.
멜론 머스크는 비서와 대화를 하며 촬영장으로 향했다.
“김진우 작가 대본 말이야.”
“네?”
“은근히 과학적이야.”
“어떤 면이….”
“물리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한 법칙은 편의적으로 해석했어.”
“아, 그렇습니까?”
어릴 때부터 로켓에 관심이 많고 재료과학과 물리학은 전공했으니.
김진우가 대본을 통해 의도한 모든 과학적 근거에 관심이 갔다.
“오, 얼마 저에 사이언스에 실린 내용까지 적용했는데?”
“정말입니까?”
“응.”
“…. 김 작가는 자료 조사를 혼자 해결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럼 전공이 물리학인가?”
“아뇨, 국어국문입니다.”
“흠. 굉장하네.”
물론, 재미를 위해 몇몇 과학적 사실을 포기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물리 법칙을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SF 영화 시나리오를 아무나 쓸 수는 없는 법이지.”
“제가 봐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치?”
“네. 저는 김진우 작가가 그렇게 로맨틱할 줄 몰랐거든요.”
“로맨틱?”
“아, 모르셨습니까?”
“무슨?”
우주에서 김진우 작가가 여친에게 프로포즈했다는 사실.
대중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모든 음성이 녹음되었으니.
“그런 사실이 있었어?”
“네. 회장님.”
“내가 김 작가 로맨스 좀 도와줘야겠네. 흐흐.”
“….”
적절한 타이밍에 대중에 공개하면 어떨까.
또 한 번 스페이스 EX와 맨 대 스페이스의 화제성이 오를 텐데.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 로맨스란 뭘까?”
“네?”
멜론 머스크는 비서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촬영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안 오셨군.’
안젤라 지부장을 처음 본 순간 운명을 느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전 부인들은 만난 게 아닐까.
이제는 해바라기처럼 한 곳만 바라볼 자신이 있는데.
“회장님, 오셨습니까?”
“반갑습니다.”
멜론 머스크는 배우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한 여인에게 향했다.
“에바 배우님, 팬입니다.”
“오, 정말요!?”
“저기, 언니분은 잘 계시는지….?”
“네?”
“제가 언니분 팬입니다”
에바는 멜론 머스크의 표정을 살피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 음…. 언니 결혼했어요.”
“네? 거짓말!”
“벌써 애가 둘이에요.”
“아아….”
“몰래 결혼해서 아무도 모를 거예요.”
“…. 그렇군.”
에바는 그의 축 처진 어깨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요.’
* *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실장실.
정새롬 실장은 영화 시나리오를 읽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재밌는데?’
여친의 반응을 살피며 침을 꿀꺽 삼키는 진우.
애인이기 전에, 제작사와 작가 사이였기에.
“그러니까, 마법소녀 세계관에서 이어지는 거 맞죠?”
“아, 그게….”
“오히려 좋은데요?”
“정말로?”
“네.”
김진우의 멀티 유니버스.
현대의 마법소녀에서 이세계의 신작 판타지로 이어지는 전개.
지금처럼 새계관을 확장해서 김진우 월드를 만들기 시작하면.
‘1인 기업이 되는 건가.’
생각만으로도 전율이 흐른다.
“내용이 생각보다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어요.”
“음…”
“마법소녀 파트 2의 쿠키영상에서 떡밥을 뿌렸잖아요.”
“…. 그때는 저도 떡밥인 줄 몰랐죠.”
“그건 비밀로 해요.”
자신도 모르게 쓰다 보니 전작과 이어지는 전개라.
이런 걸 두고 무아지경이라는 부르는 건가.
하늘이 내린 작가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똑, 똑─
그때, 문밖에서 변혁주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장님, 정조준 부사장님 오셨습니다.”
“네. 팀장님.”
진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넌지시 질문을 건넸다.
“혹시 오늘 형님 오시기로 했어요?”
“네. 새 작품 투자 건으로요.”
“새 작품?”
“김진우 작가님의 판타지 대작.”
이세계 판타지물에 천성 전자 로고를 붙이기 쉽지 않을 텐데.
중세 배경의 인간이나 오크가 스마트폰을 쓸 수도 없고.
“꼭 PPL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아, 그래요.”
새롬은 남친에게 인사하고, 곧바로 정조준이 기다리는 미팅실로 향했다.
“오빠, 왔어?”
“응.”
이제 한국에서 김진우 작가의 작품은 믿고 투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현재 그의 작품에는 서로 투자하려고 난리였다.
‘반드시’ 흥행하는 작품에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니까.
“고맙다. 덕분에 천성 전자 이미지는 좋아지고 있어.”
“오빠 부탁인데, 들어줘야지.”
“흠…. 저기, 새롬아.”
조준은 표정을 굳히고, 새롬에게 넌지시 질문을 건넸다.
“큰형 만났지? 정영준.”
“…. 어떻게 알았어?”
“뻔하지. 광고 찍어달라고 했겠지.”
“응. 사실 캠패인이나 홍보대사 같은 것도 많이 들어오고 있어.”
“전부 거절했어?”
“응. 그런 식으로 소모할 이미지가 아니니까.”
“물론이지.”
최근 김진우 작가 때문에 K-드라마와 영화 산업은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당장 그를 따라 할리우드에 진출하려는 한국의 제작사도 손으로 셀 수가 없었으니.
“영준이 형을 조심해. 속이 좁은 사람이야.”
“…. 오빠.”
“응?”
다른 건 몰라도, 연예계에서 템페스트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정영준이 아니라, 아버지가 직접 와도 건드리기 어려울 만큼.
“걱정하지 마. 우린 괜찮아.”
“…. 그래. 괜한 걱정을 했네.”
조준은 분위기를 풀기 위해 다른 주제를 던졌다.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이야?”
“어?”
갑자기 던진 질문에, 새롬의 얼굴은 홍시처럼 붉어졌다.
“프, 프로포즈를 받아야 결혼하지!”
“아직 안 받았어?”
“….”
사실 고백을 받았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우주에서 단둘이 있을 때 프로포즈를 받았으니까.
물론, 새롬의 착각이었다.
* * *
나는 멍하니 연예계 소식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그러니까, 스페이스 EX 측에서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남의 고백 영상을 왜 공개했나요.
-이게 문제의 소지는 없는 건가요? 너무 사적인 내용이 아닌가 싶은데.
“내 말이.”
-우주에서 일어난 모든 기록의 소유권은 스페이스 EX 측에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하여튼, 덕분에 김진우 작가님의 인기가 더 올랐어요.
-어휴, 여기서 인기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로맨틱하다고 각종 커뮤니티 사이에서….
와, 더이상은 못 보겠다.
TV를 꺼버리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띠링, 띠링─
수많은 연예계 인맥들의 축하 메시지가 밀려들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남의 연애에 관심이 있었는지.
[오빠 행복하세요 ㅠㅠ]
“소채담….?”
이분은 왜 이렇게 보내는 거야.
뒤에 눈물 이모티콘이 심히 거슬리네.
“바로 결혼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분위기를 봐서는, 내일이라도 당장 결혼하라고 전 국민이 부추기는 느낌이다.
삐, 삐삐삑─
그때, 도어락이 열리고 희정이락 들어왔다.
“왔냐?”
“응. 여기 주문하신 로미오 와쪄욤.”
“이게 얼마 만이야?”
애옹─
오랜만에 로미오를 품에 안고 희정과 대화를 나눴다.
“오빠, 엄마랑 아빠가 언니 한번 데려 오라셔.”
“바쁘다고 해.”
“불효자 실화?”
“아, 진짜 바쁘거든? 봉 감독님이랑 작품 들어갈 거야.”
“오오오, 정말!?”
“응.”
이제 봉 감독님이랑 작업하면 한동안 한국에 있을 것 같다.
“나도, 나도! 캐스팅 제의받았는데!”
“그래?”
미안, 너는 거기서도 마법소녀야.
“와, 막 엄청 청순하고 강인한 여전사 캐릭터라고 하셨는데.”
“여전사긴 하지.”
“정말? 에바 언니가 찍었던 아마존의 여전사 그런 느낌. 알지?”
“잘 알지. 마법소녀.”
“아, 아니, 판타지 작품에 마법소녀가 왜 나와.”
나오게 해서 미안해.
“일단 3부작이고, 1부에는 너 안 나와.”
“뭐야, 나 주인공 아니었어?”
“원래 주인공은 나중에 나오는 법이야.”
“…. 그런가.”
“당연하지. 어릴 때 만화 안 봄?”
“봤지. 헤헤.”
“마법소녀도 원래 우리 어릴 때 유행했잖아.”
“그러넹.”
우리 희정이는 각박한 세상을 어찌 살아갈꼬.
“희정아.”
“응?”
“마법소녀가 그렇게 싫어?”
“아니, 싫은 건 아니지. 그 덕을 얼마나 봤는데. 광고도 많이 찍고.”
“그래?”
“응. 좀 더 다양한 캐릭터를 하고 싶을 뿐이야.”
“싫은 건 아니라는 거지?”
“그럼.”
“다행이네.”
“….?”
띵동─
그때, 시스템의 알림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이세계 모험과 전쟁, 다양한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영화.
판타지 영화 1편, 전설의 시작에 이은 두 번째 대본이었다.
【내용 :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 두 개의 태양】
【장르 : 영화, 판타지, 부족전쟁, 마법, 검, 몬스터】
【장소 : 북극점】
【제한 시간 : 무제한】
“이런, 미친 장소….”
이번 작품 촬영지가 북극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