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84)
정새롬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진우의 새 작품을 읽었다.
무려, 이세계가 배경이 되는 작품.
집필 장소가 장르를 따라가는 그의 특성상.
‘적어도 이세계로 간다는 헛소리는 안 하겠지.’
고작해야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숲길.
아니면, 아이슬란드의 예쁜 관광지.
“뭐, 그 정도쯤이야. 눈 감고도 따라가지.”
사막이나 아마존도 모자라서 우주까지 다녀왔는데.
이제 어디를 가자고 해도 웃으면서 따를 수 있을 것 같다.
똑, 똑─
그때, 변 팀장이 노크를 하고 안에 들어왔다.
“실장님, 현신자동차의 주영지 상무님 오셨습니다.”
“그래요?”
“네. 저기, 결재를 좀…”
“아, 그래요.”
새롬은 변 팀장과 서류를 주고받았다.
“이거 서류는 희정이 통해서 진우 씨한테 전달해줘요.”
“네. 실장님.”
이내, 변 팀장은 여민서의 광고 계약 서류에 사인을 받고 자리를 벗어났다.
“마법소녀 멤버들 몸값은 역대급이네.”
여민서는 1년 기준으로 대략 10억.
그 외 마법소녀들도 7억에서 8억 원.
S급 연예인이나 슈퍼스타급 운동선수들이 받는 최고의 계약금이 아닌가.
“진우 씨 정도면…. 1년에 20억은 받으려나.”
600억도 기부하는 남자에게 광고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저기요. 저 왔거든요?”
“어, 영지야.”
새롬은 자신의 오랜 친구를 반갑게 맞았다.
“투자 제안서 읽어봤어. 검토해볼게.”
“새롬이 너,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응. 좋아.”
우주라든지, 이상한 장소로 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그저, 이런 소소한 행복을 알게 해준 남친을 리스펙트할 뿐이었다.
“얼마 전에 우주 프로포즈 기사 읽어봤어.”
“음, 그래? 민망하네.”
주영지는 새롬의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네 남친, 생각보다 로맨틱하구나?”
“그런 면이 있긴 하지.”
솔직히, 재벌에게 연예계 종사자는 딱히 매력적인 이성상이 아니었다.
지금도 얼굴이 팔려서 마음 편히 카페도 못 가고, 개인 집무실에서 보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김진우 작가님 정도면….’
세계적인 월드 스타와 친분을 맺고,
할리우드에서 당당하게 성공했고,
테솔라 회장이랑 친분을 갖는 사람이니까.
“너는 진우 씨의 어디가 그렇게 좋아?”
“음, 펀하고 쿨하고 섹시해서 좋아.”
“….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응. 진우 씨한테 배웠어.”
“….”
주영지는 오랜 친구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건넸다.
“혹시 결혼까지 생각했으면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때?”
“음, 그 말은 좀 섹시하지 않은 것 같아.”
“…. 어질어질하네.”
“칭찬 고마워.”
띠리리링─
그때, 새롬의 스마트폰에서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 진우 씨네.”
“편하게 받아. 아니, 이왕이면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받아도 괜찮겠네.”
“그래.”
새롬은 슬쩍 미소를 짓고 진우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새롬 씨, 혹시 대본 보셨어요?
“그럼요. 너무 재밌게 봤어요.”
-거기서 송강우 배우님 있잖아요.
“네.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 특히 좋았어요.”
-오, 그럼 북극으로 떠나는 장면도 재밌게 보셨….?
뚝.
“…. 새롬아?”
영지는 갑자기 통화를 끊어버린 새롬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영지야, 내가 아까 뭐라고 했더라?”
“펀쿨섹?”
“그래. 지금까지 좋은 점은 충분히 말했으니까, 이제부터는 단점을 말해보자.”
“…. 쌓인 게 많구나?”
“일단 들어봐. 콜럼버스가 따로 없다니까?”
세계 최고의 관종이 남친인 건 부끄럽지 않다.
하지만, 위험한 장소는 그만 가자고 누누히 말하지 않았나.
“이러다 북극곰한테 물리는 방송도 찍을 기세야.”
* * *
부디 새롬이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북극이 아니라 지구의 최북단, 북극점.
내 한계를 고작 북극으로 보지는 않았기를.
“좀 편한 데를 가라고 하면 덧나?”
시스템 개쉑야.
이 정도면 그냥 멕이는 거 아니냐.
야옹─?
거 봐, 로미오도 싫어하잖아.
“뭐, 츄르 달라고?”
야옹─
“살쪄 인마. 김희정이 완전 돼냥이로 만들어놨네.”
딱 오늘까지만 주고 진짜 안 준다.
하여튼, 김희정이 식습관 다 버려놔서 못 맡기겠다니까.
삑, 삐삐삑─
로미오에게 츄르를 챙겨주고 있는데 도어락 소리가 들려왔다.
“김희정?”
“하이, 하이!”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방금 회사에서도 봤는데 왜 또 왔냐.
“너는 집이 없니?”
“뭐래. 새롬 언니가 이거 전달해 달래서 왔구만.”
“아.”
곧바로 희정이가 전해준 계약서를 확인했다.
랜덤 스튜디오를 차리고, 작품 계약서의 형식도 많이 바뀌었다.
“수익 배분이구나?”
“응.”
애초에 템페스트의 자본으로 설립한 회사이기도 하고.
작품 제작의 거의 모든 부분을 템페스트에 의존하고 있어서.
“새롬 언니는 진짜 완벽해.”
“갑자기 무슨 말이야.”
“남친이 회사 차리고 싶다니까, 꿈을 이뤄주겠다고 같이 할리우드도 가고.”
“음, 그게 나 혼자만의 꿈은 아닌데.”
“키, 몸매, 비율, 외모, 재벌! 근데 새롬 언니도 딱 하나 못 가진 게 있어.”
“그게 뭔데.”
“나를 갖진 못했지.”
“…. 어디 가서 내 동생이라고 하지 말아줘. 부탁이야.”
“으으, 내가 언니랑 결혼했어야 하는데.”
“지랄 노.”
강준은 어디서 뭐 하냐고, 김희정 안 데려가고.
“여기서 대충 TV만 좀 더 보다가 갈게. 흐흐.”
“그냥 지금 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얘 오빠로 태어났을까.
“오오, 날다람쥐 춤! 저거 알지?”
“날…. 뭐?”
“퍼플걸스 신곡 빵 떴잖아. 진짜 몰라?”
“응. 몰라.”
날다람쥐처럼 양팔을 활짝 펼치고 허우적대는 춤.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게 귀여우면서도 은근히 멋있었다.
“군무라서 그렇지, 혼자 추면 민망할 것 같은데.”
“요즘 SNS에서 유행인데 한번 춰보실?”
“…. 내가 하겠냐?”
아직도 제로투 짤이 돌아다니더라.
거의 바퀴벌레야.
아무리 신고해도 박멸할 수가 없어.
“치, 이거 안 하면 요즘 인싸라고 말 못 해.”
“그냥 아싸 할래.”
“에이, 참.”
띠리리링─
그때, 우리 회사 이인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 효주야.”
-오빠, 보조 작가 2명 뽑았어요. 프로필 보낼게요.
“잘했어.”
-그리고 대본 오타 검수했어요. 확인 부탁드릴….
“그거 봉진호 감독님께 보내드려. 정식으로.”
-워터마크 찍어서요?
“응. 세상에서 제일 정중하게.”
-넹.
전화를 끊고, 이제 한 가지 생각이 뇌를 장악했다.
북극점, 가긴 가야지.
돈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가는 건 싫은데.
‘다른 사람한테 새롬이 좀 설득해 달라고 부탁해볼까.’
어디든 같이 가자고 약속했잖아요.
현신차의 주영미 상무님이나 안젤라 지부장님도 있고.
아니면, 송권수 감독님의 한마디는 무게감이 있으니까.
“오빠, 드디어 봉 감독님께 보여드리는 거야?”
“뭐, 그렇지. 근데, 너….”
“응?”
거절할 게 뻔하지만, 그래도 물어보기나 할까.
“같이 북극 갈래?”
“…. 제발 그만해. 나 무서워. 이러다 다 죽어.”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하고.”
“자네가…. 북극에 가자고 하는 건 말이 되고?”
“….”
옆 동네 OTT에서 성공한 드라마 대사를 뱉는 김희정이.
발성이나 톤이 귀에 꽂히는 걸 보면 얘도 연기를 하는구나 싶다.
“희정아, 그냥 받아들여.”
니 오빠는 시스템 능력을 갖는 순간 이럴 운명이었어.
* * *
봉진호 감독은 턱을 매만지며 템페스트에서 보내준 대본을 읽었다.
왕국을 건설하기 전, 부족 간의 전쟁을 그린 영화.
단순한 오락용 판타지라고 하기엔 수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처음 그에게 건넬 때 기대했던 다양한 의도가 곳곳에 녹아들었으니.
‘오크는 엘프의 노예 계급인가….’
몇몇 오크족의 리더들은 반역을 도모하지만, 엘프족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아마 다음 편에서 반란 에피소드가 등장하고, 곧이어 전쟁으로 불거지겠지.
‘평화가 오랫동안 이어지면 나약해질 뿐이야.’
역사 속, 임진왜란을 겪기 이전의 조선이 그랬던 것처럼.
봉 감독 자신 역시 「몬스터」라는 작품에서 한강의 괴수를 표현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계층 간의 갈등을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으로 표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과연, 김진우 작가인가.”
김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었다.
가랑비에 젖듯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시나리오.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여운에 감기거나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영화.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미 아름다운 예술이었다.
“저기, 감독님.”
“어, 그래.”
“지금 바로 인터뷰 시작하면 될까요?”
대본에 심취해 있다 보니 어느새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조합 TV의 안선주 기자입니다.”
“반가워요. 봉진호 감독입니다.”
“흔쾌히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셔서 놀랐습니다.”
“그런가요? 하하.”
고작 1년 전까지만 해도 현역이었던 영화.
「기생벌레」의 열기는 많이 식어서 전설로 남았다.
그만큼 연화계의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으니.
‘한국에서 제작하는 판타지 영화라….’
새로운 작품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김진우라는 작가의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겠지.
“감독님, 차기작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어요.”
“그런가요?”
“혹시 그에 대해 해주실 말씀이 있나요?”
“흠, 글쎄요.”
봉 감독은 대본을 슬쩍 들어서 부채질을 했다.
“어….?”
기자의 눈에 보인 대본의 표지.
제목 옆에 커다랗게 쓰인 글씨는.
“김진우 작가!?”
“아, 보셨구나.”
“저, 정말 김진우 작가님과 콜라보인가요?”
“그렇게 됐습니다.”
특종의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안 기자는 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영화 장르를 여쭤봐도 될까요?”
“판타지 장르입니다.”
그동안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진 장르.
실제 탄생한 배경도 전부 서양이었기에.
“오오….!”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과 극본가의 조합.
두 천재의 만남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흘렀다.
“저는 이번 영화에서 오락과 예술,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을 생각입니다.”
안 기자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대감은 숨기지 않았다.
“벌써 내년이 기다려지네요! 같이 개봉하는 경쟁작들은 숨도 못 쉴 거예요!”
“하하. 설마요.”
“진심이에요!”
봉 감독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은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까지 전해졌다.
* * *
디지니 플레이, 아시아지부.
안젤라는 정새롬 실장의 전화를 받으며 그녀를 설득했다.
“북극 가셔야죠.”
-정말로?
“네. 작품을 위해서 우주도 가신 분이 갑자기 나약해지셨네요.”
-…. 진우 씨는 언제까지 그럴까요.
“김 작가님이 절필하길 원하세요?”
-그건 아니죠.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돕겠습니다.”
-아뇨, 이미 도움이 됐어요.
김진우의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는 안젤라의 귀에도 들어갔다.
“작품에서 마법소녀가 등장한다죠?”
-1편에서는 등장하지 않고 은연중에 암시가 있어요. 평행세계, 이세계 배경으로.
“좋네요.”
앞으로 펼쳐질 작품들로 계속 세계관을 확장하면.
‘김진우 월드.’
이번 작품이 디지니 플레이 오리지널이 아닌 건 살짝 아쉽지만.
극장에서 내려오는 순간, 1차 독점 플랫폼은 디지니가 될 테니.
“혹시 투자금은 부족하지 않으세요?”
마법소녀와 연결된 세계관이라면 망하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이번은 예외적으로, 디지니 측에서 투자할 마음도 다분했다.
-벌써 천성 전자와 현신차에서 투자가 확정이네요.
“…. 대단하군요.”
제작사와 투자사를 정하는 프리 프로덕션 기간.
영화를 찍기도 전에 한국 최고의 기업 두 군데에서 투자를 받다니.
김진우가 대단한 건지, 정새롬이 대단한 건지, 아니면 둘 다인가.
“하여튼,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네. 지부장님.
뚝.
전화를 끊고, 업무를 보려고 했는데.
그보다 먼저 직원이 다가와 질문을 건넸다.
“지부장님, 오늘은 촬영장에 가시겠습니까?”
“…. 아.”
김진우 작가의 두 번째 할리우드 기대작, 「맨 vs 스페이스」
심주원 감독을 제외한 스탭들은 전부 할리우드에서 채용했다.
주요 배역들도 로다주, 드레인 존슨을 포함해서 전부 현지인들이었으니.
“그럼 가야죠.”
“모시겠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디지니와 넥플렉스의 경쟁은 치열했다.
마법소녀로 찍어누르자마자, 그쪽에선 대박 드라마가 터졌으니까.
“후우, 한 치 앞도 모르겠어.”
“저기….”
한숨을 내쉬는 안젤라의 앞에 누군가 나타나 커피를 건넸다.
“어, 회장님.”
“하하. 반갑습니다.”
테솔라의 주인, 멜론 머스크.
게다가, 처음엔 워낙 높은 존재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웠지만.
성격이 유쾌한 편이라, 이젠 동네 아저씨나 삼촌처럼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저기, 요즘 힘든 일 있으신가요?”
“그냥…. 사는 게 힘드네요. 경쟁 사회니까요.”
“아, 그쵸. 아이 키우는 게 힘들죠. 그것도 둘이나 있으시니까.”
“네?”
“에바 배우님께 들었습니다.”
“….”
왜 남의 혼삿길을 막는 거지.
“미혼입니다.”
“???”
“애도 당연히 없구요.”
“오….”
멜론 머스크는 어느 포인트에서 감격했는지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랑….”
“놉.”
“까비.”
사실, 두더지한테 물려서 첫인상은 굉장히 별로였는데.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구나.’
우주 뽕 빠지고 나서 쭉쭉 떨어지는 두더지 코인.
진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인의 추락은 막을 수가 없었다.
“두더지 코인 좀 어떻게 해봐요.”
“…. 화성 갈끄니까.”
“그 말도 좀 그만하고.”
“예압.”
* *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오늘따라 랜덤 스튜디오가 시끌벅적했다.
신입 보조 작가가 두 명이나 추가됐으니.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데뷔한지 2년 안쪽의 드라마 작가들.
보통 입봉하고 나서 보조 작가로 들어가는 경우는 없었지만.
“두 분 다 성적이 굉장히 좋네요. 시청률 10프로 넘겼군요.”
“가, 감사합니다!”
경력보단 재능 위주로 뽑았구나.
신입 사원들이 패기도 있고 좋네.
“반가워요.”
어차피 내 보조 작가도 아니고 효주한테 필요한 직원들이니까.
“존경합니다!”
“뭘, 존경씩이나.”
효주는 어느새 내 앞에 다가와 조심스럽게 대본을 건넸다.
“아, 이거구나, 새 작품?”
“네!”
“전문가물이네?”
“네. 법정 드라마에요!”
“잘할 수 있겠어?”
“그럼요! 이번에 뽑은 나영 씨가 변호사 출신이에요!”
“…. 근데 왜 보조 작가를 하지.”
그것도 메인 작가로 데뷔도 했으면 더 이상하지.
“거 참….”
이해할 수가 없네.
띠링─
그 순간, 새롬 씨에게 톡이 날라왔다.
[북극 원정대 한번 꾸려보시죠. 방송각 잡아야죠.]
“오, 드디어….”
넘어왔구나,
안젤라 지부장님이 대신 설득해 주겠다고 하시더니.
‘일단 쇄빙선을 한 대 대절해야겠지.’
북극점은 지구에서 오직 한 군데 뿐이니까.
거기까지 가서 글을 쓴다고 하면 다들 놀리겠지만.
‘어쩌겠어.’
판타지 대작을 버릴 수도 없잖아.
딸깍─
그때, 효주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뉴스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오빠, 이거 읽어봐요.”
“응? 뭔데.”
“톰 스미스 관련 기사인데….”
《할리우드의 거장 톰 스미스, 한국에서 투자사와 캐스팅을 알아보고 있어….》
“…. 뭐지?”
한국엔 관심도 없었으면서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대중 반응은 어때?”
“반반으로 나뉘었죠.”
“반반?”
효주는 직접 댓글창을 열어서 내게 보여주었다.
-김진우랑 싸운 그 인간 아님?
ㄴ방화미수 그건 아직 정확히 밝혀진 거 없음
ㄴ옷이 똑같다
ㄴ같은 옷 입으면 범죄자임?
ㄴ한정판이다 ㅇㅇ
ㄴ나는 중립기어 박을래
-할리우드에서 한국에 관심을 갖는 거 자체가 좋은 현상임
ㄴ그것도 김진우 덕분이지
ㄴ어쨌든 할리우드에 한국 배우가 많이 진출할수록 땡큐임 ㅋㅋㅋ
ㄴ팩트) 아직 김진우는 마법소녀 말고 할리우드에서 뜬 거 없다
ㄴ한국인 맞음? ㅡㅡ
-톰 스미스 작품은 다 떴음
ㄴ응. 인종차별주의자 ㅅㄱ
ㄴ그거 사과했음
ㄴ사과하면 다임? 인간은 안 변해
ㄴ니가 방구석에서 못 나오는 것처럼?
ㄴ주소 불러 현피 뜨자 개샊갸
ㄴ발작 버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톰 스미스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는데.
이제는 거의 정확하게 반반으로 의견이 갈려서 대립하고 있었다.
“신작 제목이….”
“베히모스래요.”
“괴수 영화구나.”
“네. 아마도.”
아마 중립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영화만 좋으면 호의적인 방향으로 돌아서겠지.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현재 할리우드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감독.
그런 사람과 대놓고 한국에서 경쟁하게 생겼네.
‘그럼 일단, 대본부터….’
빨리 북극점부터 찍고, 세 번째 대본까지 마무리해야겠어.
잠시 후,
실장실에 들러 새롬 씨와 함께 북극으로 가는 방송에 대해 논의했다.
“MBS 다큐팀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거 폐지된 거 아닌가.”
“파일럿으로 시즌 2를 제작하려나 봐요.”
“음. 나쁘지 않네요.”
임진왜란 작품 쓸 때 덕을 많이 봤는데.
이렇게 또 인연이 닿아서 감사할 따름이다.
“근데 다큐치고는 돈이 꽤 많이 들지도 몰라요.”
“그건 이제 후원사를 알아봐야죠.”
“그럼….”
띵동─
【‘관종의 삶’ 주간 미션이 도착했습니다.】
【미션 :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북극 촬영지를 홍보하세요.】
【보상 : 시청률 1% 당 베네핏 강화 포인트 1pt】
【수락하시겠습니까? (Y/N)】
‘시청률 당 베네핏 포인트?’
시스템, 너 실수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