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85)
할리우드 진출 이후, 오랜만에 한국의 방송국에 방문했다.
MBS 로비에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직원들이 마중을 나왔다.
“뭐지. 새롬 씨가 불렀어요?”
“부른 건 아니고, 당연히 미리 말은 하고 왔죠.”
“….”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올해 들어서 특히나 더 인기를 체감했다.
“할리우드 작가라 그런가.”
“그보다는 우주 갔다 온 게 제일 컸어요.”
“음….”
여윽시 국뽕의 민족인가.
세계 최초나 최고라는 타이틀을 참 좋아해.
“김진우 작가님!”
그때, 멀리서 길주창 PD가 달려오며 내게 아는 척을 했다.
“작가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길 PD님, 어떻게 지내셨어요?”
“저야 뭐…. 하하.”
“그럼 들어가실까요?”
“네. 제가 모시겠습니다.
잠시 후에 도착한 약속 장소.
미팅룸에는 이미 국장과 본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님께서 오신다는 걸 겨우 말렸습니다.”
“…. 그렇게까지.”
“그만큼 김진우 작가님이 대단하시니까요.”
“아, 감사합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방송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저는 이번에 출연료도 받을 생각이 없어요.”
“진우 씨!”
“그 돈으로 차라리 시청률을 높이는데 쓰시죠.”
새롬이랑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생각을 바꿀 마음은 없었다.
“대신 시청률 50프로, 가능할까요?”
“네?”
“이번 다큐 시청률은 제게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
시청률 1%당 베네핏 강화 포인트 1pt.
앞으로 다시는 오지 않은 이벤트가 아닐까.
시스템이 알아서 호구가 되겠다는데 이럴 때 이용해야지.
포인트를 돈으로 환산하면 최소 1억 원 이상.
아니지, 아마 1억에 팔라고 해도 안 팔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50프로는 좀…. 요즘 다큐 시청률 아시지 않습니까?”
“어려워요?”
“그게, 요즘 너튜브나 OTT도 계속 성장해서 진짜 시청률 안 나와요.”
“그럼 다른 방송국을….”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당황하면 나오는 다큐제작국장의 무협 말투.
처음엔 장난하는 건 줄 알았는데, 찐이라고 들었다.
“대인께서는 너무 성급하신 듯하오.”
“그래요. 국장님, 방법이 있을까요?”
“흠, 마법소저들을 출연시켜주신다면 불가하지 않을 것이외다.”
“마법소저….?”
“여민서, 김희정, 리코!”
“전부 다요?”
“그러하오!”
“…. 좀 과한데.”
미국에서 촬영 중인 에바를 제외한 마법소녀 전원.
북극에 갔다 오는 동안 생기는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고개를 슬쩍 돌려서 새롬과 눈을 마주쳤다.
“진우 씨, 잠시 얘기 좀 해요.”
“…. 콜.”
MBS 방송국 직원들이 없는 방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진우 씨한테 무슨 이득이라고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
“음, 그건 저도 알죠.”
“네! 여기 시청률이랑 랜덤 스튜디오랑은 전혀 관계가 없어요.”
“그렇긴 한데….”
시스템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래도, 홍보는 중요해요.”
“네?”
“판타지 작품 홍보해야죠. 여태까지 항상 그랬잖아요.”
“그럼 차라리 랜덤 스튜디오 너튜브 채널에 하는 게 낫죠. 그럼 광고 수익도 생길 텐데.”
“….”
그건 시청률이 아니잖아요.
“…. 누나라고 부를게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번에 저 믿고 그렇게 해줘죠.”
“에휴….”
마법소녀 배우들은 전부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소속.
우리 실장님의 허가 없이는 랜덤 스튜디오 너튜브에도 출연할 수 없다.
“대신 제가 소원 들어줄게요.”
“소원?”
“네.”
그동안 여친한테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
밖에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다 알아보는 것도 내 탓인데.
우주에서 프로포즈만 하고, 제대로 된 데이트도 못 즐겼지.
“저 때문에 또 북극까지 같이 가잖아요.”
“알긴 아는구나?”
“소원이 뭔데요?”
새롬은 깊이 고심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북극 다녀오면 말할게요.”
“무슨 소원을 빌려고?”
“싫어요?”
“오케! 알겠어요.”
* * *
최근, 봉진호 감독의 인터뷰는 커뮤니티 사이에서 큰 화제였다.
“봉 감독님이랑 콜라보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모르는 사람은 없겠네.”
“영화에 1도 관심 없는 사람 아니면 다들 알걸요.”
효주와 밍쁨은 서로 마주 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은빈아, 너튜브 채널에도 홍보 올렸지?”
“네. 언니.”
템페스트 엔터에서 진행하는 전방위적인 홍보.
직원들은 유례없는 홍보를 보고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와, 진짜 작정하고 홍보하는구나.”
“그러게요.”
소속 아티스트들은 물론, 진우와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은 전부 홍보에 동참했다.
“그 다큐가 대체 뭐라고….?”
“내 말이.”
두 보조 작가는 SNS에 줄줄이 올라오는 다큐멘터리 본방사수 홍보를 확인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유설아 님이랑 퍼플걸스 공식 계정에도 올라왔네요.”
“당연하지. 제일 친하잖아.”
“원래 우리 작가님은 그 방송에 별로 관심도 없으셨던 것 같은데.”
“나도 그게 좀 의문이긴 하네.”
사실 진우의 기행이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는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덕분에, 판타지 영화 홍보는 벌써 충분하겠어요.”
“봉 감독님 인터뷰가 제일 컸지.”
“네. 지금 북극 가는 것도 영화랑 관련이 있을 거라고….”
이제 김진우에 익숙해진 대중들.
알아서 북극을 촬영지로 생각하고 있었다.
“언니, 최근 영상에 달린 베스트 댓글 보셨어요?”
“아, 공약?”
“네.”
다들 진우가 방송 중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고 있었다.
홍보로 잔뜩 어그로를 끌었으니, 그런 반응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여친이랑 커플 날다람쥐 댄스 추라고 난리예요.”
“글쎄, 하시려나….?”
솔직히, 제로투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 최고의 작가이자 랜덤 스튜디오의 대표.
할리우드의 기둥으로 성장할 제작사의 주인이 아닌가.
게다가, 정새롬 실장은 천성 그룹의 막내딸.
연예인도 아닌데, 두 사람이 시청률 때문에 커플 댄스를 출 이유가….
“어, 어….?”
그때, 랜덤 스튜디오 너튜브 채널에 공지가 올라왔다.
[본방사수! 북극에서 정새롬이랑 날다램쥐 커플 댄스 추고 썰푼다 ㅎ]
[시청률 50프로 넘기면 마법소녀 단체 날다램쥐썬더볼트 댄스 ㄱㄱ]
장난처럼 올라온 공지 게시글.
그런데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은빈아, 이거 네가 올렸어?”
“아뇨.”
“혹시 제시가 올렸나. 미국에서?”
“아, 음…. 제 생각엔 김진우 작가님이 집에서 직접 로그인하신 것 같아요.”
“와우, 이걸 진짜 하시네.”
“실장님께서 허락하셨나 봐요.”
“이게 사랑의 힘….?”
다들 다큐 방송 홍보에 목숨을 걸었구나.
그만큼 이번 영화에 진심이라는 뜻이겠지.
“밍쁨, 새 작품 콘티는 잘 그리고 있지?”
“네. 얼마 전에 채용하신 작가님 도움 덕분에.”
“그래?”
최근에 고용한 두 명의 보조작가.
한 명은 변호사 출신에, 한 명은 웹툰 작가 출신.
두 사람 덕분에, 업무가 많이 여유로워졌다.
벌써 봉 감독님과 미팅까지 잡혔다.
영화 제작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언니는요? 새 작품 준비하고 있잖아요.”
“나도 변호사님 덕분에 수월하네.”
“지금 황효주 작가 팬카페도 생겼어요.”
“응?”
“우주 갔다 왔잖아요.”
“에이 참, 부끄럽게….”
드르륵─
그때, 노트도 없이 문이 활짝 열리며 새롬이 들어왔다.
“실장님?”
“김지누 어디갔어.”
“…. 퇴근하셨는데요.”
이내, 문을 닫지도 않고 급하게 사라지는 정새롬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음…. 허락 안 맡으셨구나.”
“그러게요.”
“….”
새롬의 뒤를 이어서, 여민서와 김희정, 리코가 번갈아가며 작업실에 들었다.
“아니, 무슨 단체 댄스야.”
“날다램쥐썬더볼트 댄스가 모예요?”
“…. 누구 맘대로.”
북극에 가려면 아직 좀 남았으니까 그때까지 잘 도망치시기를.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 중인 드라마 촬영.
「맨 vs 스페이스」도 어느새 중반부를 넘어섰다.
“레디, 액션!”
심주원 감독의 목소리와 함께 드레인 존슨과 최원준이 격투씬을 선보였다.
SF 드라마였지만, 액션 파트가 존재하는 이번 편.
최원준은 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와, 저런 배우가 어떻게 무명이지?”
“한국에선 무명이 아니겠지.”
“아, 그러네.”
자신만의 고유 색을 가진 천상 배우.
할리우드 현재의 스탭들의 눈에 최원준은 모든 면이 완벽했다.
잘생긴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
부드러운 분위기와 대비되는 피지컬과 카리스마.
게다가, 연기력은 할리우드의 스타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액션을 근육으로 하는 건 아니었지만.
드레인 존슨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화려한 액션 연기를 펼쳤으니.
“최원준 배우는 이번에 무조건 뜨겠네.”
“한국에 인재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지.”
이번 촬영 스탭들의 주연 인물들은 전부 한국인이었다.
김진우, 심주원, 최원준.
혼혈인도 포함하면 에바까지.
“컷! 수고하셨습니다!”
심 감독의 오케이 사인과 함께 배우들이 휴식을 위해 흩어졌다.
“오빠, 수고하셨어요.”
“아, 에바구나.”
“네!”
같은 소속사에 얼굴도 자주 보는 사이라 친해진 그들.
에바는 촬영장에서 의지할 사람으로 최원준을 택했다.
“진우, 한국에선 출발했겠네.”
“네?”
“북극에 간다고 들었는데.”
“아! 저도 홍보 봤어요!”
마법소녀 전원과 함께하는 북극 여행.
무려, 북극점까지 쉬지 않고 논스톱으로 촬영을 강행한다고.
“아쉽지 않아? 다른 마법소녀 멤버들은 전부 가잖아.”
“으음,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촬영이 먼저니까요.”
“지금쯤 러시아에 있으려나.”
띠리리링─
그때, 에바의 스마트폰에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
“어? 어! 희정이다!”
에바는 생각도 없이 곧바로 수락버튼을 눌렀다.
-에바 언니, 안녕!!
곧이어 여민서와 김희정, 리코는 돌아가면서 인사를 건넸다.
“거기 어디야?”
-언니! 여기는 지금 러시아! 배를 타고 가려고 해!
“아…. 좋겠다.”
-엄청 추워! 이거 봐, 입김!
많이 들뜬 모습의 마법소녀들.
그래도 얼굴을 보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엔 꼭 같이 가!
“…. 다음에 또 북극에 가려고?”
-아니, 다른 여행지!
“알겠어!”
뚝.
그래도 잊지 않고 전화라도 해주니까 기분이 많이 풀어졌다.
“흠, 헬기 타고 가실 줄 알았는데. 쇄빙선을 타려나 보네.”
“네? 쇄빙신?”
“아니, 에바야. 그게 아니라….”
“빙신은 욕인데. 저한테 욕하신 거예요?”
“….”
에바는 과묵한 최원준조차 당황하게 만들었다.
“안 되겠어. 입을 좀 꿰매버려야겠다.”
* * *
「글 쓰러 어디까지 가봤니!? 2부 북극편」
제작진은 북극점에 가기 위해 전부 쇄빙선에 탑승했다.
‘이게…. 다큐?’
길주창 PD는 못 본 사이에 방송귀신이 다 된 것 같다.
“자, 마법소녀분들 저녁 식사 복불복 가겠습니다!”
“…. 다큐 맞아?”
방송국은 시청률 뽕맛을 본 PD와 안 본 PD로 나뉜다지.
원래 인기가 없다가 생기는 것보다 있던 인기를 잃는 게 두려운 법.
한때 나랑 김희정 때문에 잘나갔던 다큐 PD는 시청률을 포기할 수 없는 듯했다.
“저는 이거 마실게요.”
“그거 소금물일걸.”
“…. 그럼 이거. 이건 식혜 같아”
“그건 내가 먼저 골랐잖아.”
“아잉, 바꿔주잉.”
“응, 애교 안 먹혀.”
“힝.”
나는 새롬과 함께 멀리 떨어져서 세 명이 짝짜꿍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진우 씨, 저 아직 화 안 풀렸어요.”
“네?”
“날다람쥐 춤!”
“…. 오래 가시네여.”
“손님, 맞을래요?”
“예?”
말은 그렇게 해도 진짜 때리지는 않는다.
우리 새롬이는 진짜 사랑에 약하구나.
내가 진짜 평생 같이 살면서 잘 해줘야겠다.
“요즘 날다램쥐 춤 모르면 아싸에요.”
“그냥 아싸 할래!”
팔을 파덕거리는 게 은근 중독성이 있더라고.
아이돌 춤이 다들 그렇잖아.
처음엔 이상해도 익숙해지면 빠져든다고.
“새롬 씨가 추면 너무 예쁠 것 같아.”
“…. 진짜 때릴까?”
진짜 맞을 것 같아서 그만 놀려야겠다.
쿠우우우─
얼음을 잘게 부수며 앞으로 나아가는 쇄빙선.
원래 2주간의 일정이지만, 배를 전세 내고 일정을 최대한 단축했다.
“공기가 엄청 시원하네요.”
“그러게요.”
눈을 감고 바닷바람을 즐기는 새롬이.
살랑거리는 머릿결에서 샴푸 내음이 코를 간지럽혔네.
‘완전 화보구나.’
그동안 너무 익숙해져서 여친이 얼마나 예쁜지 의식하지 못했다.
첫 인상은 차가운 인상의 커리어우먼이지만.
보면 볼수록 귀여운 면도 있고, 사랑스러운….
“작가님.”
그때, MBS 스탭이 다가와 분위기를 깨트렸다.
“아, 네.”
“날다람쥐 댄스 촬영 준비 완료됐습니다.”
“….”
순간, 고개를 돌려 여친의 눈치를 살폈는데.
기분 좋았던 미소가 사라지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일단 가요.”
“미안.”
“춤 연습은 충분히 했겠죠?”
“그럼요.”
희정이랑 같이 연습했다고.
“그럼, 갈까요?”
“네.”
북극으로 가는 쇄빙선 위에서 날다람쥐 춤이라니.
이런 진귀한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 다른 분들도 하는 거?”
마법소녀들은 이미 복장을 갈아입고 댄스 준비를 마쳤다.
“원래 공약으로 걸었는데. 그냥 다 같이 추기로 했어요.”
“음.”
“어차피 시청률 50프로는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
“….”
센터에 선 나와 새롬이.
그리고, 마법소녀들은 백업 댄서처럼 뒷열에 나란히 섰다.
뚜뚜뚜루 뚜뚜뚜─♬
곧이어, 제작진이 가져온 스피커에서 퍼플걸스의 신곡이 흘러나왔다.
“세 번만 촬영할게요!”
“세 번씩이나?”
“안 틀리고 한 번에 끝나면 더 좋죠! 하하.”
“…. 틀리는 사람.”
바로 옆에서, 새롬의 조그마한 입술에서 비집고 나오는 중얼거림을 들어버렸다.
“복수할거야.”
엄마, 나 무서워.
* * *
비공식 일정으로 한국땅을 밟은 톰 스미스.
한국에서 큰손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직접 방한했다.
“감독님,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요?”
“뭐가?”
“익명으로 만나자고 하는 게 너무 수상해서….”
“수상하긴!”
어린이 장난이라고 하기엔, 이미 검은돈으로 10만 달러를 현금으로 받았다.
‘내 촉이 말하고 있어.’
잭 니콜슨 이후, 최고의 귀인을 만나게 될 거라고.
그 놀라운 식견은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대단했다.
“한국은 총기 소유도 불법이야. 위험할 거 없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톰 스미스의 뒤로 덩치 큰 미국인들 다섯 명이 따라다녔다.
잠시 후,
인적이 드문 약속 장소에 도착한 톰 스미스.
그는 유니버스 스튜디오의 직원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김진우 작가가 요즘 하는 짓 봤어?”
“아, 네. 감독님.”
“영화 홍보하겠다고 북극에 가는 꼴이 우스워.”
“그, 그쵸.”
“작품이 좋아야지, 홍보가 전부인 줄 안다고!”
“넵! 동의합니다.”
우주도 다녀오는 퍼포먼스를 보인 이후, 사람 김진우의 관종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오히려 그의 기행을 반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
“이 자식들은 대체 언제 오는….”
곧이어 검은색 벤 한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내리는 선글라스 사내의 모습을 지켜봤는데.
그의 뒤로 십수 명에 가까운 사내들이 함께 내리기 시작했다.
‘젠장, 더 데려왔어야….’
톰 스미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글라스 남자는 먼저 말을 꺼냈다.
“감독님, 반갑습니다.”
“누구….?”
10만 달러쯤은 버려도 될 만큼 돈이 많은 사람.
의문의 사내는 본인 인증을 위해 10억 달러 입금 명세를 공개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선글라스를 벗기고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는데.
“베히모스, 제가 투자하죠.”
“대체 왜 이렇게 비밀스럽게 하는 게요?”
“멍청한 질문을 하시는군요.”
“….”
숨길만 하니까 숨기겠지.
“얼마까지 투자할 수 있습니까?”
“얼마든.”
“…. 목적이 있을 거 아니오!”
“제 목적은 하나입니다.”
톰 스미스는 침을 꿀꺽 삼키고 사내의 입을 바라봤다.
“김진우 작가 다음 영화의 성공을 막아.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 나랑 목적이 비슷하군.”
톰 스미스는 몇 마디 정보를 더 교환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한국까지 어려운 걸음을 한 것치곤 조촐한 퇴장이었다.
“그래서….”
천성 증권의 정영준은 선글라스를 벗고 비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정조준 그놈이 김진우 작품에 얼마를 투자했다고?”
“아마 흥행에 실패하면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돈세탁은 얼만큼 하면 될까요?”
“글쎄.”
김진우 작가가 한 작품으로 망하긴 어렵겠지만.
어차피 앞으로 반년 이후의 상관은 전혀 상관없었다.
“최대한 많이.”
천성 그룹의 후계자가 정해지면 그땐 관심 밖이었다.
놈이 할리우드에서 탑작가가 되든 유니버스를 뛰어넘든.
한편, 같은 시각.
정조준은 할아버지와 함께 너튜브 채널을 시청했다.
“북극점, 진짜 갔네.”
“그러게요.”
한국 최고의 관종은 라이브 방송으로 ‘스터디 윗 미’를 진행했다.
“위험한 건 아니지? 갑자기 얼음이 깨진다거나.”
“에이, 설마요.”
각자의 방식으로 세레모니를 즐기는 마법소녀들.
정중앙에 꽂혀있는 깃발은 바람에 펄럭거렸다.
“근데 왜 쟈는 저기까지 가서 글을 쓴다냐.”
“음, 원래 그러잖아요.”
“진우랑 새롬이, 북극에서 돌아오면 결혼 진행 시켜.”
“제, 제가요?”
“그래, 쟤들 늑장 부리는 걸 보니까 내가 죽고 나서 결혼하겠어.”
“아…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