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86)
김진우를 포함한 북극 원정대는 며칠간 배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얼음 바닥 위, 북극점에 꽂힌 깃발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건 기본.
특히, 길주창 PD는 마법소녀들과 함께 컨텐츠를 뽑아내는데 집중했다.
쉬이익─
북위 90도의 차가운 밤바람이 새롬의 머리칼을 흩날렸다.
“언니, 안 주무시네요?”
“희정이?”
“네.”
새롬은 활짝 웃는 얼굴로 동생을 맞이했다.
“여긴 별이 정말 많네.”
“오빠 불러올까요?”
“아니, 대본 쓰느라 고생했는데. 진우 씨도 푹 쉬어야지.”
“아….”
작가 남친이 대본을 쓰고 싶다고 북극 여행을 준비하는 여친이라니.
“저는 진짜 언니가 정말 존경스러워요.”
“무슨 칭찬이 그래?”
“20년도 넘게 같이 살았는데, 저도 가끔 오빠를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그래.”
새롬은 귀여운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결혼한 다음에도 시누이와의 갈등은 없을 것 같다.
“우리 오빠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내가 왜 미워할 거라고 생각해?”
“그, 아까 날다람쥐 춤 틀렸을 때 찐텐이었잖아요.”
시종일관 자신만만하던 김진우였는데.
혼자 두 번이나 틀려서 촬영을 세 번쯤 이어갔다.
“그땐 좀 화가 나더라고.”
“그래도 오빠 안 때리네요.”
“…. 대체 나를 뭐로 본 거야.”
처음 연예계에 뛰어들었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주를 다녀오고, 작가 남친이 생기고, 대중의 인기를 얻을 줄은.
보통의 엔터 직원이 이렇게 얼굴이 팔리는 경우는 없으니까.
“언니는 우리 오빠가 왜 좋아요?”
“얼마 전에도 그 질문을 들었는데.”
“그땐 뭐라고 답했는데요?”
“…. 뭐라고 했더라.”
사실, 그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진며들었다고 표현할 수밖에.
‘내가 언제부터 진우 씨를 좋아했더라….’
확실한 건, 고백을 받기 전부터 이미 그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것.
데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쭉 이어져 온 일관성.
하늘이 내린 천재적인 재능을 가져도 자만에 빠지지 않는 성격.
‘좋아할 만했구나.’
자신을 대할 때는 언제나 진심이었으니까.
특히, 재벌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도.
“그냥….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딨겠어?”
“에이, 그게 뭐예요.”
“너는 강준이 왜 좋은데?”
“무, 무슨! 걔가 저를 따라다니는 거죠!”
“정말이야?”
“당연하죠!”
“그럼 강준 배우, 다시 일본 활동 시작해도 되겠네?”
“…. 그건 좀.”
희정이와 강준을 보면, 김진우와 연애 초기 때가 떠올랐다.
“너무 늦으면 후회한다.”
“네?”
“늦었으니까 빨리 자라고.”
“아, 네. 언니!”
북극의 밤하늘은 서서히 저물어갔다.
* * *
우리는 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누가 보면 우주에 한 번쯤 다시 다녀온 줄 알겠다.
“김 작가님, 마도경 국회의원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귀찮지만 마지못해 그를 따라가려고 했는데.
뒤에서 나타난 새롬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사진 촬영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 하지만….”
“중요한 업무가 있으시면 템페스트 엔터에 요청해 주세요.”
“아, 음….”
새롬은 정치인과 만남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직원들을 통솔했다.
“괜찮을까요?”
“상관없어요.”
천성 그룹 딸래미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든든하네.’
북극에서 보낸 10일간의 여정.
관종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대본부터….’
잠시 후, 나는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대본을 정리했다.
타닥, 타다닥─
판타지 대작의 두 번째 작품.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 두 개의 태양」
바이킹 일족을 찾아가기 위해 북쪽으로 떠나는 송강우 배우님과 일행들.
여행을 떠나는 사신단의 앞에는 수많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화산 지대에서 와이번 무리와 마주쳐 도망을 친다든지.
심해에서 튀어나온 어인들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라든지.
“배경이 뭐 이렇게 살벌하냐.”
아직 영화도 한 편 더 남았잖아.
세 번째 집필 장소로 저기 가라고 하면.
“벌써부터 어질어질하네.”
이번 편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오크와 엘프의 대결이었다.
노예 해방을 외치며 세계수 숲을 탈출하는 장면의 몰입감이란.
‘저런 세트장을 어디서 구하나.’
일단 가볍게 스케치를 해놓긴 했지만.
조연출 경험까지 있어서 저런 세트장을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이종족으로 분장할 배우들은….’
「쉐어 하우스」에 출연한 남성 멤버들.
이진호, 백윤, 지성호, 기현수 배우님.
결국, 이번 편 역시 1편과 마찬가지로 빌드업의 일환이다.
3부작의 마지막 편에서 대규모 전투를 예고하고 있었으니까.
부제목, 두 개의 태양은 인간과 오크족을 의미하는 듯했다.
수많은 몬스터나 이종족과 더불어,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일련의 무리.
“마법소녀….”
정말 질긴 인연이었다.
내게 아카데미 미술상을 안겨준 작품.
어쩌면, 파트 2로 또다시 레드카펫에 오를지도.
드르륵─
작업실의 문이 열리고 보조 작가들이 들어왔다.
“효주랑 밍쁨, 안녕.”
“오빠! 대본은 잘 쓰고 오셨어요!?”
“응.”
효주랑 밍쁨은 주말에도 일부러 나를 보러 온 것 같다.
“대본이 너무 보고 싶어서 출근했어요!”
“어차피 곧 볼 텐데.”
“그래도!”
밍쁨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저는 작가님 대본을 제일 먼저 볼 수 있어서 행복하네요.”
“오바하지 말고.”
“진짜예요! 벌써 1부 콘티도 전부 그려놨어요!”
“그래? 빠르네.”
“아, 최근에 보조 작가를 잘 뽑아서요.”
“일단….”
두 사람에게 개인 톡으로 대본을 전송했다.
대본 정리는 끝났으니 오타만 잡으면 될 터.
“최대한 빨리 대본 마무리하자.”
“네!”
“끝나면 바로 봉진호 감독님이랑 송강우 배우님께 보내드릴 거야.”
“넵!”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배우 캐스팅을 조율할 시간.
내가 생각한 배우와 봉 감독님의 생각을 공유해야 할 것 같다.
주요 배역 중에서도 아직 정하지 못한 캐릭터가 많았으니까.
“아, 근데 효주 너는 여유가 없지 않겠어?”
“네?”
“법정 드라마 대본 쓰고 있는 거 아냐?”
“아, 어차피 편성 잡힌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
이번 작품만 끝나면 효주도 스타 감독이랑 공중파 방송국 물어다 줘야겠네.
띠리리링─
그때, 스마트폰에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천성 전자 부사장이자 우리 영화 최대 투자자님.
“여보세요, 조준 형님?”
-북극은 잘 다녀왔어?
“네. 형님.”
-다음 주에 시간 있으면 얼굴이나 한번 볼까?
“아, 네. 알겠습니다.”
-그래. 장소랑 시간은 톡으로 보낼게.
“넵.”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보는 사이는 아니지만서도.
오늘 한국에 돌아왔는데, 갑자기 부르는 이유는 있지 않을까.
‘무슨 일이시지.’
* * *
레인보우 엔터테인먼트.
장경준 대표는 퍼플걸스의 성공으로 입이 귀에 걸릴 듯했다.
‘이렇게 또, 김진우 작가님이 장작을 넣어주시는구나.’
최근 템페스트에서 어마어마한 홍보비를 퍼부은 다큐멘터리.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상할 정도로 정성을 쏟았는데.
‘나야 땡큐지.’
예고편에서 출연자 전원이 함께 추는 날다람쥐 댄스 장면이 흘러나왔다.
당연히 전부 보여주는 건 아니었고, 딱 2초에서 3초 정도만.
‘이건 안 볼 수가 없겠어.’
한국에서 김진우와 정새롬, 새우 커플을 모르면 간첩이다.
특히, 우주 프로포즈한 이후 결혼이 임박했다는 소문도 있었으니.
“오늘이구나, 방송 날짜가.”
김진우 작가는 그야말로 믿고 보는 시청률 보증수표가 아닌가.
거기에, 마법소녀 전원 출연도 모자라서 에바와의 통화 장면까지.
템페스트 엔터가 작정하고 시청률을 높이려고 기를 쓰는 게 훤히 보였다.
똑, 똑─
그때, 누군가 대표실에 노크를 두드렸다.
“들어와요.”
비서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인물이 안에 들어왔다.
“세미야, 웬일이야?”
“대표님, 말씀드릴 게 있어요.”
“???”
퍼플걸스의 센터가 하는 말이면 무슨 말이든 들어야지.
“기현수 배우님이 그 작품에 출연하신다면서요?”
“그 작품? 아, 김진우 작가님 작품?”
“네. 저도 출연하고 싶어요.”
“응?”
“이번에 거의 김진우 사단으로 채운다고 들었어요.”
“아….”
템페스트 엔터 소속이 아닌 연예인 중에서도 김진우 라인이 존재했다.
당연히 그의 작품에 두 번 이상 출연한 기현수와 세미도 포함이었다.
“음, 우리 일단은 걸그룹 활동에 집중하는 게 어떨까? 지금 잘나가잖아.”
“어차피 본격적인 촬영 들어가려면 석 달은 지나야 할 거예요.”
“그야, 그렇겠지.”
그때쯤이면 날다람쥐 춤의 인기도 한풀 꺾일 테지.
일전에, 세미는 「기생벌레」에 출연하며 봉진호 감독과 인연을 쌓았다.
당연히 봉 감독과 김 작가가 협업하는 이번 작품에 출연하고 싶을 만도 했다.
“오케이! 템페스트 측에 물어볼게.”
“감사해요.”
“감사는.”
문득, 장경준 대표의 머릿속에 오늘 방영하는 다큐가 떠올랐다.
“세미야, 퍼플걸스 공식 SNS에 글 하나만 올리자.”
“네? 어떤 글이요?”
“날다람쥐 춤 레슨해주고 싶다고.”
확실히, 장 대표는 물 들어올 때 노 짓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 * *
수금의 시간이 도래했다.
시청률 1프로 당 베네핏 포인트 1pt.
그동안 얼마나 나를 무시했으면 이렇게 퍼주냐.
‘시스템 쉑, 포인트 50개 내놓을 준비 해라.’
최고 시청률인지, 평균 시청률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상 평균으로 쳐도 50프로를 넘길 것 같으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탑스타들이 SNS에서 공짜로 홍보를 도와주고 있었다.
“내가 헛살지는 않았구나.”
지인은 물론, 지인의 지인까지.
이런 상황에서 시청률이 안 나오면 억울 할 것 같아.
첫 드라마, 순정마초 때도 이렇게까지는 않했다고.
시청률 때문에 춤까지 출 거라곤 생각도 못 했지.
치이익─
맥주 한 캔을 따서 내게 건네는 새롬 씨.
여친님은 내 옆자리 소파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
“진우 씨, 소원 들어주기로 했던 거 기억하죠?”
“아, 물론이죠.”
북극 다녀오면 말하겠다고 했으니까.
“이제 위험한 장소에 가기 전에는 미리 저한테 말해줘요.”
“음….”
“뭐지, 고민하는 거예요?”
“아뇨,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새롬이는 천사야.
사실, 소원이 아니라 당연한 건데.
“근데 저 다음 주에 조준 형님 보기로 했어요.”
“네? 왜요?”
“부르시던데요.”
“음…. 같이 갈래요?”
“아뇨 그랬으면 새롬 씨도 데려오라고 말씀하셨겠죠.”
“좀 불안한데.”
“둘 중에 누가요?”
“두 명 다!”
“….”
야옹─
새롬이는 로미오의 뒤통수를 간지럽히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책임질 테니까 같이 가요.”
“넵.”
시간이 흘러, 어느새 방송 시간이 다가왔다.
“와, 드디어 본방이네.”
“…. 저 다큐가 뭐라고 그렇게 열심히 하신 거예요?”
“일회용 지갑?”
“???”
「글 쓰러 어디까지 가봤니!?」의 오프닝 송.
오랜만에 익숙한 음악을 들으며 방송을 시청했다.
“와, 처음부터 날다램쥐부터 오픈하고 시작하네”
“…. 저는 못 보겠어요.”
“저도.”
팔을 안쓰럽게 퍼덕거리는 나랑 새롬이.
편집까지 더해지니까 정신이 어지럽다.
왜 구간 반복으로 나온 장면이 계속 나오는 거야.
띠링─
그때, 효주에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톡이 날라왔다.
“효주 씨가 이 시간에?”
“제가 시청률표 바로 보내 달라고 해서요.”
“아, 어서 봐요.”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순간 시청률을 확인했는데.
[글 쓰러 어디까지 가봤니!? 2부 북극편 순간 시청률 : 68%]
방송이 끝나고, MBS에서 감사 톡이 마구 날라왔다.
다큐 방송에서는 깨지지 않을 전무후무한 기록이 아닐까.
【‘관종의 삶’ 임무를 달성했습니다.】
【히든 미션을 완료하여, 특전이 주어집니다.】
【베네핏 강화 포인트를 56pt 만큼 획득합니다.】
평균 시청률로 계산하면 56%가 나왔나 보네.
‘이거 어따 쓰지?’
자고로 재화는 없는 게 걱정이지, 많아서 나쁠 건 하나도 없다.
* * *
한국에서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는 여럿 존재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평범한 소시민 연기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인물은.
“송강우 배우님!”
“하하. 오랜만입니다. 작가님.”
송강우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요즘 가장 핫한 뉴스가 봉 감독과 김 작가의 만남이 아니던가.
그중에서도 원탑 주연으로 발탁된 배우가 바로 송강우였으니.
“이래서 김진우, 김진우 하는구나.”
얼마 전에 받은 두 번째 대본.
한국 판타지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을 작품이었다.
심지어 마법소녀로 세계관 확장까지 노렸으니.
“영광이구만.”
이런 대작에서 주요 배역을 거저먹었다.
물론, 봉진호 감독과의 친분 덕분이었지만.
“형님, 액션 가능하시겠어요?”
송강우는 매니저의 물음에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뭐야, 내가 못할 것 같아?”
“지금이라도 액션 스쿨에….”
“아니, 그럼 제대로 된 연기가 안 나오지.”
화려한 역할보다는 평범한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
그동안 판타지나 액션 영화와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딱 외교관 포지션이라서 기본적인 호신술을 익히면 되는 정도였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인물이야.”
김진우 작가는 배우에게 맞춤형 배역을 주는 걸로 유명했다.
액션이 필요한 배역이면, 처음부터 자신에게 주어지지도 않았겠지.
끼이익─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에 도착하고, 곧바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봉 감독님, 먼저 오셨군요.”
“아, 송 배우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봉진호 감독은 먼저 와서 밍쁨 작가의 콘티를 보고 있었다.
마치 영상을 보고 그린 듯 완벽한 구도를 자랑했다.
“허 참, 연출자가 따로 없네.”
“템페스트 작가들은 다들 천재인가 봅니다.”
옆에서 밍쁨은 얼굴을 붉히고 급하게 변명했다.
“김진우 작가님이 다 말씀해 주신 거예요.”
“네?”
“그림만 제가 그리고, 작가님이 구도나 방향을 잡아주세요.”
“아….”
그렇게 말하면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김진우 작가의 천부적인 능력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
“괜히 북극까지 가서 대본을 쓰신 게 아니네요.”
“그렇군요.”
봉 감독은 당장이라도 촬영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드르륵─
그때, 김진우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미팅룸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음, 다들 와계시네요. 아직 약속까지 시간 남았는데.”
“네. 먼저 와서 콘티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하, 혹시 장소 헌팅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북극에 다녀오는 동안 꽤 많은 장소를 픽스했다고 들었다.
“디지니 플레이의 안젤라 지부장님이 도와주시더군요.”
“오오, 그래요?”
“네. 해외 로케는 알래스카와 노르웨이로 잡으면 될 것 같습니다.”
“좋네요.”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씬 바이 씬’.
그 전에 반드시 정리해야 할 마지막 단계가 있었다.
“그럼 캐스팅부터 마무리할까요?”
“그러죠.”
화이트보드에 수많은 배우들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특히, 템페스트 엔터를 포함한 김진우 라인이 대부분이었다.
“꼭 저랑 친한 배우 분들만 고려하실 필요는 없는데….”
“그러기엔 대본을 읽으면 연상되는 배우분들이 딱 저분들이더군요.”
“아하하. 그런가요.”
송강우, 강준, 임재준, 김현지, 소채담.
3부에 등장을 예고한 마법소녀들은 제외한 주요 배역들.
스탭들은 진우와 함께했던 배우들을 최소 한 번 이상 언급했다.
“세미 배우님은 어떨까요?”
“세미 씨요?”
“네.”
“요즘 바쁘실 텐데.”
스탭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김진우는 씨익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제가 오늘 레인보우 장경준 대표님께 연락을 받았는데요.”
“….”
“세미 씨 출연 희망하신다고 합니다.”
“오오.”
그야말로, 한국 영화계의 역사에 남을 역대급 캐스팅이 아닐까.
길 가다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조차 유명한 배우로 채울 판이었다.
* * *
초호화 캐스팅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뒤따른다.
그들의 출연료를 전부 감당할 수 있는 투자사가 얼마나 될까.
“투자금이 상당하네.”
정조준은 템페스트에서 보낸 계약서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영화가 망하면.
아무리 할아버지의 비호를 받아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터벅, 터벅─
곧이어, 진우와 약속을 잡은 강남의 한식당에 도착했다.
‘일단, 할 건 해야지.’
할아버지, 정덕수 회장님께서 특별히 지시하신 임무.
김진우와 정새롬을 결혼시키라는 황당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아니, 근데 잠깐만.’
생각해 보니까 어이가 없네.
나이 더 처먹고 미혼인 자신도 있는데.
드르륵─
예약한 방의 문이 열리고, 진우가 먼저 와서 인사를 건넸다.
“형님, 오셨어요?”
“새롬이도 왔네?”
“네. 새롬이가 꼭 같이 오겠다고 해서요. 하하.”
“잘됐네. 둘 모두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결혼은 혼자 하는 게 아니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지만….”
“???”
새우 커플은 의아한 표정으로 조준을 바라봤다.
“두 사람, 결혼해.”
“아직….”
“좋아요.”
거의 동시에 대답한 두 사람.
이내, 새롬은 삐딱한 시선으로 진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직….? 지금 뭐라고 했어요?”
“음….”
진우는 새롬의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 저도 좋아요.”
“이미 늦었어.”
“진짠데.”
새롬의 기분은 이미 상당히 언짢은 듯 보였다.
“이번 영화 제작만 끝나고….”
“그전에 진우 씨 인생이 먼저 끝날지도 모르잖아요.”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여.”
자기주장 강한 두 사람을 어떻게 결혼시켜야 할지 벌써부터 뒷골이 땡겨온다.
“일단 결혼식 날짜부터 잡자.”
그러면 어떻게든 되겠지.